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의 진실/언론보도

2024년 한국 언론은 누가 지배하고 있는가

淸潭 2024. 6. 5. 13:02

2024년 한국 언론은 누가 지배하고 있는가

[창간기획]  올해 유진기업‧흥국산업 각각 YTN‧경인일보 인수, 구성원 우려
10년 전과 비교해 11개 언론사 건설‧금융‧유통‧IT 등 대주주 전환
언론산업 쇠퇴 속 대주주 역할 중요 “공적책임 인식하고 지원해야”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5.17 10:42
  • 수정   2024.05.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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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지분구조 변화.
▲경인일보 지분구조 변화.
▲전주방송(JTV) 지분구조 변화.
 

YTN, 경인일보, JTV(전주방송). 올해 대주주가 바뀐 언론사들이다. 30년 공적 소유구조를 유지해 온 보도전문채널 YTN의 최대주주가 지난 2월7일 유진기업으로 변경됐다. 이어 지난 3월28일 경인일보는 주주총회를 열고 이기윤 흥국산업 회장을 경인일보 회장으로 선임했다. 유진기업은 레미콘과 건자재유통 분야를 기반으로 성장해 레미콘 업계 1위로 통하는 1조5000억 원(연결 재무제표 기준) 규모의 대기업이다. 연 매출 800억 원대의 흥국산업 역시 레미콘, 건축자재 분야를 기반으로 성장해 경기도 지역에서 자리 잡고 있다. JTV는 일진홀딩스가 대주주였는데, 지난 2월 일진홀딩스의 자회사 일진다이아몬드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대주주가 바뀐 언론사는 8곳이 더 있다. 서울신문, 헤럴드, G1(강원방송), UBC(울산방송), 전자신문, 아시아경제, KBC(광주방송), 매일신문 등이다. 서울신문은 호반그룹 계열사인 서울미디어홀딩스와 ㈜호반건설, 헤럴드는 중흥토건(주), G1은 SG건설 외 2인, UBC는 ㈜삼라로 건설사가 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경제는 사모펀드 회사인 키스톤다이내믹제5호투자목적회사, KBC는 ㈜케이비씨지주와 특수관계자가 대주주에 올랐다. 매일신문((주)코리아와이드→(주)코리아와이드, ㈜아스톤에셋)과 전자신문(호반건설→(주)더존비즈온)은 두 번 손바뀜이 일어났다.

▲서울신문 지분구조 변화.
▲헤럴드 지분구조 변화.
▲G1 지분구조 변화.
▲UBC(울산방송) 지분구조 변화.
▲아시아경제 지분구조 변화.
▲KBC(광주방송) 지분구조 변화.
▲전자신문 지분구조 변화.
▲매일신문 지분구조 변화.

집계는 전자공시시스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년 언론연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등의 자료와 취재를 종합했다.

YTN과 경인일보는 신임 대주주와의 소송전(戰) 혹은 협상이 진행 중이다. 2인 체제로 운영 중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김홍일)는 지난 2월7일 YTN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을 강행했다. 일주일 뒤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고한석)는 서울행정법원에 YTN 민영화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고한석 지부장은 “(대주주는) 보도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며 “영화 ‘더 포스트’ 사주처럼 역할을 하지 않을 거면 애초에 언론사를 소유하려고 하면 안 된다. 기업이 언론사를 소유하면 대관업무(정부나 정치권을 상대로 하는 업무) 하기 편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직원들을 검찰, 국회, 부처 등에 넣을 수 있다. 사주가 되면 정치권 인사와 가까이하게 될 기회도 많아진다. 기업들이 홍보실을 기자 출신들로 채우는 거랑 비슷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김백 사장을 막아서고 “공언련 활동 하셨지 않나. 후쿠시마 오염수 우려가 스토킹인가? 해직사태 또 일으킬 건가?” 등을 물으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YTN은 유진그룹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인수를 했을 거다. 그중 언론사들도 눈독을 들였던 걸로 안다. YTN은 단순히 어느 지역신문을 갖는 수준이 아니다. YTN은 하나의 독립된 회사로서의 큰 회사, 양질의 회사”라며 “(미디어와) 동떨어진 건설업자가 와서 미디어 기업을 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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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는 1999년 이후 특정 주주가 대주주로 자리매김한 적이 없다. 주요 주주들의 지분율이 14~17%였다.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기존 경인일보 경영진이 증자를 통해 적자구조 개선을 꾀하려던 상황에서 흥국산업이 등장했다. 흥국산업은 경인일보 측에 2대 주주 경기고속(15.83%), 3대 주주 남우(14.89%), 유앤아이디벨롭먼트(2.62%), 씨이티(2.38%) 등의 주식을 매집했거나 위임받는 등 전체 주식의 50% 이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신지영 언론노조 경인일보지부장은 “현재 대주주와 경인일보에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감자 후 증자 절차를 밟고 있다. 이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이달 편집권 독립에 대한 상생 협약을 체결하려고 한다. 그 부분도 지켜지는지 봐야 한다. 두 가지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변동 후 겪는 ‘기사 삭제’ 문제는 대주주가 보도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2022년 3월 매일신문 최대주주인 천주교 대구대교구(98.92%)는 72년 만에 대구‧경북 지역 운송업체인 코리아와이드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대주주 변경 후, 기자와 데스크도 모르게 온라인에서 기사 삭제가 반복됐다. 지난 1월2일 자 <‘홍준표 초상화’ 고교 동창 대구 미술관장 선임 논란> 기사를 포함해 총 5건의 기사가 대주주 변경 후 삭제됐다. 그러자 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와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는 지난 1월3일 “‘힘 있는 신문을 만들어달라는 사주의 당부가 있었다’는 말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갈 따름”이라고 사측을 향한 비판 성명을 냈다.

▲매일신문노조와 기자협회가 작성한 성명서. ⓒ민주당 대구시당

2021년 10월 호반그룹은 서울신문 지분 47.58%를 확보해 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두 달 만에 서울신문은 2022년 1월 자신들의 ‘2019년 호반그룹 대해부’(호반건설이 서울신문 대주주가 되려고 처음 시도한 때) 기획보도 57건을 무더기로 삭제했다. 그러자 서울신문 10년차 이하 기자 중심으로 기수별 반발 성명이 쏟아졌다. 대주주인 김상열 서울미디어홀딩스(호반그룹 창업주) 회장은 “기사가 사실이면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이 사태 후 2022년 하반기에만 20여명의 서울신문 기자들이 줄 퇴사해 한겨레‧한국일보 등 여러 매체로 이직하기도 했다.

주주들이 언론사 주주로 존재하며 제 역할을 하지 않거나, 대주주 자리를 넘보는 사례도 있다. 국제신문은 경영난으로 지난해부터 대주주 능인선원(77.40%)에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승주 언론노조 국제신문 지부장은 “대주주는 몇 년째 대표이사를 불교 신도로 선임해 놓았는데 본 적도 없다”며 “회사 직인은 능인선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채용, 회사 비용 지출 등은 모두 대주주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무언가를 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연합뉴스TV의 경우 2대 주주인 을지학원이 지난해 11월 방통위에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하자 대주주 연합뉴스가 특별취재팀을 꾸려 을지학원 비판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 14일 낮 2시, 언론노조와 국제신문지부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능인선원을 찾아 매각을 촉구하는 상경집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주주 사업에 언론사들의 돈이 활용되기도 한다. 2019년 헤럴드 대주주가 된 중흥그룹은 이듬해 1월 헤럴드 예금 45억 원을 담보로 계열사인 에스엠개발산업에 42억5000만 원 담보를 제공했다. 2주 뒤 헤럴드 예금담보를 받은 에스엠개발산업은 에스지해운 등에서 약 43억 원짜리 선박을 구매했다. 그러자 구성원들이 반발했고 회사는 배로 모래를 들여오는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BS미디어넷의 지분을 91.7% 보유한 TY홀딩스는 지난해 11월 특수목적법인 월드미디어제일차로부터 SBS미디어넷 지분 70%를 담보로 760억 원을 빌리며 방송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한 최초의 대출 사례를 남겼다. 지난 12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되자 SBS미디어넷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영방송 관계자는 비교적 대주주 덩치가 작을수록 방송사를 갖고 무언가를 해보려는 모양새가 더 심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G1은 2018년 대주주 SG건설이 분양하는 아파트 광고를 보도했다며 심의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고, JIBS 역시 대주주의 사업체를 홍보하는 리포트를 보도해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이 관계자는 “대주주가 무슨 일이 있으면 알아서 촬영을 나갔다. 대주주 측에서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줬다. 대서특필은 아니지만, 보도했다. 소위 말해 알아서 기었다. 대주주한테 잘 보이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CJB(청주방송) 지분구조.
▲JIBS(제주방송) 지분구조.
▲KNN(부산경남방송) 지분구조.
▲OBS(경인TV) 지분구조.
▲TBC(대구방송) 지분구조.
▲TJB(대전방송) 지분구조.

언론산업이 불황인 상황에서 대주주의 언론관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희진 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장은 “(언론사 대주주는) 언론이 공기라는 걸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기업과 다른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지역민방 노조 지부장도 “이상적인 관계가 되면 좋다. 지원만 하고 관여는 안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면서도 “순수하게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내가 잘 키워봐야겠다는 순수한 마음만 갖는 대주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고한석 지부장은 “미디어는 사양산업이다. 자본이 뛰어들었으면 비전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맞는 전략을 세워줘야 한다. 그러나 그런 건설 자본이 있는 것 같진 않다. 자기들을 보호해 줄 방패 정도로 생각한다. 유진그룹도 YTN에 투자하겠다고 얘기하는 상황이긴 하다”면서도 “우리나라에 건설 자본이 많고, 승계 구도 차원에서 자식들이 다수가 있어 미디어를 가지면 우리 가문에서 해될 거 없다는 생각이 있다. 미디어에 대해 특별한 철학이 있는 것 같진 않다”고 우려했다.

홍성철 교수는 “언론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사는 그런 자신이 없다. 기업들이 황폐화된 언론시장에 들어와 언론사를 이용해 뭔가를 해보려는 게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며 “내가 돈이 많은데, 사회 환원 차원에서 한국 언론의 건강성 측면에서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나와주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