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걸어서 나의 별까지 ...

淸潭 2007. 1. 17. 20:23

걸어서 나의 별까지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IMG_4991.jpg빈센트 반 고흐 / 신성림 옮김

                                                                                                  예담 / 1999년6월15일 초판

                                                                                                           2005년8월10일 개정판2쇄 발행

 

 

 

 

# 선물하고 싶은 책.

 

지금 만약 제가 무척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을 한권 선물할 수 있다면 망설임없이 이 책을 사주고 싶습니다.
고흐는  자신의 삶, 가장 치열했던 시기를 송두리째 그림에 쏟으며 살다간 화가로뿐만 아니라
남겨놓은 편지글만으로도 훌륭한 작가였음을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책 한권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페이지도 허술하게 넘어 갈 수가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은 고흐의 그림도 골고루 감상할 수 있고
그 그림이 그려지던 시기의 감정변화와 그를 고통스럽게 했던 가난, 아프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삶과 예술에 대한 광기에 앞서는 애착과 경외심을 긍정의 눈빛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적으로 드러나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한없이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그의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진정으로 행복한 예술가로 존경하게 되는지,
왜 그의 그림들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으로 생생하게 파고드는지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느 한 사람의 치열했던 삶을 통해 투영되는 나 자신과 오롯이 서게되는 당혹감 조차도 기꺼운,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 제겐.

 

 

 

#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1853년 3월30일, 네델란드 브라반트 지방의 작은 마을 그루트준데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처음부터 그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숙부 세사람이 모두 화상인 덕분에
1869년 7월부터 유명한 미술품 매매점인 구피Goupil화랑의 수습사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1872년 8월, 같은 일을 하게된 동생 데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평생에 걸친 두사람의 편지왕래가 시작되었습니다.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모두 668통 이나 됩니다.
구필화랑의 지점근무에 의해 런던, 파리 등지로 옮겨가던 고흐는 1877년 5월 신학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암스텔담으로 갔지만 신에대한 이론적 학습과 실제로 복음을 전파하는 과정의 갈등사이에서 방황하다가
1978년7월 신학공부를 그만두고 전도사가 되어 벨기에의 탄광지역인 보리나주로 갑니다.
하지만 엄격한 태도와 광적인 신앙심,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다른 종교인들과의 마찰등으로 힘든 생활을 합니다.


1879년 여름, 고흐는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침내 전업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을때 동생 테오는 경제적인 지원을 약속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었던 가난과

어쩌면 화려한 천재성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지만 현실의 상처로 인해 광기가 되어버린 그의 예술혼...

평생을 자신의 그림값으로 데오에게 보담을 하고 싶어했지만 하지 못한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내 영혼을 주겠다' 고 말했던 고흐.

물감을 살 돈이 넉넉치 않아서 물감을 사용하는게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던 그가

지금 그가 떠난후, 테오도 떠난 후의 그의 그림값을 보면 과연 행복해할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봅니다.

고흐는 타고난 재능보다는 목숨을 걸만큼의 노력으로 완성된 화가입니다.

그래서 그의 삶과 그림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광채로 빛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1890년 7월27일.
초라한 다락방의 침대 위에 피를 흘리고 누워있는 그를 라부의 가족이 발견합니다.
 ㅡ 스스로 가슴에 총탄을 쏜 것입니다. 오베르의 성 뒤쪽에 있는 밀밭에서.
닥터 가셰와 닥터 마제리가 라부의 집으로 급히 달려습니다.
이튿날 파리에 있던 데오는 가셰의 편지를 받도 오베르로 왔습니다.
두 형제는 이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짧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7월29일 새벽 1시30분 동생의 품에 안긴 채  "이 모든것이 영원히 끝났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파란 가득한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나이 37살, 모두 879점의 그림 을 남겼습니다.

 

 


# 테오.

유난한 형제애를 보여준 고흐와 테오의 관계는 

형제간에 있을 수 있는 단순한 애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형을 위해 존재했던 사람처럼 고흐가 죽은지 6개월 후에 세상을 떠난 테오는
어쩌면 고흐의 그림을 위해서, 혹은 우리 인류의 미술사에 선명한 한 획을 아름답게 긋는 일을

도와주기 위해서 찾아와 준 천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임무가 끝났으므로 더 이상 이 지상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듯 훌쩍 고흐를 따라 떠나버린걸 보면...

 

만약 고흐가,  자신도 빠듯한 생활을 꾸려가면서도 형을 후원했던 테오의 도움이 아니라
여느 음악가들이나 미술가들처럼 부자집 귀족들의 후원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다면
과연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그의 그림같은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삶에서 만나는 고독과 가난은 그 그림자가 짙어 견뎌내기 무척 힘든것이지만
그 어두운 것들이 무겁고 깊게 품었다 내 놓는 색채는 세상 그 어느것보다도 환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어둡고 외로운 것들을 견뎌 보석이 되게 하는것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내 능력을 믿어주는 사람에 의해서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합니다.

 

아들의 이름을 빈센트라 지은 테오는 

이 아이가 형처럼 강직하고 용감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편지에 쓰고있습니다.
고흐에게 보낸 편지 곳곳에서 보여지는 테오의 심성은 그지없이 순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입니다.
고흐가 죽은지 6개월 후인 1891년 1월 25일,
형의 죽음 이후 갑자기 건강이 악화된 테오는 네덜라드의 위트레흐트에서 33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고흐의 서간집이 출간된 1914년에 테오의 유해는 형의 무덤 옆에 안치되었습니다

 

 

 

책 속, 고흐의 편지 중에서...

 

# 삶은 소중히 여겨야 할 값진 것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있다.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그래서 늘 변하게 마련인 우리 마음과 날씨를 생각해 볼때,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된다.

 


#  나에겐 그림밖에 없다.

 

어쩌면 네 영혼 안에도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있느지도 모르지.
그러나 누구도 그 불을 쬐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라곤 굴뚝에서 나오는 가녀린 연기뿐이거든.

그러니 그냥 가버릴 수 밖에.

 

우리가 용감하다면 고통과 죽음을 완벽하게 받아들임으로써,

그리고 스스로의의지와 자기애를 깨끗이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런건 나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싶고, 사람을 만나고 싶고, 그리고 우리 삶을 만드는 모든 것,

네가 원한다면 인공적인 것이라 불러도 좋은 그 모든 것을 접하고 싶다.

그래, 진정한 삶이란 다른 어떤 것일 테지.

그러나 나는 살아가고 고통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그런 사람은 못 되는 것 같다.

붓을 한번 움직이는 것은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그림을 그린 캔버스가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보다 더 가치가 있다.

그 이상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 사실이 나에게 그림을 그릴 권리를 주며,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래...  나에게는 그러 권리가 있다.

 

 

# 걸어서 나의 별까지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건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청도 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결핵, 암등은 천상의 운송수단 인지도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노래와 함께 고흐의 그림들이 계속 나옵니다. 꼭 다 보고 가세요~ ^^*>

 

 

 

 

 The paintings of Vincent Van Gogh set to Don McLean's "Starry Starry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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