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iv. 서도소리
요약
서도소리란 평안도와 황해도에서 발달한 우리의 전통 소리를 말한다.
서도소리의 대표적인 노래는 평안도 지방의 「수심가」와
황해도 지방의 「난봉가」이다.
서도소리에는 민요, 잡가, 입창(立唱), 재담소리, 송서(誦書), 시창(詩唱) 등이 있다.
o 수심가
노랫말
근래안부(近來安否)가 문여하(問如何)요 월도사창(月到紗窓)에 첩한다(妾恨多)인데
[생각을 하니 임의 화용(花容)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약사몽혼(若使夢魂)으로 행유적(行有跡)이면 문전석로(門前石路)가 반성사(半成砂)로구나
[생각을 하니 임의 화용(花容)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강산불변재봉춘(江山不變再逢春)이요 임은 일거(一去)에 무소식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서러워 나 어이 나 할까요]
추야공산(秋夜空山) 다 저문 날에 모란 황국이 다 피었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덩달아 나 어이 할까요]
일락서산(日落西山) 해떨어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달 솟아온다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아연(啞然)하여 나 어이 할까요]
인생일장(人生一場)은 춘몽(春夢)이 되고 세상공명(世上功名) 꿈 밖이로구나
[차마 진정코 세월이 가는 것 서러워 나 어이 할까요]
친구가 본판은 남이련만은 어이 그다지도 유정(有情)탄 말이요
[보면 반갑고 아니 보며는 그리워 아 어쩌잔 말이오]
계변양류(溪邊楊柳)는 사사록(絲絲綠)이요 무릉도화(武陵桃花)는 점점홍(點點紅)이로구나
[생각 사사로 이미롭지 못하여 나 어이 할까요]
난사(亂事)로 난사로다 난사 중에도 겹난사로구나
[어느 때나 좋은 시절을 만나여 잘 살아 볼까요]
청포(靑袍)로 일상만리선(一上萬里船)하니 동정여천(洞庭如天)이 파시추(波始秋)로구나
[생각 사사로 마음 뜻대로 못하여 어이 사드란 말이요]
산천의 초목은 젊어만 가고 인간의 청춘은 늙어만 가누나
[생각을 하니 세월가는 것 서러워 나 어이 할까요]
아 자귀야 우지를 마라 울량이면 너 혼자 울거지
[여관한등(旅館寒燈) 잠들은 날까지 왜 깨운단 말이요]
무심(無心)한 기차야 소리 말고 가거라 아니 나던 임 생각 저절로 나누나
[청춘홍안(靑春紅顔)을 애연(哀然)타 말고 마음대로 노잔다]
[ ] 부분은 수심가조
풀이
근래안부문여하(近來安否問如何) 월도사창첩한다(月到紗窓妾恨多): 조선시대 여성 시인 이옥봉의 시 「몽혼(夢魂)」의 1,2구. 뜻은 “요즘의 안부를 님의 안부를 묻습니다, 첩은 달빛 흐르는 창가에 기대어 한이 많습니다”이다. ‘화용(花容)’은 님의 얼굴. 해설 참조.
약사몽혼행유적(若使夢魂行有跡) 문전석로반성사(門前石路半成砂): 조선시대 여성 시인 이옥봉의 시 「몽혼(夢魂)」의 3,4구. 뜻은 “만약 나의 꿈속의 혼이 있어 간다면, 님의 집 앞 돌길이 닳아서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것을” 이다. 해설 참조.
강산불변재봉춘(江山不變再逢春): 강산은 변하지 않는데 봄은 다시 온다, 즉 세월이 간다는 뜻. 전체적으로는 세월은 가는데 님의 소식은 없다는 뜻이다.
추야공산(秋夜空山): 가을밤에 빈산. 가을 밤의 쓸쓸한 정취를 묘사하는 말. ‘가을이 오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일락서산(日落西山): 서쪽 산에서 해가 떨어진다
월출동령(月出東嶺): 동쪽 산에서 달이 떠오른다
아연(啞然)하여: 너무 놀라거나 어이가 없어서
인생일장춘몽(人生一場春夢)이요 세상공명(世上功名) 꿈 밖이로구나: 인생이란 한바탕 꿈이요, 세상의 명성이나 이름 같은 것 다 소용이 없다
친구가 본판은 남이련만은 어이 그다지도 유정(有情)탄 말이요: 친구가 원래는 남이지만 어찌 이다지도 정이 들었단 말인가
계변양류(溪邊楊柳)는 사사록(絲絲綠)이요, 무릉도화(武陵桃花)는 점점홍(點點紅)이로구나: 시냇가의 푸른 버들은 날이 갈수록 푸르게 변하고, 복숭아 꽃은 점점 붉어지는구나. 봄의 풍광을 묘사하면서 세월이 가는 것을 함께 의미하고 있다.
생각 사사로 이미롭지 못하여: 생각하면 할수록 편하지 못하여
난사(亂事)로 난사로다 난사 중에도 겹난사로구나: 어려운 일이도다, 여려운 일이도다, 그중에서도 더욱 어려운 일이도다
청포(靑袍)로 일상만리선(一上萬里船)하니 동정여천(洞庭如天)이 파시추(波始秋)로구나: 이 구절은 「관산융마」에 나오는 것으로 후대에 「수심가」로 편입된 듯하다. 뜻은 “청포(靑袍) 입고 만리선(萬里船)에 올라, 동정호에 이르니 물빛 하늘과 같아 물결이 가을을 알리는구나.”이다.
여관한등(旅館寒燈): 여관의 차가운 등불 아래. 이 구절은 당나라 시인 고적(高適)의 「제야작(除夜作: 섣달 그믐날 밤에 시를 짓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참고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여관한등독불면 旅館寒燈獨不眠 여관의 차가운 등불 아래 잠 못 이루니
객심하사전처연 客心何事轉悽然 마음은 어쩌자고 갈수록 쓸쓸한고
고향금야사천리 故鄕今夜思千里 고향을 생각하면 아득한 천 리
상빈명조우일년 霜鬢明朝又一年 하얗게 센 머리 이 밤 지나면 또 한 해 가는구나
청춘홍안(靑春紅顔)을 애연(哀然)타 말고 마음대로 노잔다: 젊은 날을 슬프다 말고 마음대로 놀자는 뜻
해설
「수심가」는 서도소리의 대표적인 노래다. 내용은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하고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수심가」의 유래에 대해서는 서북인의 차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병자호란 때의 기생 부용이 지었다는 설이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가사를 살펴보면 여기저기 시에서 차용한 흔적이 두서없이 보이는 점, 그리고 한문 문투의 혼합적 사용이 보이는 점 등으로 보아, 오랜 세월에 걸쳐 평양 지방을 중심으로 기방(妓房) 등에서 구전되면서, 소리하는 자에 따라 변형되고 증편에 증편을 거듭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아리랑」처럼 「수심가」는 평양을 중심으로 한 평안도 지방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나 오래도록 구전되면서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또한 1916년 남궁설이 발간한 『특별대증보 신구잡가』라는 책에는 현재에 불리지 않는 20여 수의 가사가 보이며, 이를 분석해 보면 「수심가」 가사의 특징은 특정한 원본(텍스트)이 있는 것도 있지만 그 원본에 즉흥성과 차용성이 가미되어 변형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수많은 이형(異形)이 존재할 수 있고, 때문에 가창하는 사람의 정서나 공연장의 분위기에 따라서 즉흥적으로 얼마든지 첨가, 변형이 가능한 소리가 바로 「수심가」인 것이다. 경기 민요인 「창부타령」도 이와 비슷하다.
「수심가」는 마치 후렴처럼 반드시 ‘수심가조(수심가토리)’로 끝을 맺는데, 이를 구분하기 위해 ‘수심가조’로 끝내는 뒷부분은 [ ]에 넣어 표기했다. 이는 「엮음수심가」 나 「초한가(서도좌창)」와 같은 서도 좌창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현재의 서도 소리 창자들이 수심가를 시창할 때 보통 가장 먼저 시창하는 "약사몽혼(門前石路半成沙)으로 행유적(行有跡)이면, 문전석로(門前石路)가 반성사(半成沙)로구나"는 이옥봉의 시 「몽혼(夢魂)」에서 유래한다. 이옥봉(李玉峰)의 시와 생애를 잠시 들여다보면 수심가 전체 노랫말의 애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근래안부문여하 近來安否問如何 님이여, 요즈음은 어찌 지내시나요
월도사창첩한다 月到紗窓妾恨多 달이 창에 뜨면 저의 설움이 많습니다
약사몽혼행유적 若使夢魂行有跡 꿈속에서 님에게 가는 길 자취 있다면
문전석로반성사 門前石路半成沙 님의 문 앞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걸
이 시에서 화자는 님을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그리워하니 꿈속에 님이 있는 곳에 가게 되는 것이고, 하도 자주 가서 문 앞의 돌길이 달아 반은 모래가 되었을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현실 속에서 못 만나니까 님 그리워 상상 혹은 꿈속에서만 해후한다는 것인데, 그 정한(情恨)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옥봉은 선조 때 옥천 군수를 지낸 왕족의 후예인 이봉(李逢)의 서녀(庶女)다. 어릴 때부터 시재(詩才)가 뛰어났고 조원(趙瑗, 1544~1595)의 소실이 되었다. 이옥봉은 이후 많은 시를 지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파국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옥봉이 이웃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기 위해 시를 한 편 써주었는데, 그것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당시 동서(東西) 붕당(朋黨) 이후 동인의 편에 서서 좌천과 승진을 반복했던 남편 조원은 옥봉의 행위가 자신의 정치 행로에 부담이 될 것을 염려한 나머지 옥봉을 내치게 된다.
이에 옥봉은 조원에게 빌고 또 빌어 용서를 구했지만 끝내 조원의 마음을 돌이킬 수가 없어 결국 쫓겨났다. 곧 임진왜란이 일어나 옥봉은 죽게 된다. 이 시 「몽혼」은 옥봉이 남편 조원에게 내침을 당한 후 그를 그리워하며 쓴 시다. 참고로 이옥봉이 남긴 절편인 「이한(離恨)」(이별의 슬픔) 한 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평생리한성신병 平生離限成身病 기약 없는 이별의 슬픔, 병이 되었네
주불능료약불치 酒不能療藥不治 술로도 약으로도 다스리지 못하니
금리읍여빙하수 衾裏泣如氷下水 이불 속에서 흘리는 눈물, 얼음 밑의 물과 같아
월야장류인부지 月夜長流人不知 달밤이면 눈물 넘쳐도 그 누가 알아줄까
위에 제시한 노랫말 외에도 수심가는 여러 노랫말이 있다. 참고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잘 살아라 잘 살아라 구정을 잊고 신정을 고아서 부디 평안히 잘 살아라
[차마 진정 나 못 살겠네]
눈물은 겨워서 대동강(大同江) 우덕에 백운탄(白雲灘)이 되고 한숨은 쉬어서 모란봉(牧丹峯) 위에다 딴 봉(峯)을 돋쳤구나
[우리로 언제 구름비가 되어서 오락가락 할거나]
청포도(靑葡萄) 상(上)송오리 보고 못 따 먹는 다람쥐 심사(心思)며 절대가인(絶代佳人) 곁에 두고 말 못 붙이는 이내 심사(心思)
[언제든지 좋은 바람이 불어서 백년동락(百年同樂)을 할거나]
무정세월(無情歲月)이 덧없이 가니 원수백발(怨讐白髮)이 날 침노(侵擄)하누나
[청춘홍안(靑春紅顔)을 애연(哀然)타 말고 마음대로만 노잔다]
산계야목(山鷄野鶩)은 가막능순(家莫能馴)이요 노류장화(路柳墻花)는 인개가절(人皆可折)이로구나 인개가절
[남녀간에 한번 돌아가면은 살 곳이 없구나]
창외삼경세우시(窓外三更細雨時)에 양인심사(兩人心思) 양인지(兩人知)로구나
[다시금 소매를 부여잡고 후기약(後期約)이나 할거나]
산중(山中)은 기구험준(崎嶇險峻)한데 귀촉성(歸蜀聲)은 왜 이다지 슬피 우느냐
[생각을 하니 공연한 심사(心思)를 수심(愁心)케 하느냐]
천리원정(千里遠程)에 임 이별하고 설창한등(雪窓寒燈)에 잠 못 이루네
[천사만사(千事萬事)가 모두 다 네 생각에 잠 못 이루네]
유정고인(有情故人)을 갱상봉(更相逢)하니 보낼 송자(送字)가 난감이로구나
[생각을 하면 가지가지로 기(氣)가 막혀 나 못 살리로구나]
창망하지요 저 구름 속에 부인의 소식이 돈절이로구나
[생각사사로 세월가는 것 아연하여 나 어쩌잔 말인가]
[ ] 부분은 수심가조
o 엮음수심가
노랫말과 풀이
이리 가도 십리(十里)요 저리 가도 십리요
좌우(左右) 십리에 임을 만나 임의 손은 내가 잡고 나의 손은 임이 잡아
임이 울면은 내가 울고 내가 울면은 임도 운다
임아 임아 우지 마라 너무나 울어도 정떨어진다
[울며 불며 잡은 손목을 죽으면 죽었지 나는 못 놓겠구나
자나깨나 님의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아하 해 다 지고 저문 날인데 옥창앵도(玉窓櫻桃)가 다 붉었구나
시호시호(時乎時乎)는 부재래(不再來)라 원정부지(怨征夫之)가 이 아니란 말가
송백수양(松柏垂楊) 푸른 가지 높다랗게 그네매고 녹의홍상(綠衣紅裳) 미인(美人)들은 오락가락 추천(鞦韆)을 하는데
[우리나 벗님은 어디를 가고 단오시절(端午時節)을 왜 모른단 말이오
보면 반갑고 아니 보면은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지척동방천리(咫尺洞房千里)되어 바라보기 망연(茫然)하구나
인정이 끊겼으면 차라리 잊히거나
그곳 아름다운 자태거동(姿態擧動) 이목(耳目)에 매양 어리워 있어
잊자하여도 못 잊겠구나 잠을 이루면 잊을까 하나
몽중(夢中)에도 임의나 생각 글을 보면은 잊을까 하여
사서삼경(四書三經)을 펼쳐놓고 시전일편(詩傳一篇)을 외울 적에
쳐다보누나 모란봉이요 굽어살피니 능라도로다
허리굽은 늙은 노송 광풍(狂風)을 못 이겨 반춤을 추고
을밀대상에 올라서서 좌우산천을 바라보니
기자능선에 뭇새들은 깃을 찾아 다 날아들고
대동강상(大同江上)에 나는 백구는 청류벽상(淸流壁上)에 어리웠구나
도화담수(桃花潭水) 흐르는 물은 연광정으로 감돌아드는데
우리나 알뜰하고 살뜰하고 그리운 님은 날 찾아 올 줄을 왜 모른단 말이오
[능라도 수양버들 후여후여를 잡고 죽자하니
내 나이 청춘 사자고 하니 맘 둘 곳 없어서 나 어이 할까요]
소상강(瀟湘江)으로 배 타고 저(笛) 불고 가는 저 두 동자야 말 물어 보자
너의 선생이 뉘라 하시며 행하는 곳이 그 어디메뇨
두 동자 여짜오되 저의 선생은 남해광릉하(南海廣陵下)에 적송자(赤松子)라 하옵시며
행하는 곳은 영주(瀛洲) 봉래(蓬萊) 방장(方丈) 삼신산(三神山)으로 불사약(不死藥) 구(求)하러 가는 길이로소이다
평생에 지상선(地上仙)을 몰랐더니 너의 두 동자뿐이로구나
인호상이자작후(引壺觴而自酌後) 명정(酩酊)케 취한 후에
한단침(邯鄲枕) 도두 베고 장주호접(莊周蝴蝶)이 잠깐 되어
방춘화류(芳春花柳) 찾아가니 이화 도화 영산홍 왜철쭉 진달화 가운데
풍류랑(風流郞) 되어 춤을 추며 노니다가 세류령(細柳嶺) 넘어가니
[편편황조(翩翩黃鳥)는 환우성(喚友聲)이요 도시행락(都是行樂)은 인생귀불귀(人生歸不歸) 아닐진대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다시 갱소년(更少年) 못하리]
유유창천(悠悠蒼天)은 호생지덕(好生之德)인데 북망산천(北邙山川)아 말 물어 보자
역대제왕(歷代帝王)과 영웅열사(英雄烈士)가 모두 다 네게로 가더란 말가
경리안색(鏡裏顔色)을 굽어보니 검던 머리 곱던 낭자 어언간에 백발(白髮)이로구나
인간칠십(人間七十)은 고래희(古來稀)인데 팔십장년(八十長年) 구십춘광(九十春光)
장차 백세(百歲)를 다 살아도 죽기가 섫다고 일러를 왔건만
하물며 우리 같은 아동초목(兒童草木)이야 근들 어이 가련치 않단 말이요
[생각 사사로 인생무상이 서러워 나 어이 할까요]
세거(歲去)에 인두백(人頭白)이요 추래(秋來)하니 목엽황(木葉黃)이라
가을이 장차 돌아오면 나뭇잎은 모두 다 단풍이 들고
해가 가면은 사람의 머리가 백발이 된다
청춘이 부재래(不再來)하니 백일(白日)이 막허도(莫虛度)하라
애달픈 청춘이 오고 갈 줄 알았으면 청사홍사(靑絲紅絲)로 결박(結縛)을 지을 걸
원수백발(怨讐白髮)이 올 줄을 알았으면 십리 밖에다 가시성(城)이나 쌓을 걸
[애달픈 청춘이 오고 가더니 원수의 백발이 날 침노(侵擄)하누나
생각을 하니 세월이 가는 것 서러워 나 어이 할까요]
덩덩그러니 빈 방안에 앉았으니 임이 오며 누웠으니 잠이 오나
수다(愁多)하니 몽불성(夢不成)이요 잠을 이뤄야 꿈을 꾸고 꿈을 꾸어야 임 상봉(相逢)하지
임 사는 곳과 나 사는 곳은 남북간(南北間) 육십리(六十里) 머지않게도 있건마는 어이 그다지 그리워 사나
춘수(春水)는 만사택(滿四澤)하니 물이 깊어 못 오시나
하운(夏雲)은 다기봉(多奇峰)이라 산(山)이 높아서 못 오시느냐
[산이 높거들랑 쉬엄쉬엄이 넘고 물이 깊거들랑 일엽편주(一葉片舟)로 오려마
차마 진정코 임에게로만 당기어 나 어이 할까요]
불이 붙는다 불이 붙는다 의주(義州) 통군정(統軍亭) 붙는 불은
압록강수(鴨綠江水)로 꺼 주련마는
용천(龍川) 철산(鐵山) 선천(宣川) 정주(定州) 가산(嘉山) 박천(博川)을 얼른 지나
안주(安州) 백상루(百祥樓)에 붙는 불은
향산(香山) 동구(洞口) 뚝 떨어져 청천강수(淸川江水)로 꺼주련마는
숙천(肅川) 순안(順安) 얼른 지나 평양 모란봉 붙는 불은
삼산반락(三山半落)은 청류벽이요 이수중분(二水中分)에 능라도(綾羅島)로다
능라도면은 을밀대(乙密臺)요 을밀대면은 만포대라 대동강수(大同江水)로 꺼 주련마는
[이내 일신(一身)에 시시 때때로 붙는 불은 어느 누구가 꺼 준단 말이오 꺼 줄 이 없고 믿을 친구가 없어서 나 어이 할까요]
월락오제상만천(月落烏啼霜滿千)이요 강풍어화(江楓漁火)에 대수면(對愁眠)이라
고소성외(姑蘇城外)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야반종성(夜半鐘聲)이 도객선(到客船)이라
달 밝고 서리찬 밤에 심양강(潯陽江)에 당도하니
백낙천(白樂天)이 일거후(一去後)에 비파성(琵琶聲)이 다 끊어지고 적벽강(赤壁江) 돌아드니
삼산반락(三山般落)은 청천외(靑天外)요 이수중분(二水中分)에 백로주(白露州)로다
봉황대상(鳳凰臺上)에 봉화유(鳳凰遊)로니
[봉(鳳)가고 대(臺) 홀로 비었으니 강물만 스스로 흐르는구나
생각을 하니 유수세월(流水歲月)이 애연하여 나 어이 할까요]
월락오제상만천 月落烏啼霜滿天 달 지자 까마귀 울고 하늘가득 서리 차가운데
강풍어화대수면 江楓漁火對愁眠 강가의 단풍 고깃배의 등불도 시름겨워 잠 못 드네
고소성외한산사 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 밖 한산사,
야반종성도객선 夜半鐘聲到客船 한 밤중에 종소리 객선까지 들려오네
황대상봉황유 鳳凰臺上鳳凰遊 봉황대 위에 봉황이 노닐었다더니
봉거대공강자류 鳳去臺空江自流 봉황 떠나니 누대도 비고 강물만 흐르네
오궁화초매유경 吳宮花草埋幽徑 오나라 궁궐의 화초는 황폐해진 길을 뒤덮고
진대의관성고구 晉代衣冠成古丘 진나라 고관들은 언덕의 무덤이 되었구나
삼산반락청천외 三山般落靑天外 삼산의 봉우리 푸른 하늘로 반쯤 솟아 있고
이수중분백로주 二水中分白露州 이수는 나뉘어 백로주로 흐르네
총위부운능폐일 總爲浮雲能蔽日 하늘에 떠도는 구름 해를 가리어
장안불견사인수 長安不見使人愁 장안 보이지 않으니 마음에 근심이네
비취발이 성글어 바람을 못 막으니
서늘한 가을 기운이 창틈으로 스미네
방울방울 맑은 이슬 달빛에 반짝이고
풀아래 벌레들은 가을 왔다고 노래하네
꿈깨서 이불보니 한쪽은 비어
붉은 비단 너머로 한밤에 등불만 붉어라
[서리가 차갑다고 앵무새는 우는데 뜨락 가득한 오동잎은 가을 바람에 흩어졌구나
생각을 하니 인생살이가 덧없어 나 어이 할까요]
비취렴소불폐풍 翡翠簾疏不蔽風 비취발이 성글어 바람을 못 막으니
신량초투벽사롱 新凉初透碧紗櫳 서늘한 가을 기운이 창틈으로 스미네
연연옥로단단월 涓涓玉露團團月 방울방울 맑은 이슬 달빛에 반짝이고
설진추정초하충 說盡秋情草下蟲 풀 밑의 벌레들은 가을 왔다 노래하네
「추사(秋思)」
강사요격야등홍 絳紗遙隔夜燈紅 님은 붉은 비단 저 멀리 있고 등불만 붉은데
몽각라금일반공 夢覺羅衾一半空 꿈깨니 비단 이불 한 쪽이 비었네
상랭옥롱앵무어 霜冷玉籠鸚鵡語 서리차다 조롱 속 앵무 지절대는데
만계오엽낙서풍 滿階梧葉落西風 섬돌 가득 오동잎 가을 바람에 떨어진다
「추한(秋恨)」
「추한(秋恨)」은 허난설헌의 시라는 설도 있다.
지루하고나 임 이별은 생각사록 목이 메고나
인연 없이 못 보느냐 무정하여서 그리느냐
인연도 없지 않고 유정(有情)도 하건마는
일성중(一城中)안 같이 살며 왜 이다지도 그리워 사나
차라리 몰랐으면 뉘가 뉜 줄 몰랐을걸 사귄 것이 원수로구나
[원수로다 원수로다 정 많이 준 것이 대원수(大怨讐)로다
생각 사사로 님의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일성중(一城中)안 같이 살며: 한 성안에 같이 살며
바람 광풍(狂風)아 불지말아라 송풍낙엽(松風落葉)이 떨어지누나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海棠花)야 꽃진다 잎진다 네 설워마라
동삼(冬三) 석 달을 꼭 죽었다가 명춘삼월(明春三月) 이 돌아오면
유상앵비(柳上鶯飛)는 편편금(片片金)이요 화간접무(花間蝶舞)는 분분설(紛紛雪)할 제
온갖 화초(花草)라 하는 것은 다 살아오건만 인생(人生) 한번 돌아가면 다시 오기는 만무로구나
황천(黃泉)이라 하는 곳은 사람 사는 인품범절(人品凡節)이 정 좋은가
기공(妓工) 불러 노래도 시키며 미동(美童)시켜 다리도 치며 미색(美色) 불러 술 부어 마시며
[노류장화(路柳墻花)가 많은 곳인지 한번 가면은 영절(永絶)이로구나
살아생전을 허송하지를 말고 잘 살아 봅세다]
서산(西山)에 일모(日暮)하여 지척이 막막(寞寞)터니
동령(東嶺)에 달이 솟아 천지가 명랑이로구나
교교(皎皎)한 저 달빛은 굽이굽이 비쳤으나
운무(雲霧) 같은 이내 심사 월색조차도 무광(無光)이로구나
희미한 저 달빛은 언제나 구름 걷어 밝은 광채를 드러를 낼고
[아서라 답답다 이내 심사 어천만사(於千萬事)를 다 떨쳐 버리고
자나깨나 그리던 그 사랑을 다시 생각을 할거나]
오호(五湖)로 돌아드니 범려(范蠡)는 간 곳 없고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요안(紅蓼岸)으로 날아들고
삼상(三湘)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 날아들 제
심양강(潯陽江) 당도(當到)하니 백낙천일거후(白樂天一去後)에 비파성(琵琶聲)도 끊겼구나
적벽강(赤壁江) 돌아드니 소동파(蘇東坡) 놀던 풍월(風月) 의구(依舊)하여 있다마는
조맹덕(曹孟德) 일세지웅(一世之雄) 이금(而今)에 안재재(安在哉)오
월락오제(月落烏啼) 깊은 밤에 고소성(姑蘇城)에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쇠북 소래 객선(客船)이 둥둥 떠나갈 제
진회(秦淮)를 돌아보니 연롱한수(烟籠寒水) 월롱사(月籠沙)에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라
[상녀(商女)는 부지망국한(不知亡國恨)하고 격강유창후정화(隔江猶唱後庭花) 로구나
생각을 하니 유수세월(流水歲月)이 애연(哀然)하여 나 어이나 할거나]
송하(松下)에 문동자(問童子)하니 언사채약거(言師採藥去)라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이련만 운심부지처(雲深不知處) 이곳이로구나
산(山)은 높고 골 깊은 데 동자(童子)는 스승 오기만 기다리는 듯이
오비(五鼻)도 수삼척(垂三尺)인데 위수강변(渭水江邊)에 강태공(姜太公)은 곧은 낚시 던져두고 문왕(文王)이 오기만 기다리는 듯이
원앙(鴛鴦)이 녹수(綠水)를 만난 듯이 서방(西方)인가 남방(南方)인지
[새북강남간(塞北江南間) 날 잊었는지 날 찾아 반길 줄 왜 모르단 말이오
생각을 하니 임의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나 할까요]
하문동자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언사채약거 言師採藥去 스승은 약초를 캐러 가셨다고 하네
지재차산중 只在此山中 다만 이 산 속에 있으련만
운심부지처 雲深不知處 구름 깊어 있는 곳을 모르겠네
명월로화(明月蘆花)에 학(鶴)을 잃고 운심산천도사(雲深山川道師) 못 보아 이별송하(離別松下)에 문동자(問童子)하니 그 스승 찾자긴 만무로구나
번가지중(樊家之中)에 유진수(有眞讐)하니 번장군(樊將軍)의 머리를 베어 역수가(易水歌)를 할지라도 진시황(秦始皇) 찾자긴 만무로구나
옛날 옛적 당명황(唐明皇)이 안녹산(安祿山)의 난(亂)을 만나 양귀비를 잃고 앙천지고총망지중(仰天地叩悤忙之中)에 춘종춘유야전야(春從春遊夜專夜)를 할지라도 양귀비(楊貴妃) 찾자긴 만무로구나
[그러므로 이별친구 정 많이 들여 두어도 한 번 이별엔 춘설(春雪)이로구나 이별이 잦고 상봉(相逢)이 드물어 나 어이나 할거나]
우리 인생이 부귀빈천간(富貴貧賤間)에 이렇게 모여 놀다가
죽은 무덤을 논을 풀지 밭을 갈지 모르는 인생이 아니 놀지는 못하리로다
죽어 이별은 예로부터 남의 남되도 문전(門前)마다 있건마는
살아 생전 생이별은 생초목(生草木)에 불이로구나
이별 별자(別子) 내었거든 생각 사자(思字) 내지 말고
생각 사자(思字) 내었거든 떠날 이자(離字)를 내지 말지
떠날 이자(離字) 생각 사자(思字) 이별 별자(別子) 내인 사람은
날과 한백년 원수로구나
[진시황제가 만권시서(萬卷詩書)를 불사를 제 이별의 두 자를 깨쳤더라면
정든 임과 백년이 진토록 잘 살아 볼거나]
월무족이보천(月無足而步天)이요 풍무수이요수(風無手而搖樹)로구나
동령(東嶺)에 걸린 달도 그믐이면 무광(無光)이요
모진 광풍(狂風)은 수족이 없어도 만수장림(萬樹長林)을 뒤흔드는데
우리네 유정(有情)하고 다정한 임은 세류(細柳)같이도 가는 섬섬옥수(纖纖玉手)가 있건마는
주소(晝宵)로 이내 일신을 어루만질 줄 왜 모른단 말이오
[임으로 연(緣)하여 병든 몸이 화타(華陀) 편작(扁鵲)이라도 무가내하(無可奈何)로구나 생각을 하니 그대게로만 당기어 나 어이 할거나]
바람 불어 휘어진 남기 봄비 온다고 일어를 나며
임으로 연(緣)하여 얻은 병을 약을 쓴들 약 효험이 있나
우황 웅담으로 집을 짓고 청심환(淸心丸) 소합환(蘇合丸)으로 왕토(王土)를 치고
인삼으로다 구들을 놓고 녹용으로다 불을 때어
삼신산(三神山) 불로초로다 미음을 달여 먹을지라도 이내 병 낫기는 만무(萬無)로구나
[임으로 연하여 얻은 병이 내 명(命)에 죽어도 임 탓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그대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나 할거나]
건곤(乾坤)이 유의(有意)하여 남자를 내이시고 무정세월(無情歲月)이 여류(如流)하여 청춘홍안(靑春紅顔)을 다 늙히는구나
대장부 늙을진대 옛날로 두고 논하면은
소자첨(蘇子瞻) 도연명(陶淵明) 공맹자(孔孟子) 같은 분네들은 죽어 사후에 유적이나 있건마는
초로(草露) 같은 우리 인생 아차 한번 실수하면 만수장림(萬樹長林)에 운무(雲霧)로구나
일생일사(一生一死)는 만승천자(萬乘天子) 왕후장상(王侯將相) 이적선(李謫仙) 두목지(杜牧之) 동방삭(東方朔)일지라도 사생(死生)을 종불면(終不免)인데
[하물며 나 같은 인생(人生) 말 다하여 무엇 하리요
청춘홍안(靑春紅顔)을 허송치 말고 마음대로만 노잔다]
바람 불어 휘어진 남기 봄비 온다고 일어를 나며
임으로 연(緣)하여 얻은 병을 약을 쓴들 약 효험이 있나
우황 웅담으로 집을 짓고 청심환(淸心丸) 소합환(蘇合丸)으로 왕토(王土)를 치고
인삼으로다 구들을 놓고 녹용으로다 불을 때어
삼신산(三神山) 불로초로다 미음을 달여 먹을지라도 이내 병 낫기는 만무(萬無)로구나
[임으로 연하여 얻은 병이 내 명(命)에 죽어도 임 탓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그대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나 할거나]
산은 적적(寂寂) 월황혼(月黃昏)에 두견(杜鵑)이 울어도 임 생각이요
밤은 침침(沈沈) 월사시(月斜時)에 접동이 울어도 임 생각이라
침상편시춘몽중(枕上片時春夢中)하여 베개 위에 벼른 잠을 계명축시(鷄鳴丑時) 놀라 깨니
임의 흔적은 간 곳 없고 다만 등불이로다
그러므로 식불감미(食不甘味)하여 밥 못 먹고 침불안석(寢不安席)하여 잠 못 자니
장장지야(長長之夜)를 허송(虛送)히 보내며 독대등화(獨對燈火)로 벗을 삼으니 뉘 탓을 해야 설분(雪憤)을 하잔 말가
[주야장천(晝夜長天)에 믿을 곳 없어서 못 살겠구나]
공도(公道)라니 백발(白髮)이요 못 면할손 죽음이라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人皇) 후에 요순우탕(堯舜禹湯) 문무주공(文武周公) 성덕(聖德) 없어 붕(崩)하시며 어리도다
진시황(秦始皇)은 만리장성(萬里長城) 굳이 쌓고 아방궁(阿房宮)을 높이 짓고 육국제후(六國諸侯) 조공(朝貢)받고 삼천궁녀(三千宮女) 시위(侍衛)할 제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인을 삼신산(三神山) 불사약을 구하려고 보낸 후에 소식조차 돈절(頓絶)하고
사구평대(砂邱平臺) 저문 날에 여산황초(驪山荒草)뿐이로구나
[허무한 이 세상 그 누굴 믿으리 알뜰한 이 정을 어디다 풀까나
믿을 사람 없고 정 둘 곳 없어서 나 어이나 할거나]
칠월(七月)이라 초칠일(初七日)은 견우직녀(牽牛織女)가 그리워 살다가
오작교(烏鵲橋)로 월강(越江)하여 일년에 일차(一次)를 상봉(相逢)이 되고
흑해(黑海) 바다의 밀물일지라도 하루 두 때는 조수(潮水)로구나
남기라도 상사목(相思木)은 음양(陰陽)을 좇아 마주 서고 돌이라도 망부석(望夫石)은 좌우를 분(分)하여 마주 섰는데
우리 연연(軟軟)하고 틀틀한 일은 일성중(一城中)에 같이 있어 어이 그리 못 본단 말가
천리약수(千里弱水)에 만리장성(萬里長城)이 두른 바가 아니요 삼천굽이 봉(峰)에 촉도지난(蜀道之難)이 가리웠드냐
일쌍청조(一雙靑鳥)까지라도 막래전(莫來傳)이로다
[어느 때나 좋은 바람이 불어서 이별없이 잘 살아 볼거나]
저 건너 높고 낮은 저 산 밑에 영웅호걸이며 청춘홍안(靑春紅顔)들이 다 묻혔구나
누누중총(屢屢重塚) 북망산(北邙山)을 뉘 힘은로 뽑아내며 흘러가는 장류수(長流水)를 뉘 재조(才操)로 막아내며
옛날 옛적 진시황은 만리장성 둘러쌓고 아방궁(阿房宮) 높이 지어 장생불사(長生不死)하려 하고
불사약을 구하려다가 그도 또한 못 되어서 여산(驪山) 황릉(荒陵) 깊은 곳에 속절없이 누워 있고
천하장사(天下壯士) 초패왕(楚覇王)도 오강(烏江)에서 자물(自刎)하고 육국재상소진(六國宰相蘇秦)이도 말이 모자라 죽었으며
멱라수(汨羅水) 깊은 물에 굴삼려(屈三閭)라도 장어(葬魚)가 되고 시중천자(詩中天子) 이태백(李太白)은 채석강(采石江) 달 밝은데 기경상천(騎鯨上天)하여 있고
진처사(晋處士) 도연명(陶淵明)은 추강상(秋江上) 배를 띄워 명월시(明月時)에 흘리저어 오류촌(五柳村) 들어가서 장취불성(長醉不醒)하였건만
우리 같은 인생들은 가만히 곰곰 생각하니 풀 끝의 이슬이요 단불의 나비로다
금조일석(今朝日夕)이라도 실수하여 북망산천(北邙山川) 돌아가면 살은 썩어 물이 되고 뼈는 썩어 진토(塵土)되고 삼혼칠백(三魂七魄)이 흩어질 적에 어느 귀천타인(貴賤他人)이 날 불상타 하리요
[차마 진정코 설워하노라 살아 생전에 마음대로만 놀아 볼거나]
내 말이 진정 말이지 삼각산(三角山) 거하던 범나비로서 장안(長安)을 굽어보니
오색이 영롱하기로 화개당절(花開當節)인 춘흥(春興)을 탐하여 날아왔던 길에
아차 실수 그릇되어 북악산(北岳山) 인왕산(仁旺山) 두 사이에나 걸렸구나
임이 올까 기다려도 종무소식(終無消息)이로구나
일모황혼(日暮黃昏)하니 날이 저물어 못 오더냐 와병(臥病)에 인사절(人事絶)하니 병이 나서 못 오더냐
노중(路中)에 노무궁(路無窮)하니 길이 멀어 못 오더냐
산외(山外)에 산부진(山不盡)하니 산(山)이 많아서 못 오더냐
아차 내가 잊었구나 우리 임이 호화방탕(豪華放蕩)하여 청루주사(靑樓酒肆)를 좋아하시더니
적벽강(赤壁江) 돌아오다 소동파 이적선(蘇東坡 李謫仙) 만나 국화주 취케 먹고 달을 사랑하시느라고 못 오시는가
병풍에 그린 황계(黃鷄) 목을 길에 빼고 두 날개 탕탕 치며 꼬끼요 울 제 오시려더냐
[차마 진정 임의 생각이 십리선창(十里船艙)에 밀물이로다
생각을 하니 그대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나 할거나]
식불감미(食不甘味)하고 침불안석(寢不安席)하니 전전불매(輾轉不寐)하고 경경반측(耿耿反側)하여 누웠은들
임이 오나 앉았은들 임이 올까 독수공방(獨守空房) 홀로 누웠으니
대하느니 촉(燭)불이요 흐르느니 눈물이요 지느니 한숨이라
임이 아무리 무정할지라도 서사왕복(書事往復)이라도 있을 것인즉 어이 그리 잊었는가
천하영웅 진시황이 만권시서(萬卷詩書)를 불사를 제
이별의 이자(離字)를 왜 남겨 두었는가 이(離)라는 이자(離字)는 이별 이자(離字)요 사(思)라는 사자(思字)는 생각 사자(思字)요 수(愁)라는 수자(愁字)는 수심 수자(愁字)로구나
[박랑사중(搏浪沙中) 쓰고 남은 철퇴 천하장사 항우(項羽)를 맡겨 이별(離別)의 이자(二字)를 깨쳤으면 이별 없이 다 상봉(相逢)하겠구나]
선군옥패(仙裙玉珮) 시비(侍婢)들은 녹의홍상기무(綠衣紅裳起舞)하니
오왕궁리(吳王宮裡) 취서시(醉西施)는 백저사(白苧絲)의 묘곡(妙曲)이요
초왕대상(楚王臺上) 무산신녀운우몽(巫山神女雲雨夢)의 가연(佳緣)이요
팔년마상우미인(八年馬上虞美人)은 초패왕(楚覇王)의 미망(未忘)이요
야장촉하이미인(夜帳燭下李夫人)은 한무제(漢武帝)의 단장(斷腸)이요
조비연(趙飛燕)의 유선군(留仙裙)은 보하생련표묘(步下生蓮縹緲)하고
양귀비의 광릉관등(廣陵觀燈) 공중선악(空中仙樂) 기이(奇異)하다
천고실절왕소군(千古失節王昭君)은 엄면저두(掩面低頭) 수삽(羞澀)하고
만리종군목란(萬里從軍木蘭)이는 마상청영(馬上請纓) 기절(奇節)하여
여포(呂布)의 초선(貂蟬)이와 양국충(楊國忠)의 낙창(樂唱)이요
백운명월동산기(白雲明月東山妓)와 녹주(綠珠) 벽옥(碧玉) 가희(佳姬)로다
장안월야(長安月夜) 홍불기(紅拂妓)는 풍류남자(風流男子) 짝을 찾고
위박장중(魏博帳中) 홍선(紅線)이는 여중호걸(女中豪傑) 아니런가
최관(崔琯)의 성남녀(城南女)와 원진(元稹)의 장대기(章坮妓)와 두목지(杜牧之)의 자운(紫雲)이와 소동파(蘇東坡)의 조운(朝雲)이라
[절대가인(絶代佳人)들이 모여드니 만단교태(萬端嬌態) 풍류(風流)로구나
이 좋은 자리에 아니 아니 놀지는 못하리로구나]
태고홍몽조판시(太古鴻濛肇判時)에 해동조선(海東朝鮮) 개기(開基)하여
백두산(白頭山) 좋은 원기(元氣) 팔로강산(八路江山) 분개(分開)하여
제일절(第一節) 평양기(平壤基)는 단기고도(檀箕古都) 이천재(二千載)요
졸본천(卒本川)에 고구려(高句麗)요 위례성(慰禮城)에 백제(百濟)로다
신라국(新羅國) 계림부(鷄林府)에 일천년(一千年)의 고적(古蹟)이요
고려국(高麗國) 송경도(松京都)는 오백재(五百載)의 유허(遺墟)로다
순환천리(循環天理) 무궁(無窮)하고 부진원기(不盡元氣) 유행(流行)하여
대관령(大關嶺) 일지맥(一枝脈) 대소백산개업(大小白山開業)하여
계룡산(鷄龍山) 지리산(智異山)은 서남(西南)으로 분개(分開)하고
묘향산(妙香山) 구월산(九月山)은 서북(西北)으로 조대(朝帶)하고
동북(東北)으로 흐른 물은 임진강(臨津江)이 내려오고
서남(西南)으로 흐른 물은 백마강(白馬江)이 둘러 있다
속리산(俗離山) 내린 물은 금강(錦江)으로 순류(順流)하고
오대산(五臺山) 내린 물은 여강(驪江)으로 합류(合流)하여
천부금탕(天府金湯) 사새지(四塞地)에 한양기지(漢陽基趾) 배판(排瓣)하여
용반호거삼각산(龍盤虎距三角山)에 오강수(五江水)가 횡대(橫帶)하여
북악(北岳)이 주산(主山)이요 남산(南山)이 안산(案山)이라
타락(駝駱)뫼가 청룡(靑龍)이요 길마재가 백호(白虎)로다
천황지로(天荒地老) 한양성(漢陽城)에 만세홍기(萬世洪基) 굳어 있다
[세상만사(世上萬事)를 생각을 하니 묘창해지일속(渺滄海之一粟)이로구나
덧없는 세월(歲月)을 허송(虛送)치 말고 마음대로만 노잔다]
유유창천(悠悠蒼天)은 호생지덕(好生之德)인데 북망산천(北邙山川)아 말 물어 보자
역대제왕(歷代帝王)과 영웅열사(英雄烈士)가 모두 다 네게로 가더란 말가
경리안색(鏡裏顔色)을 굽어보니 검던 머리 곱던 낭자 어언간에 백발이로구나 인간칠십(人間七十)은 고래희(古來稀)인데 팔십장년(八十長年) 구십춘광(九十春光) 장차 백세(百歲)를 다 살아도 죽기가 싫다고 일러를 왔건만
하물며 아동초목(兒童草木)으로 돌아가는 인생(人生)을 생각하면 긘들 아니 가련탄 말가
안연(顔淵)이가 조사(早死)할 제 공자(孔子) 같은 대성현(大聖賢)도 도덕(道德)이 없어서 살리지 못하며
역발산혜기개세(力拔山兮氣蓋世)다 힘이 산을 빼우며 기운이 세상을 덮었어도
우미인(虞美人)의 손목 잡고 눈물 뿌려 이별할 제 오강풍랑칠십삼전(烏江風浪七十三戰)이 가소롭다
월(越)나라 서시(西施)와 양귀비 왕소군(王昭君)은 만고절색(萬古絶色)이라 일러를 왔건만
한 번 죽음을 못 면(免)하고 황량고총(荒凉孤塚)의 애원(哀怨)이로구나
[아서라 풍백(風伯)에 붙인 몸이 두 번 젊지는 못하리로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이 가는 것 등달아 나 어이할거나]
[ ] 부분은 수심가조
해설
「엮음수심가」는 「수심가」와 작을 이루어 부르는 소리다. 사설을 엮어 나가고 음조도 촉급해지나 끝에는 꼭 수심가조로 여미는 것이 특색이다.
o 반엮음수심가
노랫말
청포도 늘어진 가지 덩그라미 매달린 머루다래를 보고
못 따먹는 다람이 심산들 좀 여북하며
님두고 그리는 이 심사야 좀 여북탄 말이요
밤 낮 주야로 임의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차마 진정코 마음 뜻대로 못하여 나 어이 할까요]
[ ] 부분은 수심가조
풀이
청포도 늘어진 가지 덩그라미 매달린 머루다래를 보고 못 따먹는 다람이 심산들 좀 여북하며: 청포도와 머루다래 열매가 열려 매달려 있는데도 못 따 먹는 다람쥐의 마음이야 오죽 답답하겠으며
님두고 그리는 이 심사야 좀 여북탄 말이요: 님을 두고도 못 만나고 그리워만 하는 나의 심정은 마찬가지로 안타깝다
해설
「반엮음수심가」는 「수심가」와 「엮음수심가」의 중간 형태다. 「수심가」보다는 짧고, 「엮음수심가」보다는 길며 노랫말을 엮다가 수심가조로 끝낸다. [차마 진정코 마음 뜻대로 못하여 나 어이 할까요] 부분은 수심가조로 부른다. 단독으로 있는 「반엮음수심가」는 이 노랫말이 유일하며, 서도 좌창 「공명가」의 끝도 반엮음수심가조로 끝을 맺는다.
o 긴아리
노랫말
조개는 잡아 젓 절이고
가는 임 잡아 정 들이자
바람새 좋다고 돛 달지 마라
몽구미 개암포 들러만 가소
쓰고 달고야 된장 먹디
갈거이 새낭은 뭘하레 왔음나
세월을 잊자고 산곡(山谷)에 갔더니
역세(曆歲)나 대신에 단풍잎 지누나
네 오려무나 네 오려무나
날 보려거든 네 오려무나
그리던 우리 임 꿈에 보고
꿈 깨어 섭섭해 나 못 살겠네
일상(日常)에 좋은 건 풍악(風樂)인데
절굿대춤으로 놀아 볼까
단풍 든 수풀에 들국화는
천자만홍(千紫萬紅) 그림과 같구나
식전 아침에 가시는 각시는
이슬 젖어 어찌나 가누
앵도가지 꺾어 들고 이슬 떨며
저물도록 일하다가 뉘집으로 향하느뇨
소낙비 오다가 해번쩍 나니
본가(本家)집 오마니 본듯 하외다
이랑 길고 뚝 높은 밭에
님 넘겨 볼래기 목 늘어 나누나
이랑도 길고요 당찬 밭에
어서나 매고서 임 마중 가자
물 위에 계시기 물 아래 살지
할레도 두 번씩 들쎌물 있구나
없는 정 있는 척 웃어 달라네
울지도 못하는 이맘인 것을
언두앗 창대에 무릿달 뜨면
참외도 익지요 왔다 가소래
고개를 넘어 우리집 목화는
송이송이 잘두나 폈구나
참외를 사다가 배꼽을 따보고
새빨간 참외는 다 넘겨 주려마
무명석자 잃었다 야단이 났는데
새버선 신고 뭘하레 왔슴나
오는지 가는지 난 모르겠소
버드동 줄에서 소리만 난다
깔까둑 깔까둑 보지만 말고
네 속을 풀어서 말 좀 해 보렴
요놈의 종자야 치맛귀 놔라
외볼로 당친것 콩튀듯 한다.
떨치고 가는 님 어떻게 믿소
다시금 올는지 영 이별일세
내 심어 놨는데 나팔꽃 심사(心思)
담 넘어 남의 집 뜰안에 피네
이름이 할미꽃 늙다니 웬말
해마다 봄철엔 빨간꽃 피디요
이 몸은 쌀찧는 물방아 새끼
찧는 쌀 알알이 내 수심이로다
비야 뭐 올래면 소낙비 좋지
실실이 늘여서 내 속을 왜 얽나
물방안 돌다가 돌다가 죽고
이 몸은 그리워 그리워 죽지
밝을 뒤 샛별 님 당신 혼자요
북두나 칠성님 어디를 갔소
꽃이란 혼자도 떨어지는 걸
구태여 보시락 비가 웬말가
보내는 놓고도 뒤따라 나니
새벽녘 서산에 달님도 우오
낫날은 무디면 갈면 서지만
갈두새 무디는 이 마음 일세
앞 강의 물결은 이 마음인지
선창(船艙)돌 불쪼며 발버둥 친다
네 오마니 쌈지 기워나 주렴
울아바지 짚신 삼아를 주마
모래나 새암은 파두새 나구
임에나 생각은 하두새 난다
바다이 밀물도 때맞추 닐건만
임에나 생각이 때없이 난다
어데를 갈래면 뉘 데리고 가리
약속한 곳 몰라이 뺑뺑돈다
달두나 밝구이 명랑한데
애기댁은 울면서 간다
풀이
조개는 잡아 젓 절이고 가는 임 잡아 정(情) 들이자: 조개는 잡아서 젓갈을 만들어야 오래 먹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는 임을 잡아 정을 들여야 오래 사랑할 수 있다는 뜻.
해설
「긴아리」에서 ‘아리’는 아리랑과 거의 어원이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 때문에 평안도 아리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평안도 용강 강서 지방의 민요로서 일명 「용강긴아리」라고도 한다. 일종의 푸념과도 같으며 이 고장의 노동요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노래는 김맬 때 혹은 조개를 캘 때 불렀던 노래로 여겨진다. 목청을 뽑아 부르면 우아하면서도 매력적이다.
o 자진아리
노랫말
[아이고 아이고 성화로구나]
연분홍 저고리 남길동 소매
너 입기 좋고 나 보기 좋구나
가마채 잡구서 힐난(詰難)질 말고
나 시집간 데로 멈살이 오소레
나 시집간 데로 멈살이 오면
때 묻은 버선에 볼받아 줌세나
울 넘어 밖에서 꼴 베는 총각아
눈치가 있거든 이 떡을 받아라
담장 밑에다 집 짓고 살아도
그리워 살기는 매 일반이로다
뒷문 밖에야 시라리 타레
바람만 불어도 날 속이누나
저녁을 먹구서 썩 나세니
게 묻은 손으로 나를 오래누나
여울의 차돌은 부딪껴 희고
이내 몸 시달려 머리털 셉니다
일하든 오금에 잠이나 자지
재넘어 털털 뭘하레 왔음나
시집에 살이는 할지말지한데
호박의 박넝쿨 지붕을 넘누나
갈(蘆)밭에 달 뜬 건 기러기 알지요
이내 마음 달 뜬 건 그 누가 알까요
요놈의 종자야 네 올 줄 알구
썩은 새끼로 문 걸구 잤구나
오래기는 제 오래 놓고
사대문 걸고서 나비잠 자누나
저녁에 마실을 즐겼더니
홍당목 치마가 열두챌레
깔찟 깔짓 깔보지 말고
속 내포 풀어서 말 다 하렴아
사랑한다고 애당초 말하지
봉채(封采) 받은 걸 내 어찌 하리요
울담장 밖에 꼴 베는 도령아
외 넘어 간다 외 받아 먹어라
절구가 좋아서 쌀띨러 갔더니
되지도 못한 놈 헛수작 하누나
말을 할테면 남 듣겠구
손을 쥘테면 남 보겠구나
손짓을 하여도 모르는데
눈짓을 하여서 누가 알거나
총각낭군을 좋다 했더니
우리집 서방님 상투를 베었네
상투만 베면은 총각인가
뒷머리 따야만 총각이지
[ ] 부분은 후렴
풀이
[아이고 아이고 성화로구나]: 「긴아리」가 끝난 다음에 여러 명이서 합창하는 일종의 후렴구다. 이 노랫말을 합창하고 다음의 노랫말은 대개 한 사람이 돌아가면서 부른다. 한 노랫말이 끝나면 다시 이 후렴구를 부르고 다음 노랫말이 이어진다.
외: 참외를 말한다
해설
「긴아리」에서 ‘아리’는 아리랑과 거의 어원이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 때문에 평안도 아리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평안도 용강 강서 지방의 민요로서 일명 「용강긴아리」라고도 한다. 일종의 푸념과도 같으며 이 고장의 노동요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노래는 김맬 때 혹은 조개를 캘 때 불렀던 노래로 여겨진다. 목청을 뽑아 부르면 우아하면서도 매력적이다.
o 난봉가
노랫말
[아하 에헤야 에헤 어허야 어럼마 둥둥 내 사랑아]
정방산성(正方山城) 초목(草木)이 무성(茂盛)한데
밤에나 울 닭이 대낮에 운다
오금이 오실오실 춥고 골머리 사지통(四肢痛) 나는 건
임자로 연하여 난 병이로다
만경창파(萬頃蒼波)에 거기 둥둥 뜬 배야
게 잠간 닻 주어라 말 물어보자
슬슬 동풍에 궂은 비 철철 내리고
시화(時和)나 연풍(年豊)에 님 섞여 노자
사면십리(四面十里) 느러진 능파 속에
임 찾아 갈 길이 망연(茫然)이로다
침침칠야(沈沈漆夜)에 달이 떠야 좋지요
이내 마음 달뜬 건 매맞을 징조로다
만경창파에 거기 둥둥 뜬 배야
한 많은 이 몸을 싣고나 가려마
봄비는 보슬보슬 나리고 휘늘어진 능수버들 가지엔
물방울 듣는 것도 서글프구나
굽이치는 거센 물결에 갈매기 둥둥 떠 놀고
돛단배 두서넛 포구로 떠 들어온다
저기 저 산 너머 고운 임 갖다 두고
보고 싶은 심정을 달래며 혼자서 애태우네
세상만사에 뜻이 없어 모든 시름 잊으려고
산중으로 들어를 간다
오동추야(梧桐秋夜) 휘영청 달 밝은 밤 귀뚜라미 구슬피 우는 소리
임 여읜 이 가슴을 더욱 설레게 하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아하 에헤야 에헤 어허야 어럼마 둥둥 내 사랑아]: 「긴난봉가」의 시작에서 부르는 후렴구다
정방산성(正方山城): 황해도 사리원에 있는 산성 이름
해설
「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의 민요이다.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타령난봉가」(「병신난봉가」 혹은 「별조난봉가」), 「숙천난봉가」, 「개성난봉가」 등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원판은 「긴난봉가」이다. 도드리장단이나 중모리장단으로 혹은 굿거리장단으로도 많이 한다. 노랫말은 대개 사랑타령이다. 보통 「난봉가」라 하면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아우러는 말이다.
o 자진난봉가
노랫말
넘어간다 넘어 넘어 간다
자주 하는 난봉가 훨훨 넘어 간다
[에헤에헤 에헤야 어야 더야 어허야
어러함마 디여라 내 사랑아]
물 속에 잠긴 달은 잡힐 듯 말 듯 하구요
정든 임의 심중은 알 듯 말 듯 하외다
실죽밀죽 잡아댕길 줄만 알았지
생사람 죽는 줄 왜 몰라주나
사랑 사랑 사랑아 내가 놀던 사랑아
한아름 덤썩 안구서 단 둘이 놀던 사랑아
이 몸이 둥둥 떠 저 백운 타면
임 상봉하기가 비난지사(非難之事)로다
남산 위에 범나비는 쭉지만 펄펄 나는데
연당 안에 금잉어는 꼬리만 살살 두른다
한 잔을 들고 또 한 잔을 드니
아니 나던 심정이 저절로 난다
무정방초(無情芳草)는 연연(年年)이 오건만
한 번 간 우리 님은 가고 영절(永絶)이라
요놈의 종자야 내 치마폭을 놓아라
외볼로 창창 감친 건 가물에 콩 튀듯 한다
세사(世事)는 모두 다 금삼척(琴三尺)이요
생애(生涯)는 도무지 주일배(酒一盃)로다
사랑가고요 님이 마저 가면은
이 세상 백년을 누굴 믿고 사나
시집의 살이는 할지말지한데
호박의 박넝쿨은 지붕을 넘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넘어간다 넘어 넘어 간다 자주 하는 난봉가 훨훨 넘어 간다: 「긴난봉가」에서 「자진난봉가」로 이어지면서 연결 의미로 부르는 소리이다. 소리가 넘어간다는 의미이다.
해설
「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의 민요이다.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타령난봉가」(「병신난봉가」 혹은 「별조난봉가」), 「숙천난봉가」, 「개성난봉가」 등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원판은 「긴난봉가」이다. 도드리장단이나 중모리장단으로 혹은 굿거리장단으로도 많이 한다. 노랫말은 대개 사랑타령이다. 보통 「난봉가」라 하면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아우러는 말이다.
o 사설난봉가
노랫말
[에- 에헤 어야 어야 어야 디야 내 사랑아 에-]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요다지 곱게도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요다지 곱게도 왜 생겼나
무쇠풍구 돌풍구 사람의 간장을 다 녹여 내누나
[에헤어야 어야더야 내 사랑아 에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은 목매러 간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은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고
이십리 못가서 불한당(不汗黨) 맞고 삼십리 못 가서 되돌아 오누나
달도 밝소 별도 밝아 월명사창(月明紗窓)에 저 달이 밝아
달도 밝소 별도 밝아 월명사창에 저 달이 밝아
처녀 총각이 단 둘이 만나 죽을동살동 살동죽을동 아무도 모르게 막 놀아 나누나
물 길러 간다고 강짜를 말고 부뚜막 위에다 우물을 파렴
물 길러 간다고 강짜를 말고 부뚜막 위에다 우물을 파렴아
영감을 데리고 술 장사를 할까 총각을 데리고 뺑소닐칠까
영감을 데리고 술장살 하자니 밤잠을 못자서 내 고생이요
총각을 데리고 뺑소닐치자니 나이 많은 사람이 실없어 지누나
놀아난다 놀아난다 산골 큰애기 놀아난다
놀아난다 놀아난다 산골 큰애기 놀아난다
봄바람이 살랑 불어 버들가지 한들대고
꽃은 피어 방실방실 벌나비들 춤을 출 제
묵었던 시름 다 떨쳐 버리고 훨훨거리고 다 놀아나누나
못 살겠네 못 살겠네 세상백년(世上百年)을 못 살겠네
못 살겠네 못 살겠네 세상백년을 못 살겠네
정든 임을 이별하고 독수공방(獨守空房) 홀로 누워
이리둥글 저리둥글 잠 못 자고 애태울 제
창 밖에 외기러기 슬피 울며 날아가니
가뜩이나 아픈 마음 차마 진정 못 살겠구나
저기 가는 저 아가씨 일시화용(一時花容) 자랑 마라
저기 가는 저 아가씨 일시화용 자랑 마라
빵긋빵긋 웃는 꽃도 꽃 다 지면 그만이요
나무라도 고목되면 오던 새도 아니오고
청춘홍안(靑春紅顔) 백발되면 어느 누가 찾아올거나
성성제혈염화지(聲聲啼血染花枝)에 애를 끊는 저 두견아
성성제혈염화지에 애를 끊는 저 두견아
허다공산(許多空山) 다 버리고 내 창전(窓前)에 와 애 우나
이내 몸도 엊그저께 정든 임을 이별하고
일구월심(日久月深) 맺힌 설움 이내 진정 깊은 한을 풀 길이 바이 없어
전전불매(輾轉不寐) 장탄수심(長嘆愁心) 겨우 한잠 들었더니
네가 우는 그 소리에 겨우 든 잠 다 깨었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절(四時節)에 꽃 볼 날이 몇 번이며
춘하추동 사시절에 꽃 볼 날이 몇 날이며
인생백년(人生百年) 산다 한들 소년행락(少年行樂)이 얼마인가
인간칠십고래희(人間七十古來稀)요 무정세월약류파(無情歲月若流波)라
사시풍경(四時風景) 좋은 시절 어이 그리 허송(虛送)을 할거나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 보고 웃지 마라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 보고 웃지 마라
너희들이 자랑하는 옥빈홍안(玉鬢紅顔) 고운 얼굴 모진 세파 겪어 보면
인생부득항소년(人生不得恒少年)을 어이 아니 늙을소냐
인간공로(人間空老) 허무함을 어찌 아니 애닯단 말이냐
가는 임을 잡지 마소 가는 임을 잡지 마소
가는 임을 잡지 마소 가는 임을 잡지 마소
박정(薄情)하고 얄미운 임 만류해도
뿌리치고 어디론지 훌쩍 떠나 행방조차 알길 없어
안타까운 이내 심사 진정할 길 바이 없어
이리저리 배회할 제 새벽달이 지새는구나
오래기는 제 오래 놓고 사대문 걸고서 나비잠 잔다
오래기는 제 오래 놓고 사대문 걸고서 나비잠 잔다
요리 핑계 조리 핑계 차탈피탈 앙탈하다
제가 먼저 오래 놓고 애간장을 녹이느냐
네가 죽어 내가 되고 내가 죽어 네가 되어
이내 간장 탄 것만큼 지긋지긋이 썩여 줄거나
개야 개야 검둥개야 밤사람보고 짖지 마라
개야 개야 검둥개야 밤사람보고 짖지 마라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슬금 살짝 오신 임을
느닷없이 내달아서 컹컹 짖어 쫓게 되면
야반삼경 깊은 밤에 고대하던 우리 임이
하릴없이 돌아서면 나는 장차 어찌할거나
월무족이보천(月無足而步天)이요 풍무수이요수(風無手而搖樹)로다
월무족이보천이요 풍무수이요수로다 허공중천(虛空中天) 걸린 달은
발 없어도 서로 가고 모진 바람 손 없어도
만수장림(萬樹長林) 흔드는데 나의 사랑 알뜰한 임
고운 자태 있으면서 이내 수족 만질 줄을 왜 이다지 모른단 말이냐
동지 섣달 긴긴밤에 독수공방 혼자 앉아
동지 섣달 긴긴밤에 독수공방 혼자 앉아
지나간 일 생각하니 꿈결 같은 그 시절이
왜 이다지 마음에 걸려 누웠어도 그 생각에 잠 못 들고
애태우니 안타까운 이내 심사 어느 누가 알아 줄거나
봄이 왔네 봄이 왔네 금수강산에 새봄이 왔네
봄이 왔네 봄이 왔네 금수강산에 새봄이 왔네
만산홍록(滿山紅綠) 요염한데 벌나비는 춤을 추고
황금 같은 꾀꼬리는 구십춘광(九十春光) 자아내고
버들 새로 왕래하며 벗을 불러 노래할 제
만단(萬端) 시름 다 버리고 삼춘흥(三春興)을 풀어 볼거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에- 에헤 어야 어야 어야 디야 내 사랑아 에-]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요다지 곱게도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요다지 곱게도 왜 생겼나 무쇠풍구 돌풍구 사람의 간장을 다 녹여 내누나: 앞의 [에- 에헤 어야 어야 어야 디야 내 사랑아 에-]는 후렴구. ‘왜 생겼나’부터가 노랫말이다. 이 노랫말은 해학성이 뛰어나다. ‘풍구’는 불을 피울 때 혹은 곡식을 선별할 때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를 말한다. ‘풀무’라고도 한다. 님이 이쁘고 아름다워서 마음의 바람을 일으켜 간장이 다 녹아난다는 뜻이다. 또는 풀무질이 남녀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상관없다.
[에헤어야 어야더야 내 사랑아 에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은 목매러 간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은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 [에헤어야 어야더야 내 사랑아 에헤]는 후렴구. 이 후렴구는 한 노랫말이 시작할 때마다 반복된다. 내용은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니 그 처녀를 연모하던 뒷집 총각이 목 매러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총각이 죽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총각이 목맬 때 사용하는 새끼줄 세 발 조차도 바람이 난다는 뜻이다. 새끼를 의인화해서 난봉의 전염성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해설
「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의 민요이다.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타령난봉가」(「병신난봉가」 혹은 「별조난봉가」), 「숙천난봉가」, 「개성난봉가」 등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원판은 「긴난봉가」이다. 도드리장단이나 중모리장단으로 혹은 굿거리장단으로도 많이 한다. 노랫말은 대개 사랑타령이다. 보통 「난봉가」라 하면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아우러는 말이다.
o 타령난봉가
노랫말
[에에헤에 어야 어야어야 디야 내 사랑아]
능라도(綾羅島) 수양버들 내가 후여잡고서
가지를 말라고 생야단이라
임이 저리 다정타 속의 속정을 주지마소
일후(日後)에 남 되면 후회막급이라
가는 님의 허리를 더두덥석 안구서
가지를 말라고 생야단이라
십오야(十五夜) 뜬 달이 왜 이다지도 밝은지
우리 임 계신 곳 비추어나 주렴
밤중만 하여서 임의 생각이 나는데
동벽(東壁)을 안고서 새우잠만 잔다
이팔청춘 예쁜 아희들아
백발 보고서 깔깔 웃지 마라
바람아 광풍(狂風)아 부지를 말아라
송풍낙엽(松風落葉)이 다 떨어진다
세월이 가기는 흐르는 물 같고
사람이 늙기는 바람결 같구나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분명하건마는
사랑에 병들어 다 늙었구나
가는 곳마다 정들여 놓고
이별이 잦아서 나는 못 살겠네
오다가다 만난 임 정은 어이 깊어서
잊을 망자(忘字)가 병들 병자(病字)로다
하늘 중천에 뜬 달이 거울과도 같다면
님에나 가삼을 비춰 주련만은
호언장담(豪言壯談)턴 청춘의 기백(氣魄)도
흐르는 세월에 다 시들어졌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에에헤에 어야 어야어야 디야 내 사랑아] 능라도(綾羅島) 수양버들 내가 후여잡고서 가지를 말라고 생야단이라: 능라도는 평양 대동강에 있는 섬. 수양버들을 후여잡는다는 말은 님을 붙잡고 싶다는 뜻.
임이 저리 다정타 속의 속정을 주지마소 일후(日後)에 남 되면 후회막급이라: 임이 지금은 다정하다고 해서 정이 들어 놓고 나중에 남이 되면 후회가 막심할 것이다. ‘일후’는 나중에.
십오야(十五夜) 뜬 달이 왜 이다지도 밝은지 우리 임 계신 곳 비추어나 주렴: ‘십오야(十五夜) 뜬 달’은 보름달
오다가다 만난 임 정은 어이 깊어서 잊을 망자(忘字)가 병들 병자(病字)로다: 오다가다 임을 만나서 정이 들었는데, 잊어야 하건만 잊지 못해 병이 들었네
해설
「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의 민요이다.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타령난봉가」(「병신난봉가」 혹은 「별조난봉가」), 「숙천난봉가」, 「개성난봉가」 등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원판은 「긴난봉가」이다. 도드리장단이나 중모리장단으로 혹은 굿거리장단으로도 많이 한다. 노랫말은 대개 사랑타령이다. 보통 「난봉가」라 하면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아우러는 말이다.
「긴난봉가」 뒤에 따라오는 소리가 「자진난봉가」이다. 「긴난봉가」에 잇대어 빠른 굿거리장단으로 부르며 보다 많은 사설을 노래한다. 황해도지방에서는 대소연(大小宴)을 막론하고 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고 한다. 유절형식(有節形式)으로 이루어졌으며 대개 두 장단이 한 구를 이룬다. 가사는 대개 사랑에 관한 것이 많으며 풍광을 읊거나 인생무상을 노래한 것도 있다. 「자진난봉가」에 이어 「사설난봉가」를 부른다.
「타령난봉가」는 「병신난봉가」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병신’은 장애자를 낮추어 부르는 뜻이 있으므로, 즉 어감이 좋지 않으므로 「타령난봉가」로 부르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과거에는 「별조난봉가」라는 말도 사용하였지만 어울리지 않는다. 「긴난봉가」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며, 일종의 사랑가이며 굿거리장단으로 흥겹게 부른다.
o 연평도난봉가
노랫말
[나나나나 산이로구나 아니 놀고 뭘 할소냐]
소연평산은 칡산이요
연평산은 춤산이로다
긴작시 강변에 아가씨나무
바람만 불어도 다 쓰러진다네
낟가리봉에 엿 사다 붙인거
슬슬 동풍에 다 녹아 나리네
살림살이를 하려니 바가지 한 쌍이 없고
도망질을 하려니 가자는 님이 없네
우리집 새서방 재간이 좋아서
게딱지 타고서 낚시질 간다네
날 다려 가렴아 날 다려 가렴아
한양의 낭군아 날 다려 가렴아
소연평 꼭대기 실안개만 돌고
이내 맘 속엔 정든 님만 돈다
단발령 꼭대기 넘어가는 저 차는
그 누구를 못잊어 갈지자걸음 걷나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이삼일만에 배 돌아 온다네
돌아오네 돌아를 온다네
버렴뿌리 배 돌아오네
깐죽깐죽 시누이 잡년
범난골로 다 몰아 드려라
강화도 색시는 시침떼기 일수고
인천의 색시는 삐쭉거리 일수라
바다의 물결은 때 맞춰 일고요
정든 님 생각은 때 없이 나누나
나는 나는 몰랐네 우리 둘이가
요렇게 좋을 줄 나는 나는 몰랐네
네 사랑 내 사랑을 몽땅 걸머지고서
천리나 만리나 도망질을 할까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나나나나 산이로구나 아니 놀고 뭘 할소냐] 소연평산은 칡산이요 연평산은 춤산이로다: 소연평산은 칡으로 된 산이요, 연평산은 춤을 추는 산이라는 뜻인데, 이 노랫말은 별 뜻은 없고 신이 나서 부르는 소리다
긴작시 강변에 아가씨나무 바람만 불어도 다 쓰러진다네: 풀이가 매우 어려운 노랫말이다. ‘긴작시’는 지명 이름이다. 연평도에 ‘긴작시’라는 해안이 있다. 연평도에서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조선조 인조(仁祖) 때 임경업(林慶業) 장군이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가 있는 세자를 구출하기 위해1) 연평 바다를 지나던 중 식수와 부식을 구하기 위해 연평도에 기항하여 가시나무를 무수히 꺾어다가 지금의 당섬(堂島) 남쪽 ‘안목’에 꽂아놓고 간조 때 이름 모를 물고기를 무수히 포획하였다고 한다. 이 고기가 조기이다. 이 전설로 보면 ‘아가씨나무’는 ‘가시나무’가 변해서 된 말임을 알 수 있다. ‘아, 가시나무’가 변형된 것이다. ‘아가씨나무’를 흔히 알고 있는 아카시나무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즉 이 가사의 뜻은 “긴작시 해안에 가시나무, 바람만 불어도 다 쓰러진다네”로 해석된다. 속뜻은 나쁜 날씨를 우려하거나, 어떤 일이 잘 안될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낟가리봉에 엿 사다 붙인거 슬슬 동풍에 다 녹아 나리네: ‘낟가리봉’은 지명이거나 낟가리를 쌓아놓은 곳을 말한다. 서해에서는 동풍이 불면 일반적으로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 전체적인 뜻은 날씨가 좋지 않거나, 또는 어떤 불길한 징조가 있어 앞으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염려하는 뜻이다.
우리집 새서방 재간이 좋아서 게딱지 타고서 낚시질 간다네: 매우 재치가 있는 노랫말이다. ‘새서방’은 신랑 혹은 새로운 남편. 남편이 아닌 몰래 만나는 외간 남자도 새서방에 해당한다. 이 남자가 재주가 좋아서 그 작은 게딱지를 타고 낚시질을 간다고 말하고 있다. 새서방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표현하는 말. 해학적인 노랫말.
돌아오네 돌아를 온다네 버렴뿌리 배 돌아오네: ‘버렴뿌리’는 어렴풋이의 황해도 방언
깐죽깐죽 시누이 잡년 범난골로 다 몰아 드려라: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표현한 가사이다. 깐죽깐죽 시비를 거는 시누이가 몹시 밉기 때문에, 호랑이가 나오는 골짜기로 다 몰아 드려라는 뜻. 범난골은 범, 즉 호랑이가 나오는 골짜기.
해설
「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의 민요이다.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타령난봉가」(「병신난봉가」 혹은 「별조난봉가」), 「숙천난봉가」, 「개성난봉가」 등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원판은 「긴난봉가」이다. 도드리장단이나 중모리장단으로 혹은 굿거리장단으로도 많이 한다. 노랫말은 대개 사랑타령이다. 보통 「난봉가」라 하면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아우러는 말이다.
o 사리원난봉가
노랫말
[에헤 에헤 어야 얼사엄마 둥둥 내가내 사랑아]
노잔다 때리부서라 젊어서 노잔다
나이 많아 지면은 못노리로다
남자가 났다가 궁줄에 들면
타관생활도 예상사로다
사람이 살며는 한 오백년 사나
아니 아니 놀지는 못하리로다
월백설백(月白雪白) 천지백(天地白)하니
산심(山深)도 야심(夜深)에 객수심(客愁深)이라
간다 간다 내가 돌아 간다
너 잡년 버리구 내가 돌아 간다
아가들아 문열어라 비단짜는 구경가자
들고 짜면 대단(大緞)이요 놓고 짜면 공단(貢緞)이라
놓고 짜고 들고 짜고 이건 짜서 무엇할꼬
우리 오빠 장가갈 제 도포받침 해주겠네
울타리 꺾는 이 거 누구일까
나 혼자 있으니 들어를 오소
[ ] 부분은 후렴
풀이
남자가 났다가 궁줄에 들면 타관생활도 예상사로다: 남자가 살다가 궁하게 되면, 타향살이도 다 예상 되는 일이다. 궁하게 사는 것이 예상 된다는 말.
월백설백(月白雪白) 천지백(天地白)하니 산심(山深)도 야심(夜深)에 객수심(客愁深)이라: 이 구절은 김병립(김삿갓)과 공허(空虛)스님이 금강산에서 주고받았다는 한시에서 유래한다. 공허스님이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천지도 희오)라고 하자 김병립이 산심야심객수심(山深夜深客愁深,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의 시름도 깊소)라고 답했다고 한다.
해설
「사리원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의 민요이다. 「난봉가」에서 파생되었다. 「난봉가」는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타령난봉가」(「병신난봉가」 혹은 「별조난봉가」), 「숙천난봉가」, 「개성난봉가」, 「사리원난봉가」 등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원판은 「긴난봉가」이다. 도드리장단이나 중모리장단으로 혹은 굿거리장단으로도 많이 한다. 노랫말은 대개 사랑타령이다. 보통 「난봉가」라 하면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아우러는 말이다.
노랫말
박연폭포 흘러가는 물은
범사정(泛槎亭)으로 감돌아든다
[에 에헤야 에 에루화 좋고 좋다 어러험마 디여라 내 사랑아]
박연폭포가 제 아무리 깊다 해도
우리나 양인의 정만 못하리라
삼십장(三十丈) 단애(斷崖)에서 비류(飛流)가 직하(直下)하니
박연(朴淵)이 되어서 범사정(泛槎亭)을 감도네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하니
산심야심(山深夜深)이 객수심(客愁深)이로구나
천기청랑(天氣淸朗)한 양춘가절(陽春佳節)에
개성 명승고적을 순례하여 보세
범사정(泛槎亭)에 앉아서 한 잔을 기울이니
단풍든 수목도 박연의 정취로다
건곤(乾坤)이 불로월장재(不老月長在)하니
적막강산(寂寞江山)이 금백년(今百年)이로다
슬슬동풍(瑟瑟東風)에 궂은비 오고
시화연풍(時和年豊)에 임 섞여 노잔다
화장사(華藏寺) 점심에 죽장 고쳐 짚고 나니
원통사(圓通寺) 송경(誦經) 소리 선경(仙境)을 자랑하노라
층암절벽(層岩絶壁) 걸린 폭포 쏟아지는 물은
옥쇄화산(玉碎火散) 비말(飛沫)되어 더욱 보기 좋구나
폭포수 쏟는 물에 몸을 풍덩 잠그니
속세(俗世)를 잊은 듯 만사가 무심하고나
구만장천(九萬長天) 걸린 폭포 은하수를 기울인 듯
신비로운 풍경에 심신이 맑아지누나
북성암(北城庵) 옛터에 불은(佛恩)이 흩어졌는데
흥망성쇠(興亡盛衰)는 유수(有數)하다 하더라
지령인걸(地靈人傑)이요 인걸지령(人傑地靈)인데
산성승지(山城勝地)는 천하의 명승(名勝)이로다
관음약수(觀音藥水) 한잔에 초혜(草鞋) 고쳐신고
개성암(開聖庵)에 오르니 우화등선(羽化登仙)이로다
안도리 지도리 돌고 돌아
차일(遮日) 바위 넓고나 땀 좀 들여 가세
노기거리 지나서 무자긴드렁 지낼 제
열 길 백 길 높더라 현기증 일어나누나
성거천마산곡(聖居天摩山谷)에 흘러내리는 물은
우리의 자랑인 박연폭포(朴淵瀑布)로다
성거관문(聖居關門)에 잠깐 쉬는 새에
종소리 찾으니 관음사(觀音寺)로구나
만경대(萬鏡臺) 가는 길 대흥사(大興寺) 앞에 이르니
넓은 바위 좋더라 춤추며 걸어 가세
산성남문(山城南門) 지나서 서사정(逝斯亭)에 이르니
화담선생(花潭先生) 안재(安哉)오 빈터뿐이로구나
쌍폭채하(雙瀑彩霞) 부산동(扶山洞) 영기(靈氣)는 어디로 갔기에
지금에 호지(胡地)로 돌아갔단 말이냐
선인교(仙人橋) 옆에 읍비(泣碑)는 울고 섰는데
일대충의(一代忠義)는 만고강상(萬古綱常)이로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범사정(泛槎亭): 박연폭포 부근에 있는 정자 이름
우리나 양인(兩人): 우리 두 사람
삼십장(三十丈) 단애(斷崖)에서 비류(飛流)가 직하(直下)하니 박연(朴淵)이 되어서 범사정(泛槎亭)을 감도네: 삼십장 높이의 절벽에서 물이 떨어져 박연 연못이 되어 범사정을 감도네. 박연폭포의 물이 떨어진 연못을 고소담이라 하는데, 그 옆에는 용바위가 있고 용바위에는 황진이가 머리채를 물에 적셔 일필휘지로 내려 쓴 ‘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비류직하삼천척 의시은하락구천)’이라는 글씨가 있다고 한다. 이 시는 이백의 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에서 따온 구절이다. 이 시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일조향로생자연 日照香爐生紫煙 향로봉에 햇빛 비쳐 안개 어리고
요간폭포괘장천 遙看瀑布掛長川 멀리에 폭포는 강을 매단 듯
비류직하삼천척 飛流直下三千尺 물줄기 내리쏟아 길이 삼천 자
의시은하락구천 疑是銀河落九天 하늘에서 은하수 쏟아지는가
황진이가 지었다는 한시(漢詩) 「박연폭포(朴淵瀑布)」는 아래와 같다.
일파장천분학롱 一派長川噴壑壟 한 줄기 긴 물줄기가 바위에서 뿜어나와
용추백인수총총 龍湫百仞水叢叢 폭포수 백 길 넘어 물소리 우렁차네
비천도사의은한 飛泉倒瀉疑銀漢 나는 듯 거꾸로 솟아 은하수 같고
노폭횡수완백홍 怒瀑橫垂宛白虹 성난 폭포 가로 드리우니 흰 무지개 완연하네
박란정치미동부 雹亂霆馳彌洞府 어지러운 물방울이 골짜기에 가득하니
주용옥쇄철청공 珠舂玉碎徹晴空 구슬 방아에 부서진 옥 허공에 치솟네
유인막도려산승 遊人莫道廬山勝 나그네여, 여산을 말하지 말라
수식천마관해동 須識天磨冠海東 천마산이야말로 해동에서 으뜸인 것을
해설
「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의 민요이다.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타령난봉가」(「병신난봉가」 혹은 「별조난봉가」), 「숙천난봉가」, 「개성난봉가」, 「사리원난봉가」 등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원판은 「긴난봉가」이다. 도드리장단이나 중모리장단으로 혹은 굿거리장단으로도 많이 한다. 노랫말은 대개 사랑타령이다. 보통 「난봉가」라 하면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아우러는 말이다.
o 숙천난봉가
노랫말
[에헤이 에헤이 어럼아 둥둥 내 사랑아]
인생백년 여주마(如走馬)로다 아이나 놀지는 못하리라
남기라도 고목되면 오든 새도 아니오고
꽃이라도 십일홍되면 오든 나비도 아니오고
임이라도 늙어지면 오든 정편도 아니온다
우툴두툴 저 남산보게, 우리도 죽으면 저 모양 되네
살은 썩어서 물이 되고 뼈는 썩어서 황토되고
삼혼칠백(三魂七魄)이 흩어질 제, 어떤 친구가 날 불쌍타 할까
내 돈 없으면 은행돈 전당돈 백전 은전 지전 다 낼지라도 족집게 석경은 내 사다 줄게
어마나 눈썹을 여덟 팔자로 지어라 어마나 눈썹을 지울 줄 몰라
속에 속눈섭 다 뽑아 놓고 물독을 안고서 그림자만 본다
님의 집은 성안이오 내 집은 성 밖이라
성넘어 갈 제는 개가 짖고 님품에 들적엔 닭이 운다
원수로다 원수로다 닭의 정성이 원수로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인생백년 여주마(如走馬)로다: 인생 백년이 달리는 말과 같아 금방 지나간다
남기: 나무
삼혼칠백(三魂七魄): 사람의 혼백을 통칭하는 말
내 돈 없으면 은행돈 전당돈 백전 은전 지전 다 낼지라도 족집게 석경은 내 사다 줄게 어마나 눈썹을 여덟 팔자로 지어라 어마나 눈썹을 지울 줄 몰라 속에 속눈섭 다 뽑아 놓고 물독을 안고서 그림자만 본다: 돈이 없더라도 어떻게라도 돈을 마련하여 족집게와 석경(거울)을 사다 줄 테니, 눈썹을 예쁘게 그려라. 그런데 눈썹 화장을 할 줄을 몰라 속눈썹을 다 뽑고 님이 아니라 물독을 안고 님의 그림자만 본다.
해설
「숙천난봉가」는 평안남도 해안 숙천 지방에서 전해지던 난봉가인데, 그 연원이 오래된 것은 아니다. 황해도 지방의 「긴난봉가」의 영향을 받아 개화기 이후에 퍼진 노래로 보인다. 노랫말을 길게 만들어 부르는 노래이다.
「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의 민요이다.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타령난봉가」(「병신난봉가」 혹은 「별조난봉가」), 「숙천난봉가」, 「개성난봉가」, 「사리원난봉가」 등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원판은 「긴난봉가」이다. 도드리장단이나 중모리장단으로 혹은 굿거리장단으로도 많이 한다. 노랫말은 대개 사랑타령이다. 보통 「난봉가」라 하면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아우러는 말이다.
o 자진배따라기
노랫말
여보시오 친구님네들 이내 말씀을 들어를 보소
금년 신수(身數) 불행하여 망한 배는 망했거니와
봉죽(鳳竹)을 받은 배 저기 떠 들어옵니다
봉죽(鳳竹)을 받았단다 봉죽을 받았단다
오만칠천냥 대봉죽(大鳳竹)을 받았다누나
[이에 어그야 더그야 지화자자 좋다]
돈을 얼마나 실었읍나 돈을 얼마나 실었읍나
오만칠천냥(五萬七千兩) 여덟 갑절을 실었다누나
뱃주인네 아주머니 인심이 좋아서
비녀 가락지 다 팔아서 술받아 오누나
월명사창(月明紗窓) 달 밝은 밤에
안안팍 밀물이 처저절철 넘친다누나
뱃주인네 아주머니 돈날라 내기에
왼편 궁댕이에 자개바람이 일어나누나
천남천북(川南川北)에 널리신 재물(財物)
수상수하(水上水下)에 오르고 나리는 재물
모두다 실어다가 대한민국으로 몰아들려라
강화월곶(江華月串)이 하 어렵다 하니
밀물을 받아서 지구만 돌리자누나
이번 걸음에 재수가 좋아
수십만금(數拾萬金)의 장자(長者)가 되었다누나
모진 풍랑 헤치면서 어기여차 노를 저어
저 멀리 지평선 닿는 곳으로 가잔다누나
여보시오 친구님들 말 들어 보소
이 같은 풍획(風獲)에 어깨춤이 절로 나누나
만선 배가 떠 들어온다 만선 배가 떠 들어온다
풍악을 울리며 거드렁 우쭐대누나
잔잔한 물결에 쌍돛을 달고
포구를 향하여 힘차게 달린다누나
노도(怒濤) 같은 물결 속에 갈매기떼 우지질 때
힘차게 달리니 장쾌한 기분이로다
우리 동리 여러분 기분들 내소
이번 행선(行船)에 수만금을 벌었다누나
탁주집 아주머니 돈 받아 가오
외상술 먹은 것 다 갚아 드린다누나
모진 광풍(狂風)도 어느덧 사라져
잔잔한 물결에 노 저어 들어온다누나
연평(延平) 바다 조기 많이 잡아
봉죽을 받고서 선창(船艙)에 닿는다누나
폭풍(暴風) 광풍(狂風)엔 질겁을 하여도
포구에 댈 때는 딴 힘이 솟는다누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여보시오 친구님네들 이내 말씀을 들어를 보소 금년 신수(身數) 불행하여 망한 배는 망했거니와 봉죽(鳳竹)을 받은 배 저기 떠 들어옵니다 봉죽(鳳竹)을 받았단다 봉죽을 받았단다 오만칠천냥 대봉죽(大鳳竹)을 받았다누나 [이에 어그야 더그야 지화자자 좋다]: 노래를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잡고 노래를 소개하는 노래의 맨 앞부분이다. 올해 재수가 좋지 않아 망한 배는 망했지만, 고기를 많이 잡은 배는 항구로 들어온다고 노래하고 있다. ‘봉죽(鳳竹)’은 만선(滿船)을 표시한 대나무. 고기잡이를 하고 귀항할 때 어획량에 다라 깃대에 표시하는 방법이 달랐다. 봉죽은 고기를 가득 잡았다는 표시. [이에 어그야 더그야 지화자자 좋다]는 후렴.
해설
「자진배따라기」는 「배따라기」에 비해 밝고 흥겨운 소리다. 「배따라기」가 폭풍을 만난 뱃사람이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오는 과정을 노래하고 있지만, 「자진배따라기」는 풍어(豊漁)를 기원하며 만선(滿船)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비교적 근대에 와서 불렀던 노래로 보인다. 보통 「배따라기」에 이어서 불렀지만 요즘은 따로 부르기도 한다. 서도 뱃노래에 해당한다. 풍어굿에서 기원하여 독립된 노래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o 서도뱃노래
노랫말
배 띄어라 배 띄어라 만경창파 배 띄어라(이별가조)
[어그야디야 어허—에헤-에헤-야-]
순풍이 분다 아하 돛 달아라 아하
천남천북(川南川北)에 아하 널리신 재물 아하
대한민국으로 아하 다몰아 들여라 아하
간다 간다 아하 배 떠나 간다 아하
어야디야 어여차 어그야디여 어여차
[ ] 부분은 후렴
풀이
천남천북(川南川北): 강 아래쪽과 위쪽. 여러 곳을 의미함.
해설
「서도뱃노래」는 원래 「자진배따라기」의 뒤에 오는 한 노래였지만, 소리의 성격이 「자진배따라기」보다 더 흥겹고 빠르므로 「자진배따라기」와 분리해서 따로 부르기도 한다.
o 봉죽타령
노랫말
[에- 에- 에헤야 어그야 지화자 좋다]
봉죽(鳳竹)을 질러라 봉죽을 질렀구나
일만 오천량의 대봉죽 질렀다
천남천북(川南川北)에 오가는 재물
모두다 실어다가 들이자꾸나
일년 열두달 이 정성 들여
이 한몫 보자고 또 하는구나
수상수하(水上水下)에 오르는 고기
한쌍만 남기고 다 잡아 드려라
돈이 많던지 적던지 간에
이물 고물에 처절철 넘누나
높은 돛대다 만선기 달고 뱃굽을 쾅쾅 치는 소리
여덟도 고깃배 다 모여든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에- 에- 에헤야 어그야 지화자 좋다] 봉죽(鳳竹)을 질러라 봉죽을 질렀구나 일만 오천량의 대봉죽 질렀다: 봉죽을 질렀다는 말은 고기를 가득 잡아 만선을 이루었다는 말. ‘봉죽(鳳竹)’은 만선(滿船)을 표시한 대나무. 고기잡이를 하고 귀항할 때 어획량에 다라 깃대에 표시하는 방법이 달랐다. 봉죽은 고기를 가득 잡았다는 표시.
해설
「봉죽타령」은 만선을 기원하는 뱃노래 계열의 노래다. 평안도, 황해도, 경기북부 해안 지방에서 전해지는 노래로 「자진배따라기」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o 배치기
노랫말
어영도 철산을 다 쳐다 먹고
연평 바다로 돈 실러 갑시다
[어허어 어허어어 어허으어 어허으어 어어허어 어화요]
돈 실러 간다 돈 실러 간다
연평바다로 돈 실러 갑세다
간 곳마다 치는 북은
우리 배가 다 치고 났단다
이물 돛대는 사리화 피고
고물 돛대는 만장기 띄었다
연평 장군님 귀히 보소
우리 배불러서 도장원 주시오
오동추야 달 밝은 밤에
새우젓 잡기가 재미가 난다
정월부터 치는 북은
오월 파송을 내 눌러 쳤단다
연평바다에 널린 조기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드려라
암매 숫매 맞 마쳐놓고
여드레 바다에 두둥실 났단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어영도 철산을 다 쳐다 먹고 연평 바다로 돈 실러 갑시다: 어영도는 평안남도에 있는 섬. 예로부터 조기 어장으로 유명했다. 철산은 평안북도에 있는 지명. 철산 앞바다도 조기 어장으로 유명했다. 어영도와 철산에서 고기를 다 잡고 연평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가자는 뜻. 고기는 곧 돈이기 때문에 돈 실러 가자고 했다.
해설
「배치기」는 서해에서 부른 뱃노래 계열 노래다. 어부들의 노동요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제의적인 성격도 있다. 「배치기」는 전라북도 위도에서부터 연평도와 황해도 평안도 등 서해안 전 지역에서 부르던 노래이며 「자진배따라기」의 이본(異本)이라 할 수 있다. 노동요이면서 무속적인 성격도 있다.
o 술비타령
노랫말
[어영차 술비로다 어영차 술비로다]
이 술비가 네 술비냐
지상중에두 술비로다
연평바다에 만선이 되어
오색깃발을 휘날리면서
선창머리에 닿는구나
닻을 감고 돛 달아라
칠산바다로 나가자꾸나
노도풍랑을 헤치면서
갈매기떼 춤을 추니
만선 깃발을 휘날리면서
풍악소리가 요란하구나
오동추야 달 밝은 밤에
님생각이 저절로 난다
뱃주인집 아주마니 돈받으소
철렁철렁 돈들어 갑네다
우리배 사공은 힘도 좋아
오만 칠천냥 벌었다누나
닻을 들고 돛을 달고
노저어라 노저어라 칠산바다로 돈벌러 가세
오늘은 연평도라
내일은 황해도라
닻을 내리고 노를 저어라
돛을 들고 그물을 넣어라
당겨나 보세 당겨나 보세
걸렸구나 걸렸구나
호박넝쿨에 수박이 열리듯
주렁주렁 걸렸구나
만선이다 만선이다 우리배가 만선이다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그야디여차(어그야디여차)
어그야더거야 어허어허 어허어어어
어그야 디여차 어그야 디여차
어영차 술비로다 어야차
[ ] 부분은 후렴
풀이
칠산바다로 나가자꾸나: 전라남도 영광군 앞바다를 칠산바다라 한다. 예로부터 조기가 많이 잡히고, 그 맛이 좋아 영광굴비로 만들어졌다. 연평도 역시 조기가 많이 잡히던 곳이다. 과거 조기철에는 거문도에서부터 북상하는 조기떼를 따라 거문도, 칠산바다, 연평도로 고깃배들이 서해바다로 북상하면서 조기를 잡았다. 때문에 「배치기」나 「술비타령」은 지역에 한정되기보다는 바다를 통해 서로 교류되었기 때문에 유사성이 많다.
해설
「배치기」와 같은 계열의 소리가 「술비타령」이다. 「술비타령」은 닻줄을 꼬면서 풍어를 기원하는 노래로 황해도와 경기도 북부 지역에서 전승되었다. 술비는 닻줄을 뜻한다. 즉 닻줄을 꼬면서 풍어를 기원하는 노래로 황해도, 경기도 등 서해안을 중심으로 전승되었다. 뒷부분은 빠르게 부른다. [어영차 술비로다 어영차 술비로다]를 매 소절마다 뒷소리로 받는다.
o 몽금포타령
노랫말
장산곶(長山串) 마루에 북 소리 나더니
금일(今日)도 상봉(上峯)에 임 만나 보겠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임 만나 보겠네]
갈 길은 멀고요 행선(行船)은 더디니
늦바람 불라고 성황님 조른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성황님 조른다]
바람새 좋다고 돛 달지 말고요
몽금이 개암포 들렀다 가소레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들렀다 가소레]
북 소리 두둥둥 쳐올리면서
봉죽(鳳竹)을 받은 배 떠 들어 옵네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떠들어 옵네다]
앞 강에 뜬 배는 낚시질꾼 배요
뒷강에 뜬 배는 임 실러 갈 배라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임 실러 갈 배라]
은은히 들리는 어적(漁笛) 소리에
이내 마음이 서글프구나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서글프구나]
달은 밝구요 바람은 찬데요
순풍에 돛 달고 돌아를 옵네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돌아를 옵네다]
바다에 흰돛은 쌍쌍이 조으나
외로운 사랑엔 눈물만 겨워라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눈물만 겨워라]
몽금포(夢金浦) 백사장 해당화 불고요
푸른 솔가지엔 두루미 앉았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두루미 앉았네]
장산곶(長山串) 마루에 새 소식 들리니
원포귀범(遠浦歸帆)에 정든 임 오셨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정든 임 오셨네]
무정한 우리 임 말없이 가더니
봉죽(鳳竹)을 받고서 돌아를 오셨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돌아를 오셨네]
임 실러 갈 적엔 반 돛을 달고요
임 싣고 올 적엔 온 돛을 단다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온 돛을 단다네]
거칠은 물결에 출렁이면서
북 소리 울리며 떠들어 온다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떠들어 온다네]
가는 임 야속타 속태지 말고요
갔다가 올 때가 더 반갑답니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더 반갑답니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장산곶(長山串) 마루에 북 소리 나더니 금일(今日)도 상봉(上峯)에 임 만나 보겠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임 만나 보겠네]: 곶은 육지가 바다 쪽으로 돌출한 것을 말한다. ‘장산곶(長山串) 마루’는 장산곶 제일 꼭대기. 해주(海州) 서쪽 92km 지점에 위치하며, 해식애의 발달로 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송백(松柏)의 삼림이 아름답다고 한다. 북쪽 13km 지점에 몽금포(夢金浦)가 있다.
해설
「몽금포타령」은 황해도 민요 가운데서 널리 알려진 것이다. 황해도 장연군에 있는 장산곶의 경치를 노래한 내용인데, 어항의 정경과 어부들의 생활을 노래하고 있다. 신민요의 일종이다. 후렴을 다는 방식이 특이한데 한 노랫말이 끝나면 후렴 두 번째 장단에서 메기는 소리의 뒷부분을 다시 한 번 부른다. 예를 들어 ‘장산곶 마루에 북 소리 나더니/금일도 상봉에 임 만나 보겠네’를 부르고 나면 뒤에 후렴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다음에 앞의 ‘임 만나 보겠네’ 노랫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몽금포타령」은 가락이 다른 서도소리에 비해 쉬운 편이어서 널리 보급된 노래이다.
o 평양염불
노랫말
나미아미타불 천하제석(天下帝釋)은 삽십삼천(三十三天) 지하제석은 이십팔수(二十八宿)
[에헤야 에헤이 헤미 타불]
제석삼불 오시는 길에 은하수로 다리놓자
바람타고 구름 사이에 안개 순풍에 나립소사
십상팔상 염불이 다 넘어 간다
서천서역 인도국 가서 치목 구하여 왕재목하세
달 가운데 옥절구로 금공이로 찧어라
[ ] 부분은 후렴
풀이
나미아미타불 천하제석(天下帝釋)은 삽십삼천(三十三天) 지하제석은 이십팔수(二十八宿) [에헤야 에헤이 헤미 타불]: ‘제석’은 무속이나 불교에서 전지전능한 하느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믿어지는 신령이다. ‘삼십삼천’은 제석이 있다고 믿는 하늘. 지하제석은 지하의 세계를 관장하는 신령, ‘이십팔수’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총칭. 이 구절은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신을 모시고자 부르는 대목이다. 청배(請陪) 대목이다.
해설
「평양염불」은 평양 지방에서 굿을 할 때 처음 부르던 소리다. 서도민요의 여러 염불 계열 노래의 원형에 해당한다. 서도소리 무형문화재였던 김정연(1913~1987)은 “이 염불은 특히 평양 무녀들이 부르는 소리인데 어떠한 굿을 하든지 첫 마루에 반드시 부르며 길게 늘여 부른다...(중략)... 이 소리는 어디가 모나지 못하고 그저 구수할 뿐이다. 장단이 참으로 어렵다. 육박이나 끝박엔 엇박으로 치며 소리가 계속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평안도의 재수굿이나 다리굿 등을 할 때 불렀던 노래로 이것이 세속화되어 「해주산염불」이나 「개성산염불」 등으로 파생된다.
o 평양긴염불
노랫말
나무무견(南無無見)에 정상상(頂上相) 나무정상(南無頂上)에 육계상(肉髻相)
[나무아미타불]
나무발감(南無髮紺)에 유리상(琉璃相) 나무미간(南無眉間)에 백호상(白毫相)
나무미간(南無眉間)에 수양상(垂楊相) 나무안목(南無眼目)에 청정상(淸淨相)
나무이문(南無耳聞)에 제정상(諸聲相) 나무비고(南無鼻高)에 원직상(圓直相)
[ ] 부분은 후렴
풀이
나무무견(南無無見)에 정상상(頂上相) 나무정상(南無頂上)에 육계상(肉髻相) [나무아미타불]: 이 구절은 장엄염불(莊嚴念佛)의 한 구절이다. 장엄염불이란 부처님을 장엄하는 염불, 즉 부처님을 찬탄하는 염불이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찬송가에 해당한다. 거룩하신 부처님의 정수리에, 거룩하신 부처님의 정수리의 육계상에 귀의한다는 뜻.
해설
「평양긴염불」은 평양 지방에서 굿을 할 때 부르던 소리다. 불교적인 노랫말이다. 평안도의 재수굿이나 다리굿 등을 할 때 불렀던 노래로 이것이 세속화되어 「해주산염불」이나 「개성산염불」 등으로 파생된다.
o 십장엄염불
노랫말
극락세계(極樂世界) 십종장엄(十種莊嚴) 법장서원(法藏誓願) 수인장엄(修因莊嚴)
[나무아미타불]
사십팔원(四十八願) 원력장엄(願力莊嚴) 미타명호(彌陀名號) 수광장엄(壽光莊嚴)
삼대사관(三大士觀) 보상장엄(寶像莊嚴) 미타국토(彌陀國土) 안락장엄(安樂莊嚴)
보하청쟁(寶河淸淨) 덕수장엄(德水莊嚴) 보존여의(寶殿如意) 누각장엄(樓閣莊嚴)
주야장원(晝夜長遠) 시분장엄(時分莊嚴) 이십사락(二十四樂) 정토장엄(淨土莊嚴)
삼십종익(三十種益) 공덕장엄(功德莊嚴) 십장엄(十莊嚴)이 원이로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극락세계(極樂世界) 십종장엄(十種莊嚴) 법장서원(法藏誓願) 수인장엄(修因莊嚴) [나무아미타불]: 극락세계에는 열 가지 장엄이 있으니 법장비구 원을 세워 인행 닦아 거룩하고. ‘장엄’은 거룩하다, 신성하다, 찬양하다는 뜻.
해설
「십장엄염불」은 평양 지방에서 굿을 할 때 부르던 소리로 극락세계의 열 가지 장엄한 경지를 나열하고 있다. 혼을 좋은 곳으로 천도할 때 부르는 내용이다.
o 십대왕송
노랫말
십상팔상염불이 다 넘어간다
제일에는 진광대왕 천광여래가 원불인데 도산지옥을 면합소사
제이에는 초광대왕 약사여래가 원불인데 화탕지옥을 면합소사
제삼에는 송제대왕 선현여래가 원불인데 한빙지옥을 면합소사
제사에는 오관대왕 아미타불이 원불인데 검수지옥을 면합소사
제오에는 염라대왕 지장보살이 원불인데 발설지옥을 면합소사
제육에는 변성대왕 대세지보살이 원불인데 독사지옥을 면합소사
제칠에는 태산대왕 관세음보살이 원불인데 거해지옥을 면합소사
제팔에는 평등대왕 노사나불이 원불인데 철상지옥을 면합소사
제구에는 도시대왕 구원보살이 원불인데 풍도지옥을 면합소사
제십에는 오도전율대왕 석가여래가 원불인데 흑암지옥을 면합소사
풀이
십상팔상염불이 다 넘어간다 제일에는 진광대왕 천광여래가 원불인데 도산지옥을 면합소사: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을 명부라 하는데, 이 명부는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열 명의 대왕이 다스린다. 진광대왕은 죽은 자가 맞이하는 첫 칠일 간의 일을 관장하는 대왕이다. 도산지옥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 칼로 괴롭히는 지옥이다. 칼산지옥이라고도 한다. 「십대왕송」은 명부의 시왕(十王)과 그가 관장하는 지옥을 나열하고 죄를 면해달라고 부탁하는 「평양염불」 계열의 노래다. 이 노랫말은 불교의 천도의식인 사십구재에도 사용한다. 시왕과 그가 관장하는 지옥은 다음과 같다.
①진광대왕(秦廣大王)의 도산지옥(刀山地獄)
②초강대왕(初江大王)의 화탕지옥(火蕩地玉)
③송제대왕(宋帝大王)의 한빙지옥(寒氷地獄)
④오관대왕(五官大王)의 검수지옥(劍樹地獄)
⑤염라대왕(閻羅大王)의 발설지옥(拔舌地獄)
⑥변성대왕(變成大王)의 독사지옥(毒蛇地獄)
⑦태산대왕(太山大王)의 거해지옥(鉅骸地獄)
⑧평등대왕(平等大王)의 철상지옥(鐵床地獄)
⑨도시대왕(都市大王)의 풍도지옥(風途地獄)
⑩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의 흑암지옥(黑闇地獄)
해설
「십대왕송」은 명부의 시왕(十王)과 그가 관장하는 지옥을 나열하고 죄를 면해달라고 부탁하는 「평양염불」 계열의 노래다. 「십대왕송」과 「십장엄염불」 역시 「평양염불」 계열의 노래다. 「십장엄염불」은 평양 지방에서 굿을 할 때 부르던 소리로 극락세계의 열 가지 장엄한 경지를 나열하고 있다. 혼을 좋은 곳으로 천도할 때 부르는 내용이다. 「평양염불」 계열의 노래들은 모두 굿에서 파생된 것이다. 서도소리의 염불계열 노래들은 무속에 뿌리를 둔 것으로 「평양염불」 계열의 노래가 난봉가토리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로 세속화되어 해주 지방의 「산염불」과 개성의 「개성산염불」 등으로 분화되었다.
o 산염불
노랫말
[에-헤에 에헤헤 아미타아 아허야 불이로다]
어젯밤에 꿈 좋더니 임에게서 편지 왔소
그 편지를 받어들고 가슴 위에 얹었더니
인철지(印綴紙) 한 장이 무겁겠소마는
가슴 답답하여 못 살겠네
아희야 연수(硯水)처라 님에게로 편지쓰자
검은 먹 흰 종이는 님의 옥안(玉顔)을 보련마는
저 붓대 그리고 못 보니 너나 내나 일반이라
활 지어 송지(松枝) 걸고 석침(石枕) 베고 누웠으니
송풍(松風)은 거문고요 두견성(杜鵑聲)은 노래로다
아마도 이 산중에 사무한신(事無閑身)은 나뿐인가
이팔청춘 소년님네 백발 보고 웃지 마라
나도 엊그저께 청춘 소년일러니 오늘 백발이 더욱 섧다
서산명월(西山明月)이 다 넘어가고 벽수비풍(碧樹飛風)은 슬슬 부는데
새벽 종다리 우지지는 소리 아니 나던 심정이 절로 난다
서산낙조(西山落照)에 떨어지는 해는
내일 아침이면 다시 돋건마는
황천길은 얼마나 먼지
한 번 가면은 영절(永絶)이라
북망산천아 말 물어 보자
영웅호걸 죽은 무덤이 몇몇이나 되며
절대가인 죽은 무덤 몇 일러냐
추야공산(秋夜空山) 저문 날에 슬피 우는 저 기럭아
이내 간장 썩는 회포 너는 어이 몰라주나
밤새워 기다릴 제 새벽달이 지새누나
송림(松林)에 눈이 오니 가지가지 백화(白花)로다
한 가지 꺾어다가 우리 님께 보낸 후에
녹든 말든 그만이라
영산홍록(暎山紅綠) 봄바람에 넘노나니
황봉백접(黃蜂白蝶) 붉은 꽃 푸른 잎은 산용수세(山容水勢)를 그림하고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춘흥(春光春興)을 자랑한다
오동복판(梧桐腹版) 거문고에 새줄 얹어 타노라니
백학(白鶴)이 제 지음(知音)하고 우줄우줄 춤을 춘다
달 밝은 조요(照耀)한 밤 홀로 일어 배회(徘徊)할 제
때마침 구추월야(九秋月夜)로다 귀뚜라미 슬픈 울음 남은 간장 다 썩이니
쓰라린 이 심정을 어이 진정할까
무심(無心)하다 저 구름 아래 우리 임이 분명 있건마는
오며가며 두 사이에 무삼 약수(弱水) 막혔관대
양처(兩處)가 막막(漠漠)하여 소식조차 끊단말가
서산일락(西山日落) 저문 날에 갈 길 잃은 저 나그네
동풍이 불면 서로 가고 서풍이 불면 동으로 가고
부평(浮萍)같은 고닲은 신세 장차 어디메로 가잔말가
울적(鬱寂)한 심회(心懷)를 풀 길이 없어
금풍(金風)이 소슬(蕭瑟)한 가을밤에 추억에 잠기어 배회(徘徊)할 제
청천(靑天)에 높이 뜬 저 기러기 가뜩이나 심란한데
너조차 이 마음을 몰라주느냐
달은 밝고 명랑한데 망망(茫茫)한 바다의 외로운 배야
갈매기 벗을 삼아 떠들어올 제 거칠은 물결 헤치면서
돛 높이 치켜달고 애내성(欸乃聲) 부르면서 돌아를 오네
백화(百花)가 난만(爛漫)한 봄동산에 화창한 봄날
완경차(翫景次)로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簞飄子)로 심산궁곡(深山窮谷)을 들어가니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일만 시름이 간 곳 없네
임의 손길 마주 잡고 만단정회(萬端情懷) 어제런 듯
한번 간 그 임은 소식도 없어 세월만 흘러 다 지쳤네
언제나 우리 임 만나 가슴 속 서린 정을 풀어볼까
청류벽사월천(淸流壁四月天)에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
조그만 배에다 술을 싣고 벽파(碧波)로 흘리저어 내려가니
산수풍경완상(山水風景翫賞)을 하니 세상영욕(世上榮辱)이 꿈이런가
쓸쓸한 이 세상 야속한 임아 이다지 애탤 줄 나는 몰랐네
가슴 속 깊숙이 멍이 들어 번민과 고통뿐이로다
그립고 아쉬운 마음 그래도 못 잊어 한(恨)이로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에-헤에 에헤헤 아미타아 아허야 불이로다] 어젯밤에 꿈 좋더니 임에게서 편지 왔소 그 편지를 받어들고 가슴 위에 얹었더니 인철지(印綴紙) 한 장이 무겁겠소마는 가슴 답답하여 못 살겠네: ‘인철지(印綴紙)’는 편지지. 님에게서 좋은 소식이 오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다는 뜻.
해설
「산염불」은 「긴염불」이라고도 하며 「해주산염불」이라고도 한다. 황해도에서 세속화한 것이다. 염불이라는 말이 들어가 곧 불가(佛歌)를 연상하게 되나 실제 노랫말이나 음악 내용은 불교와 거의 관계가 없다. 노래는 난봉가토리로 황해도 상여소리에 가깝다. 이것이 전문 예능인들의 음악 행위와 어법이 더해져서 전문성을 띠는 소리가 되었다. 「산염불」 노랫말은 경기의 「창부타령」과 같이 가사의 변이가 심하고 또 소리하는 사람에 따라 계속 변형될 수 있다.
o 자진염불
노랫말
긴염불도 좋거니와 자진 염불로 넘어간다
[에헤 에헤아미타아불이로다]
석가여래(釋迦如來)가 원불(願佛)인데
칼산지옥(刀山地獄)만 면(免)합소사
인제 가면은 언제 와요
오면 날이나 일러 주오
산에 올라 옥을 캐니
이름이 좋아서 산옥이냐
무정세월아 가지 마라
아까운 내 청춘 다 늙는다
서산일락(西山日落) 지는 해는
나의 감회를 돋우는듯
일락서산에 해 떨어지고
월출동령에 달 솟는다
백구야 훨훨 나지마라
너를 잡을 내 아니다
백팔염주(百八念珠)를 목에 걸고
명산대찰(名山大刹)을 찾아간다
아미타불(阿彌陀佛)이 원불(願佛)인데 아미타불이 원불인데
발설지옥(拔舌地獄)만 면합소사
살았을 적에 선심공덕(善心功德)
사후영천(死後永天)에 극락 가세
세상번민(世上煩悶) 다 떨치고 산중으로 들어가서
후세발원(後世發願)을 하여 볼까
지성으로 염불하면
자연 감응(感應)이 있으리라
교만방자(驕慢放咨) 불의행사(不義行事)
장차 영겁(永劫)을 어이 하리
사바세계(娑婆世界)서 공을 닦아
사후연화대(死後蓮花臺) 가리로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석가여래(釋迦如來)가 원불(願佛)인데 칼산지옥(刀山地獄)만 면(免)합소사: 석가여래 부처가 원래 모시던 부처1)인데 칼산지옥은 면하게 해 달라는 뜻. 칼산지옥은 진광대왕(秦廣大王)이 관장하는 지옥이다. 도산지옥이라고도 한다. 죽은 지 7일 후면 첫 번째 심판을 받는데, 다리를 놓은 공적도 없고, 배고픈 자에게 밥을 준 공덕도 없는 죄인이 들어간다고 한다. 험한 산에서 죄인들이 칼에 찔리어 고통을 당하고 관속의 시신에 쇠못을 박는다는 지옥.
아미타불(阿彌陀佛)이 원불(願佛)인데 아미타불이 원불인데 발설지옥(拔舌地獄)만 면(免)합소사: 아미타불(阿彌陀佛)은 대승불교에서, 서방정토(西方淨土) 극락세계에 머물면서 법(法)을 설한다는 부처. ‘발설지옥(拔舌地獄)’은 말로 잘못을 범한 사람이 가게 되는 지옥이라는 뜻이다. 혀를 뽑는다고 한다.
해설
「자진염불(해주자진염불)」은 일반적으로 「산염불」 뒤에 이어서 부른다. 불교적 내용과 통속적 내용이 교잡되어 있다. 노랫말은 원래 십대왕(十大王)을 차례로 읊어나가던 염불이었다고 하나 요즈음은 그러한 일관성이 없이 이것저것을 섞어서 부른다. 때문에 소리하는 사람에 따라 가사의 변화가 심하다. 황해도 상여소리에 가깝다.
o 개성산염불
노랫말
[니나노나요 나니가 난실레요 니나노 나노가 산이로다]
산에 올라 옥을 캐니
이름이 좋아서 산옥(山玉)이냐
이산 저산 양산간(兩山間)에
울고 간다고 곡산(谷山)이냐
보고지고 보고나지고
유정낭군(有情郎君)이 보고지고
학도 뜨고 봉도 떴다
강산 두루미 나도 떴소
산에 올라 도라지를 캐서
들고나보니 산삼이라
네가 잘나 천하일색(天下一色)이냐
내 눈이 어두어 환장이라
간데 적적 정드려 놓고
이별이 잦아서 못 살겠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이산 저산 양산간(兩山間)에 울고 간다고 곡산(谷山)이냐: 곡산은 함해도 북동쪽에 있는 지명이다. 산악지역이어서 이런 노랫말이 발생했다.
간데 적적 정(情)드려 놓고 이별이 잦아서 못 살겠네: ‘간데 적적 정(情)드려 놓고’는 간 곳 족족, 즉 가는 곳마다 정 들여놓고 이별이 잦아서 못 살겠다는 뜻이다. ‘적적’은 ‘족족’의 변형이다.
해설
「개성산염불」은 「산염불」에서 분화된 것으로 신민요에 가갑다. 「산염불」과 같이 노랫말의 변화가 심하고 불교의 흔적은 자취를 감추었다. 소리하는 사람에 따라 노랫말이 늘어날 수 있다.
o 배꽃타령
노랫말
배꽃일세 배꽃일세 큰애기 얼굴이 배꽃일세
[얼씨구나 좋다 절씨구나 좋다 얼싸절싸 지화자 멋이로구나
둥기당기당실 멋이로구나]
연꽃일세 연꽃일세 큰애기 얼굴이 연꽃일세
도화(桃花)로세 도화로세 큰애기 얼굴이 도화로세
행화(杏花)로세 행화로세 큰아기 얼굴이 행화로세
매화(梅花)로세 매화로세 큰아기 얼굴이 매화로세
모란일세 모란일세 큰아기 얼굴이 모란일세
[ ] 부분은 후렴
해설
「배꽃타령」은 황해도 민요로 여러 꽃을 반복적으로 노래하는 흥겨운 민요다. 배꽃, 연꽃, 도화(복숭아꽃), 행화(살구꽃), 모란 등의 아름다운 꽃이 젊은 여인네의 얼굴과 같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경기 민요 「는실타령」, 「도화타령」과 같이 사당패의 노래에서 기원했다.
o 느리개 타령
노랫말
우물가 양버들 경치가 좋아서 보았나
물긷는 처녀의 몸매가 좋아서 보았지
[닐닐닐닐 느리구 늘씬 느려라
얼싸 정 좋다 여남은 댓발 느려라]
봄바람 실바람 겨드랑 밑으로 돌구요
건너말 큰애기 내 품안에서 논다네
앞동산 뒷동산 개나리 진달화 피고요
앞뒤벌 큰 애기 산나물 가지고 나섰다
갈까보다 말이나 말까보다
한양 낭군 따라서 가리나 갈까보다
부러진 다리를 자리나 잘잘 끌면서
정든 님을 따라서 가리나 갈까보다
간데 족족 정이나 정들여 놓고
이별이 잦아서 정말 못 살갔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우물가 양버들 경치가 좋아서 보았나 물긷는 처녀의 몸매가 좋아서 보았지 [닐닐닐닐 느리구 늘씬 느려라 얼싸 정 좋다 여남은 댓발 느려라]: ‘여남은’은 열이 조금 넘는 수, ‘댓발’에서 댓은 대여섯. 발은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 한 발은 양팔을 편 길이에 해당한다. 많이 정을 늘려라는 뜻.
부러진 다리를 자리나 잘잘 끌면서 정든 님을 따라서 가리나 갈까보다: 평범한 가사 같지만 ‘자리나 잘잘’과 ‘가리나 갈까’는 음성적으로 운율을 잘 살리고 있다
해설
황해도 전 지역과 평안도 일부에서 불렸던 소박한 민요다. 지역에 따라 여러 노랫말이 나타난다. 남녀 간의 정(情)을 엿가락처럼 늘리라는 의미로 ‘느리개’라 했다. 정이 늘어져 오래가자고 하는 내용의 후렴구를 가진다.
o 날찾네
노랫말
날 찾네 날 찾네 그 누구가 나를 찾네
[날 찾으리 없건마는 그 누구가 나를 찾나]
부춘산(富春山) 엄자릉(嚴子陵)이 간의대부(諫議大夫)를 마다하고
남산에를 갔건마는 그 누구가 나를 찾나
상산사호(商山四皓) 네 노인이 바둑을 두자고 나를 찾나
천태산(天台仙) 마고선녀(麻姑仙女)가 약재를 캐자고 나를 찾나
시중천자(詩中天子) 이태백이 풍월을 짓자고 나를 찾나
천하장사 항적(項籍)이가 범아부(范亞父)를 마다하고 동강천리 갔건마는
그 누구가 나를 찾나
술 잘 먹는 유령(劉伶)선생이 술을 먹자고 나를 찾나
[어허 우습다 저기 저 구름이 날 속였네 금수오작(禽獸烏鵲)이 날 속였구나]
[창망(蒼茫)하지요 저 구름속에 임의 소식이 돈절이로구나 언제 또 다시 그리운 님을 만나서 묶은 회포를 풀까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부춘산(富春山) 엄자릉(嚴子陵)이 간의대부(諫議大夫)를 마다하고: 엄자릉이 한나라 광무제 때 임금이 ‘간의대부’ 벼슬로 불렀으나 이를 마다하고 부춘산으로 들어가 일생을 마쳤다는 뜻이다
해설
「날찾네」는 서도좌창과 서도민요의 중간 형식을 가지고 있는 노래다. 다른 서도 좌창과 같이 수심가조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특색이어서 좌창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후렴이 따르고, 분절 형식이어서 민요로 보아도 무방하다. 노래를 끝내는 부분에 반엮음수심가조와 수심가조가 함께 있는 아주 특이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 노래다. 서도좌창 「공명가」도 이와 같은 끝맺음 형식을 가지고 있다.
o 풍구타령
노랫말
[불어라 불어라 어기엿차 불어라 불불불 불어도 만대장만 나온다]
신계 곡산에 풍구는 칠팔명이 불어도
우리 둘이 풍구는 단둘이만 분다네
왜 생겼나 왜 생겨났나
요다지 곱게도 왜 생겨났나
삼수갑산에 풍구가 얼마나 좋은지
꽃같은 날 두구 풍구 불러만 간다네
신계 곡산에 풍구는 무쇳덩이도 녹이는데
우리집 낭군은 풍구 불러만 간다네
벌나비의 풍구는 새근 달달 불어도
대장간에 풍구는 풀떡풀떡 분다네
요지경에 풍구는 새큼 생큼 불어도
이불 속에 풍구는 둥기 당실 분다네
시누 올케 풍구는 왈각 달각 불어두
남의 사랑 풍구는 연사 연실 분다네
늙은 과부 풍구는 수다 떨구 불어두
며느리방에 풍구는 소리두 없이 분다네
갈잎에 부는 풍구는 버석버석 불어두
이불 속에 풍구는 꾹꾹 눌러 분다네
입으로 부는 풍구는 후후 후후 불어두
눈이 맞는 풍구는 찰떡 풍구로 분다네
신계 곡산에 풍구는 무쇳덩이도 녹이는데
우리 둘의 풍구는 내 간장만 녹인다
우리딸의 손목은 대동문통에 고리쇤지
오는 놈 가는 놈 다 잡아보누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불어라 불어라 어기엿차 불어라 불불불 불어도 만대장만 나온다] 신계 곡산에 풍구는 칠팔명이 불어도 우리 둘이 풍구는 단둘이만 분다네: 신계와 곡산은 황해도의 지명 이름. 신계 곡산 대장간에 풀무는 여러 명이 불지만 우리 둘이 풍구는 단 줄이 분다는 말. ‘만대장’은 의미가 불분명하다.
해설
「풍구타령」은 평안도, 황해도 지방의 토속 민요이다. 풍구는 풀무의 방언이다. 대장간에서 바람을 불어넣는 기구를 뜻하는데, 민요에서는 성적(性的)인 의미, 즉 남녀 간의 교합 행위로 비유하고 있다. 익살과 풍자가 담긴 가사이다. 풍구타령은 여러 가지 가사가 존재하며 소리하는 사람에 따라 「난봉가」 가사와 뒤섞이기도 한다.
o 야월선유가
노랫말
일진풍(一陣風)에 돛을 달고 청풍명월(淸風明月) 반취(半醉)하여
월궁항아(月宮姮娥) 벗을 삼고 십리청강(十里淸江) 나려가자
[에야 데에야 어허 어허야 에야데야- 어- 허 어-허 에헤야]
명사 밖에 잠든 백구 애내성(欸乃聲)에 놀라깬다
강상(江上)에 나는 백구 달을 보구 나질마라
명사십리(明沙十里) 둥근 달은 네가 혼자 누릴소냐
강상에 노는 풍객(風客) 경개 찾아 여길왔나
낚은 고기 회를 치고 불로초로 빚은 술은
만준주 (滿樽酒) 일배주(一杯酒)에 요지(瑤池)에 꿈이 깊다
구름 밖에 솟은 달은 정든 님에 보이련만
십리청강(十里淸江) 들어가서 애내성(欸乃聲)성 달래보자
깔까보다 말까보다 님을 따라 가쟀더니
월중선(月中仙) 걸린 달이 나를 놓고 가질마라
무주공산(無主空山) 추야월(秋夜月)에 두견이는 설피 울고
허공중천(虛空中天) 비친 달이 나를 쫓아 따라 왔다
기운 달은 진 달이지 나를 보고 우질마라
강상에 떠난 풍객 너를 따라 여길 왔다
청풍명월(淸風明月) 동령(東嶺)이요 수(水)는 잔잔 벽계수(碧溪水)라
금능(金陵)에 잠긴 달을 너 혼자만 누릴소냐
[ ] 부분은 후렴
풀이
일진풍(一陣風)에 돛을 달고 청풍명월(淸風明月) 반취(半醉)하여 월궁항아(月宮姮娥) 벗을 삼고 십리청강(十里淸江) 나려가자: 한바탕 부는 바람에 돛을 달고 맑은 바람 밝은 달에 반쯤 취하여 미인을 벗을 삼아 맑은 강 십 리를 내려가자, 즉 뱃놀이를 하자는 뜻이다
해설
「야월선유가」는 평안도에서 개화기 이후에 발생한 신민요이다. 달밤에 대동강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배를 타고 음주가무를 즐긴다는 내용이다. 이 노래는 해방 이전에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북한의 인민배우이자 명창 김진명1)이 1988년 남한 공연을 하면서 남한에서도 많이 부르기 시작했다. 이 공연에서 김진명이 부른 소리가 「금드렁타령」, 「간장타령」,「야월선유가」 등이다.
o 간장타령
노랫말
약장수는 경회(慶會)나 장인데
사람의 간장만 다 녹여낸다
[에에헤 에헤야 어럼마 둥둥 내 사랑아]
콩 타작 별 타작 다 할지라도
유정(有情)님 반타작 나는 못 하것다
간장의 열독은 다 퍼낼지라도
사람의 간장만 건네지를 마라
이 부용 저 부용 쌍부용 살드라도
사람의 간장만 건네지를 마라
도토리 껍데기 싹 말아 먹어도
유정님 없으며는 나는 못 살겠네
간장이 없으면 소금을 넣지요
유정님 있어도 싱겁기는 매 일반
이 간장 저 간장 동네 간장 맛봐도
우리집 간장이 내 입에는 좋구나
간장이 없으면 소금을 넣구요
내 님이 없으면 누구를 볼까요
쓸쓸한 이 세상 누구를 믿나요
간장이 탈지라도 내 님을 믿지요
[ ] 부분은 후렴
풀이
약장수는 경회(慶會)나 장인데: 약장수의 놀이판은 모두가 모여 경사스럽게 노는 자리라는 뜻이다
콩 타작 별 타작 다 할지라도 유정(有情)님 반타작 나는 못 하것다: ‘타작’의 의미는 여러모로 사용되었다. 원래의 뜻은 곡물을 도리깨 등의 농기구로 털어서 알곡을 추수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나 바로 그 때문에 ‘매우 심하게 때린다’는 뜻도 있다. ‘반타작’은 타작한 곡물 중 반을 나눈다는 뜻도 있다. 때문에 이 가사는 곡식을 타작하듯이 별별 타작을 다하더라도 유정님은 반으로 나누어 가지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추측할 수 있다.
간장의 열독은 다 퍼낼지라도 사람의 간장만 건네지를 마라: 간장독의 간장은 다 퍼내더라도 사람의 간장은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이 부용 저 부용 쌍부용 살드라도 사람의 간장만 건네지를 마라: 여기서 부용은 기대어 산다(附庸)의 뜻으로 봄이 타당한 것 같다. 여기저기 기대어 살더라도 사람의 간장은 건드리지 말아라. 혹은 남자가 여기저기 살림을 차려도 마음만은 건드리지 말아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해설
「간장타령」은 사람의 간장(肝腸)과 먹는 간장을 대비시켜 남녀간 사랑의 애절함을 표현하고 있다.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의 민칠성의 노래가 유성기 음반에 남아 있으나 한동안 잊혀졌다가 1988년 북한의 명창 김진명의 남한 공연 이후 관심을 받고 새롭게 부르기 시작한 노래다.
o 금드렁타령
노랫말
놀구나 싶은 맘 태산과 같은데
원수의 금전이 허락질 않네
[금드렁 금드렁]
세월이 가기는 바람결 같구요
인생이 늙기는 흐르는 물 같네
간다네 가누나 유정(有情)님 버리고
동설령(東雪嶺) 고개로 나 넘어간다
바람에 불리는 갈대와 같이도
변하기 쉬운 건 사람의 맘일세
못 살 것 같더라 죽을 것 같더라
유정님 떨어져 나 못살갔네
일상에 놀기는 풍악이 좋은데
절구통 춤에도 세월만 간다네
동산에 달 뜬 건 가득차 메워도
덧없는 세월엔 백발만 성성
저 달이 밝기는 내 맘과 같아도
속사정 펴보긴 샘물과 같다네
저 산에 붙은 불 일꾼이 껄지라두
내 가슴 타는 불 꺼내지 못하네
비야 뭐 올래면 소낙비 좋지
실타래 느려서 내 속을 얽나요
입쌀에 좁쌀은 독독이 있어도
재미쌀 없이는 나는 못 살갔네
당신의 사랑이 물밀듯 깊어두
내 가슴 쓰린 건 어제가 오늘
[ ] 부분은 후렴
풀이
놀구나 싶은 맘 태산과 같은데 원수의 금전이 허락질 않네: 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논다는 뜻이다
동설령 고개: 황해도 북부 황주에 있는 고개 이름이다
해설
「금드렁타령」은 황해도에서 개화기 이후에 발생한 난봉가 계열의 신민요이다. ‘금드렁’은 의미 없는 후렴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사의 내용은 인생의 덧없음과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애타는 마음 등을 담고 있다.
o 해주아리랑
노랫말
[아리 아리 얼쑤 아라리요 아리랑 얼씨구 노다 가세]
아리랑 고개는 웬 고갠가
넘어갈 적 넘어올 적 눈물이 난다
저기 가는 저 아가씨 눈매를 보소
겉눈을 감고서 속눈만 떴네
뒷동산 진달래 만발하고
솥적다 새 소리 풍년이라네
시집갈 큰애기 홀로 앉아
여러 가지 궁리에 마음만 타네
알뜰살뜰 오순도순 약속을 하고
녹두나물 변하듯 싹 토라졌네
아가씨 댕기에 달린 석웅황(石雄黃)
총각의 염랑이 제격일세
호박(琥珀) 풍잠(風簪) 산호(珊瑚) 동곳 귀영자(鉤纓子) 갓끈감
호사(豪奢)한 남자의 치레로다
비취(翡翠) 보라 반 보라 송화색(松花色) 옷감
건넛마을 큰애기 선사나 할까
옥빈홍안(玉鬢紅顔) 고운 양자(樣姿) 곱던 얼굴
덧없는 세월에 백발일세
화조월석(花朝月夕) 가는 춘풍(春風) 어이 막으며
귀 밑에 오는 백발 그 누가 막으리
[ ] 부분은 후렴
풀이
아가씨 댕기에 달린 석웅황(石雄黃) 총각의 염랑이 제격일세: 석웅황은 약으로도 사용하는 광석인데, 노리개나 댕기 등에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염랑이란 허리띠에 차거나 들 수 있도록 만든 주머니. 자질구레한 물품이나 돈 따위를 넣고 입구를 졸라매어 허리띠에 차거나 들도록 만든 것이다. 이것은 또한 장식적인 역할을 겸하여 장식품으로도 사용하였다. 때문에 이 구절은 아가씨에게 총각이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해설
「해주아리랑」은 「구아리랑」 이후 나타난 아리랑이다. 1923년 일본축음기상사에서 발매한 유성기 음반에는 「란란타령」으로 되어 있다. ‘란란(卵卵)’은 우리말로 ‘알알’이며 아리랑의 여음을 따서 붙인 말이다. 1923년 음반의 「란란타령」에는 「서울아리랑」과 「강원도아리랑」이라고 명시한 두 음원이 담겨있는데, 「서울아리랑」은 현행 「구아리랑」이며, 「강원도아리랑」은 현행 「해주아리랑」이다. 노래는 이유색, 유운선, 박채선이 불렀다.
o 함경도애원성
노랫말
[에헤야 얼싸 좋구 좋다 얼럴럴 거리고 상사디로구나]
지어라 지어라 경복궁을 지어라
삼각산 밑에다 경복궁을 지어라
귀뚜라미 뉘 못 잊어 울어 울어 밤새우고
이 몸도 임을 잃고 이 밤을 울어 새우네
무심한 저 달이 왜 이다지도 밝아
울적한 심회를 어이 풀어 볼까
산이 높아도 하늘 아래 산이요
물이나 깊어도 땅위에 물이라
금수강산이 제 아무리 좋아도
정든 임 없으면 적막강산(寂寞江山)이라
뒷동산 숲속의 두견이 우는 소리에
임 여읜 이내 몸 슬퍼만지누나
술 취한 강산에 호걸이 춤추고
돈 없는 천지엔 영웅도 우누나
비낀 볕 소 등 위에 피리 부는 저 아이야
너의 소 일 없거든 나의 근심 실어 주렴
덧없는 세월이 자꾸만 흘러
꽃답던 청춘이 어느덧 희었다
쓸쓸한 이 세상 누구를 믿을까
맹세도 허사요 간 임을 어이 하리
무산령(茂山嶺) 너머다 정든 임 두고서
두만강 뗏목에 몸 실려 가누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에헤야 얼싸 좋구 좋다 얼럴럴 거리고 상사디로구나] 지어라 지어라 경복궁을 지어라 삼각산 밑에다 경복궁을 지어라: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전국에서 백성들을 징발하였고, 그때 북청의 여인들이 남편을 떠나보내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 노랫말을 불렀다는 설이 있다
무산령: 함경도 청진에서 회령으로 가는 길에 있던 고개. 동해안과 내륙 산악 지역을 연결하던 고개였다.
해설
「함경도애원성」은 함경도 지방을 중심으로 해서 불려졌던 민요이다. ‘애원성’이란 슬프고도 원망스러운 소리라는 뜻인데, 서민들의 애절한 정서를 표현하는 자연발생적인 민요로 보인다. 노랫말은 여러 경로로 만들어져서 많은 이본이 존재한다. 개화기 이후에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던 듯하다. 「안주애원성(물레타령)」과 구분하기 위해 「함경도애원성」이라 부른다.
o 안주애원성
노랫말
물레야 돌아라 가락아 돌아라
졸고 보면은 매 맞겠구나
[아이고 아이고 생성화 났쉐다]
뒷문 밖에야 시라리 타레야
바람만 불어도 날 속이누나
물레 가락은 살살 돌아도
기지개만 살살 나누나
뒷문 밖에야 집짓고 살아도
그리워 살기는 매 일반이로다
다려 가소레 날 다려 가소레
한양에 낭군아 날 다려 가소레
먹을 것 없어서 성화를 먹구요
쓸 것이 없어서 속 쓰고 삽네다
여울에 차돌은 부딪껴 희구요
이 내 몸 시달려 머리털 세누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물레야 돌아라 가락아 돌아라 졸고 보면은 매 맞겠구나 [아이고 아이고 생성화 났쉐다]: ‘물레’는 솜이나 털 따위의 섬유를 자아서 실을 만드는 도구다. 실을 자아 베를 짠다. 물레를 돌리는 일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므로 노래를 부르면서 지루함을 달랜다. ‘가락’은 물렛가락을 말함. 물렛가락은 실이 감기는 꼬챙이. ‘생성화’는 일이 잘 안되어 짜증을 몹시 내는 일.
시라리 타레: 무청을 말린 타레. 시래기타레.
해설
「안주애원성」은 안주 지방에서 베를 짜려고 실을 잣던 아낙네들이 부르던 노래이다. 「물레타령」이라고도 한다. 노랫말은 「긴아리」나 「자진아리」와 흡사하거나 같지만 소리는 노동요에 가까운 토속 민요이다.
o 싸름타령
노랫말
싸름싸름 느티나무 정자 돗자리라도
깔구서 술추념이나 하자
[싸름싸름 너도 나도 살살 다 녹여낸다]
산천초목이 우거진 곳에
싸름 우는 소리가 처량도 하다
싸름싸름 네가 우지 말아
싸름 우는 소리에 마음 산란하다
싸름싸름 네가 왜 우느냐
정든 임을 잃고서 슬퍼서 우나
싸름싸름 싸름 우는 소리
아니 나던 고향생각이 저절로 난다.
싸름싸름 네가 왜 우느냐
육칠월이 다 가니 슬퍼서 우나
싸름싸름 네가 우지 말아
베짜는 큰애기 반봇짐만 싼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싸름싸름 느티나무 정자 돗자리라도 깔구서 술추념이나 하자 [싸름싸름 너도 나도 살살 다 녹여낸다]: 여름밤 쓰르라미가 울면 마을 느티나무 부근에 있는 정자에 돗자리를 깔고 술추렴이나 하자. ‘술추렴’은 여러 사람이 술값을 분담하여 술을 마시는 행위.
해설
「싸름타령」은 황해도 지방의 토속 민요이다. 황해도에서는 쓰르라미를 ‘쓰름’이라하고 ‘싸름’은 ‘쓰름’이 울 때 내는 소리를 의성화한 말이다. 즉 쓰르라미가 싸름 싸름 우는 것이다. 싸름 소리를 듣고 고향 생각에 젖게 되어, 처량하고 슬픈 감회를 읊는다는 내용이다. 쓰르라미는 매미과의 곤충. 쓰르라미는 여름이 끝날 무렵부터 주로 밤에 울어댄다.
o 금다래타령
노랫말
[금다래꿍 금다래꿍 금다래꿍 금다래꿍 금다라졌네]
보고지고 보고지고
이옥녀 아가씨 보고지고
왜 생겼나 왜 생겼나
금다래 이옥녀 왜 생겼나
나는 싫어 나는 싫어
부모형제도 나는 싫어
천지만물 생긴 후에
부모밖에 또 있나요
못잊갔네 못잊갔네
금다래 도련임 못잊갔네
부모은공 모르면은
금수엔들 비할소냐
[ ] 부분은 후렴
풀이
[금다래꿍 금다래꿍 금다래꿍 금다래꿍 금다라졌네]: 후렴의 ‘금다라졌네’는 총각과 처녀가 부모 몰래 산길을 자주 왕래하여 금잔디가 달아 없어졌다는 뜻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후렴구가 대개 그렇듯이 이 소리의 후렴도 소리에 맞추다 보니 뜻이 사라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해설
「금다래타령」은 황해도 황주의 전설을 바탕으로 가사가 만들어진 이색적인 내용을 가진 소리이다. 황주 가까운 곳에 금다래봉과 이용녀봉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고 한다. 이 두 봉우리는 서로 사랑하던 이용녀(이옥녀)라는 처녀와 어떤 총각이 부모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서 변한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이 노래는 이들 처녀 총각의 애달픈 사랑을 노래한 것이다. 님에 대한 사랑과 부모에 대한 도리가 서로 갈등하고 있어 몹시 애처로운 내용의 가사이다.
o 신고산타령
노랫말
[어랑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야 내 사랑아]
신고산(新高山)이 우루루 함흥차(咸興車) 가는 소리에
구고산(舊高山) 큰 애기 반봇짐만 싸누나
공산야월(空山夜月) 두견이는 피나게 슬피 울고
강심(江心)에 어린 달빛 쓸쓸히 비쳐 있네
가을 바람 소슬(蕭瑟)하니 낙엽이 우수수 지고요
귀뚜라미 슬피 울어 남은 간장을 다 썩이네
구부러진 노송 남근 바람에 건들거리고
허공중천(虛空中天) 뜬 달은 사해(四海)를 비춰주노라
휘늘어진 낙락장송(落落長松) 휘어 덤석 잡고요
애닯은 이내 진정 하소연이나 할거나
삼수갑산(三水甲山) 머루 다래는 얼크러설크러 졌는데
나는 언제 임을 만나 얼크러설크러 지느냐
오동나무를 꺾어서 열녀탑이나 짓지요
심화병(心火病) 들은 임을 장단에 풀어 줄거나
백두산 명물(名物)은 들쭉 열매인데
압록강 굽이굽이 이천리를 흐르네
후치령(厚峙嶺) 말께다 국사당(國師堂) 짓고
임 생겨지라고 노구메 정성을 드리네
불원천리(不遠千里) 허위단심 그대 찾아 왔건만
보고도 본체만체 돈담무심(頓淡無心)
백두산 천지에 선녀가 목욕을 했는데
굽이치는 두만강 뗏목에 몸을 실었네
가지 마라 잡은 손 야멸치게 떼치고
갑사(甲紗) 댕기 팔라당 후치령(厚峙嶺) 고개를 넘누나
지저귀는 산새들아 너는 무삼 회포 있어
밤이 가고 날이 새도 저대도록 우느냐
허공중천(虛空中天) 뜬 기러기 활개바람에 돌고
어랑천(漁郞川) 깊은 물은 저절로 핑핑 도누나
울적한 심회를 풀 길이 없어 나왔더니
처량한 산새들은 비비배배 우누나
간다온단 말도 없이 훌쩍 떠난 그 사랑
야멸찬 그 사랑이 죽도록 보고 싶구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어랑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야 내 사랑아] 신고산(新高山)이 우루루 함흥차(咸興車) 가는 소리에 구고산(舊高山) 큰 애기 반봇짐만 싸누나: 신고산은 함경남도 안변군에 있는 도시다. 이곳에 기차역이 생김에 따라 기존의 고산 마을은 구(舊)고산이 되고 역 부근은 신고산이 되었다. 경원선은 서울과 원산을 잇는 철도로 1914년 길이 223.7km의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원산 함흥간 철도는 1928년 개통되었다. 이 노랫말은 철도가 개통되자 함경남도 도청소재지였던 함흥으로 봇짐을 싸서 떠나는 한 여인을 안타깝게 노래하고 있는 내용이다. ‘반봇짐’은 손에 들고 다닐 만한 정도의 자그마한 봇짐. ‘밤봄짐’은 잘못이다.
해설
「신고산타령」은 「어랑타령」이라고도 한다. 이는 ‘어랑 어랑’하는 후렴에서 온 것이고, 「신고산타령」은 가사의 첫머리인 ‘신고산이 우루루…’에서 나온 이름이다. ‘어랑’이란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동해로 흐르는 길이 103.3km의 어랑천에서 유래된 말이다. 「신고산타령」은 신문물의 도래와 관련해 전통사회가 붕괴되기 시작한 사회 현상을 노래로 담고 있다. 이 노래는 개화기 이후 나온 원래의 「어랑타령」에서 분화된 신민요이다. 「신고산타령」 노랫말의 내용은 신문물의 유입에 의해 변해가는 전통적 삶의 변화와 그 애환을 담고 있다. 함경도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민요로 장단은 볶는타령이고, 가락은 메나리조의 변형이다. 애절하면서도 구성지고 씩씩하게 들린다.
o 궁초댕기
노랫말
[무슨 짝에 무슨 짝에 부령(富寧) 청진(淸津) 간 임아
신고산 열 두 고개 단숨에 올랐네]
궁초(宮綃) 댕기 풀어지고
신고산(新高山) 열 두 고개 단숨에 올랐네
백년궁합(百年宮合) 못 잊겠소
가락지 죽절비녀 노각이 났네
어랑천(漁郞川) 이백리 굽이굽이 돌아
묘망(渺茫)한 동해 바다 명태잡이 갈까나
바람아 봄바람아 네 불지 마라
머리 단장 곱게 한 것 모두 다 풀린다
궁초 댕기 단장하고 신고산에 뵈올 때는
한아름 꽃을 안고 웃으며 오리라
치마폭 잡은 손 인정 없이 떼치고
궁초 댕기 팔라당 황초령(黃草嶺) 고개를 넘누나
장근 십년(十年)을 상사(想思)로 보내니
무덤만 가까이 주름이 잡혔네
칠보산 덜미에 험준한 벼랑
산삼캐는 처녀의 어여쁜 모습
궁초 댕기 잊으리까 백년 사자
굳은 언약(言約) 골수(骨髓)에 새겼소
사랑에 겨워서 등 밀었더니만
가고나 영절(永絶)에 무소식(無消息)이로구나
늘어진 장송엔 두루미 춤추고
외로운 돛대에 갈매기 우누나
살뜰한 우리 임 상처만 남기고
어디론지 사라져 마음 아프게 하누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무슨 짝에 무슨 짝에 부령(富寧) 청진(淸津) 간 임아 신고산 열 두 고개 단숨에 올랐네] 궁초(宮綃) 댕기 풀어지고: 부령, 청진, 신고산은 모두 함경도의 지명. 궁초댕기는 비단으로 만든 댕기. 댕기는 길게 땋은 머리끝에 드리는 장식용 헝겊이나 끈.
백년궁합(百年宮合) 못 잊겠소 가락지 죽절비녀 노각이 났네: ‘백년궁합’은 오래 동안 사권 정분. ‘죽절비녀’는 대나무로 만든 비녀. ‘노각’은 늙은 오이. 가락지나 비녀가 노각처럼 낡게 되어도 백년의 인연을 잊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해설
「궁초댕기」는 함경도 지방의 민요로 남녀 간의 정한(情恨)을 주로 노래한다. 궁초는 댕기감으로 많이 사용하는 비단의 한 종류. 따라서 궁초댕기는 비단댕기라는 뜻이다. 급속한 개화의 바람과 시대적 변화 속에서도 순정한 사랑을 다짐하는 노래이다.
o 양산도
노랫말
[에라 놓아라 아니 못 놓겠네 능지를 하여도 못 놓겠네 에헤이 에]
양덕맹산(陽德孟山) 흐르는 물은
감돌아든다고 부벽루하(浮碧樓下)로다
[삼산(三山)은 반락(半落)에 모란봉(牧丹峯)이요
이수중분(二水中分)에 능라도(綾羅島)로다]
도화유수(桃花流水) 흐르는 물에
두둥실 배 띄우고 떠 놀아볼까
[일락(日落)은 서산(西山)에 해떨어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달 솟아온다]
대동강 굽이쳐서 부벽루(浮碧樓)를 감돌고
능라도(綾羅島) 저문 연기 금수산(錦繡山)에 어렸네
[아서라 말어라 네 그리 마라
사람의 괄세를 네 그리 마라]
옥동도화만수춘(玉洞桃花萬樹春)하니
가지가지가 봄빛이로다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맨드라미 봉선화 누루퉁퉁 호박꽃
흔들흔들 초롱꽃 달랑달랑 방울꽃
[아서라 말아라 네가 그리마라
사람의 괄시를 네 그리 마라]
눈 속의 푸른 솔은 장부기상(丈夫氣像)이요
학 두루미 울고 가니 절세명승(絶世名勝)이라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무심(無心)한 저 달이 구름 밖에 나더니
공연한 심사를 산란(散亂)케 한다
[삼산(三山)은 반락(半落)에 모란봉(牧丹峯)이요
이수중분(二水中分)에 능라도(綾羅島)로다]
동원도리편시춘(東園桃李片時春)하니
일촌(一寸)의 광음(光陰)이 애석(愛惜)하다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이골 물이 콰괄콸 녹수(綠水)가 변하면 변했지
양인의 정이야 변할소냐
[아서라 말아라 네가 그리 마라
사람의 괄시를 네 그리 마라]
소슬단풍(蕭瑟丹楓) 찬바람에 짝을 잃은 기러기
야월공산(夜月空山) 깊은 밤을 지새어 운다
[일락은 서산에 해떨어지고
월출동령에 달 솟아온다]
객사청청유색신(客舍靑靑柳色新)은
내 나귀 매었던 버들이라
[아서라 말아라 네가 그리 마라
사람의 괄시를 네 그리 마라]
사월이라 초파일에 관등(觀燈)하러
임고대(臨高臺) 용등(龍燈) 봉등(鳳燈) 수박등 마늘등이로다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이화도화(梨花桃花) 만발(滿發)하고 행화방초(杏花芳草) 흩날린다
우리 임은 어디가고 화류(花遊)할 줄 모르나
[일락(日落)은 서산(西山)에 해떨어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달 솟아온다]
금장병풍(錦帳屛風) 모란화(牧丹花)는 부귀자(富貴子)의 번화(繁華)요
동풍삼월(東風三月) 두견화(杜鵑花)는 석춘객(惜春客)의 병촉(秉燭)이라
[아서라 말아라 네가 그리 마라
사람의 괄시를 네 그리 마라]
엊그저께 자랑하던 옥빈홍안(玉鬢紅顔) 청춘도
부질없는 세파(世波)에 속절없이 늙는다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양류상(楊柳上)의 꾀꼬리는 구십삼춘(九十三春) 노래하고
화계상(花階上)의 벌나비 꽃을 찾아 노닌다
[산계야목(山鷄野鶩)은 가막능순(家莫能馴)이요
노류장화(路柳墻花)는 인개가절(人皆可折)이라]
이몸이 두둥 떠 저 백운(白雲) 타면
임 상봉(相逢)하기가 비난지사(非難之事)로다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산에 찬 푸른 그늘 옷을 적시고
풀 성한 못가엔 새들이 난다
[에라 놓아라 아니 못 놓겠네
능지를 하여도 못 놓겠네 에헤이에]
은하수(銀河水) 완연(宛然)하고 달 뚜렷한데
잔에 찬 술 기운이 훈훈하구나
[아서라 말아라 네가 그리 마라
사람의 괄시를 네 그리 마라]
노래는 아름답고 사람은 고와
저 달이 지새도록 밤새워 볼까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화사한 봄바람에 보슬비 나리고
거리엔 먼지 자고 버들 푸르렀다
[삼산은 반락에 모란봉이요
이수중분에 능라도로다]
뜬세상 멀리한 절간 찾아드니
염불 또한 들어 보니 부처된 듯하다
[일락은 서산에 해떨어지고
월출동령에 달 솟아온다]
이슬 기운 쌀쌀한 차가운 가을
저녁놀 물에 잠겨 곱기도 하다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아지랑이 아물아물 논이랑에 서리고
새 소리 한가로와 경쇠가 우는 듯
[삼산은 반락에 모란봉이요
이수중분에 능라도로다]
세상일 좋고 낮고 모두 다 잊고서
절간엘 찾아들어 중이나 될까
[아서라 말아라 네가 그리 마라
사람의 괄시를 네 그리 마라]
그리운 임 만나려니 앞에 강이 막히고
바라보니 물과 구름 아득만 하다
[일락은 서산에 해떨어지고
월출동령에 달 솟아온다]
피리 소리 나는 곳 어디메러냐
강 건너 구름 속 신선 사는 데인가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못가에 해는 지고 산마루 구름 일 제
한 오라기 맑은 바람 옷깃 스쳐 간다
[이리렁성 저리렁성 흐트러진 근심
만화방창(萬化方暢)에 에헤라 궁글려라]
두견이 우는 소리 끊이는 듯 처량한데
뜰에 찬 밝은 달이 꽃 위에 비치네
[에라 놓아라 아니 못 놓겠네
능지를 하여도 못 놓겠네 에헤이에]
소 타고 가는 목동 피리 소리 구슬퍼
산에 울려 더욱더욱 맑게 맑게 들리네
[삼산은 반락에 모란봉이요
이수중분에 능라도로다]
이화도화(梨花桃花) 희고 붉고 아랑곳 없이
날 차고 눈 날릴 제 매화 홀로 향기 뿜네
[아서라 말아라 네가 그리 마라
사람의 괄시를 네 그리 마라]
푸른 대 고운 매화 맑고 향기론데
임께서 내리신 술 취토록 마셨네
[삼산은 반락에 모란봉이요
이수중분에 능라도로다]
나그네 그린 심사 고향천리 아득한데
비바람 짓궂게도 새벽 창을 뒤흔드네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에라 놓아라 아니 못 놓겠네 능지를 하여도 못 놓겠네 에헤이 에]: 놓아라고 아무리 해도 놓지를 못하겠다는 뜻. 능지는 능지처참(陵遲處斬)에서 온 말로 죽어도 못 놓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나 다른 말에서 변이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부분은 서창1)에 해당하면서 관현악 반주가 있을 때는 생략해서 부르기도 한다.
양덕맹산(陽德孟山) 흐르는 물은 감돌아든다고 부벽루하(浮碧樓下)로다 [삼산(三山)은 반락(半落)에 모란봉(牧丹峯)이요 이수중분(二水中分)에 능라도(綾羅島)로다]: 양덕과 맹산은 대동강의 상류 지역이다. 그곳에서 출발한 대동강 물이 평양의 부벽루까지 감돌아든다는 뜻이다. ‘삼산(三山)은 반락(半落)에 모란봉(牧丹峯)이요 이수중분(二水中分)에 능라도(綾羅島)로다’는 이백의 시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에서 따온 구절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삼산반락청천외(三山半落靑天外) 삼산은 청천 밖으로 반쯤 걸렸고,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露州) 이수는 백로주로 가운데로 나뉘었네
옥동도화만수춘(玉洞桃花萬樹春)하니 가지가지가 봄빛이로다 [세월(歲月)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長安)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옥동도화만수춘(玉洞桃花萬樹春)’은 신선이 사는 곳에 복사꽃이 활짝 피어나니 나무마다 봄빛이 가득하구나. 이 노랫말은 당나라 시인인 허혼(許渾, 791~854)의 시 「증왕산인(贈王山人)」의 한 구절이다.
동원도리편시춘(東園桃李片時春)하니 일촌(一寸)의 광음(光陰)이 애석(愛惜)하다: 봄동산에 복숭아꽃 오얏꽃이 잠깐 피었다 이내 지니, 잠깐의 시간도 애석하다는 뜻이다. 이 노랫말은 당나라 시인 왕발(王勃, 650~676)의 「임고대(臨高台)」에 나오는 구절이다. “倡家少婦不須嚬(창가소부불수빈)/東園桃李片時春(동원도리편시춘): 사창가의 여인들아 비웃지 말아라, 봄꽃은 잠깐이면 지고 마는 것을.” 단가 「편시춘」에도 같은 구절이 보인다.
객사청청유색신(客舍靑靑柳色新)은 내 나귀 매었던 버들이라: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라는 시에서 따왔다
위성조우읍경진 渭城朝雨浥輕塵 위성 땅, 아침 비가 흙먼지를 적시니
객사청청유색신 客舍靑靑柳色新 객사 둘레 푸른 버들 빛 더욱 산뜻해라.
권군갱진일배주 勸君更進一杯酒 그대에 권하노니 다시 한 잔의 술을 들라.
서출양관무고인 西出陽關無故人 서쪽으로 양관 땅에 나가면 벗이 없느니라.
사월(四月)이라 초파일(初八日)에 관등(觀燈)하러 임고대(臨高臺) 용등(龍燈) 봉등(鳳燈) 수박등(燈) 마늘등(燈)이로다: 평양의 관등놀이를 구경하자는 노랫말이다
금장병풍(錦帳屛風) 모란화(牧丹花)는 부귀자(富貴子)의 번화(繁華)요 동풍삼월(東風三月) 두견화(杜鵑花)는 석춘객(惜春客)의 병촉(秉燭)이라: 금장 병풍 속에 그려져 있는 모란은 부유하고 귀한 자의 번성하고 화려함을 나타내는 것이며, 동풍 삼월의 두견화는 봄이 감을 아쉬워하는 사람의 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병촉은 촛불을 켠다는 뜻. 짧은 봄밤이 아쉬워 촛불을 켜고 논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산계야목(山鷄野鶩)은 가막능순(家莫能馴)이요 노류장화(路柳墻花)는 인개가절(人皆可折)이라]: 산꿩과 들오리는 가축으로 길들일 수가 없고 길가의 버드나무나 장미(노류장화)는 오고가는 사람이 꺾는다
경쇠: 절에서 염불할 때 사용하는 작은 종이다
만화방창(萬化方暢): 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짐을 뜻한다
해설
「양산도」는 평안도 민요이다. 「양산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가사나 음조로 보아 평안도 민요로 봄이 타당하다. 신라와 백제의 전쟁에서 김충원이라는 장군이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양산(지금의 충북 영동)이라는 곳에서 백제와 싸우다 죽었고 사람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양산가(陽山歌)」를 지어 불렀다는 기록(『삼국사기』)이 있어 「양산도」가 신라 시대의 「양산가」에서 유래한다는 설은 타당성이 없다. 또한 조선의 창업을 송축(頌祝)한 「양산가(陽山歌)」라는 설, 「향산가(香山歌)」에서 왔으므로 「향산도(香山道)」가 옳다는 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회(灰)방아를 찧으면서 부른 노동요(勞動謠)로서, 대들보 위에 회를 바른다는 뜻인 「양상도회(樑上塗灰)」에서 와전되었다는 설 등이 있으나 모두 타당성이 없다.
「양산도」는 평안도 지방의 경치와 풍류를 노래하고, 남녀 간의 애정을 표현하는 가사가 대부분이고 그 음조도 서도적이다. 노래 제목은 대동강의 발원지인 평안도 양덕 맹산 지역이 노래 처음에 노랫말로 나오기 때문에 「양산도」라고 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양산도」는 그 음조나 노랫말 내용으로 보아 서도소리로 봄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경기명창들도 이 노래를 잘 불렀는데, 이는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기기 이전에는 서도소리와 경기소리의 뚜렷한 구분 없이 서로의 노래를 서로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양산도」는 서도소리이면서 근대 이후에 경기 민요의 주요 레퍼토리로 편입되었다.
「양산도」를 부를 때에는 서창 부분은 관현악 반주가 있을 때는 생략해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며 한 사람이 본창(앞소리)을 부르고 여러 사람이 후렴 부분을 부른다. 후렴 노랫말은 뒤바뀌어도 무방하다.
o 관음세기
노랫말
초로 한 관 둘 서이구 너이요
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관
십오야 밝은 달은 운무 중에 걸렸구나
열에 하나 둘 서이구 너이요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스물이라
스물이면 양 십이로다 스물스물 끓는 물에 만병이 소멸한다
스물에 하나 둘 서이구 너이요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서른이야
삼십이면 서른 사정 어따 할꼬 어기여 서른에
한 관 둘 서이구 너이요
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에 마흔이면
오팔 사십에 당사로구나 전후사사를 생각해보니 님의 생각 뿐이로구나
사십에 한 관 둘 서이구 너이요
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오십이로구나
(수심가조로) 반 남아 늙었으니
(관음조로) 다시 젊지 못하리라 절반 복판 되었구나 다시 젊지 못하리라
오십에 한 관 둘 서이구 너이요
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육십이로구나
육십갑자 동방삭에 명을 받자
육십에 한 관 둘 서이구 너이요
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칠십이로구나
칠십당년 늙은 몸이 죽장망혜 단표자로 천리 강산 들어간다
칠십에 한 관 둘 서이구 너이요
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팔십이로구나
팔십에 생남 자손 언제 길러 영화보랴 솔 길러 정자로다
팔십에 한 관 둘 서이구 너이요
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구십
구십 당한 늙은 중 육날 미투리 옆에 차고
만첩청산 들어가서 염불 공부 하는구나
나무아무타불 구십에 한 관 둘 서이구 너이요
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백
(수심가조로) 백구냐 훨훨 나지마라 너를 잡을 내 아니다
승상이 버렸으니 너를 쫓아 나 여기 왔노라
(아니리) 에이 뜨거워라 장손아 물 좀 넣어라
풀이
초로 한 관 둘 서이구 너이요 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관 십오야 밝은 달은 운무 중에 걸렸구나: 뜨거운 물에 들어가 물의 뜨거움이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숫자를 세는 부분이다. ‘초’로는 처음에. 1부터 10까지 세고 나면 10에 연상된 낱말을 노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다시 젊지 못하리라 절반 복판 되었구나 다시 젊지 못하리라: ‘절반 복판’이 되었다는 말은 50이 100의 절반이고 한가운데라는 말
팔십에 생남 자손 언제 길러 영화보랴 솔 길러 정자로다: 80에 아이를 낳으면 언제 키워서 영화를 보겠느냐, 그것은 마치 소나무를 길러 재목을 얻어 정자를 세우는 것과 같이 아득한 일이라는 뜻
육날미투리: 삼실 등으로 신날을 여섯 가닥으로 꼬아 만든 신발
해설
「관음세기」는 평안도 민요로 평안도나 황해도에서 온천(목욕)을 하면서 부르던 노래이다. 김정연은 『서도소리대전집』1)에서 “관음세기는 즉 관세음보살을 센다는 말이다. 관서지방에 가면 주을, 백천, 용강 등의 온천이라든가 여름에 냉천이 많다...... 그 뜨거운 온천이나 차거운 냉천물 속에서 견디기 위해서 관음을 세기 시작한 것이 기원이 되어 점차 사람들에게 불리워져 민요가 되었다..... 멋들어지게 서로 주고 받아 가면서.....이 소리는 즉흥조로 부르므로 박자를 넣어 부를 수 없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o 호무가
노랫말
[에야 에야 에헤야 호무가 논다]
왕대나 가림에 세대는 돌피
동서나 사방에 널리신 계원
소리를 맞추어 일하러 갑세다
하나도 빠짐없이 뽑아만 주소
중간 참이 늦어만 갑네다
점심 바구니 떠들어 옵네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입네다
일락서산에 해떨어 집네다
바삐 매고 돌아를 갑세다
올해도 풍년이 틀림이 없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에야 에야 에헤야 호무가 논다] 왕대나 가림에 세대는 돌피: 왕대는 잡초의 한 가지. 가림은 알 수 없다. 아마도 잡초의 한 종류로 평안도 방언인 듯하다. ‘세대는’은 ‘세는’, 즉 식물이 ‘질겨지는’의 뜻인 듯. 돌피는 잡초의 한 가지. 즉 이 구절은 잡초가 논밭에 많이 있다는 뜻이다.
동서나 사방에 널리신 계원: 계원은 계원(契員), 즉 지방마다 있었던 마을 공동체의 계원들을 말한다
해설
「호무가」는 평안도 민요다. ‘호무’는 ‘호미’의 평안도 방언. 주로 평북지방, 영변, 박천, 숙천, 운산 지방에서 김을 맬 때 불렀던 농요이다. 평남지방에서 불려졌던 「호미타령」과 구분하기 위해 「호무가」라 이름했다. 한 사람이 메기면 여럿이 후렴을 받는 형식이다.
o 호미타령
노랫말
[에헤야 에헤야 에헤에 에헤에에 호호호 호무로다]
한일자로 늘어세서 한결같이 김을 매자
늙은 부모 잘 모시고 어린 권속(眷屬) 잘 기르자
[ ] 부분은 후렴
풀이
호무: 호미의 평안도 방언
해설
「호미타령」은 평안도 민요로 평안남도 중화, 강서, 용강 지방에서 주로 불렀다고 한다. 한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김매기가 밀렸을 때 모두 나서서 김을 매면서 목이 좋은 한 사람이 선창하면 여러 사람이 후렴을 부른다. 「자진호미타령」이 뒤에 붙는다.
o 자진호미타령
노랫말
[에헤야 에헤야 에 에이예 에헤에야 호무로다]
일천가지 뻗은 논에 삼천석이 날 듯 합네다
너희 집 논은 네귀잽이 우리 집 논은 샘배미 논이다
장구배미 얼뜬 매고 물논배미로 들어갑세다
일락서산에 해떨어지고 월출동령에 달 솟는다
[헤야 헤야 호물레야 헤야 헤야 호물레야]
얼른 매고 돌아가자
항두김매기가 이거로구나
간다간다 나 돌아간다
빨리 매고 돌아갑시다
호물래야 호물래야 호물래야
호물래야 호물래야 호물래야
[ ] 부분은 후렴
풀이
배미: 한 구역의 논. 논을 세는 단위이다.
[헤야 헤야 호물레야 헤야 헤야 호물레야] 얼른 매고 돌아가자: 이 구절부터는 자진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부른다
호물래야 호물래야 호물래야 호물래야 호물래야 호물래야: ‘호물래야’는 호미이구나. 이 부분은 앞보다 더 빠르게 부르며 끝내는 부분이다.
해설
「자진호미타령」은 평안도 민요다. 「호미타령」에 이어 부른다. 평안남도 중화, 강서, 용강 지방에서 주로 불렀던 농요이다. 한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김매기가 밀렸을 때 모두 나서서 김을 매면서 목이 좋은 한 사람이 선창한다.
o 방아찧기
노랫말
[에헤 에헤 쿵 굴렀다 방아야]
이 방아가 언제적 방아냐 강태공의 노적방아
어기 둥둥 자주 청청 찧어라
명방아도 찧어라 복방아도 찧어라
보물방아도 찧어라 재수방아도 찧어라
달 가운데 옥절구에 금도끼로 찧어라
오뉴월에는 보리방아 칠팔월에는 올벼방아
구시월에는 늦벼방아 오동지 섣달에는 강피방아로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명방아: 수명을 길게 해달라는 뜻이다
구시월에는 늦벼방아 오동지 섣달에는 강피방아로다: ‘강피방아’에서 강피는 논피이다. 피는 잡초이지만 춘궁기에는 강피로도 방아를 찧어 먹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설
「방아찧기」는 평안도 민요다. 평안도 지방 제석굿 열두거리 중의 하나이다. 제석굿 혹은 제석풀이는 전국적으로 행해지던 경사굿인데, 천신을 모시는 굿이면서 불교적 색채가 가미되었다. 김정연은 『서도소리대전집』에서 “이 소리는 무녀들이 하는 소리이며, 부자가 되기 위하여 하는 제석굿의 열두거리 중 아주 재미있는 대목이다. 볍씨를 뿌려 한 여름 키운 벼를 옥백미로 찧는 대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방아타령」의 평안도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o 투전풀이
노랫말
에 일자도 모르는건 판무식이로다
[떨레떨레 광창이지 남으로 흥 뻗은 길이라]
에 이러구야 살수있나 저러구야 살수있나
에 상가집에 아주마니 아이고데고
우지말고 팥죽이나 잡수소
에 사물사물 얽은님은 오목오목 정만 든다누나
에 오스라지고 담넘어가누나
오경 밤중 큰 애기 너무 곱드라(젖통 크더라)
에 육육봉은 터인 봉 강 건너 문수봉
개미허리 잘숙봉 평양의 모란봉이라
에 도리도리 돌돌 과천동이요
백수한산의 불로초로다
에 영산홍록에 봄바람이요
광창에 모란봉 을밀대로다
에 개소리 말아라 범의 소리 나가누나
[ ] 부분은 후렴
해설
「투전풀이」는 투전을 할 때 불렀던 소리이다. 「투전불림」이라고도 한다. 투전은 전통적인 노름 도구이다. 일반적으로 길고 좁은 두꺼운 종이에 숫자나 그림을 그려 노름을 했다. 「투전풀이」는 상갓집이나 노름방에서 불렀던 노래로 흥이 나서 부르기도 했고, 노름꾼끼리 상대의 패를 알려주거나 신호를 하기 위한 일종의 암호로서의 기능을 하기도 했다. 투전은 일본에서 들어온 화투에 밀려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졌다.
o 돈돌라리
노랫말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요
리라 리라리 돈돌라리요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요
시내 강변에 돈돌라리요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요
모래 산천에 돈돌라리요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요
모래 청산에 돈돌라리요
해설
「돈돌라리」는 함경도 북청 지방의 토속민요이다. 북청지방에서 한식 무렵 여인들이 남대천 기슭 모래밭에서 달래를 캐다가 노래를 부르며 바구니를 들고 춤을 추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이 노래가 되었다고 한다. 식민지시대에는 왜정의 순사나 밀정이 온다는 신호가 오면, 무엇을 숨기기 위해 아낙네들이 바가지 장단에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o 전갑섬타령
노랫말
[에헤야 에헤야 에헤야 에헤야]
양천 전촌에 전갑섬이 오매 한촌에 말이 났소
나는 싫소 나는 싫소 갱피방아 찧기가 나는 싫소
양천 전촌에 전갑섬이 별안대 이촌에 말이 났소
나는 싫소 나는 싫소 밥임나르기 나는 싫소
양천 전촌에 전갑섬이 나하대 조촌에 말이 났소
나는 싫소 나는 싫소 남대천 부역이 나는 싫소
양천 전촌에 전갑섬이 인후살섬에 말이 났소
나는 싫소 나는 싫소 물난리 겪기가 나는 싫소
양천 전촌에 전갑섬이 시집 안가고 무엇하리
나는 싫소 나는 싫소 혼자 살기가 나는 좋아
양천 전촌에 전갑섬이 해안 전촌에 말이 났소
나는 좋아 나는 좋아 해안 퉁소가 나는 좋아
[ ] 부분은 후렴
해설
「전갑섬타령」은 함경도 북청지방에서 전해 내려온 토속 민요이다. 대개 「돈돌라리」에 이어 부른다.
“전갑섬은 북청군 신북청면 신북청리에 있는 전씨 집성촌인 양천마을의 처녀이다. 전갑섬의 혼삿말이 이곳저곳에 났는데, 그의 반응은 이러하다.
‘속후면의 오매 한촌은 피농사를 많이 지어서 피방아를 많이 찧어야 하기 때문에 싫고, 신북청에 있는 별안대 이촌은 밭농사가 많아서 밥을 이어 날라야 하므로 싫다. 이에 반해 청해면의 해안 전촌에는 퉁소를 잘 부는 총각이 있기에 그곳으로 시집가고 싶다.’
출가를 앞둔 처녀들의 심리와 정서가 잘 드러나 있는 노래이다.”
o 굼배타령
노랫말
[굼배야 굼배야 굼배나칭칭 뱅굼배]
저녁을 먹구서 썩 나서니
게 묻은 손으로 날 오랜다
정든 님 마당에 지남철 까는데
닿던 바닥이 안떨어진다
애 송아지 볼짝이 설삶은 거 남비가 없어서 설삶았나
빨리 먹드라구 설삶았지
어머니 왔다가 늙어서 가갔어
올베쌀 송편이나 해먹구 가렴아
올베쌀 송편은 내고만 두구
웃사람에게 한 대빡 주렴아
내가 나 잘났다 자랑을 말고
못난 사람을 괄세를 말어라
세상 만사가 불공평하니
금전 고통에 못살갔다
청년에 할 일은 무엇이 없어
하루 주사(酒邪)에 몸져 눕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저녁을 먹구서 썩 나서니 게 묻은 손으로 날 오랜다: 저녁을 먹고 마실을 가니, (누군가가) 게를 먹고 게가 묻은 손으로 날 오라고 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유혹한다는 뜻이다.
해설
「굼배타령」은 서도에서 흥겹게 부르는 토속 민요이다. 1930년대까지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불렀다고 한다. 신명나게 부르는 것으로 가사는 변화가 심하고 부르는 사람마다 즉흥적으로 지어낼 수 있다. ‘굼배’의 뜻은 ‘굶어서 배고프다는 뜻’이라는 설도 있고 ‘굼뱅이’에서 왔다는 설도 있으나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쾌지나칭칭나네’처럼 의미 없는 여음구일 수도 있다. 서도소리 명창이었던 최순경의 음원이 남아 있다.
o 술타령
노랫말
옛다 여봐라 말 듣거라 술이나 한 잔 빚어보자
때는 마침 어느 때뇨
춘절하절(春節夏節)은 다 지나가고 가을 절기가 당도하니
앞산뒷산에 단풍이 지고 때가 좋으니 술 빚어라
오곡백과로 누룩을 잡아 감초 초약으로 덧질을 하고
한달을 빚어 일삭주(一朔酒)며 두달 빚어라 이삭주
석달 빚어 삼삭주요 석달 열흘에 백일주요
마고선녀(麻姑仙女) 천일주(千日酒) 달이 밝다고 월명주(月明酒)요
날이 밝다고 일월주(日月酒)요 늙지 말자고 불로주(不老酒)요
죽지 말자고 불사주(不死酒)요
이백(李白)이 기경포도주(騎鯨葡萄酒)며 산림처사(山林處士) 송엽주(松葉酒)요
혼자 빚으면 걱정주요 둘이 빚으면 공론주(公論酒)요
뚝 떨어졌다 낙화주요 삼월하루 두견주요
아니아니 좋을소냐 이 술 한 잔을 잡수신 후에
없는 자손 생겨주고 있는 자손은 수명장수
재수소망도 도와주마
어찌나 좋으신지 모르겠네 야- 얼싸
풀이
마고선녀(麻姑仙女) 천일주(千日酒): 마고선녀가 마셨다는 술
마고선녀: 중국의 선녀
기경포도주(騎鯨葡萄酒): 중국의 시인 이백(李白)이 마셨다는 포도주. 이백이 고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고사에서 기경(騎鯨)이라 하고, 포도주는 그의 시 「양양가(襄陽歌)」 의 “遙看漢水鴨頭綠(요간한수압두록) 恰似葡萄初醱醅(흡사포도초발배) - 멀리 보이는 한수는 오리의 머리처럼 푸른데, 마치 포도주가 막 익을 때와 같구나”에서 나온 말임.
해설
「술타령」은 서도에서 평안도다리굿을 할 때 부르는 노래이다. 평안도다리굿은 서울지방의 진오귀굿과 같이 죽은 혼령을 천도하여 좋은 곳으로 보내주는 굿이다. 「술타령」은 술을 신령에게 올리면서 장수와 재수를 비는 내용이다. 충청도 지방에도 「술타령」이라는 토속 민요가 있으나, 평안도의 「술타령」과는 완전히 다르다. 서도 좌창인 「제전」에도 비슷한 노랫말이 보인다.
노랫말
만고영웅호걸(萬古英雄豪傑)들아 초한승부(楚漢勝負) 들어 보소
절인지용(絶人之勇) 부질없고 순민심(順民心)이 으뜸이라
한패공(漢沛公)의 백만대병(百萬大兵) 구리산하(九里山下) 십면매복(十面埋伏)
대진(對陣)을 둘러치고 초패왕(楚覇王)을 잡으랄 제
천하병마도원수(天下兵馬都元帥)는 표모걸식(漂母乞食) 한신(韓信)이라
장대(將臺)에 높이 앉아 천병만마(千兵萬馬) 호령(號令)할 제
오강(烏江)은 일천리요 팽성(彭城)은 오백리라
거리거리 복병이요 두루두루 매복이라
간계(奸計) 많은 이좌거(李左車)는 패왕(覇王)을 유인하고
산(算) 잘 놓는 장자방(張子房)은 계명산(鷄鳴山) 추야월(秋夜月)에
옥통소를 슬피 불어 팔천제자해산(八千弟子解散)할 제
때는 마침 어느 때뇨 구추삼경(九秋三更) 깊은 밤에
하늘이 높고 달 밝은데 외기러기 슬피 울어
객(客)의 수심(愁心)을 돋워 주고
변방만리사지중(邊方萬里死地中)에 잠 못 드는 저 군사야
너의 패왕(覇王) 역진(力盡)하여 장중(帳中)에 죽을테라
호생오사(好生惡死)하는 마음 사람마다 있건마는
너희는 어이 하여 죽길 저리 즐기느냐
철갑을 고쳐 입고 날랜 칼을 빼어드니
천금(千金)같이 중한 몸이 전장검혼(戰場劍魂)이 되겠구나
오읍(嗚泣)하여 나오면서 신세자탄(身勢自嘆) 하는 말이
내 평생 원하기를 금고(金鼓)를 울리면서
강동(江東)으로 가쟀더니 불행히 패망(敗亡)하니
어이 낯을 들고 부모님을 다시 뵈며 초강(楚江) 백성 어이 보리
전전반측(輾轉反側) 생각하니 팔년풍진(八年風塵) 다 지내고
적막사창(寂寞紗窓) 빈 방 안에 너의 부모 장탄수심(長嘆愁心)
어느 누구라 알아 주리
은하수 오작교는 일년 일차 보건마는
너희는 어이 하여 좋은 연분을 못 보느냐
초진중(楚陳中) 장졸들아 고향 소식 들어보소
남곡녹초(南谷綠草) 몇 번이며 고당명경(高堂明鏡) 부모님은
의문(倚門)하여 바라보며 독수공방 처자들은
한산낙목(寒山落木) 찬바람에 새옷 지어 넣어 두고
날마다 기다릴 제 허구한 긴긴날에
이마 우에다 손을 얹고 뫼에 올라 바라다가 망부석이 되겠구나
집이라고 들어가니 어린 자식 철없이
젖 달라 짖어 울고 철난 자식 애비 불러
밤낮 없이 슬피 우니 어미 간장이 다 썩는구나
남산하(南山下)에 장(長)찬 밭은 어느 장부 갈아 주며
이웃집에 빚은 술은 누구를 대하여 권할손가
첨전고후(瞻前顧後) 바라보니 구리산(九里山)이 적병이라
[한왕이 관후(寬厚)하사 불살항군(不殺降軍)하오리라 가련하다 초패왕은 어데로만 갈거나]
[ ] 부분은 수심가조
풀이
초한승부(楚漢勝負) 들어 보소: 초나라와 한나라의 전쟁이야기를 들어 보소
절인지용(絶人之勇) 부질없고 순민심(順民心)이 으뜸이라: 절세의 용기가 부질없고 민심을 따르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항우의 힘과 용기가 유방의 민심을 읽는 전략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
해설
「초한가(서도좌창)」는 서도소리의 대표적 좌창(坐唱)이다. 조선 후기에 유행하여 현재까지 전하는 이 노래의 내용은 중국 초나라와 한나라가 싸웠을 때 한신(韓信)이 진을 치는 모양과 장량(張良)의 옥퉁소 소리에 초패왕 항우(楚覇王: 項羽)의 군사들이 사기를 잃게 되는 장면, 그리고 항우의 한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래의 마지막 부분인 [한왕이 관후하사 불살항군하오리라 가련하다 초패왕은 어데로만 갈거나]는 수심가조로 부른다.
o 공명가
노랫말
공명(孔明)이 갈건야복(葛巾野服)으로 남병산(南屛山) 올라 단(壇) 높이 뫃고 동남풍 빌 제
동에는 청룡기(靑龍旗)요 북에는 현무기(玄武旗)요
남에는 주작기(朱雀旗)요 서에는 백기(白旗)로다
중앙에는 황기(黃旗)를 꽂고 오방기치(五方旗幟)를 동서사방으로
좌르르르 벌이어 꽂고 발 벗고 머리 풀고
학창흑대(鶴氅黑帶) 띠고 단에 올라 동남풍 빌은 후에
단하(壇下)를 굽어보니 강상(江上)에 둥둥둥 떠 오는 배
서성(徐盛) 정봉(丁奉)의 밴 줄로만 알았더니 자룡의 배가 분명하구나 즉시 단하(壇下)로 내려가니 자룡선척(子龍船隻)을 대(待)하였다가 선생을 뵈옵고 읍(揖)하는 말이
「선생은 체후일향(體候一向)하옵시며 동남풍 무사히 빌어 계시나이까」
「동남풍은 무사히 빌었으나 뒤에 추병(追兵)이 올 듯하니 어서 배를 돌리어 행선(行船)을 하소서」
자룡이 여짜오되
「소장(小將) 하나 있사오니 무삼 염려가 있사오리까」
즉시 배를 타고 하구(夏口)로 돌아갈 제 주유(周瑜) 노숙(魯肅)더러 하는 말이
「공명은 제 아무리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육도삼략(六韜三略)을 무불능통(無不能通) 할지라도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동남풍 빌기는 만무로구나」
말이 맞지 못하여 풍운(風雲)이 대작(大作)하며 동남풍 일어날 제
검정 구름은 뭉게뭉게 뇌성벽력(雷聲霹靂)은 우루루루
바람은 지동(地動)치듯 번개는 번쩍 빗방울은 뚝뚝뚝 떨어질 제
주유 깜짝 놀라 북창을 열고 남병산 바라를 보니
단상에 깃발은 펄펄펄 나부끼어 서북을 가리워질제
이 때에 서성 정봉 양장(兩將) 불러 분부하되
「공명은 천신(天神) 같은 모사(謀士)니 저런 모사를 두었다가는 일후후환(日後後患)이 미칠 듯하니 너희 두 장수는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남병산 올라가서 공명의 머리를 베어를 오라 만약 베어 오지 못하며는 군법시행(軍法施行)을 행하리로다」
서성 정봉 분부 듣구 필마단기(匹馬單騎)로 장창을 높이 들고
서성을랑 수로(水路)로 가고 정봉을랑 육로(陸路)로 가서
남병산 올라가니 공명선생은 간 곳 없고 다만 남은 건 좌우단(左右壇) 지킨 군사뿐이라 군사더러 묻는 말이
「선생이 어디로 가시더냐?」
군사 여짜오되
「발 벗고 머리 풀고 단에 올라 동남풍 빌은 후에 단하(壇下)로 내려가시더니 어디로 가신 종적(蹤迹)을 아지 못하나이다」
서성이 그 말 듣고 대경(大驚)하여 산하(山下)로 충충 내려가
강구(江口)를 점점 당도하니 강구에 인적은 고요한데
다만 남은 건 좌우(左右) 강 지킨 사공뿐이라 사공더러 묻는 말이
「선생이 어디로 가시더냐?」
사공이 여짜오되
「이제 웬 한 사람 발 벗고 머리 풀고 구절죽장(九節竹杖) 짚고 예 와 섰더니 강상(江上)으로 웬 한 편주(扁舟) 둥둥둥 떠오더니 웬 한 장수 선두(船頭)에 성큼 나서 양손을 읍(揖)하고서 선생을 맞아 모시고 강상(江上)으로 행하더이다」
서성이 그 말 듣고 선척(船隻)을 재촉하야
순풍에 돛을 달고 따를 적에 앞에 가는 배 돛 없음을 보고
점점점(漸漸漸) 따르다가 선두(船頭)에 성큼 나서 하는 말이
「앞에 가는 배는 공명선생이 타셨거든 잠깐 노 놓고 닻 주고 배 머무르소서 우리 도독전(都督殿)의 신신부탁하오니 말 한 마디 들읍시고 행선을 하소서」
공명이 뱃머리 성큼 나서 하는 말이
「서성아 말 들어라 내 너의 나라에 은혜도 많이 베풀고 동남풍까지 빌어 주었건만 무삼 혐의로 나를 해코자 하느냐 너희 두 장수는 부질없는 길을 따르지 말고 빨리 돌아가 내 말 갖다 도독전(都督殿)에 전하고 너의 국사(國事)나 도우려무나」
서성이 들은 체 아니하고 따를 적에 자룡이 뱃머리 성큼 나서 외여 하는 말이
「서성아 말 들어라 내 너를 죽일 것이로되 양국(兩國)의 화기(和氣)가 상(傷)할 듯하여 죽이지는 않고 살려 돌려 보내거니와 잠깐 이내 수완(手腕)이나 비양(飛揚)하노라」
철궁(鐵弓)에 왜전(矮箭) 먹여 각지(角指) 손 끼어 들고
좌궁(左弓) 우거질까 우궁(右弓)이 잦아질까
줌앞날까 줌뒤날까 각지(角指) 손 지긋 떼니
강상(江上)에 번개같이 빠른 살이 서성 돛대 맞아 물에 텀벙 떨어지니
돛은 좌르르 용총 끊어져 뱃머리 피빙핑 돌아를 갈 제
재삼(再三) 연(連)하여 철궁(鐵弓)에 왜전(矮箭) 먹여 각지 손 지긋 떼니
강상(江上)에 수루루 건너가 서성 쓴 투구 맞아 물에 텀벙 떨어지니
서성이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겨우 인사 차려 사공더러 묻는 말이
「저기 저 장수는 어떠한 장수냐?」
사공이 여짜오되
「전일(前日) 장판교(長板橋) 싸움에 아두(阿斗)를 품에 품고 순식간에 수만대병(數萬大兵)을 제쳐버리고 장판교로 돌아와도 아두(阿斗) 잠들고 깨우지 않았다 하시던 상산(常山) 땅의 조자룡이로소이다」
[서성이 할 일없어 빈 뱃머릴 본국(本國)으로 돌리며 자탄(自嘆)하고 하는 말이]
[한종실(漢宗室) 유황숙(劉皇叔)은 덕(德)이 두터워 저런 명장(名將)을 두었건만 오왕 손권은 다만 인자(仁慈)뿐이라 천의(天意)를 거역(拒逆)치 못하여 나 돌아만 가노라]
[ ] 부분은 수심가조
「 」 부분은 대사
풀이
갈건야복(葛巾野服): 갈건과 베옷이라는 뜻으로, 은사(隱士)나 처사(處士)의 거칠고 소박한 옷차림을 이르는 말
남병산(南屛山): 중국 절강성에 있는 산. 이곳에 제갈량이 단을 쌓고 동남풍이 불기를 기원했다.
뫃고: 쌓는다는 뜻이다
오방기치(五方旗幟): 중앙과 동서남북 다섯 방향으로 세운 깃대이다
학창흑대(鶴氅黑帶): 학창의와 검은 띠이다. 학창의는 선비나 관리들이 입었던 옷이다.
서성(徐盛): 오나라의 장수
정봉(丁奉): 오나라의 장수
자룡선척(子龍船隻)을 대(待)하였다가 선생을 뵈옵고 읍(揖)하는 말이: 조자룡이 배를 대고 기다렸다가 공명을 보고 하는 말이
체후일향(體候一向): 문안 인사이다.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의 준말. ‘기력과 건강은 늘 좋으시지요’라는 뜻이다.
추병(追兵)이 올 듯하니 어서 배를 돌리어 행선(行船)을 하소서: 추격병이 올 듯하니 배를 돌려 어서 가자
하구(夏口): 지명이다. 중국 호북성 무창현에 있는 성 이름.
공명은 제 아무리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육도삼략(六韜三略)을 무불능통(無不能通) 할지라도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동남풍 빌기는 만무로구나: 공명이 위로 천문에 통하고 아래로 지리에 밝고 병법에 모르는 것이 없지만,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동남풍을 불게 하기는 어렵구나. 이 부분은 판본에 따라 ‘정해십일월(丁亥十一月) 융동지절(隆冬之節)에’로 되어 있는 곳도 있다. 이는 ‘정해년 (서기 208년) 11월 겨울철에’라는 뜻이 된다.
해설
「공명가」는 「초한가(서도좌창)」와 함께 서도의 대표적인 좌창이다. 촉한(蜀漢)의 제갈량의 사적을 윤색하여 지은 노래로 제갈량이 적벽대전 때 오나라로 가서 제단을 쌓고 동남풍을 빌고 탈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남풍이 불자 손권의 참모인 주유는 서성과 정봉을 시켜 제갈량을 죽이려 하지만 조자룡은 그들의 추격을 물리치고 제갈량을 무사히 구출한다. 서도잡가 특유의 수심가조이며, 촉박하고 애절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 끝낼 때의 [서성이 할 일없어 빈 뱃머릴 본국(本國)으로 돌리며 자탄(自嘆)하고 하는 말이]는 반엮음수심가조로 부른다. [한종실(漢宗室) 유황숙(劉皇叔)은 덕(德)이 두터워 저런 명장(名將)을 두었건만 오왕 손권은 다만 인자(仁慈)뿐이라 천의(天意)를 거역(拒逆)치 못하여 나 돌아만 가노라]는 수심가조이다. 반엮음과 수심가조로 끝을 맺는 것은 좌창에서는 「공명가」가 유일하다.
o 사설공명가
노랫말
공명(孔明)이 갈건야복(葛巾野服)으로 남병산(南屛山) 올라 지세(地勢)를 살핀 후에 칠성단(七星壇)을 도두 뫃고 동남풍(東南風) 빌 제
하일층(下一層) 이십팔수(二十八宿)와 육정육갑(六丁六甲)을 베풀어
각각(各各) 방위(方位)를 버릴 제
동방갑을청제지신(東方甲乙靑帝之神)은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를 응(應)하여 청룡(靑龍)의 형상(形象)을 벌리어 꽂고
남방병정적제지신(南方丙丁赤帝之神)은 정귀유성장익진(井鬼柳星張翼軫)을 응하여 주작(朱雀)의 형상을 벌리어 꽂고
서방경신백제지신(西方庚辛白帝之神)은 규루위묘필자삼(奎婁魏昴畢觜參)을 응하여 백호(白虎)의 형상을 벌리어 꽂고
북방임계(北方壬癸) 흑제지신(黑帝之神)은 두우여허위실벽(斗牛女虛危室壁)을 응하여 현무(玄武)의 형상(形像)을 벌리어 꽂고
중앙무기황제지신(中央戊己黃帝之神)은 오방차제(五方次第)로 황신기(黃神旗) 꽂고공명선생 스스로 전조산발(剪爪散髮)한 연후 우수(右手)에 축문 들고 좌수(左手)로 향로를 받들어 군중(軍中)에 전령(傳令)하되
「너의 등(等)은 천병만마(千兵萬馬)가 뒤끓지라도 항오(行伍)를 잃지 말고 장령(將令)만 고대(苦待)하되 만약 위령자(違令者)가 있으면 군법시행(軍法施行)을 행하리로다」
말을 마치며 단에 올라 분향재배(焚香再拜)하고 천지신명전(天地神明前)에 고축(告祝)하며 지성으로 비는 말씀
「유세차(維歲次) 건안(建安) 십삼년(十三年) 정해(丁亥) 십일월(十一月) 을사삭이십일(乙巳朔二十日) 갑자(甲子)에
좌장군(左將軍) 유비(劉備) 모사(謀士) 제갈양(諸葛亮)은 근고우천지일월성신(謹告于天地日月星辰)이며
오악신령(五岳神靈) 사해용왕(死海龍王) 화덕진군(火德鎭軍) 후토지신(后土之神) 강산풍백(江山風伯)이 감응(感應)하옵소서
국운(國運)이 불행(不幸)하여 역적(逆賊) 조조(曹操)가 도절신기(盜竊神器)하고 유수천자(幽囚天子)하며 방시국모(放弑國母)하니
불공대천지수(不共戴天之讎)를 인인(人人)이 공분(公憤)이올시다
조조의 흥병백만(興兵百萬)과 용장천여원(勇將千餘員)이라
자여강동(自予江東)으로 일결자웅(一決雌雄)할새 금자여손권(今自與孫權)으로 동심협력(同心協力)하여
공파조조(共破曹操)하고 안보사직(安保社稷)을 발원(發願)이올시다
조조의 백만대병(百萬大兵)을 불감당(不堪當)이오니
복걸천지신명(伏乞天地神明)은 감응하사 동남풍 삼일삼야만(三日三夜)만 불어 주시오면욕파조조(欲破曹操)하고 흥복한실(興復漢室)하겠나이다」
근이청작서수공신전헌상향(謹以淸酌庶羞恭伸奠獻尙饗) 읽기를 마치고 동남풍 빈 연후에
[단하(壇下)로 내려가 조자룡 만나 무사히 하구(夏口)로 가단 말가 아마도 전무후무(前無後無)하기는 제갈무후(諸葛武侯)로구나]
[ ] 부분은 수심가조
「 」 부분은 대사
풀이
갈건야복(葛巾野服): 갈건과 베옷이라는 뜻으로, 은사(隱士)나 처사(處士)의 거칠고 소박한 옷차림을 이르는 말
남병산(南屛山): 중국 절강성에 있는 산. 이곳에 제갈량이 단을 쌓고 동남풍이 불기를 기원했다.
뫃고: 쌓는다는 뜻이다
이십팔수(二十八宿): 28개의 별자리
육정육갑(六丁六甲): 도술을 부릴 때 부르는 신과 장수의 이름이다
동방갑을청제지신(東方甲乙靑帝之神)은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를 응(應)하여 청룡(靑龍)의 형상(形象)을 벌리어 꽂고: 동쪽을 대표하는 색은 청색이며 이를 합하여 각 신들을 청제지신이라 하며 이에 합당한 별이 각각 각항저방심미기이며, 청룡이 상징적 동물이다. 제사 지낼 대의 깃대와 모습을 표현한 것. 이하도 마찬가지이다.
해설
「사설공명가」는 서도 좌창이다. 제갈량이 동남풍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제갈량 동남풍 축(祝)」이라고도 부른다. 제갈량이 동남풍을 축원할 때 천지신명께 고사(告祀) 지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명가」와 비슷하나 사설을 좀 더 촘촘하게 부른다고 해서 「사설공명가」라 부른다. 사설이 더 긴 것은 아니다. 수심가조로 끝낸다.
o 배따라기
노랫말
윤하윤삭(閏夏閏朔)은 다 지나가고 황국(黃菊) 단풍이 다시 돌아오누나
에- 지화자자 좋다
천생만민(天生萬民)은 필수지업(必授之業)이 다 각기 달라
우리는 구태여 선인(船人)이 되어 먹는 밥은 사자(使者)밥이요 자는 잠은 칠성판(七星板)이라지
옛날 노인 하시던 말씀은 속언(俗言) 속담(俗談)으로 알아를 왔더니
금월금일(今月今日) 당도하니 우리도 백년이 다 진토록 내가 어이 하자나
에- 지화자자 좋다
이렁저렁 행선(行船)하여 가다가 좌우에 산천을 바라를 보니
운무는 자욱하여 동서사방을 알 수 없다누나
영좌(領座)님아 쇠 놓아 보아라 평양의 대동강이 어데메로 붙었나
에- 지화자자 좋다
연파만리(烟波萬里) 수로창파(水路滄波) 불리어 갈 제
뱃전은 너울렁 물결은 출렁 해도중(海濤中)에 당도하니
바다에 저라하는 건 노(櫓)로구나 초(礁)라고 하는 건 돌이로구나 만났더니 뱃삼은 갈라고 용총(龍驄) 끊어져 돛대는 부러져 삼동이 나고
깃발은 찢어져 환고향(還故鄕)할 제 검은 머리 어물어물하여 죽는 자가 부지기수(不知其數)라
할 수 없어 돛대차고 만경창파(萬頃蒼波)에 뛰어드니
갈매기란 놈은 요내 등을 파고 상어란 놈은 발을 물고 지긋지긋 찍어 당길 적에
우리도 세상에 인생으로 생겨를 났다가 강호(江湖)의 어복중(魚腹中) 장사(葬事)를 내가 어이 하잘꼬
에- 지화자자 좋다
이렁저렁 떠나려 가다가 다행으로 고향 배를 만나 건져 주어 살아를 나서 고향으로 돌아갈 적에 원포귀범(遠浦歸帆)에다 돛을 달고 관악일성(管樂一聲)에 북을 두려 두둥실 쳐 울리면서 좌우(左右)의 산천을 바라를 보니 산도 옛 보던 고향 산이요 물이라 하여도 옛 보던 옥수(玉水)라
해 다 지고 저문 날에 잘 새는 깃을 찾아 무리무리 다 날아들고
야색(夜色)은 창망(蒼茫)한데 갈 길조차 희미하구나
때는 마침 어느 때뇨 중추(仲秋) 팔월 십오야에 광명(光名) 좋은 달은 두려 두둥실 떠 밝아 있고
황릉묘상(黃陵廟上)에 두견이 울고 창파녹림(滄波綠林)에 갈매기 울고
원정객사(遠征客舍)에 잔나비 휘파람 소리 가뜩이나 심란한 중에
새북강남(塞北江南) 외기러기는 옹성(嗈聲)으로 짝을 불러
한수(漢水)로 떼떼떼 울면서 감돌아드는데 다른 생각은 제 아니나고
동정숙(同定宿) 동정식(同鼎食)하시던 친구의 생각에 눈물이 나누나
에- 지화자자 좋다
이렁저렁 죽은 사람 동리를 찾아가니 죽은 사람의 부모 동생이며 일가친척이 모두 다 나와
파선(破船) 뱃사람 온단 말을 듣고 선창머리 내달으며 뱃전을 부여잡고 애곡(哀哭)을 불러라 통곡을 하며
영좌(領座)님과 화장(火匠) 아희는 천행만행(千幸萬幸)으로 살아 왔거니와
우리 장손 아버지는 물결을 쫓아서 흘러져 갔다네
애고애고 설리 울 적에 백일(白日)이 무광(無光)하여 산천초목(山川草木)이 다 설워하노라
에- 지화자자 좋다
삼년만에 집이라고 더듬더듬 찾아 들어가니
장손 어머니는 장손 아버지 삼년상 마지막 가는 날이라고 갖은 제물 차려 놓고
제 지낼 적에 첫 잔 부어놓고 두 잔을 부어서 첨배(添杯)한 후에 석 잔을 부어서 퇴배(退盃) 연후에
「그애 아버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사생여부(死生與否)는 알 수는 없어도 죽은 혼신(魂神)이라도 있거들랑은 술 한 잔이며 밥 한 술이라도 흠향(欽饗)을 하소서」
이리 설리 울 적에 방문 열고 들어서니
울던 장손 어머니는 화다닥닥 뛰어서 달려를 들며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부여잡고 애곡을 불러 통곡을 하며
「그 애 아버지 나간 날로 분수(分數)하며는 오날이 대상(大祥) 마지막 날이외다 죽었소 살았소 죽어 혼신(魂神)이 왔나요 육신이 왔나요 신의 시체가 왔나요」
일희일비(一喜一悲)하여 나삼(羅衫) 소매를 부여잡고 애곡을 불러라 통곡을 할 제
부모님이 나앉으시며 하시는 말씀
「일후 일랑은 밥을 빌어다 죽을 쑤어 먹을지라도 뱃사람 노릇은 다시 하지 마잔다」
에- 지화자자 좋다
「 」 부분은 대사
풀이
윤하윤삭(閏夏閏朔)은 다 지나가고 황국단풍(黃菊丹楓)이 다시 돌아오누나: 윤달이 낀 더운 여름은 다 지나가고 국화 피고 단풍드는 가을이 다시 돌아왔구나. 판본에 따라서 ‘이내 춘색(春色)’, ‘요내 춘색’, ‘윤회윤색(輪回輪色)’, ‘윤하윤색’ 등으로도 표기되어 있다. 내용으로 보면 윤하윤삭(閏夏閏朔)이 맞다.1)
해설
「배따라기」는 무가(巫歌)에서 발전한 서도좌창이다. 다른 서도좌창이 한문투의 원전(原典)에서 발전한 수심가 계열이라면, 「배따라기」는 민중 사이에서 발전한 노래다. 서도좌창 중에서는 유일하게 수심가조로 끝내지 않는다. 분류상 서도좌창이지만, 다른 서도좌창과는 발생계통이 다르다는 뜻이다.
o 영변가
노랫말
노자 에- 노자 노자 젊어서 노잔다
나이 많아 병이 들면은 못 노리로다
영변(寧邊)의 약산(藥山)의 동대(東臺)로다
부디 평안히 너 잘 있거라
나도 명년(明年) 양춘(陽春)은 가절(佳節)이로다 또 다시 보자
오동에 복판이로다 거문고로구나
둥당실 술기둥 소리가 저절로 난다
달아 에- 달아달아 허공중천(虛空中天)에 둥당실 걸리신 달아
임의나 창전(窓前)이로구나 비치신 달아
아서라 말려무나 네 그리 말려무나
사람의 인정의 괄시를 네 그리 마라
남산을 바라다보니 진달 화초는 다 만발하였는데
웃동 짧고 아래아랫동 팡파짐한 아희들아 날 살려 주렴
자규(子規)야 울지를 마라 울려거든 너 혼자 울게지
여관한등(旅館寒燈) 잠들은 날까지 왜 깨워 주나
일락(日落)은 함지(咸池) 황혼되고
월출어동령(月出於東嶺)이로구나 달 솟아온다
양덕(陽德) 맹산(孟山) 흐르는 물은
부벽루하(浮碧樓下)로 감돌아든다
삼산(三山)은 반락(半落)이로다 모란봉되고 이수(二水)는 꺼겅청 뛰어 능라도(綾羅島)로다
풀이
나도 명년(明年) 양춘(陽春)은 가절(佳節)이로다: 나도 내년 봄날은 좋은 시절이 올 거라는 뜻이다
오동(梧桐)의 복판(腹板)이로다 거문고로구나 동당실 술기덩 소리가 저절로 난다: 거문고는 오동나무로 만든다. 거문고 소리의 흥겨움을 말함.
임에나 창전(窓前)이로구나 비치신 달아: 님의 창문 밖으로 떠서 밝게 비치는 달아
웃동 짧고 아래아랫동 팡파짐한 아희들아 날 살려 주렴: 윗옷은 짧고 아래 둔부는 팡파짐한 젊은 여인들아, 날 살려주렴. 젊은 춘정을 표현하고 있다.
자규(子規)야 울지를 마라 울려거든 너 혼자 울게지 여관한등(旅館寒燈) 잠들은 날까지 왜 깨워 주나: ‘여관한등(旅館寒燈)’은 객지 여관의 차가운 불빛. 쓸쓸하고 외로운 상황을 표현한다. 이 구절은 당나라 시인 고적(高適)의 「제야작(除夜作: 섣달 그믐날 밤에 시를 짓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참고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여관한등독불면 旅館寒燈獨不眠 여관의 차가운 등불 아래 잠 못 이루니
객심하사전처연 客心何事轉悽然 마음은 어쩌자고 갈수록 쓸쓸한고
고향금야사천리 故鄕今夜思千里 고향을 생각하면 아득한 천 리
상빈명조우일년 霜鬢明朝又一年 하얗게 센 머리 이 밤 지나면 또 한 해 가는구나
해설
「영변가」는 서도좌창의 하나이다. 평안북도 영변군 약산의 약산동대는 예로부터 명승지로 널리 알려졌는데, 상상봉에 올라가면 바로 구룡강이 내려다보이고 왼편으로 멀리 청천강이 흐르는 광경이 절경을 이루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에 겨워 절로 노래를 부르게 한다고 한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영변가」라고 하는데, 이는 약간 과장된 진술일 것이다. 「영변가」는 그 난이도로 보아 서도의 기방 중심으로 확산된 노래로 보인다. 「영변가」는 서도좌창 중에서는 분절형식이며, 「배따라기」와 함께 수심가조로 끝내지 않는 특징이 있다. 「영변가」는 노래의 구조로 보면 서도민요에서 비롯한 것이다.
o 관동팔경
노랫말
동해가 망망(茫茫)하여 물과 하늘 한빛이라
총총(叢叢)한 바윗돌은 금수병(錦繡屛)을 둘렀는 듯
박속 같은 뽀얀 파도 황홀(恍惚)하게 몰려올 제
단청화각(丹靑畵閣) 높이 솟아 총석정(叢石亭)이라 일러 있고
석양에 노를 저어 둥실두둥 배 떠갈 제
뒤에는 벽산(碧山)이요 앞에는 창해(滄海)로다
바람마저 시를 읊고 뱃전 치며 노래할 제
물외초연(物外超然) 맑은 취미 삼일포(三日浦)라 하는 데요
굽이 청청(淸淸) 흐르는 물 띠끌 근심 씻어낼 제
버들꽃(柳絮)은 떠서 오고 물새 펄펄 나는구나
가객시인(歌客詩人) 누구누구 이 정자에 쉬어간고
풍연(風烟) 살펴 배회하니 청간정(淸澗亭)이 경치 좋고
양양(襄襄)땅 십리허에 꽃비 날고 송운(松雲) 흘러
육모정(六角亭)도 절승(絶勝)커니 약수(藥水) 또한 향기롭다
새벽 쇠북 치는 소래 먼 하늘 동터 온다
해뜨는 경치 좋은 낙산사(洛山寺)라 하는 데요
녹파담담(綠波淡淡) 거울 속에 백조쌍쌍(白鳥雙雙) 흥겨웁다
수양(垂楊) 밖에 어가일곡(漁歌一曲) 세상공명(世上功名) 꿈 밖이라
해 저물고 달 떠오니 호해공(湖海空)에 월주(月柱) 섰네
아마도 달 구경은 경포대(鏡浦臺)가 제일이요
대숲은 의의(依依)한데 돌길이 둘럿세라
산 빛은 뒤라 있고 물 기운 떠오를 제
낙자정정(落子丁丁) 바둑 뒤고 술을 들어 잔질하니
바람 슬슬(瑟瑟) 비 소소(蕭蕭) 죽서루(竹西樓)란 절경이요
양양벽파(洋洋碧波) 가이 없어 바다 밖은 어디런고
쪽빛(藍色) 같은 가을 창공 먼 기러기 울며 간다
대양횡행(大洋橫行) 저 철선(鐵船)아 네 어디로 가는 길고
흉해호호탕탕(洶海浩浩蕩蕩)하니 망양정(望洋亭)이 여기로다
눈 속에 푸른 솔은 장부의 기상이라
때로 있어 우는 학은 절세무비명승(絶世無比名勝)인 듯
솔바람 거문고 송월(松月)은 미인이라
미인마저 거문고 둥당 월송정(越松亭)을 자랑한다
삼천리 금수강산 관동팔경(關東八景) 더욱 좋고
대한의 자랑이요 세계명승(世界名勝) 이 아니냐
[그지없는 좋은 풍경 완상(翫賞)을 하니 심신이 상쾌하고 명랑하구나
이 좋은 강산풍경(江山風景) 아니 읊고 무엇을 할거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금수병(錦繡屛): 비단에 수놓은 병풍
단청화각(丹靑畵閣): 단청을 칠한 누각
뒤에는 벽산(碧山)이요 앞에는 창해(滄海)로다: 뒤쪽에는 푸른 산이요, 앞에는 푸른 바다로다
물외초연(物外超然): 속세를 벗어나 자연을 즐기는 태도
풍연(風烟) 살펴 배회(徘徊)하니: 멀리 떠 있는 산을 가리는 아득한 안개를 보면서 거닐면서
녹파담담(綠波淡淡) 거울 속에 백조쌍쌍(白鳥雙雙) 흥겨웁다 수양(垂楊) 밖에 어가일곡(漁歌一曲) 세상공명(世上功名) 꿈 밖이라 해 저물고 달 떠오니 호해공(湖海空)에 월주(月柱) 섰네 아마도 달 구경은 경포대(鏡浦臺)가 제일(第一)이요: 경포 호수를 묘사하는 것이다. 푸른 파도가 잔잔하고 백조가 나니 흥겹다, 해가 지니 어부의 노래 한 곡조는 세상의 공명과는 멀리 덜어져 있네, 달 떠오르니 호수와 바다와 하늘에 달빛 기둥이 섰네.
해설
「관동팔경」은 새롭게 만들어진 서도좌창이다. 국악예술학교 교장을 지낸 박헌봉이 작사를 하고 이창배가 곡을 붙였다고 한다. 아마도 정철의 「관동별곡」을 현대화하자는 취지에서 작사를 했을 것인데, 작사가가 알려져 있는 거의 유일한 서도 좌창이다. 관동팔경은 대관령의 동쪽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으로 동해안을 따라 바닷가 경치를 대표하는 여덟 군데의 명승지이다. 관동팔경은 예로부터 칭송되어 온 명승지인 만큼 이곳을 노래한 시가와 이곳에 얽힌 전설들이 많은데, 특히 조선 선조(宣祖) 때에 정철(鄭澈)이 관동팔경과 금강산 일대의 산수미(山水美)를 읊은 『관동별곡』이 유명하다. 관동팔경은 간성의 청간정(淸澗亭), 강릉의 경포대(鏡浦臺), 고성의 삼일포(三日浦), 삼척의 죽서루(竹西樓),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울진의 망양정(望洋亭),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평해(平海)의 월송정(越松亭) 등이다.
o 제전
노랫말
백오동풍(百五東風)에 절일(節日)을 당하여 임의 분묘(墳墓)를 찾아가서
분묘 앞에 황토(黃土)요 황토 우에다 제석(祭席) 깔고
제석 우에다 조조반(祖祖盤)을 놓고 조조반 우에다 좌면지(座面紙) 펴고
좌면지 우에다 상간지(上簡紙) 펴고 차려간 음식을 벌이울 제
우병좌면(右餠左麵) 어동육서(魚東肉西) 홍동백서(紅東白西)에 오기탕(五器湯) 실과(實果)를 전자후준(前煮後樽)으로
좌르르르 벌이울 제 염통 산적(散炙) 양볶기 녹두떡 살치찜이며
인삼 녹용 도라지채며 고비 고사리 두릅채며
왕십리 미나리채며 먹기 좋은 녹두나물 쪼개쪼개
콩나물 놓고 신계곡산(新溪谷山) 무인처(無人處)에 머루 다래 곁들여놓고
함종(咸從)의 약률(藥栗)이며 연안(延安) 백천(白川)의 황밤 대추도 놓고
경상도 풍기(豊基) 준시 수원(水原)의 홍시(紅柿)며
능라도(綾羅島)를 썩 건너서 참모퉁이
둥글둥글 청(靑)수박을 대모장도(玳瑁粧刀) 드는 칼로 웃꼭지를
스르르르르 돌리어 떼고 강릉(江陵) 생청(生靑)을 주루룩 부어
은동글 반(盤) 수복저(壽福箸)로다 씨만 송송 골라내여 한 그릇에
한 그릇은 갱(羹)이로구나
술이라 하니 이백(李白)의 기경포도주(騎鯨葡萄酒)며 뚝 떨어졌다 낙화주(落花酒)며
산림처사(山林處士)의 송엽주(松葉酒)로다
도연명(陶淵明)의 국화주(菊花酒)며 마고선녀(麻姑仙女) 천일주(千日酒)며 맛 좋은
감홍로(甘紅露) 빛 좋은 홍소주(紅燒酒) 청소주(靑燒酒)로 왼갖 술은 다 그만두고
청명(淸明)한 약주(藥酒) 술로 노자작(鸕鷓酌) 앵무배(鸚鵡杯)에 첫잔 부어 산제(山祭)하고
두 잔 부니 첨작(添酌)이요 석 잔 부어 분상묘전(墳上墓前)에 퇴배(退盃) 연후에
옷은 벗어 남게 걸고 그냥 그 자리에 되는대로 주저앉아
오열장탄(嗚咽長嘆)에 애곡(哀哭)을 할뿐이지 뒤따를 친구가 전혀 없구려
잔디를 뜯어 모진 광풍(狂風)에 흩날리며
왜 죽었소 왜 죽었소 옥(玉) 같은 날 여기 두고 왜 죽었단 말이오
선영(先塋)에 풀이 긴들 절초(折草) 할 이 뉘 있으며
한식명절(寒食名節)이 돌아와도 잔 드릴 사람이 전혀 없구려
일부황분(一抔荒墳)이 가련하구나
천지로다 집을 삼고 황토로다 포단(布團)을 삼고
금잔디로다 이불을 삼고 산천초목(山川草木)으로 울을 삼아
두견 접동이 벗이로구나
「심야공산(深夜空山) 다 저문 밤에 홀로 누워 있기가 무섭지도 않단 말이요 임 죽은 혼백(魂魄)이라도 있거든 나 다려만 가려마」
「 」 부분은 대사
풀이
백오동풍(百五東風): 한식(寒食)날을 말함.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고 대개 동풍이 분다고 해서 이 말이 생겼다. ‘절일(節日)을 당(當)하여’는 명절이 되어. 한식날은 대개 성묘를 갔다.
분묘 앞에 황토(黃土)요: 원래는 ‘황토 폐이고’가 맞다. 무덤 앞에 황토를 뿌리고. 우리의 민속 신앙에서 황토는 잡귀와 부정을 막는다. 성묘할 때 황토를 무덤 앞에 뿌리는 것을 말함. ‘폐이고’는 ‘펴고’의 평안도 방언. 요즘은 음률상 그냥 ‘황토요’라고 노래한다.
해설
「제전」은 북망산에 묻힌 임의 무덤을 찾아가 제사를 드리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읊은 서도좌창이다. 첫째 대목은 제물(祭物) 고이는 법을 풀이하고, 둘째 대목에서는 제상(祭床)에 차려진 산해진미의 이름을 든 다음 초헌(初獻) · 아헌(亞獻) · 종헌(終獻)의 절차를 그리고, 셋째 대목에서는 결국 한줌 흙으로 돌아가고야 마는 인생의 무상함을 한탄하는 내용으로 맺고 있다. 가사의 내용으로 보면 젊은 미망인이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처지를 한스럽게 노래하고 있다.
o 향산록
노랫말
천지가 개벽(開闢)하고 산천(山川)이 생겼으니
오악(五嶽)은 조종(祖宗)이요 사해(四海)는 근원(根源)이라
백두산 일지맥(一支脈)이 동으로 흘러 내려
묘향산(妙香山)이 되었으니 북방(北方)에 제일이라
일국지명산(一國之名山)이요 제불지대찰(諸佛之大刹)이라
평생에 먹은 마음 향산(香山)보자 원이더니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에 친구 벗과 기약하고
행장(行裝)을 급히 차려 낙양성(落陽城) 버들길로
청려장(靑藜杖) 둘러집고 북향산(北香山) 찾아가니
백두산 내맥(來脈)이요 청천강(淸川江) 근원이라
원림강(遠林江)을 건너서서 향산동구(香山洞口)를 다다르니
계변(溪邊)에 우는 새는 춘흥(春興)을 노래하고
암상(岩上)에 피는 꽃은 원객(遠客)을 반기는 듯
외사(外寺)자목 넘어 들어 좌우(左右)를 살펴보니
창송(蒼松)은 울울(鬱鬱)하고 녹수(綠水)는 잔잔이라
심진정(尋眞亭) 높은 집은 대소행차(大小行次) 영송처(迎送處)라
일행(一行)을 재촉하여 내사자목 넘어드니
좌우(左右)에 거령신(巨靈神)은 초패왕(楚覇王)의 풍신(風神)이라
홍살문(紅箭門) 구경하고 조계문(曹溪門)을 다달으니
좌우(左右)에 금강신(金剛神)은 인사없이 축객(逐客)한다
영청각 표묘(縹緲)하고 사적비(事跡碑) 구원(久遠)하다
명월당(明月堂) 애월장(愛月藏)을 동서(東西)로 돌아보며
해탈문(解脫門) 넘어들어 문수보살(文殊菩薩) 구경하고
천왕문(天王門) 넘어들어 사방천왕(四方天王) 웅장하다
진상전(眞常殿) 행회당(行會堂)을 좌우로 살펴보며
만세루(萬歲樓) 올라 앉아 원근(遠近)을 바라보니
남산(南山)에 웃는 꽃은 춘색(春色)을 띄여 있고
청계(淸溪)의 맑은 물은 경광(景光)이 아리는 듯
취운당(翠雲當) 백운각(白雲閣)에 오작(烏鵲)이 쌍비(雙飛)하니
요지(瑤池)는 어디런가 선경(仙境)은 여기로다
여래탑(如來塔) 십구층과 대보탑(大寶塔) 십이층을
전후(前後)로 구경(求景)하고 대웅전(大雄殿)을 들어가니
의의(依依)한 전탑상(殿榻上)에 금불상(金佛像)이 거룩하다
이층전(二層殿) 높은 집은 반공(半空)에 솟았으니
선인(仙人)의 조작(造作)인지 인간 재주 아니로다
백옥루(白玉樓) 광한전(廣寒殿)을 말로만 들었더니
오늘날 친견(親見)할 줄 어이하여 알았으리
총회문(總會門) 넘어들어 명부전(冥府殿)을 들어가니
지장보살(地藏菩薩) 수좌(首座)하고 십대왕(十大王)이 열좌(列坐)로다
참혹(慘酷)한 지옥형상(地獄形象) 낱낱이 그려있다
응향각(凝香閣)들어가서 오동향로(烏銅香爐) 구경하고
심검당(尋劍堂) 수월당(水月堂)과 관음전(觀音殿) 동림헌(東臨軒)과
미타전(彌陀殿) 망월루(望月樓)를 차례로 구경(求景)하고
유산(遊山)길 찾아가서 안심사(安心寺) 돌아드니
무수(無數)한 부도비(浮屠碑)는 도승(道僧)의 유적(遺跡)이라
명월(明月)은 교교(皎皎)하고 청풍(淸風)은 소슬(蕭瑟)이라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 곳에 상원암(上院庵)을 찾아가서
대해포(大海浦) 구경하니 정신(精神)이 쇄락(灑落)하다
이층철사(二層鐵絲) 더위잡고 인호대(引虎臺) 올라가니
송풍(松風)은 거문고요 두견성(杜鵑聲)은 노래로다
{동편(東便)에 산주포(散珠浦)는 진주(眞珠)를 헤치는 듯
천진포(天津浦) 높은 물은 반공(半空)에서 내리는 듯
용연포(龍淵浦) 내린 물은 백룡(白龍)이 서리운 듯
십주(十洲)는 어디런지 삼산(三山)은 여기로다
상원암(上元庵) 들어가니 별유천지(別有天地) 여기로다
칠성각(七星閣) 구경(求景)하고 용좌석(龍坐石) 돌아가니
관찰사(觀察使) 태수명(太守名)을 면면(面面)히 새겼으니
석면(石面)에 반조정(半朝廷)은 옛일이 분명(分明)하다
화발(花發)한 산간(山間)으로 불영대(佛影臺) 올라가니
단군(檀君)의 탄생처에 석굴(石窟)만 남아 있다
산천(山川)을 구경하고 만폭동(萬瀑洞) 돌아오니
백석층층(白石層層) 천만대(千萬代)대에 흐르나니 청계수(淸溪水)라
유적대(遺蹟臺) 올라가니 대소(大小) 유적(遺蹟) 분명하다
강선대(降仙臺) 올라가니 신선(神仙)이 하강처(下降處)라
금강굴(金剛窟) 내려오니 서산대사(西山大師) 수도처(修道處)라
사리각(舍利閣) 들어가서 팔상당(八相堂) 구경하고
내원암(內院庵) 들어가니 산중지복장(山中之福庄)이라
무릉포(武陵浦) 넘어드니 무릉도원(武陵桃源) 여기로다
견불암(見佛庵) 회불암(回佛庵)과 사봉암(西峰庵) 오봉암(五峰庵)과
불지암(佛智庵) 내봉암(內峰庵)을 넉넉히 구경하고
수충사(酬忠祠) 들어가니 어서어필(御書御筆) 봉안처(奉安處)라
극잔굴 보윤암(普潤庵)을 내릴 길에 잠깐 보고
여시문(如是門) 들어가서 영각(影閣)에 들어가니
서산대사(西山大師) 사명당(四溟堂)에 형상(形像)이 거룩하다
검(劍)을 집고 일어서서 국가(國家)를 태평(太平)이라
금란가사(金襴袈裟) 측배장삼(長衫) 유리잔(琉璃盞) 패엽선(貝葉扇)과
야광주(夜光珠) 육환장(六環杖)은 양대사(兩大師)의 유적(遺跡)이라
극락전(極樂殿) 들어가서 낱낱이 구경(求景)하고
대장전(大藏殿) 들어가니 팔만경판(八萬經板) 쌓여있다
계조암(繼祖庵) 백운암(白雲庵)을 자세히 돌아보고
남정암 남정암(南精庵)올라가니 모종(暮鐘)이 장연(鏘然)하다
비우봉 석가봉(釋迦峰)과 관음봉(觀音峰) 기진봉과
향로봉(香爐峰) 법왕봉과 미륵봉(彌勒峰) 칠성봉(七星峰)과
지장봉(地藏峰) 십왕봉(十王峰)과 가섭봉(迦葉峰) 아난봉(阿難峰)과
상비로(上毘盧) 수비대와 중비로(中毘盧) 백운대(白雲臺)와
하비로(下毘盧) 울영대와 삼성대(三聖臺) 설령대(雪嶺臺)를
차례로 바라보니 흉금(胸襟)이 쾌활하다
태백산(太白山) 유발승(有髮僧)이 되고저 하건마는
진토(塵土)에 걸린 몸이 세연(世緣)이 미진(未盡)하여
두견성(杜鵑聲) 한 소리에 고향생각 절로 난다
산수(山水)가 절승(絶勝)하니 명춘(明春)에 다시 볼 듯
명산(名山)을 하직하고 고향으로 어서가자}
평생소원(平生所願)이 향산(香山) 보자 하였더니
오늘에야 소원성취(所願成就) 하였구나
[생각을 하니 이름 좋은 경개 못 보는 맘
어이 애달프지 않으리]
[ ] 부분은 수심가조
풀이
오악(五嶽): 중국의 오악도 있으나 한국의 오악은 백두산(北嶽), 묘향산(西嶽), 북한산(中嶽), 지리산(南嶽) 금강산(東嶽)으로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여겨 왔다
일국지명산(一國之名山)이요 제불지대찰(諸佛之大刹)이라: 한 나라의 명산이요, 여러 절 중에서도 큰 절이라
청려장(靑藜杖):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
계변(溪邊): 강변, 시냇가
원객(遠客): 여행 온 사람
외사목: 지명이다
창송(蒼松)은 울울(鬱鬱)하고 녹수(綠水)는 잔잔하다: 푸른 소나무는 울창하고 푸른 물은 잔잔하다
심진정(尋眞亭) 높은 집은 대소행차(大小行次) 영송처(迎送處)라: 심진정(정자 이름)은 여러 행사에서 환송처로 사용하는 장소이고
내사자목(內似紫木): 지명
좌우(左右)에 거령신(巨靈神)은 초패왕(楚覇王)의 풍신(風神)이라: 좌우에 있는 큰 목상은 초패왕의 풍채처럼 늘름하고
인사없이 축객(逐客)한다: 인사없이 사람을 내쫒는다
표묘(縹緲)하고: 아득하고
구원(久遠)하다: 오래되었다
오작(烏鵲)이 쌍비(雙飛)하니: 까마귀와 까치가 함께 나르니
요지(瑤池): 아름다운 곳
의의(猗猗)한 연탑상(聯榻上)에: 아름다운 탁자 위에
오늘날 친견(親見)할 줄: 오늘날 직접 볼 줄
어서어필(御書御筆) 봉안처(奉安處)라: 임금의 필적을 보관한 곳이라
양대사(兩大師)의 유적(遺蹟)이라: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유적이라
석면(石面)에 반조정(半朝廷)은: 바위에 새긴 관리들의 이름들이 많은 것을 비유한 말
유발승(有髮僧)이 되고저 하건마는: 머리를 깍지는 않았지만 불도를 닦고 싶지만
진토(塵土)에 걸린 몸이 세연(世緣)이 미진(未盡)하여: 어지러운 세상 일에 걸려 인연이 닿지 않아
해설
「향산록」은 서도 좌창의 하나로 장단이 느린 것이 특징이다. 원래 「향산록」은 작자 연대 미상의 조선 후기의 기행 가사의 일종이다. 18세기 이후에 창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내용은 묘향산(妙香山)의 경치와 사찰 · 누각 · 유적 등을 두루 구경하고 읊은 기행문 필체로 되었으며, 3 · 4조가 주조(主調)를 이룬다. 『정선조선가곡』과 『교주가곡집』등에 실려 있다. 여기의 가사는 『교주가곡집』을 기준으로 하였다.
o 초로인생
노랫말
어화 청춘 소년님네 이내 말쌈 들어보소
어제 청춘 오날 백발 그 아니 원통한가
장대(壯大)에 일등미색(一等美色) 곱다고 자랑마소
서산에 지는 해를 어느 누구가 잡아매며
동해유수(東海流水) 흐르는 물은 다시 오기 어려워라
운주유악(運籌帷幄) 장자방(張子房)과 동남제풍(東南諸風) 제갈공명
경천위지(經天緯地) 무궁조화(無窮造化) 흉장만갑(胸藏萬甲) 하였으되
절통(切痛)하구나 그런 어른도 한 번 죽음을 못 면하고
어리도다 진시왕은 만리장성(萬里長城) 널리 쌓고
아방궁(阿房宮)을 높이 짓고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인을
삼신산(三神山)에 보낸 후에 소식조차 돈절(頓絶)하구나
그러한 만고 영웅들은 사적(事跡)이나마 있건만은
우리같은 초로인생 한 번 아차 죽어지면
육진장포(六鎭長布) 일곱 매로 상하로 칭칭 동여매어
소방상(小方牀) 대틀 위에 덩그렇게 놓였다가
북망산천(北邙山川) 찾아가서 사토(死土)루다 집을 짓고
송죽(松竹)으로 울을 삼고 두견 접동 벗이 되어
산은 적적(寂寂) 밤은 깊은데 처량한게 넋이로다
자손들이 늘어서서 평토제(平土祭)를 지낼 적에
어동육서(魚東肉西) 홍동백서(紅東白西) 좌포우혜(左脯右醯) 늘어놓고
칠팔촌 인근 친척(親戚) 제청(祭廳) 앞에 엎디어
고성통곡(高聲痛哭) 울음운들 먹는 줄을 아느냐
사후(死後) 만반진수(萬般珍羞) 불여생전(不如生前) 일배주(一杯酒)랴
젊었을 때 마음대로 놀아볼까
[아서라 초로인생이야 한 번 가며는 만수장림(萬樹長林)에 뜬 구름이로다
살아 생전에 먹고 쓰고 할 일을 하면서 잘 살아봅세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장대(壯大)에 일등미색(一等美色) 곱다고 자랑마소: 허우대가 좋고 매우 아름다움을 곱다고 자랑마라
동해유수(東海流水) 흐르는 물은: 동해로 흐르는 물은. 한국의 강들은 대개 서해로 흘러들지만 대개 고전 문학 작품에서 물이 동해로 흘러든다고 한 것은 중국의 강이 대개 동쪽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해설
「초로인생」은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하는 서도 좌창이다. 초로(草露)는 말 그대로 풀과 이슬인데 인생이 그렇다는 것이다. 단가인 「공도라니(백발가)」에도 비슷한 가사가 보인다.
o 장한몽
노랫말
어화 세상 벗님네야 이내 한 말 들어 보소
이수일(李秀一)을 배반하고 김중배(金重培)를 따라가던
심순애(沈順愛)를 아시는가 금강석(金剛石)에 눈 어두워
참사랑을 잊었으니 그 마음이 좋을손가
돈이야 귀(貴)하구나 돈이야 천(賤)하구나
못 쓸 곳에 쓰는 돈과 못 받을 데 받는 돈은
비루하기가 짝이 없고 쓸 곳에 쓰는 돈과
받을 때에 받는 돈은 떳떳하기가 일월(日月) 같소
돈으로 사랑하고 사랑으로 돈을 구(求)해
진정(眞情)을 잊었으니 그 마음이 좋을손가
김중배는 양양불로(揚揚不老) 심순애는 녹심처녀(綠心處女)
가이없다 이수일이 돈 없어 사랑 잃고
돈 없는 그 몸 되니 금색야차(金色夜叉)가 참혹하구나
애지중지(愛之重之) 금지옥엽(金枝玉葉) 목숨같이 사랑하던
심순애는 남의 아내가 되었으니
생각사록 원통키는 대동강변(大同江邊) 이별이라
청류벽(淸流璧) 명월하(明月下)에 울며불며 생이별의
눈물은 비옷듯이 원념(怨念)은 불빛같이
강심(江心)에 어린 달빛 이별사(離別事)를 아뢰는 듯
옷깃 잡은 심순애를 엄연히 떨치면서
「순애야 말 듣거라 외국유학이 좋다한들
조강지처(糟糠之妻) 돈에 팔아 공부한들 소용 있나
팔자에 없는 돈 운수에 없는 학업
학문한들 소용 있나 이 수일이가 녹록(碌碌)한가
그래도 대장부라 학교만 졸업하면
너 하나야 못 먹이고 너 하나야 못 입히랴
허영에 눈 어두워 마음이 흐렸으니
정신 한번 가다듬어 다시 한번 생각하여 보아라」
뿌리치는 수일 손목 와그드득 부여잡고
심 순애가 느껴 울며 하는 말이
「가세(家勢)는 적빈(赤貧)하고 부모는 늙으시고
아들 없는 외딸이니 군색(窘塞)인들 오죽하리요
김 중배가 이른 말이 족아평생(足我平生) 시켜 주고
당신 외국유학 시켜준다기에 오늘 이리 된 일이니
한번 용서를 못하시겠소」
「더럽다 내 친보(親寶)야 천금일신(千金一身) 중한 네 몸
돈 받고 파는 네 꼴 차마 진정 못 보겠다
몸도 하나 마음도 하나 여자의 귀한 것은 절개(節介)가 으뜸인데 한 몸으로 두 남편을 어이 섬긴단말가」
「돈이야 돈 돈 좋단 말 들었건만 이리 좋은 줄 나 몰랐소
청천(靑天)에 밝은 달빛 너는 내 마음을 알리로다」
「순애야 순애야 김중배의 노리개야 돈에 팔린 살덩이야
살았어도 산송장아 부디 평안히 잘 있거라」
[언제나 언제나 참사랑 만나 이 세상 백년을 잘 산단 말이요 생각사록 잊어버릴 날 없어서 나 어이 할까요]
[ ] 부분은 수심가조
「 」 부분은 대사
풀이
양양불로(揚揚不老): 김중배의 형상을 묘사하는 말로 허우대가 멀쩡하여 번들거리며 늙지도 않을 것 같은 모습
녹심처녀(綠心處女): 심순애를 묘사하는 말로 마음이 착하고 여린 처녀를 이르는 말
금색야차(金色夜叉): 돈만 아는 야수와 같은 존재
녹록(碌碌)한가: 보잘것없는가
군색(窘塞): 모자라서 딱하고 옹색한 것
족아평생(足我平生): 평생을 풍족하게 하다
친보(親寶): 보배 같은 친구, 사랑하는 사람
해설
「장한몽」은 소설 『장한몽』의 대동강에서의 이별 장면을 서도 좌창으로 노래한 것이다. 소설『장한몽』은 일본의 소설가 오자키 고요(尾崎紅葉)의 장편소설 『금색야차(金色夜叉)』를 조중환이 1913년 「매일신보」에 번안하여 연재한 것으로 1930년 단행본으로 출판되었고, 신파극과 영화로도 상연되었다. 심순애와 이수일이 사랑하던 사이였는데 김중배의 꼬임으로 심순애가 정조를 팔고 이에 격분한 이수일이 심순애의 사랑 고백에도 야멸차게 그녀를 버린다는 내용인데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근대 연애담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언제부터 서도소리로 만들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1920년대 이후인 것만은 분명하다. 수심가조로 끝낸다.
o 봉황곡
노랫말
반갑도다 반갑도다 홍상미인(紅裳美人) 반갑도다
팔준마(八駿馬) 가는 행차 요지왕모(瑤池王母) 반갑도다
따르느냐 따르느냐 필부필부(匹夫匹婦) 따르느냐
이정(李靖)의 필마행차(匹馬行次) 홍불지(紅拂枝)가 따르느냐
사마상여(司馬相如) 봉구황곡(鳳求凰曲) 탁문군(卓文君)이 따르느냐
상정언약(相定言約) 없건마는 화촉연분(華燭緣分) 끝이 없다
다정토다 다정토다 월용성모(月容星眸) 다정토다
진궁도화(秦宮桃花) 만발한데 탐화봉접(探花蜂蝶) 다정토다
세류춘풍(細柳春風) 가는 나비 환우황앵(喚友黃鶯) 다정토다
용문산(龍門山) 오동(梧桐) 비어 단금(短琴)을 만든 뜻은
봉구황곡 희롱하고 원앙금슬(鴛鴦琴瑟) 구함이니
요조숙녀(窈窕淑女) 나신후에 군자호구(君子好逑) 이 아닌가
옥패성(玉佩聲)이 쟁쟁(錚錚)하니 매양 수심 무슨 일고
옥패(玉佩)얼굴 보리로다 조히조히 맞으려문
[전전반측(輾轉反側) 생각을 하니 옛일이 새로워 못살이로다
차마 진정코 님의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 ] 부분은 수심가조
풀이
홍상미인(紅裳美人): 다홍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
팔준마(八駿馬): 중국 주나라 때에, 목왕이 사랑하던 여덟 마리의 준마. 화류(華騮), 녹이(綠耳), 적기(赤驥), 백의(白義), 유륜(踰輪), 거황(渠黃), 도려(盜驪), 산자(山子)를 이른다.
요지왕모(瑤池王母): 중국 주나라의 목왕이 요지에서 데리고 놀았다는 아주 아름다운 선녀 서왕모를 이른다
팔준마(八駿馬) 가는 행차 요지왕모(瑤池王母) 반갑도다: 목왕과 서왕모의 사랑을 빗대어 남자가 가니까 여자가 즐겁다는 뜻
해설
「봉황곡」은 저자나 연대를 알 수 없는 가사의 하나이다. 서도좌창으로 불려진다. 중국 전한(前漢) 시대의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지은 「봉구황곡(鳳求凰曲)」에서 제목을 따 온 것이다. 사마상여는 고향에서 곤궁에 처해 있을 무렵 부호인 탁왕손(卓王孫)에게 초대된 자리에서, 그 딸인 탁문군을 보자 연정을 품게 되었다. 탁문군은 남편과 사별하고 친정으로 돌아와 있었던 터에 사마상여가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사마상여가 그날 밤 부른 노래가 바로 봉구황곡이라 한다.
o 전장가
노랫말
에헤 초취(初吹) 이취(二吹) 삼취(三吹) 끝에
벽강강산(赤壁江山) 패전군사(敗戰軍士) 여기 저기 모여 앉아
신세자탄(身世自嘆) 우는 양은 목불견(目不見) 못 보겠네
어떤 군사 내 달으며 여봐라 동지들아 이내 사정을 들어보소
이내 팔자 기박하야 초일곱살에 모친 잃고
여덟살에 아바지 잃고 혈혈단신 이내 몸이
의탁할 곳 바이없어 외삼촌네 갔더니만
첫해에는 애 보이고 그 이듬해 소 끌리어
아차하면 욕질이요 자칫하면 매질하니
이 세상에 돈 없고 보니 일가친척도 다 쓸 데 없구나
남의 집 머슴살이 첫해에는 두냥 닷돈
그 이듬해는 서냥 닷돈 차차차차 올라가서
마루고봉이 되었는데 그 중에 어떤 분이
무남독녀 외딸 하나를 애지중지 곱게 길러
아무개집 아무개는 남의 집 머슴은 살지라도
착실하고 건실하다고 데릴사위로 삼는다고
목항목항 모여 앉아 쑥덕쑥덕 하더니만
길일을 택하여서 신부집으로 나갈 적에
우리 부모가 살아 계셨던들 얼마나 기쁘련마는
영영가고 못오시니 그 아니 망극하리
일락서산에 해 떨어지고 월출동령 달 솟는데
신부집에 당도하니 신부가 나오는데
녹의홍상(綠衣紅裳)에 명월패(明月牌)를 차고 아장아장 나올적에
나의 설움 못 이기여 섬섬옥수(纖纖玉手)를 덥석 잡고
만단설화(萬端說話)를 다 못하여 앞뒤문으로 와르르 달려들매
고두래 상투를 부여잡더니 군사 뽑혔다고 재촉하니
신부님네 거동보소 샛별같은 두 눈에서
진주같은 눈물방울이 핑그르르 돌더니만
나삼소매로 낯을 가리고 말못하고 돌아앉아
흐득흐득 흐느껴 울다가 여보시오 낭군님요
당신은 대장부라 부디 아녀자를 생각말고
만리전장(萬里戰場) 나갔다가 백전백승(百戰百勝) 하거들랑
개가(凱歌) 부르며 돌아와서 우리들의 끊어졌던
거문고줄 다시 니어 둥기당실 즐겁게 놀게되면 그 아니도 기쁘리오
만군지중(萬軍之中)에 나갈적에 행여나 승전하여 귀국할까
바랐더니 패군지장(敗軍之將)이 되었으니 고국 갈 길이 막연하구나
어떤 군사 나오는데 다 떨어진 전복(戰服)에다
부러진 창대 옆에 끼고 울음 울며 나오면서
여봐라 동지들아 그까짓건 설움을 설워말고 이내 사정 들어보소
만군지중에 나올 적에 당상학발(堂上鶴髮) 늙은 양친
못가리라고 울음울고 청춘애처(靑春愛妻) 장손 오마니
시부모가 계시니까 크게 울지 못하여도
치맛자락을 입에 물고 아드둑 뜯으면서
같이 가자고 달려들고 어린 장손이는 서당 갔다
오더니만 천자백수문(天子白首文)을 문밖에 와르르 던지더니
아바지의 전복 자락을 덥석잡고 애고 아바지
애고 아바지 오날이 무삼 날이 길래 전에 없던
철창창대(鐵槍槍帶)가 웬 말이며 군복 자락이 또 웬 말이요
아바지 가는 길 나도 가요 아바지 가는 길 소자도 가요
못 간단다 못 간단다 물이 깊어 못 간단다 길이 멀어 못 간단다
산이 높아 못 간단다 길이 멀어 못간단다
산이 깊어 그늘이라 뿌리기에 싹이 나고 두둘기 회차리나고
아바지 계시니 나 생겼겠지 부자일신(父子一身)이라
하였으니 아바지 따라서 소자도 가요
못갈 내력(來歷)을 네 듣거라 만약에 너도 가고
나도 가고 우리 부자가 다 나간 담에 한 번 아차 실수하여
전장검혼(戰場劍魂) 되게 되면 누대봉사(屢代奉祀)를 뉘게다 할꼬
만능의사(萬能意思)를 먹지말고 열심으로 공부하여
너의 모친 모시구서 부디부디 너 잘 있거라
청춘애처 장손 오마니 새옷지어 넣어두고
첫문길 썩 나서서 나가던 길 바라보며
큰 한숨 크게 쉴 제 어린 장손이는 서당갔다 오더니만
먼데부터 제 아바지 생각하느라고 구슬픈 목소리로
애고 오마니 애고 오마니 아무개집 아무개 아바지는 오셨는데
우리 아바지는 어느 날이나 오시나요
청춘애처 장손 오마니는 구슬피 우는 장손이를
위로하느라고 너의 아바지는 내일 온단다 모레 온단다
하다가서 나중에는 두 설움이 한 설움이 되어
모자간에 얼굴을 마주대고 흐득흐득 느껴우는 양
내 눈으로 보는듯 하고 눈에 암암(暗暗) 귀에 쟁쟁(錚錚)
동지들은 죽지말고 고국으로 돌아가서
아무개집 아무개는 아무날 아무시에 죽었다고
아무날 아무시에 국 한그릇에 밥 한그릇
근근히 떠 놓아서 전장객귀(戰場客鬼)나 면케 하소서
[공연히 이 세상에 낳다가 전장 고혼(孤魂)이 되더란 말가
생각을 하니 고국산천이 그리워 나 어이 살거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초취(初吹) 이취(二吹) 삼취(三吹): 군사가 행진할 때 나팔을 한 번 불고 두 번 불고 세 번 불고
목불견(目不見): 눈 뜨고는
마루고봉: 가장 높은 꼭대기
만단설화(萬端說話): 온갖 이야기
개가(凱歌): 승리의 노래
전복(戰服): 전투복, 군복
당상학발(堂上鶴髮): 학의 머리처럼 하얗게 쇈 부모님
천자백수문(天子白首文): 천자문
철창창대(鐵槍槍帶): 창대 창을 차는 띠
두둘기 회차리나고: 정확한 뜻은 알 수 없다. 사투리인듯.
부자일신(父子一身): 아버지와 자식은 한 몸
전장검혼(戰場劍魂): 전쟁터에서 죽은 혼령
누대봉사(屢代奉祀): 여러 대의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
만능의사(萬能意思): 모든 일에 자신있다고 하는 생각
첫문길: 아침 처음으로 문을 나서는 길
해설
「전장가」는 서도좌창이다. 중국 적벽싸움이 앞에 등장하기는 하나 실제 내용은 일반적인 전장에 나간 군사들의 넋두리 같은 소리이다. 두 명의 화자가 등장하여 하나는 아내와의 기막힌 이별을 하나는 자식과의 이별을 한스럽게 노래한다. 이 소리는 승려 출신이자 평안도 명창이었던 김관준(金官俊)이 1910년을 전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서도 좌창으로 불려진다.
o 초목이
노랫말
초목(草木)이 다 성림(成林)헌데
나 아하 에헤 에헤 에헤이 구경가
에헤 에헤 에헤이도 제가 즐겁도다 마를네라
에헤 에헤 에헤로지 지로구나 마를네야
에헤 에헤 에헤로지 지로구나 마를레야 아하아
풀이
초목(草木)이 다 성림(成林)헌데: 산천초목이 울창한데. ‘초목’ 앞 ‘산천’이 탈락했다.
해설
「초목이」는 ‘놀량사거리’의 네 노래 중 맨 앞에 위치하는 「놀량(서도)」의 앞부분이다. 원래는 「놀량(서도)」과 함께 부르는 것이지만, 현대에 와서 앞부분 구음(口音)이 지루하게 들리기 때문에 분리한 것이다. ‘놀량사거리’는 「놀량(서도)」, 「사거리」, 「중거리」, 「경발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o 놀량(서도)
노랫말
에라디여 어허야 요흘 네로구나
녹양(綠楊)에 벋은 길로 북향산(北香山) 쑥 들어를 간다
에이 에이 에헤 어허야 요흘 네로구나
춘수(春樹)나니 낙락(落落) 기러기 나니
훨-훨훨훨 낙락장송(落落長松)이 와자지끈도 다 부러졌다
마른가지 남아 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얼씨구나 좋다 말들어를 보아라
인간을 하직하고 청산을 쑥 들어도 간다
에이 에이 에헤 어허야 요흘 네로구나
황혼나니 거리 검쳐잡고
서낭당 숭벅궁새 한 마리 남게 앉고 또 한 마리 땅에 앉아
네가 어디메로 가자느냐 네가 어디메로 가자느냐
이 산 넘어가도 거리 숭벅궁새야
저 산 넘어가도 거리 숭벅궁새야 에
어린 낭자 고운 태도 눈에 암암(暗暗)하고 귀에 쟁쟁
비나네 비나이다 비나니로구나 소원성취로 비나니로구나 에
삼월이라 육구함도 대삼월이라 얼씨구나 절씨구나
담불담불이 생김도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아
남창(南窓)에 북창(北窓)을 열구나 보니 담불담불이 쌓인도 사랑
기암(奇岩)에 고송(古松)에 기어나 올라 휘휘 칭칭이 감긴도 사랑
사랑초 다방초 홍두깨 넌출넌출이 박넌출이 요내 가삼에 맺힘도 사랑
에헤에 나헤 요흘 네로구나 아하아
풀이
녹양(綠楊): 푸른 잎이 우거진 버들, 푸른 버들. ‘楊’을 ‘陽’으로 표기한 곳도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북향산(北香山): 평안북도 묘향산을 말한다
춘수(春樹): 봄철의 나무. 춘수(春水)라는 표기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마른가지: 1910년대의 잡가집에는 ‘마들가지’라는 표현도 보이는데 이는 ‘마들가리’에서 변형된 말이다. 마들가리란 토막으로 된 땔나무. 마들가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마른가지’로 변형된듯하다.
인간을 하직(下直)하고 청산(靑山)을 쑥 들어도 간다: 인간이 사는 세계를 벗어나 자연의 세계로 들어간다, 즉 산천경계가 좋은 곳으로 간다는 뜻
해설
「놀량(서도)」은 서도입창으로 ‘놀량사거리’의 네 노래 중에 먼저 부르는 노래이다. ‘놀량사거리’는 18세기 이전에 발생하여 19세기 중반 현행 노래로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 사당패의 주요 레퍼토리였다. ‘놀량사거리’는 놀량, 사거리, 중거리, 경발림으로 이어지는 네 곡이 하나의 큰 틀을 형성한다. 봄이 되어 근거지를 나와 사당패가 산천경계를 유람삼아 떠도는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o 사거리
노랫말
[나네- 노니히나 네헤 에헤에 에헤이
나노 나에로 산하지로구나 아하아]
(과)천(果川) 관악산(冠岳山) 염불암(念佛庵) 연주댄(戀主臺)데
도봉(道峯) 불성(佛性) 삼막(三幕)으로 에헤 둘렀다 아하아
[에헤에 에헤로 지이히이 지로구나 마를네야
나헤에-헤로 산하지로구나 아하아]
백마는 가자고 네 굽을 땅기당 치는데
임은 옥수(玉手)를 부여잡고 낙루탄식(落淚嘆息)만 한다 아하아
[우지를 말아라 우지를 말아라 네가 진정코 우지를 말아라
너무나 울어도 정만 없어진다 아하아]
추야공산(秋夜空山) 날 저문 날인데
모란황국(丹蘭黃菊)이 다 붉었다 아하아
[경상도라 태백산인데 상주 낙동강이 더듬어 있구요
전라도 지리산에 하동이라 엎어 자빠라진 강이 에헤 둘렀다 아하아]
저 달아 보느냐 임 계신 곳을 명기(明氣)를 빌려나
나도 잠깐이나 보자 아하아
[할량 노릇을 마자하구요 가지각색 마음을 먹었더니만
새장구 장단 치는 소리 발림춤만 춘다 아하아]
백구(白鷗) 편편(翩翩) 대동강 상비(大同江上飛)하고
장송(長松)은 낙락(落落) 청류벽상취(淸流壁上翠)라 아하아
[장성일면(長城一面)은 용용수(溶溶水)요
대야동두(大野東頭)는 점점산(點點山)이라
능라도(綾羅島) 백운탄(白雲灘)으로 놀러만 가자 아하아]
[ ] 부분은 후렴
풀이
[나네- 노니히나 네헤 에헤에 에헤이 나노 나에로 산하지로구나 아하아]: 큰 의미가 없는 입말이다. 선후렴에 해당한다.
(과)천(果川) 관악산(冠岳山) 염불암(念佛庵) 연주댄(戀主臺)데 도봉(道峯) 불성(佛性) 삼막(三幕)으로 에헤 둘렀다 아하아: ‘천관악산’은 과천 관악산에서 ‘과’음이 탈락한 형태. 과천으로 불러도 좋고 천관악산으로 불러도 좋다. 염불암, 연주대, 불성사, 삼막사는 모두 관악산 줄기에 있는 절 이름.
해설
「사거리」는 「놀량(서도)」에 이어 부르는 ‘놀량사거리’의 두 번째 곡이다. 사당패가 팔도 유람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놀량사거리’는 18세기 이전에 발생하여 19세기 중반 현행 노래로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 사당패의 주요 레퍼토리였다. ‘놀량사거리’는 놀량, 사거리, 중거리, 경발림으로 이어지는 네 곡이 하나의 큰 틀을 형성한다. 봄이 되어 근거지를 나와 사당패가 산천경계를 유람삼아 떠도는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발림과 함께 소고를 들고 서서 노래하는 것이 특징이며 경쾌하고 발랄하다. 서도의 ‘놀량사거리’는 노랫말의 내용이나 노래의 가락이 19세기 중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 민속악에서 살아있는 화석같은 존재라 평가되고 있다.
o 중거리
노랫말
[나지나 산이로구나 에 에- 두견아
에 어허야 지루허구 산이로구나 에-]
일 원산 이 강계 삼 포주 사 법성은
여산폭포수(廬山瀑布水)로 에 둘렀다 에-
[에헤 에에헤로 에에헤 에에헤야 어허야
지루허구 산이로구나 에]
여초목(與草木)이 동남풍(東南風)에 거리숭벅 우는 소리
장부 요내 요촌의 간장(肝臟)을 다 녹여 낸다 에-
[나뭇잎만 뚝뚝뚝 떨어져도 한병(漢兵)인가 의심하고
새만 좌르르르 날아들어도 자룡(子龍)의 삼지창(三枝槍)만 여겨 의심한다 에-]
갈까 보다 말까 보다 임을 따라 갈까 보다
자룡(子龍)이 월강(越江)하던 청총마(靑驄馬) 비껴 타고
이내 일신이라도 한양을 따라 갈까나 에-
[에라 놓아라 나 못 놓갔구나 에라 놓아라 못 놓갔구나
엄지 손가락은 다물어 빠지고
새끼 손가락은 삼동에 나는데 에-
오마니 아시면 매맞겠네
짜장 깊은 정을 생각하면 죽으면 죽었지 나는 못 놓겠다 에-]
열려거든 열려무나 말려거든 말려무나
남의 딸이 너뿐이며 남의 집 귀동자(貴童子)가 세상에 너뿐인가 에-
[아하 요것이 맹랑하구나 아하 요것이 맹랑하구나
여봐라 이 애야 이내 말 듣거라
너는 어떠한 계집애관대 장부 장딴지를 새장구통만 여겨
와삭바삭이 다 잡아다니고 너는 어떠한 귀동자(貴童子)관대
사람의 요내 요촌의 간장을 다 녹여 낸다 에-]
다려가면 연분(緣分)이요 두고 가면 상사(相思)로다
상사불견(相思不見) 이내 몸이 죽어서 나비되어
임의 집 화초밭으로 오락가락할거나 에-
[널로 연하여 얻은 병을 무삼 약을 다 쓰잔 말가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도 저바리고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도 저바리고
알뜰한 님의 말씀으로 날 살려라 에]
영천수(潁川水)라 맑은 물에 귀를 씻고 앉았으니
연잎은 숙어지고 방초방초(芳草芳草) 잦았는데
제비만 좌르르르 다 날아든다 에-
[쟁글쟁글하니 새장구 소리요 우드랑퉁탕하니
소고(小鼓) 소린데 양팔을 짝 벌리고 빵긋 웃고서 돌아서니
사람의 요내 요촌의 간장을 다 녹여낸다 에-]
여운간지명월(如雲間之明月)이요 약수중지연화(若水中之蓮花)로다
운간명월(雲間明月)이 너뿐이며 수중지연화(水中之蓮花)가 세상에 너뿐인가 에-
[홍순(紅脣)을 재현(纔見)하니 운리월(雲裏月)이요 재
옥안(玉顔)을 대상(對象)하니 수중연(水中蓮)이라
명모호치(明眸皓齒)가 너뿐이며
월태화용(月態花容)이 세상에 너뿐인가 에-]
동소문 밖에 썩 내달아 무네미를 얼른 지나
다락원서 돌쳐 보니 도봉망월(道峯望月)이 천축사(天竺寺)라 에-
[일락서산(日落西山)에 해떨어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백운이 솟아 달만 뭉게뭉게 솟아온다 에-]
[ ] 부분은 후렴
풀이
[나지나 산이로구나 에 에- 두견아 에 어허야 지루허구 산이로구나 에-]: 선후렴 부분이다. 별 의미는 없다.
일 원산 이 강계 삼 포주 사 법성은 여산폭포수(廬山瀑布水)로 에 둘렀다: 1918년 발행된 『신구현행잡가』와 1922년 발행된 『신정증보신구잡가』에도 보이는 가사이다. 이 두 잡가집에서는 「중거리」의 첫대목이 ‘일 원산...’으로 시작된다. 원산, 강계, 포주, 법성은 모두 지명이다. 신재효본 『변강쇠가』에도 동일한 지명이 나온다. 단 ‘포주’는 평안북도에 있는 지명인지 현재의 경기도 포천의 옛 이름인지 확실하지 않다. 여산폭포수는 이백(李白)의 시 「망여산폭포수(望廬山瀑布水)」에서 따온 대목이다.
해설
「중거리」는 「사거리」에 이어 부르는 것으로 「놀량사거리」의 세 번째 곡이다. 내용은 사랑타령과 강산 유람이 함께 들어 있다. ‘놀량사거리’는 18세기 이전에 발생하여 19세기 중반 현행 노래로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 사당패의 주요 레퍼토리였다. ‘놀량사거리’는 놀량, 사거리, 중거리, 경발림으로 이어지는 네 곡이 하나의 큰 틀을 형성한다. 봄이 되어 근거지를 나와 사당패가 산천경계를 유람삼아 떠도는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발림과 함께 소고를 들고 서서 노래하는 것이 특징이며 경쾌하고 발랄하다. 서도의 ‘놀량사거리’는 노랫말의 내용이나 노래의 가락이 19세기 중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 민속악에서 살아있는 화석같은 존재라 평가되고 있다.
o 경발림
노랫말
중원지변방(中原之邊方)이요 어허 일세(日勢)는 요란한데
삼산반락(三山半落)에 청천외(靑天外)요 이수중분(二水中分)의 백로주(白露州)란다 에-
[어데로 가자고 날만 졸라
어데로 가자고 지그렁 직신
날만 조리조리 졸졸이 따라 안성(安城)에 청룡(靑龍) 가잔다 에-]
수락산(水落山) 폭포수(瀑布水)요 에헤 둥구재며
만리 만리재(萬里峴)라 약잠재(藥蠶峴)며 누에머리 용산(龍山) 삼개로 에 둘렀단다 에-
[연산(連山)의 김덕선(金德善)이 수원(水原)의 북문(北門) 지어
나라의 공신(功臣)되어 수성옥이 와류감투 꽉 눌러 쓰고 어주(御酒) 삼배(三盃) 마신 후에
앞에는 모흥갑(牟興甲)이 뒤에는 권삼득(權三得)이 송흥록(宋興祿)에 신만엽(申萬葉)에 쌍화동(雙花童) 세우고
어전(御前) 풍악을 꽝꽝 치면서 장안 대로상으로 가진 신래(新來)만 청(請)한다 에-]
강원도 금강산에 유점사 법당 뒤에 느릅나무 가지가지마다
서천서역국(西天西域國)서 나오신 불상 오십삼불이 분명하단다 에-
[관동팔경 구경을 가자 강릉의 경포대 양양의 낙산사
울진의 망양정 삼척의 죽서루 고성의 삼일포 통천의 총석정 평해의 월송정 간성의 청간정이란다
놀기 좋기는 설악산 신흥사란다 에-]
바람이 불려는지 나무 중동 거드러 반춤 추고
억수 장마 지랴는지 만수백수무산의 매지구름이 펑퍼졌단다 에-
[서도팔경 구경을 가자
삼등의 황학루 성천의 강선루 개천의 무진대 영변의 약산대 강계의 인풍루 의주의 통군정 안주의 백상루 평양의 연광정이란다
놀기 좋기는 부벽루 대동강이라 에-]
[ ] 부분은 후렴
풀이
중원지변방(中原之邊方)이요 어허 일세(日勢)는 요란한데: 중원의 변방, 즉 우리나라 땅에 날씨가 아주 좋은데. 일세가 요란하다는 것은 날씨가 좋다는 뜻.
삼산반락(三山半落)에 청천외(靑天外)요 이수중분(二水中分)의 백로주(白鷺洲)란다: 이백의 시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에 나오는 구절이다
지그렁 직신: 재미있게 표현한 말. 별 의미는 없다.
안성(安城)에 청룡(靑龍) 가잔다: 안성 청룡사로 가자는 말. 청룡사는 한 때 사당패의 본거지였다.
둥구재: 서대문 사거리 충정로우체국 뒤쪽 둥구레산이 줄기를 남쪽으로 흘려 내리다가 다시 둥글게 밀어올린 산 밑 부분으로 북아현동 오른편 언덕 복주우물 넘어가는 마루턱을 이른다
약잠재(藥蠶峴): 지금의 서부역에서 아현동으로 가는 고개
누에 머리: 남산 서북쪽의 지명 이름
삼개: 지금의 마포(麻浦)
김덕선(金德善): 충남 논산군 연산 사람으로 대목(큰 목수)였다
수성옥이 와류감투: 자세히 알 수 없다. 와류감투는 당시 유행하던 감투의 한 종류였던 것 같다.
모흥갑(牟興甲), 권삼득(權三得), 송흥록(宋興祿), 신만엽(申萬葉): 19세기 초에 활약했던 당대의 명창들
쌍화동(雙花童): 행사 때 세우던 아이들 둘
가진 신래(新來)만 청(請)한다: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과거 시험을 보고 나서 합격자가 발표되면 예복을 갖춰 입고 증서를 타러 갈 때 구령이 '신래(新來)위'이다. 좋은 기분으로 행사를 치르면서 불렸던 구령 같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조선 정조가 화성을 지을 때 김덕선이가 임금으로부터 포상을 받고 마치 과거에 급제한 것처럼 퍼레이드를 한 것에서 유래한 노랫말로 보인다.
해설
「경발림」은 「중거리」에 이어 부르는 것으로 「놀량사거리」의 네 번째 곡이다. 「경사거리」라고도 한다. 서울과 관동지방, 관서지방의 경치좋은 곳을 유람하는 내용이다. ‘놀량사거리’는 18세기 이전에 발생하여 19세기 중반 현행 노래로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 사당패의 주요 레퍼토리였다. ‘놀량사거리’는 놀량, 사거리, 중거리, 경발림으로 이어지는 네 곡이 하나의 큰 틀을 형성한다. 봄이 되어 근거지를 나와 사당패가 산천경계를 유람삼아 떠도는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발림과 함께 소고를 들고 서서 노래하는 것이 특징이며 경쾌하고 발랄하다. 서도의 ‘놀량사거리’는 노랫말의 내용이나 노래의 가락이 19세기 중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 민속악에서 살아있는 화석같은 존재라 평가되고 있다.
o 배뱅이굿
노랫말
(창) 서산낙조(西山落照) 떨어지는 해는 내일 아침이면 다시 돋건마는 황천 길이 얼마나 먼지 한 번 가면은 못 오누나
에헤 에헤 에어미 염불이로다
(아니리) 옛날 서울 장안에 이정승 김정승 최정승이 재산은 많으나 슬하에 일점혈육이 없어 명산대찰에 불공이나 드려 아들딸 낳갔다고 명산대찰을 찾아간다
(창) 목욕재계를 정히 하고 세류(細柳)같은 가는 허리 한 님 덤북 이고서 명산대찰을 찾아가는데
때는 마침 어느 때냐 양춘가절(陽春佳節)에 봄 들었구나 온갖 잡목이 무성하다
오다 가다 가닥나무, 가다 오다 오동나무, 십리절반에 오리나무, 이 나무 저 나무 노가지 향나무, 왜철쭉 진달래가 만발했는데 치어다보니 만학천봉(萬壑千峯) 굽어 살피니 백사지(白沙地)로다
(아니리) 이렇게 명산대찰 찾아가서 아들딸 낳아 달라고 백일 기도를 드리는데 상탕(上湯)에 메를 짓고 중탕(中湯)에 목욕하고 하탕(下湯)에 수족 씻고 촛대 한 쌍 벌려 놓구 향로향단(香爐香壇) 불 갖추고 백일 정성을 드리는데
(창) 「비나이다 비나이다 칠성님전 발원(發願)이요 부처님 전 공양이오 아들 낳든 딸을 낳든 그저 달덩이 같은 것 하나씩만 낳게 하여 주옵소서」
(아니리) 이렇게 빌었더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달부터 삼부인(三夫人)의 뱃속에 무엇 하나씩 생기던가 보아요
하루는 삼부인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꿈 이야기를 하는데 제일 먼저 이 정승 부인께서 한 마디 하는데
「아이구 난 저번때 꿈을 꾸는데 아- 갑자기 하늘이 쩍 벌어지더니 달 세 개가 뚝 떨어지길래 달 한 개를 치마폭에 싸 가지고 오는 꿈을 꾸었는데 그 꿈꾼 지 며칠 안 되었는데 요즘은 뒷다리가 뺑뺑하고 골머리가 자끈자끈 아픈 게 그저 먹고 싶은 건 시금털털한 호박 짠지나 한 그릇 먹었으면 좋겠어」
김 정승 부인이 있다가 하는 말이 「아- 나도 접때 꿈을 꾸었는데 하늘이 벌어지더니 달 네 개가 뚝 떨어지길래 달 네 개를 받아 본 꿈을 꾸었는데 나도 밥을 먹으면 생쌀 냄새만 나고 물을 먹으면 해감 냄새만 나고 그저 먹고 싶은 건 시금털털한 개살구나 한 그릇 먹었으면 좋겠어」
최 정승 부인이 있다가 하는 말이 「아- 나도 꿈을 꾸었는데 하얀 백발 노인이 오더니 달비 한 쌍을 주길래 달비를 배배 틀어서 치마폭에 싸서 넣는 꿈을 꾸었지」
그달부터 삼부인이 태기 있어 한두 달에 피가 되어 다섯 여섯 달에 오장 육부가 생겨 가지고 아홉 열 달에 세상 밖에 고이 나올 적에 제일 먼저 이 정승의 부인께서 아이를 낳는데 이 양반의 성질이 아주 깍쟁이라 아이를 낳는데 아주 괴상망측하게 아이를 낳소
(창) 「아이고 배야 데리고 배야 우리 영감이 나를 예뻐하고 사랑할 적에는 좋더니만 요런 땐 정말 죽갔구나 아이구 배야」
(아니리) 이렇게 떡 아이를 낳는데 바깥에 있던 정승이 보니까 자기 부인이 아이를 낳는데 얼른 들어가서 아들인가 딸인가 보았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옆집 할머니한테 달려가서 하는 말이, 할머니. (아이구 그 누구요-할머니) 우리 마누라가 뭘 낳기는 낳는데 할머니가 와서 좀 봐주세요 그래서 할머니 얼른 달려와 보기는 보았으나 이 할머니 눈이 잘 안 보여 희미한지라 손으로 만져봐야 할 형편이라 손으로 썩 더듬어 내려가보니 뭣하나쯤 달고 나왔으면 했는데 그만 미끈덕 내려가 버리니 애그머니 조개를 낳네
이렇게 세 집서 하나씩 낳기는 낳았는데 신수가 불행턴지 한 집은 딸을 낳고 또 한 집은 계집애를 낳고 또 한 집은 여자를 낳았읍네다 이 세 아기의 이름을 짓되 어떻게 짓는고 하니 이 정승의 딸 이름은 태몽 꿈꿀 적에 달 세 개를 받아 보았다는 꿈을 꾸고 그 애를 낳았다고 해서 꿈을 따라서 세월네라고 이름을 짓고 김 정승의 딸 이름은 꿈에 달 네 개를 받아 보았다고 해서 네월네라고 이름을 짓고 최 정승네 딸의 이름은 백발노인한테 달비 한 쌍 받아서 배배 틀어 치마폭에다 쌌다는 꿈을 꾸고 애를 낳았다고 해서 배뱅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 세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서너 살 되고 보니 하루는 삼정승(三政丞)이 자기 딸들을 안고 둥둥 타령으로 세월을 보내는데
(창) 어화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내 딸이야 저리로 가거라 뒷맵시 보자 이리로 오너라 앞맵시 보자 둥둥둥 내 딸이야
명산대찰에 불공드려 아들 낳자고 불공드려 딸이란 말이 웬 말이냐
둥둥둥 내 딸이야
네가 요렇게 예쁠 적엔 너의 어머닌 얼마나 예쁘랴 둥둥둥 내 딸이야
딸일망정 고이 길러 외손봉사(外孫奉祀)하여를 볼거나
둥둥둥 내 딸이야
(아니리) 이렇게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 물 준 오이 자라듯 무럭무럭 자라나서 세월 네 네월네는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다- 잘 사는데 가운데집 배뱅이는 늦게 시집을 못 가고 있다가 남의 가중(家中)에 약혼해 놓고 예장(禮裝) 옷감을 태산같이 받아 놓고 낮에는 바느질 저녁이면 물레질하여 시집가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마침 절의 어여쁜 상좌중이 걸립을 나려왔다가 마침내 배뱅이네 문앞에 와서 걸립을 하게 되었다
(염불) 일심(一心)으로 정념(精念)은 극락 세계라 보호응 나무아미타불이로다
염불이면 동참(同參) 시방(十方)에 어진 시주님네 평생 심중에 잡순 마음 연만(年滿)하신 백발노인 일평생을 잘 사시고 잘 노시다 왕생극락(往生極樂)을 발원(發願)할 제 죽음길에도 노소 있나요 늙으신네는 먼저 가고 젊은 청춘 나중 갈 제 공명천지(公明天地)도 하느님 아래 흘러가는 물이라도 선후 나중은 있겠구료
수미산천(須彌山川) 만장봉(萬丈峰)에 청산녹수(靑山綠水)가 내리는 듯이 차례(次例)야 차례로만 흘러 시왕극락(十王極樂)을 나리소사 나무아미로다 야하에- 나무아미타불이로다
(아니리) 이때에 배뱅이가 염불 소리를 듣고 내다보니까 어여쁜 상좌중이 염불하고 있는데 아주 염불도 잘하고 생기기도 아주 잘 생겼단 말이야요 배뱅이는 바느질을 내던지고 상좌중만 멍하니 내다보고 있는데 상좌중이 안방을 보니까 아주 어여쁜 아가씨가 자기를 내다보고 있는데 아주 잘생겼단 말이야요 얼마나 잘 생겼던지간에 상좌중이 그 아가씨를 보고서 그 자리에서 녹아 가지고 염불을 하는데 이렇게 했어요
(창) 억조창생(億兆蒼生) 만민시주(萬民施主)님네 이내 말을 들어 보소 인간 세상에 나온 사람 빈손 빈몸으로 나오셔서 물욕탐심(物慾貪心)을 내지 마시오 물욕탐심(物慾貪心)은 기불탐(其不貪)이요 백년탐불(百年貪物)은 일조진(一朝塵)이라 아하에 에헤나
시주하오 시주하오 시주 시주
(아니리) 이렇게 염불하다가 녹아 가지고 걸립이고 염불이고 다 집어치우고 절에 가서 밤낮 생각하느니 그 아가씨 즉 배뱅이 아가씨 생각만 하다가 이 상좌중이 배뱅이 때문에 병이 들어 거진 죽어갈 제 그 절의 주지가 배뱅이 때문에 병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 가지고 이 병든 상좌중 살릴 계교를 꾸미는데 여러 중들이 싸리나무를 베어다 채독을 결을랴고 싸리나무를 베러 올라가는데
(창) 베러 가세 베러 가세 싸리나무를 베러 가세 싸리나무를 베어다가 싸리채독을 결어가지고 우리 상좌중 살려 보세 싸리나무를 베러 가세 한 가지 덤뿍 싸리나무 저 가지 덤뿍 싸리나무 싸리나무를 베어다가 우리 상좌중 살려를 보자
(아니리) 이렇게 싸리나무를 베어다가 채독을 결어가지고 그 채독 속에다 병든 상좌중을 집어넣어 가지고 여러 중들이 채독을 걸머지고 배뱅이네 집을 찾아가는데
(창) 간다 간다 간다 간다
배뱅이네를 찾아간다
어서 가자 바삐 가자 배뱅이네 집을 찾아가자
당도했네 당도했네 배뱅이네 집을 당도했네
(아니리) 이렇게 채독을 걸머지고 배뱅이네 집을 찾아가서 배뱅이 아버질 찾아서 하는 말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중들인데 밀가루 한 채독을 걸립했는데 이 밀가루는 우리 절에 불공드릴 때 쓸 밀가루이오니 정승댁 제일 깨끗한 방에다 좀 두었다가 주십시오」하고 중이 든 채독을 밀가루 채독이라고 속이고 부탁을 하니까 배뱅이 아버지는 정말 밀가루 채독인 줄 알고 깨끗한 방에 갖다 둔다는 것이 자기 딸 자는 배뱅이 방에다 갖다 놓아 두게 되었습니다
이 채독 속에 있는 중은 두 눈을 멀뚱멀뚱하고 앉았는데 한방중쯤 되어 가지고 배뱅이가 예장(禮裝) 받아 좋고 물레질하다가 생각나기를 낮에 중들이 왔다 갔다 하던 생각을 해 보니까 아무 때 연분에 자기 집에 동냥 왔던 상좌중의 생각이 난단 말이야요
그저 시름없이 하는 소리가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물레질을 했어요
(창) 삼승(三升) 팔승(八升) 십이승(十二升) 나서 어느 낭군을 의복해 줄까 보고지고 보고지고 상좌중이 보고지고
(아니리) 아- 채독 속에서 듣자니까 그 여자가 소리를 한단 말이야요 채독 속에서 생각하길 에라 내가 저 소리를 한 마디 받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중이 한 마디 해 보는데
(창) 「보고나 싶으면 제가 와서 보겠지 그립다 사정을 눌다려 하노」
(아니리) 배뱅이가 깜짝 놀랐죠
아- 채독 속에서 소리가 나는데 밀가루가 소리칠 리는 만무요 그래서 또 한 마디 하는데
(창) 「귀신이 와서 흉내를 내나 사람이 와서 흉내를 내나 보고지고 보고지고 상좌중이 보고지고」
(아니리) 상좌중이 또 한 마디 하는데
(창) 「네가 진정코 날 보고 싶거든 채독 뚜껑을 열고 보아라」
(아니리) 그때에는 배뱅이가 은장도를 꺼내 가지고 채독 뚜껑을 북 뜯고 보니까 귀가 박죽 같은 중이 하나 앉았는데 꺼내 놓고 자세히 보니까 아무 때 자기 집 동냥 왔던 상좌중이라 얼마나 좋던지 두 남녀가 재미있게 노는데 낮에는 채독 속에다 집어넣고 밤이면은 채독 밖에다 꺼내 놓고 노는 것을 몇 달간 재미스럽게 놀다가 하루는 상좌중이 하는 말이
「자- 우리가 이렇게 부모님 눈을 속여가면서 재미있게 놀아야 살 도리가 없으니 나도 저 황해도 봉산에 가서 걸립이나 해가지고 명년 이삼월에 돌아올 테니 그때 만나서 잘 살도록 해봅시다」
이리 언약을 굳게 맺고 상좌중은 황해도 봉산으로 나간 후 배뱅이는 2, 3월까지 기다렸으나 2, 3년이 지나가도 기다리는 상좌중이 아니 와서 배뱅이가 기다리다 못해 병이 나서 병세가 깊어갈 제
(창) 이 때에 황천에서 일직사자(日直使者) 감북사자 축부사자 배뱅이 잡으러 나오니 뉘 영이라 거역하리요 뉘 분부라 거역하리까
(아니리) 이 때에 배뱅이 아버지는 배뱅이를 살리겠다고 약을 지으러 바깥으로 나간 후 배뱅이 오마니 혼자 배뱅이 병세를 보고 있을 적에 배뱅이 하는 말이
「어머니 나는 가요 빨리 부엌에 나가서 신 세 켤레 무명 아홉 자 밥 세 그릇 등대(登待)하십시오 나는 가요 어머니」
(창) 「이애 배뱅이야 말 들어라 이것이 웬 일이냐 늙은 부모 우리를 두고 혼자 간다니 웬 말이냐 네가 죽고 내가 살면 무슨 소용 쓸 곳 있나 배뱅이야 배뱅이야 너의 아버지 약 지러 갔다 정신차려 일어나라 배뱅이야 배뱅이야」
(아니리) 그런데 또한 배뱅이 아버지는 약 지러 간다고 술이 잔뜩 취해 가지고 퀴퀴한 건재(乾材) 약첩이나 지어 가지고 돌아와서
「여보 마누라 마누라 약 지어 왔네 약 배뱅이 어떻게 됐나 배뱅이 응?」
「여보 영감 배뱅인지 세상이 매생이오 매생이 팔아 당도릴 사주셔도 모르겠소 어서 들어가보시오」 배뱅이 아버지는 얼른 들어오더니 죽은 배뱅이를 자는 줄 알고 「이애 배뱅이야 약 먹어라 이애 배뱅이야 약 먹어 응? 아이구 배뱅이 죽었구나 아이구 이거 어떤 놈이 장작개비를 먹여 죽였나 아래위가 빳빳하구나」
(창) 약탕관(藥湯罐)도 쓸 데가 없고 약 지어 온 것도 어디다 쓰랴 약탕관을 문 밖에다가 타르르 내던지고 앙천통곡(仰天慟哭)에 울음 운다
(변조變調)
이때에 불쌍히 죽은 배뱅이 열 두 매끼 졸라 가지고 서른 세 명 역군(役軍)들이 상두대채 둘러메고 북망산(北邙山)으로 올라갈 제
(상여소리) 너너 너너 너거리 넘차 너어 배뱅이 오마니 거동 보소
상여 뒤채를 부여잡고 허방지방이 나오면서 이애 배뱅이야 말 듣거라 너 오만 느 아반 산 걸 두고 혼자 간다니 웬 말이오 너거러 넘차 너어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오대산 평지가 되고 대해강수(大海江水)가 먼지가 날 적에 돌아오며 병풍 안에 그린 황계(黃鷄) 짜른 목을 길게 빼고 꼬꼬 울적에 돌아를 오나
너거리 넘차 너어너
삼천 칠백 리 들어갈 제 서풍이 불면 동으로 가고 남풍이 불면 북으로 갈 제
북풍한설 찬바람에 눈물이 앞을 가려 나 못 가겠네 너거리 넘차 너어 황천길로 올라갈 제 이 생강(生江)도 서른 세 강 저 생 강도 서른 세 강 칠성강(七星江) 아흔 아홉 강 건너서니 백사장 세모래밭에 눈물이 앞을 가려 나 못 가겠네
어하 넘차 너어
저승길이 멀다더니 오날 내게 당해서는 대문 밖이 저승이로구료
어하 넘차 너어
일직사자(日直使者) 손을 끌고 월직사자(月直使者)는 등을 밀어 어서 가자고 재촉을 하니 뉘 영이라 안 갈소냐
어하 넘차가 너어
(아니리) 이렇게 북망산천 올라가서 불쌍한 배뱅이 깊이깊이 묻어 놓고 서른 세 명 역군들이 달구질을 하는데 이렇게 했겠다
(달구소리) 에- 허리 상달구야 에- 허리 상달구야
여보시오 친구님네 달구채를 부여잡세
(후렴) 에 -허리 달구야 먼뎃사람 듣기 좋게 곁엣 사람 보기 좋게
에 -허리 달구야 이 묘 쓴 지 삼년만에
에 -허리 달구야 만사대통하올적에
에 -허리 달구야 아들 낳으면 효자 낳고
에 -허리 달구야 딸을 낳으면 효녀로다
에 -허리 달구야 말을 놓으면 용마되고
에 -허리 달구야 소를 놓으면 황우로다
에 -허리 달구야
(아니리) 이렇게 달구질이 끝이 나고 평토제를 지내야 됭 터인데 평토제 지낼 사람이 없단 말이야요 그래서 그 동네 짖궂은 청년이 평토제를 지내는데 이 친구가 아주 또 술이 어떻게 취했던지 입에 술지게미가 줄줄 흐르는 친구가 평토제를 지낸다고 하는데
(창) 어이어이 배뱅이 아가씨 무덤에다 평토제를 잘 지내니 곶감 하나만 더 먹게 해주우
어이어이 배뱅이 아가씨 대추 하나만 먹게 해 주소 어이 어이
(아니리) 이렇듯 배뱅이를 북망산천에 깊이깊이 묻어 놓고 집에 돌아와 배뱅이 부모님은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가 하루는 두 늙은이 하는 말이 자 우리 배뱁이 하나 죽었으니 재산 두어두면 무엇에 쓰겠소 우리 각도 무당들이나 불러서 배뱅이 죽은 넋이나 한 번 더 듣게 우리 굿이나 한 번 해 봅시다
이렇게 의논해 가지고 굿한다고 광고를 써다 붙였더니 무당들이 모여드는데 자그만치 전국에서 오천 칠백 일흔 두명이 모여들었단 말이요
배뱅이 아버지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이 여러 무당 굿을 다 했다간 있는 재산 다 없어질 판이요 그래서 그 동중 제일 부질부질한 청년 하나를 불러가지고 이 여러 무당에게 굿을 시키되 잘하는 무당이면 그냥 두어두고 잘 못하는 무당이면 그냥 그 자리에서 내쫓아라
이렇게 무당 점고를 마치는데 제일 먼저 황해도 해주서 온 무당이 보혈이굿을 한바탕 하겠다
보굿
(후렴) 보혈야오 보혈야오 가망마누라 보혈야오
높은 남게 황실래요 얕은 남게 청실래요 황밤 대추 시실과는 제후지신의 차지로다
보혈야오 보혈야오 가망마누라 보혈야오
앞마당의 터주대감 뒤뜰 안의 굴뚝장군 정성 지성 발원이오
보혈야오 보혈야오 가망마누라 보혈야오
(아니리) 이 무당은 너무 까불기만 하니까 이애 넌 나가라 무슨 굿을 그렇게 하느냐 굿을 좀 할라면 이렇게 점잖게 해야지
(창) 에- 에 가을이면 봄 보자 봄이면 가을 보자 나를 속이느냐 여- 어허야 에헤야
(아니리) 아- 이렇게 굿을 해야지 자주 까불기만 하니 이게 굿입니까 요다음 무당은 아주 깐깐한 무당이 한 마디 해 보는데 강원도서 온 무당이 한 마디 하겠다
(창) 「여하 임금 만세 야- 만세 오날날에- 날에 쾡쾡에 날에나 날에 원하는 금일 사바세계 남섬부주(南贍部洲) 해동제일(海東第一) 우리 나라 여라 임금 만세야 만세 오날날에- 나 날에」
(아니리) 이 무당도 그만 쫓겨 나갔죠 요다음 무당은 황해도 봉산서 온 무당이 한 마디 하는데
(창) 「여-헤 여헤미 타아 염불이로다 이댁 가중(家中) 금년 신수가 대통할 제 오는 소망 끌어 드리고요 가는 소망 휘어 드릴 적에 무슨 생활하시든지 소원 성취 발원이오 여- 에허- 타 염불이로다」
(아니리) 이렇게 여러 무당들이 굿을 해도 배뱅이 혼이 영- 오지 않아서 배뱅이 오마니 아버지 안방에 가서 머리 싸매고 누웠으며 굿청에는 내다보지도 않고 속을 태우고 있을 적에 이때 마침 평양 건달 청년이 와서 굿을 하게 되었는데 이 청년의 내력을 들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청년네 집의 재산은 무척 많은데 아버지가 무서워서 영 돈을 마음대로 못 써서 이 청년이 원이 되던 중 어마니 아버지가 좋은 재산 그냥 두고 세상을 떠나 버리니 이젠 됐구나 하고 논밭 전지(田地) 다 팔아 가지고 지전(紙錢) 깔쭈기 돈을 옆차기에 잔뜩 넣어 가지고 시내 일류 요리점에 먹고 마시며 소첩 대첩 시생첩까지 거느리고 거들먹거리며 즐기다가 던 다 털어먹고 담배는 길바닥에서 꽁초 주워 태우고 머리는 못 깎아서 더벅머리가 되고 바지 저고리는 방울달린 옷이 되어 비참한 신세로 전락하니 드디어 기생첩한테서 좇겨나 오갈 데 없는 알거지가 되어 신세타령 부르면서 정처없이 떠나니는데
(창) 간다간다 나는 간다 정처없이도 이 몸은 떠나간다
평양감영아 잘 있거라 이 몸이 한없이 떠나가는구나
(아니리) 이럭저럭 온다는 것이 배뱅이굿하는 동리를 우연이 당도하여 그 동리 어떤 주막거리에 앉아있는데 노자 조금 가지고 떠났던 것 다 없어지고 배는 고픈데 한 쪽을 바라보니까 조그마한 오막살이집이 있단 말이야요 이 청년이 생각하기를 에라 내가 돈은 없지만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니 한잔 달래 먹고서 나중에 경을 치든가 어떻게 할 작정으로 찾아 들어갔지
「여보 할머니」
「아이고 건 누구요? 어서 들어오십시오」
(아니리) 진종일 있다가 손님 한 분이 오니까 맞돈짜리인 줄 알고 좋아서 반색을 하겠다
「할머니 술 한 잔 주십시오」
「아- 어서 잡수시우」
하고 술 한 바가지 얼른 갖다 주었다
아- 이 청년이 이것 한 잔 먹고 보니까 범 모기 잡아 먹은 것 같고 고래 전지 잡아 먹은 것 같아 더 먹고파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때마침 사방을 둘러보니까 아무도 없단 말이야요 에라 내가 이젠 어쩔 수 없다 강제로 뺏어서 먹고 나중엔 죽든지 살든지 경을 치든지 할 작정으로 「지금 먹은 술 외상인데 외상에 한 잔 더 주구료」
「워 외상? 네가 날 언제 보았다고 외상? 야- 요놈의 자식! 눈앞에 핏줄이 왔다갔다 하는 게 아무 때라도 사람 잡아먹고 피똥 쌀 자식이로구나 당장 술값 내라!」
「아니 이놈의 할머니 안 주겠시오? 술 외상(外上) 안 주면 할머니 모가질 똑 잘라 놓겠다」
이 할머니가 어찌 혼이 났더니 「이애 다 먹어라 다 먹어」
이 청년이 허가맡은 김에 술동이째 들이마시고 술 주정을 한참 하다가 바깥 바람이나 쏘이려고 나갔더니 온 동네가 왁자지껄하지 않겠어요 그래 웬일이냐 싶어 되돌아와 할멈에게 물었습니다
「아- 바로 뒷동네 이 정승, 김 정승, 최 정승이 명산기도하여 앞집이 세월네 뒷집이 네월네 가운뎃집이 배뱅이를 낳았는데 세월네 네월네는 시집을 가서 잘 사는데 가운뎃집 배뱅이는 늦게 시집을 못 가고 있다가 남의 가중(家中)에 약혼해 놓고 예장 옷감을 태산같이 받아 놓고 시집가려고 하다가 절의 상좌중이 왔다갔다 하더니 그만 병이나 죽었단다 그러니 배뱅이 넋을 듣겠다고 각도 무당 불러 놓고 굿하느라고 북 장구 치고 야단법석이란다 불쌍하게 죽었지 불쌍하게 죽었어」
「아니 할머니 그 얘기 하면서 왜 그렇게 슬퍼하십니까?」
「이애 그애는 내가 길러 주었단다 내가 배뱅이 젖 유모 노릇을 했단다」
「그럼 시집가려고 할 적에 예장 옷감 받아 둔 것도 많겠네요」
「이애 예장 옷감이 이렇게 여러 가지란다 달이 돋아 월광단(月光緞) 해가 돋아 일광단(日光緞) 길주(吉州) 명천회령주(明川會寧紬) 명주(明紬) 세 필 삼동주(三冬紬) 흑공단(黑貢緞) 목공단(木貢緞) 만수청산(萬樹靑山)의 운무단(雲霧緞) 제갈공명(諸葛孔明) 와룡단(臥龍緞) 연안자주(延安紫紬) 흰자주 해주자주(海州紫紬) 남자주(藍紫紬) 이렇게 여러 가지란다」
「아니 그뿐이던가요?」
「왜 그뿐이겠니 배뱅이 자라날 적에 배뱅이 할아버지가 배뱅이 나가 놀라고 한 푼 주고 들어와 놀라고 한 푼 주고 잘 놀라고 한 푼 주고 귀엽다고 한 푼 주신 노랑 돈 아흔 아홉 냥 일곱 돈 칠푼 오리 꽁꽁 묶어서 종톨바구니 속에 넣어 두고 죽었단다」
「그뿐이던가요?」
「왜 그뿐이겠니」
「세월네 네월네는 지금 어디 있나요?」
「이애 세월네 네월네는 지금 벌써 애를 낳아서 하나씩 업고 배뱅이네 집에 와서 배뱅이 혼이 오길 기다리고 있단다 그리고 배뱅이 어머니 아버지는 배뱅이 혼이 어느 무당한데 실려 오지를 않아서 매일같이 울고만 있단다」
「할머니 잘 알았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나는 갑니다」
할멈 「아니 이 녀석아 술 값은 안 내고 가니? 술 값 내고 가거라」
「네- 술 값은 오는 길에 갚아 드릴께요」
이 청년이 배뱅이 내력을 다 알아 가지고 배뱅이네집 찾아가서 굿 한거리 하려고 하는 말이
「주인장 계십니까?」
「네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나는 지나가는 박수무당인데 나 굿 한 거리 합시다」하니까
거기 있는 여자 무당들이 남자 무당이라고 절대 반대한단 말이야요
그래서 이 청년이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배뱅이 죽은 내력을 탁주집 할머니한테서 다 알아가지고 왔으니 무당 소리나 잘하면 굿 한 거리 하라고 할 것 같아서 굿청으로 뛰어 들어가며 무당 소리를 한 마디 하는데
(창) 「에- 어떠한 무당이며 어떠한 성신(聖神)인 줄 알았더냐 앞다리 선각(先脚)에 뒷다리 후각(後脚)에 양지머리 칼 꽂고 줄 풍류가락에 놀던 무당이 들어왔다고 여쭈어라」
(아니리) 이때에 여자 무당들이 가만히 보니까 이건 진짜 무당이란 말이야요 그래 한 여자 무당이 나오면서 비는 소리가
(창) 「쇠술로 화식(火食) 먹는 인간이 모르는 건 많고 아는 것 없사와 신장(神將)님 오시는 길에 길맞이 못한 것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아니리) 이 청년이 가만히 보니까 되긴 될 모양이란 말이야요
(창) 「너희가 정 그렇다면 고깔 장삼이나 한 벌 내다가주면 내 성수대로 한 거리 놀고 가겠노라」
(아니리) 고깔 장삼을 내다 주니 이 건달 청년이 고깔 쓰고 장삼을 입고 보니 그럴 듯한 박수무당이 되었단 말이야요
자- 그러나 배뱅이 혼이 왔다고 한바탕 울어야 할 판인데 그 여러 구경군 가운데 어느게 배뱅이 어머니 아버지인지 알 수가 있어야죠
이 청년이 생각하길 배뱅이 혼이 왔다고 설게 울면 그 중에 제일 설게 우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부여잡고 탁주집 할머니한테서 들은 대로 모조리 사정을 해 볼 작정으로 배뱅이 혼이 왔다고 한바탕 우는데
(창) 「왔구나 왔구나 배뱅이 혼신이 평양 사는 박수무당의 몸을 빌고 입을 빌어 오늘에야 왔구나 어마니 어마니 우리 어마니는 어디 가고 딸자식 배뱅이가 왔구나 하는데도 모른 체하나요 살았을 적 같으면 내가 어델 갔다 온다면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화다닥 뛰어나오더니만 죽어지고 길갈라서면 쓸 곳이 없구료 오면은 온줄 알며 가면은 간 줄 아나 오마니 오마니-」
(아니리) 때마침 함경도집 할머니가 와서 있다가 하는 말이
「아이고 아이온다 아이온다 하더니만 배뱅이 혼이 오늘이야 왔읍지비야」
이 청년이 그 할머니 말씨를 듣고 보니까 말씨가 함경도 사투리란 말이야요 (옳지 배뱅이 어마니가 아니로구나)
말씨를 듣고 눈치를 채고 또 한 마디 하는데
(창) 「우리 어마니는 어델 가고 함경도집 할머니가 나오시나요 함경도집 할머니 그 지간 기체수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옵니까 나는 죽어서 육신은 북망산천에 깊이 깊이 묻혔건만 영혼이야 죽었으며 나 자는 침방(寢房)이야 변했겠소 내가 시집가려고 할 제 예장(禮裝) 옷감 받아 둔 것 달이 돋아 월광단(月光緞) 해가 돋아 일광단(日光緞) 길주(吉州) 명천(明川) 회령주(會寧) 바리바리 받아 둔 것 배뱅이 혼이 꼭 왔으니 나 보는 데 박수무당 앞에다 내다 주구료 어마니 어마니…… 예장(禮裝) 받아 둔 거라도 다 내주면 황천에 가서라도 어머니 보고플 때 꺼내 놓고 보겠으니 빨리 빨리 내다 주오 어마니 어마니」
(아니리) 함경도집 할머니가 다시 듣고 보아도 배뱅이 예장 받아둔 것까지 찾아 내는 걸 보니까 이건 배뱅이 혼이 꼭 왔단 말이야요 안방에 들어가서 하는 말이 「아이고 배뱅이 어마니 빨리 나가 보소 이번에는 배뱅이 혼이 꼭 왔읍지비야」
배뱅이 어머니가 이 소릴 듣고 얼른 나와서 이번에는 정말 배뱅이 혼이 왔나 안 왔나 듣고 있는 무렵에 이 건달 청년 가짜 무당은 술장수 할머니한테 알아들은 대로 모조리 주워 섬기는 그때야요
(창) 「반갑고 반갑구나 고향 산천이 반갑구나 고향 산천 초목들도 나를 보고 반기는데 우리 오만 아버지는 어데를 가고 딸자식 배뱅이가 온 줄을 몰라 주나요 오만 아바지가 날 이렇게 괄세를 한다면 내가 자라날 적에 우리 할아버지가 나가 놀면 한 푼 주고 들어와 놀면 한 푼 주신 노랑돈 아흔 아홉 냥 일곱 돈 칠 푼 오 리 꽁꽁 묶어서 종톨바구니 속에 넣어 둔 것 배뱅이 혼이 꼭 왔으나 보는 데 박수무당 앞에다 내다 주소 어마니 어마니 어마니 아버지는 야속하고도 무정하외다 불초 여식 딸자식이라도 왔다고 하는데 너무도 괄세가 심하구료 어마니 어마니」
(아니리) 배뱅이 어마니가 이 소릴 듣고서 어찌 슬프던지 울음통이 급하게 터져 나오는데
(창) 「아이고 내 딸이야 내 딸이야 여보 영감 빨리 나와요 이번에는 정말 배뱅이 혼이 꼭 왔쇠다 빨리 나오소 아이고 내 딸이야 내 딸이야 살아서도 정신이 똑똑하더니 죽어서도 정신이 그대로 있구나 내 딸이야」
「어마니 말 들으시오 날 같은 불초 여식은 길렀다가 무엇에 쓰려고 길렀겠소 오만 아반 신세를 만분지일(萬分之一)이라도 갚자고 했더니 나는 죽었구료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며 당상학발(堂上鶴髮) 늙은 양친부모 버리고 가는 나는 가고 싶어 갔겠소 나는 내 명에 죽었소이다 조금도 설워 말고 잘 계시오 어마니 어마니 어마니는 보았으나 아바지는 어데를 갔소 마지막 왔던 길에 아바지 얼굴이라도 보고 갑시다 아바지-」
(아니리) 배뱅이 아버지는 나와 서 있다가 이 소리를 듣고서 점잖은 체모(體貌)에 목을 놓고 울지는 못하고 배만 두꺼비배처럼 불룩불룩하다가 울음을 우는데 「이애 배뱅이야 그까짓 예장 옷감이 다 무엇이냐 너의 애비 너의 에미 다 잡아가고 우리집 기둥뿌리까지라도 다- 빼가거라」 이렇게 울며 나와섰는 걸 보니까 두 늙은이가 배뱅이 어마니 아바지가 틀림없단 말이야요
이렇게 눈치로 다 배뱅이 부모는 찾아보았는데 한쪽을 바라보니까 어떤 젊은 여자가 둘이 어린 애를 업고 와서 자꾸 울고 있단 말이야요
(옳지 배뱅이가 자라날 적에 앞집에 세월네 뒷집에 네월네가 같이 자라났다더니 저게 아마 세월네 네월네가 저렇게 와서 울고 있나 보다)
저애들을 만나 보아야 배뱅이 혼이 왔다는 표시가 되어서 배뱅이네 재산을 좀 뺏어서 갈 작정으로 또 한 마디 해 보는데
(창) 「어마니 또 한가지 분하고 원통한 것이 있소이다 나 자라날 적에 자고 깨면 먼산에 달래캐기 춘산(春山)에 나물캐기 하면서 같이 자라난 세월네 네월네가 이 곁에 와 있으면서도 나를 모른 체하는구료 세월네 네월네야 만나 보자꾸나 이리 좀 나오려마 만나보자꾸나 너희가 오늘날 나를 만나보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굿하고 가는 길에 너희가 업고 온 귀한 자식을 몽땅 다 잡으가겠다」
(아니리) 세월네 네월네가 아이 잡아 가겠다니까 무서워서 업고 온 아이를 쓱 돌려 아이 머리를 만져보니까 아이 머리가 뜨끈뜨끈하단 말이야요 진종일 업고 있으니까 달쳐서 머리가 뜨끈뜨끈한 걸 귀신이 잡아 가겠다니까 머리가 뜨끈뜨끈한 줄 알고 이 두 여자가 굿청에 나와 떡 앉는단 말이야요
그러나 또 요게 세월네인지 조게 세월네인지 이름을 또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눈치로 또 한 마디 하는데
(창) 「세월네 네월네야 말 들어 보아라 나는 죽어서 북망산천에 가서도 이름을 고치지 않았다만 너희는 나 죽은 후에 이름이나 고치지 않았느냐?」
(아니리) 세월네가 이 소리를 듣고서 가만히 있었으면 괜찮을 걸 주책없이 또 한다는 소리가 「이애 내가 이름을 왜 고치니 얘 나는 너 죽은 다음에 세월네 세월네대로 그대로 있단다 이애」
야- 요게 세월네라고 할 적엔 조건 네월네가 분명하단 말이야
(창) 「세월네 네월네야 아까는 분한지심(憤恨之心)이 나서 그리하였지만 형제지간에 복은 못 주나마 어찌 화를 주겠니 동방삭(東方朔)의 명을 빌고 강태공(姜太公)의 나이를 빌어 선팔십(先八十) 후팔십(後八十) 일백 육십을 점지해 주니 스승군자 속태우지 말고 부디 평안히 잘 살아라 그런데 한 가지 원이로다 너하고 나하고 자라날 적에 자고 깨면 시냇가 빨래질 가면 빨랫돌 위에서 네 손목이 크냐 내 손목이 크냐 하면서 서로서로 만지면서 놀던 손목이니 한번 쥐어 보자꾸나」
(아니리) 세월네 네월네가 이 소리를 듣고서 「이애 난 죽으면 죽었지 손목은 못 대겠다야-」 세월네 네월네는 부끄러워서 돌아서서 손목을 쓱 내민단 말이야요
(창) 「너의 손목을 만져 보니까 살았을 적에 만지던 손목이 그냥 그대로 변치 않았구나 마지막 가는 길에 손목이나 한번 실컷 쥐어 보자꾸나」
(아니리) 그저 섣달 그믐날 흰떡 주무르듯 주물럭주물럭 한참 주물렀단 말이야요
동리 구경군들이 가만히 보니까 박수무당 녀석 아주 괘씸하단 말이야요 (세월네 네월네는 마주 서서 말도 잘 못하는 점잖은 부인인데 막 손목을 잡고 희롱하니 암만해도 이상하다 저녀석이 정말 배뱅이 혼이 왔나 안 왔나 한번 알아보자)
어떻게 아는고 하니 구경군들이 쓰고 온 머리에 쓰는 갓을 주욱 모아다가 굿청에다 올려 쌓아놓고 제일 밑에다 배뱅이 아버지 갓을 갖다가 꽉 꽂아 놓고서 「이애 박수무당아 네가 배뱅이 혼이 꼭 왔느냐?」
「네 꼭 왔습니다」
「네가 배뱅이 혼이 꼭 왔으면 이 갓 중에 배뱅이 아버지가 쓰던 갓 즉 너의 아버지 갓이 이 중에 있으니 네가 배뱅이 혼이 꼭 왔으면은 너의 아버지 갓을 알 테니까 배뱅이 아버지 갓을 찾아 내거라 만일 못 찾아 내면 너는 당장 이 자리에서 즉사하리라」
아이고 이것 박수무당 야단났단 말이야요 인젠 꼭 죽었단 말이야요
박수무당이 생각하길 처음부터 갓을 모조리 찢어 버리면서 사방 눈치나 보다가 죽든지 살든지 할 작정으로 호통을 그럴듯이 하면서 갓을 째는데
(창) 「에- 괘씸하고도 괘씸하구나 양반의 갓과 상놈의 갓을 어따가 함부로 섞어 놓았느냐 우리 아버지 갓 하나만 남겨 놓고서는 모조리 찢어 버리겠다 이 갓을 들고 보니 이것은 우리 아버지 갓이 아니로다」
(아니리) 갓을 쭉 째니까 한쪽에 있던 사람이
「애이고 내 갓 찢는구나」
무당이 눈치를 보니까 여기 갓 임자들이 와서 있는 모양이란 말이야요 눈치를 채고서 이번에는 부지런히 갓을 째는데
(창) 「이 갓을 들고 보니 이것도 우리 아버지 갓이 아니로다 이 갓을 또다시 보자 제쳐나 보고 뒤쳐나 보고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아도 우리 아버지 갓이 아니로구나」
(아니리) 갓 임자들이 가만히 보니까 그냥 두었다가는 배뱅이 아버지 갓 하나만 남겨 놓고서 다 쨀 것 같단 말이야요 그때는 갓 임자들이 죽- 들어와서 제가끔 갓을 다 쓰고 달아난 다음에 또 복판에 큼직한 갓이 하나 남는단 말이야요 건달청년 무당이 가만히 보니까 배뱅이 아버지의 우는 동작과 그 갓을 가만히 보니까 이게 배배잉 아버지 갓이 분명하단 말이야요
(창) 「이 갓을 들고 보니 이 갓은 우리 아버지 갓이 분명하구나 먼지가 한 두께 묻었어도 털어줄 사람이 없었으니 이 아니 원통하랴 마지막 가는 길에 아버지 갓이나 털어주자꾸나」
(아니리) 갓을 툭툭 턴단 말이야요 구경군들 하는 말이 「요건 진짜 배뱅이가 꼭 왔구나!」 이 청년이 이렇게 여러 사람들을 속이고 떠나가는데
(창) 떠나간다 떠나간다 배뱅이 혼신이 떠나간다
에- 에헤 에헤야 염불이로다
잘 속았구나 잘 속았구나 배뱅이 어만 아반 잘 속았네 이번 굿에 돈 잘 번 것은 네 덕 내 덕 뉘 덕 해도 술장수 할머니 덕택이라
에- 에헤 에허어미 타-불이로다
술장수 할머니 돈 받으소 천 냥 줄 돈은 만 냥을 주고 만 냥 줄 돈은 억만 냥 줄 테니 논밭 전지(田地)를 장만하여서 부디 평안히 잘 사시오
에- 에헤 에허어미 타-불이로다
이런 굿을 세 번만 했다간 천하각국(天下各國)에 일부(一富)가 되겠구나
에- 에헤 에허어미 타-불이로다
평양 감영 다 팔아먹은 재산 이번 굿에서 반봉창이 되었구나
에- 에헤 에허어미 타-불이로다
「 」 부분은 대사
해설
「배뱅이굿」은 남도의 판소리에 비견되는 서도의 재담소리이다. 배뱅이라는 이름은 배뱅이 모친이 달비 한 쌍을 받아 배배 틀어 치파폭에 쌌다는 꿈을 꾸고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달비란 잘린 댕기머리, 잘린 긴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배배 꼬인 형상이다. 머리숱이 적은 여자가 사용했다고 한다.
「배뱅이굿」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17세기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배뱅이굿」의 원형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에서 일찍이 이와 같은 소리가 전해지다가 19세기 말 김관준에 의해 현재 형태의 「배뱅이굿」이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김관준의 아들인 김종조와 제자인 최순경, 이인수, 김칠성, 김주호 같은 명창들에 의해 전승되었고, 이를 이은관이 대물림을 받았다.
황해도 쪽에서도 「배뱅이굿」의 전통이 이어졌으나 현재는 미약하다. 내용과 진행 양식이 비슷한 소리로는 경기재담소리로 볼 수 있는 「장대장타령」이 있다. 판소리가 신재효와 같은 식자층의 후원과 노력으로 형식과 내용 양 측면에서 장르적인 완성에 이르렀다면, 「배뱅이굿」과 「장대장타령」은 아쉽게도 성장 단계에서 멈춘 소리이기도 하다. 이는 「배뱅이굿」과 「장대장타령」이 노랫말 내용이 주제적인 측면에서 통속적이어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까닭도 있다.
「배뱅이굿」의 노랫말은 자식을 얻지 못한 최정승이 기도를 하여 딸 자식을 얻었으나 혼기가 찬 배뱅이가 상좌 중과 사랑에 빠졌지만 실연당하고 죽고 나자 그녀의 혼을 달래는 굿을 하며, 이 굿판에서 평양 사는 건달이 속임수를 써서 최정승의 가산을 탕진한다는 내용이다.
길이가 긴 재담소리이고 소리의 여러 요소들이 섞여 있어, 1인 혹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공연하는 것도 가능하다. 남도의 판소리가 그 주제 면에서 조선시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면 「배뱅이굿」은 그 주제가 매우 풍자적이며 도덕적이지 못하다. 그 주된 이유는 「배뱅이굿」이 양반 사대부의 이데올로기적 토대가 강건하지 못했던 관서지방에서 발전한 것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다른 이유로는 현재 형태의 「배뱅이굿」을 완성한 김관준이 비주류였던 승려 출신이라는 점과 조선 사회의 주류 이데올로기가 약해진 19세기 말에 완성되었다는 점에도 있다. 하지만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입각하지 않았다고 해서 「배뱅이굿」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배뱅이굿」은 「배따라기」와 함께 서도를 대표하는 서사 양식의 전통 소리이다.
노랫말
(아니리) 이건 무언가 하니 천하 잡놈 변강쇠 천하타령이렸다
강쇠 심사를 볼양이면 저 강쇠 심사를 볼양이면
자라는 호박에 말뚝박기 불붙는 데 가면 키질하기 물에 빠진 놈 덜미짚기
자아진 밥에다 돌 퍼붓기 우물길에다 똥싸기요
정절과부 모함하기 활 쏘는 놈 보면 줌팔치기 옹기장사 지게에 작대기 뜅기기
(아니리) 심술이 이만큼 못됐다 말이지 그러나 그놈의 색시는
천하절색이라 한참 노는 것이었다
어둥둥 내 사랑아 어얼널널 상사디야 너 생겼구나 나생겼으니
지나장삼은 졸육이요 아삼은 작파에 오륙이로구나
얼럴러 상사디야 너도 젊고 나도 젊어 우리 두 양주 더 젊어 노자
늙어지면 못논다누나 어화둥둥 어화둥둥 내 사랑아
(아니리) 한참 놀았겠다 그러나 대는 마참 어느 때냐 동지섣달 설한풍을 당하여
변강쇠란 놈이 나무하러 가는 길이었다
강쇠란 놈 거동봐라 저 강쇠란 놈의 거동봐요
삼십 명 나무꾼 앞세우고 납작지게를 걸머지고
도끼를 갈아서 꽁무니 차고 우쭐우쭐 넘어간다 거들거리며 넘어간다
이 산을 넘고 저 산을 넘어 감돌아 들고 풀 돌아들어 중임심천 돌아들어
원근산천(遠近山川)을 바라보니 오색초목이 무성하다
마주 섰다고 행자목 입맞추며 쪽나무 방귀뀌면 뽕나무 일편단심 노간주며
부처님 전에는 고양목 양반은 죽어서 괴목나무 상놈을 불러라 상나무
십리절반에 오리목 한다리 절뚝 전나무에 오동지신 경자로다
원산은 첩첩 태산은 층층 기암은 주춤에 탁수잔잔
이 골물이 출렁 저 골물이 쏼쏼 열에 열두골 물이 합수되어
저 건너 병풍석 마주치니 흐르나니 물결이요 뛰느나니 고기로구나
백구편편강상비(白鷗翩翩江上飛)하고요 낙락장송(落落長松)에 벽상취(壁上翠)라
(아니리) 야, 여봐라 변강쇠란 놈이 나무를 나가 나무는 못하고
큰 길가 역에 선 장승을 패다가 불을 땠더니 그때에 장승이야말로
무슨 죄로 남의 집 아궁귀신 되더란 말이야 그런 생각을 다하고 기가 막혀
변강쇠네 아궁 앞에 엎드려 자기 신세탄식을 하는 말이었다
아이구 답답해 내 신세야 아이구 답답해 어드른 나무는 팔자 좋아
둥기당실 놀아 있고 또 어드른 나무는 팔자좋아 이층 들매장 삼층탁자
괴목 뒤주에 반다지 방물치료로 놓아 있고
또 어드른 나무는 팔자 좋아 대성부두에 삼녀되어 사시절이 될 양이면
만반진수(滿盤珍羞)를 진설하고 분향재배 고축을 하니 근들 아니나 소중한가
이내 팔자는 웬 팔자로 산중 하품(下品)을 벗어나서 나무 중에도
돌목되니 뭇 잡놈들이 날 베어 뒷간보잔 대문중방 마판재류 다 실어가고
나무 가지가 점점자라 대부등을 바랐더니 그 몹쓸 놈이 날 베어
웃동은 잘라 개밥궁 파고 아랫둥 쇠구멍파고
가운데 동으로 장승을 만들어 이 신세 몸과 눈이 진토로다
삼각수 팔척 키에 팔자에 없는 사모품대(紗帽品帶)를 완연하게 날 시켜
저리 노중에 홀로 우뚝 서 있으니
발이 있으니 달아나며 입이 있으니 말을 하랴
죽도살도 못하여 불피풍우(不避風雨) 우뚝 서 진퇴유곡이
내 놈 저 몹쓸 변강쇠 말놀음 끝에
아궁 귀신이 웬 말이냐 아이구 답답 내 신세야
풀이
물에 빠진 놈 덜미짚기: 물에 빠진 사람 덜미를 짚아 못 나오게 하기
자아진 밥에다 돌 퍼붓기: 뜸이 들어 다 되어가는 밥에 돌 퍼붓기
활 쏘는 놈 보면 줌팔치기: 활 쏘는 사람을 보면 팔꿈치 안쪽을 치기
옹기장사 지게에 작대기 뜅기기: 옹기장사의 옹기를 담은 지게를 받친 작대기를 쳐서 쓰러뜨리기. 그렇게 하면 옹기가 박살이 난다.
지나장삼은 졸육이요 아삼은 작파에 오륙이로구나: 골패놀음에서 나온 말. 궁합이 잘 맞는다는 말.
해설
「변강쇠타령(서도)」은 서도재담소리다. 경기잡가에서도 비슷한 노랫말로 부른다. 신재효가 정리한 『변강쇠타령』은 그 노래는 실전(失傳) 되었는데, 잡가 「변강쇠타령」은 판소리 『변강쇠타령』에서 몇 부분을 따와서 경 · 서도지방에서 잡가 형태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잡가를 「변강수타령」이라 했고 1930년대 음반이 몇 곡 남아 있다. 서도명창이었던 김정연의 『서도소리대전집』1)에는 발림엮음수심가란 큰 제목 아래에 「변강쇠타령(서도)」의 노랫말이 나와 있는데, 여기에는 재담과 노랫말을 분리하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짐작해보면 「변강쇠타령」은 경 · 서도 지역의 전문소리꾼이 대중들에게 공연할 때 재미를 주기위해 섞었던 퍼포먼스적인 레퍼토리로 보인다.
「변강쇠타령(서도)」 노랫말의 내용은 판소리 『변강쇠타령』를 축약하고 있다. 변강쇠의 심술을 앞에 내세우고 변강쇠가 나무를 하러가는 내용과 장승의 신세한탄이 들어 있다.
o 개타령
노랫말
가야 가야 가야, 검정 알락에 숫가야
밤사람 보고 네가 함부로 짖누나
[아하 아하 에헤야 에헤이 에헤야]
(아니리) 왈왈 월월 이 가이
밤사람 보구 네가 함부로 짖다간 삽판을 쓰고 에루화 토장(土醬)찜 되누나
[아하 아하 에헤야 에헤이 에헤야]
앵두나무 밑에 병아리 한 쌍 노는건 총각낭군의 에루화 몸 보신 감이라
[아하 아하 에헤야 에헤이 에헤야]
(아니리) 꼬끼요 꼬오, 수어이 주주, 다 채 갔다
무어이가, 데 망운산(望雲山) 솔개가, 한 마리 남은건 어디켓니, 응 한 마리 남은 건 쥐가 똥구멍을 팟기에, 응 지지고 볶아서 시오마니 몰래, 술안주 삼아 너하고 나하고, 가만히 살짝 먹잔다
[아하 아하 에헤야 에헤이 에헤야]
노랑에 대가리 호배추 밑동이 상투 옥동곳 사달라고 생야단 났구나
[아하 아하 에헤야 에헤이 에헤야]
(아니리) 멋들었구나, 흥 멋들었게 옥동곳 사달랬디, 기린데 거 이디서 샀니, 어디서 샀냐구, 응 데 통에서, 통이라서 무슨 통, 남대문 통이가 동대문 통이가, 아니야 기린통이 아니구 너 똑똑히 보라구, 여기서 말이야이 데 유명한 데 평양 대동문통, 야 거 참 둏은데서 샀구나, 기린데 거 얼마줬니, 얼마줬냐구, 응 기래 (손가락 두세 개를 펴 보이며)요렇게 줬다 와, 고로케라니? (앞 사람의 손가락 개수만큼 펴 보이며) 옳다 안다 두둥둥 둥개야 네가 내 사랑아
[아하 아하 에헤야 에헤이 에헤야]
[ ] 부분은 후렴
풀이
가이: 개의 북쪽 방언. 가야는 가이야, 즉 개야.
검정 알락에 숫가야: 검정 얼룩에 숫캐야
삽판: 삼태기. 삼태기를 평안도에서는 삽판이라 부른다.
토장(土醬)찜 되누나: 함부로 짓다간(낭군이 밤에 오니까, 낭군인지도 모르고 함부로 짓다가는) 된장찜이 된다는 뜻이다.
해설
「개타령」은 민요와 재담소리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 혼자서 일인이역을 하며 부를 수도 있고, 둘이 부를 수도 있다. 과거 서도에서 잔치 뒤의 놀음판에서 전문소리꾼이 익살을 더해 구경꾼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불렀던 종합적인 성격을 지닌 전통소리였다. 「배뱅이굿」이 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판소리와 유사한 형식이라면, 「개타령」은 단순한 상황만을 노래한다. 하춘화와 고봉산이 히트시킨 「잘했군 잘했어(1971)」의 원본이 바로 「개타령」이다. 「잘했군 잘했어」는 「영감타령」이라는 이름으로 1930년대 김주호와 선우일선, 그리고 한경심과 이면우가 노래하기도 했다.
o 맹인덕담경
노랫말
사바세계(娑婆世界) 남섬부주(南贍部洲) 해동제일(海東第一) 대한국(大韓國)이요
불선명당(佛禪明堂) 신조경(神造經)은 여시아문(如是我聞)에 일시불(一時佛)인데
동방(東方)에는 청제지신(靑帝之神) 남방(南方)에는 적제지신(赤帝之神)
서방(西方)에는 백제지신(白帝之神) 북방(北方)에는 흑제지신(黑帝之神)
중앙에는 황제지신(黃帝之神) 오방제신(五方帝神) 하감(下感)하사
소원성취발원(所願成就發願)이요 당상학발(堂上鶴髮) 양친(兩親)을랑
오동(梧桐)나무 상상지(上上枝)에 봉황(鳳凰)같이 점지(占指)하고
슬하자손만세영(膝下子孫萬世榮)이라 무쇠 목숨 돌끈 달아
천만세(千萬歲)를 점지(占指)하고 이 댁(宅) 가중(家中) 대통(大通)할 제
대명당(大明堂)에다 집을 짓고 수명당(壽命堂)에다 우물 파고
아들을 낳으면 효자(孝子) 낳고 딸을 낳으면 열녀(烈女)로다
나라에는 충신동(忠臣童)이 부모(父母)에게 효자동(孝子童)이
형제간(兄弟間)에 우애동(友愛童)이 일가문중(一家門中)에 화목동(和睦童)이
친구에는 유신(有信童)이 세상천지(世上天地) 으뜸동아
동방삭(東方朔)의 명(命)을 받고 강태공(姜太公)의 나이를 빌어
선팔십(先八十)이며 후팔십(後八十) 일백 예순을 점지(占指)하고
석숭(石崇)의 복(福)을 빌어 물복(福)은 흘러들고
구렁 복(福)은 새려들고 인복(人福)은 걸어들고
쥐복(福)은 숨어들고 족제비복(福)은 뛰어들고
송아지복(福)은 맹맹 꺽죽꺽죽 뛰여들 제
시시개문(時時開門)에 만복래(萬福來)요 일일소지황금출(日日掃地黃金出)이라
겨울 문을 닫은 듯 여름 문을 열은 듯
물에 물탄 듯이 술에 술탄 듯이
옥반(玉盤)에 진주(眞珠) 담은 듯 평반(平盤)에 물 떠 놓은 듯
밤이면 불이 밝고 낮이면 물이 맑아
비단의 수결 같고 한강수(漢江水) 물결같이
수(水)는 청청(淸淸) 화(火)는 명명(明明) 그냥 그대로 내릴 적에
일년(一年)이면 열두 달 삼백이면 예순 날 하루같이 점지할 제
두다리 몽둑 샐죽 모르고 핼죽 없고 깜찍하고 야속하고
험한 놈의 입성수 모진 액귀(厄鬼) 관재구설(官災口舌) 흉측망측(凶測罔測)
께랑칙께낀 치사한 것 자동차(自動車)에 실어다가 봉천(奉天)장으로 방송(放送)하고
무슨 생활(生活)을 하시든지 소원성취(所願成就)하실 적에
외상 자리는 일본장으로 건너 보내고 맞돈짜리만 쓸어들 제
일원전(一圓錢)을 계교(計較)하면 십원전(十圓錢)이 생깁시고
십원전을 계교하면 백원전(百圓錢)이 생깁시고
백원전을 계교하면 천원전(千圓錢)이 생깁시고
천원전을 계교하면 만원전(萬圓錢)이 생깁시고
만원전을 계교하면 억조만원(億兆萬圓) 생기실 제
만원짜리 천원짜리 백원짜리 십원짜리 오원짜리
일원 오십전 이십전 십전 오전 일전 오푼짜리 맞돈짜리만 들어옵소사 분야
해설
「맹인덕담경」은 서도 재담소리로 「안택경(安宅經)」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뒤에 「파경(罷經)」을 부른다. 축원과 고사덕담의 내용을 담은 비나리의 일종이다. 소리는 맹인이 부르는 것으로 내용은 오래 살고 행복하고 돈을 많이 벌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집안의 복을 비는 판수나 무당이 터주를 위로하는 일종의 「안택경」이다. 집안이 잘 되라고 덕담으로 축원하는 풍자적인 노래이다. 이 가사 앞에 각 집안의 특성에 맞는 사설을 덧붙이기도 한다.
o 파경
노랫말
일쇄동방결도량(一灑東方潔道場) 이쇄남방득청량(二灑南方得淸凉)
삼산반락청천외(三山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능라도(二水中分綾羅島)라
능라도(綾羅島)며 을밀대(乙密臺)요 을밀대며 만폭대(萬瀑臺)라
청랑(廳廊)에 떨어졌다 매화(梅花) 풍림(風林)에 지지리 떨렁 깨진 귀신 너도 먹고 물러가고 독수공방(獨守空房) 찬 자리 홀로 자다 곤총이 없어 자빠진 귀(鬼) 너도 먹고 물러가고
인천부사(仁川府使) 삼년(三年)에 흰떡 하나 못 얻어 먹고 제물에 살짝 돌아간 귀(鬼) 너도 먹고 물러가고
처녀(處女) 죽어 골무귀(鬼) 총각(總角) 죽어 방추귀(鬼) 홀애비 죽어 몽치귀신(鬼神) 과부(寡婦) 죽어 원혼귀(冤魂鬼) 너도 먹고 물러가고
둥글넓적 젤편귀(鬼) 네 귀 번듯 사방귀(四方鬼) 간들간들 대롱대롱 졸리귀(鬼)야 너도 먹고 물러가고
둥글넓적 젤편귀(鬼) 네 귀 번듯 사방귀(四方鬼) 간들간들 대롱대롱 졸리귀(鬼)야 너도 먹고 물러가고
월명사창(月明紗窓) 달 밝은데 임 그리워 상사귀(相思鬼)야 너도 먹고 물러가고
어떤 색시 시아범 시어멈 몰래 부뚜막의 쌀 퍼주고 떡 사먹다 목이 걸려 자빠진 귀(鬼) 너도 먹고 물러가고
백사장(白沙場) 세(細)모래밭에 소식 없이 놀던 귀(鬼) 야반삼경(夜半三更) 깊은 밤에 등(燈)을 받고 놀던 귀(鬼)야 너도 먹고 물러가고
어떤 사람 팔자 좋아 남의 집 부인댁(婦人宅) 정(情)들이고 마음대로 못 보아서 오동짓달 설한풍(雪寒風)에 밤중 넘겨 기다리다 얼어 죽어 동태귀(冬太鬼)야 너도 먹고 물러가고
칠년대한(七年大旱) 가문 날 깨깨말라 죽은 귀(鬼) 구년지수(九年之水) 장마날에 퉁퉁 불어 죽은 귀야 너도 먹고 물러가고노중(路中)에서 객사귀(客死鬼) 너도 먹고 물러가고
대문(大門)간마다 엿보던 귀(鬼) 너도 먹고 물러가고
어떤 남자(男子) 팔자기박(八字奇薄) 조실부모(早失父母) 절통부어 풍운(風雲)에다 정을 두고 두루 사방(四方)하옵다가 팔장 베고 자빠진 귀(鬼) 불쌍하다 일망귀(一亡鬼)야 너도 먹고 물러가고
무당(巫儻) 죽어 걸립귀(鬼) 너도 먹고 물러가고
「사람 죽으면 신선귀(神仙鬼)가 되려무나 아니 놀고 아니 쓰지는 못하리로구나」
「 」 부분은 대사
해설
「파경」은 「안택경(安宅經)」 다음에 부른다. 「안택경」에서 복을 빌고 난 다음 여러 잡귀를 쫓는다는 내용이다. 「축귀경(逐鬼經)」의 민간 버전이며 풍자적인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맹인덕담경」이나 「안택경」과 같은 소리는 원래는 무속적인 내용이지만, 놀이판에서 풍자적인 내용이 더해지고 전문 소리꾼들에 의해 공연화되면서 세속화 과정을 거친 소리들이다. 「배뱅이굿」 외에는 현재에는 잘 불리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파경 (창악집성, 2011. 07. 04.,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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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도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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