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과 성관계 40대 무죄 판결 두가지 의문
한겨레 입력 2014.11.29 09:40[한겨레]대법, 성폭행 피해 주장 인정 안해
현행법상 13살 미만만 무조건 처벌
상고심은 법령 적용 따지는게 원칙
"부적절 판결은 바로잡아야" 반론도
최근 대법원이 여중생과 수개월간 성관계를 맺은 40대 남성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대법원이 하급심이 해야 할 사실 판단을 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5살 소녀의 성관계 자발적 선택이었을까?
■ '미성년자 성폭행'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40대 연예기획사 사장이 15살 여중생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했고, 둘의 관계는 지속됐다. 여중생은 임신해 아이를 낳았다. 그 뒤, 여중생은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고소했고, 남성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처음 성관계를 맺게 된 상황에 주목했다. 연예기획사 사장이 인대 파열로 몸이 불편한 여중생을 불러내 성관계를 한 점, 여중생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데다 부모가 큰 병을 앓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명시적 협박·폭행이 없었지만 남성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위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봤다. 설사 두 사람이 애인 관계로 발전했더라도 처음 성관계를 맺을 당시에 강제력이 있었다면 강간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처음 성관계를 한 뒤 여중생이 신고하지 않고 관계를 여러 번 지속했고, 임신해 아이를 낳아 기르기로 한 과정과 그 사이 수없이 주고받은 '사랑한다'는 말 등을 종합하면, 남성이 물리력 등으로 여중생을 지배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반적 성 지식을 갖고 있는 중3 여학생의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나중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 말이 아니라, 그 전에 남성에게 '사랑한다'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더 진실하다고 봤다.
판결에 거부감을 느끼는 쪽에서는 '철부지 여중생이 40대 남성을 사랑한다고 하는 건 진짜 사랑이 아니다'라는 입장도 보인다. 현행법은 만 13살 미만인 아동과 성관계를 하면 아이가 거부하지 않더라도 성폭행으로 간주(의제강간)한다. 그 이상 나이면 성적인 문제에서 주체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만 16살까지 심야 시간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아동·여성단체 쪽에서 제기된다. 의제강간 기준 나이를 만 14~16살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하급심의 사실 판단 대법이 뒤집어도 되나?
■ 대법원이 사실심을?
대법원이 하급심이 해야 할 사실 판단 문제를 건드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의 법령 적용이 잘못됐는지를 따진다. 이번 사건에서는 하급심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여중생 말이 맞다"고 판단한 문제를 대법원이 반대되는 증거를 거론하며 뒤집었다. 한 판사는 이를 두고 "이렇게 사실 판단을 뒤집으니 하급심에 대한 신뢰가 깨진다. 평소 하급심 심리 충실화 정책을 추진해본들 대법원 스스로 하급심의 영역에 개입하는데 사법 불신이 해소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원래 법률심이라는 대법원의 역할과 사실심이라는 하급심의 역할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성폭행 사건은 다른 범죄에 비해 형량이 높기 때문에 유무죄 판단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만큼 남성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은 한 사건의 최종 결정은 대법원이 하는 것이다. 만약 1·2심에서 부적절한 판결을 했는데 대법원이 사실 판단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확정하면 결국 대법원이 뭐하고 있냐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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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13살 미만만 무조건 처벌
상고심은 법령 적용 따지는게 원칙
"부적절 판결은 바로잡아야" 반론도
최근 대법원이 여중생과 수개월간 성관계를 맺은 40대 남성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대법원이 하급심이 해야 할 사실 판단을 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미성년자 성폭행'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40대 연예기획사 사장이 15살 여중생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했고, 둘의 관계는 지속됐다. 여중생은 임신해 아이를 낳았다. 그 뒤, 여중생은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고소했고, 남성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처음 성관계를 맺게 된 상황에 주목했다. 연예기획사 사장이 인대 파열로 몸이 불편한 여중생을 불러내 성관계를 한 점, 여중생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데다 부모가 큰 병을 앓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명시적 협박·폭행이 없었지만 남성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위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봤다. 설사 두 사람이 애인 관계로 발전했더라도 처음 성관계를 맺을 당시에 강제력이 있었다면 강간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처음 성관계를 한 뒤 여중생이 신고하지 않고 관계를 여러 번 지속했고, 임신해 아이를 낳아 기르기로 한 과정과 그 사이 수없이 주고받은 '사랑한다'는 말 등을 종합하면, 남성이 물리력 등으로 여중생을 지배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반적 성 지식을 갖고 있는 중3 여학생의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나중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 말이 아니라, 그 전에 남성에게 '사랑한다'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더 진실하다고 봤다.
판결에 거부감을 느끼는 쪽에서는 '철부지 여중생이 40대 남성을 사랑한다고 하는 건 진짜 사랑이 아니다'라는 입장도 보인다. 현행법은 만 13살 미만인 아동과 성관계를 하면 아이가 거부하지 않더라도 성폭행으로 간주(의제강간)한다. 그 이상 나이면 성적인 문제에서 주체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만 16살까지 심야 시간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아동·여성단체 쪽에서 제기된다. 의제강간 기준 나이를 만 14~16살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하급심의 사실 판단 대법이 뒤집어도 되나?
■ 대법원이 사실심을?
대법원이 하급심이 해야 할 사실 판단 문제를 건드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의 법령 적용이 잘못됐는지를 따진다. 이번 사건에서는 하급심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여중생 말이 맞다"고 판단한 문제를 대법원이 반대되는 증거를 거론하며 뒤집었다. 한 판사는 이를 두고 "이렇게 사실 판단을 뒤집으니 하급심에 대한 신뢰가 깨진다. 평소 하급심 심리 충실화 정책을 추진해본들 대법원 스스로 하급심의 영역에 개입하는데 사법 불신이 해소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원래 법률심이라는 대법원의 역할과 사실심이라는 하급심의 역할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성폭행 사건은 다른 범죄에 비해 형량이 높기 때문에 유무죄 판단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만큼 남성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은 한 사건의 최종 결정은 대법원이 하는 것이다. 만약 1·2심에서 부적절한 판결을 했는데 대법원이 사실 판단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확정하면 결국 대법원이 뭐하고 있냐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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