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새들을 읊다 21수

淸潭 2024. 8. 27. 08:05

 

옥담시집  / 이응희(李應禧)

새들을 읊다 21

산새를 읊고는 이어 다른 새들도 읊어서 뜻을 넓혀 보고자 생각했다 [詠群鳥 二十一首 旣詠山鳥因思群鳥以廣之]

 

봉황(鳳凰)

새가 있어 높은 뫼에서 우니 / 有鳥鳴高岡

그 소리가 마치 생황이 울리는 듯 / 其聲若笙簧

문왕이 지금은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 文王今已歿

조양에서 우는 소리 다시는 듣지 못하네 / 不復聽朝陽

 

난조(鸞鳥)

거울에 비친 제 그림자 보고 울고 / 對鏡啼孤影

시냇물에 비친 고운 모습 애석해 하네 / 臨川惜麗容

미인은 원래 박명한 경우가 많은 법 / 紅顔多薄命

아 너의 신세가 그와 같구나 / 嗟爾即相同

 

공작(孔雀)

다른 새는 모두 성씨가 없건만 / 百鳥皆無姓

오직 너만은 제 성씨를 가졌구나 / 惟君得姓全

대성인의 후예인 줄 알겠으니 / 知爲大聖後

어찌 두려워 공경하지 않으리오 / 安得不瞿然

 

또 한 수 읊다[]

푸른 깃에 황금빛 꼬리이니 / 碧羽黃金尾

기이한 자태 새들 중 으뜸일세 / 奇姿第一品

샘물 속엔 들이받는 소가 있으니 / 泉中有牴牛

차가운 샘에 가서 물 마시지 말라 / 莫向寒泉飮

 

앵무(鸚鵡)

다른 새들은 모두 하늘을 날거늘 / 百鳥從天放

너는 홀로 조롱 속에 갇혀 있구나 / 惟君獨閉籠

말 잘하는 게 재앙을 불렀으니 / 能言階禍難

어디에 가서 네 마음을 호소할꼬 / 何處訴心衷

 

비취(翡翠)

옛날에 마음 곧은 남녀가 있어 / 昔有貞男女

마음도 같고 뜻도 서로 같았지 / 心同意亦同

이들이 마침내 금빛 비취새 되어 / 終爲金翡翠

암컷 수컷 마주해 친밀하구나 / 相對昵雌雄

 

백학(白鶴)

백학은 천년토록 오래 사니 / 白鶴千年老

불로장수하는 신선임을 알겠네 / 應知不死仙

혹 적송자가 아니라면 / 倘非赤松子

틀림없이 안기생이리라 / 定是安期仙

 

파랑새[靑鳥]

일찍이 왕모의 사자가 되어 / 曾爲王母使

건원 연간에 서신을 전했었지 / 傳信建元秋

당시 대궐에서 연회 마친 뒤에 / 宴罷金宮後

속진 세상에 무슨 일로 머물렀나 / 塵寰底事留

 

[蒼鷹]

사나운 매가 날개를 퍼득이니 / 鷙鳥翻霜翮

그 위세에 모든 새들 벌벌 떤다 / 威稜振百禽

비록 난봉과 같은 덕은 없지만 / 雖無鸞鳳德

용맹한 기상 사람들이 흠모하누나 / 搏擊世人欽

 

너새[鴇鳥]

한 떼의 너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 肅肅一群鴇

펄펄 날아서 논밭을 넘어오누나 / 翩翩過田里

말도 못하고 또한 말도 없으니 / 不語亦無言

응당 국무자 보고 조심하는 것이리 / 應徵國武子

 

들꿩[野翟]

들꿩이 화답하듯 서로 우니 / 野翟鳴相

그 무늬 오색빛이 선명하구나 / 文章五色鮮

숲속에는 새 그물도 많건만 / 中林多網罟

곧바로 치닫고 빙빙 돌지 않는다 / 衝突莫翩嬛

 

자고(鷓鴣)

녹색 의상도 담담한 빛깔 / 綠兮衣裳淡

새로 화장한 모습 한가해라 / 新粧粉黛閑

도회 빈 터를 늘 떠나지 않으니 / 都墟長不去

아마도 전생에 궁녀였던가 보지 / 應是舊宮鬟

 

창경()

들새가 무수히 날더니 / 野鳥飛無數

온화한 바람이 초목에 분다 / 和風扇百

창경이 절후를 알고서 / 知氣節

저 하늘 높이 날아 오르네 / 飛上入天街

 

메추라기[田鶉]

새 중에도 몸집이 매우 작아 / 爲禽體甚微

도마와 솥에 오르기엔 부족하지만 / 不足登鼎俎

육질이 매우 맛있고 기름져서 / 惟其肉味膏

온 세상 사람들이 너를 잡으려 하네 / 擧世爭圖汝

 

뱁새[]

등림의 나무를 원치 않거니 / 不願鄧林樹

어찌 태창의 곡식을 탐내리오 / 寧求太倉粟

한 가지 빌려 둥지를 틀었으니 / 安巢借一枝

곡식 몇 톨로 주린 배 채울 만해라 / 數粒充飢腹

 

올빼미[鴟鳶]

올빼미가 썩은 쥐 움켜쥐고서 / 鴟鳶拳腐鼠

마른 버드나무에 올라가 있는데 / 上坐枯楊枝

독수리가 그 위를 선회하니 / 鷙鳥盤其上

뺏기지 않으려 황급히 날개로 덮는다 / 蒼黃覆翼之

 

까마귀[孝烏]

옛사람이 이르기를 이 새는 / 古人云此鳥

새 중에서 증삼에 비긴다 했지 / 鳥中比曾參

증삼에는 비록 못 미치더라도 / 曾參縱未及

어버이 잊는 자식 부끄럽게 할 만하네 / 可愧忘親子

 

까치[喜鵲]

네 몸은 늘 사람을 가까이하고 / 爾身常近人

사람들도 너를 함부로 안 대하니 / 人亦不相暴

쌓아온 은정이 본래 깊었기에 / 恩情本來深

반가운 소식 있으면 먼저 알리누나 / 有喜能先報

 

제비[燕燕]

옛날에 이르기를 이 새는 / 古語云玆鳥

오의공자의 무리라 하는데 / 烏衣公子儔

지금 말 잘하는 게 이와 같으니 / 能言今若是

축타의 무리인가 의심한다 / 還訝祝鮀流

 

참새[黃雀]

꽃가지에서야 울어서 더 좋지만 / 花枝啼更好

논밭의 곡식을 다 쪼아서 먹는다 / 田粟喙能殘

네 족류가 도리어 번성하여서 / 族類還繁盛

사랑과 미움 받으며 살아가누나 / 其生好惡間

 

굴뚝새[黔禽]

울타리 사이로 드나들고 / 出入藩籬間

뜰 안을 몰래 다니누나 / 潜行庭戶裏

하늘이 이 새를 내려보내 / 皇天降此禽

인간사를 몰래 감찰하게 했구나 / 暗察人間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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