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명상실

님도 만졌을까 ..

淸潭 2015. 5. 27. 14:17

 

    
     
    오후 2시 ,
    얼굴 맑으신 비구스님이
    "님만 님이 아니고
    긔룬(그리움) 것은 다 님이다"라는
    만해(卍海)의 말을 남기며
    두 손을 합장하고 조용히 일어선다.
    포동포동하게 살찐
    함박꽃 문살을 민 채 대웅전을 나와
    햇살이 가득한
    절 마당에 내려 서 본다.
    옛 향로(香爐),
    그 속에 가득한 온기 없는 재
    어쩌면 그 재들이 
    인연(因緣)의 줄을 맺게 할 지도 모르는 일
    자꾸만 언어(言語)의 그물에 
    잡혀들어 간다.
    그물코마다 구슬이 달려
    서로를 비춘다는
    제석천궁(帝釋天宮)의 보물
    인다라(因陀羅) 그물
    무한(無限) 겹겹의 비춤이 있는
    그런 그물이면 좋으련만
    어떻게 이 그물을 비집고
    헤어날 수 있을까.
    아, 라울라(障碍) ..
    바람같은 세월 산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낭랑한 풍경(風磬)소리
    뎅긍 ..
    천년을 울리고 되돌아 와
    다시 천년으로 되돌아오는 고요
    마음은 적막공산(寂寞空山)
    둥둥 ..
    하늘이 처음 열리듯
    우주(宇宙)를 두드리는 소리
    법고(法鼓)가 울린다.
    뭇 생명(生命)을 깨우치는
    목어(木魚)가 운다.
    산은 가득 차 있고
    산은 비어 있다.
    차고 비어 있음은
    마음 두기에 달려 있는 일
    오는 것도 마음
    가는 것도 마음
    가고오는 게 모두가
    인연(因緣)따라 업(業)따라 오가는 것을 ..
    회회일생 廻廻一生
    미이일보 未移一步
    본래기위 本來其位
    천지이전 天地以前
    일생을 돌고 돌았으나
    한 걸음도 옮긴 바 없나니
    본래 그 자리는 
    하늘 땅보다 먼저 이니라.
    그날,
    님이 섰던 자리 휘어진 노송(老松) 앞에 
    오늘은 내가 섰다.
    봄볕 아래 뻗은 청솔 가지에
    가만히 손을 대 본다.
    님도 만졌을까..?
    소중한 것은 
    작은 인연으로 오는 것
    아주 작은 것은
    귀하고 아름다운 것
    선가(禪家)에서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이 오면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고 했다.
    어느 날
    문득 ,
    탑(塔)돌이 하다
    화사한 모습으로 내 앞에
    가만가만 다가 올까.
    운문사(雲門寺) 
    호거산(虎踞山)에 해가 지고 있다.
    범종(梵鍾)의 자비(慈悲)가
    우주(宇宙)를 품어 안는다.
    달이 뜬다.
    푸른 달 그림자 밟고 오는 
    소쩍새 울음소리 ..
    그 소리 떨어진 곳마다 
    산꽃(山花)이 피고
    그 울음 떨어진 물 위에 
    연꽃이 피어난다.
    그 울음소리 주워모아 
    내 마음에 심으면 
    이슬 닮은 맑은 눈이 되어 
    하늘 닮은 푸른 마음에 얹혀질 깨달음이 무얼까
    마음의 눈(心眼)으로 
    못보던 또다른 세상을 보고 있을까.
    마음은 적막(寂寞)
    하늘은 침묵(沈默) ..
    솔숲 위로
    아득한
    무욕(無慾)의 하늘이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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