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매화 절구 열여섯 수 〔梅韻 十六絶〕

淸潭 2024. 8. 31. 08:35

존재집 제1 / () / 위백규(魏伯珪)

매화 절구 열여섯 수 〔梅韻 十六絶〕

 

뜰을 걸을 때도 고매 주위를 맴돌고 / 步庭繞古梅

방에 들어와서도 고매 바라보자니 / 入室望古梅

이웃 사람들이 찾아와서 묻기를 / 傍人來相問

무슨 일로 문을 항상 열어 두는지요 / 何事戶常開

매실(梅室)

 

늘 봐도 만족스럽지 않아 / 尋常看不足

은근히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지요 / 慇懃且憑欄

때때로 혼자 웃으니 / 時時獨自笑

이 마음 뉘와 함께 얘기할까 / 此意與誰論

매함(梅檻)

 

처마 높아 시원한 바람 절로 화창하고 / 開風自暢

짧은 처마에 달빛 머뭇거리지 않네 / 短齊月不遲

바람 들고 달 비추기에 좋지만 / 宜風復宜月

유달리 고매에게 어울린다오 / 偏與古梅宜

매첨(梅簷)

 

조용히 앉아 작은 창 열어 보면 / 靜坐開小牖

홀로 매화만이 내 마음 알아주네 / 獨有梅君知

스스로 선천의 뜻 깨달으니 / 自悟先天意

소중해라 달 밝은 때라오 / 珍重月明時

매창(梅窓)

 

치자나무와 산다가 / 梔子與山茶

작은 시내에 향기 넘치게 하더니 / 剩占小溪馥

매화가 이곳에 온 뒤부터 / 自從梅君來

얼굴빛 더욱 환하게 되었지 / 與之增顔色

매계(梅階)

 

굽이굽이 그리고 층층으로 / 曲曲復層層

오르내리며 조용히 보네 / 登降自窈窕

언제나 이 매화 때문에 / 長是爲梅君

산책을 멈출 수 없다오 / 散步苦未了

매정(梅庭)

 

졸졸 흐르는 자그만 석간수가 / 𤂬湲小石澗

굽은 담장 휘감아 들어오니 / 穿過曲墻回

매화 꽃잎 떠내려간다 한들 / 梅花雖泛去

뉘라서 근원 찾아 오겠는가 / 誰肯尋源來

매간(梅澗)

 

새벽에 일어나 맑은 샘물로 씻고 / 晨興濯淸泉

한낮 무더위에 맑은 샘물 마시네 / 午煩飮淸泉

자주 왔다가 또 가는 것은 / 頻頻來又去

고매가 앞에 있어 다정해서지요 / 多情古梅前

매천(梅泉)

 

여름에 불면 맑고 더욱 상쾌하더니 / 夏吹淸益爽

세밑에 불면 향기가 멀리 퍼진다네 / 臘吹香遠披

오래된 그루터기가 천뢰 울리니 / 古査鳴天籟

베개에 기댔을 때 더욱 좋네요 / 尤宜欹枕時

매풍(梅風)

 

달빛 받아 밝고 깨끗한 옥빛 매화 / 玉暎光皎潔

창에 비친 그림자는 너울너울 / 梅窓影婆娑

세상 사람들은 응당 모르리라 / 世人應不識

우리 집에 더 많은 저 달빛을 / 月色多吾家

매월(梅月)

 

후려치는 비에 주름진 껍질이 젖어 / 斜打濕皺殼

짙은 윤기 방울방울 꽃술에 스민다 / 濃潤滴橫眉

이끼의 반점 점차 빛깔 선명해지더니 / 苔團漸生色

그 흔적 다른 가지까지 옮겨 가네 / 移痕侵別枝

매우(梅雨)

 

퍼져 나가 외로운 뿔처럼 드러내고 / 泛抹露孤角

비스듬히 깔려 빽빽한 가지 감싸면서 / 斜沈繞密條

이윽고 짙었다가 옅어지더니 / 移時濃復歇

도리어 시냇가 향해 사라지네 / 還向澗邊消

매연(梅烟)

 

짙은 서리에 바람마저 거세져도 / 霜重風摵摵

앙상한 자태 더욱 꿋꿋하구나 / 蕭森態又豪

꽃봉오리 동글동글 자주색을 띠었으니 / 花蕾團已紫

침침한 눈에도 오히려 고결함을 알겠구나 / 眼暗尙認高

매상(梅霜)

 

매화는 눈 속에 보는 것이 좋기에 / 梅好雪中看

사람들 어느 누가 좋아하지 않던가 / 人人誰不說

붉은 봉황 같은 꽃송이에 용같이 서린 하얀 눈 / 珠鳳與玉龍

반곡만 홀로 설매를 지녔다고 하겠는가 / 磻谷獨有雪

매설(梅雪)

 

보고 또 보아도 좋고 좋으니 / 看看方好好

어느 곳에서 할미새 왔는지 / 何處雝渠回

살포시 가지 흔들며 울다 가니 / 輕撓啼又去

또다시 올까 오지 않을까 / 能復來不來

매금(梅禽)

 

술 있으면 문득 마주 앉아서 / 有酒輒對坐

자주 쳐다보다 술잔이 더디네 / 屢眄擧盃遲

조금 마셔도 쉽게 취하니 / 飮小而易醉

매화도 좋지만 술도 좋을시고 / 梅奇還酒奇

매주(梅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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