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김병국 등 지음|동아시아연구원334쪽|1만5000원
- 중국이 소득격차와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 상하이 시민들이 대형 할인점에서 쇼핑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 골드만삭스는 2003년 중국의 총 GDP가 2016년이면 일본을 앞지르고, 2041년에는 미국을 추월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한 술 더 떴다. 2020년이면 중국이 미국 경제를 앞지른다는 책 ‘중국이 미국된다’(원제 Thunder from the East)를 7년 전에 썼다. 프랑스 지식인 기 소르망이 작년 ‘중국이라는 거짓말’을 펴내 찬 물을 끼얹긴 했으나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우리에게 이웃 나라 중국의 성장은 기회일까, 위협일까. ‘중국 위협론’은 해외 수출시장에서 한국 상품을 잠식하고, 국내 시장의 경쟁심화로 공장 폐쇄를 낳는 등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는 논리다. 반면 신흥시장 중국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기회론이다. 이근(서울대)·김병국(고려대) 교수에 미국인 변호사까지 포함된 연구자 8명은 여기에 리스크론을 보탠다. 기회든, 위협이든 이미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거나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에 중국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금융 부실이나 재정 위기를 겪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할 것인가. 중국은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격차를 완화하면서 일자리를 늘려갈 수 있는가…. 예측 시점은 2020년으로 잡았다.
저자들은 먼저 중국 정부의 정책목표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들이 보기에 중국 정부의 정책은 우선 순위 없이 모든 것을 약속하는 백화점식이다. 도시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농촌도 살리고, 중산층도 키우고 빈곤층도 해소하겠다는 식의 장밋빛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가장 앞세우는 목표는 정권 유지라고 본다. 정권 유지라는 상위목적을 달성하고자 경제성장과 갈등완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2020년까지는 성장과 갈등관리라는 하위 목표 중에서 갈등관리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표시하는 지니계수는 1995년 0.437로 위험수준인 0.4를 넘어섰으며 2020년엔 0.49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전체소득에서 중산층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초까지 50% 이상이었으나 2004년 45.5%까지 내려갔다.
특히 2015년부터 5년간은 소득분배와 도시 일자리 문제, 농촌소득 저하 문제가 절정에 달할 것이다. 2015년이 넘으면 경제활동인구는 줄기 시작하고, 신규로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수출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느냐도 관건이다. 중국이 2020년까지 이런 위기를 잘 넘긴다면 다시 성장이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경제성장과 환경 오염, 정치적 독재, 노령화사회와 복지 요구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런 전망을 토대로 우리 기업인들에게 비관적 전망과 대안을 동시에 내놓는다. ‘13억 시장’이 실현될 만큼 농촌 시장이 확대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도시의 최상위층을 계속 공략하면서 신흥 중소도시의 시장을 누가 먼저 적절한 타이밍으로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향후 유망한 시장으로는 외국인 지분에 대한 규제가 풀리고 있는 서비스 및 전략적 제조업 부문들이라는 조언까지 내놓는다. 학술적 성격이 강하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은 물론 중국 펀드를 사놓은 투자자들까지 들춰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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