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설여편(剩說餘編) 上 -105편
지봉집 제30권 / 이수광
잡저(雜著)
1 잉설여편 상〔剩說餘編 上〕
1 하늘은 크다. 그러므로 만물이 가로막을 수 없으니, 사람 마음이 능히 하늘을 본받으면 사물에 가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2 하늘이 말하지 않아도 미더운 것은 미더움이 사계절에 있다.
3 사람이 기국과 도량이 있은 뒤에야 뭇사람을 용납할 수 있다. 기국과 도량이 작은 자는 남에게 용납 받기에도 겨를이 없는데, 하물며 남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4 군자는 도(道)를 이루는 것을 임무로 삼고, 도를 행하는 것을 책임으로 삼으니, 그 임무가 크고 책임이 무겁기가 이와 같다. 그러므로 한시도 안일하고 태만함이 없는 것이다.
5 성인(聖人)의 도는 진실로 높고도 멀다. 그러나 높고 먼 가운데 평탄하고 실제적인 곳이 있으니, 배우는 자는 우선 평탄하고 실제적인 곳에서부터 높고 먼 곳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6 성인은 스스로 성인이라 여기지 않으니, 스스로 성인이라 여기면 성인이 아니다.
7 배우는 자가 털끝만큼이라도 편하고 좋은 쪽을 택하려는 생각을 가지면 이 또한 이욕(利欲)의 마음이니, 가장 마음에 해가 된다.
8 하늘이 오상(五常)의 덕(德)을 사람에게 부여하였으니, 귀하다고 이를 만하다. 하늘이 그 귀한 것을 부여해주었는데 스스로 귀하게 여길 줄 모른다면 하늘을 어김이 무엇이 이보다 심하겠는가.
9 사람이 허물을 알지 못하는 것은 밝지 못한 것이요,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은 용감하지 못한 것이다. 밝지 못하고 용감하지 못하면 반드시 선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불인(不仁)한 데 그치고 말 것이다.
10 배우는 자는 선대 성현의 말씀에 대해 귀로만 듣지 말고 반드시 마음속에 간직하고, 눈으로만 보지 말고 반드시 마음속에 보존해야 할 것이니, 보존하여 잃지 말고 간직하여 내보내지 말면 거의 도에 가까울 것이다.
11 아무리 도를 구하는 데 성실하다 하더라도 계교하고 속히 하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성심(誠心)이 아닐 것이다.
12 마음속에서 스스로 얻은 것은 그 얻은 것이 실제이고, 마음속에서 스스로 안 것은 그 안 것이 진짜이니, 진짜로 안 것이 있고 실제로 얻은 것이 있은 뒤에야 이를 ‘학문’이라 이를 수 있을 것이다.
13 범인의 마음도 성인의 마음과 똑같다. 그러므로 배우는 자가 나의 마음으로 성인의 마음을 구하면 성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요, 성인의 마음을 얻어서 나의 마음으로 삼으면 성인도 거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4 배움은 익히는 데 달렸으니, 익히면 익숙하고 익히지 않으면 서투르다. 지금 배우는 자들이 의리에 대해 서투르고 쓸데없는 일에 대해 익숙한 것은 익힌 것이 그렇기 때문이다.
15 배우는 자가 도에 대해 듣지 못하면 그만이지만, 들으면 반드시 행해야 하고, 행하지 못하면 그만이지만 행하면 반드시 독실해야 한다.
16 사람의 마음이 고요하면 하나이고 고요하지 않으면 둘이다. 그러므로 ‘고요함을 주장하는 것[主靜]’을 요체로 삼는다.
17 사람이 일상생활 사이에서 늘 자신의 성품 가운데 편벽된 곳을 생각하여 점검하고 극복해 다스리면, 기질을 변화시키는 방도에 응당 유익한 점이 있을 것이다.
18 ‘극기(克己)’의 ‘극(克)’은 ‘군사를 써서 적을 이긴다[用師克敵]’는 말과 같다. 자기의 사욕이란 적이다. 한번 싸워 승리하면 천리(天理)로 돌아가니, 천리로 돌아간 뒤에는 적이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천리로 돌아가지 못하여 사욕으로 하여금 잠복하여 때때로 불쑥 일어나게 하면 이겼다고 이를 수 없을 것이다.
19 사람이고서 무(武)하지 못하면 스스로 다스리는 데 용맹하지 못하니, 위 무공(衛武公)이 ‘무공’인 것이 어찌 늙어서도 스스로 힘썼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20 재능이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오직 배움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며, 배우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오직 재능을 이루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21 무릇 ‘정좌(靜坐)’라고 하는 것은 마음을 보존하고 뜻을 정하여 망녕된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말하지, 형체를 거두어 가다듬어 앉아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22 배우되 근면하지 않으면 배움이라 이를 수 없고, 근면하되 성실하지 않으면 근면이라 이를 수 없다. 그러므로 학문을 함은 근면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성실을 귀하게 여긴다.
23 문사(文詞)란 하나의 기예에 불과하여 아무리 공교하더라도 이로울 것이 없으므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자신을 닦고 남을 다스리는 학문으로 말하면 사람마다 응당 스스로 힘써서 하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24 학문을 함은 응당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음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니,[當從不妄語始] 이 말이 가장 긴요하다.
25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것은 학자의 일이요, 생각하지 않아도 얻는 것으로 말하면 성인이다. 그러므로 학문은 생각을 하는 데서 시작하니, 생각은 성인이 되는 근본이다.
26 마음에 얻는 것을 ‘덕(德)’이라 하고, 몸에 행하는 것을 ‘행(行)’이라 하며, 집에 베푸는 것을 ‘정(政)’이라 하고, 천하에 베푸는 것을 ‘화(化)’라 하니, 모두 도(道)를 미루어 넓히는 것이다.
27 무릇 사람이 일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꼭 재주와 능력이 미치지 못해서가 아니요, 대부분 견문과 지식이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28 옛 도를 배우는 것은 지금 일에 시행하고자 해서이고, 지금 일에 통달하는 것은 옛 도를 회복하고자 해서이다. 그런데 세상의 말하는 자는 마침내 옛날과 지금은 마땅함이 달라서 서로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아! 그렇다면 옛 도를 배워서 무엇을 하겠으며 지금 일을 통달하여 어디에 쓰겠는가.
29 지금 사람들이 도리(道理)에 대해 간혹 모호하게 말하고 분명하지 못한 까닭은 입에서만 얻고 마음에서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30 배부르게 먹고 하루해를 마치면서 배움에 뜻을 두지 않는 자는 정말이지 군자가 버리는 바이지만, 혹 배우기는 하되 힘쓰지 않는 경우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31 능히 덕성(德性)을 높이는 자는 높고 귀하고 빛나고 드러나서 사람들이 모두 그를 우러르고, 덕성을 높이지 못하는 자는 구차하고 천박하고 낮고 더러워서 사람들이 모두 그를 업신여긴다. 대개 덕성이란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이니, 이를 높이는 것은 자기 자신을 높이는 것이다.
32 모든 일을 능력을 헤아려 행하면 오래가고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33
배우되 즐거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배움이 즐거워할 만한 것임을 참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즐거워할 만하다는 것을 참으로 알면 장차 자기도 모르게 손이 춤추고 발이 뛰어 온 천하의 즐거움도 이것과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참된 앎이 있은 뒤에야 참된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34 ‘맛 없는 맛[無味之味]’과 ‘말 없는 말[不言之言]’이 지극하다 할 것이다.
35 공자(孔子) 문하의 배우는 자들은 성인의 기상을 잘 관찰하였다. 그러므로 형용한 것이 철저하였으니, 그 보고 느끼는 사이에 얻은 것이 지극하다 하겠다.
36 우사(虞史)에서 요순(堯舜)의 덕을 일컬은 것이 몇 글자에 지나지 않으나 묘사가 극진하니, 성현의 학문이 있는 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37 배우는 자가 공부를 할 때 비록 안을 위주로 하지만, 밖이 바르면 안도 바르게 된다. 따라서 ‘사물(四勿)’은 안을 지키는 방법이고, ‘구용(九容)’은 밖을 검속하는 방법이니, 밖과 안을 함께 길러 하나라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38 선유(先儒)가 말한 ‘성(誠)’ 자는 당우(唐虞) 시대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진실로 공손하고 능히 겸양하다[允恭克讓]’와 ‘온화하고 공손하고 성실하고 독실하다[溫恭允塞]’와 ‘진실로 그 중도를 잡는다[允執厥中]’의 ‘윤(允)’이 모두 ‘성’ 자의 뜻이다.
39 성인의 교화가 사람을 감동시키기 쉬운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 덕이 성대하고 정성이 지극하기 때문이다.
40 요순(堯舜)의 도는 효와 공경일 따름이다. 자기의 효를 미루어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효도하게 하고, 자기의 공경을 미루어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공경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요순의 교화이다.
41 어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니, 그 어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자식답지 않다[不子]’ 하고, 그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것을 ‘공경스럽지 않다[不弟]’ 하고, 자식답지 않고 공경스럽지 않는 것을 ‘사람답지 않다[不人]’ 한다.
42 자기 자신이 선하기를 바라면서 배우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요, 자기 자식이 선하기를 바라면서 가르치지 않으면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43 하늘은 말을 하지 않으므로 성인이 이를 말하였으니, 성인의 말씀은 곧 하늘의 말씀이다.
44
하늘은 만물을 주재하는 권한을 조화(造化)에 맡겨두고 주재하지 않는 것을 공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오래가고 쉼이 없을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하늘이 되는 이유이다.
45 성인은 지혜와 힘이 사람을 복종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는 인(仁)을 미루어 남의 어질지 못함을 감화시키고, 나에게 있는 성(誠)을 다하여 남의 성실하지 못함을 감화시킨다.
46 천지간 일상생활의 모든 일이 천리(天理)의 유행이 아님이 없다. 따라서 사람이 다만 그때그때 성찰하여 동정(動靜)이 마땅함에 합하게 하면 바로 이것이 천리이니, 여기에서 벗어난 채 하늘을 말하는 자는 틀렸다. 그러므로 “사람의 도가 곧 하늘의 도이다.[人之道 卽天之道也]”라고 하는 것이다.
47 어짊[仁]은 양(陽)에 속하니 살리는 유(類)이고, 사나움[暴]은 음에 속하니 죽이는 유이다. 그러므로 살리기를 좋아하는 자는 남을 살리고 자기도 살리며, 죽이기를 좋아하는 자는 남을 죽이고 자기도 죽이니, 이는 각기 그 유를 따르기 때문이다.
48
천지(天地)는 크나큰 공덕이 있는데 뭇 생물이 이를 덕으로 여기지 않고, 우로(雨露)는 지극한 은혜가 있는데 뭇 부류가 그 은혜를 알지 못하니, 이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49 ‘좌상의 춘풍[座上春風]’, ‘사시의 화기[四時和氣]’, ‘흉중의 제월[胸中霽月]’, ‘만고의 광명[萬古光明]’은 배우는 자들이 늘 이러한 풍모를 마음속에 간직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50 사람이 과시하는 마음이 있는 자는 반드시 선을 함에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과(夸)’라는 한 글자는 사람을 무너뜨린 채 일생을 마치게 한다.[夸之一字 壞人終身]”라고 하는 것이다.
51 빠른 효과를 공으로 여기지 말고, 작은 성취를 다행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52 강해(江海)가 백천(百川)보다 장대(長大)한 것은 낮기 때문이니, 낮추지 않으면 크지 못한다. 그러므로 성인이 이를 본받은 것이다.
53 골짝은 비었기 때문에 잘 응하고, 마음은 비었기 때문에 능히 응하니, 성인의 ‘소리가 들어오면 마음이 통한 것[聲入心通]’은 그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다.
54 〈홍범(洪範)〉에 이르기를 “생각함은 지혜로우니, 지혜로움은 성스러움을 만든다.[思曰睿 睿作聖]”라고 하였고,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다.[學而不思則罔]”라고 하였고, 《중용(中庸)》에 이르기를 “신중하게 생각하고 밝게 분변해야 한다.[愼思明辨]”라고 하였다. 대개 성현의 학문은 오로지 ‘생각함[思]’을 주장으로 삼으니, 허노재(許魯齋)가 “요컨대 생각할 수 있는 곳에서 정밀하게 해야 한다.[要當精於可思慮處]”라고 말한 것이 이것이다. 그러므로 배움은 ‘마음속으로 망녕되이 생각하지 않는 것[心不妄思]’을 귀하게 여기니, 《시경(詩經)》에서 “생각함이 없다.[無思]”라고 하지 않고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思無邪]”라고 한 데서 그 뜻을 볼 수 있다.
55 《관자(管子)》에 이르기를 “생각하고 생각하며 또 거듭 생각하라. 생각을 했는데도 통하지 않으면 귀신이 장차 통하게 해준다.[思之思之 又重思之 思而不通 鬼神將通之]”라고 하였는데, ‘귀신’이란 ‘성실[誠]’을 벗어나지 않으니, 성실은 통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자연스러운 응험이 이와 같은 것이니, 《맹자(孟子)》의 이른바 ‘성실하기를 생각함[思誠]’이 이것일 따름이다.
56 분노[忿]는 산과 같아서 위로 솟구치면 누르기 어려우므로 이를 징계하여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고, 욕망[慾]은 못과 같아서 아래로 빠지면 막기 어려우므로 이를 막아서 더 이상 싹트지 않게 해야 하니, 《주역(周易)》에서 상(象)을 취한 것이 대개 이와 같다.
57 ‘마음 심(心)’ 위에 ‘칼 인(刃)’이 있는 것이 ‘참을 인(忍)’이니 참절(斬截)의 상(象)이 있고, ‘밭 전(田)’ 아래에 ‘마음 심(心)’이 있는 것이 ‘생각 사(思)’이니 침잠(沈潛)의 뜻이 있다.
58 처사가 부당(不當)한 점이 있으면 정말이지 잘 처리하지 못한 것이거니와, 그 과당(過當)한 점이 있더라도 잘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59 욕심은 사람마다 똑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왕자(王者)는 사사로운 욕심이 없고 천하가 원하는 것으로 자신의 소원을 삼으니, 《맹자》의 이른바 ‘여색을 좋아하고 재물을 좋아하더라도 백성들과 이를 함께하라[好色好貨 與百姓同之]’는 것이 이것이다.
60 군자가 한 마음으로 만사의 변화에 응하고, 한 이치로 만물의 실정을 궁구하면 잡아 지키는 것이 요약되었다고 이를 만할 것이다.
61 재주가 미치지 못하면서도 억지로 일을 하고 능력이 감당하지 못하면서도 억지로 일을 하다가 이 때문에 실패를 초래하는 자가 많다. 사람이 억지로 힘써야 할 것은 오직 학문일 것이다.
62 오직 군자만이 의리(義理)의 소재를 안다. 그러므로 이해(利害)와 사생(死生)으로 그 마음에 동요되는 바가 없는 것이다.
63 물이 안정되면 사물을 비춰볼 수 있고, 마음이 안정되면 이치를 꿰뚫어볼 수 있다.
64 남들은 말하지 못하는데 홀로 이를 말하는 자는 혹 있기도 하지만, 남들은 행하지 못하는데 홀로 이를 행하는 자는 있지 않다.
65 심신을 수양하기를 그치지 않아서 도를 이룸에 이르고, 학문에 나아가기를 그치지 않아서 성인이 됨에 이르는 것은, 모두 사람에게 달렸지 하늘에 달려 있지 않다.
66 군자는 공(公)에 한결같고 사(私)가 없다. 그러므로 자기가 들은 것에 대해서는 천하 사람들이 함께 듣기를 원하고, 자신이 즐거워하는 것에 대해서는 천하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를 생각한다.
67 남의 선을 칭찬하는 자는 선이 자기에게 돌아가고, 남의 단점을 말하는 자는 단점이 자기에게 있다.
68 나에게 달린 인사(人事)가 극진한 뒤에야 천명(天命)을 말할 수 있으니, 인사를 닦지도 않고 천명에 탓을 돌리고자 하면 이는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69 천하의 악은 모두 사치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사치는 악 중에 큰 것이다.[奢者 惡之大]”라고 하였으니, 예로부터 군자이면서 사치하거나 소인이면서 사치하지 않은 경우는 있지 않다.
70 청렴[廉]은 행실의 우선이요 검약[儉]은 청렴의 근본이니, 검약은 마음에 보존되고 청렴은 일에 나타난다.
71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더라도 산 사람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死者復生 生者不愧]”라고 하였는데, 사군자가 마음을 세움이 이와 같으면 거의 ‘스스로를 속임이 없는[無自欺]’ 데 가까울 것이다.
72 숨겨진 악이 있는 자는 사람이 비록 깨닫지 못하더라도 귀신이 반드시 징벌하고, 남모르는 선을 행하는 자는 사람이 비록 알지 못하더라도 하늘이 반드시 복을 준다.
73 이연평(李延平)이 말하기를 “세상을 속이면서 명예를 훔치는 자는 후손이 없을 것이다.[欺世盜名者 無後]”라고 하였는데, 이 말이 깊고도 간절하다. 명예를 좋아하는 선비는 의당 경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74 세상의 부귀를 탐하는 자는 오직 한때의 쾌락을 쾌락으로 여길 줄만 알고, 만세의 치욕을 치욕으로 여길 줄 모른다. 남들이 저를 오물(汚物)처럼 바라보고 호랑(虎狼)처럼 피하는데도 외려 오연하게 제 딴에는 좋은 계책이라 여기니, 아! 미혹된 짓이로다.
75 유자(劉子)가 말하기를 “밝으면서 어둠을 쓰고, 강하면서 부드러움을 내야 한다.[明而晦用之 剛而柔出之]”라고 하였으니, 맛이 있도다, 이 말이여.
76 《한비자(韓非子)》에 이르기를 “잔꾀와 속임수는 우둔 성실한 것보다 못하다.[巧詐不如拙誠]”라고 하였다. 그런데 한비자는 이러한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끝내 잔꾀와 속임수에 죽었으니,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행하기가 어려운 것이라 하겠다.
77 이른바 ‘숨겨진 악[隱惡]’이라는 것은 단지 행한 일만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남을 속이고 사물을 해치려는 마음이 있으면 천지와 귀신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78 청렴한 자는 늘 만족하며 근심하지 않고, 탐오한 자는 늘 근심하며 만족하지 못한다.
79 사람이 청검(淸儉)으로 자신을 받들면서 너무 심할 정도로 관작(官爵)을 사랑하는 자가 있으니, 이는 그 욕망이 관작 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욕망을 없애지 못한 채 관작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는 못하는 짓이 없는 것이다.
80 굴자(屈子)가 이르기를 “전일한 그 기운 매우 신명하여 고요한 밤중에 절로 존재한다.[一氣孔神 于中夜存]”라고 하였으니, 그 말이 매우 신묘하다.
81 음양(陰陽)이 교감하여 만물이 생겨나고, 한서(寒暑)가 교감하여 만물이 이루어지고, 천지가 교감하여 만물이 통태(通泰)하다.
82 도(道)는 본래 형체가 없고 형상이 없으니, 형체가 없는 형체는 천지(天地)가 이것이고, 형상이 없는 형상은 일월(日月)이 이것이다.
83 사람은 천지의 기(氣)를 받아 생겨났다. 그러므로 사람의 기가 화(和)하면 천지의 기 또한 화하니, 그 실제는 동일한 기이다. 그러므로 화를 지극히 하면 만물이 생육되고 화를 손상시키면 온갖 재해(災害)가 닥치는 것이다.
84 천하의 형세는 한쪽이 가벼우면 한쪽이 무거운 법이니, 한쪽으로 치우치게 무거우면 기울어지고, 기울어짐이 극도에 달하면 무너진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그 경중을 조절하여 천하의 형세로 하여금 기울어지거나 무너지는 데 이르지 않도록 할 따름이다.
85 일을 잘하는 자는 반드시 그 대강(大綱)을 먼저 잡는다. 대강이 들리고 나면 그 나머지는 오직 그중에 심한 것만 제거해야 하는데, 지금 사람들은 대강을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절목(節目)의 세미한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강구하여 결국 일을 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86 음악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빠르다. 그러므로 옛날에 백성들을 교화시키되 음악으로 한 것이다.
87 형벌은 백성을 다스리는 방도가 아니다. 그런데도 성인이 이를 사용한 것은 부득이한 데서 나왔다. 백성들은 부득이하게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죽여도 원망하지 않은 것이다.
88 법이 확립되면 폐단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적임자를 얻지 못하고 법을 고치기를 좋아하면 망하지 않을 자가 있지 않을 것이다.
89 백성들과 친근한 자는 수령(守令)만 한 이가 없다. 이른바 ‘친’이란 부자지간(父子之間)을 말하니, 친근히 하는 방도는 ‘평이하게 백성들을 가까이하는 것[平易近民]’일 뿐이다.
90 지혜로운 자는 때보다 앞서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때보다 늦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을 하는 자는 때를 타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91 남의 의견을 쓰고 자기 의견을 쓰지 않는 자는 편안하면서도 공이 있고, 자기 의견을 쓰고 남의 의견을 쓰지 않는 자는 수고로우면서도 공이 적으니, 이것이 공사간의 교(巧)와 졸(拙)에 따른 득실의 구분이다.
92 예의가 박한 집은 집안이 반드시 쇠퇴하고, 덕택이 마른 나라는 나라가 반드시 쓰러진다.
93 군자의 도는 가까운 데로부터 먼 곳에 미친다. 그러므로 자신을 바로잡은 뒤에 남을 바루고, 어버이를 섬긴 뒤에 임금을 섬기고, 집안을 다스린 뒤에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다.
94 지금 사람들은 자기 어버이에게 효도할 줄도 모르면서 남의 아비가 되고, 자기 형에게 공경할 줄도 모르면서 남의 형이 되니, 그의 아들이나 아우가 장차 어디에서 가르침을 받겠는가. 이것이 선왕(先王)의 교화가 행해지지 않는 까닭이니, 효제(孝弟)의 풍속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95 옛날에 어린아이를 가르칠 적에는 쇄소응대(灑掃應對)와 같은 것이 어버이를 섬기고 어른을 공경하는 데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습관이 천성처럼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과업(科業)을 익히고 외우느라 본성을 무너뜨리고, 본성이 무너진 뒤에 이를 회복하기를 구하니, 어찌 어렵지 않겠는가.
96 아홉 길 산을 만들 때에도 한 삼태기 때문에 어그러지기도 하고, 종신토록 선을 하더라도 한 가지 소행 때문에 허물어지기도 한다.
97 안으로 만족하는 자는 바깥에 기대함이 없다. 그러므로 자기가 알아주기를 구하지 않아도 남이 절로 알아주니, 한자(韓子)의 이른바 ‘안이 부족한 자는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데 급급하다.[內不足者 急於人知]’라는 것이 참으로 옳다 하겠다.
98 실제가 명성보다 지나친 것은 복이요, 명성이 실제보다 지나친 것은 재앙이다.
99 살아서도 부끄러움이 있으면 죽느니만 못하고, 죽어서도 전함이 있으면 죽지 않은 것이다.
100 남이 베푼 것은 잊지 말고, 내가 베푼 것은 생각하지 말 것이다.
101 지극히 미미한 바다 새도 오히려 진정과 거짓을 아는데, 하물며 사람이 거짓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말이 거짓되면 사람들이 미워하고, 행실이 거짓되면 하늘이 버린다.
102 쉽게 합치하는 사람은 멀어지기도 쉽고, 빨리 이루어지는 사물은 무너지기도 빠르다.
103 한 군자가 진출하면 백 군자가 진출하고, 한 소인이 진출하면 백 소인이 진출하니, 이는 치란(治亂)과 소장(消長)의 기틀이다. 더구나 무리로는 군자가 적고 소인이 많으며, 진출로는 군자가 어렵고 소인이 쉬움에 있어서이겠는가.
104 배우는 자가 양생(養生)의 도를 구하고자 한다면, 〈향당(鄕黨)〉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105 노년에 학문을 하는 것은 병든 몸을 요양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비록 대단하게 효험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그저 쇠약한 몸을 부지하고 손상된 기운을 돕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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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D001] 하늘이 …… 부여하였으니 :
‘오상(五常)의 덕(德)’은 다섯 가지 본성으로,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ㆍ신(信)을 가리킨다. 참고로 《중용장구》 제1장에 “하늘이 명하신 것을 성(性)이라 이르고, 성을 따름을 도(道)라 이르고, 도를 품절해 놓음을 교(敎)라 이른다.[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한 주희(朱熹)의 주에 “하늘이 음양ㆍ오행으로 만물을 화생함에 기로써 형체를 이루고 리 또한 부여하였으니 명령함과 같다. 이에 사람과 물건이 태어남에 각기 부여 받은 바의 리를 얻음으로 인하여 건순ㆍ오상의 덕을 삼으니, 이른바 ‘성’이라는 것이다.[天以陰陽五行, 化生萬物, 氣以成形而理亦賦焉, 猶命令也. 於是人物之生, 因各得其所賦之理, 以爲健順五常之德, 所謂性也.]”라고 하였다.
[주-D002] 고요함을 주장하는 것[主靜] :
송나라 유학자들의 수양법으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혀 외물의 유혹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송나라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에 “성인은 중ㆍ정ㆍ인ㆍ의로써 정하되 고요함을 주장하시어 사람의 극을 세우셨다.[聖人定之以中正仁義而主靜, 立人極焉.]”라고 하였다.
[주-D003] 사람이 …… 것이다 :
참고로 송나라 상채(上蔡) 사양좌(謝良佐)가 “극기는 모름지기 성품이 편벽되어 극복하기 어려운 곳으로부터 이겨 나가야 한다.[克己, 須從性偏難克處克將去.]”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顔淵 第1章 集註》 《心經 卷1 顔淵問仁章》
[주-D004] 극기(克己) :
자기의 사욕을 이기는 것을 말한다. 안연(顔淵)이 인(仁)에 대해서 묻자,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자기의 사욕을 이겨 예에 돌아가는 것이 인을 하는 것이니, 하루라도 사욕을 이겨 예에 돌아가면 천하가 인을 허여할 것이다. 인을 하는 것은 자기에게 달려 있으니, 남에게 달려 있겠는가.[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顔淵》
[주-D005] 위 무공(衛武公)이 …… 아니겠는가 :
‘위 무공’은 춘추 시대 위(衛)나라의 군주로, 나이가 95세였는데도 오히려 나라에 경계하기를 “경(卿)으로부터 이하로 사(師), 장(長), 사(士)에 이르기까지 진실로 조정(朝廷)에 있는 자들은 내가 늙었다 하여 나를 버리지 말고 반드시 아침저녁으로 공손히 하고 조심하여 서로 나를 경계하라.”라고 하고, 마침내 〈억(抑)〉 시를 지어 스스로 경계하였는데, 그가 죽자 시호(諡號)를 ‘예성무공(睿聖武公)’이라 하였다. 《詩經 大雅 抑》 《國語 楚語 上》
[주-D006] 응당 …… 하니 :
송나라 사마광(司馬光)의 말로, 《심경부주(心經附註)》 권2 〈성의장(誠意章)〉 등에 보인다. 유안세(劉安世)가 일찍이 스승 사마광에게 마음을 다하고 몸을 행하는 요점 중에 종신토록 행할 만한 것을 묻자, 사마광은 “성일 것이다.[其誠乎.]”라고 대답하였다. 다시 “이것을 행하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사마광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음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自不妄語始.]”라고 하였다. 유안세는 처음에 이것을 매우 쉽게 여겼는데, 물러 나와서 스스로 날마다 행하는 바와 말하는 바를 법도에 맞춰 보니, 서로 제지당하고 모순되는 것이 많았다. 그리하여 7년 동안 힘써 행한 뒤에야 완성되었는데, 이로부터 말과 행실이 일치되고 안과 밖이 서로 응해서 일을 만나면 평탄하여 항상 여유가 있었다고 한다.
[주-D007] 배부르게 …… 것이다 :
참고로 《논어집주》 〈양화(陽貨)〉에 “배부르게 먹고 하루해를 마치면서 마음을 쓰는 곳이 없다면 어려운 노릇이다. 장기와 바둑이라도 있지 않은가. 그것이라도 하는 것이 그만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猶賢乎已.]”라고 하였다.
[주-D008] 공자(孔子) …… 하겠다 :
참고로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의 덕을 형용하기를 “온화하고 어질고 공경하고 검소하고 겸양하시다.[溫良恭儉讓.]”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송나라 사양좌(謝良佐)가 “배우는 자들이 성인의 위의(威儀)에서 관찰하면 또한 덕에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공으로 말하면 또한 성인을 잘 관찰하였다고 이를 수 있을 것이요, 또한 덕행을 잘 형용하였다고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성인과의 거리가 천 5백년인데, 이 다섯 가지를 가지고 그 모습을 상상해 보면 아직도 사람으로 하여금 흥기하게 하는데, 하물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자에 있어서랴.[學者觀於聖人威儀之間, 亦可以進德矣, 若子貢, 亦可謂善觀聖人矣, 亦可謂善言德行矣. 今去聖人千五百年, 以此五者, 想見其形容, 尙能使人興起, 而況於親炙之者乎?]”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學而 第10章 章下註》
[주-D009] 우사(虞史)에서 …… 극진하니 :
‘우사’는 《서경》의 〈우서(虞書)〉로, 〈요전(堯典)〉ㆍ〈순전(舜典)〉ㆍ〈대우모(大禹謨)〉ㆍ〈고요모(皐陶謨)〉ㆍ〈익직(益稷)〉 다섯 편으로 이루어졌다. 요(堯) 임금의 덕에 대해서는 〈요전〉에 “공경스럽고 밝고 문채가 드러나고 생각이 심원하시다.[欽明文思.]”라고 하였고, 순(舜) 임금의 덕에 대해서는 〈순전〉에 “깊고 명철하고 문채나고 밝으시며, 온화하고 공손하고 성실하고 독실하시다.[濬哲文明, 溫恭允塞.]”라고 하였다. 참고로 탕왕(湯王)의 덕은 《서경》 〈미자지명(微子之命)〉에 “공경스럽고 성스러우며 넓고 깊으시다.[齊聖廣淵.]”라고 하였고, 문왕(文王)의 덕은 《서경》 〈무일(無逸)〉에 “아름답게 부드럽고 아름답게 공손하시다.[徽柔懿恭]”라고 하였다.
[주-D010] 사물(四勿) :
네 가지 하지 말라는 것으로,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이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조목을 묻자, 공자가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라고 하였는데, 이를 가리킨다. 참고로 이천(伊川) 정이(程頤)가 이른바 ‘사물잠(四勿箴)’을 지으면서, “시(視)ㆍ청(聽)ㆍ언(言)ㆍ동(動) 이 네 가지는 몸의 용(用)인데 심중으로 말미암아 밖에 응하니, 밖을 제재함은 그 심중을 기르는 것이다.[四者, 身之用也, 由乎中而應乎外, 制於外, 所以養其中也.]”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顔淵 第1章 章下註》
[주-D011] 구용(九容) :
군자가 수행(修行)하고 처신(處身)함에 있어 응당 지켜야 할 아홉 가지 자세로, 《예기》 〈옥조(玉藻)〉에 “군자의 용모는 펴지고 느려야 하니, 존경할 사람을 보고는 더욱 공경하고 삼가야 한다. 발 모양은 무겁게 하며, 손 모양은 공손하게 하며, 눈 모양은 단정하게 하며, 입 모양은 그치며, 소리 모양은 고요하게 하며, 머리 모양은 곧게 하며, 숨 쉬는 모양은 엄숙하게 하며, 서 있는 모양은 덕스럽게 하며, 얼굴 모양은 장엄하게 해야 한다.[君子之容舒遲, 見所尊者齊遫. 足容重, 手容恭, 目容端, 口容止, 聲容靜, 頭容直, 氣容肅, 立容德, 色容莊.]”라고 하였는데, 이를 가리킨다.
[주-D012] 당우(唐虞) 시대 :
당요(唐堯)와 우순(虞舜) 시대로, 곧 요순(堯舜) 시대를 가리킨다.
[주-D013] 진실로 …… 겸양하다 :
《서경》 〈요전(堯典)〉에 보이는 말로, “옛 제요(帝堯)를 상고해 보면, 방훈이시니 공경스럽고 밝고 문채가 드러나고 생각이 심원함이 편안하고 편안하시며 진실로 공손하고 능히 겸양하시어 광채가 사표에 미치셨고 상하에 이르셨다.[曰若稽古帝堯, 曰放勳, 欽明文思安安, 允恭克讓, 光被四表, 格于上下.]”라고 하였다.
[주-D014] 온화하고 …… 독실하다 :
《서경》 〈순전(舜典)〉에 보이는 말로, “옛 제순(帝舜)을 상고해 보면 거듭 빛남이 제요(帝堯)에게 합하시니, 깊고 명철하고 문채나고 밝으시며 온화하고 공손하고 성실하고 독실하시어 그윽한 덕이 올라가 알려지시니, 제요가 마침내 직위를 명하셨다.[曰若稽古帝舜, 曰重華協于帝, 濬哲文明, 溫恭允塞, 玄德升聞, 乃命以位.]”라고 하였다.
[주-D015] 진실로 …… 잡는다 :
《서경》 〈대우모(大禹謨)〉에 보이는 말로,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오직 정밀하게 살피고 오직 전일하게 지켜야 진실로 중도(中道)를 잡을 수 있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라고 하였다.
[주-D016] 사람의 …… 도이다 :
명나라 설선(薛瑄)의 《독서록(讀書録)》 권1 등에 보이는 말로, “천지간에 때마다 곳마다 모두 도가 유행하니, 사람의 도가 곧 하늘의 도이다. 그러므로 응당 언제 어디서나 성찰하여 털끝만큼이라도 끊어짐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天地之間, 時時處處, 皆是道之流行, 人之道, 即天之道. 故當隨時隨處省察, 不可有毫髮之間斷也.]”라고 하였다.
[주-D017] 좌상의 …… 광명 :
모두 화락하고 깨끗한 인품을 형용하여 한 말이다.
[주-D018] 과(夸)라는 …… 한다 :
송나라 서산(西山) 채원정(蔡元定)이 아들에게 훈계한 말로, “‘과’라는 한 글자는 사람을 무너뜨린 채 일생을 마치게 한다. 생각과 말에 조금이라도 과시하는 마음이 있으면 즉시 잘라버려야 하니, 가득 참은 덞을 부르고 겸손함은 보탬을 받는 것이 이것이 바로 천도이다.[夸之一字, 壞人終身. 凡念慮言語, 纔有夸心, 即截斷却. 滿招損、謙受益, 時乃天道.]”라고 하였다. 《隨隱漫録 卷1》
[주-D019] 소리가 …… 것 :
공자의 ‘이순(耳順)’을 두고 한 말이다. 《논어집주》 〈위정(爲政)〉에 “예순 살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다.[六十而耳順.]”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주자(朱子)의 주에 “소리가 들어오면 마음이 통하여서 어긋나거나 거슬림이 없는 것이니, 앎이 지극하여 생각하지 않아도 깨달아지는 것이다.[聲入心通, 無所違逆, 知之之至, 不思而得也.]”라고 하였다.
[주-D020] 생각함은 …… 만든다 :
《서경》 〈홍범(洪範)〉에 보이는 말로, “두 번째 오사(五事)는 첫 번째는 모습이고, 두 번째는 말이고, 세 번째는 봄이고, 네 번째는 들음이고, 다섯 번째는 생각함이다. 모습은 공손하고, 말은 순종하고, 봄은 밝고, 들음은 귀밝고, 생각함은 지혜롭다. 공손함은 엄숙함을 만들고, 순종함은 다스림을 만들고, 밝음은 지혜를 만들고, 귀밝음은 헤아림을 만들고, 지혜로움은 성스러움을 만든다.[二五事: 一曰貌, 二曰言, 三曰視, 四曰聽, 五曰思. 貌曰恭, 言曰從, 視曰明, 聽曰聰, 思曰睿. 恭作肅, 從作乂, 明作哲, 聰作謀, 睿作聖.]”라고 하였다.
[주-D021] 배우기만 …… 없다 :
《논어집주》 〈위정〉에 보이는 말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고 하였다.
[주-D022] 신중하게 …… 한다 :
《중용장구》 제20장에 보이는 말로,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밝게 분변하고, 독실하게 행하여야 한다.[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라고 하였다.
[주-D023] 허노재(許魯齋) :
원(元)나라 학자 허형(許衡, 1209~1281)으로, 자는 중평(仲平), 호는 노재,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하내(河內) 출신으로, 정주학(程朱學)에 전념하여 대가를 이루었으며, 특히 일평생 《소학(小學)》을 중시하여 “신명처럼 믿고, 부모처럼 떠받든다.[信之如神明, 奉之如父母.]”라고 하였다. 저서에 《독역사언(讀易私言)》, 《노재심법(魯齋心法)》, 《허노재집》 등이 있다.
[주-D024] 요컨대 …… 한다 :
《노재유서(魯齋遺書)》 권1 〈어록 상(語錄上)〉과 《성리대전서(性理大全書)》 권33 〈심성정(心性情)〉 등에 보이는 말로, 혹자가 묻기를 “마음속에 생각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心中思慮多, 奈何?]”라고 하자, 허형이 대답하기를 “생각하는 것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이지 알아야 할 것을 궁구하는 것이라면 천번 만번 생각해도 괜찮겠지만, 만약 인욕이 싹트는 것이라면 즉시 잘라버려야 하니, 스스로 이를 아는 데 달려있을 뿐이다. 사람의 마음은 허령하여 마른 나무나 식은 재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이치가 없으니, 요컨대 응당 생각할 수 있는 곳에서 정밀하게 해야 한다.[不知所思慮者何事, 果求所當知, 雖千思萬慮, 可也. 若人欲之萌, 即當斬去, 在自知之耳. 人心虚靈, 無槁木死灰不思之理, 要當精於可思慮處.]”라고 하였다.
[주-D025] 마음속으로 …… 것 :
명나라 설선(薛瑄)의 《독서록(讀書錄)》 권4에 보이는 말로, “마음속으로 망녕되이 생각하지 않으면 온 마음이 모두 천리이고, 몸을 망녕되이 움직이지 않으면 온 몸이 모두 천리이고, 일을 망녕되이 행하지 않으면 모든 일이 모두 천리일 것이다.[心不妄思, 一心皆天理; 身不妄動, 一身皆天理; 事不妄爲, 事事皆天理.]”라고 하였다.
[주-D026]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 :
《시경》 〈노송(魯頌) 경(駉)〉에 보이는 말로,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으니, 말을 생각함에 이에 가도다.[思無邪, 思馬斯徂.]”라고 하였다. 참고로 《논어집주》 〈위정(爲政)〉에 “《시경》 3백 편을 한 마디의 말로 덮을 수 있으니,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라는 말이다.[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라고 하였다.
[주-D027] 관자(管子) :
춘추 시대 제(齊)나라의 정치가 관중(管仲)이 저술한 책으로, 법치주의와 경제정책을 서술하고 기타 철학, 윤리까지도 언급하였는데, 모두 24권이나 된다. ‘관중’은 이름은 이오(夷吾), 자가 중(仲)으로,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도와 패업(霸業)을 이루게 하였다.
[주-D028] 생각하고 …… 해준다 :
《관자》 권16 〈내업 제49(內業第四十九)〉에 보인다.
[주-D029] 성실하기를 생각함[思誠] :
《맹자집주》 〈이루장구 상(離婁章句上)〉에 보이는 말로, “성실함은 하늘의 도요, 성실하기를 생각함은 사람의 도이다. 지극히 성실하고서 감동시키지 못하는 자는 있지 않으니, 성실하지 못하면 능히 남을 감동시킬 자가 있지 않다.[誠者, 天之道也; 思誠者, 人之道也. 至誠而不動者, 未之有也, 不誠, 未有能動者也.]”라고 하였다. ‘성’은 힘쓰지 않아도 저절로 도리에 맞는 것이고, ‘사성’은 도리에 맞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주-D030] 분노는 …… 같다 :
《주역》 〈손괘(損卦) 상전(象傳)〉에 “산 아래에 못이 있는 것이 손(損)이니, 군자가 이를 보고서 분노를 징계하고 욕망을 막는다.[山下有澤, 損, 君子以, 懲忿窒慾.]”라고 하였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참고로 《심경부주(心經附註)》 권1 〈징분질욕장(懲忿窒慾章)〉에 주자(朱子)가 “산(山)의 상(象)을 보고서 분함을 징계하고 택(澤)의 상을 보고서 욕망을 막으니, 사람이 분노할 때에는 본래 이처럼 돌발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므로 손권(孫權)이 ‘사람으로 하여금 분기(忿氣)가 산처럼 솟게 한다.’라고 말한 것이다. 욕망은 웅덩이나 못과 같아서 그 속이 더럽고 혼탁하여 사람을 오염시킨다. 그러므로 욕망을 막기를 구렁을 메우듯이 하고 분노를 징계하기를 산을 넘어뜨리듯이 하는 것이다.[觀山之象, 以懲忿; 觀澤之象, 以窒慾. 人怒時, 自是恁突兀起來, 故孫權云令人氣湧如山. 慾如汙澤然, 其中穢濁, 解汙染人. 故窒慾如塡壑, 懲忿如摧山.]”라고 하였다.
[주-D031] 여색을 …… 함께하라 :
맹자(孟子)가 일찍이 제 선왕(齊宣王)에게 왕정(王政)에 대해 설명하면서 왕정은 어느 왕이든 행할 수 있다고 하자, 선왕이 자기는 재물을 좋아하고 여색을 좋아하는 병통이 있다고 하였다. 이에 맹자가 재물을 좋아하더라도 공유(公劉)처럼 하여 온 백성들이 부유하고 풍족하게 하고, 여색을 좋아하더라도 태왕(太王)처럼 하여 온 나라에 원망하는 여자와 홀아비가 없게 하면, 천하에 왕 노릇을 하는 데 어려울 것이 없다고 하였는데, 이를 가리킨다. 자세한 내용은 《맹자집주》 〈양혜왕장구 하(梁惠王章句下)〉 제5장에 보인다.
[주-D032] 사치는 …… 것이다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장공(莊公)〉 ‘24년’ 조에 보이는 말로, 장공 24년 봄에 묘(廟)의 서까래에 조각을 하자 노(魯)나라 대부 어손(御孫)이 간(諫)하기를 “신이 듣건대 ‘검약은 덕 중에 큰 것이고, 사치는 악 중에 큰 것이다.’ 하였습니다. 선군께서는 큰 덕을 지니셨는데 군께서는 선군을 대악(大惡) 속에 모시려 하니, 불가하지 않겠습니까.[臣聞之: 儉, 德之共也; 侈, 惡之大也. 先君有共德, 而君納諸大惡, 無乃不可乎?]”라고 하였다.
[주-D033] 죽은 …… 것이다 :
상대방이 죽더라도 자기가 그 사람에게 한 말은 반드시 실천한다는 말로,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희공(僖公)〉 ‘10년’ 조와 《사기(史記)》 권39 〈진세가(晉世家)〉 등에 보인다. 춘추 시대 진 헌공(晉獻公)이 병이 위독하여 죽게 되었을 때, 여희(驪姬)의 소생인 해제(奚齊)를 세우고자 하여 순식(荀息)에게 부탁하면서 “선비가 어떠하면 신의가 있다고 이를 만한가?[士何如則可謂之信矣?]”라고 하니, 순식이 대답하기를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더라도 산 사람이 자기가 한 말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신의가 있다고 이를 만할 것입니다.[使死者復生, 生者不愧乎其言, 則可謂信矣.]”라고 하며 죽음으로써 충성할 것을 약속하였다. 헌공이 죽자 순식이 해제를 세웠는데, 이극(里克)이 중이(重耳)를 군주로 맞아들이고자 하여 상차(喪次)에서 해제를 살해하였다. 이에 순식이 따라 죽으려 하다가, 해제의 아우인 탁자(卓子)를 세워 보좌하는 것이 옳다는 말을 듣고 탁자를 임금으로 세웠으나, 탁자가 또 조정에서 이극에게 살해당하자 순식도 마침내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목숨을 끊었다.
[주-D034] 스스로를 속임이 없는[無自欺] :
《대학장구》 전 6장(傳六章)에 “그 뜻을 성실하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니, 악을 미워하기를 나쁜 냄새를 싫어하는 것과 같이 하며, 선을 좋아하기를 예쁜 여색을 좋아하는 것과 같이 하여야 하니, 이것을 자겸(自慊)이라 이른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를 삼가는 것이다.[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 故君子, 必愼其獨也.]”라고 하였다.
[주-D035] 이연평(李延平) :
송나라 학자 이동(李侗, 1093~1163)으로, 자는 원중(愿中), 호는 연평, 시호는 문정(文靖)이다. 남검(南劍) 사람으로, 평생을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초야에 묻혀 40여 년간 학문에 전념하였다. 양시(楊時), 나종언(羅從彦)과 함께 ‘남검삼선생(南劍三先生)’으로 불렸으며, 정호(程顥)와 정이(程頤)의 학문이 주희(朱熹)에게 이어지는 교량적 역할을 하였다. 저서에 주희가 편찬한 《연평답문(延平答問)》과 《이연평집(李延平集)》이 있다.
[주-D036] 이연평(李延平)이 …… 것이다 :
이는 송나라 서산(西山) 채원정(蔡元定)이 아들에게 훈계한 말로, 송나라 진세숭(陳世崇)의 《수은만록(隨隱漫録)》 권1에 보인다. 《수은만록》을 상고해 보면 이 단락 뒤에 바로 연평선생(延平先生)의 말이 보이는데, 여기에서 ‘이연평’이라 한 것은 지봉의 착오인 듯하다.
[주-D037] 유자(劉子)가 …… 한다 :
‘유자’는 누구를 가리키는지 상고할 수 없다. 다만 이 말은 명(明)나라 왕정진(王廷陳)의 《몽택집(夢澤集)》 권17 〈기위진야(寄魏軫野)〉에 보이는데, “밝으면서 어둠을 쓰고 강하면서 부드러움을 내야 하니, 이것이 용사(龍蛇)와 척확(尺蠖)이 끝내 몸을 펴고, 총명과 예지가 오묘하게 베풀어지는 이유이다.[夫明而晦用之, 剛而柔出之, 此龍蠖之竟伸, 聖知之妙施也.]”라고 하였다.
[주-D038] 잔꾀와 …… 못하다 :
《한비자》 권7 〈유노 제21(喻老第二十一)〉에 보인다.
[주-D039] 잔꾀와 속임수에 죽었으니 :
한비자는 전국 시대 한(韓)나라 공자(公子)로, 진(秦)의 이사(李斯)와 함께 순경(苟卿)을 사사하였다. 진 시황(秦始皇)이 일찍이 한비자의 글을 보고는 “이 사람과 교유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라고 하며 감탄하자, 이사가 한비자를 진나라로 불러들이기 위해 ‘진나라가 한나라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그러자 과연 한나라는 화친을 위해 한비자를 사신으로 보내왔는데, 진 시황이 한비자를 보고 크게 기뻐하여 그를 아주 진나라에 머물게 하려 하였다. 이에 이사는 진 시황이 한비자를 중용할 것을 두려워하여 모함을 하였는데, 진 시황은 한비자의 인물됨을 아까워하여 투옥시키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사가 옥에 갇힌 한비자에게 독약을 보내 자살할 것을 강요하여 결국 한비자는 이사의 권모술수에 넘어가 그의 손에 죽음을 당하고 말았는데, 이를 가리킨다. 《史記 卷63 老子韓非列傳》
[주-D040] 굴자(屈子) :
전국 시대 초(楚)나라 충신 굴원(屈原)으로, 자가 원이고, 이름이 평(平)이다. 일찍이 회왕(懷王)을 보좌하여 삼려대부(三閭大夫)를 지냈으나 참소를 받아 관직을 떠났으며, 양왕(襄王) 때 다시 참소를 당하여 강남(江南)으로 추방되자 마침내 멱라수(汨羅水)에 빠져 죽었다. 저서에 《이소(離騷)》, 《구가(九歌)》, 《구장(九章)》 등이 있다.
[주-D041] 전일한 …… 존재한다 :
《초사(楚辭)》 권5 〈원유(遠遊)〉에 보이는 말로,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는 받을 수는 있으나 / 道可受兮
전할 수는 없도다 / 而不可傳
작게는 안이 없고 / 其小無內兮
크게는 끝이 없도다 / 其大無垠
네 혼을 어지럽히지 말면 / 無滑而魂兮
심신이 절로 안정될 것이로다 / 彼將自然
전일한 그 기운 매우 신명하여 / 壹氣孔神兮
고요한 밤중에 존재할 것이로다 / 於中夜存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야지 / 虛以待之兮
지레 작위하지 말아야 한다오 / 無爲之先
만물이 절로 이루어질 것이니 / 庶類以成兮
이것이 덕에 들어가는 문이라오 / 此德之門
[주-D042] 화를 …… 생육되고 :
참고로 《중용장구》 제1장에 “희로애락의 정이 발하지 않은 것을 ‘중’이라 이르고, 발하여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 이르니, 중이란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란 것은 천하의 공통된 도이다. 중과 화를 지극히 하면 천지가 제자리를 편안히 하고, 만물이 잘 생육될 것이다.[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라고 하였다.
[주-D043] 평이하게 …… 것 :
온화하게 백성들을 대하여 쉽게 친근해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참고로 《사기(史記)》 권33 〈노주공세가(魯周公世家)〉에 “평이하게 백성들을 가까이하면 백성들이 반드시 귀의한다.[平易近民, 民必歸之.]”라고 하였다.
[주-D044] 남의 …… 구분이다 :
‘교(巧)’는 교사(巧詐)로 잔꾀와 속임수를 말하고, ‘졸(拙)’은 졸성(拙誠)으로 우둔 성실한 것을 말한다. 참고로 《중용장구》 제28장에 “어리석으면서 자기 의견을 쓰기 좋아하며, 천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하기를 좋아하고, 지금 세상에 태어나서 옛 도를 회복하려고 하면, 이와 같은 자는 재앙이 그 몸에 미친다.[愚而好自用, 賤而好自專, 生乎今之世, 反古之道, 如此者, 災及其身者也.]”라고 하였다.
[주-D045] 군자의 …… 미친다 :
참고로 《중용장구》 제15장에 “군자의 도는 비유하면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데로부터 하며, 높은 데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데로부터 함과 같다.[君子之道, 辟如行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라고 하였다.
[주-D046] 쇄소응대(灑掃應對) :
물 뿌리고 청소하며 응하고 대답하는 것으로, 소학(小學)의 공부이다. 주희(朱熹)의 〈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에 “사람이 태어나 8세가 되면 왕공으로부터 이하로 서인의 자제에 이르기까지 모두 소학에 들어가서 물 뿌리고 쓸며, 응하고 대답하며, 나아가고 물러가는 예절과 예ㆍ악ㆍ사ㆍ어ㆍ서ㆍ수에 관한 글을 가르쳤다.[人生八歲, 則自王公以下, 至於庶人之子弟, 皆入小學, 而敎之以灑掃應對進退之節、禮樂射御書數之文.]”라고 하였다.
[주-D047] 아홉 …… 하고 :
끝까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전공(前功)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만다는 말로, 《서경》 〈여오(旅獒)〉에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혹시라도 부지런하지 않음이 없게 하라. 작은 행동이라도 신중하지 않으면 마침내 큰 덕에 누를 끼쳐, 아홉 길 산을 만드는데 공이 한 삼태기 때문에 어그러지는 격이 되리라.[夙夜, 罔或不勤. 不矜細行, 終累大德, 爲山九仞, 功虧一簣.]”라고 하였다.
[주-D048] 한자(韓子) :
당(唐)나라 때 문장가 한유(韓愈, 768~824)로, 자는 퇴지(退之), 호는 창려(昌黎), 시호는 문공(文公)이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육경(六經)과 제자백가에 통달하였으며, 사륙변려문(四六騈儷文)을 위주로 하던 당시의 문풍(文風)을 바로잡고 고문(古文)을 제창하였다. 저서에 《창려선생집》이 있다.
[주-D049] 안이 …… 급급하다 :
송나라 진덕수(眞德秀)의 《서산독서기(西山讀書記)》 권30 〈한자지학(韓子之學)〉 등에 보인다.
[주-D050] 실제가 …… 재앙이다 :
참고로 《맹자집주》 〈이루장구 하(離婁章句下)〉에 “명성이 실정보다 지나침을 군자는 부끄러워한다.[聲聞過情, 君子恥之.]”라고 하였다.
[주-D051] 지극히 …… 아는데 :
미물인 바다 갈매기도 사람의 마음을 알아 속이려는 마음이 있으면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른바 ‘구로망기(鷗鷺忘機)’의 고사를 두고 한 말이다. 《열자(列子)》 〈황제(黃帝)〉에 “바닷가에 사는 어떤 사람이 갈매기를 몹시 좋아하여 매일 아침 바닷가로 가서 갈매기와 놀았는데, 날아와서 노는 갈매기가 백 마리도 넘었다. 그의 아버지가 ‘내가 들으니 갈매기들이 모두 너와 함께 논다고 하던데, 너는 그 갈매기를 잡아와라. 나 역시 갈매기를 좋아한다.’ 하였다. 다음날 바닷가로 나가니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기만 하고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海上之人有好漚鳥者, 每旦之海上, 從漚鳥游, 漚鳥之至者百住而不止. 其父曰: 吾聞漚鳥皆從汝游, 汝取來! 吾玩之. 明日之海上, 漚鳥舞而不下也.]”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진(晉)나라 장담(張湛)의 주(注)에 “마음이 안에서 동하면 형체가 밖에서 변하니, 새도 오히려 아는데 사람의 이치가 어찌 속일 수 있겠는가.[心動於內, 形變於外, 禽鳥猶覺, 人理豈可詐哉?]”라고 하였다. 참고로 당(唐)나라 때 명신(名臣) 육지(陸贄)가 임금에게 올린 주의(奏議)에 “폐하께서는 응당 그 말한 바를 살피되 삼가지 않아서는 안 되고, 그 더부는 바를 믿되 진실하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지극히 미미한 바다 새도 오히려 진정과 거짓을 아니, 신령함을 간직한 부류는 정말이지 반드시 속이기 어렵습니다.[陛下可審其所言而不可不慎, 信其所與而不可不誠. 海禽至微, 猶識情僞, 含靈之類, 固必難誣.]”라고 하였다. 《歴代名臣奏議 卷201 聽言》
[주-D052] 향당(鄕黨) :
《논어》의 편명으로, 공자의 일상생활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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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편 . 끝.
2 잉설여편 지〔剩說餘編識〕
옛날의 군자는 이치가 마음에 계합함이 있고서도 마지못해 입에 올렸다. 그러므로 말을 남기고 글을 짓는 것은 마지못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평소 배운 것이 없어 이치에 계합하는 바가 없으면서도 감히 말을 꺼냈다. 이미 ‘경어(警語)’를 하고서도 다시 이러한 말을 하니, 또한 망녕되지 않겠는가. 이를 ‘잉설(剩說)’이라 한 것은 그만둬야 하는데도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D001] 경어(警語) :
《지봉집》 권29에 보이는 〈경어잡편(警語雜編)〉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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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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