글,문학/漢詩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淸潭 2024. 8. 29. 08:24

율곡선생전서 제2 / () / 이이(李珥)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고산의 아홉 굽이 계곡 / 高山九曲潭

세상 사람들이 모르더니 / 世人未曾知

내가 와 터를 닦고 집을 짓고 사니 / 誅茅來卜居

벗들이 모두 모여드네 / 朋友皆會之

무이산을 여기서 상상하고 / 武夷仍想像

소원은 주자를 배우는 것일세 / 所願學朱子

 

일곡은 어디인가 / 一曲何處是

관암에 해가 비쳤도다 / 冠巖日色照

펀펀한 들판에 안개 걷힌 뒤에 / 平蕪煙斂後

먼 산이 참으로 그림 같구나 / 遠山眞如畫

소나무 사이에 술 항아리 놓고 / 松閒置綠樽

벗 오기를 우두커니 기다리네 / 延佇友人來

 

이곡은 어디인가 / 二曲何處是

화암에 봄 경치 늦었구나 / 花巖春景晩

푸른 물결에 산꽃을 띄워 / 碧波泛山花

들판 밖으로 흘려 보내노라 / 野外流出去

이 경치 좋은 곳을 사람들이 모르니 / 勝地人不知

알게 하여 찾아오게 한들 어떠리 / 使人知如何

 

삼곡은 어디인가 / 三曲何處是

취병에 잎이 벌써 퍼졌도다 / 翠屛葉已敷

푸른 나무에 산새가 있어 / 綠樹有山鳥

그 울음소리 높고 낮을 때로구나 / 上下其音時

반송에 맑은 바람 불어오니 / 盤松受淸風

여름에 더운 줄 조금도 모를네라 / 頓無夏炎熱

 

사곡은 어디인가 / 四曲何處是

송애에 해가 넘어가는구나 / 松崖日西沈

못 가운데 바위 그림자가 거꾸로 서니 / 潭心巖影倒

온갖 빛이 모두 잠겼구나 / 色色皆

숲속의 샘물 깊을수록 더욱 좋으니 / 林泉深更好

그윽한 흥을 스스로 이기기 어려워라 / 幽興自難勝

 

오곡은 어디인가 / 五曲何處是

은병이 가장 보기 좋구나 / 隱屛最好看

물가에는 정사가 있어 / 水邊精舍在

맑고 깨끗하기가 한량없네 / 瀟灑意無極

그 가운데서 항상 학문을 강론하며 / 箇中常講學

달도 읊어보고 또 바람도 읊조리네 / 詠月且吟風

 

육곡은 어디인가 / 六曲何處是

조계가 물가에 넓게 차지하였구나 / 釣溪水邊闊

모르겠다 사람과 물고기 중에 / 不知人與魚

그 즐거움 어느 쪽이 더 많을런지 / 其樂孰爲多

황혼에 낚싯대 메고 / 黃昏荷竹竿

무심히 달빛 받으면서 돌아오네 / 聊且帶月歸

 

칠곡은 어디인가 / 七曲何處是

풍암에 가을빛이 선명하구나 / 楓巖秋色鮮

맑은 서리가 살짝 내리니 / 淸霜薄言打

절벽이 참으로 비단빛이로구나 / 絶壁眞錦繡

찬 바위에 홀로 앉았을 때에 / 寒巖獨坐時

무심히 집 생각까지 잊는구나 / 聊亦且忘家

 

팔곡은 어디인가 / 八曲何處是

금탄에 달이 밝구나 / 琴灘月正明

옥 거문고와 금 거문고로 / 玉軫與金徽

무심히 두서너 곡조 타는구나 / 聊奏數三曲

옛 곡조 알아들을 사람 없으니 / 古調無知者

혼자서 즐긴들 어떠하리 / 何妨獨自樂

 

구곡은 어디인가 / 九曲何處是

문산에 한 해가 저무는구나 / 文山歲暮時

기이한 바위와 괴상한 돌이 / 奇巖與怪石

눈 속에 묻혀 버렸구나 / 雪裏埋其形

구경꾼이 제 안 오고 / 遊人自不來

공연히 좋은 경치 없다 하네 / 漫謂無佳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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