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전쟁도 폭력도 없는 착한 세상에서 살 순 없을까

淸潭 2007. 4. 14. 12:41
전쟁도 폭력도 없는 착한 세상에서 살 순 없을까
 
전쟁과 평화, 두 얼굴의 역사
실비 보시에 글|메 앙젤리 그림|장석훈 그림|푸른숲|152쪽|1만원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할까? 같은 종족 사이에 조직적이고 대규모적인 살생을 일삼는 동물은 인간뿐이라는데,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전쟁을 좋아하는 걸까?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전쟁과 평화를 역사(비록 서양사이지만)의 창을 통해 다각도로 조명한 책이다.
교사 출신의 저자 보시에(Baussier)는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성경 속 일화로 전쟁 이야기를 시작한다. 힘도 세고 숫자도 많은 골리앗의 군대에 맞서 돌팔매질 한 방으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다윗을 통해 전쟁에서 늘 힘센 사람(대부분 침략자들)이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며 ‘희망’을 준다. 역사 속에서 전쟁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로마제국과 칭기즈칸 제국, 십자군 이야기를 통해서는 힘으로 이룬 평화가 영원할 수 없다는 진리를, 평화를 명분으로 한 전쟁이 얼마나 잔인하게 변질될 수 있는지를 일깨운다.

그렇다면 전쟁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일까? 저자의 대답은 ‘아니다’ 이다. 수백년 간 고립돼 살아온 에스키모 이누이트족이 사용하는 도구라고는 모피와 돌, 바다표범 기름으로 피우는 등잔불, 칼을 만들 때 쓰는 운철 정도였다. 마다가스카르 섬의 원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치러야 할 땐 제례를 올린 뒤 반드시 선전포고를 하고 왕은 왕하고만 싸우는 원칙이 있었단다. 아이들은 ‘신을 위한 휴전-올림픽’ 이야기를 재미있어 하겠다. 기원전 776년부터 4년에 한번씩 열리고 있는 올림픽 경기가 원래는 고대 그리스 국가들 사이의 전쟁과 대립을 멈추기 위해 시작됐다는 사실. 그러던 것이 원자폭탄과 핵무기를 통한 무차별 집단 살상으로 잔혹하게 진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저자가 수록한 경구들은 전쟁의 참모습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전쟁은 언제나 선량한 사람만을 학살한다(소포클레스)’ ‘사람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군수업체를 위해 죽는 것이다(아나톨 프랑스)’….

물론 전쟁의 양면인 평화, 평화를 일구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룬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와중에 1100명의 생명을 구한 독일인 오스카 쉰들러를 비롯해 100일 동안 무려 80여만 명이 희생된 1994년 르완다 내전에서 후투족에서 학살당하는 투치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일하던 호텔을 피신처로 내놓은 폴 루세사바기나의 이야기는 나중에 가족이 함께 영화(‘쉰들러 리스트’ ‘호텔 르완다’)로 다시 봐도 좋을 것 같다.

김윤덕 기자 , si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