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故事成語

명창정궤(明窓淨几)

淸潭 2017. 1. 15. 12:58

명창정궤(明窓淨几)

[요약] (: 밝을 명. : 창 창. : 깨끗할 정)


창문은 햇살로 환하고, 책상 위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뜻으로, 독서와 명상하기에 가장 좋다는 의미.

[출전] 서거정(徐居正)의 시 명창(明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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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조선일보 [정민의 世說新語] 명창정궤(明窓淨几)의 글.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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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글씨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글귀는 예서로 쓴

작은 창에 볕이 많아, 나로 하여금 오래 앉아 있게 한다(小窗多明, 使我久坐)”는 구절이다. 작은 들창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그는 방 안에서 미동(微動) 없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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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정궤(明窓淨几). 창문은 햇살로 환하고, 책상 위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이 네 글자는 선비의 공부방을 묘사하는 최상의 찬사다. 서거정(徐居正·1420~1488)명창(明窓)’에 나온다.

밝은 창 정갈한 책상 앞에 앉아 향을 사르니 / 明窓淨几坐焚香

한가한 가운데 취미가 거나함을 깨닫네. / 頗覺閑中趣味長

사귐은 진번과 끊어져 객탑을 매달았지만 / 交絶陳蕃懸客榻

시는 장길보다 많아서 해낭에 가득하구나. / 詩多長吉滿奚囊

일생을 두고 이미 모신의 계책 그르쳤거늘 / 一生已誤謀身計

백년을 살자고 어찌 각로방을 기다릴쏜가. / 百歲何須却老方

다만 돈이 있어 술사서 취할 수만 있다면 / 但得有錢勤買醉

시비 우락 따위는 둘 다 서로 잊으련다. / 是非憂樂兩相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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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귐은 …… 매달았지만: 객탑(客榻)은 손님 접대용의 걸상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친구들과 점차 멀어지는 것을 한탄한 말이다. 후한 때의 고사(高士)였던 예장 태수(豫章太守) 진번(陳蕃)은 빈객(賓客)을 전혀 접대하지 않았으되, 다만 당대의 고사였던 서치(徐穉)가 찾아오면 특별히 걸상 하나를 내다가 그를 정중히 접대하고, 그가 떠난 뒤에는 다시 그 걸상을 걸어 두곤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卷53 徐穉列傳

[-2]시는 …… 가득하구나: 장길(長吉)은 당대(唐代)의 시인 이하(李賀)의 자이고, 해낭(奚囊)은 이하의 종 해노(奚奴)의 주머니란 뜻으로, 이하가 매일 제공(諸公)과 함께 명승지를 놀러 다니면서 그때마다 해노에게 금낭(錦囊)을 지고 따르게 하여 시를 얻는 족족 그 주머니에 담았던 데서 온 말이다. 昌谷集 李長吉小傳

[-3]각로방(却老方): 사람이 늙지 않고 장생불사할 수 있는 약방(藥方)을 이른다. 한서(漢書)25교사지(郊祀志)에 의하면, 한 무제(漢武帝) 때 방사(方士) 이소군(李少君)이 각로방을 가지고 천자를 알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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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吳長·1565~ 1617)은사호집(思湖集) ‘서실소기(書室小記)’에서

고인의 책이 수십 질 있어서 밝은 창 깨끗한 책상에서 혹 손길 따라 뽑아서 보고, 혹 무릎을 꿇고 소리 내서 읽으면, 문득 생각이 전일하고 간절해지는 것을 느낀다(有古人書數十帙, 明窻靜几, 或隨手抽檢, 或斂膝誦讀, 頗覺意思專切)”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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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지(柳元之·1598~1674)병을 앓은 뒤(病起)’란 시도 있다.

따뜻한 방 병이 나아 뜻이 조금 맑기에, 시원한 곳 찾아 앉자 기운 절로 편안하다. 인간 세상 으뜸가는 쾌활한 일이라면, 밝은 창 깨끗한 책상에서 시경을 읽는 걸세(溫房病起意差淸, 坐趁輕凉氣自平. 多少人間快活事, 明䆫靜几讀詩經).”

오랜 병치레 끝에 모처럼 책상을 깨끗이 닦고 볕드는 창에 앉아 '시경'을 소리 내어 읽으니, 세상에 아무 부러울 것이 없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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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번역원 DB에서 명창정궤를 쳐보니 무려 171회의 용례가 나온다. 여기에 이어진 아래 구절 중에 몇 가지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옛 책을 소리 내 읽는다(諷誦古書)”, “손을 모두고 무릎을 여민다(拱手斂膝)”, “조촐해서 잡스러움이 없다(蕭然無雜)”, “종일 단정히 앉아 있는다(端坐終日)”, “한 심지의 향을 사른다(焚一炷香)”, “고요히 시서와 마주한다(靜對詩書)”,

오도카니 단정히 앉는다(兀然端坐)”, “도서가 벽에 가득하다(圖書滿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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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잘 드는 창 아래 앉아 책상을 말끔히 치우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 한 해의 구상으로 새해를 시작하면 어떨까? 우리는 너무 말이 많고 심히 부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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