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회[感懷〕/ 홍여하(洪汝河)
목재집 제2권 / 시(詩) / 감회 31수〔感懷三十一絶〕
천지가 개벽하여 반이 되려는데 / 元會天將半
건곤의 태양이 동에서 솟네 / 乾坤日出東
본체는 허명하여 묘용을 담고 / 本虛涵妙用
태극은 그 가운데 있는 듯 없는 듯 / 太極有無中
땅이 중국에 비해서는 작지만 / 地方華夏小
하늘이 태사를 동쪽으로 보냈네 / 天遣太師東
은나라 우물 있는 오랜 강토이고 / 殷井舊疆在
홍범구주의 교화가 남아 있네 / 禹疇遺化中
북쪽 연꽃 핀 제방을 산보하고 / 散步荷堤北
동쪽 버드나무 언덕에서 읊조리네 / 微吟柳岸東
시는 꽃이 핀 뒤에 나오고 / 詩生花綻後
술은 새 소리 가운데 다하네 / 酒盡鳥聲中
작약은 소나무 단상에 피었고 / 紅藥松壇上
단풍은 대나무 언덕 동편에 물드네 / 丹楓竹隴東
매화 동산 옆 연꽃 계단 / 梅園傍荷砌
그 속에 공부하던 글방 있네 / 筮塾在其中
불교는 서역 천축국에서 왔고 / 貝籙西天外
단서는 벽해 동쪽으로 전했네 / 丹書碧海東
누가 알리오 양가의 학술이 / 誰知兩家術
천기의 틀 속에서 돌고 돎을 / 旋轉氣機中
서재 창가에 꽃 그림자 드리우고 / 書窓花影亞
조는 책상에 오동 그늘이 동으로 지네 / 睡榻梧陰東
나직하게 소강절의 시를 읊조리고 / 康節微吟外
꿈속에서 주공을 만나네 / 周公短夢中
기자는 어째서 이곳으로 왔으며 / 箕子何來此
공자도 왜 또 동으로 오려 했던가 / 宣尼又欲東
도가 백왕의 으뜸이었건만 / 道冠百王上
왕이 될 자리에서 지혜 감추고 살았네 / 明夷五位中
기린은 노나라 교외에서 쓰러지고 / 麟踣魯郊外
봉황새 쇠하여 주나라 동천했네 / 鳳衰周室東
춘추에 수천 가지 의리가 / 春秋數千義
해와 별처럼 밝게 빛나네 / 炳烺日星中
훌륭하구나 우 좨주여 / 卓哉禹祭酒
동방에서 처음으로 역전을 연구했네 / 講究易初東
복희 문왕의 오묘함 풀어내고자 / 欲解羲文妙
주역본의 가운데 잠심했었지 / 潛心本義中
주자 이후 설을 속찬하고 / 續纂紫陽後
회택 동쪽 설을 집대성하였네 / 輯成滙澤東
일찍이 빗고 씻어 내놓고도 / 曾經梳洗出
오히려 없는 글로 해 버렸네 / 猶入無文中
어찌하면 사법을 밝게 알아 / 若爲了史法
사서에 이 나라 역사를 채울까 / 汗竹滿天東
화려하고 과장된 좌전을 뛰어넘어 / 突過浮夸左
사기 가운데서 물결치리라 / 波瀾腐史中
고려 왕조 오백년 / 松都五百載
복록이 온전히 융성하진 않았네 / 茀祿欠全隆
단지 후왕에게 남겨준 계책의 뜻은 / 只爲貽垂意
그 근원이 불교에서 나온 것이네 / 根源竺敎中
양연은 자비로운 마음 실천했고 / 梁衍慈悲行
제양공은 금수라 기롱받았네 / 齊襄鳥獸風
자손이 많아도 백 명을 채우지 못했으니 / 諸孫不滿百
푸른 바다에 한 척 배 같았네 / 滄海一帆中
제후에겐 두 명의 정실부인 없지만 / 諸侯無二嫡
중자에게는 특별히 궁을 지어 주었네 / 仲子別成宮
천자가 혜공의 부의를 보내주니 / 天王歸惠賵
중자의 손에 글자가 있었기 때문이지 / 有文在手中
거문고는 화류에서 울리고 / 琴絃韻花柳
깃대에 봄바람이 스치네 / 旗脚拂春風
질문은 사비 상에 이르고 / 問到四非上
마음은 석 달을 어김없이 보존하네 / 心存三月中
위진은 현묘한 이치 숭상했고 / 魏晉崇玄理
양당은 불조의 선풍 떨쳤네 / 梁唐振祖風
노나라 들판에 오성이 이어지고 / 連珠魯野上
송나라 하늘에 일월이 합쳐졌네 / 合璧宋天中
당나라 때엔 상서로운 빛 감추더니 / 唐天閟瑞旭
송나라 시대엔 맑은 빛 바람부네 / 宋日來光風
묵은 찌꺼기 싹 쓸어 없애니 / 査滓渾消盡
가슴속이 씻긴 듯 상쾌하네 / 胸襟灑落中
정자는 공부 단계가 엄밀하고 / 程氏階梯密
소요부는 학문의 세계가 공허하네 / 堯夫樓閣空
봄바람 자리에 불어오고 / 春風來座上
가을 달 중천에 다다르네 / 秋月到天中
세인들은 다 달을 가리키는데 / 世人渾指月
정백자는 홀로 풍월을 읊조리며 돌아왔네 / 伯子獨吟風
공자는 무우에서 바람 쐬는데 찬동하였고 / 童冠舞雩上
안자는 단표로 비루한 거리에 있기를 즐겼지 / 簞瓢陋巷中
강서는 간이함을 힘쓰고 / 江西務簡易
남악은 불가의 풍조에 젖었네 / 南嶽襲空風
주자는 박문약례를 종지로 삼아 / 紫陽宗博約
지정하면서도 대중했네 / 至正又大中
처음부터 한계가 없는데 / 自是無邊際
어찌 시작과 끝이 있으랴 / 那能有始終
형상 너머를 방관하며 / 傍觀影像外
단지 짐작하는 중에 있을 뿐이네 / 只在揣摩中
공자가 세상을 떠나신 이후 / 一自玄聖沒
주자가 천추의 바람을 일으켰네 / 千秋紫陽風
공이 우 임금보다 못하지 않으니 / 功應不禹下
교화가 이미 역내에 두루 미쳤네 / 化已覃域中
본성을 받들고 천리를 따르며 / 尊性循天理
박문약례로 참된 공부 이루네 / 博約致眞功
황돈은 사리를 깨닫지 못하여 / 篁墩不曉事
초년 만년설에 엎치락뒤치락 하였네 / 顚倒晩初中
하늘이 퇴계옹을 내려 / 天降退陶翁
남긴 글로 해동을 비추었네 / 遺文照海東
장인봉은 대은봉이 아닌가 싶고 / 丈人疑大隱
낙동강은 민중 땅과 비슷하다네 / 洛水似閩中
경위의 천문은 다 왼쪽에서 돌아 나오고 / 經緯渾旋左
산수의 지구는 도리어 동을 향하네 / 峙流却向東
저절로 변화의 오묘함을 이루어 내니 / 坐成變化妙
마치 맷돌에서 짜내는 듯하네 / 拶出似磨中
퇴계는 수많은 제자를 배출했는데 / 陶翁生不數
서애와 학봉이 고풍을 이었네 / 厓鶴嗣高風
배움에 힘쓰고 자질을 겸비했으니 / 學力兼天質
삼대 중에서 찾아볼 만 하겠네 / 試求三代中
만 가지 이치를 끝까지 궁구하면 / 萬理敎透徹
하나의 근원이 본래 맑고 허령하지 / 一源本澄空
이제야 알겠네 사마자미는 / 方知司馬子
거듭한 생각이 잘못된 탐구에 있었음을 / 念念枉求中
경문의 문맥을 훤히 통달한 학술은 / 活絡經文脈
익재 목은 따라 동으로 왔었네 / 曾隨益牧東
어째서 사서 읽는 방법을 / 如何四書法
백 년 가운데 실추시켰나 / 墜失百年中
우렛소리 천만 호를 열고 / 雷闢萬千戶
36궁에 봄기운 피어나네 / 春生卅六宮
내가 지금 하루 종일 말해 보아도 / 儂今終日語
어찌 그림에서 벗어날 수 있으랴 / 那得離圖中
평탄하고 평탄한 터전에 / 坦坦平平地
한 치씩 공부를 쌓아가네 / 銖銖寸寸功
특이한 발상을 할 필요가 없으니 / 莫要奇特想
단지 이 산중에 있을 뿐이네 / 只在此山中
대청과 마루와 방을 배치하여 / 排比廳堂室
동서남북에 고루 자리 잡았네 / 均停南北東
형체가 없는 걸 어찌 잡을까 / 無形何可執
정일하면 절로 집중할 수 있네 / 精一自能中
[주-D001] 천지가 …… 되려는데 :
천지가 개벽하여 멸망할 때까지 12만 9600년 1주기를 일원(一元)이라 하고, 일원을 12로 나눈 한 단위 1만 800년을 일회(一會)라 한다. 《皇極經世 觀物篇一》
[주-D002] 하늘이 …… 보냈네 :
《사기(史記)》에 주(周) 무왕(武王)이 은(殷)의 주왕(紂王)을 정벌하자, 기자는 주(周)를 섬기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무왕은 기자를 조선(朝鮮)에 보내고 신하로 여기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구절은 기자가 조선으로 온 사실을 가리킨다. 《東史提綱 卷1 朝鮮紀》
[주-D003] 은나라 …… 있네 :
은나라 우물은 평양에 있는 문정(文井)ㆍ무정(武井)을 가리킨다. 우주(禹疇)란 우 임금의 홍범구주(洪範九疇)를 가리키는 말로, 맨 처음 하우씨(夏禹氏)가 낙수(洛水)에서 나온 신귀(神龜)에게서 얻은 것인데, 이것이 대대로 전해져 기자(箕子)에 이르러 기자가 무왕(武王)의 물음에 대답한 이후로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주-D004] 단서는 …… 전했네 :
은나라의 기자(箕子)가 우리나라로 건너 온 사실, 즉 유학이 전래되었음을 가리킨다. 단서(丹書)는 일반적으로 하도(河圖)ㆍ낙서(洛書)의 유로 천명이 기록된 문서를 뜻하는데, 본문에서는 유학(儒學)을 지칭한다. 벽해(碧海)는 푸른 바다, 즉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주-D005] 천기의 …… 돎을 :
불교와 유교의 기운이 바뀐다는, 유불교체(儒彿交替)의 의미이다. 기기(氣機)란 천지의 일정한 질서에 따라 운행하게 하는 자연의 기능을 가리키는데, 주자의 〈감흥시(感興詩)〉 가운데 ‘사람의 마음은 오묘하여 헤아릴 수 없으니, 드나드는 데 기기를 탄다.〔人心妙不測 出入乘氣機〕’라는 말이 있다.
[주-D006] 나직하게 …… 읊조리고 :
강절(康節)은 송나라의 시인 소옹(邵雍)을 가리킨다. 그는 오언절구 〈청야음(淸夜吟)〉에서 “달은 하늘 한복판에 이르고, 바람은 물 위에 불어오누나. 이와 같은 청랑한 경지를, 아는 사람 아마도 많지 않으리.〔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라고 노래하였다.
[주-D007] 꿈속에서 주공을 만나네 :
공자가 젊은 시절에는 주공의 도를 행하려는 굳은 의지 때문에 꿈속에서 가끔 주공을 보았었는데, 늙음에 미쳐서는 의지 또한 쇠약해져서 다시는 꿈속에도 주공을 만나지 못하자, 이를 탄식하여 이르기를 “심하다, 나의 쇠함이여. 내가 다시 꿈속에 주공을 만나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다.〔甚矣吾衰也 久矣吾不復夢見周公〕”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述而》
[주-D008] 도가 …… 살았네 :
명이(明夷)란 밝음을 감춘다는 뜻으로, 《주역》 〈명이괘 상(象)〉에 “육오(六五)는 기자(箕子)의 명이(明夷)이니 정(貞)함이 이롭다.”라고 하고 이를 풀이하기를 “오(五)가 군위(君位)가 됨은 떳떳한 일이다.……오(五)가 밝음을 상(傷)하는 군주와 매우 가까이 있으니, 만약 그 밝음을 드러내면 상해(傷害)를 당함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마땅히 기자(箕子)가 스스로 감추듯이 하면 난(難)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五爲君位 乃常也……五切近傷明之主 若顯其明 則見傷害必矣 故當如箕子之自晦藏 則可以免於難〕”라는 말이 있다.
[주-D009] 기린은 …… 쓰러지고 :
노 애공(魯哀公) 14년에 서쪽으로 사냥을 나가 기린을 잡았는데, 공자가 그 소식을 듣고는, 기린은 성왕(聖王) 시대의 상서인데 성왕이 없는 세상에 나왔다가 잡혀 죽었다 하여, 주(周)나라의 도가 부흥하지 못함을 마음 아프게 여겼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春秋左傳 哀公14年》
[주-D010] 봉황새 …… 동천했네 :
봉황은 치세(治世)에만 나타나고 난세(亂世)에는 숨는 영물로 알려져 있다. 봉황과 같은 공자가 어째서 이 난세에 나왔느냐고 초광(楚狂) 접여(接輿)가 탄식하며 “봉황이여 봉황이여, 어쩌면 그토록 덕이 쇠하였는가.〔鳳兮鳳兮 何德之衰〕”라고 노래한 내용이 《논어》 〈미자(微子)〉에 나온다.
[주-D011] 훌륭하구나 …… 연구했네 :
우 좨주는 고려 중기의 학자인 우탁(禹倬)을 이른다. 그는 특히 《주역》에 정통하였고, 벼슬은 충숙왕 때 성균 좨주(成均祭酒)에 이르렀다. 《정전(程傳)》이 처음으로 왔을 때에 우리나라에서 아는 이가 없었는데, 탁이 곧 문을 닫아걸고 달포를 연구하더니 드디어 해득하고 생도들에게 가르쳤다. 《東史綱目 第14上》
[주-D012] 주역본의 :
주자의 저술로, 《주역》의 본의(本義)를 해석한 책이다. 주자는 송대의 의리학으로 일컬어지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은 소강절의 상수학을 채용한 성격이 강하다.
[주-D013] 화려하고 …… 뛰어넘어 :
당대(唐代)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춘추》의 근엄함과 《좌씨전(左氏傳)》의 화려하고 과장됨과 《주역》의 기이하면서도 법도에 맞음과 《시경》의 바르면서도 화려한 것.〔春秋謹嚴 左氏浮誇 易奇而法 詩正而葩〕”이라는 말이 있다. 《古文眞寶後集 卷3》
[주-D014] 단지 …… 것이네 :
고려 태조(太祖)가 내렸다고 하는 〈훈요십조(訓要十條)〉를 가리키는데, 이 십조 가운데 첫째가 바로 불교를 숭봉하라는 내용이다.
[주-D015] 양연은 …… 기롱받았네 :
양연(梁衍)은 양 무제(梁武帝) 소연(蕭衍)을 가리키는데, 그는 평생에 특히 불교(佛敎)를 독신 수행(篤信修行)하였다. 제양공(齊襄公)은 그의 누이 문강(文姜)과 간음하였는데, 이를 풍자한 내용이 《시경》 〈제풍(齊風) 재구(載駈)〉에 수록되어 있다.
[주-D016] 제후에겐 …… 주었네 :
중자(仲子)는 노(魯)나라 혜공(惠公)의 둘째 부인으로서 환공(桓公)의 어머니이다. 혜공의 서자(庶子)인 은공(隱公)이 환공을 대신해서 섭정(攝政)하면서 정부인이 아닌 중자에게 별궁(別宮)을 지어 제사 지냈다. 《春秋左氏傳 隱公5年》
[주-D017] 천자가 …… 때문이지 :
태어날 때부터 노나라 왕의 부인이 되리라는 글씨가 손에 적혀 있어서 노나라로 시집왔다. 또 장공을 낳음으로 별궁을 지어 주면서 혜왕의 신주를 모시게 하고, 또 천자가 부의까지 보내주었다는 의미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은공 1년 도입부에 “송무공이 중자를 낳으니, 중자가 태어나면서부터 손바닥에 ‘노부인이 된다.’라는 글자꼴의 문양이 있었다. 그러므로 중자가 우리 혜공에게 시집왔다.〔宋武公生仲子 仲子生而有文在其手 曰爲魯夫人 故仲子歸于我〕”라는 말이 있다.
[주-D018] 거문고는 화류에서 울리고 :
공자의 거문고 연주란 뜻으로, 《장자(莊子)》 〈어부(漁夫)〉에 “공자가 행단 가에 앉자, 제자들은 책을 읽고, 공자는 노래부르며 거문고를 연주했다〔休坐乎杏壇之上 弟子讀書 孔子絃歌鼓琴〕”란 구절이 있다.
[주-D019] 질문은 …… 이르고 :
사비(四非)란 안연(顔淵)이 공자에게 인(仁)을 묻자, 공자가 이르기를, “사욕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克己復禮爲仁〕”라고 하므로, 안연이 다시 그 조목(條目)을 묻자, 공자가 이르기를, “예가 아니거든 보지를 말고, 예가 아니거든 듣지를 말고, 예가 아니거든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거든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顔淵》
[주-D020] 마음은 …… 보존하네 :
공자가 “안회는 그 마음이 석 달 동안 인(仁)을 어기지 않았고, 나머지 사람은 하루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인에 이를 따름이다.〔子曰回也 其心三月不違仁 其餘則日月至焉而已矣〕”라고 하였다. 《論語 雍也》
[주-D021] 양당은 …… 떨쳤네 :
양(梁)과 당(唐)은 이연(李淵)이 세운 당(唐)이 멸망한 뒤에 나타난 이른바 오호십육국 가운데 한 나라들이다. 조풍(祖風)은 불조(佛祖)의 선풍(禪風)을 떨쳤다는 의미로, 주로 불가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주-D022] 노나라 …… 합쳐졌네 :
이 단락에서 연주(連珠)는 금ㆍ목ㆍ수ㆍ화ㆍ토의 5성(星)이 나란히 서는 오성연주(五星連珠)를, 합벽(合壁)은 해와 달이 겹쳐 보이는 일월합벽(日月合壁)을 뜻하는 말로 모두 상서로운 조짐을 뜻한다.
[주-D023] 가슴속이 …… 상쾌하네 :
이 말은 원래 황정견(黃庭堅)이 〈염계시서(濂溪詩序)〉에서 주돈이의 높은 인품과 탁 트인 흉금을 묘사하여 “흉금이 시원하기가 마치 맑은 바람과 씻은 듯한 달.〔胸中灑落 如光風霽月〕”이라고 한 데서 온 것으로 송나라의 상서로움이 이와 같다는 뜻이다.
[주-D024] 소요부는 …… 공허하네 :
요부는 소강절(邵康節)의 자로, 그가 선천상수학(先天象數學)에 탐닉하여 정자의 《정전(程傳)》 등과 학문의 경지를 달리한 것을 가리킨다.
[주-D025] 세인들은 …… 돌아왔네 :
이정(二程)이 주돈이(周敦頤)에게 공부할 때 주돈이는 늘 그들에게 공자와 안자가 즐긴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게 했다. 이때 정호(程顥, 伯子)가 “내가 주무숙을 재차 찾아뵌 뒤에 음풍농월하고 돌아오면서, 공자께서 증점(曾點)과 함께 하겠다고 한 그 호연한 기상을 느꼈다.〔自再見周茂叔後 吟風弄月以歸 有吾與點也之意〕”라고 한 말이 있다. 《宋史 卷427 道學列傳》
[주-D026] 강서는 …… 젖었네 :
여기서 강서는 강서학파, 즉 양명학을 가리키며, 남악은 안휘성(安徽省) 잠산현(潛山縣)에 있는 불교 성지로, 불교를 지칭한다.
[주-D027] 지정하면서도 대중했네 :
=대중지정(大中至正). 유가에서 말하는 지극히 공명정대한 도리를 가리킨다. 《朱子語類 卷83》
[주-D028] 황돈은 …… 하였네 :
황돈은 《심경부주(心經附註)》를 편찬한 정민정(程敏政)의 자다. 홍여하는 왕양명의 ‘주자만년정론설(朱子晩年定論說)’도 정민정의 주장을 잘못 받아들인 것이라 비판하였다. 《木齋集 卷6 題陽明集走者晩年定論後》
[주-D029] 장인봉은 …… 싶고 :
장인봉은 청량산의 주봉(主峰)으로 여기서는 이황을 의미한다. 대은봉은 주자가 강학했던 무이산(武夷山)의 다섯 봉우리 가운데 하나로, 일반적으로 주자를 의미한다.
[주-D030] 낙동강은 …… 비슷하다네 :
주자가 정자의 학문을 계승했다는 뜻이다. 낙민이란 낙수(洛水)에 정호(程顥)ㆍ정이(程頤) 형제가 있었고, 민중(閩中)에 주자(朱子)가 있었기에 정주학(程朱學)의 의미로 쓰인다.
[주-D031] 경위의 …… 향하네 :
주돈이가 편찬한 〈태극도설(太極圖說)〉의 원리를 설명한 것이다.
[주-D032] 서애와 학봉 :
두 사람 모두 퇴계의 직전 제자로 서애(西厓)는 유성룡(柳成龍)을, 학봉(鶴峯)은 김성일(金誠一)을 가리킨다.
[주-D033] 이제야 …… 있었음을 :
사마자미는 사마승정(司馬承禎)의 자(字)이다. 사마승정은 당(唐)나라 사람으로, 호는 백운(白雲)ㆍ백운자(白雲子)ㆍ중암도사(中巖道士)이고, 시호는 정일 선생(貞一先生)이다. 정자(程子)가 “사마자미(司馬子微)가 〈좌망론(坐忘論)〉을 지었으니, 이는 이른바 좌치이다.” 하였다. 좌망은 앉아서 모든 것을 잊는 것인데 이렇게 의식적으로 모든 것을 잊으려 하는 생각이 도리어 더 큰 생각이므로 결과적으로 마음이 밖으로 달려가는 것이 된다는 뜻이다. 《心經 卷3》
[주-D034] 익재 목은 :
이제현(李齊賢, 1287~1367)과 이색(李穡, 1328~1396)을 가리킨다.
[주-D035] 어째서 …… 실추시켰나 :
이제현과 이색이 유학풍을 동국으로 들여왔으나, 이후 이황이 나올 무렵까지 100여 년 동안 유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주-D036] 우렛소리 …… 열고 :
이 구절은 주자의 〈답원기중논계몽(答袁機仲論啓蒙)〉에, “홀연 야밤에 일어나는 한 소리 우레에, 만호 천문이 차례로 열리누나.〔忽然半夜一聲雷 萬戶千門次第開〕”라는 대목에서 인용하였다.
[주-D037] 36궁에 봄기운 피어나네 :
64괘 중 반체(反體)가 상경(上經)에 12괘, 하경(下經)에 16괘가 있고, 대체(對體)가 상경에 6괘, 하경에 2괘가 있어서, 도합 36가지기에 이를 36궁이라 한다. 따라서 36궁이란 곧 주역 64괘를 말함과 다름이 없으며, 음이 극에 달하면 양이 생겨 36궁이 열림으로 봄이 돌아온다는 대자연의 순환하는 이치를 말하는 것이다. 송나라 소옹(邵雍)의 〈관물음(觀物吟)〉에, “천근 월굴이 한가로이 왕래하는 가운데 삼십육궁이 온통 봄이로구나.〔天根月窟閒往來 三十六宮都是春〕”라는 구절이 있다.
[주-D038] 어찌 …… 있으랴 :
이 구절에서 그림은 소옹의 〈주역선천도(周易先天圖)〉를 가리킨다.
[주-D039] 단지 …… 뿐이네 :
당나라 가도(賈島)의 〈방도자불우(訪道者不遇)〉 시에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스님은 약초를 캐러 나갔다네. 이 산속에 계신 것만은 분명한데, 구름이 깊어서 어딘지는 모른다네.〔松下問童子 言師採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라는 표현이 있다.
[주-D040] 대청과 …… 잡았네 :
심(心)을 의인화하여 그림으로 제시한 신명사(神明舍)를 설명한 것으로, 조식(曹植, 1501~1572)의 신명사도(神明舍圖)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D041] 정일하면 …… 있네 :
정일(精一)이란 정밀하게 이치를 살피고 전일(專一)하게 실행을 한다는 뜻으로, 《서경》 우서(虞書) 〈대우모(大禹謨)〉에서 순 임금이 우 임금에게 천하를 양위할 때 “인심은 위태하고 도심은 미묘하니 오직 정밀하고 전일하여야 진실로 그 중을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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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感懷)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