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겨울잠 자고, 햇빛도 쉬어가는…
열두 달 숲 이야기
글을 읽지 않고 그저 한가로이 책장만 넘기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사진처럼 정교하되 화가의 따뜻한 감성이 듬뿍 밴 세밀화 덕분이다. 글도 서정적이고 ‘입말’(구어체)로 풀어가고 있어서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읽어주기 좋은 책이다.
책장을 펼치기 전 이렇게 운을 떼면 아이의 호기심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숲의 비밀을 우리가 알아볼까?” “자, 너와 내가 함께 이 숲 속을 걸어간다고 상상해보는 거야.”
1월의 숲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동물들은 은신처에서 겨울잠을 자고, 새들은 노래하지 않고, 햇빛은 힘이 없고, 식물들은 꽃을 피우지 않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가문비나무 줄기를 곡예사처럼 오르내리는 동고비와 가을에 저장해놓은 너도밤나무열매를 찾기 위해 눈 속을 파헤치는 다람쥐 등 적막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숲의 풍경이 펼쳐진다.
‘밤에 숲을 걸어본 적 있니?’ 하고 묻는 8월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밤의 고요함은 ‘거짓’이라는 것! 낮 동안 은신처에서 잠을 자던 동물들은 해가 진 다음 깨어나 어둠의 보호를 받으며 먹이를 찾아나선다. 소리없이 어둠 속을 미끄러지듯 날아다니는 올빼미, 잠자는 야생비둘기를 사냥하기 위해 나무를 재빠르게 옮겨다니는 솔담비 등 밤 동물과 낮 동물의 생태가 한편의 동화처럼 흥미진진하다.
서두에 해당하는 ‘숲의 건축가 빛’에서는 자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빛이 숲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숲의 생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한다. 빛을 더 많이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나무들, 우듬지(나무의 꼭대기 줄기)들이 서로 닿아 지붕처럼 덮어버린 가문비나무 숲에서는 어린 나무나 떨기나무들이 자랄 수 없다는 이야기도 솔깃하다.
단지 숲이 간직한 비밀만이 아니다. 부지런한 부모라면 숲이 제 일생을 다하지 못한 채 망가져가는 원인과 해결방법이 무엇인지 아이와 함께 토론할 기회를 만들어볼 수 있다. 물론 겨울 숲을 함께 걸어봐도 좋을 일이고!
김윤덕기자 , sion@chosun.com
'글,문학 > 책 속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쉽게 읽는 세계사 여행 (0) | 2007.01.20 |
---|---|
이름없는 영웅 ‘그녀들’이 만든 세상 (0) | 2007.01.20 |
원앙이 카사노바라고? (0) | 2007.01.20 |
걸어서 나의 별까지 ... (0) | 2007.01.17 |
life is (0) | 2007.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