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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결혼 안한 형때문에 식구들 모두 괴로웠어요

淸潭 2006. 10. 30. 20:33
 

 

결혼은 정말 속박일까? ⓒ 윤태

 


서른 다섯, 노총각 작은 형이 다음 달 결혼한다는 소식이다. 올해가 다가는 시점에서 결혼을 하니 서른 여섯에 장가를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나름이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적잖은 나이다. 형수될 사람은 올해 서른 하나로 나보다는 두 살, 아내보다는 한 살 어리다.


건축일을 하는 작은 형. 그동안 건설 현장 소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휴일에도 줄곧 현장에 나와 있었다. 이 때문에 여자는 언제 만나 연애를 할 것이냐며 가족들이 걱정도 많이 했지만 용케 한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됐다. 인연이 숨어 있었나보다.


사실 그동안 결혼안한 작은 형 때문에 골머리를 많이 썩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은 동네 창피라며 늘 속상해하셨다. 도회지 같지 않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작은 형보다 자그마치 10살 정도 아래인 동네 아이들도 시집 장가가 아들 딸 잘 낳고 사는 집도 많은데... 이 모습은 본 부모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작은 형보다 5년 먼저 결혼한 나도 형 때문에 마음고생 많았다. 특히 아내가 임신중일 때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때 집에 가면 임신에 대한 이야기는 입도 뻥긋 못했다. 어머니께서 작은 형 있는데서는 아기에 대한 기쁜 내색을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작은 형 앞에서 아기 얘기가 나올라치면 어머니는 눈치를 주시곤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내 결혼식과 아기 낳았을 때, 그리고 아기 돌잔치 때도 작은 형은 참석하지 않았다. 행사 때문에 서울이나 성남으로 부모님이 올라오셨을 때 작은 형은 텅 빈 시골 집에서 외양간의 소나 지키는 신세가 되었다.


명목은 소를 지키는 것이지만 실상은 먼저 결혼한 동생일이라 어머니께서 못가게 하신 것이다. 작은 형이 참석하고 동생이 소를 지켜도 무방한 일인데, 굳이 형이 시골에 남았던 것이다.


사실 그랬다. 6남매 중에 셋은 결혼했고 네 번째가 내 차례인데, 형이 장가갈 날만 마냥 기다라고 있을 순 없는 일이었다.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는 순서대로 시집 장가 보내는게 좋겠지만, 임자가 나섰을 때 어느 누구라도 먼저 보내고 싶으셨던 마음도 있으셨다.


나이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대게 여동생이 먼저 시집가고 나중에 오빠가 결혼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나이 차이가 두 살 터울인 작은 형과 나, 부모님께서는 형을 먼저 보내고 싶어 하셨지만 사귀는 사람 등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내가 먼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작은 형은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때 집에 오는 걸 두려워했다. 부모님은 물론 큰형, 큰누나, 작은 누나 등의 결혼 압박 때문이었다. 그동안 작은 형은 결혼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좋은 사람 나타나면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서두르고 필요에 의해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작은 형에게 큰형은 “결혼도 능력” 이라고 결혼을 위한 노력을 하라고 작은 형을 꾸짖었다.


작은 형 결혼에 대해 부모님은 크게 기뻐하시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다. 아무래도 노총각이 젊은(?)아내를 맞이한다는데서 부모님의 부담도 있는 듯 싶다. 쉽게 말해 형수될 사람이 작은 형을 구제해줬다고 생각하시는 듯 하다.


이번 추석때도 형수 될 사람이 인사 다녀갔는데, 무척이나 신경쓰고 조심스러워하셨다. 어떻게 결정한 혼인인데, 행여 깨지기라도 할까봐 부모님은 걱정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결혼식도 형과 형수될 사람이 있는 대전에서 하기로 했고, 상견례도 대전까지 올라가서 하셨다. 일반적이라면 결혼식은 처가가 있는 대전에서 한다해도 상견례 만큼은 시댁 부모님이 있는 곳에서 하는게 맞지 않은가. 서로 서로 편의를 봐주는게 타탕하지만 여하튼 결과는 그렇게 됐다. 이 일을 두고 시누이 되는 누나들은 한마디씩 했다.


“며느리 모시기네?” 라고...


이제 상견례도 마치고 날짜까지 잡힌 상태에서 작은 형과 형수 될 사람이 마찰이 잦은 것 같다. 형이 술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는데 형수 될 사람은 그게 불만이다. 술을 많이 마셔 불만이라는게 아니라 자신보다 친구들을 더 챙긴다는 이유에서다. 작은 형도 나름대로 스트레스다. 이런 점에서 작은 형은 결혼이 구속이라는 느낌을 받는 듯 하다.


비록 동생된 입장이지만, 결혼 선배로써 작은 형에게 한마디 해줬다.


친구들도 좋지만 형수 될 사람을 먼저 생각해주라고.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더라도 합석해서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이 말이 얼마나 먹힐지 두고 봐야겠다.






출처 : 새롬이 아빠의 여울목 세상
글쓴이 : 윤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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