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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경기소리
요약
경기소리란 서울 · 경기 지방을 중심으로 전승된 전통 소리이다.
경기소리란 서울 · 경기 지방을 중심으로 전승된 전통 소리이다. 「노랫가락」이나 「창부타령」과 같이 무속에서 유래한 노래도 있고, 여러 지방에서 올라와 경기소리로 발전한 노래도 있다. 이를테면 경기 12잡가 중의 하나인 「제비가」 노랫말은 경기소리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고 할 것인데, 「제비가」는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로 시작하여 판소리 『흥부가』의 제비 후리는 대목이 나오다가, 남도 민요 「새타령」 노랫말이 차례로 등장한다. 바로 그러한 노랫말의 축약, 종합, 비약이 경기소리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면서 노래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o 노랫가락
노랫말과 풀이
나비야 청산(靑山)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 날 저물면은 꽃 속에서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커든 잎에서라도 자고 가자
작자 미상의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一到 滄海) 허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明月)이 만공산 허니 쉬어간들 어떠리
황진이(黃眞伊,
꿈아 무정한 꿈아 왔던 임을 왜 보냈나
오신 님 보내지말고 잠든 나를 깨워주지
일후(日後)에 임이 오시면 임을 꼭잡고 날 깨워주렴
작자 미상
내 정은 청산(靑山)이오 임의 정은 녹수(綠水)로다
녹수야 흐르건 말건 청산이야 변할소냐
녹수는 청산 못 잊어 감돌아드네
황진이(黃眞伊
사랑도 거짓말이오 임이 날 위함도 또 거짓말
꿈에 와서 보인다하니 그것도 역시 못 믿겠구려
날같이 잠못이루면 꿈인들 어이 꿀 수 있나
작자 미상
말은 가자 굽을 치고 임은 날 잡고 아니놓네
석양은 재를 넘고요 나의 갈 길은 천리로다
벗님아 날 잡지 말고 지는 해를 잡아 매렴
작자 미상
세상엔 약이 많구요 드는 비수 많건마는
임을 잊을 약이 없구요 정 떨어지지도 않건마는
널과나 못살지라도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할까
작자 미상
바람이 물소린가 물소리 바람인가
석벽에 걸린 노송 움츠리고 춤을 추네
백운이 허우적거리고 창천(蒼天)에서 내리더라
작자 미상
이 몸이 학이 되어 나래우에다 임을 싣고
천만리 날아가서 이별없는 곳 내리리라
그곳도 이별곳이면 또 천만리
작자 미상
이 몸이 학이 되어 날개 위에다 임을 싣고
천만리 날아가서 이별 없는 곳에 내리리라
그곳도 이별이 있는 곳이면 또 천만리 날아가리
운종룡(雲從龍) 풍종호(風從虎)라 용이 가는데 구름이 가고
범 가는데 바람이 가니 금일송군(今日送君) 나도 가요
천리에 임 이별하고 주야상사(晝夜相思)로 잠 못이뤄
작자 미상
울밑에 벽오동(碧梧桐) 심어 봉황을 보렸더니
봉황은 제 아니오고 날아드느니 오작이로다
동자야 저 오작 쫓아라 봉황이 앉게
작자 미상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로 흐르는 물이 옛 물인들 있을소냐
사람도 물과 같으니 가고 아니
황진이(黃眞伊,
무량수각(無量壽覺) 집을 짓고 만수무강(萬壽無疆) 현판 달아
삼신산(三神山) 불로초(不老草)를 여기저기 심어놓고
북당(北堂)의 학발양친(鶴髮兩親)을 모시어다가 연년익수(延年益壽)
작자 미상
송악산(松嶽山) 내리는 안개 용수봉(龍首峯)의 궂은 비되어
선죽교(善竹橋) 맑은 물에 원앙선(鴛鴦船)을 띄워놓고
밤중만 월색(月色)을 쫓아 완월장취(玩月長醉)
작자 미상
무궁화 옛등걸에 광명(光明)의 새봄이 다시 왔다
삼천리 벋은 가지 줄기줄기 꽃이로다
아무리 풍우(風雨)가 심한들 피는 꽃을 어이하리
작자 미상
인연 없는 그 사랑을 잊어 무방하련마는
든 정이 병이 되어 사르나니 간장이라
지금에 뉘우친들 무슨 소용
작자 미상
인연이 아닌 그 사랑을 잊어도 되건마는
든 정이 병이 되어 애간장을 태우는구나
이제와 뉘우친들 무슨 소용 있으랴
언덕에 들국화는 서리속에 애련하다
못휘는 절개라고 송죽(松竹)만을 자랑하리
연약한 화초라한들 한뜻 지켜 피었구나
작자 미상
공자(孔子)님 심으신 남게 안연(顔淵) 증자(曾子)로 물을 주어
자사(子思)로 벋은 가지 맹자(孟子)꽃이 피었도다
아마도 그 꽃 이름은 천추만대(千秋萬代)에 무궁환가
작자 미상
충신(忠信)은 만조정(滿朝廷)이오 효자열녀(孝子烈女)는 가가재(家家在)라
화형제(和兄弟) 낙처자(樂妻子)하니 붕우유신(朋友有信) 하오리라
우리도 성주(聖主)모시고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누리리라
작자 미상
산첩첩천봉(山疊疊千峯)이로되 높고 낮음을 알건마는
창해망망(蒼海茫茫) 만리(萬里)로되 깊고 얕음을 알건마는
사람의 조석변이(朝夕變異)야 알 길 없네
작자 미상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 다 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너만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조선 영조 때의 문신(文臣)이자 가객(歌客) 이정보(李鼎輔, 1693~1766)의 시조다.
명사(鳴沙)의 해당화야 나비옴을 괴로워마라
고움이 항상(恒常)이며 청춘인들 매양이랴
일후(日後)에 낙화지면은 후회막급(後悔莫及)
작자 미상
귀또리 저 귀또리 어여쁠사 저 귀또리
지는 달 새는 밤에 절절히도 슬피 울어
네 비록 미물(微物)일망정 내 뜻 알기는 너뿐인가
왔소 나 여기 왔소 천리타향(千里他鄕)에 나 여기 왔소
바람에 날려를 왔나 구름속에서 싸여왔나
아마도 나 여기 온 것은 임 보려고
작자 미상
왔소 나 여기 왔소 멀리 떨어진 타향에 내가 왔소
바람에 날려 왔나 구름에 숨어 왔나
아마도 내가 여기 온 것은 임을 보기 위해서요
한잔 잡으시오 이술 한잔을 잡으시오
꽃으로 수를 놓으며 무궁무진(無窮無盡) 잡으시오
진실로 이잔 잡으시면 만수무강
작자 미상
한잔 잡으시오 이 술 한잔을 잡으시오
꽃으로 수를 놓으며 끝없이 잡으시오
진실로 이 잔 잡으시면 만수무강 하리라
잡으시오 들으시오 이술 한잔을 들으시오
이술은 술이 아니라 먹고 놀자는 경배주(傾杯酒)라
이술을 드시고 나면 천년만년을 사오리라
작자 미상
잡으시오 들으시오 이 술 한잔을 들으시오
이 술은 술이 아니라 먹고 놀자는 술이요.
이 술을 드시고 나면 천년만년을 사시리라
금잔은잔 다 그만두고 앵무배(鸚鵡杯)에 술을 부어
첫잔 부으니 불로주(不老酒)요 두 잔 부으니 장생주(長生酒)라
석 잔을 다시 부어서 만수무강(萬壽無疆)을 비나이다
작자 미상
내 사랑 남주지 말고 남의 임 사랑 탐내지마라
알뜰한 내 사랑에도 행여 잡사랑 섞일세라
우리도 이 사랑 가지고 백년이 진토록 잘살아보세
작자 미상
한평생 허덕이면서 남은 것이 그 무엇인가
담소화락(談笑和樂) 엄벙덤벙 매양일줄만 알았더니
야속한 무정세월(無情歲月)이 이내 청춘만 앗아갔네
작자 미상
비는 온다마는 임은 어이 못오는가
구름은 간다마는 나는 어이 못가는고
언제나 비구름 되어 오락가락
작자 미상
백사청송(白沙靑松) 무한경(無限景)에 해당화 붉어 있고
벽파상(碧派上)의 갈매기는 벗을 찾아 노니는데
한가한 저 범선은 풍경을 좇아 오락가락
작자 미상
녹양(綠楊)이 천만산(千萬絲)들 가는 춘풍(春風) 매어두며
탐화봉접(探花蜂蝶)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리
아무리 사랑이 중한들 가는 님을 어이하리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원익(李元翼, 1547~1634)의 시조이다.
그리워 애달퍼도 부디 오지 마옵소서
만나서 아픈 가슴 상사(相思)보다 더하오니
나 혼자 기다리면서 남은일생을 보내리라
작자 미상
금수강산 자리를 펴고 백두산 베고 누었으니
금강산 제일봉에 일월성신(日月星辰)이 춤을 춘다
하해(河海)가 술이라면은 세상 모두다 안주로다
작자 미상
해설
「노랫가락」은 「창부타령」과 함께 대표적인 경기 민요의 하나이다. 원래 「노랫가락」은 서울 지방의 굿에서 행하는 가망, 제석, 산마누라, 군웅, 별상 등의 굿거리에서 불렀다. “흔히 신이 하강하여 인간의 청원을 들어주기로 약속을 정하고 그 약속을 굳게 다지기 위해 신과 인간이 어울려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즐겁데 노는 순서가 있는데 그 때 불려지는 것이 노랫가락이다.”1) 이러한 노랫가락의 원형이 「상산노랫가락」, 「본향노랫가락」 등에 남아 있다. 이러한 서울 지방의 무가가 종교적인 의식이 아니라 일반인이 부르는 소리로 변한 것이 바로 경기 민요 「노랫가락」이다.
o 본향노랫가락
노랫말
천리소(千里所)하니 본향 양산에 산에 올라
거염은 단심인데 구비 설상에 돌아드니
설상에 매화핀 꽃에 나비본듯
본향 양산 오시는 길에 가얏고로 다리를 놓소
가얏고 열두줄인데 어느 줄로다 서려신가
줄아래 덩기덩 소리 노니라고
본향 양산 잡으신 잔에 잔 마다 이슬 맺어
이 잔도 저 잔 이요나 지성이라고 잔비우리
월광에 수없는 잔을 솟으라고
인에 하위 하손이다 0씨 가중에 본향님하위
임조차 하위오나요 본향양산에 하위라고
마누라 본향하위를 하위실가
천년만년을 빌러를 왔소 부모 자손이 만년수
천년에다 수를 비시고 만수무강에 복을 빌어
삼천년 한오백 하니 자손이 창성
가내진중 안유를 하오 0씨가중에 가내안유
가내도 안유이오나 집안 집밖에 진중이요
마누라 가내진중을 다 살필가
재수소망 생기소사 0씨 가정에 외방소망
외방에도 소망이오나 성안 성밖에 재수라고
사도에 휘어진 전량을 열손을 몰가
정성덕일랑 입소와 지요 0씨 가중에 황복덕
황복에도 덕이 오나요 정성드린데 덕이라고
마누라 지은 상덕을 다 입힐가
풀이
천리소(千里所)하니 본향 양산에 산에 올라: 천리 밖에서 신(神)이 왔으니, 마을을 지키는 신(본향 양산)은 산에 올라
거염은 단심인데 구비 설상에 돌아드니: ‘거염’의 뜻은 정확하지 않다. 전체 맥락으로 보아 신이 오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무가에서는 이렇게 정확히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매우 많다.
설상에 매화핀 꽃에 나비본듯: 눈에 핀 매화에 나비본 듯. 즉 매우 즐겁다는 뜻. 전체적으로 마을을 지키는 신을 만나 즐겁고 반갑다는 뜻이 된다.
0씨 가중에 본향님하위: 0씨는 굿을 의뢰한 당사자(재가집)의 성씨를 부르는 부분이다. 0씨 집안의 본향신 아래에 있는.
해설
「본향노랫가락」과 「상산노랫가락」은 경기 민요 「노랫가락」의 원형(原形)인 무속노랫가락이다. 가락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고, 노랫말은 판이하다.
무속노랫가락은 굿을 할 때, 신이 하강하여 인간의 청원을 들어주기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굳게 다지기 위해 신과 인간이 어울려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노는 순서가 있는데, 바로 그 때 부르는 노래이다.
「본향노랫가락」은 굿의 ‘부정거리’ 도입부에서 굿의 의뢰인의 본향(本鄕)에 있는 신을 불러오는 절차이다. 즉 서울에 살더라도 조상 때부터 살던 곳이 개성이라면 개성의 신령을 불러 굿터(聖所)를 정화하는 의식이며 「본향노랫가락」은 이 때 부른다.
「상산노랫가락」은 굿의 주재자(무당)이 가장 높게 모시는 신령을 위한 노랫가락이다. 「상산노랫가락」은 「본향노랫가락」이 끝난 후 신령에게 의뢰자가 진작(進爵) 한 후 행하는 절차다. 이 노래를 끝으로 ‘부정거리’가 끝난다. 이 밖에도 「불사노랫가락」이 있지만 가락은 대등소이하다.
o 상산노랫가락
노랫말
산간(山間)데 그늘이졌소 용가신데 수(水)이로다
수이라 깊소건마는 만경창파가 수이로다
마누라 영검 수이는 깊이 몰라
국만은 국이련마는 저 마당에 전이로다
시절은 시절이오나 높은 장군님 시절이오나
성신이 오던 길 두고 갈 길 몰라
어이하여 못오시나요 무슨 연고로 못오시나
산높아 못오시나요 물이 깊소와 못오시나
춘수(春水)가 만사택(滿四澤)하니 산물이 겨워
높은 장군님 오시는 길에 비수창검 다리를 놓소
비수에도 창검이오나 낙양창검에 서경비(西京匕)요
줄아래 덩기덩 소리 노니라고
높은 장군님 잡으신 잔에 황세주로다 이슬 맺어
황세주는 천일주인데 일년주라고 잔비우리
월강에 수없는 잔을 솟으라고
인에 하위 하손이다 0씨가중에 장군님하위
임조차 하위오나요 높은 장군님 하위라고
마누라 별상님하위를 하위실가
천년만년을 빌러를 왔소 부모자손이 만년수
천년에다 수를 비시고 만수무강에 복을 빌어
삼천년 한오백하니 자손이 창성
재수소망 생기소사 0씨대주님 외방소망
외방에도 소망이오나 성안성밖에 재수라고
사도에 휘어진 전량을 열손을 몰가
나라로 안녕을하오 국가온당이 태평성대
국가에도 태평이오나 성안성밖이 만만세
우리도 성주님 모시고 동락태평
정성덕이랑 입소와지요 0씨가정에 황복덕(黃福德)
황복에도 덕이오나요 정성드린데 덕이라고
마누라 지은상덕(至恩上德)을 다입힐가
풀이
산간(山間)데 그늘이졌소 용가신데 수(水)이로다 수이라 깊소건마는 만경창파가 수이로다 마누라 영검 수이는 깊이 몰라: 산에는 그늘이 졌고, 용이 간 곳은 물이다. 물은 깊지만 파도가 치는 바닷물도 물이다. 그 마누라(신)의 영험은 물깊이를 모를 정도로 깊다. 무당이 모시는 신을 마누라라 하고, 그 신이 영험이 있다는 말.
0씨가중에 장군님하위: 굿의 의뢰자 집안을 장군님 아래에 두고. 장군님은 무당이 모시는 신.
해설
「본향노랫가락」과 「상산노랫가락」은 경기 민요 「노랫가락」의 원형(原形)인 무속노랫가락이다. 가락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고, 노랫말은 판이하다.
무속노랫가락은 굿을 할 때, 신이 하강하여 인간의 청원을 들어주기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굳게 다지기 위해 신과 인간이 어울려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노는 순서가 있는데, 바로 그 때 부르는 노래이다.
o 창부타령
노랫말과 풀이
[띠리 띠리 띠리 리리리 리리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얼씨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창부타령」을 부를 때 일반적으로 피리 등의 반주가 있을 때는 바로 노래를 시작하고, 반주가 없을 때는 이 후렴을 먼저 부른다. 이때는 선후렴이 된다. 위의 후렴은 부르는 사람에 따라 어느 것을 골라도 된다. 이 밖에도 여러 비슷한 문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다른 후렴을 부를 수도 있다. 또는 후렴없이 이을 수도 있다. 즉 후렴은 어떤 것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이런 후렴을 해도 되고 저런 후렴을 해도 된다. 「창부타령」의 후렴은 즉흥적이어서 노래 부르는 사람의 호흡과 악기편성과 인원 편성 혹은 좌중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며 자유롭게 부른다.
한 송이 떨어진 꽃을 낙화 진다고 설워 마라
한 번 피었다 떨어질 줄을 나도 번연히 알건마는
모진 손으로 꺾어다가 시들기 전에 내버리니
버림도 쓰라리거든 무심코 짓밟고 가니 귄들 아니 슬플소냐
숙명적인 운명이라면 너무도 아파서 못 살겠네
[얼씨구나 지화자 좋네 디리리리 디리리리 인생백년은 꿈이로다]
지척동방(咫尺洞房) 천리(千里) 되어 바라보기 묘연하고
은하작교(銀河鵲橋)가 흩어졌으니 건너 갈 길이 아득하다
인적(人跡)이 끊겼으면 차라리 잊히거나아름다운 자태거동(姿態擧動) 이목(耳目)에 매양 있어
못 보아 병이 되고 못 잊어 한이로다
눈 감아서 보여진다면 소경이라도 되어질거나
지척동방 천리되어 바라보기 망연하고
은하작교 꽉 무너졌으니 건너갈 길 망연하다
엊그제 서로 만나 만단정회(萬端情懷) 풀길이 없어
어느듯이 헤어지니 쓰라린 이 심정을
어느 누가 알아주리 잊으랴 잊을 길 없어
아픈 가슴 움켜잡고 나만 혼자 고민일세
서산에 해 기울고 황혼이 짙었는데
안 오는 임 기다리며 마음을 죄일 적에
동산에 달이 돋아 온 천하를 비쳐 있고
외기러기 홀로 떠서 짝을 불러 슬피울 제
원망스런 우리 임을 한없이 기다리다
일경(一更) 이경 삼사 오경 어느듯이 새벽일세
추야장(秋夜長) 긴 긴 밤을 전전불매(輾轉不寐) 잠 못 들 제
상사일념(相思一念) 애타는 줄 그대는 아시는가
둘 데 없는 이내 심사(心思) 어디다가 붙여 볼까 차라리 잊자 해도
욕망이난망(欲忘而難忘)이라 차마 진정 못 잊겠네
사랑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
알다가도 모를 사랑 믿다가도 속는 사랑
오목조목 알뜰 사랑 왈칵달칵 싸움 사랑
무월삼경(無月三更) 깊은 사랑 공산야월(空山夜月) 달 밝은데
이별한 임 그린 사랑 이내 간장 다 녹이고 지긋지긋이 애탠 사랑
남의 정만 뺏어 가고 줄 줄 모르는 얄민 사랑
이 사랑 저 사랑 다 버리고 아무도 몰래 호젓이 만나
소곤소곤 은근 사랑
[얼씨구 좋다 내 사랑이지 사랑 사랑 참사랑아]
창문을 닫쳐도 숨어드는 달빛 마음을 달래도 파고드는 사랑
사랑이 달빛이냐 달빛이 사랑이냐 텅 비인 내 가슴엔 사랑만 가득 쌓였구나
사랑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 게 무엇이냐 보일듯이 아니 보이고
잡힐듯 하다 놓쳤으니 나 혼자 고민 하는 게 이것이 모두가 사랑이냐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하니 열흘이면 몇 삼추(三秋)요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어이 알리
얼마 아니 남은 간장 봄눈같이 다 녹는다
이내 한숨 바람되고 눈물은 비가 되어
우리 임 자는 영창(映窓) 밖에 불면서 뿌려나 주면
날 잊고 깊이 든 잠 놀래어 깨우고저
아서라 쓸데없다 마자 마자 마자 해도 그대 생각뿐이로다
백구야 나지를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다
성상(聖上)이 버리시매 너를 쫓아 여기 왔네
나물먹고 물을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의 살림살이가 요만하면 넉넉한데
일촌(一村) 간장 맺힌 설움 부모님 생각뿐이로다
만리장공(萬里長空) 하운(夏雲)이 흩어지고
무산십이봉(巫山十二峰)은 월색(月色)도 유정(有情)터라
님 이라면 다 다정하며 이별이라고 다 슬프냐
이별 말자 지은 맹세는 태산같이 믿었더니만
태산이 허망히 무너질 줄 어느 가인(佳人)이 알어줄 거냐
우연히 길을 갈 적에 이상한 새가 울음을 운다
무슨 새가 울랴마는 적벽화전(赤壁火戰)의 비운(悲運)이라
하야구구 진토(塵土)를 보고 설리 통곡 우는 모양
사람의 심리로서야 차마 진정 못 보겠네
포연탄우(砲煙彈雨) 모진 광풍(狂風)에 천하장사 영웅호걸이 비명횡사가 몇몇 일러냐
일후에 그 원혼들이 와석종신(臥席終身) 못 한 이 한을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 하느냐
진국명산만장봉(鎭國名山萬丈峰)이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은
서색(瑞色)은 반공응상궐(蟠空凝象闕)이요 숙기(淑氣)는 종영출인걸(鍾英出人傑)하니
만만세지금탕(萬萬世之金湯)이라
태평연월(太平烟月) 좋은 시절 전조사(前朝事)를 꿈꾸는 듯
유유한 한강물은 말없이 흘러가고
인왕으로 넘는 해는 나의 감회 돋우는 듯
명년삼월(明年三月) 오시마더니 명년이 한(限)이 없고
삼월도 무궁(無窮)하다 양류청양류황(楊柳靑楊柳黃)은 청황변색(靑黃變色)이 몇 번이며
옥창앵도(玉窓櫻桃) 붉었으니 화개화락(花開花落)이 얼마인고
한단침(邯鄲枕) 빌어다가 장주호접(莊周蝴蝶)이 잠깐 되어 몽중상봉(夢中相逢)하겠더니
장장춘단단야(長長春短短夜)에 전전반측(輾轉反側) 잠 못 이뤄 몽불성(夢不成)을 어이 하리
날 찾네 나를 찾네 그 누구라 날 찾나
기산영수(箕山潁水) 별건곤(別乾坤)에 소부(巢父) 허유(許由)가 날 찾나
백화심처일승귀(百花深處一僧歸)라 춘풍석교화림중(春風石橋花林中)에
성진화상(性眞和尙)이 날 찾나
청산기주(靑山夔洲) 백로탄(白鷺灘)에 여동빈(呂洞賓)이가 날 찾나
도화유수무릉(桃花流水武陵) 가자 어주속객(漁舟屬客)이 날 찾나
수양산(首陽山) 백이숙제(伯夷叔齊) 고사리(採薇) 캐자 날 찾나
부춘산(富春山) 엄자릉(嚴子陵)이 간의대부(諫議大夫) 마다 하고
칠리동강일사풍(七里桐江日斜風)에 함께 가자 날 찾나
기경선자(騎鯨仙子) 이태백(李太白)이 풍월(風月)짓자 날 찾나
상산사호(常山四皓)네 노인이 바둑 두자 날 찾나
기주(嗜酒)하던 유령(劉伶)이가 동배주(同盃酒)하자고 날 찾나
칠석은하(七夕銀河) 견우직녀(牽牛織女) 한포(漢浦)로 지나다가 함께 가자 날 찾나
차산중운심(此山中雲深)한데 부지처(不知處) 오신 손님
날 찾을 리 없건마는 그 누구라 날 찾나
일년 삼백 육십 일은 춘하추동 사시절인데
꽃 피고 잎이 나면 화조월석(花朝月夕) 춘절(春節)이요
사월남풍(四月南風) 대맥황(大麥黃)은 녹음방초(綠陰芳草) 하절(夏節)이라
금풍(金風)이 소슬(蕭瑟)하여 사벽충성(四壁蟲聲) 슬피 울면
구추단풍(九秋丹楓) 추절(秋節)이요 백설(白雪)이 분분(紛紛)하여
천산(千山)에 조비절(鳥飛絶)이요 만경(萬徑)에 인종멸(人踪滅)하면
창송녹죽(蒼松綠竹) 동절(冬節)이라
인간칠십고래희(人間七十古來稀)요 무정세월약류파(無情歲月若流波)라
사시풍경(四時風景) 좋은 시절 아니 놀고 어이 하리
님 이별 해본 사람들 몇몇이나 된다느냐
님을 잃던 그날 밤에 어디가 아프고 쓰리드냐
배 지나간 바다 위에는 파도와 물결만 남아 있고
님 떠나간 내 가슴에는 그 무엇을 남겼느냐
장미화 꽃이 곱다고 해도 꺽어보니 가시로다
사랑이 좋다고 해도 남 되고 보니 원수로다
기다리다 못하여서 잠이 잠깐 들었더니
새벽별 찬바람에 풍지(風紙)가 펄렁 날 속였네
행여나 임이 왔나 창문(窓門) 열고서 내다보니
임은 정녕 간 곳도 없고 명월(明月)조차 왜 밝았나
생각 끝에 한숨이요 한숨 끝에 눈물이라
마자마자 마쟀더니 그대 화용만 어른거려
긴 긴 밤만 새웠노라
모진 간장 불에 탄들 어느 물로 꺼 주려나
뒷동산 두견성(杜鵑聲)은 귀촉도(歸蜀道) 귀촉도 나의 설움을 몰라 주고
옛날 옛적 진시황(秦始皇)이 만권시서(萬卷詩書)를 불사를 제
이별 두 자를 못살랐건만
천하장사 초패왕도 장중(帳中)에 눈물을 짓고
우미인 이별을 당했건만
부모같이 중한 분은 세상천지 또 없건마는
임을 그리워 애타는 간장 어느 누가 알아주리
요망스런 저 가이야 눈치없이 짖지 마라
기다리고 바라던 임 행여나 쫓을세라
임을 그려 애태우고 꿈에라도 보고지고
구곡간장(九曲肝腸) 다 녹을 제 장장추야(長長秋夜) 긴 긴 밤을
이리하여 어이 샐꼬 잊으려고 애를 쓴들
든 정이 병이 되어 사르나니 간장이라
백두산 천지가엔 들쭉 열매 아름답고
굽이치는 압록강엔 뗏목 또한 경이로다
금강산 비로봉엔 기화이초(奇花異草) 피어 있고
해금강 총석정엔 넘실대는 파도 위에
백조 쌍쌍 흥겨운다 배를 타고 노를 저어
대자연 좋은 풍경 마음대로 즐겨 볼까
간밤 꿈에 기러기 보고 오늘 아침 오동 위에
까치 앉아 짖었으니 반가운 편지 올까
그리던 임이 올까 기다리고 바랐더니
일락서산(日落西山) 해는 지고 출문망(出門望)이 몇 번인가
언제나 유정(有情) 임 만나 화류동산춘풍리(花柳東山春風裡)에 이별 없이 살아 볼까
섬섬옥수(纖纖玉手) 부여잡고 만단정회(萬端情懷) 어제런 듯
조물(造物)이 시기하여 이별될 줄 뉘라 알리
이리 생각 저리 궁리 생각 끝에 한숨일세
얄밉고도 아쉬웁고 분하고 그리워라
아픈 가슴 움켜잡고 나만 혼자 고민일세
추강월색(秋江月色) 달 밝은 밤에 벗 없는 이내 몸이
어둠침침 빈 방 안에 외로이도 홀로 누워
밤 적적 야심토록 침불안석(寢不安席) 잠 못 자고
몸부림에 시달리어 꼬꾜닭은 울었구나
오날도 뜬눈으로 새벽맞이를 하였구나
어지러운 사바세계(娑婆世界) 의지할 곳 바이 없어
모든 미련 다 떨치고 산간벽절 찾아가니
송죽(松竹) 바람 슬슬(瑟瑟)한데 두견조차 슬피 우네
귀촉도불여귀(歸蜀道不如歸)야 너도 울고 나도 울어
심야삼경(深夜三更) 깊은 밤을 같이 울어 새워 볼까
[오호 한 평생 허무하구나 인생백년이 꿈이로다]
하늘같이 높은 사랑 하해(河海)같이 깊은 사랑
칠년대한(七年大旱) 가문 날에 빗발같이 반긴 사랑
구년지수(九年之水) 긴 장마에 햇빛같이 반긴 사랑
당명황(唐明皇)의 양귀비요 이도령의 춘향이라
일년 삼백 육십 일에 하루만 못봐도 못 살겠네
공도(公道)라니 백발(白髮)이요 면치 못할 죽음이로다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人皇)시면 요순우탕(堯舜禹湯) 문무주공(文武周公)
성덕(聖德)이 없어서 붕(崩) 했으며
말 잘하는 소진(蘇秦) 장의(張儀) 육국제왕을 다 달랬으나
염라대왕은 못 달래어 한 번 죽음 못 면하고
그러한 영웅들은 죽어 사적(史蹟)이라도 있건마는
우리 초로 인생들이야 아차 한번 죽어 지면
잎이 나나 싹이 나나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 잎 진다 설워 마라
너는 명년 춘삼월이면 다시 피어 오건마는
우리 초로인생들이야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갱소년(更少年) 어려워라
세상공명(世上功名) 부운(浮雲)이라 강호어옹(江湖漁翁) 되오리다
일엽편주(一葉片舟) 흘리저어 임기소지(任期所之)하올 적에
만경창파(萬頃蒼波) 넓은 물에 호호탕탕(浩浩蕩蕩) 떠나간다
주경(舟輕)하니 산사주(山似走)요 파급(波急)하니 야여주(野如走)라
은린옥척(銀鱗玉尺) 펄펄 뛰고 백구(白鷗) 편편(翩翩) 비꼈는데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좌우산천(左右山川) 살펴보니 경개무궁(景槪無窮) 좋을씨고
격안전촌(隔岸前村) 양삼가(兩三家)에 저녁 연기(煙氣) 일어나고
반조입강반석벽(返照入江盤石壁)에 거울 낯을 벌였는데
언덕 위에 초동(樵童)이요 석벽(石壁) 아래 어옹(漁翁)이라
창랑일곡(滄浪一曲) 반겨 듣고 소리 좇아 내려가니
엄릉(嚴陵) 여울 다다랐다 천척단애(千尺斷崖) 높은 곳에
창송녹죽(蒼松綠竹) 푸르렀고 칠리청탄(七里淸灘) 고요한데
쌍쌍(雙雙) 오리 높이 떴다 고기 주고 술을 사서
취(醉)케 먹고 달을 띠고 돌아오니
대장부 세상자미(世上滋味) 이에서 더할소냐
[얼씨구 좋다 지화자 좋네 인생백년(人生百年)이 좋을시고]
귀(貴)치 않은 이내 몸이 사자 사자 헤매어도
세파(世波)에 부대끼어 남은 것은 한(恨)뿐이라
만고풍상(萬古風霜) 비바람에 시달리고 시달리어
노류장화(路柳墻花)에 몸이 되니 차라리 다 떨치고
산중으로 들어가서 세상 번뇌를 잊어볼까
세파(世波)에 시달린 몸 만사(萬事)에 뜻이 없어
모든 시름을 잊으려고 홀로 일어 배회(徘徊)할 제
만뢰(萬籟)는 구적(俱寂)한데 귀뚜라미 슬피 울어
다 썩고 남은 간장 어이 마저 썩이느냐
가뜩이나 심란한데 중천(中天)에 걸린 달은
강심(江心)에 잠겨 있고 짝을 잃은 외기러기
운소(雲宵)에 높이 떠서 처량한 긴 소래로
짝을 불러 슬피 우니 춘풍호월(春風皓月) 저문 날에
두견성도 느끼거든 오동추야단장시(梧桐秋夜斷腸時)에
차마 어찌 들을 것가
가고 못 올 양이면 정이나 마저 가져가지
님은 가고 정만 남으니 밤은 점점 야삼경(夜三更)에
사람의 심리로서 병 아니 들 리가 만무로다
[얼씨구나 절씨구 지화자 좋구나 아니 노진 못하리라]
봄이 왔네 봄이 왔네 무궁화 이 강산
새봄이 왔네 방실방실 웃는 꽃들
우줄우줄 능수버들 비비배배 종달새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라 앞집 수탉이 꼬끼요 울고
뒷집 삽사리 컹컹 짖네 앞논의 암소가 엄매엄매
뒷뫼의 산꿩이 끼기익끽 물 이고 가는
큰애기 걸음 삼춘가절(三春佳節)의 흥에 겨워
사뿐사뿐 아기장아장 흐늘거리며 걸어가네
증경은 쌍쌍(雙雙) 녹담중(綠潭中)이요
호월(皓月)은 단단(團團) 영창롱(映窓櫳)인데
적막한 나유(羅帷) 안에 촛불만 도두 켜고
인적적(人寂寂) 야심(夜深)한데 귀뚜람 소리가 처량하다
금로(金爐)에 향진(香盡)하고 옥루(玉漏)는 잔잔(潺潺)한데
돋은 달이 지새도록 뉘게 잡히어 못 오시나
임이야 나를 생각하는지 나는 임 생각뿐이로다
독수공방(獨守空房) 홀로 누워 전전불매(輾轉不寐) 장탄수심(長嘆愁心)
남은 간장 다 썩는다
그대 나와 사귈 적에 이별하자 사귀었나
백년 살자 굳은 언약 일조허사(一朝虛事) 뉘라 알리
임을 그려 애태다가 상사(想思)로 병이 되니
조물(造物)이 시기하여 날 미워서 준 병인가
안타까운 이내 심정 억제할 길 바이 없어
일배일배부일배(一盃一盃復一盃)에 몽롱(朦朧)히 취케 먹고
울적한 빈 방안에 외로이 혼자 앉아
옛 일을 생각하니 만사(萬事)가 꿈이로다
상사불견(想思不見) 우리 임을 어느 때나 다시 만나
그린 회포(懷抱)를 풀어 볼까
금풍(金風)은 소슬(蕭瑟)하고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임 생각을 잊으려고 아픈 마음 달랠 적에
야속할 손 외기러기 북천(北天)으로 날아가며
처량한 울음으로 나의 심회 돋워 주고
지는 달 새는 밤에 귀뚜라미 슬픈 울음
사창(紗窓)에 여읜 잠을 살뜰히도 다 깨운다
무인동방(無人洞房) 홀로 누워 이리 딩굴 저리 딩굴
잠 못자고 애태우니 안타까운 이 심정을
어느 누가 알아 주리
갈매기 낭낭하고 오곡강상(五曲江上) 넓은 물에
붉은 돛을 비껴달고 한가한 뱃노래에
어기여차 노를 저어 원포귀범(遠浦歸帆) 돌아올 때
사공들의 콧노래가 어찌 아니 좋을쏘냐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簞瓢子)로 천리강산(千里江山) 들어가니
산은 높고 골은 깊어 두견(杜鵑)접동 날아든다
구름은 뭉게뭉게 상상고봉(上上高峯) 산머리에
낙락장송(落落長松) 어려 있고 바람은 슬슬 불어
구곡계변(九曲溪邊) 암석상(岩石上)에 꽃가지 떨뜨린다
경개무궁(景槪無窮) 절승(絶勝)하고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니
아니 놀고 어이 하리
문여하사서벽산 問余何事栖碧山 그대 산에서 왜 사느냐고 물으면
소이부답심자한 笑而不答心自閒 내 마음 한가하여 대답 않고 웃기만
도화유수묘연거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 뜬 강 아득하게 흘러가니
별유천지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 여긴 경치 아름다워 인간 세상 아니라네
지리하구나 님 이별은 생각사록 목이 메고
인연 없어 못 보느냐 무정하여 그리느냐
인연도 없지 않고 유정도 하건마는
일성중(一城中) 안 같이 살며 왜 이다지도 그려사나
차라리 몰랐더라면 뉘가 뉜줄을 몰랐을걸
사귄 것이 원수로구나 정 많이 든 것이 대원수로다
춘풍화류(春風花柳) 번화시(繁華時)에 애를 끊는 저 두견아
허다공산(許多公山)을 다 버리고 내 창전(窓前)에 와 왜 우느냐
밤중이면 네 울음소리에 억지로 든 잠 다 깨운다
잠을 자느냐 꿈을 꾸느냐 날 생각 하느라고 번민이냐
생각을 하고 또 생각해도 님의 화용이 그리워 뭇살겠네
가시네 가겠구나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임을 따라서 나는 간다 천리라도 따러를 가고
만리라도 쫓아 가 임을 보낸 이 세상을
누구를 믿고서 살아가나
[디리리 디리리리리 디리디리리 리리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바람아 광풍아 불지 마라 송풍낙엽(松風落葉)이 다 떨어진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 잎 진다 설워 마라
동삼(冬三) 석달 잠을 자다가 춘삼월이 다시 올 제
황금같은 꾀꼬리는 양류상(楊柳上)으로 넘나들며
순제금(順帝禽)을 희롱하고 탐화봉접(探花蜂蝶)이 춤을 출제
훈풍을 좇아서 또 피련마는 우리 인생 늙어지면 다시 젊지는 못하리로다
이 밤이 왜 이리 긴가 그 님이 그리운가
그 님이 그리워서 이 밤이 이리 긴가
그리워 애달파도 부디 부디 오지마오
만나고 아픈 가슴 상사(相思)보다 더 하오니
나 혼자서 기다리면서 남은 일생을 살으리라
원수가 원수가 아니라 내 정은 뺏어가고
제 정 안 주니 그것이 모두 다 원수로다
심중에 타는 불을 그 뉘라서 꺼 줄 손가
신농씨(神農氏)를 꿈에 보고 불 끌 약을 물었더니
님으로 하여 난 병이니 임이 아니면 못 끈다네
서리 맞어 병든 잎은 바람이 없어도 떨어지고
님 그리워 애타는 가슴 병 아니 든다고 내 어이 사나
손목을 잡고 작별을 하려고 눈물 씻고 자세히 보니
홍도(紅桃)와 같이 고운 얼굴에 앵도와 같이 붉은 입술
검은 눈섭을 그린듯이 깍은듯이 가는 허리가
활대와 같이 휘였구나 노란 저고리 다홍치마에
붉은 깃에 남 끝동에 물명주 삼팔 수건을
눈결과 같이 휘여잡고 들며 날며 곁눈질에
돈 없는 건달 마음 애타는 심정을 어이 알리
님아 믿을 것이냐 못 믿을 건 님이로구나
꿈에라도 보인단 말은 그도 역시 못 믿을까
꿈아 무정한 꿈아 날과 무슨 원수길래
오는 님을 보내느냐 가는 님을 붙들어 놓고
잠든 나를 깨워 주지 지금쯤은 잠을 자느냐
다른 처자 뉘였느냐 모두 다 꿈에 그쳤구나
[ ] 부분은 후렴
해설
「창부타령」은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발달한 대표적인 경기 민요이다. 원래 무가(巫歌)의 일종으로 무가에서 변형된 것이다. 「노랫가락」과 마찬가지로 속화된 민요이다. ‘창부(倡夫)’란 무당의 남편이면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을 뜻하는 ‘광대신’을 가리킨다. 이 광대신은 무당이 위하는 광대의 혼령인데, 광대신인 창부를 불러 재수가 있게 해달라고 비는 굿을 ‘창부굿’이라 한다. 「창부타령」은 바로 이러한 굿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노랫말도 속화하여 단가, 잡가, 시조, 가사 등에서 전이되어 온 것이 많다. 굿판에서의 「창부타령」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어떤 창부가 올라왔나 어떤 창부가 올라왔나
안산광대에 박산창부 수문시위 너털이요
전라도하고 남원창부 경상도라 떼광대씨
소년 출신에 재인광대 한양 경성을 올라올 때
쳐다보면 만학천종 내려다보면 백사지땅
건너다보면 기암절벽 산은 첩첩 천봉이요
수는 잔잔 직계수라 논틀밭틀을 건너올 때
나무도 찍어서 다리 놓고 돌도 굴러서 구렁 메고
한양경성을 올라와서 0씨 가중에 들어왔네
이왕지사 왔던 길에 일년 홍수나 막고 가자
정월 한달에 드는 홍수 이월 계춘에 막아주고
(이하 생략)
「창부타령」을 부를 때 일반적으로 피리 등의 반주가 있을 때는 바로 노래를 시작하고, 반주가 없을 때는 후렴을 먼저 부른다. 이때는 선후렴이 된다. 후렴은 몇 가지가 있는데 부르는 사람에 따라 어느 것을 골라도 된다. 이 밖에도 여러 비슷한 문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다른 후렴을 부를 수도 있다. 또는 후렴없이 이을 수도 있다. 즉 후렴은 어떤 것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이런 후렴을 해도 되고 저런 후렴을 해도 된다. 「창부타령」의 후렴은 즉흥적이어서 노래 부르는 사람의 호흡과 악기편성과 인원 편성 혹은 좌중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며 자유롭게 부른다. 「창부타령」의 노랫말은 100여 개 이상이 되지만 많이 부르는 것만 수록했다.
o 대감타령
노랫말
어떤 대감이 내 대감
원주대감에 터주대감 남대감님에 여대감님
산나무지접에 지접대감 죽은 나무에 목신대감
수문장에 패장대감 이담저담 넘나들던
이 터전으로 개비대감 날이 충충 비가오면
앞뜰에서 저벅저벅 뒤뜰에서 투벅투벅
인적을 비추던 내 대감님 자취를 뵈시던 내 대감님
우리대감님 거동봐라 한 나래를 툭툭 치면
일만석이 쏟아지고 또 한나래를 툭툭 치면
억만석이 쏟아진다 나갈적엔 빈바리요
들어올적엔 찬바리라 금산에 가서 금을 뜨고
은산에 가서 은을 뜨고 전량산에가 전량을 떠서
재수소망 생겨주마 우르르딱 생겨주마
어허 구자
우리 대감님 거동을 봐라
친구 벗님과 노실적에 어떤 술을 잡수시나
청유리병에 청소주요 황유리병에 황소주라
목이 긴 황새병에 움츠러진 자라병에
만첩청산에 송엽주요 뚝떨어졌다 낙화주요
이태백에 포도주요 도연명에 국화주요
마고선녀에 천일주요 삼월화류 두견주요
맛이 좋아서 감홍로요 홀로 빚어서 상사주요
둘이 빚어서 의논주요 셋이 빚어서 공론주요
만년잔에 가득 부어 황세주를 잡수실 때
어떤 안주를 잡수시나 펄펄뛰는 숭어찜에
꺽꺽푸드득 장끼찜요 엉금엉금 참게찜이요
우리대감이 노실 적에 한 어깨를 들썩하니
억수만금이 쏟아지고 또 한 어깨 들썩하니
갖은 보물 쏟아지어 금시발복 하시겠네
어허 구자(대감의 술타령)
우리 대감님 거동을 봐라
어떤 옷을 입으시고 거드럭겅청 놀으시나
해가 돋아 일광단이요 달이 돋아 월광단
뭉게뭉게 구름단에 꿈틀꿈틀 용문단
덤석딛어 말급장단 입벌렸다 통해단
대천앞바다 조개문단 님을 그려 상사단
만첩청산 호랑단에 제갈공명에 와룡단
엉글벙글 잉어문단 돌아누었다 모초단
문살같은 쌍문출단 동지섣달에 설하문단
날가물어 한포단에 장마들었다 수피단
낮에 짰다 해도주요 밤에 짰다 야경사라
명주삼팔주 필누비며 왕십리에 세누비요
국수누비에 손누비요 우리대감이 노실 적에
한 소매를 펄럭이니 앞 노적에 싹이 나고
또 한 소매 펄럭이니 뒷 노적에 꽃이 피네
부엉덕새 날아들고 업족제비는 새끼치고
긴대업은 기어들고 돼지업은 걸어들 때
금은보화 쏟아지어 천동갑만동갑 생겨주마
어허 구자(대감의 옷타령)
우리대감님 거동봐라
누구에 조종(祖宗)이 제일인가 어떤 조종이 제일인가
산지조종은 곤륜산이요 수지조종은 황하수라
양반에 조종은 대원위대감 만신에 조종은 덕물산
어른에 조종은 태상노군(太上老君) 아이에 조종은 강림도령
기생에 조종은 맨드라미 광대의 조종은 모흥갑
군사에 조종은 검정군사 능지조종(陵之祖宗)은 건원능
문지조종은 숭례문이요 다리에 조종은 광춘교다리
거리에 조종은 종로거리 이 조종 저 조종 다 제치고
내 대감 조종이 제일이지
어허 구자(대감의 조종타령)
풀이
개비대감: 도깨비를 말한다
전량산(錢糧山): 돈과 곡식이 많은 산. 상징적인 산이다.
금시발복(今時發福): 어떤 일을 한 뒤에 이내 복이 돌아와 부귀를 누리게 된다는 뜻이다
덕물산: 개성 부근에 있는 산. 예로부터 무속이 많이 행해졌다.
태상노군(太上老君): 노자(老子)를 말한다
모흥갑: 조선 말기의 판소리 명창
능지조종(陵之祖宗)은 건원능: 능의 으뜸은 태조 이선계의 능인 건원릉이라는 뜻이다
광춘교: 광통교(廣通橋)의 잘못인 듯. 광통교는 광교.
해설
「대감타령」은 원래 대감굿을 할 때 공수 다음에 행해지던 무속 소리 중의 하나이다. 대감은 여러 잡신을 말한다. 이 「대감타령」은 굿이 그렇듯이 행하는 사람에 따라 가사의 변화가 매우 심하다. 여기서는 『한양무속집』(김선경편저)를 기준으로 하였다.
o 청춘가
노랫말
청춘홍안(靑春紅顔)을 네 자랑 말아라
덧없는 세월에 백발이 되노라
무정세월아 가지를 말아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가누나
세월이 가기는 흐르는 물 같고
인생이 늙기는 바람결 같구나
천금(千金)을 주어도 세월은 못사네
못사는 세월을 허송을 말아라
동두천 소요산 약수대 꼭대기
홀로 선 소나무 날 같이 외롭다
여울에 바둑돌 부디껴 희고요
이내몸 시달려 백발이 되누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항우(項羽)의 장사라도
우미인(虞美人) 이별엔 눈물이로구나
강상(江上)에 두둥둥 떠가는 저배야
한많은 이몸을 싣고서 가거라
이팔은 청춘에 소년 몸 되어서
문명의 학문을 닦아를 봅시다
창밖에 오는 비 산란도 하더니
비 끝에 돋는 달 유정(有情)도 하구나
가는 곳마다 정들여 놓고요
이별이 잦아서 나 못 살겠네
청류벽(淸流壁)이 변하여 수병풍 되고요
능라도(綾羅島)가 변하여 꽃방석 되누나
금수강산(錦繡江山)이 제 아무리 좋아도
정든 임 없으면 적막강산(寂寞江山)이로다
산 좋고 물 좋은 금수강산에
꽃피고 새우는 봄철이로구나
니가 날만큼 사랑을 하면은
가시길 천리라도 맨발로 뛰어라
쓰라린 임 이별 목이 메이고
청춘도 갔으니 내 어이 살리오
풀이
청춘홍안: 젊은이의 붉은 얼굴. 젊음을 말한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음. 초나라 항우의 힘과 기세를 표현하는 말. 우미인은 항우의 사랑했던 여인. 항우가 ‘사면초가’의 막다른 상황에 몰리자 최후의 주연을 베풀고 자결했다.
청류벽(淸流壁)이 변하여 수병풍 되고요 능라도(綾羅島)가 변하여 꽃방석 되누나: 청류벽은 평양 모란봉 동쪽 대동강 기슭에 있는 벼랑. 경치가 아름답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 청류뱍이 수를 놓은 병풍이 되고, 능라도도 변하여 꽃을 수놓은 방석이 된다는 말. 능라도는 평양 대동강에 있는 섬.
해설
「청춘가」는 개화기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경기 민요이다. 인생은 짧은 것이니 젊어서 타락하지 말고 부지런히 노력하고 공부하여 청춘을 허비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다. 계몽가사에 해당하는 것인데, 세월이 지나면서 여러 사람들이 노래하면서 여러 노랫말들이 섞여 들어갔다. 조선 말기에 있었던 「이팔청춘가(홀과수타령)」를 원본으로 하여 노랫말이 변해서 만들어진 노래이다. 「이팔청춘가」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여인의 신세한탄이지만, 「청춘가」에서는 계몽적인 내용이 새로 삽입되었다.
o 이별가
노랫말
이별이야 이별이야
임과 날과 이별이야
인제 가면 언제 오리요
오만 한을 일러주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만경창파(萬頃蒼波)에 배띄워라
새벽 서리 찬바람에
울고 가는 기러기야
가지 마오 가지 마오
이별을랑 두고 가지 마오
가는 임을 잡지 마오
다녀올 때가 반갑다오
범피중류(泛彼中流) 푸른 물에
가는 듯이 돌아오소
오목조목 살뜰한 사랑
한 번 이별에 무소식일세
정든 임을 이별하고
뜻 붙일 곳이 바이 없네
만고영웅(萬古英雄) 당명황(唐明皇)도
양귀비 이별에 눈물지었네
하염없이 눈물짓고
서로 헤어진 쓰라린 이별
멋모르고 헤어진 뒤
이다지도 그리운가
살아 생전 생이별은
생초목(生草木)의 불이라네
풀이
범피중류(泛彼中流): 배가 넓은 강이나 바다의 중간쯤에 둥둥 떠 있음
살아 생전 생이별은 생초목(生草木)의 불이라네: 생초목에 불이라는 것은 젖은 나무에 불을 붙이기 힘들고, 불이 붙어도 연기가 심하게 나서 연기 때문에 괴로울 수밖에 없다. 살아 이별이 힘든 것을 비유하여 하는 말.
해설
「이별가」는 경기 민요이다. 판소리 『춘향가』의 「이별가」와는 다르다. 경기 민요 「이별가」는 장단이나 후렴 없이 길게 내뽑는 것이 특징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막북행정록(漠北行程錄)」 편에 보면 다름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땅이 좁은 곳이라 살아서 멀리 이별하는 일이 없으므로 그리 심한 괴로움을 겪은 일은 없으나, 다만 뱃길로 중국에 들어갈 때가 가장 괴로운 정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대악부(大樂府) 중에 이른바 배따라기곡(排打羅其曲)이 있으니 우리 시골 말로는 배가 떠난다는 것이다. 그 곡조가 몹시 구슬퍼서 애끊는 듯하다.
o 사발가
노랫말
금수강산 삼천리 풍년이 오니
한 사발 두 사발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
[에헤요 어허야 어여라 난다 듸여라 허송세월을 말아라]
석탄백탄(石炭白炭) 타는 데 연기만 펄펄 나지요
이내 가슴 타는 데 연기도 김도 안 나네
정든 임아 오실테면 버젓하게나 오지요
꿈속에만 오락가락 구곡간장(九曲肝腸)을 다 태운다
낙동강 칠백리 포곡새(布穀鳥) 울고요
이 강산 삼천리 무궁화 피누나
열두 주름 치마폭 갈피갈피 맺힌 설움이
초생달이 기울면 줄줄이 쌍쌍(雙雙)이 눈물이라
시냇가에 빨래소리는 오드락 똑딱 나는데
아롱아롱 버들잎은 정든 님 얼굴을 가리누나
옥난간(玉欄干)을 의지하여 통소 한 곡 슬피 부니
가슴 속에 깊은 시름 억제할 길 바이 없네
백두산 천지가엔 백학이 너울대고
한라산 백록담엔 기린이 뛰논다
호호탕탕(浩浩蕩蕩) 넓은 물에 두둥실 뜬 백구
십리파광(十里波光) 헤치면서 쌍거쌍래(雙去雙來) 날아든다
한잠 자다 깨어나서 거문고를 희롱하니
창 밖에 섰는 백학(白鶴) 우줄우줄 춤을 추네
일망무제(一望無際) 넓은 들에 가득이 심은 곡식은
농업보국(農業報國) 다한 후에 학발양친(鶴髮兩親)을 봉양하세
뜰 앞에 꽃이 피니 십년이 어느덧고
추야장(秋夜長) 깊은 밤에 눈물겨워 밤샜노라
알뜰살뜰 맺은 사랑 울며불며 헤어지니
아프고 쓰린 가슴 어이 달래 진정하리
운다고 간 사람이 다시 오기 만무련만
원수의 미련인가 그래도 울고야 만다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 많이 먹고 배가 불러 배를 두드린다는 뜻. 즉 풍년이라는 것.
구곡간장: 꼬불꼬불한 창자와 간. 굽이굽이 깊이 서린 마음속.
포곡새(布穀鳥): 뻐꾹새
호호탕탕(浩浩蕩蕩): 물이 넓은 모양
십리파광(十里波光): 십리의 파도 치는 모습 혹은 그 광경
쌍거쌍래(雙去雙來): 새가 쌍으로 날아드는 모습
일망무제: 들판이나 바다가 넓어 눈에 보이는 곳에 거칠 것이 없음
학발양친(鶴髮兩親): 머리가 하얗게 센 부모님
해설
「사발가」는 경기 민요의 하나다. 한일병탄에 대한 민중들의 억울한 마음을 “석탄백탄(石炭白炭) 타는 데 연기나 펄썩 나지요/이내 가슴 타는 데 연기도 김도 안 나네”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노랫말의 내용은 사랑과 이별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o 베틀가
노랫말
베틀을 놓세 베틀을 놓세
옥난간(玉欄干)에다 베틀을 놓세
[에헤요 베 짜는 아가씨 사랑 노래 베틀에 수심만 지누나]
양덕(陽德) 맹산(孟山) 중서포(中西布)요
길주(吉州) 명천(明川) 세북포(細北布)로다
반공중(半空中)에 걸린 저 달은
바디 장단(長短)에 다 넘어간다
주야장천(晝夜長川) 베만 자면
어느 하가(何暇)에 시집을 가느냐
이 베틀 짜서 누구를 주나
바디칠 손 눈물이로다
춘포(春布) 조포(早布) 생당포(生唐布)요
경상도(慶尙道)라 안동포(安東布)로다
젋은 비단 생팔주(生八紬)요
늙은 비단 노방주(老坊紬)로다
초산(楚山) 벽동(碧潼) 칠승포(七升布)요
희천(熙川) 강계(江界) 육승포(六升布)로다
꽃이 피면 오신다는 님이
낙엽이 떨어져도 왜 안오시나
들창 밖에 나리는 비는
가신 님의 눈물이구나
황경나무 북바디집은
큰애기 손목에 다 녹아난다
영원(寧遠) 덕천(德川) 오승포(五升布)요
회령(會寧) 종성(鐘城) 산북포(山北布)로다
닭아 닭아 우지를 마라
이 베짜기가 다 늦어진다
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
봉접분분(蜂蝶紛紛) 화초단(花草緞)이라
일락서산(日落西産) 석양단(夕陽緞)이요
소화신령(昭和神靈) 모초단(毛綃緞)이라
잉앗대는 삼형제인데
놀림대는 독신(獨身)이로다
모든 시름 다 잊어버리고
이 밤이 가도록 베만 짜자
은주(銀紬) 생주(生紬) 삼동주(三冬紬)요
남방사주(南方紗紬) 자원주(紫元紬)로다
오색비단(五色緋緞) 채색단(彩色緞)이요
월문영초(月紋寧綃) 대화단(大和緞)이라
춘포(春布) 조포(早布) 다 그만두고
가는 베 짜서 정든 임 괼까
뇌고함성(雷鼓喊聲) 영초단(寧綃緞)이요
태평건곤(太平乾坤) 대원단(大元緞)이라
넓이 넓다 광화포(廣化布)요
척수(尺數) 길다 대갈포(大葛布)로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하가(何暇): 틈, 시절
바디칠 손: 바디를 치는 손이. 바디는 베를 짤 때 사용하는 도구의 하나.
황경나무 북바디집: 황벽나무로 만든 베틀 중의 일 부분. 날실과 씨실을 엮어 짜는 도구다.
잉앗대: 베틀에서, 위로는 눈썹줄에 대고 아래로는 잉아를 걸어 놓은 나무
놀림대: 베를 짤 때 사용하는 도구의 하나
해설
「베틀가」는 부녀자들이 베를 짜면서 여러 과정을 노랫말로 한 경기 민요이다. 토속민요인 「베틀가」 혹은 「베틀노래」와는 그 음률이 다르다. 토속민요 「베틀노래」는 노동요적인 성격이 강하고, 경기 민요 「베틀가」는 유희를 위한 노래이다. 노랫말을 보면 여러 옷감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경기 휘몰이잡가인 「비단타령」에도 비슷한 노랫말이 나온다.
o 오돌독
노랫말
용안 예지 에루화 당대추는
정든 임 공경(恭敬)에 에루화 다 나간다
[닐닐 어리구 절사 말 말아라 사람의 섬섬간장(纖纖肝臟) 에루화 다 녹인다]
설부화용(雪膚花容)을 에루화 자랑 마라
세월이 흐르면 에루화 허사만사(虛事萬事)라
황성낙일(荒城落日)은 에루화 가인(佳人)의 눈물이요
고국지흥망(故國之興亡)은 에루화 장부한(丈夫恨)이라
십오야 뜬 달이 에루화 왜 저리 밝아
산란한 내 심정을 에루화 더 산란케 하네
살살바람은 에루화 옷깃을 스치고
방실방실 웃는 꽃은 에루화 내 마음을 달래네
연분홍 저고리 남치마 자락을 잘잘 끌며
아기장아장 걸어 초당 뒤를 지나네
잠을 자드냐 에루화 단꿈을 꾸느냐
날 생각하고 에루화 번민하느냐
천길만길을 에루화 뚝 떨어져 살아도
임 떨어져서는 에루화 못 사리로다
인왕산 덜미에 에루화 저 뻐꾹새야
누구를 그리워 에루화 밤새 우느냐
원수의 든 정이 에루화 골수에 맺혀서
잊을 망(忘)자가 에루화 병들 병(病)자라
오솔길 언덕 위에 에루화 한떨기 핀 꽃은
봄바람에 휘날려 불어도 에루화 한들대누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용안(龍眼): 살이 많고 단맛이 나는 열매가 달리는 늘푸른큰키나무. 열매는 날로나 말려서 먹기도 하고 한약재로도 쓴다. ‘예지’는 거죽이 우툴두툴한 열매가 달리는 덩굴풀. 여지라고도 한다.
당대추: 대추의 일종
설부화용(雪膚花容): 눈처럼 희고 깨끗한 피부와 꽃처럼 고운 얼굴
황성낙일(荒城落日): 황폐한 성에 해가 짐
고국지흥망(故國之興亡): 고국의 흥하고 망함
해설
「오돌독」은 사랑을 주제로 한 경기 민요이다. 노랫말의 내용은 사랑타령이다. 이보형에 의하면 사당패 소리였던 「오도도기소리」가 각 지역에 정착하여 변화해나가는데, 경기 민요인 「오돌독」, 제주 민요 「오돌또기」, 수영야류의 「오도도기타령」, 봉산탈춤의 「오도도기타령」 등으로 분화되었다고 한다.
o 한강수타령
노랫말
한강수라 깊고 맑은 물에
수상선(水上船) 타고서 에루화 뱃놀이 가잔다
[아아하 에헤요 에헤요 어허야 얼사함마 둥게 디여라 내 사랑아]
한강수야 네가 말을 하려마
눈물 둔 영웅이 몇몇 줄을 지은고
멀리 뵈는 관악산 웅장도 하고
돛단배 두서넛 에루화 한가도 하다
양구(楊口) 화천(華川) 흐르는 물 소양정(昭陽亭)을 감돌아
양수리(兩水里)를 거쳐서 노들로 흘러만 가누나
유유히 흐르는 한강물 위에
뗏목 위에 노래도 에루화 처량도 하다
조요(照耀)한 월색은 강심(江心)에 어렸는데
술렁술렁 배 띄워라 에루화 달맞이 가잔다
앞강에 뜬 배는 낚시질 거루요
뒷강에 뜬 배는 임 실러 가는 배란다
푸른 물결에 두둥 뜬 저 백구
날과 같이도 에루화 외롭구나
노들의 버들은 해마다 푸르른데
한강을 지키던 임 지금은 어디 계신가
잔잔한 물결에 노 젓는 저 사공
만단(萬端) 시름 잊고서 배만 저어 가누나
정선(旌善) 영월(寧越) 지나서 단양(丹陽) 도담(島潭) 감돌아
여주(驪州) 이천(利川) 광나루 압구정(鴨鷗亭)으로 흐르네
노을진 저녁볕 한강에 배를 띄우고
유유자적(悠悠自適) 즐기니 이도 멋진 흥취일세
사풍세우(斜風細雨) 저문 날 저문 줄 모르고
낚싯대 드리우고 근들근들 졸고 있네
강기슭 찬바람 몸에 스며드는데
정든 임 그리며 강물만 보고 있구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눈물 둔 영웅이 몇몇 줄을 지은고: 눈물을 흘린 영웅이 몇몇 줄이나 되는고. 즉 눈물 흘린 영웅이 많다는 뜻.
낚시질 거루: 낚시질 하는 작은 배
사풍세우(斜風細雨): 비껴 부는 바람과 가늘게 내리는 비
해설
「한강수타령」은 한강의 풍광과 뱃놀이를 노래하는 내용의 경기 민요이다. 황해도 민요 「간지타령」 등 서도민요에 영향을 받아 발전한 경기 민요다. 뱃놀이를 하거나 술좌석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불렀던 노래이며, 부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여러 노랫말이 추가되었다.
o 태평가(경기)
노랫말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바치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얼싸 좋아 얼씨구나 좋다
벌나비는 이리저리 퍼벌펄 꽃을 찾아서 날아든다]
청사초롱에 불 밝혀라 잊었던 낭군이 다시 온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하니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춘하추동 사시절에 소년행락(少年行樂)이 몇 번인가
술 취하여 흥이 나니 태평가나 불러 보자
장장추야(長長秋夜) 긴긴 밤에 실솔(蟋蟀)의 소리도 처량하다
임을 그리워 젖는 벼개 어느 누가 알아주리
만경창파 푸른 물에 쌍(雙)돛단배야 게 섰거라
싣고 간 임은 어디 두고 너만 외로이 오락가락
개나리 진달래 만발해도 매란국죽(梅蘭菊竹)만 못하느니
사군자(四君子) 절개를 몰라 주니 이보다 큰 설움 또 있으리
꽃을 찾는 벌나비는 향기(香氣)를 좇아 날아들고
황금 같은 꾀꼬리는 버들 사이로 왕래한다
학도 뜨고 봉(鳳)도 떴다 강상(江上) 두루미 높이 떠서
두 나래 훨씬 펴고 우줄우줄 춤을 춘다
작작요요(灼灼夭夭) 도리화(桃李花)는 장안호접(長安蝴蝶) 구경이요
금장병풍(錦帳屛風) 모란화(牧丹花)는 부귀자(富貴子)의 번화(繁華)로다
만산홍록(萬山紅綠) 요염하여 금수병(錦繡屛)을 둘렀구나
노류장화(路柳墻花) 꺾어 들고 춘풍화류(春風花柳)를 희롱하세
원앙금침(鴛鴦衿枕) 마주 베고 만단정회(萬端情懷) 어제런 듯
조물(造物)이 시기하여 이별될 줄 어이 알리
알뜰살뜰 맺은 사랑 울며 불며 헤어지니
쓰리고 아픈 가슴 어이 달래 진정하리
세상 인심 야속함을 저 두견이 먼저 알고
숲 사이 슬피 울며 사람들을 야유하네
눈 속에 밝은 빛은 전에 보던 그 달이요
찬바람 울리는 종 귀에 익은 종소릴세
다락 위에 홀로 올라 시름 속에 잠겼을 제
성 넘어 먼 산머리 새벽구름 떠오르네
강물은 깊고 맑아 거울인 양 널렸는데
살랑살랑 부는 바람 고운 물결 일으키네
방초(芳草) 언덕 푸른 풀빛 이 내 시름 더욱 깊고
봄동산 고운 꽃을 저 두견이 애를 끊네
방초처처(芳草萋萋) 우거지니 꽃들 곱게 피었는데
늘어진 버들 그림같이 성(城)을 둘러 푸르구나
대취(大醉)하여 노래할 제 달 뚜렷이 밝았는데
강언덕 꽃은 지고 저 두견이 우거지네
해지는 바다 위로 저녁 노을 잠겼는데
갈대 우거진 강가에는 맑은 이슬 어려 있네
강상(江上)에 임 보낼 제 바람마저 처량쿠나
떠나가고 보내는 정(情) 말로 어이 다할소냐
뜬 세상 구름 같고 백년도 꿈이어니
이 가운데 사는 우리 풀 끝에 이슬일세
고침단금(孤枕單衾) 꿈길 속에 그린 고향 갔었더니
오동잎 지는 소리 놀라 깨니 허사(虛事)로다
늦은 가을 깊은 밤에 바람 일어 잎이 지고
눈물 흘려 뺨 적실 제 뀌뚜라니 슬피 우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 인생이 허망하다는 뜻과, 재물에 욕심을 내지 말라는 뜻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실솔: 귀뚜라미
작작요요(灼灼夭夭) 도리화(桃李花)는 장안호접(長安蝴蝶) 구경이요: 젊고 아름다운 도리화(복숭아꽃과 자두꽃)는 장안의 나비의 구경거리요
금장병풍(錦帳屛風) 모란화(牧丹花)는 부귀자(富貴子)의 번화(繁華)로다: 금을 두른 병풍인 듯한 모란꽃은 부자들의 번화한 모습인 것 같구나
만산홍록(萬山紅綠) 요염하여 금수병(錦繡屛)을 둘렀구나: 봄이 되어 여러 산에 꽃이 피니 그 모습이 요염하여 비단에 수를 놓은 병풍 같구나
노류장화(路柳墻花) 꺾어 들고 춘풍화류(春風花柳)를 희롱하세: 길가의 버들과 장미를 꺽어들고 봄바람의 풍류를 즐기자
원앙금침(鴛鴦衿枕) 마주 베고 만단정회(萬端情懷) 어제런 듯 조물(造物)이 시기하여 이별될 줄 어이 알리: 사이 좋게 베개를 같이 베고 여러 정을 나눈 지가 어제 같은데, 조물주가 시기하여 이별이 될 줄은 어이 알리
방초처처(芳草萋萋): 들꽃이 곳곳에
고침단금(孤枕單衾): 혼자 쓸쓸히 잠을 자는 여자의 이부자리
해설
「태평가」는 많이 부르는 경기 민요이다. 「창부타령」을 축약한듯 하지만 가락은 경쾌하고 빠르다. 대한제국 군악대의 플루트 연주자였던 작곡가 정사인이 작곡한 육필 악보가 나타남으로써 「태평가」의 작곡자가 비로소 선명하여 졌다는 설도 있고, 문호월이 작곡하고 김해송이 편곡했다는 설도 있다. 누구의 작곡이든 기존의 「창부타령」을 변형시켜 경쾌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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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닐리리야
노랫말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노 난실로 내가 돌아간다 닐닐닐 늴리리야]
청사초롱(靑紗燭籠) 불 밝혀라
잊었던 그 임이 다시 돌아온다
일구월심(日久月深) 그리던 임
어느 시절에 다시 만나 볼까
산은 첩첩(疊疊) 천봉(千峰)이요
물은 잔잔(潺潺) 백곡(百曲)이라
서산일락(西山日落) 지는 해는
뉘 힘으로 잡아매나
창해유수(滄海流水) 흐르는 물
다시 오기 어려워라
어제 청춘 오늘 백발
가는 세월을 어이 하리
백옥(白玉)같이 곱던 얼굴
검버섯이 웬일인가
내 딸 주고 내 사위야
울리고 갈 길을 왜 왔던가
왜 왔던가 왜 왔던가
울리고 갈 길을 왜 왔던가
해는 져서 황혼인데
장차 갈 길은 천리 만리
설부화용(雪膚花容) 자랑 마라
모진 세파(世波)에 백발일세
공산자규(空山子規) 슬피 울어
아픈 마음 설레이네
원앙금침(鴛鴦衾枕) 잔 벼개는
누구와 베자고 만들었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청사초롱(靑紗燭籠): 푸른 구름무늬 비단을 몸체로 삼고 위아래에 붉은 천으로 동을 달아 옷을 한 등롱으로, 청사등롱(靑紗燈籠)이라고도 한다. 일반인들은 혼례식 때 많이 사용했으므로 남녀의 그윽한 만남을 상징하는 뜻으로 쓰인다.
일구월심(日久月深):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 간다는 뜻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더함을 이르는 말
물은 잔잔(潺潺) 백곡(百曲)이라: 물은 잔잔하고 수없이 굽어 흘러간다는 뜻이다
창해유수(滄海流水): 넓은 바다로 흐르는 물
설부화용(雪膚花容): 눈처럼 흰 살갗과 꽃처럼 고운 얼굴이라는 뜻으로, 미인의 용모를 이르는 말
공산자규(空山子規): 빈 산에 우는 소쩍새
원앙금침(鴛鴦衾枕): 부부가 함께 덮는 이불과 베는 베개. 대개 원앙을 수놓는다.
해설
「닐리리야」는 경기 민요이다. 개화기 이후에 생긴 신민요이며, 굿거리장단으로 부른다. 본래 무당들이 굿을 할 때 부르던 무가인 「창부타령」에서 전화(轉化)된 노래다. 일제강점기 때는 피압박 민족의 비애와 분노를 담은 애절한 호소의 노래가 되기도 하였다. 반복되는 닐리리야는 피리의 음색을 따온 구음(口音)이다.
o 양류가
노랫말
양류상(楊柳上)에 앉은 꾀꼬리
제비만 여겨서 후린다
[에후 절사 더덤석 안고서 아하 요것이 내 사랑]
양류청청(楊柳靑靑) 늘어진 가지
꾀꼴새가 아름답다
이화(李花) 도화(桃花) 난만(爛漫)한데
날아드느니 봉접(蜂蝶)이라
양류세지사사록(楊柳細枝絲絲綠) 하니
오류촌(五柳村)이 여기로다
방초처처(芳草萋萋) 우거진 곳에
황봉백접(黃蜂白蝶)이 춤을 춘다
꽃을 찾는 벌나비는
향기를 좇아 날아든다
작작요요(灼灼夭夭) 벌나비 쌍쌍
양류청청(楊柳靑靑) 꾀꼬리 쌍쌍
휘늘어진 버들가진 바람에
휘날려 우줄우줄
세류청풍(細柳淸風) 비갠 후에
꾀꼬리는 노래하네
객사청청유색신(客舍靑靑柳色新)은
나귀 매었던 버들이라
양류(楊柳)가지 뚝 꺾어서
피리 만들어 불어 볼까
무정세월(無情歲月) 한허리를
양류사(楊柳絲)로 매어 볼까
[ ] 부분은 후렴
풀이
양류청청(楊柳靑靑): 버드나무가 푸르고 푸르게
난만(爛漫)한데: 활짝 피었는데
봉접(蜂蝶)이라: 벌과 나비라
양류세지사사록(楊柳細枝絲絲綠): 버드나무 늘어진 가지가지 마다 푸르고
오류촌(五柳村): 도연명이 살았다던 곳. 「유산가」에도 나오는 구절이다.
방초처처(芳草萋萋): 아름다운 꽃과 풀이 여기저기 있고
황봉백접(黃蜂白蝶): 노란 벌과 흰 나비
작작요요(灼灼夭夭): 젊고 아름다움. ‘양류청청(楊柳靑靑)’은 버드나무가 푸르고 푸르다.
세류청풍(細柳淸風): 가는 버들과 맑은 바람
객사청청유색신(客舍靑靑柳色新): 왕유(王維)의 시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에 나오는 구절이다. 객사 둘레 버드나무 푸른색을 입으니.
위성조우읍경진 渭城朝雨浥輕塵 위성 땅, 아침 비가 흙먼지를 적시니
객사청청류색신 客舍靑靑柳色新 여관집 둘레 푸른 버들 더욱 산뜻해라
권군갱진일배주 勸君更盡一杯酒 그대여 권하노니 다시 한 잔의 술을 들라
서출양관무고인 西出陽關無故人 서쪽 양관 땅으로 나가면 아는 벗 없느니
해설
「양류가」의 양류(楊柳)는 수양버들. 수양버들에 물이 오르는 봄날의 흥겨움을 노래하는 경기 민요이다. 1915년 발간된 『조선잡가집』에는 “양류간에 앉은 꾀꼴이 제비만 엮어서 후린다/ 양류가 천만사(千萬絲)언들 가는 춘풍(春風)을 잡아매/ 날아날아 네오(네가) 날아 네가 와야 나를 보지/ 널로 위해(너로 인해) 병들었으니 네 수단으로 살려라/ 천리로다 만리로다 님 계신 곳 천리로다”로 되어 있음을 볼 때 현행 「양류가」의 가사는 첫 수만 제외하면 모두 후대에 첨가된 것이다. 또한 후렴구는 『조선잡가집』에서는 “에-후려쳐 더덤석 안고서 허허 요것이 내 사랑”이었는데 후에 ‘에- 후려쳐’가 ‘에후절사’라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로 변해 버렸다. 「오봉산타령」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o 풍년가
노랫말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강산으로 풍년이 왔네
[지화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냐
명년춘삼월(明年春三月)에 화류(花遊)놀이를 가자]
올에도 풍년 내년에도 풍년
연년연년(年年年年)이 풍년이로구나
[지화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냐
명년하사월(明年夏四月)에 관등(觀燈)놀이를 가자]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은 농사밖에 또 있는가
놀지 말고서 농사에 힘씁시다
[지화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냐
명년오뉴월(明年五六月)에 탁족(濯足)놀이를 가자]
저 건너 김풍헌(金風憲) 거동(擧動)을 봐라
노적가리 쳐다보며 춤만 덩실 춘다
[지화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냐
명년구시월(明年九十月)에 단풍(丹楓)놀이를 가자]
함경전 넓은 뜰 씨암탉 걸음으로
아기장아장 걸어 광한루로 걸어 간다
[지화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냐
명년(明年) 동지(冬至)섣달에 설경(雪景)놀이를 가자]
봄이 왔네 봄이 왔네
삼천리 이 강산에 봄이 돌아왔네
[지화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냐
명년(明年) 봄 돌아오면 화전(花煎)놀이를 가자]
[ ] 부분은 후렴
풀이
화유놀이: 화전놀이. 봄에 산에서 꽃지짐을 먹으면서 노는 일.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 천하의 근본은. 농사를 이르는 말이다.
탁족: 시냇물 같은 곳에 발을 담구는 행위. 여름철 놀이이면서 풍류의 하나이다.
풍헌: 조선시대 농민에게 농경을 권장하고 수리와 관개 업무를 관장하던 관직. 권농관(勸農官)의 다른 이름이다.
노적가리: 한 곳에 수북이 쌓아 둔 곡식 더미. 풍년이 되어 즐거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해설
「풍년가」는 경기신민요이다. 풍년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1920년경 경기도 광주 산성 선소리패인 구자하(具滋夏)의 작품이라고 전해진다. 정제된 형식으로 보아 누군가에 의해 가다듬어진 노래인 것은 분명하다. 메기는소리와 후렴의 곡조는 같은 가락이다. 기록으로는 1958년 간행된 『무쌍유행신구잡가』에서 처음 보인다.
o 매화타령
노랫말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인간이별만사중(人門離別萬事中)에
독수공방(獨守空房)이 상사난(想思難)이란다
안방 건넌방 가로닫이
국화(菊花) 새김의 완자문(卍字紋)이란다
어저께 밤에도 나가 자고 그저께 밤에도 구경 가고
무삼 염치로 삼승(三升) 버선에 볼받아 달람나
나 돌아 갑네 나 돌아 갑네
떨떨거리고 나 돌아 가노라
사랑이면 임 마다 하며
이별이라 다 싫을소냐
볼낄깔낄 깔보지 말고
네 속을 풀어서 말만 하여라
나무로 치면은 행자목(杏子木) 돌로 쳐도 장군석(將軍石)
음양(陰陽)을 좇아 마주 섰고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한가운데는
신동이 거북의 잔등이 한 나비로다
지리산(智異山) 가루산 동구(洞口) 밖에 우두머니 섰는 장승
사모품대(紗帽品帶)를 하였구나 엄동설한(嚴冬雪寒) 모진 바람
사시장천(四時長天) 긴긴날에 무엇을 바라고 우뚝이 섰느냐
용장봉장(龍欌鳳欌) 여닫이 자개 함롱 반닫이 각계수리 들미장
샛별 같은 놋요강이로다
천하의 잡놈은 변강쇠 천하 잡놈 변강쇠 매일장취(每日長醉) 술만 먹고
집안에 들면 계집 치고 나가면은 쌈질만 하고
나무를 해 오라면 장승만 빼 온다
어떤 나무는 팔자가 좋아 오동복판 거문고 되어
어여쁜 아가씨 무릎에 앉혀 지덩기덩실 멋지게 노누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인간이별만사중(人門離別萬事中)에 독수공방(獨守空房)이 상사난(想思難)이란다: 사람의 이별 중에서도 독수공방이 힘들고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 어렵다
안방 건넌방 모두 가로로 열고 닫는 국화 문양을 새겨 놓은 완자문이란다: ‘완자문’은 전통 나무문짝에서 卍자 형태의 문살을 만들어 놓은 문
어저께 밤에도 나가 자고 그저께 밤에도 구경 가고 무삼 염치로 삼승(三升) 버선에 볼받아 달람나: ‘무삼 염치로 삼승(三升) 버선에 볼받아 달람나’에서 삼승(三升)은 올이 굵은 베를 말한다. 삼승버선은 올이 굵은 베로 만든 버선. 해진 곳에 헝겊 조각을 덧대어 기우는 것을 ‘볼받다’라고 한다. 따라서 '무삼 염치로 삼승 버선에 볼받아 달랍나'라는 구절은 그제도 나가자고 어제도 구경 간 사람이 무슨 염치로 집에 들어와서 굵은 베로 만든 버선을 덧대어 기워달라고 하겠느냐, 라는 뜻이다.
해설
「매화타령」은 경기 민요이다. 경기 민요 「매화타령」은 12가사 중의 하나인 「매화가」와는 전혀 다르다. 경기잡가의 하나인 「달거리」의 후반부와 거의 같다. 「매화타령」을 「달거리」 후반부에 편입시킨 것이다. 「매화타령」은 원래 사당패 소리였는데, 그 전승 과정이 순조롭지 않아 현재의 노랫말이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 민요는 민중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승된 노래여서 그 근원을 추적하기 힘들고 여러 다른 노래에서 노랫말이 섞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o 군밤타령
노랫말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연평(延平) 바다에 어허얼사 돈바람 분다
[얼싸 좋네 하 좋네 군밤이여 에라 생률(生栗) 밤이로구나]
달도 밝다 달도 밝아
우주강산(宇宙江山)에 어허얼싸 저 달이 밝아
눈이 온다 눈이 온다
이산 저산에 어허얼싸 흰 눈이 온다
개가 짖네 개가 짖네
눈치 없이도 어허얼싸 함부로 짖네
나는 총각 너는 처녀
처녀와 총각이 잘 놀아난다 잘 놀아나요
풍년이 온다 풍년이 와요
금수강산에 어헐싸 풍년이 왔구나
나는 올빼미 너는 뻐꾸기
올빼미와 뻐꾸기가 잘 놀아난다 잘 놀아나요
봉(鳳)이 난다 봉이 난다
벽오동(碧梧桐) 속으로 어허얼싸 날아를 난다
봄이 왔네 봄이 왔네
금수강산(錦繡江山)에 어허얼싸 새봄이 왔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이수(二水) 건너 어허얼싸 백로주(白鷺洲) 가자
중아 중아 상좌(上佐)중아
네 절 인심이 어허얼싸 얼마나 좋냐
산도 설고 물도 선데
누굴 바라고 어허얼싸 나 여기 왔나
산은 적적(寂寂) 월황혼(月黃昏)에
생각나느니 어허얼싸 임뿐이로다
갈까 보다 갈까 보다
임 따라서 어허얼싸 갈까나 보다
[ ] 부분은 후렴
해설
「군밤타령」은 신민요이다. 1932년에 녹음된 유성기 음반에 「군밤타령」이 있고, 작곡자는 전수린(1907~1984)으로 되어 있어 이 노래의 근원을 알 수 있다. 후에 여러 노랫말이 추가되었다. 후렴에 군밤이 나오기에 「군밤타령」이라 한다. 연평바다에 돈바람이 분다는 것은 연평도 앞바다에서 조기가 많이 잡혀서 큰돈이 되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도라지타령」과 비슷한 정서다.
o 경복궁타령
노랫말
남문(南門)을 열고 파루(罷漏)를 치니
계명산천(鷄鳴山川)이 밝아 온다
[에- 에헤이에이야 얼럴럴거리고 방아로다]
을축사월갑자일(乙丑四月甲子日)에
경복궁을 이룩하세
도편수(都邊手)의 거동(擧動)을 봐라
먹통을 들고서 갈팡질팡한다
단산봉황(丹山鳳凰)은 죽실(竹實)을 물고
벽오동(碧梧桐) 속으로 넘나든다
남산하고 십이봉에
오작(烏鵲) 한 쌍이 훨훨 날아든다
왜철쭉 진달화 노간죽하니
맨드라미 봉선화가 영산홍이로다
우광꿍꽝 소리가 웬 소리냐
경복궁 짓는 데 회(灰)방아 찧는 소리라
조선 여덟 도 유명탄 돌은
경복궁 짓는 데 주춧돌 감이로다
우리나라 좋은 나무는
경복궁 중건에 다 들어간다
근정전을 드높게 짓고
만조백관(滿朝百官)이 조하(朝賀)를 드리네
석수장이 거동을 봐라
망망칠 들고서 눈만 꿈벅한다
경복궁 역사(役事)가 언제나 끝나
그리던 가속(家屬)을 만나 볼까
춘당대(春塘臺) 연못에 노는 금잉어
태평성세(太平聖世)를 자랑한다
수락산 떨어져 도봉이 생기고
북악산 줄기에 경복궁 짓세
삼각산은 천년산(千年山)이요
한강수는 만년수(萬年水)라
한양조(漢陽朝)가 생긴 후에
경복궁을 이룩했네
광화문을 중심하여
좌우편에 십자각 섰네
북악산을 등에 지고
한강수를 띠하였네
광화문은 정문이요
북으로는 신무문(神武門)일세
동쪽에는 건춘문(建春文)이요
서쪽에는 영추문(迎秋門)일세
근정전은 정전(正殿)이요
강령전(康寧殿)과 사정전(思政殿)이라
아미산(峨嵋山) 뒤의 함화당(咸和堂)은
향원정(香遠亭) 조망(眺望)이 더욱 좋다
경회루(慶會樓)의 웅장함은
반천년 역사를 자랑한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경회루라
연꽃 우거진 향원지(香遠池)에
묘한 정자가 향원정(香遠亭)이라
[ ] 부분은 후렴
풀이
파루(罷漏): 서울 도성 안에서 시간을 알리게 위해 치던 큰 북. 서울 도성 안에서 인정(人定) 이후 야행(夜行)을 금(禁)하였다가 파루를 치면 풀리었음.
계명산천(鷄鳴山川): 닭이 울어 날이 밝아 올 무렵
을축년: 경복궁을 중건하기 시작했던 1865년에 해당한다
도편수(都邊手): 목수의 우두머리. ‘먹통’은 도편수가 목재에 선을 긋거나 할 때 쓰는 먹물이 든 통.
단산봉황(丹山鳳凰)은 죽실(竹實)을 물고 벽오동(碧梧桐) 속으로 넘나든다: 단산은 봉황새가 산다는 곳. 죽실은 대나무 열매, 3천 년에 한 번 열린다고 한다. 봉황은 임금을 상징하는 상상 속의 새이다. 이 구절은 「앞산타령」에도 나온다.
해설
「경복궁타령」은 경기 민요이다. 조선 말기인 1865년(고종 2) 대원군(大院君)이 경북궁을 중수할 때부터 불린 방아타령 계열의 노래가 이후 변형을 거쳐 경기 민요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경복궁 중건 과정의 노동 행위와 경복궁의 여러 건물들을 노랫말로 하고 있다. 경기 선소리패들이 「경기산타령」에 이어서 「개구리타령」과 함께 많이 불렀다고 한다. 노랫말에 나오는 근정전, 사정전, 강령전 등은 경복궁 중건 때 새로 지은 건물 이름이다.
o 아리랑
노랫말과 풀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十里)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청천(靑天) 하늘엔 별도 많고
이내 가슴엔 수심(愁心)도 많다
풍년이 온다네 풍년이 온다네
이 강산 삼천리 풍년이 온다네
산천초목은 젊어만 가고
인간의 청춘은 늙어만 가네
[ ] 부분은 후렴
해설
「아리랑」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민요다. 그 종류가 매우 많으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로 널리 퍼진 「아리랑」은 1926년에 나온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였던 「아리랑」이다. 이를 다른 「아리랑」과 구분하기 위해 「본조(本調)아리랑」이라 한다. 본조란 본바탕이란 의미보다는 서울 본바닥이라는 의미다.
수많은 「아리랑」의 원조격에 해당하는 「아리랑」은 강원도 지방의 토속민요인 「정선아리랑(정선아라리)」이다. 「정선아리랑」은 「정선긴아리랑」과 「정선엮음아리랑」으로 구분된다. 조선말 경복궁을 중건할 때 강원도 지방의 인부들이 부른 「정선아리랑(정선아라리)」이 영향을 미쳐 서울 · 경기제의 「긴아리랑(서울긴아리랑)」과 「서울자진아리랑」이 나타난다. 이 「서울자진아리랑」을 변주한 새로운 아리랑이 바로 나운규의 「아리랑」이다. 나운규의 「아리랑」을 「본조아리랑」이라 부르기로 함에 따라 「서울자진아리랑」은 「구조(舅調)아리랑(구아리랑)」이라 부른다.
한편 1930년대 이후 「정선아리랑」을 변주한 신민요풍의 새로운 「아리랑」이 나타나는데 이를 「강원도아리랑」이라 부른다. 또한 「정선엮음아리랑」을 서울 · 경기제로 부른 「정선엮음아리랑(서울 · 경기제)」도 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아리랑」이 새롭게 형성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해주아리랑」 등이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민요로 여러 지방에서 수많은 「아리랑」이 있고, 새로운 「아리랑」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o 구조아리랑
노랫말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풍년이 온다네 풍년이 와요
이 강산 삼천리 풍년이 와요
아리랑 고개 넘어 아라수 건너
아리랑 아리세계 찾어가네
사람의 한평생 사연도 많고
굽이굽이 감돌아드는 얘기도 많다
수수밭 도조(賭租)는 내 물어 줄게
구시월까지만 참아 다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백두산 덜미에 해 저물어 간다
우리네 인생이 짧다고 해도
이어지면 천년이요 손잡으면 만년이라
쓰라린 가슴을 움켜쥐고
백두산 고개로 넘어간다
청천(靑天) 하늘엔 별도 많고
이내 가슴엔 수심(愁心)도 많다
성황당 까마귀 깍깍 짖고
정든 임 병세(病勢)는 날로 깊어
세상만사(世上萬事)를 헤아리니
물 위에 둥둥 뜬 거품이라
서산(西山)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나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 가고 싶어 가나
청천(靑天)의 기러기 어디로 가나
우리 임 소식을 전(傳)해 다오
날 버리고 가는 임 잡지 마오
갔다가 올 때가 더 반갑다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도조(賭租): 소작농이 땅을 빌려 농사짓는 대가로 지주에게 내는 수확물
해설
「구조아리랑」은 「정선아리랑」에 영향을 받아 경기제로 재형성된 「아리랑」이다. 「구조아리랑」 은 「구아리랑」, 「서울자진아리랑」이라고도 한다. 나운규의 「아리랑」의 모본(母本)에 해당한다. 「아리랑」은 그 종류가 매우 많으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로 널리 퍼진 「아리랑」은 1926년에 나온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였던 「아리랑」이다. 이를 다른 「아리랑」과 구분하기 위해 「본조(本調)아리랑」이라 한다. 본조란 본바탕이란 의미보다는 서울 본바닥이라는 의미다.
o 긴아리랑
노랫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로구료 아리랑 아리얼쑤 아라리로구료]
만경창파(萬頃蒼波) 거기 둥둥 뜬 배
게 잠깐 닻 주어라 말 물어 보자
아리랑 고개다 주막(酒幕)집(정거장) 짓고
정든 임 오시기만 고대(苦待)한다
우연히 저 달이 구름 밖에 나더니
공연한 심회(心懷)를 산란케 한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절(四時節)에
임을 그리워 나 어이 살거나
누구를 보고자 이 단장(丹粧) 했나
임 가신 나루에 눈물비 온다
낙락장송(落落長松)을 더덤석 잡고
외로운 마음을 하소나 할까
산적적월황혼(山寂寂月黃昏)에
이별한 임 그리워서 달랠 길 없네
임 이별하던 날 내 어이 살았나
모질고 거센 세파(世波) 어이 살았을까
고운 얼굴에 눈물이 지니
이화도화춘대우(梨花桃花春帶雨)로다
푸른 물결에 두둥실 뜬 백구(白鷗)
내 마음 아픈 걸 네 어이 알소냐
추야공산(秋夜空山) 다 저문 날에
모란(牧丹) 황국(黃菊)이 다 피었구나
모진 바람은 살 쏘듯이 부는데
임을 그려 기다려도 소식이 없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산적적월황혼(山寂寂月黃昏): 산은 적적하고 달은 황혼에 접어들었는데
이화도화춘대우(梨花桃花春帶雨): 배꽃과 복숭아꽃이 봄비에 젖어 있다
해설
「긴아리랑」은 경기 민요다. 「서울긴아리랑」이라고도 한다. 「구조아리랑」보다 느리고 곡의 길이도 길다. 노랫말로 보아도 「구조아리랑」보다 훨씬 구형의 모습을 보이며 가락도 옛스럽고 음역도 넓다. 따라서 전문인들에 의해 주로 불렸던 노래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경기 민요이다. 경기 민요 「이별가」의 정서와 선율이 서로 통한다.
「구조아리랑」은 「정선아리랑」에 영향을 받아 경기제로 재형성된 「아리랑」이다. 「구조아리랑」은 「구아리랑」, 「서울자진아리랑」이라고도 한다. 나운규의 「아리랑」의 모본(母本)에 해당한다. 「아리랑」은 그 종류가 매우 많으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로 널리 퍼진 「아리랑」은 1926년에 나온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였던 「아리랑」이다. 이를 다른 「아리랑」과 구분하기 위해 「본조(本調)아리랑」이라 한다. 본조란 본바탕이란 의미보다는 서울 본바닥이라는 의미다.
o 도라지 타령
노랫말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심심산천(深深山川)의 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로 반실만 되누나
1. [에헤요 에헤요 에헤애야 어여라 난다 지화자 좋다
저기 저 산 밑에 도라지가 한들한들]
2.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어여라 난다 지화자 좋다
네가 내 간장을 스리살살 다 녹인다]
3.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어여라 난다 지화자 좋다
얼시구 좋구나 내 사랑아]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은율(殷栗) 금산포(金山浦) 백도라지
한 뿌리 두 뿌리 받으니 산골에 도라지 풍년일세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강원도 금강산 백도라지
도라지 캐는 아가씨들 손맵씨도 멋들어졌네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심산유곡(深山幽谷)에 난 도라지
보라꽃 남꽃 만발하여 바람에 휘날려 간들대네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순진난만(純眞爛漫)한 아가씨들
총각만 보면 낯붉히는 수줍은 태도가 더욱 좋네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뒷동산 엉큼바위에 난 도라지
꽃바구니 옆에 끼고 살랑살랑 캐러 가네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캐는 아가씨들
행주치마 휩싸입고 오솔길로 돌아가네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이 도라지를 캐어다가
마늘 파 깨소금 양념하여 어룬님 공경에 힘을 쓰세
[ ] 부분은 후렴
풀이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심심산천(深深山川)의 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로 반실만 되누나: 깊고 깊은 산천의 도라지는 굵어서 한 두부리만 캐어도 대바구니에 반이 찬다는 말
해설
「도라지타령」은 개화기 이후에 정착된 경기 신민요 중의 하나이다. 「길경타령(桔梗打令)」이라고도 한다. 경쾌하며 노랫말의 내용은 청춘남녀의 풋정을 다루고 있다. 후렴은 1, 2, 3 중에서 1을 가장 많이 부르고 있으며 부르는 사람에 따라 2와 3을 붙일 수도 있다. 경기산타령에서 부르는 「자진산타령」의 다른 이름인 「도라지타령」과는 완전히 다르다.
o 노들강변
노랫말
노들강변(江邊)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세월(無情歲月) 한허리를 칭칭 동여매어 볼까
[에헤요 봄 버들도 못 믿으리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 가노라]
노들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국
만고풍상(萬古風霜) 비바람에 몇 번이나 지어 갔다
[에헤요 백사장도 못 믿으리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만 가노라]
노들강변 푸른 물 네가 무삼 망령(妄靈)으로
재자가인(才子佳人) 아까운 몸 몇몇이나 데려갔다
[에헤요 네가 진정 마음을 돌려서 이 세상 쌓인 한이나 두둥 싣고서 가거라]
[ ] 부분은 후렴
풀이
노들강변(江邊)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세월(無情歲月) 한허리를 칭칭 동여매어 볼까: 봄버들 가지에 세월의 한 허리를 동여맨다는 것은 세월이 흘러감이 안타까워 세월을 버들가지에 동여매고 싶다는 말
노들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국 만고풍상(萬古風霜) 비바람에 몇 번이나 지어 갔다: 노들강변 백사장 밟은 자국은 오랜 세월 바람과 서리와 비에 의해 자국이 지워졌다
노들강변 푸른 물 네가 무삼 망령(妄靈)으로 재자가인(才子佳人) 아까운 몸 몇몇이나 데려갔다: ‘재자가인’은 재주가 뛰어나고 아름다운 사람. 그런 사람들이 세월 속에서 사라져갔다. 여기서 ‘데려갔다’는 죽음을 암시함.
해설
1930년 신불출이 작사하고 문호월이 작곡했다. 당시의 가수 박부용의 노래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 신민요로 정착했다. 노랫말의 내용은 세월이 감을 아쉬워하고 권력의 탄압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목숨을 빼앗겼다는 것은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기 암물한 시대 상황을 반영한 노랫말이다.
o 오봉산타령
노랫말
오봉산 꼭대기 에루화 돌배나무는
가지가지 꺾어도 에루화 모양만 나누나
[에헤요 어허야 영산홍록(暎山紅綠)의 봄바람]
오봉산 제일봉에 백학이 춤추고
단풍진 숲속엔 새울음도 처량타
오봉산 꼭대기 채색 구름이 뭉게뭉게
만학(萬壑)의 연무(烟霧)는 에루화 아롱아롱
오봉산 꼭대기 홀로 섰는 노송 남근
광풍(狂風)을 못 이겨 에루화 반춤만 춘다
그윽한 준봉(峻峯)에 한 떨기 핀 꽃은
바람에 휘날리어 에루화 간들거리네
달도야 밝구요 에루야 별도나 밝구요
임 오실 문전에 에루화 빛도 밝구나
바람아 불어라 에루화 구름아 일어라
부평초(浮萍草) 이내 몸 끝없이 한없이 가잔다
바람아 불어라 에루화 비 올 줄 알면은
부평초 이내 몸 빨래질 가느냐
오봉산 기슭에 아름다운 꽃들은
방실방실 웃으며 이 봄을 즐겨 주노라
[ ] 부분은 후렴
풀이
영산홍록(暎山紅綠): 울긋불긋 비치는 산이라는 뜻
만학(萬壑)의 연무(烟霧): 여러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안개
부평초: 원래 개구리밥과의 여러해살이 수초이다. 물 위에 떠 있는 풀인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를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여기서도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라는 말.
해설
「오봉산타령」은 경기 민요다. 노랫말은 아름다운 봄날 오봉산에서의 하루를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오봉산은 전국에 여러 곳이 있으나 그 중 춘천 오봉산이 가장 유명하다. 「오봉산타령」의 오봉산이 춘천의 오봉산인지는 불분명하다. 「양류가」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o 뱃노래
노랫말
[어기야 디야차 어야디야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부딪치는 파도 소리 잠을 깨우니
들려오는 노 소리 처량도 하구나
망망(茫茫)한 해도중(海濤中)에 북을 울리며
원포귀범(遠浦歸帆)으로 돌아를 오누나
만경창파(萬頃蒼波)에 몸을 실리어
갈매기로 벗을 삼고 싸워만 가누나
탕탕(蕩蕩)한 물결에 유량(嚠喨)한 소리는
애내성중(欸乃聲中) 어적(漁篴)이 분명하구나
낙조청강(落照淸江)에 배를 띄우고
술렁술렁 노 저어라 달맞이 가잔다
어기여차 힘을 주어 닻을 감으며
순풍(順風)에 돛을 달고 돌아를 오누나
소정(小艇)에 몸을 싣고 잠깐 조을 새
어디서 수성어적(數聲漁篴) 나를 깨운다
역수한파(易水寒波) 저문 날에 홀로 앉았으니
돛대 치는 소리도 서글프구나
창해만리(滄海萬里) 먼 바다에
외로운 등불만 깜박거린다
연파만경(烟波萬頃) 수로창파(水路滄波) 불리어 갈 제
뱃전은 너울너울 물결은 출렁
하늬바람 마파람아 마음대로 불어라
키를 잡은 이 사공이 갈 곳이 있다네
연평(延平) 바다 조기 잡아 많이 싣고서
모진 풍랑 헤치면서 돌아를 오누나
닻을 놓고 노를 저으니 배가 가느냐
알심 없는 저 사공아 닻 걷어 올려라
밀물 썰물 드나드는 세(細)모래 사장에
우리 임이 딛고 간 발자취 내 어이 알소냐
안개는 자욱하여 앞이 안 뵈니
어서 바삐 안개 걷혀 뭍에다 댈거나
바람 앞에 장명등(長明燈)은 꺼지건 말건
우리들의 사랑만은 변치 마잔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배를 띄워라
만경창파에 배를 띄워라
[ ] 부분은 후렴
풀이
해도중(海濤中)에: 바다에 큰 물결이 이는 중에
원포귀범(遠浦歸帆): 먼 곳에서 돌아오는 배
만경창파(萬頃蒼波): 만 이랑의 푸른 물결이라는 뜻으로, 한없이 넓고 넓은 바다를 이르는 말
탕탕(蕩蕩)한 물결에 유량(嚠喨)한 소리는: 거세고 거센 물결에 맑은 소리는
애내성중(欸乃聲中) 어적(漁篴)이 분명하구나: 어부들의 노래 중에서도 어부의 피리소리가 분명하구나
낙조청강(落照淸江): 맑은 강에 해가 떨어지고
소정(小艇): 작은 배
수성어적(數聲漁笛): 어부들이 부르는 몇 마디 피리소리
역수한파(易水寒波): 역수의 차가운 파도. 역수는 중국에 있는 강 이름인데, ‘역수한파’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강이나 바다에 차가운 파도가 친다는 뜻.
연파만경(烟波萬頃): 넓은 바다에 안개 낀 물결
수로창파(水路滄波): 바다나 강에 푸른 파도가 침
하늬바람 마파람아: 서풍과 남풍아
알심 없는 저 사공아: 보기보다 야무지지 못한 저 사공아. ‘알심’은 보기보다 야무지다는 뜻.
장명등(長明燈): 건물이나 가옥의 처마끝에 달거나 마당의 기둥에 달아놓고 밤새도록 켜놓은 등
해설
「뱃노래」는 경기 민요이다. 여러 지방에서 불렀던 어업노동요의 총칭이나 경기 지방의 통속화된 「뱃노래」가 가장 일반적이다. 경상도 지방의 「뱃노래」가 경기 민요화 하여 전국적으로 퍼진 것이다. 「뱃노래」 다음에 흔히 「자진뱃노래」를 부른다. 「자진뱃노래」는 소리꾼이 둘로 갈라 한쪽이 메기고 한쪽은 후렴을 받는다. 마치 노를 젓들이 흥겹게 부른다. 경상도의 뱃노래를 원조로 하는 경기 「뱃노래」는 원래 노동요에서 온 것이고, 서도지방의 뱃놀이는 굿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런 민요들이 20세기 들면서 무대화되고 통속화 되면서 흥겨운 가락으로 세련되어졌다.
o 자진뱃노래
노랫말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어기야디야
에헤 에헤에헤 에헤에헤야
에헤 에헤 에헤야어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달은 밝고 명랑한데
어야디야 고향 생각 절로 난다
넘실대는 파도 위에
어야디야 갈매기떼 춤을 춘다
순풍에다 돛을 달고 아야디야
원포귀범(遠浦歸帆) 떠 들어온다
연파만경(烟波萬頃) 불려 갈 제
어야디야 너울대는 물결 출렁
고기 잡아 배에 싣고
어야디야 북 울리며 떠 들어온다
호호탕탕(浩浩蕩蕩) 넓은 물에
어야디야 어적 소리 처량하다
여기가 어디냐 숨은 바위다
숨은 바위면 배 다칠라
배 다치면 큰일난다 아따 야들아 염려마라
[에헤- 에헤 에헤 에헤 에헤 에헤야 어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이여차자차]
[ ] 부분은 후렴
풀이
원포귀범(遠浦歸帆): 먼 곳에서 돌아오는 배
연파만경(烟波萬頃): 넓은 바다에 안개 낀 물결
호호탕탕(浩浩蕩蕩): 물이 한없이 넓게 흐르는 모양. 가없이 넓고 큼을 형용한 말이다.
해설
「자진뱃노래」는 대개 「뱃노래」에 이어 부르는 경기 민요이다. 흥겹고 경쾌하다.
「뱃노래」는 여러 지방에서 불렀던 어업노동요의 총칭이나 경기 지방의 통속화된 「뱃노래」가 가장 일반적이다. 경상도 지방의 「뱃노래」가 경기 민요화 하여 전국적으로 퍼진 것이다. 「뱃노래」 다음에 흔히 「자진뱃노래」를 부른다. 「자진뱃노래」는 소리꾼이 둘로 갈라 한쪽이 메기고 한쪽은 후렴을 받는다. 마치 노를 젓들이 흥겹게 부른다. 경상도의 뱃노래를 원조로 하는 경기 「뱃노래」는 원래 노동요에서 온 것이고, 서도지방의 뱃놀이는 굿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민요들이 20세기 들면서 무대화되고 통속화 되면서 흥겨운 가락으로 세련되어졌다.
뱃놀이 계열의 노래는 대개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해안을 따라 거의 비슷하게 전파되고 곡조도 비슷한 특징이 있다. 이는 고기를 따라 이동하며 생활하던 어부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즉 내륙에서 발달한 노래는 한 지역적 특성을 강하게 풍기는 반면 해안 지방의 노래는 상호 교류와 소통 속에서 전 지역이 유사성을 띠는 것이다.
o 방아타령(경기)
노랫말
[에헤에 에헤에 에헤에야 에라 우이겨라 방아로구나
반 넘어 늙었으니 다시 젊기는 꽃집이 앵돌아졌다 옛다 좋구나]
오초동남(吳楚東南) 너른 물에 오고나는 상고선(商賈船)은
순풍(順風)에 돛을 달고 북을 두리둥실 울리면서
어기여차 닻 감는 소리 원포귀범(遠浦歸帆)이 에헤라 이 아니란 말가
[에헤에 에헤에 에헤에야 에라 우이겨라 방아로구나
널과 날과 닻이나 감아라 줄을 당기어라 물때가 막 늦어간다 옛다 좋구나]
무산십이(巫山十二) 높은 봉은 구름 밖에 솟아 있고
해외소상(海外瀟湘) 떠가는 배는 범려(范蠡)의 오호주(五湖舟)요
운간(雲間)으로 날아드는 새는 서왕모(西王母)의 에헤라 청조(靑鳥)로다
[에헤에 에헤에 에헤에야 에라 우이겨라 방아로구나
일락(日落)은 서산에 해떨어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저기 저 달이 막 솟아온다]
영산홍록(暎山紅綠) 봄바람에 넘노나니 황봉백접(黃蜂白蝶)
붉은 꽃 푸른 잎은 산용수세(山容水勢)를 그림하고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춘흥(春光春興)을 에헤라 자랑한다
[에헤에 에헤에 에헤에야 에라 우이겨라 방아로구나
삼산(三山)은 반락(半落)에 모란봉이요 이수중분(二水中分)에 에헤라 능라도로다]
강원도 금강산에 일만이천봉 앉으신 성불(聖佛)
좌좌봉봉(座座峯峯)이 만물상(萬物相)이요 옥태수(玉台水) 좌르르 흐르는 물은
구룡소(九龍沼)로만 에헤라 감돌아든다
[에헤에 에헤에 에헤에야 에라 우이겨라 방아로구나
산계야목(山鷄野鶩)은 가막능순(家莫能馴)이요 노류장화(路柳墻花)는 에헤라 인개가절(人皆可折)이라 노자 좋구나]
하늘천자(天字) 따지(地)자 땅에 집우자(宇字)로 집을 짓고
날일자(日字) 영창문(映窓門)을 달월자(月字)로 달아 놓고
밤중이면 유정 임 만나 별진(辰) 잘숙자(宿字)로 거드렁거리고 놀자
[에헤에 에헤에 에헤에야 에라 우이겨라 방아로구나
이리렁성 저리렁성 흐트러진 근심(根心) 만화방창(萬和方暢)에
에헤라 궁글려라 노자 좋구나]
꽃같이 고운 임을 열매같이 맺어 놓고
가지가지 벋은 정이 뿌리같이 깊었으니
백년(百年)이 진(盡)토록 에헤라 잘 살아 볼까
[에헤에 에헤에 에헤에야 에라 우이겨라 방아로구나
아서라 말아라 네가 그리 마라 사람의 괄시를 에헤라 네 그리 마라 노자 좋구나]
강촌(江村)이 적막(寂寞) 주루룩 졸졸 오시는 비는 아황여영(娥皇女英)의 눈물이로다
반죽(班竹)에 성긴 가지 점점(點點)이 뿌렸으니 소상야우(瀟湘夜雨)가 에헤라 이 아니란 말가
하늘이 높다 해도 삼사(三四) 오경(五更)에 이슬을 주고
북경(北京)길이 멀다 해도 사신(使臣) 행차(行次)가 왕래를 하는데
황천길이 얼마나 먼지 한번 가면은 에헤라 영절(永絶)이로다
황성낙일(荒城落日) 찬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러기
용문학관음신단(龍門鶴關音信斷)하니 북방소식(北方消息)을 뉘 전하리
빌건대 내 글 한 장 임 계신 곳으로 에헤라 전하여 주렴
봄이 왔네 봄이 왔네 금수강산에 새봄이 왔네
솔솔 부는 봄바람에 죽었던 풀이 새싹이 나고
지저귀는 산새들은 사람의 심정을 에헤라 도도낸다
치어다보니 만학(萬壑)은 천봉(千峯) 내리굽어 살피니 백사지(白沙地)로다
허리 굽고 늙은 장송 광풍(狂風)을 못 이겨 반(半)춤만 추고
주란화각(朱欄畵閣)이 에헤라 벽공(碧空)에 걸렸다
억만장안(億萬長安) 남북촌(南北村)에 영웅호걸(英雄豪傑) 재사가인(才士佳人)
시인묵객(詩人墨客) 다 모아 싣고
대관령(大關嶺)을 섬붓 넘어 강릉경포대(江陵鏡浦臺)로 에헤라 달맞이 갈까
뒷동산에 노송 남게 자고 가는 저 황조(黃鳥)며
후원초당(後園草堂) 백화중(百花中)에 날아드는 저 봉접(蜂蝶)아
우리 임 소식을 에헤라 전하여 주렴
인생천지백년간(人生天地百年間)에 부귀공명(富貴功名) 뜬구름이라
세상만사를 다 떨치고 산중(山中)으로 돌아오니
청산이 이르기를 더디 온다고 에헤라 하더란 말가
절벽비천(絶壁飛天) 장한 광경 오십천상죽서루(五十川上竹西樓)라
청담수(淸淡水)로 눈을 씻고 울진해변(蔚珍海邊) 바람 쐬니
역력해안(歷歷海岸) 좋은 풍경 금낭(錦囊) 풀어 에헤라 수습하세
[ ] 부분은 후렴
풀이
오초동남(吳楚東南): 중국 양자강 상류 동정호 일대의 넓은 강
상고선(商賈船): 상품을 실은 상선
원포귀범(遠浦歸帆): 먼 곳에서 돌아오는 배
무산십이(巫山十二) 높은 봉: 중국 무산. 여기에 전설상의 선녀인 서왕모가 살았다고 한다.
해외소상(海外瀟湘) 떠 가는 배는 범려(范蠡)의 오호주(五湖舟)요: 멀리 소상강으로 떠 가는 배는 월나라 재상인 범려의 배요
운간(雲間): 구름 사이로
영산홍록(暎山紅綠) 봄바람에 넘노나니 황봉백접(黃蜂白蝶) 붉은 꽃 푸른 잎은 산용수세(山容水勢)를 그림하고: 봄 산에 아름다운 꽃이 피고 바람이 부니, 노란 벌과 흰나비와 꽃과 잎들은 마치 그림을 그린 듯 하고. 봄 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해설
「방아타령」은 경기 민요다. 「방아타령」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경기 민요 「방아타령」은 노동요가 아니라 창(唱)민요에 속하는 노래로 전문 예인들이 부르던 노래였다. 서울 경기 지방의 산타령패들이 「산타령」을 한바탕 부르고 나서 계속 노래를 부를 때도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o 자진방아타령
노랫말
[얼씨구 절씨구 잦은 방아로 돌려라
아하 에이요 에이여라 방아흥아로다]
정월이라 십오일에 구머리장군 긴코배기
액(厄)막이 연(鳶)이 떴다 에라디여
이월이라 한식날 종달새 떴다
삼월이라 삼짇날 제비 새끼
명마구리 바람개비가 떴다
사월이라 초파일 관등(觀燈)하러 임고대(臨高臺)
사면보살(四面菩薩) 장안사(長安寺) 아가리 벙실 잉어(鯉魚)등에 등대줄이 떴다
오월이라 단오일 송백수양(松柏垂楊) 푸른 가지 높다랗게 그네 매고
작작도화(灼灼桃花) 늘어진 가지 백릉(白綾) 버선에 두발길로
에-후리쳐 툭툭 차니 낙엽이 둥실 떴다
유월이라 유두날 삼복더위 날도 덥다
자두 참외 오이 복수아 둥근 수박이 떴다
칠월이라 칠석날은 견우직녀 상봉일(相逢日)
푸른 하늘 은하수에 오작교가 떴다
팔월이라 한가위 중추가절(仲秋佳節)이 이 아니냐
둥굴둥굴 송편달은 동산 위에 떴다
구월이라 구추절에 황국단풍(黃菊丹楓) 빛도 좋다
능상고절 굳은 절개 국화송이 떴다
시월은 상달에는 오곡백과 추수하여
고사사당 좋을시고 만복(萬福)이 둥둥 떴다
십일월이 동지 섣달 이산 저산에 흰눈이 펄펄
님과 날과 짝을 지어 설경놀이 좋을시고
강원도라 영천읍 물방아가 없다더니
밉지 않은 처녀가 동구방아만 찧는다
어서 찧고 잠이나 자자 임자 없이 자는 잠은
새우잠만 잔다
휘여능청 버들가지 청(靑)실 홍(紅)실 그네 매고
임과 날과 둘이 뛰니 흥에 겨워 좋을시고
버들가질 툭툭 차며 백운간(白雲間)을 배회하니
홍도벽도(紅桃碧桃) 우거진 곳에 신선선녀(神仙仙女)가 나린다
한 번 굴러 앞이 솟고 두 번 굴러 뒤가 솟아
허공중천(虛空中天) 높이 뜨니 청산녹수(靑山綠水)가 발 아래
[ ] 부분은 후렴
풀이
구머리장군 긴코배기 액(厄)막이 연(鳶): 정월대보름날 날리는 귀머리장군긴코박이연을 말한다. 액(재앙)을 막기 위해 연을 날리고 연줄을 끊는 것을 액막이 연이라고 했다. 귀머리장군연은 사각형의 연 상단에 삼각형으로 색동을 입힌 연을 말하고 가운데 긴 코를 그려 넣으면 긴코박이연이다. 즉 정월 대보름날 연을 날리는 장면을 노래하는 대목이다.
해설
「자진방아타령」은 「방아타령」 혹은 「사설방아타령」에 이어 부른다. 「방아타령」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경기 민요 「방아타령」은 노동요가 아니라 창(唱)민요에 속하는 노래로 전문 예인들이 부르던 노래였다. 서울 경기 지방의 산타령패들이 「산타령」을 한바탕 부르고 나서 계속 노래를 부를 때도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o 사설방아타령
노랫말
경기도(京畿道)라 여주이천(驪州利川) 물방아가 제일인데
오곡백곡(五穀百穀) 잡곡 중에 자채벼만 찧어 보세
[에에야 에-라 우이겨라 방아로구나]
마탄금탄(馬灘金灘) 여울물에 물레방아 돌고 돌아
줄기차게 쏟는 물은 쿠궁쿵쿵 잘도 찧네
산에 올라 수진방아 들에 내려 디딜방아 돌고 돌아
연자방아 시름 잊고 찧어 보세
자주 찧는 깨방아요 원수(怨讐) 끝에 보리방아
찧기 좋은 나락방아 현미(玄米) 백미(白米)만 찧어 보세
쿠궁쿵쿵 쿵딱쿵쿵 절굿대로 찧는 방아 이 방아를 어서 찧고
정든 임을 만나 볼까
만첩청산(萬疊靑山) 남글 베어 이 방아를 지었구나
방아방아 상사디야 덜크더덩 잘도 찧네
산골짜기 졸졸 물에 물방아를 놓았구나
방아 찧는 저 처자는 달만 보고 졸고 있네
산기슭 한 모퉁이 처량할손 물레방아
남의 속도 몰라주고 부지런히 잘도 찧네
[ ] 부분은 후렴
풀이
자채벼: 올벼의 하나. 품질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
마탄금탄(馬灘金灘): 강의 여울을 지칭. 마탄과 금탄은 한강의 특정한 여울을 지칭하는 말. 여울은 수심이 낮아 물이 강물이 급히 흐르는 지점.
수진방아: 방아의 한 종류인 듯.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해설
「사설방아타령」은 「방아타령」 다음에 부르고 다음에 「자진방아타령」을 불렀지만 요즘은 「사설방아타령」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방아타령」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경기 민요 「방아타령」은 노동요가 아니라 창(唱)민요에 속하는 노래로 전문 예인들이 부르던 노래였다. 서울 경기 지방의 산타령패들이 「산타령」을 한바탕 부르고 나서 계속 노래를 부를 때도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o 는실타령
노랫말
닭이 운다 닭이 운다
저 건너 모시당굴 닭이 운다
[얼씨구 좋다 좋기만 좋지
는실는실 너니가 난노 지화자 좋을씨고]
개가 짖네 개가 짖네
건넛말 삽작 밑의 개가 짖네
봉(鳳)이 운다 봉이 운다
울 밑에 오동남게 봉황이 운다
명매기 운다 명매기 운다
대명당(大明堂) 대들보에 명매기 운다
두견이 운다 두견이 운다
뒷동산 송림(松林) 속에 두견이 운다
꾀꼬리 운다 꾀꼬리 운다
휘늘어진 버들 새로 꾀꼬리 운다
봉접(蜂蝶)이 난다 봉접이 난다
후원초당(後園草堂) 화계상(花階上)에 봉접이 난다
솔개가 난다 솔개가 난다
허공중천(虛空中天) 높이 떠서 솔개가 난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모시당굴: 모시덩굴
삽작: 사립문
명매기: 제비의 일종으로 귀제비를 말한다. ‘대명당’은 큰 집. 명당은 주나라 때 천자가 제후의 예를 받기 위해 지은 큰 대궐. 큰 집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봉접(蜂蝶): 벌과 나비. ‘화계’는 뜰 한쪽에 조금 높게 하여 꽃을 심기 위(爲)해 꾸며 놓은 터, 화단.
해설
「는실타령」은 경기 민요이다. 타령장단에 맞추어 닭 · 개 · 봉황 · 명매기 · 두견 · 꾀꼬리 · 봉접(蜂蝶) · 솔개 등 새나 동물들이 노는 모습을 그린 재미있고도 흥겨운 경기 민요이다. 서도민요 「배꽃타령」과 같이 사당패의 노래에서 기원했다.
o 건드렁타령
노랫말
[건드렁 건드렁 건드렁거리고 놀아 보자]
왕십리(往十里) 처녀는 풋나물 장사로 나간다지
고비 고사리 두릅나물 용문산채(龍門山菜)를 사시래요
누각골(樓閣洞) 처녀는 쌈지 장수로 나간다지
쥘쌈지 찰쌈지 유자비빔을 사시래요
모화관(慕華館) 처녀는 갈매 장수로 나간다지
갈매 천익(天翼) 남전대(藍戰帶) 띠에 춘방사령(春坊使令)이 제격이래요
애오개(阿峴) 처녀는 망건(網巾) 장수로 나간다지
인모망건(人毛網巾) 경조망건(京組網巾) 곱쌀망건을 사시래요
광주분원(廣州分院) 처녀는 사기(砂器) 장수로 나간다지
사발(砂鉢) 대접 탕기 종지 용천병(龍泉甁)을 사시래요
경기안성(京畿安城) 처녀는 유기(鍮器) 장수로 나간다지
주발 대접 방짜 대야 놋요강을 사시래요
마장리(馬場里) 처녀는 미나리 장수로 나간다지
봄미나리 가을미나리 애미나리를 사시래요
양삿골 처녀는 나막신 장수로 나간다지
홀태나막신 코매기며 통나막신을 사시래요
구리개(銅峴) 처녀는 한약(漢藥) 장수로 나간다지
당귀(當歸) 천궁(川芎) 차전(車煎) 연실(蓮實) 창출(蒼朮) 백출(白朮)을 사시래요
자하문(紫霞門) 밖 처녀는 과일 장수로 나간다지
능금 자도(子桃) 앵도(櫻桃) 살구 복숭아를 사시래요
[ ] 부분은 후렴
풀이
용문산채(龍門山菜): 용문산에서 나는 나물
누각골(樓閣洞): 종로구 누상동
쌈지: 담배나 부싯돌을 싸는 주머니
쥘쌈지: 손에 쥐는 삼지
찰쌈지: 허리에 차는 쌈지
유자비빔: 자세히 알 수 없다
모화관(慕華館): 서대문구 독립문 일대
갈매: 갈매나무 열매. 물감으로 사용했다.
천익(天翼): 철릭. 무관들이 입던 공복.
남전대(藍戰帶): 철릭의 허리띠
춘방사령(春坊使令): 세자의 심부름을 하던 관리
애오개(阿峴): 아현동
마장리(馬場里): 마장동
양삿골: 양사동, 지금의 종로 6가 충신동 부근
구리개(銅峴): 을지로 1가
해설
「건드렁타령」은 서울 지방의 재미있는 특산물을 노래하는 경기 민요이다. 서울지방은 전국 팔도의 문물이 모이는 곳이었고 상업 중심지였다. 또한 여러 물산의 소비지이기도 하였으므로 많은 장사치들이 모여 상행위를 했다. 「건드렁타령」의 노랫말은 나물, 쌈지, 물감 등등 여러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행위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경기좌창인 「방물가」나, 「비단타령」처럼, 조선 후기 생활상을 잘 나타내 주는 노랫말이라 할 수 있다.
o 도화타령
노랫말
도화(桃花)라지 도화라지 네가 무삼에 도화라고 하느냐
복숭아꽃이 도화라지
[에헤요 에헤야 얼씨구 좋다 좋고 좋네 어화 이 봄을 즐겨 보세]
봄철일세 봄철일세 각색 꽃들이 난만(爛漫)하게 피었네
어화 노래나 불러 보세
이화도화(李花桃花) 만발(滿發)하고 행화춘절(杏花春節)이 다시 돌아왔구나
더덩실 춤추며 놀아 보세
도화일지(桃花一枝) 꺾어 들고 춘풍화류(春風花柳)를 희롱(戱弄)이나 하잘꼬
얼씨구 좋다 멋이로다
도화유수(桃花流水) 맑은 물에 일엽편주(一葉片舟)를 두덩실 띄우고
좋은 풍경에 즐겨 보세
[ ] 부분은 후렴
풀이
도화(桃花)라지 도화라지 네가 무삼에 도화라고 하느냐 복숭아꽃이 도화라지: “도화라고 하는구나, 도화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네가 무슨 까닭에 도화라고 하느냐. 복숭아꽃을 원래 도화이지.” 이 노랫말에서 앞의 도화는 사람, 즉 기생 이름 도화를 말한다. 도화는 복숭화꽃을 말하는 것인데, 왜 네가 도화라 이름을 붙였느냐 하는 장난조의 노랫말.
해설
「도화타령」은 경기 민요의 하나이다. 「는실타령」과 같이 사당패나 산타령패가 부르던 노래 중의 하나였다. 기생 도화(桃花)가 고종(高宗)의 총애를 받게 되자, 이를 시샘한 엄비(嚴妃)가 도화의 얼굴에 바늘 상처를 내어 부스럼 난 자리처럼 만들어 쫓아냈다는 일화가 있고, 이 사실을 비꼰 노래라는 설이 있으나 민간에서 전하는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다. 경기산타령 명창이었던 이창배가 현행 노랫말로 가다듬었다. 「도화타령」은 봄을 흥겹게 맞이하는 노랫말이다.
o 유산가
노랫말
화란춘성(花爛春城)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를 구경을 가세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單瓢子)로 천리강산 들어를 가니
만산홍록(滿山紅綠)들은 일년일도(一年一度) 다시 피어
춘색(春色)을 자랑노라 색색이 붉었는데
창송취죽(蒼松翠竹)은 창창울울(蒼蒼鬱鬱)한데
기화요초 난만중(琪花瑤草爛漫中)에
꽃 속에 잠든 나비 자취 없이 날아난다
유상앵비(柳上鶯飛)는 편편금(片片金)이요
화간접무(花間蝶舞)는 분분설(紛紛雪)이라
삼춘가절(三春佳節)이 좋을시고
도화만발점점홍(桃花滿發點點紅)이로구나
어주축수애산춘(漁舟逐水愛山春)이라던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예 아니냐
양류세지사사록(楊柳細枝絲絲綠)하니 황산곡리 당춘절(黃山谷裏當春節)에
연명오류(淵明五柳)가 예 아니냐
제비는 물을 차고 기러기 무리져서
거지중천(居之中天)에 높이 떠 두 나래 훨씬 펴고
펄펄펄 백운간(白雲間)에 높이 떠서
천리강산 머나먼 길을 어이 갈꼬 슬피 운다
원산(遠山)은 첩첩(疊疊) 태산(泰山)은 주춤하여
기암(奇岩)은 층층(層層) 장송(長松)은 낙락(落落)
에 허리 구부러져 광풍(狂風)에 흥을 겨워 우줄우줄 춤을 춘다
층암 절벽상(層岩絶壁上)의 폭포수(瀑布水)는 콸콸
수정렴(水晶簾) 드리운 듯 이 골물이 주루루룩 저 골 물이 쏼쏼
열에 열 골 물이 한데 합수(合水)하여
천방져 지방져 소쿠라져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건너 병풍석(屛風石)으로 으르렁 콸콸 흐르는 물결이
은옥(銀玉)같이 흩어지니
소부 허유(巢父許由) 문답하던 기산 영수(箕山潁水)가 예 아니냐
주곡제금(奏穀啼禽)은 천고절(千古節)이요
적다정조(積多鼎鳥)는 일년풍(一年豊)이라
일출낙조(日出落照)가 눈앞에 어려라
경개무궁(景槪無窮) 좋을시고
풀이
화란춘성(花爛春城)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봄이 오자 성안에 꽃이 만발하여 화려하고, 따뜻한 봄날에 만물은 바야흐로 한창 기를 펴고 자라난다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單瓢子): 대나무 지팡이에 짚신을 신고 표주박 하나를 들고
만산홍록(滿山紅綠): 온 산에 가득한 붉은 꽃과 푸른 초목
창송취죽(蒼松翠竹)은 창창울울(蒼蒼鬱鬱)한데: 푸른 소나무와 푸른 대나무는 울창도 한데,
기화요초 난만중(琪花瑤草爛漫中): 아름다운 꽃과 풀은 화려하기만 한데
유상앵비(柳上鶯飛)는 편편금(片片金)이요: 버드나무 위에 나는 꾀꼬리는 여러 개의 금 조각 같이 아름답고
화간접무(花間蝶舞)는 분분설(紛紛雪)이라: 꽃 사이 춤추는 나비들은 날리는 눈송이 같구나
삼춘가절(三春佳節)이 좋을씨고 도화만발 점점홍(桃花滿發點點紅)이로구나: 아름다운 봄이 참으로 좋구나, 복숭화꽃 만발하여 꽃송이마다 붉었구나
어주축수애산춘(漁舟逐水愛山春)이라던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예 아니냐: 고깃배를 타고 물을 따라 올라가서 산 속의 봄 경치를 사랑하게 되니, 무릉도원이 여기가 아니냐. 이 구절은 당나라 시인 왕유의 시 「도원행(桃源行)」의 첫 구절에서 왔다.
해설
「유산가」는 경기 십이잡가의 하나이다. 한국의 절경을 중국의 명승지와 여러 고사(古事)를 비교하면서 읊은 노래이다. 조선 후기에 전해지던 「유산가」를 박춘경이 고쳐 불러 오늘에 전하고 있다. 박춘경(朴春景, 1850?~1920?)은 서울에서 활약했던 명창이다. 박춘경의 문하에서 박춘재(朴春載, 1877 또는 1881~1948)와 최경식(崔景植, 1874~1949 또는 1876~1948)과 주수봉(朱壽奉, 1870?~?)과 같은 명창이 나왔다고 한다. 이창배는 『한국가창대계』에서 “좋은 절기에 경승을 찾는 산놀이의 노래는 한아하고 명랑한 서울조 가운데서도 매우 뛰어난 곡이다. 박춘경에게 얼마만한 문학적 견식이 있었는지는 알 길 없지만, 앞부분이 잘린 지금의 「유산가」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보다 아담하게 짜여져 잘 통일되어 있는 것은 지극히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라고 했다.
o 적벽가
노랫말
삼강(三江)은 수전(水戰)이요 적벽(赤璧)은 오병(鏖兵)이라
난데없는 화광(火光)이 충천(沖天)하니 조조(曹操)가 대패(大敗)하여
화용도(華容道)로 행할 즈음에
응포일성(應砲一聲)에 일원대장(一員代將)이 엄심갑(掩心甲)옷에 봉(鳳)투구 저켜 쓰고
적토마(赤兎馬) 비껴 타고 삼각수(三角鬚)를 거스릅시고
봉안(鳳眼)을 크게 뜹시고 팔십근(八十斤) 청룡도(靑龍刀) 눈 위에 선뜻 들어
엡다 이놈 조조야 날다 길다 하시는 소래 정신이 산란(散亂)하여
비나이다 비나이다 잔명(殘命)을 살으소서
소장(小將)의 명(命)을 장군전하(將軍前下)에 비나이다
전일(前日)을 생각하오 상마(上馬)에 천금(千金)이요 하마(下馬)에 백금(百金)이라
오일(五日)에 대연(大宴)하고 삼일(三日)에 소연(小宴)할 제
한수정후(漢壽亭侯) 봉(封)한 후에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집에
미녀충궁(美女充宮)하였으니 그 정성을 생각하오
금일(今日) 조조가 적벽(赤壁)에 패(敗)하여
말은 피곤 사람은 주리어 능히 촌보(寸步)를 못하겠으니
장군 후덕(厚德)을 입사와지어다
네 아무리 살려고 하여도 사지 못할 말 듣거라
네 정성 갚으려고 백마강(白馬江) 싸움에
하북명장(河北名將) 범같은 천하장사
안량(顔良) 문추(文醜)를 한칼에 선듯 버혀 네 정성을 갚은 후에
한수정후(漢壽亭侯) 인병부(印兵符) 끌러 원문(轅門)에 걸고
독행천리(獨行千里)하였으니 네 정성만 생각하느냐
이놈 조조야 너 잡으러 여기 올 제 군령장(軍令狀) 두고 왔다
네 죄상(罪狀)을 모르느냐 천정(天情)을 거역하고 백성을 살해하니
만민도탄(萬民塗炭)을 생각지 않고 너를 어이 용서하리
간사한 말을 말고 짧은 목 길게 늘여 청룡도 받으라
하시는 소래 일촌간장이 다 녹는다
소장을 잡으시려고 군령장(軍令狀) 두셨으나
장군님 명(命)은 하늘에 달립시고
소장의 명은 금일 장군전(將軍前)에 달렸소
어집신 성덕(聖德)을 입사와 장군전하(將軍前下) 살아와지이다
관왕(關王)이 들읍시고 자닝히 여기사 주창(周倉)으로 하여금
오백도부수(五百刀斧手)를 한편으로 치우칩시고 말머리를 돌립시니
죽었던 조조가 화용도(華容道) 벗어나 조인(曹仁) 만나 가더란 말가
풀이
적벽(赤璧)은 오병(鏖兵)이라: 적벽에서는 적이 다 죽을 때까지 싸움. 여기서는 조조의 군사가 거의 전멸했다는 것.
난데없는 화광(火光)이 충천(沖天)하니 조조(曹操)가 대패(大敗)하여 화용도(華容道)로 행할 즈음에: 제갈공명의 계략에 따라 화공으로 인해 조조의 함대가 불에 타서 대패하고, 화용도로 도망갈 즈음에
응포일성(應砲一聲)에 일원대장(一員代將)이: 큰 소리를 내지르며 한 대장이
엄심갑(掩心甲)옷에: 가슴을 가리는 갑옷에
삼각수(三角鬚)를 거스릅시고 봉안(鳳眼)을 크게 뜹시고: 세 갈래로 난 수염에 봉같은 눈을 크게 뜨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잔명(殘命)을 살으소서: 조조가 관우에게 비는 말이다. 남은 생명을 살려주십시오. 여기서부터 ‘장군 후덕(厚德)을 입사와지어다’까지는 조조의 목숨을 구걸하는 말이다.
해설
「적벽가」는 경기 십이잡가 중 하나이다. 판소리 『적벽가』와는 다른 노래다. 경기 십이잡가 「적벽가」는 『삼국지(三國志)』의 내용 중 적벽대전에서 크게 패한 조조(曹操)가 관운장에게 목숨을 비는 장면을 형용하고 있는 노랫말로 이루어져 있다. 싸움에 패해 도망가다가 관운장에게 사로잡힌 조조는 목숨을 애걸복걸 구한다. 조조의 말과 관우의 말이 서로 교차되는 노랫말이다. 조조의 구차한 행색과 비굴한 모습이 관운장의 당당한 태도와 대조를 이루어 웃음을 자아낸다.
o 제비가
노랫말
만첩산중(萬疊山中) 늙은 범 살진 암캐를 물어다 놓고 에- 어르고 노닌다
광풍(狂風)의 낙엽처럼 벽허(碧虛) 둥둥 떠나간다
일락서산(日落西山) 해는 뚝 떨어져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달이 솟네
만리장천(萬里長天)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복희씨(伏羲氏) 맺은 그물을 두루쳐메고서 나간다
망탕산(茫荡山)으로 나간다 우이여- 어허어 어이고 저 제비 네 어디로 달아나노
백운(白雲)을 박차며 흑운(黑雲)을 무릅쓰고 반공중(半空中)에 높이 떠
우이여- 어허어 어이고 달아를 나느냐
내 집으로 훨훨 다 오너라
양류상(楊柳上)에 앉은 꾀꼬리 제비만 여겨 후린다
아하 이에이 에헤이 에헤야 네 어디로 행하느냐
공산야월(空山夜月) 달 밝은데 슬픈 소래 두견성(杜鵑聲) 슬픈 소래
두견제(杜鵑啼) 월도천심(月到天心) 야삼경(夜三更)에
그 어느 낭군이 날 찾아오리
울림비조(鬱林飛鳥) 뭇새들은 농춘화답(弄春和答)에 짝을 지어
쌍거쌍래(雙去雙來) 날아든다
말 잘하는 앵무새 춤 잘 추는 학두루미
문채(紋彩) 좋은 공작 공기 적다 공기 뚜루루루루룩
숙궁 접동 스르라니 호반새 날아든다
기러기 훨훨 방울새 떨렁 다 날아들고
제비만 다 어디로 달아나노
풀이
만첩산중(萬疊山中) 늙은 범 살진 암캐를 물어다 놓고: 『춘향가』에도 나오는 대목이다. 이도령이 춘향이의 업고자 옥신각신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목. 에로틱한 표현이다. 만첩산중은 산이 첩첩한 산 속.
벽허(碧虛): 푸른 하늘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흥부가』에 나온 대목이다
망탕산(茫荡山): 중국에 있는 산 이름. 『홍길동전』에도 등장한다.
두견제(杜鵑啼) 월도천심(月到天心) 야삼경(夜三更)에: 두견새, 달이 하늘 한 가운데 있는 밤 깊은 때
울림비조(鬱林飛鳥) 뭇새들은 농춘화답(弄春和答)에 짝을 지어 쌍거쌍래(雙去雙來) 날아든다: 남도의 「새타령」에도 나오는 가사. 울창한 숲에서 나는 여러 새들은 서로서로 봄을 화답하며 짝을 지어 오고 간다.
문채(紋彩) 좋은 공작: 날개 무늬와 빛깔이 좋은 공작
해설
「제비가」의 노랫말 내용은 흥미롭다.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로 시작하여 판소리 『흥부가』의 제비 후리는 대목이 나오다가 남도 민요 「새타령」 가사가 차례로 등장한다. 바로 그러한 노랫말의 축약, 종합, 비약이 경기소리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즉 여러 지방의 고유한 음악 혹은 소리들이 한양(서울)에 모이면서 생략과 종합 과정을 거쳐 새롭게 편집되어 서울식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경기소리의 한 특징이다. 이는 서울(한양)이 가지는 국가의 중심으로서의 정치, 사회, 경제적 특성으로 인해 비롯한 것이다. 한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이 서울이라는 공간에 집약되기 때문에 일어난 자연스런 현상이다. 즉 경기소리는 용광로처럼 전국 각 지방의 소리를 가져다가 융합하여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이기에 각 지방의 특성이 여러 형태로 남아 있는 소리로 재탄생했다.
o 소춘향가
노랫말
춘향(春香)의 거동(擧動) 봐라
오인 손으로 일광(日光)을 가리고 오른손 높이 들어
저 건너 죽림(竹林) 보인다
대 심어 울하고 솔 심어 정자(亭子)라
동편(東便)에 연정(蓮亭)이요 서편(西便)에 우물이라
노방(路傍)에 시매고후과(時賣故侯瓜)요
문전(門前)에 학종선생류(學種先生柳)
긴 버들 휘늘어진 늙은 장송 광풍(狂風)에
흥을 겨워 우줄 활활 춤을 춘다
사립문 안에 삽사리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꼬리치는
저 집이오니 황혼에 정녕히 돌아를 오소
떨치고 가는 형상 사람의 간장을 다 녹이느냐
너는 어연 계집 아희관데 나를 종종 속이느냐
아하 너는 어연 계집 아희관데 장부간장을 다 녹이느냐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에 해는 어이 아니 가노
오동야월(梧桐夜月) 달 밝은데 밤은 어이 수이 가노
일월무정(日月無情) 덧없도다 옥빈홍안(玉鬢紅顔)이 공로(空老)로다
우는 눈물 받아 내면 배도 타고 가련마는
지척동방천리(咫尺洞房千里)로다 바라를 보니 눈에 암암
풀이
오인 손으로 일광(日光)을 가리고: 왼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대 심어 울하고 솔 심어 정자(亭子)라: 대나무릴 심어 둘타리로 삼고 소나무를 심어 정자를 짓고
동편(東便)에 연정(蓮亭)이요 서편(西便)에 우물이라: 동쪽에 연꽃을 심은 정자가 있고, 서족에는 우물이 있다
노방(路傍)에 시매고후과(時賣故侯瓜)요 문전(門前)에 학종선생류(學種先生柳): 당나라 시인 왕유의 「노장행(老將行)」에 나오는 구절. ‘가난하여 길가에서 때때로 동릉의 오이도 팔고, 문전에서 오류선생 버들 심는 것도 배웠다’라는 뜻. 원래 왕유의 시는 ‘몸을 낮추어 지낼 때도 있었다’라는 속뜻이나, 여기서는 춘향이 자신의 집을 가르쳐주는 대목이므로 ‘노방에 오이가 심어져 있고 문전에 버드나무가 있는 집’이 바로 춘향의 집이라는 뜻이다.
사립문 안에 삽사리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꼬리치는 저 집이오니 황혼에 정녕히 돌아를 오소: 사립문 안에 삽사리 개가 먼 산 보고 꼬리치는 집이 바로 춘향이 집이니 밥이 되면 오시라고 하는 말
너는 어연 계집 아희관데 나를 종종 속이느냐: 너는 어떠한 여자인데 나를 종종 속이느냐. ‘계집’은 현대에는 여자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나 19세기가지는 젊은 여자를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이었다.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우거진 신록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나은 때, 즉 여름
일월무정(日月無情): 해와 달은 무정하다는 말인데, 세월이 무심하게 흐른다는 뜻
옥빈홍안(玉鬢紅顔)이 공로(空老)로다: 젊고 아름다운 얼굴이 헛되이 늙는구나
우는 눈물 받아내면 배도 타고 가련마는: 흐르는 눈물이 너무나 많아 배도 띄울 수 있다는 표현. 과장법이지만 재미있는 표현이다.
지척동방천리(咫尺洞房千里)로다: 지척에 있는 님의 방이 천리로 느껴지지만
바라를 보니 눈에 암암(暗暗): 바라보니 눈에 가물가물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구절은 『교주가곡집』이나 『신구시행잡가』 등에는 ‘어이 그리 못 오는가’로 되어 있다.
해설
「소춘향가」는 경기 십이잡가의 하나이다. 노랫말의 내용은 전반 ‘황혼에 정녕히 돌아를 오소’까지가 춘향이 이도령에게 자기 집을 알려 주는 대목이고, 중반은 춘향에 대한 이도령의 연정을 표현하고 있다. 춘향은 넌지시 자기 집을 에둘러 알려주고, 이도령은 애가 타는 대목이다. 마지막 ‘녹음방초승화시’부터는 오히려 춘향이가 애타게 이도령을 기다리는 대목이다. 젊은 남녀의 연애심리를 잘 드러내주는 노랫말이다. 판소리 『춘향가(春香歌)』의 일부분을 보여준다는 뜻으로 「소춘향가(小春香歌)」라 하였다.
경기잡가란 서울 지방에서 가사체의 긴 사설을 얹어 부르는 성악곡을 말하는데 가곡 · 가사에 대비해 속요(俗謠)라는 뜻에서 잡가라 불렀다. 대개 전체가 하나의 노랫말로 이루어진 통절 형식이며 경기잡가는 다시 십이잡가와 휘몰이잡가와 기타 잡가로 나뉜다.
원래 십이잡가는 「유산가」 · 「적벽가」 · 「제비가」 · 「소춘향가」 · 「선유가」 · 「집장가」 · 「형장가」 · 「평양가」 등 8곡인 팔잡가였는데, 정가(正歌)인 십이가사(十二歌詞)의 영향을 받아 이에 준하기 위하여, 나중에 「달거리」 · 「십장가」 · 「출인가」 · 「방물가」 등 소위 잡잡가(雜雜歌) 4곡을 더해 12곡으로 만든 것이다.
o 집장가
노랫말
집장군노(執杖軍奴) 거동(擧動)을 봐라
춘향을 동틀에다 쫑그라니 올려매고
형장(刑杖)을 한아름을 디립다 덤석 안아다가
춘향이 앞에다가 좌르르 펄뜨리고
좌우 나졸들이 집장(執杖) 배립(排立)하여
분부 듣주어라 여쭈어라
바로 아뢸 말삼 없소 사또 안전(案前)에 죽여만 주오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고르면서 이놈 집어 느긋느긋 저놈 집어 는청는청
춘향이를 곁눈을 주며 저 다리 들어라
골(骨) 부러질라 눈 감아라 보지를 말라
나 죽은들 너 매우 치랴느냐 걱정을 말고 근심을 마라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골라 쥐고 선뜻 들고 내닫는 형상(形狀)
지옥문 지키었던 사자(使者)가 철퇴를 들어메고 내닫는 형상
좁은 골에 벼락치듯 너른 들에 번개하듯
십리만치 물러섰다가 오리만치 달려 들어와서
하나를 들입다 딱 부치니 아이구 이 일이 웬 일이란 말이오
허허 야 년아 말 듣거라
꽃은 피었다가 저절로 지고
잎은 돋았다가 다 뚝뚝 떨여저서
허허한치 광풍(狂風)의 낙엽이 되어
청버들을 좌르르 훌터
맑고 맑은 구곡지수(九曲之水)에다가 풍기덩실 지두덩실
흐늘거려 떠나려 가는구나
말이 못된 네로구나
풀이
집장군노(執杖軍奴): 형장을 집행하는 군졸. 수령의 명을 받아 죄인에게 곤장을 치는 일을 하는 군졸.
동틀: 곤장을 칠 때 묶어 놓는 형틀
좌우 나졸들이 집장(執杖) 배립(排立)하여: 좌우 나졸들이 형장을 칠 때 쭉 서서 대기하고 있는
분부 듣주어라 여쭈어라: 사또의 말씀을 듣고 할 말이 있으면 말해라
바로 아뢸 말삼 없소 사또 안전(案前)에 죽여만 주오: 사또에게 할 말이 없으니 사또에게 죽여 달라고 전해주시오
형장 하나를 고르면서 이놈 집어 느긋느긋 저놈 집어 는청는청: 형을 집행하는 나무 몽둥이를 고르면서 이것 접어 느긋느긋, 저것 집어 는청는청. 군졸이 춘향이를 봐주기 위해 시간을 끄는 모습을 형용하고 있다.
나 죽은들 너 매우 치랴느냐 걱정을 말고 근심을 마라: 군졸이 춘향이에게 자신이 사또에게 죄를 받을지라도 살살치겠다고 말하면서 걱정, 근심 말라는 것
구곡지수(九曲之水): 굽이굽이 흐르는 물
말이 못된 네로구나: 집장군노가 하는 말이 춘향이 “네 처지가 참으로 잘못되었구나.” 여기서 ‘말’은 집장군노의 말.
해설
「집장가」는 경기 십이잡가의 하나다. 판소리 『춘향가』의 한 장면에서 따왔다. 춘향이 변사또의 요구를 거절하고 형벌을 받는 장면을 묘사하는 대목을 표현하고 있다. 집장군노는 형장을 치는 군졸. 집장군노가 춘향을 형틀에 묶고, 춘향에게 말을 시키자 춘향은 “사또 안전에 죽여만 주오”라고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 이에 집장군노가 춘향에게 살살 치겠다고 하면서 형장을 치는 대목에 까지 이르고, 형장을 한 대 치고는, 춘향이의 처지를 안타깝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말 표현이 재미있는 노랫말이다.
경기잡가란 서울 지방에서 가사체의 긴 사설을 얹어 부르는 성악곡을 말하는데 가곡 · 가사에 대비해 속요(俗謠)라는 뜻에서 잡가라 불렀다. 대개 전체가 하나의 노랫말로 이루어진 통절 형식이며
경기잡가는 다시 12잡가와 휘몰이잡가와 기타 잡가로 나뉜다. 원래 십이잡가는 「유산가」 · 「적벽가」 · 「제비가」 · 「소춘향가」 · 「선유가」 · 「집장가」 · 「형장가」 · 「평양가」 등 8곡인 팔잡가였는데, 정가(正歌)인 십이가사(十二歌詞)의 영향을 받아 이에 준하기 위하여, 나중에 「달거리」 · 「십장가」 · 「출인가」 · 「방물가」 등 소위 잡잡가(雜雜歌) 4곡을 더해 12곡으로 만든 것이다.
o 형장가
노랫말
형장(刑杖) 태장(笞杖) 삼(三)모진 도리매로
하날 치고 짐작할까 둘을 치고 그만 둘까
삼십도(三十度)에 맹장(猛杖)하니 일촌간장(一寸肝藏) 다 녹는다
걸렸구나 걸렸구나 일등춘향(一等春香)이 걸렸구나
사또 분부 지엄하니 인정일랑 두지 마라
국곡투식(國穀偸食)하였느냐 엄형중치(嚴刑重治)는 무삼 일고
살인도모(殺人圖謀)하였느냐 항쇄족쇄(項鎖足鎖)는 무삼 일고
관전발악(官前發惡)하였느냐 옥골최심(玉骨摧甚)은 무삼 일고
불쌍하고 가련하다 춘향 어미가 불쌍하다
먹을 것을 옆에다 끼고 옥 모퉁이로 돌아들며
몹쓸 년의 춘향이야 허락 한 마디 하려무나
아이구 어머니 그 말씀 마오 허락이란 말이 웬 말이오
옥중에서 죽을망정 허락하기는 나는 싫소
새벽 서리 찬 바람에 울고 가는 기러기야
한양성내 가거들랑 도련님께 전하여 주렴
날 죽이오 날 죽이오 신관 사또야 날 죽이오
날 살리오 날 살리오 한양낭군님 날 살리오
옥 같은 정강이에 유혈이 낭자하니 속절없이 나 죽겠네
옥 같은 얼굴에 진주 같은 눈물이 방울 방울 방울 떨어진다
석벽강상(石壁江上) 찬 바람은 살 쏘듯이 드리불고
벼룩 빈대 바구미는 예도 물고 제도 뜯네
석벽(石壁)에 섰는 매화 나를 보고 반기는 듯
도화유수묘연(桃花流水渺然)히 뚝 떨어져 굽이굽이 솟아난다
풀이
도리매: 곤장
삼십도(三十度)에 맹장(猛杖)하니: 삼십대를 매우 치니
국곡투식(國穀偸食)하였느냐 엄형중치(嚴刑重治)는 무삼 일고: 나라의 곡식을 훔쳐 먹었느냐 암하고 중하게 다스리는 까닭이 어디에 있느냐
살인도모(殺人圖謀)하였느냐 항쇄족쇄(項鎖足鎖)는 무삼 일고: 사람을 죽이기라도 하였느냐 이렇게 목에 칼을 씌우고 발에 차꼬(족쇄)를 채운단 말이냐
관전발악(官前發惡)하였느냐 옥골최심(玉骨摧甚)은 무삼 일고: 벼슬아치 앞에서 발악이라도 하였느냐 고귀한 몸에 뼈를 부러뜨릴 정도로 심하게 하느냐
벼룩 빈대 바구미는 예도 물고 제도 뜯네: 벼룩과 빈대와 바구미는 여기도 물고 저기도 뜯네
도화유수묘연(桃花流水渺然)히: 복숭아꽃 흐르는 물에 아득히
해설
「형장가」는 경기 십이잡가의 하나다. 「집장가」에 이어 춘향이가 곤장을 맞는 장면을 노래하고, 옥중에서 고생하는 춘향을 찾아 월매가 찾아가 사또의 청을 들어 주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춘향은 이를 거절하고 옥에서 이도령을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석벽(石壁)에 섰는 매화 나를 보고 반기는 듯 도화유수묘연(桃花流水渺然)히 뚝 떨어져 굽이굽이 솟아난다” 부분은 전체 노랫말에 어울리지 않는다. 춘향이가 옥중에서 희망을 보면서 이도령을 매화와 도화를 비유하였다고도 해석을 할 수 있지만, 비약이 있다. ‘날 죽이오’부터는 1940년대 이후 누군가에 의해 새롭게 붙여진 노랫말인데, 내용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전하려 주렴’까지만 노래해도 좋을 듯.
o 평양가
노랫말
갈까 보다 가리갈까 보다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 보다
잦은 밥을 다 못 먹고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 보다
부모 동생 다 이별하고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 보다
불붙는다 불이 불붙는다
평양성내 불이 불붙는다
평양성내 불이 불붙으면
월선이 집에 행여 불 갈세라
월선이 집에 불이 불붙으면
육방관속(六房官屬)이 제가 제 알리라
가세 가세 노리 놀러 가세
월선이 나와 소매를 잡고
가세 가세 어서 들어를 가세
놓소 놓소 노리놓소그려
직령(直領) 소매 노리놓소그려
떨어진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직령 소매 동이 동떨어진다
상침(上針) 중침(中針) 다 골라 내어
세모시 당사(唐絲)로 가리감쳐 줌세
풀이
잦은 밥을 다 못 먹고: 뜸이 덜 든 밥도 채 못 먹고. ‘잦다’는 물이 졸아 들어감을 말한다. 혹은 지어놓은 밥도 다 못 먹고.
육방관속(六房官屬)이 제가 제 알리라: 지방의 아전들이 알 것이다. 이 구절의 의미는 불분명하다. 월선이 집에 불이 붙었는데 지방 아전들이 알 것이라는 표현은 지방아전들과 월선이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조선시대 기녀들은 아전들의 관리, 감독 대상이었다. 때문에 기녀들의 신상에 변동이 생길 경우 아전들이 알 것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육방관속’은 지방 관아의 육방에 속한 아전들.
해설
「평양가」는 경기 십이잡가다. 「평양가」는 평양의 풍광이나 풍속을 읊은 것이 아니라 월선에 대한 연정을 표현한 노래이다. 월선이와 단둘이 지어 놓은 밥도 다 못 먹고 부도, 동생 버리고 떠나자고 했고, 소매를 잡아당기다가 떨어지면 여러 바늘로 감쳐 준다고 한 노랫말. 실존한 평양기생 월선이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든 노랫말인지, 아니면 월선이라는 평양기생을 상정해 놓고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한 노랫말인지는 불분명하다.
o 선유가
노랫말
가세 가세 자네 가세 가세 가세 놀러 가세
배를 타고 놀러를 가세 지두덩기어라 둥게 둥덩 덩실로 놀러 가세
앞집이며 뒷집이라 각위(各位) 각집 처자들로 장부 간장 다 녹인다
동삼월(冬三月) 계삼월(桂三月) 회양도(淮陽道) 봉봉(峯峯) 돌아를 오소
아나 월선(月仙)이 돈 받소
가던 임은 잊었는지 꿈에 한 번 아니 보인다
내 아니 잊었거든 젠들 설마 잊을소냐
가세 가세 자네 가세 가세 가세 놀러 가세
배를 타고 놀러를 가세 지두덩기어라 둥게 둥덩 덩실로 놀러 가세
이별이야 이별이야 이별 두 자 내인 사람 날과 백년 원수로다
동삼월 계삼월 회양도 봉봉 돌아를 오소
아나 월선(月仙)이 돈 받소
살아 생전 생이별은 생초목(生草木)에 불이 나니
불 꺼 줄 이 뉘 있읍나
가세 가세 자네 가세 가세 가세 놀러 가세
배를 타고 놀러를 가세 지두덩기어라 둥게 둥덩 덩실로 놀러 가세
나는 죽네 나는 죽네 임자로 하여 나는 죽네
나 죽는 줄 알 양이면 불원천리(不遠千里)하련마는
동삼월 계삼월 회양도 봉봉 돌아를 오소
아나 월선이 돈 받소
박랑사중(博浪沙中) 쓰고 남은 철퇴 천하장사 항우를 주어
깨치리라 깨치리라 이별 두 자 깨치리라
가세 가세 자네 가세 가세 가세 놀러 가세
배를 타고 놀러를 가세 지두덩기어라 둥게 둥덩 덩실로 놀러 가세
풀이
동삼월(冬三月) 계삼월(桂三月) 회양도(淮陽道) 봉봉(峯峯) 돌아를 오소: 동삼월, 계삼월은 기생 이름이다. 김만중의 『구운몽』에 계삼월이란 선녀가 등장하는데, 기생들이 예명을 지을 때 『구운몽』의 선녀 이름을 자주 차용했다. 회양도는 지명이다. 회양도는 고려 충숙왕 때 교주도(지금의 강원도 영서 지역)를 회양도라 고쳐 불렀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 노래에서의 회양도는 서울의 ‘여의도’와 같이 강중에 있는 섬을 가리킨다. 기생을 배에 실고 회양도 봉봉 돌아 뱃놀이를 하고 오라는 뜻이다.
해설
「선유가」는 경기 십이잡가의 하나이다. 가사의 내용은 이별에 대한 정한(情恨)이 주를 이룬다. 후렴구에 ‘가세’가 반복되기 때문에 「가세타령」이라고도 한다. 다른 십이잡가와는 달리 반복되는 두 구절의 후렴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세 가세 자네 가세 가세 가세 놀러 가세 배를 타고 놀러를 가세 지두덩기어라 둥게 둥덩 덩실로 놀러 가세’와 ‘동삼월 계삼월 회양도 봉봉 돌아를 오소 아나 월선(月仙)이 돈 받소’가 후렴에 해당한다.
선유(船遊)의 뜻은 뱃놀이지만 「선유가」를 배를 타고 부르는 노래라고 하기는 어렵다. 노랫말의 내용에 뱃놀이가 나오기 때문에 「선유가」라 이름 지었다.
o 출인가
노랫말
풋고추 절이김치 문어 전복 곁들여
황소주(黃燒酒) 꿀 타 향단(香丹)이 들려
오리정(五里亭)으로 나간다 오리정으로 나간다
어느 년 어느 때 어느 시절에 다시 만나
그리던 사랑을 품 안에 품고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에- 어화둥개 내 건곤(乾坤)
이제 가면 언제 오료 오만 한(恨)을 일러 주오
명년(明年) 춘색(春色) 돌아를 오면 꽃 피거든 만나 볼까
놀고 가세 놀고 가세 너고 나고 나고 너고만 놀고 가세
곤히 든 잠 행여나 깨울세라 등도 대고 배도 대며
쩔레쩔레 흔들면서 일어나오 일어나오
겨우 든 잠 깨어나서 눈 떠 보니 내 낭군일세
그리던 임을 만나 만단정회(萬端情懷) 채 못하여
날이 장차 밝아 오니 글로 민망 하노매라
놀고 가세 놀고 가세 너고 나고 나고 너고만 놀고 가세
오날 놀고 내일 노니 주야장천(晝夜長天)에 놀아 볼까
인간 칠십을 다 산다고 하여도
밤은 자고 낮은 일어나니 사는 날이 몇 날인가
풀이
풋고추 절이김치 문어 전복 곁들여 황소주(黃燒酒) 꿀 타 향단(香丹)이 들려: 이도령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갈 때 춘향이와 이별을 하는 대목에서 차려낸 음식을 향단이에게 들게 하여
절이김치: 겉절이
황소주: 누런 빛깔의 소주
오리정(五里亭): 남원에 있는 정자 이름
건곤(乾坤): 하늘과 땅. 여기서 ‘내 건곤’이라 함은 나의 모든 것.
이제 가면 언제 오료 오만 한(恨)을 일러 주오: 이제 가면 언제 올지 모르니 여러 한스러운 말을 지금하라는 말. 이 구절은 경기 민요 「이별가」에도 나온다.
만단정회(萬端情懷): 만 가지 정과 회포
글로 민망 하노매라: 그것으로 인해 민망하구나
해설
「출인가」는 경기 십이잡가이다. 노랫말은 전체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내용이 다르다. 처음의 노랫말은 이도령과 춘향이 남원 오리정(五里亭)에서 여러 음식을 차려 놓고 이별하는 장면이다. ‘명년(明年) 춘색(春色) 돌아를 오면 꽃 피거든 만나 볼까’까지가 이 부분이다. 두 번 반복되는 후렴 ‘놀고 가세 놀고 가세 너고 나고 나고 너고만 놀고 가세’ 이후 ‘곤히 든 잠 행여나 깨울세라’부터 ‘글로 민망 하노매라’까지는 춘향과 이도령이 밤을 같이 보낸 뒤의 새벽을 노래하는 장면이다. 셋째 부분 ‘오날 놀고 내일 노니’부터 마지막 ‘사는 날이 몇 날인가’까지는 일반적인 삶의 유한성에 대한 한탄이다. 즉 「출인가」는 각각 다른 장면의 노랫말이 합쳐져 있다. 이 역시 경기 잡가의 한 특징이다.
o 십장가
노랫말
전라좌도(全羅左道) 남원(南原) 남문 밖
월매 딸 춘향이가 불쌍하고 가련하다
하나 맞고 하는 말이 일편단심(一片丹心) 춘향이가
일종지심(一從之心) 먹은 마음 일부종사(一夫從事)하쟀더니
일각일시(一刻一時) 낙미지액(落眉之厄)에 일일칠형(一日七刑) 무삼 일고
둘을 맞고 하는 말이 이부불경(二夫不更) 이내 몸이
이군불사(二君不事) 본(本)을 받아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 같소
이부지자(二父之子) 아니어든 일구이언(一口二言)은 못하겠소
셋을 맞고 하는 말이 삼한갑족(三韓甲族) 우리 낭군
삼강(三綱)에도 제일이요 삼촌화류승화시(三春花柳勝華時)에
춘향이가 이도령 만나 삼배주(三杯酒) 나눈 후에
삼생연분(三生緣分) 맺었기로 사또 거행(擧行)은 못하겠소
넷을 맞고 하는 말이 사면차지(四面次知) 우리 사또
사서삼경(四書三經) 모르시나 사시장춘(四時長春) 푸른 송죽(松竹)
풍설(風雪)이 잦아도 변(變)치 않소
사지(四肢)를 찢어다가 사방(四方)으로 두르셔도
사또 분부(吩付)는 못 듣겠소
다섯 맞고 하는 말이 오매불망(寤寐不忘) 우리 낭군
오륜(五倫)에도 제일(第一)이요 오날 올까 내일 올까
오관참장(五關斬將) 관운장(關雲長)같이 날랜 장수 자룡(子龍)같이
우리 낭군만 보고지고
여섯 맞고 하는 말이 육국유세(六國遊說) 소진(蘇秦)이도
날 달래지 못하리니 육례연분(六禮緣分) 훼절(毁節)할 제
육진광포(六鎭廣布)로 질끈 동여 육리청산(六里靑山) 버리셔도
육례연분(六禮緣分)은 못 잊겠소
일곱 맞고 하는 말이 칠리청탄(七里靑灘) 흐르는 물에
풍덩실 넣으셔도 칠월칠석(七月七夕) 오작교(烏鵲橋)에
견우직녀(牽牛織女) 상봉(相逢)처럼 우리 낭군만 보고지고
여덟 맞고 하는 말이 팔자(八字)도 기박(奇薄)하다
팔괘(八卦)로 풀어 봐도 벗어날 길 바이 없네
팔년풍진초한시(八年風塵楚漢時)에 장량(張良) 같은 모사(謀士)라도
팔진광풍(八陳狂風) 이 난국(難局)을 모면(冒免)하기 어렵거든
팔팔결이나 틀렸구나 애를 쓴들 무엇하리
아홉 맞고 하는 말이 구차한 춘향이가
굽이굽이 맺힌 설움 구곡지수(九曲之水) 아니어든
구관자제(舊官子弟)만 보고지고
열을 맞고 하는 말이 십악대죄(十惡大罪) 오늘인가
십생구사(十生九死)할지라도 시왕전(十王前)에 매인 목숨
십육세(十六歲)에 나는 죽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 전(前) 비나이다 한양 계신 이도령이
암행어사 출도하여 이 내 춘향을 살리소서
풀이
일종지심(一從之心): 한 가지를 따르는 마음. 여기서는 이도령만을 따르겠다는 마음을 말함.
낙미지액(落眉之厄)에 일일칠형(一日七刑) 무삼 일고: 눈썹에 떨어지는 재앙, 뜻밖의 다급한 재앙을 의미한다. 즉 재앙이 닥쳐 하루에도 일곱 번의 형벌을 받는 것은 무슨 일인고.
이부불경(二夫不更): 두 남편을 섬기지 않음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 ‘두 강물이 백로주를 갈랐다’라는 뜻인데 이백의 시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의 한 구절이다. 원래의 뜻 보다는 절개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부지자(二父之子) 아니어든 일구이언(一口二言)은 못하겠소: 두 아비의 자식이 아니니 한 입으로 두 말은 못하겠소
삼한갑족(三韓甲族): 삼한에서 으뜸가는 집안
삼춘화류승화시(三春花柳勝華時): 꽃피는 봄날에
삼생연분(三生緣分): 부부의 인연을 맺음
사면차지(四面次知): 여기서는 지방을 다스리는 벼슬아치. 변사또를 말한다.
육국유세(六國遊說) 소진(蘇秦)이도: 중국 전국시대 여섯 나라를 돌아다니며 유세를 펼쳤던 소진이도
육례연분(六禮緣分): 결혼식 때 하는 여섯 가지 절차. 결혼을 의미한다.
육진광포(六鎭廣布): 튼튼한 천
육리청산(六里靑山): 깊은 산
칠리청탄(七里靑灘): 엄자릉이 놀던 칠리탄, 일반적인 강
팔년풍진초한시(八年風塵楚漢時): 초나라와 한나라가 8년 싸움을 하던 시기에
팔팔결이나 틀렸구나: 판판 틀렸구나, 아주 틀렸구나
구곡지수(九曲之水): 원래는 중국 강소성 강녕현에 있는 경치 좋은 못. 여기서는 아름답거나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이몽룡만 보고 싶다는 말.
구관자제(舊官子弟): 이도령을 가르킴. 구관은 남원부사였던 이도령의 부친.
십악대죄(十惡大罪): 불교에서 몸(身)과 입(口)과 뜻(意)의 삼업으로 짓는 열 가지 죄악. 살생(殺生), 도둑질 등 10가지 죄를 말한다.
시왕전(十王前)에 매인 목숨: 시왕 앞에 달린 목숨. 시왕은 염라국에 있어 사람이 죽었을 때 죄를 따지는 왕이다.
해설
「십장가」는 경기 십이잡가의 하나다. 「형장가」에 이어 춘향이가 매를 맞는 장면을 그린 대목이다. 10대의 매를 맞으면서 숫자에 따라 연상되는 사설을 풀어 놓는데, 전체적으로는 춘향 자신의 절개를 강조하는 노랫말이다. 판소리 『춘향가』에서 비롯했지만 노랫말은 현행 판소리와는 다르다.
o 방물가
노랫말
서방님 정(情) 떼고 정 이별한대도 날 버리고 못 가리라
금일 송군(送君) 임 가는데 백년소첩(百年小妾) 나도 가오
날 다려 날 다려 날 다려 가오 한양낭군님 날 다려가오
나는 죽네 나는 죽네 임자로 하여 나는 죽네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제일명당(第一明堂) 터를 닦아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집에
내외분합(內外分閤) 물림퇴며 고불도리 선자(扇子) 추녀를
헝덩그렇게 지어나 주랴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연지분(臙脂粉)주랴 면경석경(面鏡石鏡)주랴
옥지환(玉指環) 금봉차(金鳳釵) 화관주(花冠珠) 딴머리 칠보(七寶) 족두리 하여나 주랴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세간 치레(致禮)를 하여나 주랴
용장봉장(龍欌鳳欌) 귓도리 책상이며
자개 함롱(檻櫳) 반다지 삼층 각계수리
이층 들미장(欌)에 원앙금침(鴛鴦衾枕) 잣베개
샛별 같은 쌍요강 발치발치 던져나 주랴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의복치례(衣服致禮)를 하여나 주랴
보라(藍色) 항릉(亢綾) 속저고리 도리볼수 겉저고리
남문대단 잔솔치마 백방수화주 고장바지
물면주 단속곳에 고양 나이 속버선에
몽고삼승(蒙古三升) 겉버선에 자지상직 수당혜(繡唐鞋)를
명례궁(明禮宮) 안에 맞추어 주랴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노리개 치레(致禮)를 하여나 주랴
은조로롱 금조로롱 산호가지 밀화불수(蜜花佛手)
밀화장도(蜜花粧刀) 곁칼이며 삼천주 바둑실을 남산더미만큼 하여나 주랴
나는 싫소 나는 싫소 아무것도 나는 싫소
고대광실(高臺廣室)도 나는 싫고 금의옥식(錦衣玉食)도 나는 싫소
원앙충충 걷는 말에 마부담(馬負擔)하여 날 다려가오
풀이
원앙충충 걷는 말에 마부담(馬負擔)하여 날 다려가오: 뚜벅 뚜벅 걷는 말에 태워 나를 데려가오
해설
「방물가」는 경기 십이잡가의 하나다. 님을 한양으로 떠나보내는 여인의 애절함과 여인을 데려가지 않고 대신 갖은 방물(집, 패물, 세간, 의복, 노리개 등)을 주겠다는 남자와의 심리적 갈등이 돋보이는 노랫말이다. 남자는 여인에게 집과 여러 방물을 제시하며 여인과 이별하려 하지만, 여인은 높다란 집이나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도 싫다며, 자신을 데려가라고 한다.
o 달거리
노랫말
네가 나를 볼 양이면 심양강 건너와서
연화분(蓮花盆)에 심었던 화초(花草) 삼색도화(三色桃花) 피었더라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一朝郎君)이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정월(正月)이라 십오일(十五日)에 망월(望月)하는 소년(少年)들아
망월도 하려니와 부모봉양(父母奉養) 생각세라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이 네가 내 건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이월(二月)이라 한식(寒食)날에 천추절(千秋節)이 적막(寂寞)이로다
개자추(介子推)의 넋이로구나
면산(緜山)에 봄이 드니 불탄 풀 속잎이 난다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이 네가 내 건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삼월(三月)이라 삼짇날에 강남(江南)서 나온 제비 왔노라 현신(現身)한다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이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적수단신(赤手單身) 이내 몸이 나래 돋친 학(鶴)이나 되면
훨훨 수루루룽 가련마는
나아하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안올림벙거지에 진사상모(眞絲象毛)를 덤벅 달고
만석당혜(萬舃唐鞋)를 좌르르 끌며 춘향아 부르는 소래
사람의 간장(肝腸)이 다 녹는다
나아하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경상도 태백산(太白山)은 상주(尙州) 낙동강이 둘러 있고
전라도 지리산(智異山)은 두치강(斗治江)이 둘러 있고
충청도 계룡산(鷄龍山)은 공주(公州) 금강(錦江)이 다 둘렀다
나아하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인간이별만사중(人間離別萬事中)에 독수공방(獨守空房)이 상사난(相思難)이란다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안방 건넌방 가로닫이 국화(菊花) 새김의 완자문이란다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어저께 밤에도 나가 자고 그저께 밤에는 구경 가고
무삼 염치로 삼승(三升) 버선에 볼 받아 달라나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나무로 치며는 행자목(杏子木) 돌로 쳐도 장군석(將軍石) 음양(陰陽)을 좇아 마주 섰고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한가운데는 신동(神童)이 거북의 잔등이 한 나비로다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나 돌아감네 에헤 나 돌아감네 떨떨거리고 나 돌아가노라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두견이 울어라 사랑도 매화로다
풀이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一朝郎君)이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미루어 짐작하면 잠자리를 같이 한 친구인 내 낭군이 나의 근본이라는 뜻. 일조낭군은 말 그대로는 ‘어느 아침 낭군’인데, 아침에 헤어지는 낭군의 준말이다.
개자추(介子推)의 넋이로구나 면산(緜山)에 봄이 드니 불탄 풀 속잎이 난다: 개자추의 고사를 노래하고 있는 대목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개자추는 문공(文公)이 어려운 시절 19년 동안 그를 모셨는데, 문공이 왕이 되어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실망한 개자추는 어머니를 모시고 면산 깊숙이 들어가 살았다. 이에 문공이 뉘우치고 개자추를 불렀지만 산을 내려오지 않아 개차추를 산에서 나오게 하려고 불을 질렀다. 개자추는 결국 나오지 않고 불아 타 죽었다. 후에 개차추를 기리기 위해 한식날 하루는 불을 피우지 않고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날이 되었다.
적수단신(赤手單身): 맨손과 홀몸. 곧 가진 재산도 없고 의지할 일가(一家)붙이도 없는 외로운 몸.
안올림 벙거지에 진사상모(眞絲象毛)를 덤벅 달고 만석당혜(萬舃唐鞋)를 좌르르 끌며 춘향아 부르는 소래 사람의 간장(肝腸)이 다 녹는다: 『춘향가』의 장면에서 따 온 노랫말이다. ‘안올림벙거지’는 품계가 높은 무관이 쓰는 군모(軍帽). 화려한 전립(戰笠)이다. ‘진사상모(眞絲象毛)’는 안올림벙거지에 다는 장식. ‘만석당혜’는 중국 가죽신. 고급 신발이다. 이 구절은 이도령의 옷차림을 표현한 노랫말이다.
해설
「달거리」는 경기 십이잡가 중 하나다. 월별(月別)로 노래하였다 하여 「월령가(月令歌)」라고도 한다. 그러나 정월부터 3월까지만 월별로 노래하였을 뿐 ‘적수단신’이하부터는 노래가사를 월별로 맞춰나가는 월령체(月令體)를 사용하지 않고 남녀간의 애정, 자연풍광 등을 읊고 있다. 즉 경기잡가 「달거리」는 원래의 「월령가」에 경기산타령과 「매화타령」 등이 복합적으로 스며들어 만들어진 노랫말이다. ‘적수단신’ 이하 산타령의 후렴이 나오는 노랫말 부분은 현행 경기산타령 노랫말의 고형(古形)인 것으로 보인다.
o 만학천봉
노랫말
만학천봉(萬壑千峯) 운심처(雲深處)에 석벽(石壁) 굽은 길로
미록(麋鹿) 타고 호로병(胡蘆甁) 차고 저(笛) 불고
불로초(不老草) 메고 쌍(雙)상투 짷고 색(色)등걸이 입고 가는 저 아희야
네 어디로 가자느냐 산 좋고 물 좋은데
앵무공작비취봉황(鸚鵡孔雀翡翠鳳凰)이 쌍쌍(雙雙)이 왕래하니
별유천지(別有天地) 비인간(非人間)이라 절승경개(絶勝景槪)를 다 버리고
네 어디로 가자느냐 게 좀 섰거라 말 물어 보자
채약(採藥)하는 아희가 사업을 다 떨치고
태공자(太公子) 효측하여 점심 보습을 등에다 지고
세백사(細白絲) 가는 그물 삼절오죽(三節烏竹)에 벗을 삼아
구절죽(九節竹) 멧둑 깻묵 파리 밥풀 온갖 미끼를 갖추 차려
조그만 주머니 넣어 차고 앞내 여울 오르는 고기 뒷내 여울 내리는 고기
자나 굵으나 굵으나 자나 함부로 휘몰아 옦아 낚아 낚아 옦아 내어
다래끼에 넣고 종다리에 담아 시내 강변 능수버들
동으로 벋은 움버들 가지 에화지끈 우지끈 뚝딱 장단 맞춰 꺾어 내려
거꾸로 잡고 끝으로 서너잎 남겨 조로록 훑어
아가미를 남보기 좋게 느슬느슬 뀌어 들고 가는 길에
석양세우(夕陽細雨) 녹수풍(綠水風)에 은광(銀光)이 고로 모여
은린옥척(銀鱗玉尺)이 많이 노니 또 저 고기를 잡으려면
우리 부모 홍안처자(紅顔妻子) 끓이고 볶고 삶고 지져 때먹기가 늦어가니
아나 예야 이 아희야
이 고기를 위선 먼저 너를 주께 싫다 마다 차탈피탈 핑계 사양 말고
지날 영로에 임의 집에 잠깐 들러 전하여 주렴
그 아희놈 말 대답하는 말이
소동(小童)은 범간(凡間) 아희가 아니오라
천상(天上)의 선동(仙童)으로 약밭(藥田)가옴 하옵다가
옥황상제태상노군(玉皇上帝太上老君) 원시천존제대선관(元時天尊代仙官)의 명을 받아
방장봉래영주(方丈蓬萊瀛洲) 삼신산(三神山) 불로초(不老草)와 불사약(不死藥) 면약 단약 선약(仙藥)이며
이화전(李花田) 계초전(桂草田)을 다 두루 돌아가옵더니
일세(日勢)를 살피오니 해는 거의 황혼이라 기운을 잠깐 차려
보습 쟁기를 고쳐 지고 부소(扶蘇) 송악(松嶽) 쑥 들어가서
남원(南園) 산전(山田)마저 갈고 갈 길이
장차 십만(十萬) 팔천리(八千里)라고 전(傳)할지 말지
풀이
만학천봉(萬壑千峯) 운심처(雲深處)에: 많은 봉우리와 골짜기가 있는 깊은 산골에
미록(麋鹿): 고라니와 사슴
별유천지(別有天地) 비인간(非人間)이라: 당나라 이백(李白)의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나오는 구절. 너무 경치가 좋아 인간세상 같지 않다는 말로, 아주 경치좋은 곳을 말한다.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문여하사서벽산 問余何事栖碧山 그대 산에서 왜 사느냐고 물으면
소이부답심자한 笑而不答心自閒 내 마음 한가하여 대답 않고 웃기만
도화유수묘연거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 뜬 강 아득하게 흘러가니
별유천지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 여긴 경치 아름다워 인간 세상 아니라네
해설
「만학천봉」은 경기 휘몰이잡가의 하나이다. 노랫말은 지나가는 아이에게 낚은 고기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자 아이가 핑계를 대며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말의 사용과 말의 늘여 붙임이 재미있고 상당히 해학적이다.
o 곰보타령
노랫말
칠팔월(七八月) 청명일(淸明日)에 얽은 중이 시냇가로 내려를 온다
그 중이 얽어 매고 푸르고 찡그리는 장기 바둑판 고누판 같고
멍석 덕석 방석 같고 어레미 시루밑 분틀밑 같고
청동적철(靑銅炙鐵) 고석매 같고 땜쟁이 발등감투 대장쟁이 손등 고이 같고
진사전(眞絲廛) 산기둥 같고 연죽전(烟竹廛) 좌판 신전마루 상하(上下) 미전(米廛)의 방석(方席) 같고
구타정장(毆打呈狀) 소지(訴紙) 같고 근정전(勤政殿) 철망(鐵網) 같고
우박 맞은 잿더미 쇠똥 같고 경무청(警務廳) 차관(次官) 콩엿 깨엿 진고개 왜떡(倭餠) 조개멍구럭 같고
여의사(如意紗) 길상사(吉祥紗) 별문관사(別紋官紗) 같고
직흥 준오 준륙 사오(四五) 같고 활량의 사포(射砲) 과녁 남게 앉은 매암이 잔등이 같고
경상도(慶尙道) 진상(進上) 대굿바리 꿀병 촉궤(燭櫃) 격자바탕 싸전 가게 내림틀 같고
변(邊)굼보 태(太)굼보 성주패두(城主牌頭) 염만흥(廉萬興) 같고
감영(監營) 뒷골의 앙쾡이 같고 냉동(冷洞)의 박수범(朴秀範) 같고
새절 중의 낙도(樂道) 같고 염불암(念佛庵) 중의 포운(浦雲)이 같고
삼막(三幕) 중의 덕은(德隱)이 같고
시위일대하사(侍衛一隊下士) 마대삼등(馬隊三等) 포대일등병(砲隊一等兵) 같고
삼개 무동(舞童)의 박태부(朴泰富)같이 아주 무척 얽은 중놈아
네 얼굴이 무삼 어여쁘고 똑똑하고 영리하고 얌전한 얼굴이라고 시냇가로 내리지 마라
뛴다 뛴다 어룡소룡(魚龍小龍)은 다 뛰어 넘어 자빠 동그라지고
영의정(領議政) 고래 좌의정(左議政) 숭어 우의정(右議政) 민어
승지(承旨) 전복 한림(翰林) 병어 옥당(玉堂) 은어
대사간(大司諫)에 자가사리 떼많은 송사리 수많은 곤쟁이
눈 큰 준치 키 큰 갈치 살찐 도미 살 많은 방어 머리 큰 대구 입 큰 메기
입 작은 병어 누른 조기 푸른 고등어 뼈없는 문어 등 굽은 새우 대접 같은 금붕어는
너를 그물 벼리로 알고 아주 펄펄 뛰어 넘어 도망질한다
그 중에 음침하고 흉물흉측(凶物凶測) 간릉간특한 오징어란 놈은
눈깔을 빼서 꽁무니에 차고 벼리 밖으로 돌고
길 같은 농어란 놈은 초친 고추장 냄새를 맡고 가라앉아 슬슬
풀이
고누판 같고: ‘고누판’은 고누를 노는 판. 고누는 민속놀이의 일종으로 윷판 비슷한 그림을 그려놓고 논다.
어레미 시루밑 분틀밑 같고: ‘어레미’는 곡식의 가루를 걸러내는 굵은 체. 시루는 떡을 찔 때 사용하는 용기, 분틀은 국수를 뽑을 때 사용하는 틀. 모두 구멍이 있다.
청동적철(靑銅炙鐵): 구리로 만든 석쇠. ‘고석매’는 수멍이 있는 화산암으로 만든 맷돌.
해설
「곰보타령」은 경기 휘몰이잡가의 하나이다. 천연두에 걸려 치료가 되어도 얼굴 전체에 작은 구멍 자국(다발성 흉터)이 남은데, 그러한 얼굴을 가진 사람을 ‘곰보’라고 불렀다. 천연두는 ‘마마’라고도 했는데 예방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1979년 전 세계적으로 인류에게서 완전히 사라진 전염병이다. 천연두로 인해 얼굴에 상처를 난 것을 ‘얽다’라고 표현했다.
노랫말 내용을 보면 위에는 얼굴 얽은 중이 시냇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각종 얽은 것을 나열하면서 놀려대는 내용이고, 아래는 각종 어류들이 스님의 얼굴이 얽은 것을 보고 마치 그물인 줄 알고 놀라 도망간다는 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조선조 말기의 사설시조에다 추가로 새로운 풍물을 추가한 작품인데, ‘경무청’의 단어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일제강점기에 신불출 등의 재담소리꾼들에 의해 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곰보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당시 사람들을 괴롭혀서 다수가 싫어하는 인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 둘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o 병정타령
노랫말
남의 손 빌어 잘 짠 상투 영문(營門)에 들어 단발(斷髮)할 제
상투는 베어 협낭(夾囊)에 넣고 망건(網巾)아 풍잠(風簪)아 너 잘있거라
병정(兵丁) 복장(服裝) 차릴 적에 모자(帽子) 쓰고 양혜(洋鞋) 신고
마고자 실갑 각반(脚絆) 치고 혁대(革帶) 군랑(軍囊) 창집 탄자(彈子) 곁들여 차고
글화총 메고 구보(驅步)로 하여 가는 저 병정(兵丁)아 게 좀 섰거라 말 물어 보자
우리도 부모은덕(父母恩德)에 글자나 배웠더니
문필(文筆)은 사마천(司馬遷) 왕희지(王羲之)에 지나가고
외관양풍(外觀樣風)은 이태백(李太白)과 두목지(杜牧之)요 소진(蘇秦) 장의(張儀) 언변(言辯)이라
만고재사(萬古才士) 장자방(張子房)과 제갈양(諸葛亮)의 지혜(知慧)로다
항우(項羽) 역사(力士) 자룡(子龍) 용맹(勇猛)에 지나가고
대순(大舜) 증자(曾子) 효심(孝心)이며 용방(龍逄) 비간(比干) 충심(忠心)이라
언충신행독경(言忠信行篤敬)은 주색잡기(酒色雜技)에 호승(好勝)하고
보국강병충심(報國强兵忠心) 가득하니 내 칠척오촌(七尺五寸)이 분명하다
각국총장(各國總長) 모신 곳에 얼른 냉큼 수이 빨리 찾아가서
이내 몸이 상사불견(相思不見) 기지사경(幾至死境) 시각대변(時刻大變)이라고
전(傳)하여 주렴
우리도 저 접대 갑오을미(甲午乙未) 동학란(東學亂)통에 이내 몸이 병정(兵丁)되어
나라에는 본이 되고 일가(一家)엔 남이 되고 일신(一身)이 수족(手足)되어
매일(每日) 사홉(四合) 이작(二勺) 한 달이면 육원오각(六圓五角)
일년(一年)이면 칠십팔원(七十八圓)에 몸이 매여
장령(將令)이면 수화(水火)를 불피(不避)하고 사차불피(死且不避)로다
아침이면 체조(體操)하고 낮이며는 충의(忠義) 두 자(字) 정심(正心)하고
저녁이면 군가(軍歌)하고 한달 육차(六次) 입직(入直) 들고
새새틈틈이 육군예식내모사(陸軍禮式內謀事)며 보병조전(步兵操典)
국어(國語) 산술(算術) 나팔(喇叭)까지 졸업(卒業)하는 몸뚱이라
전(傳)할지 말지
풀이
영문(營門)에 들어 단발(斷髮)할 제: 군영에 들어가 머리를 자를 때
상투는 베어 협낭(夾囊)에 넣고 망건(網巾)아 풍잠(風簪)아 너 잘있거라: 상투는 베어 두루주머니1)에 넣고 망건과 풍잠2)아, 잘 있거라.
양혜(洋鞋) 신고: 서양구두를 신고
마고자 실갑 각반(脚絆) 치고 혁대(革帶) 군랑(軍囊) 창집 탄자(彈子) 곁들여 차고: 마고자 실갑에 각반 차고, 혁대에 총알주머니 함께 차고
외관양풍(外觀樣風)은: 겉으로 생긴 모습은
언충신행독경(言忠信行篤敬)은 주색잡기(酒色雜技)에 호승(好勝)하고: 말과 행동의 바르게 쓰고자 하는 마음이 주색잡기를 이겨내고자 하고. 호승은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인데, 여기서 문맥상 주색잡기에서 남보다 잘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색잡기를 멀리함을 좋아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보국강병충심(報國强兵忠心) 가득하니 내 칠척오촌(七尺五寸)이 분명하다: 충성스런 마음으로 강한 병사가 되어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충성스런 마음 가득하니 내가 칠척오촌임에 분명하다
칠척오촌: 키가 크다는 말의 상투적인 표현인데 여기서는 자신이 잘나고 훤칠하고 훌륭하다는 뜻
각국총장(各國總長): 여러 열강들의 군대의 우두머리
이내 몸이 상사불견(相思不見) 기지사경(幾至死境) 시각대변(時刻大變)이라고: 이내 몸이 어떤 여자를 그리워하여 거의 죽을 지경이며 한 시가 급하다고
장령(將令)이면 수화(水火)를 불피(不避)하고 사차불피(死且不避)로다: 군대의 명령이면 물불을 가릴 수 없고, 죽는 한이 있어도 피할 수 없다
육군예식내모사(陸軍禮式內謀事)며 보병조전(步兵操典) 국어(國語) 산술(算術) 나팔(喇叭): 당시 신식군대의 교련 과목. 군사훈련과 기초적인 초등교육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해설
「병정타령」은 휘몰이잡가이다. 노랫말은 조선말 고종 때 창설된 신식군대 병정의 생활이나 모습을 익살맞게 표현하고 있다. 「병정타령」은 동학농민전쟁(1894년), 단발령(1895년) 이후에 그리고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된 1905년 사이의 상황을 노래하고 있다.
이 노래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부분은 단발령에 의해 머리를 자른 신식 군대 병정을 외관을 설명하고 있다. 둘째 부분은 양반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신은 부모의 은덕으로 학문을 배워 글씨, 지혜, 외모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남을 자랑한다. 이어 각국의 총장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못 만나 매우 급하니 자신의 사정을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이 대목이 「병정타령」에서 가장 황당한 대목이다. 잔뜩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은 뒤 기껏 바쁜 사람 붙잡아 놓고 여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니 말이다. 이 대목은 바로 나라를 위기에 빠지게 한 양반 지배 세력에 대한 야유이다. 셋째 대목은 병정 자신도 여러 가지 일로 바쁜 관계로 전할지 말지 얼버무린다. 결국 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자신을 자랑하고 유교적 도적관념에 철저함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늘어놓은 뒤 ‘상사불견(相思不見)’이라고 말하며 각국 총장에게 알려달라고 하는 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이 대목에서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양반 지배계층을 조롱하는 것이다. 「병정타령」의 노랫말에는 형식적 명분에 집착하여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조선의 지배계층에 대한 반발이 드러난다. 어렵게 살아가는 병정들의 현실적 생활상을 표현하면서 그들에 대한 애정과, 반대로 지배계층에 대한 적대감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조롱과 풍자를 통해 이 노랫말은 대한제국 당시의 서민층의 감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노래는 일설에는 서울 풀무골3)의 소리꾼인 이현익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o 기생타령
노랫말
양산(洋傘) 받은 교태(嬌態)한 여인 금비녀 보석 반지 손가방 곁들여 들고
어여쁜 태도(態度)로 춘일(春日)이 화창(和暢)한데
초목군생지물(草木群生之物)이 개유이자락(皆唯而自樂)이라
이 몸이 여자로서 완보(緩步) 서행(徐行)으로 남산공원(南山公園) 찾아가니
백화(百花)는 만발하고 화향(花香)은 습의(襲衣)한데
부감장안(俯瞰長安)도 하고 유정(有情)히 섰노라니
유두분면(油頭粉面) 일미인(一美人)이 자동차 타고 가는 모양 정녕 기생이라
연보(姸步)를 바삐하여 손을 들어 부르면서 저기 가는 저 기생은
차를 잠깐 머무르고 이내 신원(身元)이나 들어를 보소
우리도 방년이팔(芳年二八)에 옥빈홍안(玉鬢紅顔)이라
절개(節介)는 아황여영(娥皇女英) 같고 문필(文筆)은 소약란(蘇若蘭)을 압두(壓頭)하고
색태(色態)는 당명황(唐明皇)의 양귀비(楊貴妃)요
항우(項羽)의 우미인(虞美人)과 여포(呂布)의 초선(貂蟬)이라
충의(忠義)는 논개(論介) 월선(月仙)에 지나가고
태도(態度)는 석교상(石橋上) 봄바람에 난양공주(蘭陽公主) 영양공주(英陽公主)
진채봉(秦彩鳳) 가춘운(賈春雲) 적경홍(狄驚鴻) 계섬월(桂蟾月) 심요연(沈裊烟) 백능파(白凌波)라
팔선녀(八仙女)에 지나가고 기술(奇術)은 벽성선(碧城仙) 일지연(一枝蓮) 강남홍(江南紅)을 압두(壓頭)하고 나도 반개화소미개화(半開花笑未開花)라
기생기술(妓生奇術)에 지나가니 귀 권번(券番)에 가거들랑
가무(歌舞) 선생 계신 곳에 얼른 냉큼 수이 빨리 찾아가서
이내 몸이 기생되기 평생의 원(願)이라고 부디 한 말 잊지 말고 전(傳)하여 주오
그 기생 대답하는 말이
나도 상당한 허가 맡은 기생의 몸이 되어
밤이면 요리점에 가 노래 가사 시조 풍류 손님의 수의(隨意)대로
흥치(興致)있게 놀아 주고
낮이면 동서사방 문 밖 놀이 한강의 뱃놀이요
경치따라 산놀이 신흥(新興) 약사(藥師) 청암사(淸庵寺)며
영도사(永道寺)와 정토(淨土) 새절 화계사(華溪寺)에 쉴새없이 불려 가고
집에 돌아와 의복 개착(改着)한 연후(然後)에
백년낭군(百年郎君) 목적으로 침선공부(針選工夫) 물려 놓고
오는 손님 희담(喜談)으로 접객(接客)하고
주화로 내려가 취반갱탕(炊飯羹湯) 갖추어서
정든 낭군 공경하는 몸뚱이라
전할지 말지
풀이
초목군생지물(草木群生之物)이 개유이자락(皆唯而自樂)이라: 봄이 되니 모든 초목이 피어나 모두 다 스스로 즐김이라
부감장안(俯瞰長安)도 하고 유정(有情)히 섰노라니: 남산공원에 올라가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아 서 있노라니
유두분면(油頭粉面):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에는 분을 바르고, 즉 곱게 단장하고
연보(姸步)를 바삐하여: 발걸음을 바삐하여
우리도 방년이팔(芳年二八)에 옥빈홍안(玉鬢紅顔)이라: 우리도 16세라 옥 같은 귀밑머리와 붉은 얼굴이라, 즉 아름다운 얼굴이라. 이 구절부터 ‘기생기술에 지나가니’까지는 모두 자신의 외모와 소양에 대한 자랑이다.
해설
「기생타령」은 일제 강점기 이후 권번의 기생 생활을 묘사하고 있는 경기 휘몰이잡가이다. 기생의 일상생활이 잘 그려져 있다. 권번제도가 시작되는 1908년 이후, 그리고 남산공원이 일반 시민공원으로 공개된 1910년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생타령」의 노랫말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부분은 한 여인이 화려하게 차려입고 남산공원에 올라가 서울시내를 구경하는 대목이다. 둘째 부분은 기생에게 자신의 미모와 소양을 자랑하고 자신도 기생이 될 수 있게 권번선생에게 소개를 부탁하는 대목이다. 셋째 부분은 기생이 자신의 일상을 나열하면서 자신도 바빠서 전할지 말지라고 하면서 끝을 맺는다.
o 육칠월흐린날
노랫말
육칠월 흐린 날 삿갓 쓰고 도롱이 입고 곰뱅이 물고 잠뱅이 입고
낫 갈아 차고 큰 가래 메고 호미 들고 채쭉 들고 수수땅잎 뚝 제쳐
머리를 질끈 동이고 검은 암소 고삐를 툭 제쳐
이랴 어디야 낄낄 소 몰아가는 노랑 대가리 더벅머리 아희놈 게 좀 섰거라 말 물어 보자
저접대 오뉴월 장마에 저기 저 웅뎅이 너개지고 숲을 져서
고기가 숩북 많이 모였으니 네 종기 종다래끼
자나 굵으나 굵으니 자나 함부로 주엄주섬 얼른 냉큼 수이 빨리 잡아 내어
네 다래끼에 가득이 수북이 많이 눌러 담아 짚을 추려 마개하고
양끝 잘끈 동여 네 쇠등에 얹어 줄게
지날 영로에 우리 임 집 갖다 주고 전갈하되
마참 때를 맞춰 청파 애호박에 후추 생 곁들여서 매움삼삼 달콤하게 지져 달라고 전(傳)하여 주렴
우리도 사주팔자 기박하여 남의 집 멈 사는고로
새벽이면 쇠물을 하고 아침이면 먼산나무 두세 번하고
낮이면 농사하고 초저녁이면 새끼를 꼬고
정밤중이면 국문자(國文字)나 뜯어보고
한 달에 술 담배 곁들여 수백 번 먹는 몸뚱이라 전(傳)할지 말지
풀이
도롱이 입고 곰뱅이 물고 잠뱅이 입고: 비옷을 입고 담뱃대 물고 반바지 입고
채쭉 들고 수수땅잎 뚝 제쳐 머리를 질끈 동이고 검은 암소 고삐를 툭 제쳐: 채찍 들고 수수잎을 쳐서 꺾어 머리에 동이고 암소 고삐를 쳐서. 여기까지는 머슴의 차림새를 나열한 대목이다.
저접대 오뉴월 장마에 저기 저 웅뎅이 너개지고 숲을 져서: 저번에 장마 때 웅덩이가 만들어져
고기가 숩북 많이 모였으니 네 종기 종다래끼: 고기가 수북하게 모였으니 바구니로
지날 영로에 우리 임 집 갖다 주고 전갈하되: 지나는 길에 우리 임 집에 갖다주고 전갈하되
해설
「육칠월흐린날」은 경기 휘몰이잡가의 하나이다. 노랫말은 사설시조에서 약간 변형했다. 경기휘몰이잡가의 상당수가 사설시조를 대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경기잡가의 형성과정의 한 형태를 알려주는 것이다. 1907년 3월 19일자로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한국 최초의 상업음반을 발매하였을 때 「육칠월흐린날」이 음반에 수록되었다. 이 음반에는 당시 ‘사계축’이라는 전문소리집단에서 활동하던 가객인 한인오와 관기 출신인 최홍매가 부른 총 8곡이 들어 있다. 그 중에 「육칠월흐린날」이 「흰머리」란 제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8곡은 「유산가」, 「적벽가」, 「흰머리」, 「산염불」, 「양산도」, 「시조」, 「황계사」 등인데, 이 곡들을 살펴보면 당시에는 시조와 가사, 경 · 서도 소리를 함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 생매잡아
노랫말
생매 잡아 길 잘들여 두메로 꿩 사냥 보내고
싄 말 구불 굽통 갈기 솔질 솰솰 하여 뒷동산 울림송정(鬱林松亭)에 말뚝 쾅쾅 박아
참바집바 비사리바는 끊어지니 한 발 두 발 늘어나는 무대 소바로 매고
앞내 여울 고기 뒷내 여울 고기 오르는 고기 내리는 고기
자나 굵으나 굵으나 자나 주엄주섬 얼른 냉큼 수이 빨리 잡아 내어
움버들 가지 지끈 꺾어 잎사귀 주루룩 훑어 아가미는 실 꿰어
앞내 여울 잔잔 흐르는 물에
넓적 실죽 네모진 큰 청석(靑石) 바둑돌을 마침 가졌다
아무도 몰래 장단(長短) 맞춰 즈긴지근 지질러 놓고
동자(童子)야 어디서 날 찾는 손 오거든
네 먼저 나가 통속 보아 딸 손님이건 떡메로 후리고
아니 딸 손님이면 그물막대 파리 밥풀 지렁이 쌈지 종기 종다래끼 깻묵 주머니
앉을 방석 대깨칼 초친 고추장 가지고 뒷여울로
풀이
싄 말: 흰 말
참바집바 비사리바는 끊어지니 한 발 두 발 늘어나는 무대소 바로 매고: ‘참바집바 비사리바’는 ‘참바집바’는 짚으로 꼰 밧줄, ‘비사리바’는 싸리 껍질로 꼰 줄을 말한다. 그런 줄들은 끊어지니 말을 매면 좋지 않고 무대 소바1)를 사용하여 말을 매고,
네 먼저 나가 통속 보아 딸 손님이건 떡메로 후리고: 네가 먼저 눈치를 보아 내칠 손님은 떡메로 후려 내치고(과장된 표현이다)
아니 딸 손님이면: 내치지 않을 손님이면
대깨칼: 대나무로 만든 칼
해설
이 노랫말은 『남훈태평가』에 실린 사설시조를 변형한 것이다. 내용은 매를 잡아 꿩사냥을 시키고 흰 말은 솔질 잘 하여 말뚝에 매어 놓고 천렵을 하자는 것이다. 천렵을 한 뒤에 누가 오면 보낼 손님은 쫒아 버리고 초대할 손님은 초대하여 천렵을 즐기자는 것.
o 바위타령
노랫말
배고파 지어 놓은 밥에 뉘도 많고 돌도 많다
뉘 많고 돌 많기는 임이 안 계신 탓이로다 그 밥에 어떤 돌이 들었더냐
초벌로 새문안 거지바위 문턱바위 둥글바위 너럭바위
치마바위 감투바위 뱀바위 구렁바위 독사바위 햄금바위 중바위
교(東郊)로 북바위 갓바위 동소문(東小門) 밖 덤바위 자하문(紫霞門) 밖 붙임바위
백운대(白雲臺)로 결단(決斷)바위 승갓절(僧迦寺) 쪽도리바위
용(龍)바위 신선(神仙)바위 부처바위 필운대(弼雲臺)로 삿갓바위
남산(南山)은 꾀꼬리바위 벙바위 궤바위 남문(南門) 밖 자암(紫岩)바위
우수재로 두텁바위(厚岩) 이태원(梨泰院) 녹(祿)바위 헌다리 땅바위
모화관(慕華館) 호랑바위 선(禪)바위 길마재(鞍峴)로 말목바위 감투바위
서호정(西湖亭) 용(龍)바위 골바위 둥그재(圓峴)로 배꼽바위 말굽바위
밧바위 안바위 할미바위 숫돌바위 하마바위
애오개(阿峴)는 걸바위 너분바위 쌍룡정(雙龍亭) 거좌바위
봉학정(鳳鶴亭) 벼락바위 삼개(麻浦)는 벙바위 고양(高陽)도 벙바위
양천(陽川)은 허(許)바위 김포(金浦)로 돌아 감바위 통진(通津) 붉은 바위
인천은 석(石)바위 시흥(始興) 운문산(雲門山) 누덕바위 형제바위 삼신(三神)바위
과천 관악산 염불암 연주대로 세수(洗手)바위 문(門)바위 문(門)턱바위
수원 한나루(漢津) 영웅바위 돌정바위 검바위(黑岩)
광주(廣州)는 서성바위 이천(利川)은 곤지(昆池)바위 음죽(陰竹)은 앉을바위
여주(驪州) 혼바위(岩) 양근(楊根)은 독바위(瓮岩)
황해도로 내려 금천(金川)은 실바위 연안(延安) 건들바위 서흥(瑞興) 병풍바위
동설령(東雪嶺) 새남찍 꺾바위 과줄바위 황주(黃州)는 쪽도리바위
평양 감영 장경문(長慶門)안 쇠바위 덕(德)바위 서문(西門) 안의 안장바위(鞍岩) 웃바위
순안(順安)은 실바위 숙천(肅川)은 허(許)바위라
도로 올라 한양(漢陽) 서울 정토(淨土)절 법당(法堂) 앞에 개대바위
서강(西江)의 농바위 같은 돌멩이가
하얀 흰 밥에 청대콩 많이 까둔 듯이 드문듬성이 박혔더라
그 밥을 건목을 치고 이를 쑤시고 자세 보니
연주문 돌기동 한 쌍이 금(金)니 박이듯 박혔더라
그 밥을 다 먹고 나서 눌은 밥을 훑으려고 솥뚜껑 열고 보니
해태(海駝) 한 쌍(雙)이 엉금엉금
풀이
밥에 뉘도 많고 돌도 많다: 밥에 뉘도 많고 돌도 많다. ‘뉘’는 쌀 속에 섞인 벼알갱이.
하얀 흰 밥에 청대콩 많이 까둔 듯이 드문듬성이 박혔더라: 흰 밥에 돌이 듬성듬성 섞였더라
그 밥을 건목을 치고 이를 쑤시고 자세 보니: 그 밥을 대충 먹고 이를 쑤시고 자세히 보니
건목: 어떤 일을 대충대충 하는 것
연주문 돌기동 한 쌍이 금(金)니 박이듯 박혔더라: 밥에 있던 돌이 입 속으로 들어가 연주문 돌기둥이 되었다는 것. 과장된 표현이다. 연주문은 현재 독립문 자리에 있던 모화관의 문(門)인 영은문의 다른 이름. 지금도 독립문 앞에 두 기둥으로 서 있다.
해태(海駝) 한 쌍(雙)이 엉금엉금: 해태 한 쌍이 누른밥 안에 남아 있다는 것. 역시 과장된표현이다. 해태는 경복궁 광화문 앞에 동물 모양의 석물.
해설
「바위타령」은 경기 휘몰이잡가의 하나이다. 서울부터 시작하여 전국 여러 곳의 유명 바위를 나열한다. 쌀밥에 돌이 있다는 것을 과장하여 마지막 누룽지에는 해태(석상)가 있다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단히 해학적이다. 요즘은 쌀을 석발기1) 사용이 일반화되어 밥에 돌이 섞여 있는 경우가 드물지만, 석발기 사용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밥에 돌이 들어간 경우가 흔했다. 쌀을 이는 과정이 부실하면 돌과 뉘가 더 섞여 들어갔다. 이 노랫말은 과장을 통해 웃음을 전해주고 있다.
o 맹꽁이타령
노랫말
저 건너 신진사집 시렁위에 청동 청정미 청차 좁쌀이냐
씰어 까불러 톡 제친 청동 청정미 청차좁쌀이냐
아니씰어 까불어 톡 제친 청동 청정미 청차좁쌀이냐
아래대 맹꽁이 다섯 우대 맹꽁이 다섯
동수구문(東水口門) 두 사이 오간수(五澗水) 다리 밑에 울고 놀던 맹꽁이가
오뉴월 장마에 떠내려오는 헌 나막신짝을 선유(船遊)배만 여겨
순풍에 돛을 달고 명기명창(名妓名唱) 가객(歌客)이며 갖은 풍류(風流) 질탕(佚蕩)하고
배반(盃盤)이 낭자(狼藉)하야 선유(船遊)하는 맹꽁이 다섯
훈련원(訓練院) 있는 맹꽁이가 첫 남편을 이별하고
둘째 남편을 얻었더니 손톱이 길어 포청(捕廳)에 가고
셋째 남편을 얻었더니 육칠월 장마통에 배추잎에 싸여 밟혀 죽었기로
백지(白紙) 한 장 손에 들고 경무청(警務廳)으로 잿돈(齋錢) 타러 가는 맹꽁이 다섯
광천교(廣川橋) 다리 밑에 울고 놀던 맹꽁이가 아침인지 점심인지
한 술 밥을 얻어 먹고 긴대 장죽에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서퇴(暑退)를 할 양으로 종로(鐘路) 한마루로 오락가락 거니다가
행순(行巡)하는 순라군(巡邏軍)에 들켰구나
포승(捕繩)으로 앞발을 매고 어서 가자 재촉을 하니
아니 가겠다고 드러누워 앙탈하는 맹꽁이 다섯
삼청동(三淸洞) 막바지 장원서(掌苑署) 다리 밑에 울고 놀던 맹꽁이가
마전군의 점심 몰래 훔쳐 먹다 빨래 망치로 얻어맞고
해산 선머리를 질끈 동이고
가차운 병원으로 입원하러 가는 맹꽁이 다섯
경모궁(景慕宮) 안 연못 안에 울고 놀던 맹꽁이를
강(姜) 감찰(監察)이 함을 물려 벙어리되어 울지 못하고
연잎 뚝 따 물 담아 가지고 대굴대굴 굴려 가며
수은(水銀) 장사하는 맹꽁이 다섯
시집간 지 이태만에 시앗을 보고 큰에미 첩년이 쌈질을 하다
원당자(元當者)한테 꽁대를 맞고 한숨 지며 하는 말이
에라 시집살이는 판틀렸구나 치마끈을 졸라매고 반짓고리를 뒤짊어지고
실한 바람 꽁무니에 차고 고추나무에 목매러가며 통곡하는 맹꽁이 다섯
그 중에 익살스럽고 넌출지고 언변좋고 신수 좋은 맹꽁이가
썩 나서며 하는 말이 예라 아서라 목매지 마라
네가 당년 이팔청춘이요 내가 방정(方正) 홀아비니
같이 살자고 손목을 잡아 당겨 능청스럽게도 사정하는 맹꽁이 다섯
오팔 사십 마흔 맹꽁이가
칠월이라 백중날 공회(公會)를 한다 하고
모화관(慕華館) 반송(盤松) 승버들가지 밑에 수득이 모여 울음 내리할 제
밑에 맹꽁이 웃맹꽁일 쳐다보며 옛다 이놈 염치없이 너무 누르지 마라
무거우라고 맹꽁
위에 맹꽁이 밑의 맹꽁이를 내려다보며
옛다 요놈 잣갑스럽게 군말된다 참을성도 깜직이도 없다 잠깐만 참으라고 맹꽁
그리고 숭례문 밖 썩 내달아 칠패팔패(七牌八牌) 이문동(里門洞) 도적골
네거리 쪽다리 배다리 돌모루 끝을 썩 나서서
첫둘 셋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째 미나리논에
머리 풀어 산발하고 눈물 콧물 꼬조조 흘리고
방구 뽕 뀌고 오줌 짤끔 싸고 두 다리를 퍼더버리고
우는 맹꽁이 중에 어느 맹꽁이 수맹꽁인가
그 중에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 골에 백수풍진(白首風塵) 흩날린 점잖은 맹꽁이가
손자 맹꽁이를 무릎에 앉히고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거니노라
빵끗 웃어라 잇속을 보자 백만교태(百萬嬌態)를 다 부려라
도리도리 짝짝꿍 곤지곤지 쥐암쥐암 길나라비 훨훨
재롱 보는 맹꽁이가 수맹꽁인가
풀이
아래대 맹꽁이 다섯 우대 맹꽁이 다섯: 아래대는 청계천 하류 6가, 7가 부근. 우대는 청계천 상류 청운동 옥인동 삼청동을 말한다.
풍류(風流) 질탕(佚蕩)하고: 풍류를 신이 나서 정도가 지나치도록 흥겹게 놀고
배반(盃盤)이 낭자(狼藉)하야: 흥겹게 노는 잔치가 왁자지껄하고 시끄러워
손톱이 길어 포청(捕廳)에 가고: ‘손톱이 길다’는 말은 도둑질을 했다는 뜻이다. 도둑질을 하여 포청에 잡혀가고.
잿돈(齋錢): 억울하게 죽어서 나라에서 주는 장례비
서퇴(暑退): 더위를 피함
장원서(掌苑署): 궁궐의 나무나 꽃을 관리하던 관청
마전군: 빨래꾼. ‘해산 선머리’는 봉두난발이 된 머리.
원당자(元當者)한테 꽁대를 맞고: 당사자(즉 남편)에게 꼬리를 맞고
백수풍진(白首風塵): 늘그막에 세상의 어지러운 일이나 온갖 곤란을 겪게 됨을 이르는 말
해설
「맹꽁이타령」은 경기 휘몰이잡가의 하나이다. 맹꽁이는 개구리 비슷한 양서류로 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과거에는 아주 흔한 생물이었다. 「맹꽁이타령」은 대한제국 시기 서민들의 여러 삶과 인간 사회의 굴곡진 모습을 익살스럽게 풍자하는 내용이다.
내용으로 보면 전부 11개의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은 발음하기 어려운 말을 나열하는 말장난이며, 그 다음 맹꽁이부터 갖가지 사연이 이어진다. 장마에 떠내려 온 나막신을 타고 뱃놀이를 하면서 풍류를 즐기는 맹꽁이, 남편 셋이 줄줄이 죽은 맹꽁이, 건달로 살다 순라군에게 붙잡힌 맹꽁이, 음식을 훔쳐 먹다 맞아서 병원으로 가는 맹꽁이, 경북궁 안에서 억울하게 사는 맹꽁이, 시집가서 남편에게 얻어맞고 목메러 가는 맹꽁이, 그 맹꽁이를 같이 살자고 유혹하는 맹꽁이, 공중 집회를 하면서 서로 싸우는 맹꽁이, 미나리논에서 우는 맹꽁이, 손자 재롱 보는 맹꽁이 등이 이 노래에 나오는 맹꽁이들이다.
「맹꽁이타령」은 당시 사회상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으로 나라가 망해가고, 기존 가치관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질서 체계에 편입되지 못한 가치 혼란의 세계를 풍자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o 한잔부어라
노랫말
한 잔 부어라 두 잔 부어라 가득 수북 철철 부어라
면포잔포 유리왜반(琉璃倭盤)에 대안주(大按酒) 곁들여
초당문갑(草堂文匣) 책상 위에 얹었더니
술 잘 먹는 유영(劉伶)이 태백(太白)이 내려와
반이나 넘어 다 따라 먹고 잔 골렸나 보다
기왕에 할 일 없고 할 수 없으니
남은 달 남은 술 정(情)든 임 갖추어 가지고
부직군 작다구니 생찌그랭이 다 따버리고
완월장취(翫月長醉)
풀이
면포잔포: 원래는 면포전보, 면 섬유로 된 보자기를 말한다
유리왜반(琉璃倭盤): 유리로 만든 작은 상
대안주(大按酒): 갖추어 차린 안주
유영(劉伶)이: 중국 진(晉)나라 죽림 7현의 한 사람. 술을 잘 마시기로 유명했다.
반이나 넘어 다 따라 먹고 잔 골렸나 보다: 반이나 다 따라서 먹고 잔을 채우지 않았나 보다
골렸나: ‘곯다’에서 왔다. 잔을 굶겼다는 말인데, 여기서는 잔에 술을 따르지 않았다는 뜻.
부직군 작다구니 생찌그랭이 다 따버리고: 거추장스러운 것 다 버리고
완월장취(翫月長醉): 달을 감상하며 오래 취하자
해설
「한잔부어라」는 경기 휘몰이잡가의 하나로 사설시조에서 왔다. 술을 가득 부어라고 하는 것인데, 자신이 마셔놓고 잔이 비었다가 엄살을 부린다. 남은 술과 달과 정든 임과 함께 거추장스러운 것 모두 다 버리고 달을 보면서 술을 마시자는 내용의 노랫말이다.
o 비단타령
노랫말
청색홍색(靑色紅色) 오화잡색(五化雜色) 당물당(唐物唐)천 거래시(去來時)에
동경(東京)천이며 남경(南京)천 동양(東洋)천이며 서양(西洋)천이라
동서양거래시에 진속목속포속(眞屬木屬布屬)천 고물(古物) 신물(新物) 비단천
송금대단(松金大緞) 통비단 오릉촉백(五綾燭帛) 촉대단(燭臺緞)
시면 좋은 남색단(藍色緞) 문(紋)이 많은 만화단(萬化緞)
일락서산(日落西山) 석양단(夕陽緞) 소화신령(昭和神靈) 모초단(毛綃緞)
청천월백(靑天月白) 남색단(藍色緞) 무문영초(無文寧綃) 숙소단(熟素緞)
월문영초(月紋寧綃) 대화단(大化緞) 모본단(毛本緞) 대화나단(大化羅緞)
여의단(如意緞) 오색(五色) 비단 채색단(彩色緞) 채색(彩色) 비단 오색단(五色緞)
조항라(早亢羅) 외(外)항라 모시항라 당(唐)항라 인조(人造)항라
삼조(三條) 오조(五條) 항라 등물(等物)이며
좌명주(左明紬) 우(右)명주 통(統)명주 진(眞)명주 갈(葛)명주 세(細)명주
내주포주(內紬布紬) 합사주(合絲紬) 분주수주(粉紬水紬) 안랑주(安娘紬)
은주생주(銀紬生紬) 삼동주(三冬紬) 남방사주(南方絲紬) 자원주(紫元紬)
빛이 고운 팔랑주(八娘紬) 색(色)이 좋은 심량주(心良紬)
유문수주(有紋水紬) 가개주(家凱紬) 젊은 비단 생팔주(生八紬) 늙은 비단 노방주(老坊紬)
여의갑사(如意甲紗) 조갑사(早甲紗) 중국갑사(中國甲紗) 당갑사(唐甲紗)
청황적백(靑黃赤白) 오색인소(五色隣素) 시면 좋은 양태문(陽太紋) 봉오사(鳳五紗)며
세양사(細陽紗) 길상사(吉祥紗) 주사(綢紗) 나통사(羅統紗) 진공단(眞孔緞)
목공단(木孔緞) 진궁초(眞宮綃) 목궁초(木宮綃) 진숙소(眞熟素) 목숙소(木熟素)
진법단(眞法緞) 목법단(木法緞) 진교직(眞交織) 목교직(木交織)
모직(毛織) 나직(羅織) 사롱직(紗籠織) 당목(唐木) 광목(廣木) 옥당목(玉唐木)
일목(日木) 진목(眞木) 서양목(西洋木) 본목(本木) 세목(細木) 천수목(千手木)
흑당목(黑唐木) 분당목(粉唐木) 몽구목(夢九木) 양달리(洋達理) 양마우전(兩馬牛轉)
줄한포(茁漢布) 왜징 갑(甲)징 목라(木羅)징 초산벽동(楚山碧潼) 칠승포(七升布)
희천강계(熙川江界) 육승포(六升布) 영원덕천(寧遠德川) 오승포(五升布)
양덕맹산(陽德孟山) 중세포(中細布) 길주명천(吉州明川) 세북포(細北布)
회령종성(會寧鐘城) 산북포(山北布) 춘포조포(春布早布) 생당포(生唐布)
전라(全羅) 해남(海南) 해산포(海産布) 경상도(慶尙道) 안동포(安東布)
대문소문(大門小門) 광문포(廣門布) 시정하다 은하포(銀河布)
쓰기 좋은 생화포(生花布) 생명구원(生命救援) 생문포(生門布)
넓이 넓다 광화포(廣化布) 척수(尺數) 길다 대갈포(大葛布) 빛이 곱다 게초리
중국(中國)서 나온 소주포(蘇州布) 하늘서 내려온 천진포(天震布)
씨가 성근 항래포(亢來布) 특특한 세반저(細半苧) 한산(韓山)모시 세경저(細耕苧)
조선(朝鮮)모시 반도저(半島苧) 동양저(東洋苧) 서양저(西洋苧)
하절(夏節)천에 해동저(海東苧)로구나
남인간(男人間)의 사용(使用)하는 진통영(眞統營) 도리모자(道里帽子) 외올 망건(網巾)
당사(唐絲)끈 호박풍잠(琥珀風簪) 산호(珊瑚)등곳 귀영자(貴纓子) 갓끈감
동피휘양(動皮揮陽) 남바위 양피배자(羊皮褙子) 갓등걸이 조끼팔배 덧저고리
쾌자(快子) 전복(戰服) 뒤타개 도복(道服) 창의(氅衣) 중(中)치막
양공단(洋孔緞) 두루주머니 주홍당사(朱紅唐絲) 벌매듭
쥐꼬리팔사(八絲) 이십사사(二十四絲) 띄솔이며
한포요대(漢袍腰帶) 고매끼 오동금병(梧桐金甁) 대모장도(玳瑁粧刀)
학슬안경(鶴膝眼鏡) 시계(時計) 등물(等物)
여인간(女人間)의 사용(使用)하는 머리에 도는 월자(月子) 등물(等物)
비녀 석왕 판댕기 칠보단장(七寶丹粧) 화관(花冠)이며
녹의홍상(綠衣紅裳) 의상물(衣裳物)과 손에 도는 지환(指環) 반지 가락지
허리에 차는 치통 패물(佩物) 노리개며
해주(海州)자주 진(眞)자주 평양(平壤)자주 가(假)자주 월분용(月粉用) 지나청(支那靑)
지추보라 반보라 구슬옥색(玉色) 연옥색(軟玉色) 청천월백송화색(靑天月白松花色)
회색(灰色) 은색(銀色) 은황색(銀黃色) 청색(靑色) 자색(紫色) 치망색(色)에
물색(物色) 좋아 쫓아오며 물건(物件)이 좋아 따라오며
인편(人便)이 좋아 쫓아오며 천종만물거래시(千種萬物去來時)에 현책없이 따라 들어
세구년심(歲久年深) 해를 묵고 일구월심(日久月深) 철을 묵어
차시정 잠겨 있어 상방문전(上方門前) 빗세 보고
중방문전(中方門前) 에워 보고 하방문전(下方門前) 바라보고
목항목항 숨어 보며 틈틈짬짬 끼워 보며
대문소문(大門小門) 빗세 보고 안뜰 밖뜰 드나들며 지붕마루 넘나들며
먹자던 귀(鬼) 쓰자던 귀(鬼) 기갈(飢渴)이 자심(自甚)하고
초기(氣)가 막심(莫甚)하야 기다리고 바라던 귀(鬼)
야반삼경(夜半三更) 조요(照耀)한데 문(門) 틈으로 넘나든 귀(鬼)
일락서산(日落西山) 저문 날에 지체(遲滯) 말고 가거스라
풀이
청색홍색(靑色紅色) 오화잡색(五化雜色) 당물당(唐物唐)천 거래시(去來時)에: 여러 색의 갖가지 옷감을 거래 할 때에. ‘당물당천’은 주로 중국산 천을 말한다.
진속목속포속(眞屬木屬布屬)천 고물(古物) 신물(新物) 비단천: 비단과 무명과 베의 중고품과 신품의 비단천
물색(物色) 좋아 쫓아오며 물건(物件)이 좋아 따라오며: 물건의 색이 좋아 귀신이 쫒아오며 물건이 좋아 귀신이 따라오며
천종만물거래시(千種萬物去來時)에 현책없이 따라 들어: 여러 물건 거래 시에 아무 계책도 없이 따라 들어. 아무 생각없이 따라들어.
해설
「비단타령」은 경기 휘몰이잡가이다. 판소리 흥보가에 나오는 「비단타령」과는 다른 노래이지만, 각종 옷감을 나열하는 노랫말의 구성방식은 비슷하다. 1900년경 서울 풀무골의 소리꾼 이현익(李鉉翼)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노랫말의 내용은 중국과 한국의 유명한 각종 비단, 무명천, 삼베천 등의 이름을 나열하고, 이어 여러 방물들도 나열한다. 남자들이 주로 사용하던 모자, 의복, 시계, 안경과 여자들이 주로 사용했던 비녀, 패물, 노리개, 화장품을 나열한다. 예전에는 비단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면 비단에 귀신이 따라온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에 노랫말의 끝은 귀신을 물리치는 축문, 즉 경(經)으로 마무리 된다.
「비단타령」에 등장하는 옷감은 당시 유통되던 시장의 옷감과 과거 조선시대부터 유명했던 옷감까지 모두 나열한 것으로 「바위타령」에서 바위를 늘어놓은 것과 같이 일종의 말놀이이다. 이 노래는 등장하는 옷감으로 보아 구한말에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며 보통의 휘모리잡가와는 달리, 이야기책을 읽어나가는 듯한 송서식(誦書式)으로 부른다.
o 장기타령
노랫말
날아든다 떠든다 오호(五湖)로 날아든다
범려(范蠡)는 간 곳 없고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요안(紅蓼岸)으로 날아 들고
한산사(寒山寺) 찬 바람에 객선(客船)이 두둥둥 에화 날아 지화자 에…
아하에에 에헤요 아하야 아하아 얼삼마 두둥둥 내 사랑이로다 에-
계명산(鷄鳴山) 내린 줄기 학의 등에 터를 닦아
앞으로 열두 간 뒤로 열두 간 이십사간(二十四間)을 지어 놓고
이집 진 지 삼년 만에 고사(告祀) 한 번을 잘 지냈더니
아들을 낳면 효자 낳고 딸을 낳면 효녀로다
며느리 얻으면 열녀(烈女) 얻고 말을 놓면 용마(龍馬)되고
소를 놓면 약대(駱駄)로다 닭을 놓면 봉(鳳)이 되고
개를 놓면 청삽사리 네 눈백이 안마당에 곤드라졌다
낯선 사람 오게 되면 꺼겅껑 짖는 소리 지전(紙錢) 깔죽이 물밀듯 하노라 에-
지화자 에-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널 너리고 나리소사 에-
수로(水路)로도 천리(千里)로다 육로(陸路)로도 천리로다
이천리(二千里) 들어가서 양태 겯는 저 처자야
저 산 이름이 무엇이냐 나도 사주팔자(四柱八字) 기박(奇薄)하여
양태 결어 한 달이면 육장(六場) 보아 부모봉양(父母奉養) 하느라고
그 산 이름을 몰랐더니 옛 노인이 하시기를
제주(濟州) 한라산(漢拏山)이라고 합디다 에-
지화자 에-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널 너리고 나리소사 에-
구경을 가자 구경을 가자 평양(平壤)이 좋다니 구경을 가자
연광정(練光亭) 사처(私處)를 삼고 대동강 소주(燒酒)를 삼아
모란봉 곁들여 안주를 삼고 남북촌(南北村) 한량이 다 모였구나
팔십명 기생이 나비춤 출 제 새 장구 복판만 꽈광꽝 울려라 에-
아하에 에- 에헤요 아하아 아하야 얼삼마 두둥둥 내 사랑이로다 에-
만첩청산(萬疊靑山) 쑥 들어가서 호양목 한 가지 찍었구나
설흔 두 짝 장기 한 판 두어 보자
한수한자(漢水漢字) 유황숙(劉皇叔)이요 초(楚)나라 초자 조맹덕(曹孟德)이라
이 차(車) 저 차 관운장(關雲長)이요 이 포(包) 저 포 여포(呂布)로다
코끼리 상(象)자 조자룡(趙子龍)이요 말 마(馬)자 마초(馬超)로다
양사(兩士)로 모사(謀士)를 삼고 오졸(五卒)로 군졸(軍卒)을 삼아
양진(兩陣)이 상접(相接)하니 적벽대전(赤壁大戰)이 예로구나
조조(曹操)가 대패(大敗)하여 화용도(華容道)로 도망(逃亡)을 할 제
관운장(關雲長)의 후덕(厚德)으로 조맹덕(曹孟德)이 살아만 가노라 에
니나나 에- 에헤에 애헤에 에헤에
니나나 니나나 니나나 니나나 널 너리고 나리소사 에-
풀이
오호(五湖)로 날아든다: 오호는 중국 강소성에 있는 강(호수) 이름. 중국 춘추시대 말기 월나라 왕 구천을 섬겨 오나라를 멸망시킨 범려가, 벼슬을 버리고 오호(五湖)에 배를 띄워 서시(西施) 와 함께 유랑하면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했다는 전설이 있다.
해설
「장기타령」은 경기 잡가다. 노랫말이 잡다하게 뒤섞여 있고, 십이잡가나 휘몰이잡가와는 달리 분절 형식이며, 후렴이 있다. 노랫말 다섯 마루가 모두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 첫 마루는 경치를 노래하고 둘째 마루는 지신(地神)굿 혹은 고사(告祀)에서 나온 노랫말인데, 복을 빌어 다산(多産)을 기원하고 돈을 벌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셋째 마루는 제주 한라산에서 갓을 만드는 처녀를 노래하고, 넷째 마루는 평양에서 활량 놀음 하는 것을 노래하고 마지막 다섯째 마루는 장기놀이를 형상화한 노래다. 이 노랫말로 보면 「장기타령」은 사당패(선소리패)의 산타령 계열의 노랫말이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장기타령」은 한 사람이 소리를 매기면 여러 사람이 후렴구를 받아가며 노래를 한다. 예전에는 소리꾼들이 노래를 즐길 때 처음에는 가곡이나 가사를 부르다가, 잡가로 넘어갔으며 잡가에서 신명이 오르면, 그 다음에는 으레 「장기타령」을 불렀다고 한다. 즉, 소리판의 신명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마지막으로 부르던 소리가 「장기타령」이었다. 「장기타령」은 한 사람이 노래를 메기고 여러 사람이 후렴을 받는 것이 다른 잡가와는 다르다. 이러한 형식도 산타령 계열의 영향으로 짐작된다.
o 풍등가
노랫말
국태민안(國泰民安) 시화연풍(時和年豊) 연년(年年)이 돌아든다
황무지 빈터를 개간하여 농업보국(農業報國)에 증산(增産)하세
농자(農者)는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니
우리 인생 먹고 삶이 농사밖에 또 있는가
농사 한철을 지어 보자 물이 충충 수답(水畓)이요
물이 말라 건답(乾畓)이라 어떤 볍씨를 뿌렸더냐
정전(正殿) 앞에 생모찰(生毛糯) 아롱대롱이 까투리찰(雌雉糯)
꺽꺽 푸드득 쟁기찰(雄雉糯)이요
이팔청춘 소년벼요 나이 많아 노인벼라
적게 먹어 홀테벼 많이 먹어 등트기 밥맛 좋기는 다마금(多摩錦)이요
쌀이 좋긴 곡량도(穀良稻)라
여주(驪州) 이천(利川)의 옥자강(玉子糠)이 김포(金浦) 통진(通津) 밀다리며
우물 앞엔 새음다리 키가 짤라 은방조(銀坊租)요 키가 길어 늑대벼라
밭 농사를 지어 보자
올콩 돌콩 청대콩 독수공방의 홀애비콩 도감포수(都監砲手)의 검정콩
알록달록이 피마자콩 빛이 붉어 대추콩 이팔청춘 푸르대콩 만리정태(萬里程太) 강낭콩
봄보리 갈보리 늘보리요 육모보리 쌀보리며 적두(赤豆) 금두(錦豆) 게피팥이요
녹두 동부 광쟁이며 핍쌀 메밀 기장이라 쇠경수수 몽당수수 율무귀리 옥수수며
빛이 곱기는 청정미 차조 빛이 검어 벼룩조요 이삭이 갈라져 새발조라
참깨 들깨 흑임자에 우순풍조 때를 맞춰 실염조차 잘 되었네
세월이 여류(女流)하여 구시월이 당도하니 추수하기 흥이 나네
추수하기에 자미(滋味) 나네 농부들은 낫을 들고 베어 말려 묶어 놓고
쇠게도 싣고 말게도 싣고 수레와 마차 자동차에 태산(泰山)같이 실어 오고
남자들은 져 들이고 부인네는 여 들여서 앞뜰에도 노적(露積)이요 뒤뜰에도 노적이라
이런 경사(慶事)가 또 있는가 여러분 농부님 말을 듣소
일년 농사를 지을 적에 불피풍우(不避風雨)를 하여 가며 피땀을 흘린 것이
오늘날 저 노적 되었도다 노적가리를 타작하여
국고(國庫)마다 채워 두고 국민의 식량도 보충하세
나머지 곡식을 이용하여 타작놀이나 하여 보자
보리 밀 떨어 수을 하고 콩팥 떨어 고물 하고 찰벼 떨어 찰떡 찌고
메벼 떨어 멧떡 찌고
돝(豚)도 잡고 양도 잡고 소도 잡아 잔치하니 타작놀이 장하고나
김 풍헌(風憲)은 죽장고 메고 이 좌수(座首)는 옥저 붙고 주 권농(勸農)은 술 취하여 비걸음칠 제
덩더쿵 소래 춤 절로 난다
풀이
국태민안(國泰民安):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함
시화연풍(時和年豊):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듦
생모찰(生毛糯), 까투리찰(雌雉糯), 쟁기찰(雄雉糯): 찹쌀의 종류
홀테벼, 등트기, 다마금(多摩錦), 곡량도(穀良稻), 옥자강(玉子糠), 밀다리, 새음다리, 은방조, 늑대벼: 모두 벼의 품종
불피풍우(不避風雨): 비바람을 무릅쓰고 한결같이 일을 함
해설
「풍등가」는 1930년대 초에 소리꾼 최정식(崔貞植)에 의하여 비롯된 노래라고 한다. 여러 가지 볍씨와 콩, 보리 등 잡곡의 이름을 들어가면서 땀 흘려 지은 곡식을 추수하는 농부의 즐거움을 흥겹게 읊고 있다. 가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조선 헌종 때의 정학유(정약용의 둘째 아들)가 지은 「농가월령가」의 내용을 축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풍등가」 노랫말에서 앞에 나오는 ‘국태민안’이나 ‘시화연풍’과 같은 말은 조선 시대부터 사용하는 말이었으나 ‘농업보국’이란 말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강압적으로 이식된 말이다. 황무지를 개간하여 농업생산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여기서의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닌 일본이다.
일제는 식민지 침탈을 더 가속화시키고 조선의 군수병참기지 역할을 철저히 하기 위해 각종 보국 사업을 했다. ‘농업보국’, ‘축산보국’, ‘생산보국’ 같은 용어를 통해 식민 지배의 약탈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던 것이다. 특히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후 일제의 침탈은 더 가속화되어 ‘조선농업보국청년대’를 조직하여 우리 민족의 노동력을 최대한 착취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물론 최정식이 이러한 일제 침략 당국의 속셈을 간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풍년을 기리는 단순한 마음에서 이러한 가사의 노래를 작곡했을 것이다. 이 노래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밥맛 좋기는 다마금(多摩錦)이요 쌀이 좋긴 곡량도(穀良稻)라 여주(驪州) 이천(利川)의 옥자강(玉子糠)이 김포(金浦) 통진(通津) 밀다리며”라는 대목이다.
‘다미금’, ‘곡량도’, ‘옥자강’, ‘밀다리’ 등은 벼 품종의 이름이다. 1931년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여주 이천의 옥자강이나 김포 통진의 밀다리”가 밥맛은 대단히 좋은데 장려하지 않는 품종이어서 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기사가 보인다. ‘다미금’은 전라북도에서 요즘도 일부 재배하는 품종으로 역시 밥맛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 ‘옥자강’이나 ‘밀다리’는 궁중에 보내는 진상품이기도 했다. 최정식의 「풍등가」에는 당시 밥맛 좋기로 소문난 여러 벼 품종을 나열되어 있다.
최정식(1886년~1951년)은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시조, 가사, 경 · 서도소리의 명창이다. 경기소리의 중시조(中始祖)라 칭하는 최경식(崔京植)과 최상욱(崔相旭)을 사사하여 경 · 서도창에 능하였다. 작곡과 작시에도 재질이 있어 「금강산타령」, 「풍등가」를 작사, 작곡했다고 한다. 예기학원(藝妓學院)이었던 조선권번(朝鮮券番)에서 잡가를 가르쳤기 때문에 여성 제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니, 정경파(鄭瓊坡), 묵계월(墨桂月), 안비취(安翡翠), 조백조(趙白鳥) 등이 그들이다. 광복 후에는 함화진(咸和鎭)과 함께 대한국악원을 중심으로 활약하였다.
o 금강산타령
노랫말
천하명산 어디메뇨 천하명산 구경갈 제
동해 끼고 솟은 산이 일만이천 봉우리가
구름같이 벌였으니 금강산이 분명쿠나
장안사(長安寺)를 구경하고 명경대(明鏡臺)에 다리 쉬어
망군대(望軍臺)를 올라가니 마의태자(麻衣太子) 어디 갔노
바위 위에 얽힌 꿈은 추모(追慕)하는 누흔(淚痕)뿐이로다
종(鐘)소래와 염불(念佛) 소래 바람결에 들려오고
옥류(玉流) 금류(金流) 열 두 담(潭)이 굽이굽이 흘렀으니
선경(仙境)인 듯 극락(極樂)인 듯 만물상(萬物相)이 더욱 좋다
기암괴석(奇巖怪石) 절경(絶景) 속에 금강수(金剛水)가 새음솟고
구름 줄기 몸에 감고 쇠사다리(鐵棧) 더듬어서
발 옮기어 올라가니 비로봉(毘盧峯)이 장엄쿠나
만학천봉(萬壑千峯) 층암절벽(層岩絶壁) 머리 숙여 굽어보니
구만장천(九萬長天) 걸린 폭포(瀑布) 은하수(銀河水)를 기울인 듯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은 예를 두고 이름인가
해금강(海金剛) 총석정(叢石亭)에 죽장(竹杖) 놓고 앉아 보니
창파(滄波)에 나는 백구(白鷗) 쌍거쌍래(雙去雙來) 한가(閑暇)롭다
봉래방장(蓬萊方丈) 영주산(瀛洲山)은 구름 밖에 솟았구나
금강(金剛)아 말 물어 보자 고금사(古今事)를 다 일러라
영웅호걸(英雄豪傑) 재자가인(才子佳人)이 몇몇이나 왔다 갔노
물음에 대답은 없어도 너는 응당 알리로다
풀이
누흔(淚痕): 눈물의 흔적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이백의 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에서 따온 구절이다. 이 시의 원문(原文)은 다음과 같다.
일조향로생자연 日照香爐生紫煙 향로봉에 햇빛 비쳐 안개 어리고
요간폭포괘장천 遙看瀑布掛長川 멀리에 폭포는 강을 매단 듯
비류직하삼천척 飛流直下三千尺 물줄기 내리쏟아 길이 삼천 자
의시은하락구천 疑是銀河落九天 하늘에서 은하수 쏟아지는가
고금사(古今事): 옛날과 오늘날의 일들
해설
「금강산타령」은 경기잡가의 하나다. 금강산의 절경을 담은 서사시체의 노랫말을 7마루로 나누어 부른 노래로, 1927년 최정식(崔貞植)이 지었다고 한다. 최정식(1886년~1951년)은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시조, 가사, 경 · 서도소리의 명창이다. 경기소리의 중시조(中始祖)라 칭하는 최경식(崔京植)과 최상욱(崔相旭)을 사사하여 경 · 서도창에 능하였다. 작곡과 작시에도 재질이 있어 「금강산타령」, 「풍등가」를 작사, 작곡했다고 한다. 예기학원(藝妓學院)이었던 조선권번(朝鮮券番)에서 잡가를 가르쳤기 때문에 여성 제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니, 정경파(鄭瓊坡), 묵계월(墨桂月), 안비취(安翡翠), 조백조(趙白鳥) 등이 그들이다. 광복 후에는 함화진(咸和鎭)과 함께 대한국악원을 중심으로 활약하였다.
o 토끼화상
노랫말
토끼 화상(畵像)을 그린다 토끼 화상을 그릴 적에 어떤 화공(畵工) 불렀소
이적선(李謫仙) 봉황대(鳳凰臺) 봉(鳳) 그리는 환쟁이
난국천자(鸞國天子) 능허대(凌墟臺)에 일월(日月) 그리던 환쟁이
연소왕(燕昭王) 황금대(黃金臺)에 면(面) 그리던 환쟁이
갖은 화공(畵工)이 다 모여서 토끼 화상(畵像)을 그릴 적에
동정유리(洞庭琉璃) 청홍연(靑紅硯) 금수추파(錦水秋波) 거북 연적(硯滴)
오징어 불러 먹 갈아 양두화필(兩頭畵筆) 덤석 풀어
백릉설화간지상(白綾雪花簡紙上)에 이리저리 그릴 제
천하명산승지간(天下名山勝地間)에 경개(景槪) 보던 눈(目) 그리고
앵무공작(鸚鵡孔雀) 지저귈 제 소래 듣던 귀(耳) 그리고
봉래방장운무중(蓬萊方丈雲霧中)에 내 잘 맡던 코(鼻) 그리고
난초지초(蘭草芝草) 온갖 향초(香草) 꽃 따 먹던 입(口) 그리고
만화방창화림중(萬化方暢花林中)에 펄펄 뛰는 발(足) 그리고
대한엄동설한풍(大寒嚴冬雪寒風)에 방풍(防風)하던 털 그리고
만경창파지수중(萬頃蒼波池水中)에 둥실 떴다 배(腹) 그리고
신농씨상백초(神農氏嘗百草)에 이슬 주던 꼬리(尾) 그려
우편(右便)은 청산(靑山) 좌편(左便)은 녹수(綠水)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 곳
계수(桂樹)나무 그늘 속에 어린 새끼 품에 품고
앙금조춤 펄펄 뛰어 두 귀(耳)는 쫑끗 두 눈(目)은 도리
허리는 잘룩 꽁지는 몽툭 앞발은 짧고 뒷발은 길어
깡충깡충 뛰어가는 아미산월반륜토(蛾嵋山月半輪兎)인들 이에서 더할소냐
아나 엤다 별주부(鱉主簿)야 네가 가지고 가거라
풀이
이적선(李謫仙) 봉황대(鳳凰臺) 봉(鳳) 그리는 환쟁이: 이적선은 시인 이백(李白)을 말한다. 이백이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라는 시를 지어서 이런 노랫말이 나왔다. 환쟁이는 화가.
난국천자(鸞國天子) 능허대(凌墟臺)에 일월(日月) 그리던 환쟁이: 황제의 연회장인 능허대에 황제를 상징하는 해와 달을 그리던 화가
연소왕(燕昭王) 황금대(黃金臺)에 면(面) 그리던 환쟁이: 연나라 소왕의 연회장인 황금대에 바탕을 그러던 화가
동정유리(洞庭琉璃) 청홍연(靑紅硯) 금수추파(錦水秋波) 거북 연적(硯滴): ‘연적(硯滴)’은 동정호의 유리창에서 나는 질 좋은 벼루와 비단처럼 잔잔한 가을 물결을 담은 거북 연적. 좋은 벼루와 연적이라는 뜻.
오징어 불러 먹 갈아 양두화필(兩頭畵筆) 덤석 풀어: 오징어 불러 먹갈아 양쪽에 화필이 달린 붓을 덤석 풀어. 오징어가 먹물이 있어 등장시켰다.
백릉설화간지상(白綾雪花簡紙上): 눈꽃 무늬가 있는 흰 비단 천
만화방창화림중(萬化方暢花林中)에: 여러 꽃이 활짝 피어 있는 산 중에
신농씨상백초(神農氏嘗百草)에 이슬 주던 꼬리(尾) 그려: 갖가지 약초를 찾아냈던 신농씨의 풀에 이슬을 털던
아미산월반륜토(蛾嵋山月半輪兎)인들 이에서 더할소냐: 이백의 시 「아아미산월가(峨眉山月歌)」의 첫 구를 살짝 변형 시킨 말이다. ‘아미산 달은 반 둥글어 가을인데’를 ‘아미산 달은 반만 둥글어 토끼인데’로 바꾸었다.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아미산월반륜추 峨眉山月半輪秋 아미산 달은 반 둥글어 가을인데
영입평강강수류 影入平羌江水流 달그림자 평강에 들어 강물 흐르누나
야발청계향삼협 夜發淸溪向三峽 밤에 청계를 떠나 삼협으로 향하나니
사군불견하투주 思君不見下渝州 그대 그리며 못 본채 유주로 내려가네
해설
「토끼화상」은 경기 잡가다.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 화상을 그리는 대목을 그대로 서울 소리조로 옮긴 잡가이다. 『수궁가』에서 이 대목은 별주부가 토끼를 수궁으로 데려오기로 한 사명을 받은 뒤, 토끼의 생김새를 몰라 화공(화가)를 불러 토끼의 형상을 그리는 장면이다.
o 범벅타령(경기)
노랫말
어리야 둥글 범벅이야 둥글둥글 범벅이야 누구 잡술 범벅이냐
이도령 잡술 범벅인가 김도령 잡술 벅먹이지
이도령은 멥쌀 범벅 김도령은 찹쌀 범벅
이 도령은 본낭군(本郎君)이요 김 도령은 훗낭군
계집년의 행실(行實)을 보소
가깐 데 냉수(冷水) 안 길어 오고 먼 데 냉수 길러 간다
먼 데 냉수 길러 가서 김도령을 눈맞춰 놓고 집으로 돌아와서
이도령 보고 하는 말이
물 길러가다 장님을 만나 신수점(身數占)을 보았더니
금년 신수(身數) 대통(大通)하여 외방(外方) 장사를 나가시면
재수(財數) 소망(所望)이 좋답니다
이도령이 그 말을 듣고 계집년의 행실을 알고
외방 장사를 나가마고 갖은 황화(黃貨)를 사서 지고
뒷동산으로 올라가서 엿만 보고 새만 본다
계집년의 거동(擧動)을 보소
이도령을 보내 놓고 김도령 오기만 기다린다
김도령의 거동을 보소
이도령 없는 싹을 알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계집년을 찾아와서
문 열어라 내가 왔으니 문 열어라
계집년의 거동을 보소
김도령 음성을 알아 듣고 의복(衣服) 치장(治裝)을 차릴 적에
분홍삼팔 속저고리 보라대단 걷저고리
물면주 고장바지 백방수와주 너른바지 남부항라 잔솔치마
맵시 있게도 걷어 안고 몽고 삼승 속버선에
고양나이 겉버선을 외씨같이도 몽글리고
옥색순인 수당혜(繡唐鞋)를 맵시 있게도 신은 후에
갈지자 걸음으로 아장아장 걸어 나가
중문(中門)을 열고 대문(大門)을 열고 김 도령을 맞으면서
어이 그리 늦으셨소 이도령을 보내 놓고 좌불안석(坐不安席)에 고대(苦待)했소
김도령을 마주 잡고 들어가요 들어가요 내 방으로 들어가요
대문 닫고 중문 걸고 대청 마루에 올라서니 마루 치장(治裝)이 더욱 좋다
사방탁자(四方卓子) 삼층찬장(三層饌欌) 괴목(槐木) 뒤주도 놓여 있고
방문 열고 들어서니 방 치장이 더욱 좋다
쳐다보니 소란(小欄)반자 굽어보니 각장장판(角張壯版)
세간 치장(治裝)이 더욱 좋다 용장(龍欌) 봉장(鳳欌) 어거리며
각계수리 들미장과 자개함롱 반닫이를 빈틈없이 놓아 있고
화류문갑(樺榴文匣) 책상 위에 문방사우(文房四友)도 보기 좋다
체경시계(體鏡時計) 사진판(寫眞版)을 사면(四面)에 걸어 놓고
요강 타구(唾具) 재떨이를 발치발치 던져 놓고
족자병풍(簇子屛風) 둘러치고 와룡(臥龍) 촛대(燭臺) 불 밝혀 놓고
원앙금침(鴛鴦錦枕) 잣베개를 찬란(燦爛)하게 쌓았구나
계집년과 김도령이 자미스럽게 노니다가 계집년이 하는 말이
밤은 깊어 삼경(三更)인데 시장도 하실테니 잡숫고 싶은 걸 일러 주오
김도령이 하는 말이 나 잘 먹는건 범벅이오
범벅을 개이면은 어떤 범벅을 개이리까
이월(二月) 개춘(開春)에 시레기 범벅
삼월(三月) 삼질(三日)에 쑥범벅
사월(四月) 파일(八日)에 느티 범벅
오월(五月) 단오(端午)에 수루치 범벅
유월(六月) 유두(流頭)에 밀범벅이요
칠월(七月) 칠석(七夕)에 호박 범벅
팔월(八月) 추석(秋夕)에 송편 범벅
구월(九月) 구일(九日)에 귀리 범벅
시월(十月) 상달에 무시루 범벅
동지(冬至)달에는 새알심 범벅
섣달에는 흰떡 범벅
정월(正月)에는 꿀범벅
열두 가지 범벅을 골고루 개어 놓고 계집년과 김도령이 자미스럽게 노닐 적에
이도령이 엿을 보다 와락 뛰어 달려와서 문 열어라 문 열어라
내가 왔으니 문(門) 열어라
계집년의 거동 보소 문 열란 소리에 깜짝 놀라 허둥지둥 일어나서
한숨 쉬며 하는 말이 이를 장차 어찌 하나
김도령이 처치(處置)가 망연(茫然)하다
이리저리 생각다가 뒤주 생각을 얼른 하고 김 도령을 뒤주에 넣고
금거북 자물쇠로 어슥비슥이 채워 놓고
허둥지둥 걸어 나가 대문(大門) 열고 하는 말이
웬일이오 웬일이오 외방(外方) 장사를 나간다더니 아닌 밤중에 웬 일이오
이도령이 하는 말이 외방 장사를 나갔더니 장사가 안 되기로
영(靈)한 장님을 찾아가서 재수점(財數占)을 보았더니
당신네 뒤주에서 인성황(人城隍)이 났다기로
그 뒤주를 가져다가 화장(火葬) 불사를 하러 왔네
계집년이 그 말을 듣고 눈물지며 하는 말이 마오 마오 그리 마오
삼대(三代) 사대(四代) 내려오는 세전지물(世傳之物)은 그뿐인데
화장(火葬) 불사가 웬일이오
이도령이 달려들어 계집년을 밀친 후에 참바집바 가져다가 뒤주 발에 걸어지고
뒷동산으로 올라가서 뒤주 문을 열고 보니 김도령이 들었구나
이도령이 그 모양 보고 목불인견(目不忍見) 불쌍하여
김 도령 보고 하는 말이 너도 남의 집 귀동자(貴童子)요
나도 남의 집 귀동자인데 너를 죽일 배 내 아니다
생명이 가긍(可矜)하여 용서하여 주는 것이니
내 앞에 뵈지 말고 너 갈 데로 빨리 가라
김도령을 보낸 후에 빈 뒤주를 불사르고
으슥한 숲을 찾아가서 몸을 숨기고 엿을 본다
계집년의 거동 보소 김도령이 죽은 줄 알고
삼우제를 지낸다고 갖은 제물을 차려 이고 뒷동산으로 올라가서
뒤주 사른 그 앞에다 좌면지(座面紙)를 펼쳐 놓고
갖은 제물(祭物)을 차릴 적에
우병좌면(右餠左麵) 어동육서(魚東肉西) 홍동백서(紅東白西)로 벌였으니
삼색과실(三色果實) 오색채소(五色菜蔬) 주과포혜(酒果鋪醯)가 분명하다
첫잔 부어 산제(山祭)하고
두 잔 부어 첨작(添酌)이요 석 잔을 가득 분 후에
재배통곡(再拜慟哭)하는 말이
살아 생전 만났을 적엔 범벅도 좋아하더니 화장(火葬) 불사가 웬 말이오
이리 한참 설리 울 제 이도령이 엿을 보다
와락 뛰어 달려와서 천동(天動)같이 호령(號令)하며
죽일 듯이 달려들어 계집년 보고 하는 말이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이요 열녀불경이부(烈女不更二夫)라니
네 죄상을 모르느냐
계집년이 하는 말이 죽을 죄를 지었사오나
대장부 도량으로 한 번 용서를 하시구려
당신이 살면 천년 사오 내가 살면 만년 사오
우리 둘이 살아 생전에 의만 좋으면 그만이지
이도령이 그 말을 듣고 기막히고 어이없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땅을 치며 하는 말이 네 죄상을 생각하면 죽여 마땅하지마는
나도 또한 대장부라 더러워서 안 죽인다
나는 가니 잘 살아라 계집년이 그 말을 듣고 지난 일을 후회하며
이도령을 쫓아갈 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천신만고(千辛萬苦)를 하여 가며
이 도령을 쫓아가다 기진맥진(氣盡脈盡) 시진하여
펄썩 주저앉으면서 눈물지으며 하는 말이
내 행실 부정(不正)하여 두 절개가 되었구나
개과천선(改過遷善) 마음을 고쳐 일부종사(一夫從事) 알게 되니
차라리 이 몸이 죽어 후인징계(後人懲戒)나 하오리라
풀이
이 도령은 본낭군(本郎君)이요 김 도령은 훗낭군: 이도령은 남편이요, 김도령은 후에 본 낭군, 즉 간부(奸夫)를 말한다
재수(財數) 소망(所望)이 좋답니다: 재수가 아주 좋답니다
갖은 황화(黃貨): 갖가지 돈 되는 물건이나 잡화
당신네 뒤주에서 인성황(人城隍)이 났다기로: 당신네 뒤주에서 사람의 형상인 서낭신이 있다하기로
세전지물(世傳之物): 세대를 이어오며 내려오는 물건
참바집바 가져다가 뒤주 발에 걸어지고: 짚으로 꼰 밧줄을 뒤주에 걸어 짊어지고
해설
「범벅타령」은 경기 잡가의 하나이지만 다른 일반적인 경기 잡가와는 차별이 된다. 즉 「장대장타령」이나 서도재담소리인 「배뱅이굿」과 같은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지만, 단순하게 창만 연결되는 점에서 잡가로 분류된다. 여인네가 남편(이도령) 이외의 남자(김도령)을 집으로 끌여 들었다가 남편에게 들켜 소박을 맞는다는 다소 희화화된 내용의 잡가이다.
대개의 국악 성악의 노랫말은 충과 효라는 유교적 덕목을 기본으로 판을 짜고 있다. 충과 효를 기본으로 하는 조선적 질서 체계를 뒤흔들만한 혁명적 내용은 당시의 의식적, 무의식적 검열체계 하에서는 다루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이후 자못 색다른 내용을 다룬 노랫말이 나타나는데, 「범벅타령」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범벅타령」애서 여인은 샛서방인 김도령과 만날 약속을 해 놓고 이도령을 멀리 보낼 계략을 꾸민다. 물 길러가다가 장님을 만나 신수점을 보았더니 외방에 가서 장사를 하면 운수대통한다고 하며 남편에게 먼 길을 떠나라고 종용한다. 남편 이도령은 이미 아내의 속셈을 알고 있기에 거짓으로 멀리 장사를 나가는 채 하고 뒷동산에 올라 사태를 관찰한다. 아니나 다를까 김도령은 남편이 없다고 생각하고 여인을 집으로 들어온다.
이어서 「범벅타령」은 신나는 한 판으로 변한다. 두 남녀는 마치 『춘향가』에서 춘향이와 이도령이 사랑가를 부르듯이 범벅타령을 부르면서 신나게 논다. “열두 가지 범벅을 골고루 개어 놓고 계집년과 김도령이 자미스럽게 노닐 적에” 갑자기 본남편인 이서방이 집으로 돌아온다. 요즘 말로 하면 간통의 현장을 급습하는 것이다. 김서방은 황급히 뒤주에 몸을 숨겼다. 이서방은 시치미를 떼며 장님이 말하기를 뒤주가 재수가 없어 장사가 안 된다며 뒤주를 불살라야 한다고 말한다. 애걸복걸하는 여인을 밀치고 뒤주를 뒷동산에 끌고 가 불태우려고 하다가 뒤주를 열어 김서방을 풀어주면 하는 말이 너도 남의 집 귀동자고, 나도 남의 집 귀동자인데 어찌 죽일 수 있겠는가, 어서 빨리 도망가라고 풀어주고 난 뒤 뒤주를 불사른다. 샛서방이 불타죽은 줄 아는 여자는 김도령을 위한 삼우제를 지내게 된다.
이 장면에서 여인은 설피 운다. 이것은 듣는 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해학의 장면이다. 즉 작중 인물 중 주인공 하나만 모르고 화자와 독자가 다 알면서 작중 인물을 놀리는 것이 풍자의 기본인데, 바로 이 장면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인이 울고 난 뒤 이서방이 나타나 여인을 호되게 꾸짖으며 “죽여서 마땅하지만 나 또한 대장부라 더러워서 안 죽인다”라는 말을 남기고 길을 떠난다. 졸지에 두 낭군을 잃어버린 여인네는 개과천선 하겠다며 자진(자살)을 한다.
이 「범벅타령」의 노랫말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어서 그런지 잘 전승되지 않았다. 현재 가장 오래된 음원으로 1931년 이진봉이 소리한 것이 남아 있지만 현재의 노랫말보다는 짧다. 이진봉은 평양 출신으로 서도와 경기 소리에 능했다고 하며 특히 「관산융마」를 잘 불렀다고 한다.
o 자진방물가
노랫말
방물(房物) 장사를 나간다 방물 장사를 나간다
방물 장사를 나갈 적에 어떤 방물을 사오리까
은조로롱 금조로롱 밀화(蜜花)불수 노리개며
산호(珊瑚)가지 청강석(靑江石)에 비취옥(翡翠玉) 노리개 은장도(銀粧刀)며
금강석(金剛石) 반지도 곁들이고 용잠봉잠(龍簪鳳簪) 비취잠(翡翠簪)과
옥비녀 금비녀 호도잠(胡桃簪)과 양은(洋銀)비녀
흑각잠(黑角簪)과 창포잠(菖蒲簪) 귀이개 국화잠(菊花簪)과
뒤꽂이 고리잠(簪) 연(蓮)봉이며 옥지환(玉指環) 금지환(金指環) 은가락지며
보석(寶石) 반지도 곁들이고
아주까리 동백(冬栢) 기름 단풍(丹楓)밀과 비취(翡翠)밀 분첩(粉帖)이며
물분(水粉) 도화분(桃花粉)에 연지분(臙脂粉)과 주석(鑄錫) 가락지 납(鉛) 가락지며
비오리 쌍동자(雙童子)며 민빗 참빗 족집게며
얼레빗 면경(面鏡) 비치개며 미안수(美顔水) 향수(香水)로다
인두 가위 침석(針石)이며 화류(樺榴)로 만든 실패로다
상침중침(上針中針) 별랑침과 가는 바늘도 곁들이고
재봉침(裁縫針)도 더욱 좋다 대합사(大合絲) 세합사(細合絲) 양사(洋絲)실과
오색(五色) 수실(繡絲)도 곁들이고 오색당사(五色唐絲) 염랑끈과
진사목팔사(眞絲木八絲) 쌈지끈과 주머니 끈도 더욱 좋다
산수(山水)를 그린 손가방이며 수단(繡緞)으로 만든 지갑(紙匣)이며
오색(五色) 실로 난간(欄干)을 치고 쌍쌍(雙雙)히 쌍희자(雙囍字) 박혔구나
금은장식(金銀裝飾)한 혁대(革帶)로다 수마노(水瑪瑙) 물뿌리 은수복(銀壽福)대에
양칠 간죽(簡竹)도 맞추어 있고 소상반죽(瀟湘斑竹)도 더욱 좋다
수복강녕(壽福康寧) 네 글자(字)에 수(繡)를 놓은 안경(眼鏡)집과
금패(錦貝)단추 밀화(蜜花)단추 자개(螺鈿)단추도 곁들여서 방물(房物) 짐을 걸머지고
한 달이면 육장(六場) 보고 면면촌촌(面面村村)이 도보(道步)를 할 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불피풍우(不避風雨)를 하여가며 박리다매(薄利多賣)를 하는구나
저녁이면 객주(客主)에 자고 새벽이면 길을 떠나 팥도 받고 콩도 받아
각종(各種) 곡식(穀食)과 환매(換買)를 하니 외상방매(外上放賣)는 전혀 없네
푼돈(分錢)을 벌어 양돈을 모으고 양돈(兩錢)을 모아 쾌돈 되니
근검저축(勤儉貯蓄) 절약(節約)을 하면 부자장자(富者長者)도 되는구나
풀이
방물(房物) 장사를 나간다: 방물 장사를 나간다는 말은 방물 행상을 나간다는 뜻이다. 방물은 집안 혹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패물이나 화장품을 비롯한 여러 생활 잡화를 말한다.
한 달이면 육장(六場) 보고 면면촌촌(面面村村)이 도보(道步)를 할 제: 보부상이 장마다 걸어서 돌아다니며 한 달이면 여섯 장에서 장사를 하고
불피풍우(不避風雨)를 하여가며 박리다매(薄利多賣)를 하는구나: 비바람을 무릅쓰고 열심히 장사를 하는데, 조금 남기고 많이 파는 장사를 하는구나. 부지런히 장사를 한다는 말.
저녁이면 객주(客主)에 자고 새벽이면 길을 떠나 팥도 받고 콩도 받아 각종(各種) 곡식(穀食)과 환매(換買)를 하니 외상방매(外上放賣)는 전혀 없네: 장사하면서 현금이 아니면 팥고 콩도 물건값으로 받아 현금으로 바꾸고 외상으로 주는 일은 전혀 없네
해설
「자진방물가」는 경기잡가이다. 수많은 방물을 갖다 대여 엮어 놓은 것으로 여자들에게 소용되는 장신구며 화장품 등속을 늘어놓는다. 마지막에는 열심히 장사를 하여 부자가 되자고 한다. 개화기 이후 만들어진 잡가이다. 십이잡가인 「방물가」가 사랑하는 낭군과 헤어지기 싫어하는 여인네가 부르는 노래라면, 「자진방물가」는 본격적으로 장사에 나선 보부상의 노래라는 점에서 내용상으로 차이가 있다.
노랫말
천하 잡놈은 변강쇠 천하의 잡놈은 변강쇠라
자라는 호박에 말뚝박기 우물길에 똥누기
아희 밴 부인(婦人) 발길로 차기 잦혀 논 밥에 돌 퍼붓기
불붙는 데 키질하기 정절과수 놀려내기
물에 빠진 놈 덜미짚기 활 쏘는 양반 줌팔치기로다
어화둥둥 내 사랑아
강쇠의 심사를 볼 지경이면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땔 것이 없어
나무를 하러 나갈 적에 낫은 갈아 지게에 꽂고 도끼는 갈아 옆에다 끼고
삼십명(三十名) 나무꾼 앞세우고 납작지게를 걸머지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원근산천(遠近山川)에 당도하니
봄들었구나 봄들었구나 원근산천에 봄들었으니
나무는 할 것이 없어서 길가에 선 장승을 패니 장승이 괴탄(愧嘆)하는 말이
이 몹쓸 변강쇠야 변강쇠 아궁이 귀신이 되누나
어화둥둥 내 사랑아
어떤 나무는 팔자가 좋아 오동(梧桐) 복판 거문고 되어
어여쁜 아가씨 무릎에 앉혀 지덩기덩실 놀건마는
어떤 나무는 천목(賤木)이 되어 마주 섰다 은행나무 방귀 뀌었다 뽕나무
한 다리 절룩 전나무요 십리 밖에 스무나무 십리 절반의 오리나무
칼로 찔러라 피나무요 상놈을 불러라 상나무요
양반을 불러라 호양목이로다
어화둥둥 내 사랑아
어떤 나무는 고목(枯木)이 되어 웃동은 잘라 개밥통 파고
밑동은 잘라 쇠구영 파니 가운데 복판은 삼척구척(三尺九尺)의 장승을 만들어
팔자에 없는 사모품대(紗帽品帶)를 완연(宛然)히 시켜
다리가 있으니 달아를 나나 입이 있으니 말을 하나
어화둥둥 내 사랑아
죽도 사도 못하는 경우에 산 돌아들고 감돌아들 제
산은 첩첩(疊疊) 천봉(千峯)이요 물은 잔잔(潺潺) 백곡(百曲)이라
흐르나니 물결이요 뛰노나니 고기로다
만반진수(滿盤珍羞)를 다 벌여 놓고 변강쇠 두 양주(兩主) 저 젊었으니
지나장삼은 준륙인데 아삼백사 오륙이로구나
어화둥둥 내 사랑아
풀이
잦혀 논 밥에 돌 퍼붓기: 밥을 지어려고 물을 부어 앉힌 밥에 돌붓기
물에 빠진 놈 덜미짚기 활 쏘는 양반 줌팔치기로다: 물에 빠진 사람 목덜미를 눌러 물에서 못 나오게 하고 활 쏘는 사람 팔 안쪽 굼치를 쳐서 활을 못 쏘게 하고
장승을 패니 장승이 괴탄(愧嘆)하는 말이: 변강쇠가 나무하러 가서 나무는 하지 않고 길가에 선 장승을 도끼로 패니 장승이 크게 한탄하는 말이
어여쁜 아가씨 무릎에 앉혀 지덩기덩실 놀건마는: 어떤 나무는 거문고 판이 되어 아가씨 무릎에 앉혀 지덩기당실 놀건마는
어떤 나무는 천목(賤木)이 되어: 어떤 나무는 천한 나무가 되어
팔자에 없는 사모품대(紗帽品帶)를 완연(宛然)히 시켜: 장승을 만들어 모자와 허리띠를 채운 것을 말함
만반진수(滿盤珍羞)를 다 벌여 놓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다 벌여놓고
지나장삼은 준륙인데 아삼백사 오륙이로구나: 골패놀음에서 온 말. 짝이 잘 맞는다는 말.
해설
「변강쇠타령(경기)」은 경기 잡가이다. 신재효가 정리한 『변강쇠타령』은 그 노래는 실전(失傳) 되었는데, 잡가 「변강쇠타령(경기)」은 판소리 『변강쇠타령』에서 몇 부분을 따와서 경 · 서도지방에서 잡가 형태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잡가를 「변강수타령」이라 했고 1930년대 음반이 몇 곡 남아 있다. 서도명창이었던 김정연의 『서도소리대전집』1)에는 발림엮음수심가란 큰 제목 아래에 「변강쇠타령(서도)」의 노랫말이 나와 있는데, 여기에는 재담과 노랫말을 분리하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짐작해보면 「변강쇠타령(경기)」은 경 · 서도 지역의 전문소리꾼이 대중들에게 공연할 때 재미를 주기위해 섞었던 퍼포먼스적인 레퍼토리로 보인다.
「변강쇠타령(경기)」 노랫말의 내용은 판소리 『변강쇠타령』를 축약하고 있다. 변강쇠의 심술을 앞에 내세우고 변강쇠가 나무를 하러가는 내용과 장승의 신세한탄이 들어 있다.
o 국문뒤풀이
노랫말
가나다라 마바사 아자차 잊었구나 기역 니은 디긋 리을
기역자로 집을 짓고 지긋지긋이 사쟀더니
가갸거겨 가이없는 이내몸이 그지없이도 되었구나
고교구규 고생하던 우리낭군 구관하기가 짝이 없구나
나냐너녀 나귀등에 솔질을 하여 송금 안장을 지어놓고 팔도강산 유람을 할까
노뇨누뉴 노세노세 젊어노세 늙어지며는 못노리로다
다댜더뎌 다닥다닥 붙었던 정이 그지없이도 떨어를 졌네
도됴두듀 도중에 늙은 몸이 다시 갱소년 어려워라
라랴러려 날러가는 원앙새야 널과 날과 짝을 짓잔다
로료루류 노류장화는 인개가절인데 처처에 있건마는
마먀머며 마자마자 마잣드니 님의 생각을 또하는구나
모묘무뮤 모지도다 모지도다 한양낭군이 모지도다
바뱌버벼 밥을 먹다 돌아다보니 님이 없어서 못먹겠구나
보뵤부뷰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이 보고만지고
사샤서셔 사자고 굳은 언약 언약이 치중치 못하였구나
소쇼수슈 소슬단풍 찬바람에 울고가는 기러기야
아야어여 아예 덤석 잡았던 손목 어이없이도 놓쳤구나
오요우유 오동복판 거문고에 새줄 얹어 타노라니 백학이 제 짐작하여 우줄우줄 춤만 춘다
자쟈저져 자로종종 오시든 님이 어이 그다지 못오시나
조죠주쥬 조별낭군은 내 낭군인데 한번가시고 날 아니 찾나
차챠처쳐 차라리 몰랐드라면 뉘가 뉘군줄 몰랐을 것을
초쵸추츄 초당에 곤히든 잠 학의 소리에 놀라깨니 울든 학은 간곳이 없고 들리느니 물소리로다
카캬커켜 용천검 드는 비수로 이내 일신을 부혀를 주오
코쿄쿠큐 콜짝콜짝 울던 눈물 옷깃을 다 적셨구나
타탸터텨 타도타도 월타도에 누구를 바라고 나 여기왔나
토툐투튜 토해지신 감동하사 임생기게 하여만주오
파퍄퍼펴 파요파요 보고만파요 님의 옥천당 보고만파요
포표푸퓨 폭포수 깊은 물에 풍기 두덩실 빠졌더라면 요꼴 조꼴을 아니나 볼걸
하햐허혀 한양낭군은 내 낭군인데 한장의 편지가 무소식이라
호효후휴 후회지심 마쟀더니 다시 또 생각을 또 하는구나
과궈놔눠 여기 과천 지나실 길에 과문불입이 웬 말씀이요
돠둬롸뤄
풀이
송금 안장: 안장의 한 종류
노류장화(路柳墻花)는 인개가절(人皆可折)인데 처처(處處)에 있건마는: 웃음을 파는 여자는 여러 사람이 꺾을 수 있고, 도한 도처에 있건마는
조별낭군은 내 낭군인데: 아침에 헤어진 낭군은 내 낭군인데
여기 과천 지나실 길에 과문불입이 웬 말씀이요: 여기 과천 지나는 길에 과천문에는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은 웬 말씀이요
해설
「국문뒤풀이」는 경기잡가로 분류되지만, 서도잡가이기도 하다. 경 · 서도명창들이 함께 불렀다. 노랫말은 앞에 ‘가갸거겨’와 같은 발음을 두고 이 발음에 유사한 음을 가진 연상 문장을 노랫말로 불러 이어가는 일종의 말놀이다. 발음과 같은 음으로 연상되는 말을 이어가는 데서 재미를 느끼도록 짜여 있다. 노랫말의 전체적인 일관성은 없고 여러 노래에서 여러 노랫말을 따와 합성한 것이다. 1936년 서도소리꾼인 김주호가 녹음한 것이 남아 있다.
o 놀량(경기)
노랫말
산천(山川) 초목(草木)이 다 무성한데---
나아 아하 에-- 에에--에에 엔 데에-- 구우-- 겨어--
어허 어헝 가기에 에헤 도---오---제--어 이히지힐
고--오- 오호---오호 다아 아아 아하
아하무리----에---에헤 나하 어허 어어허 어야
에--- 에헤 에헤 나하 아하하도 네로구나 마를네야
에---어기 이이이 이 이 이얼 네로구나
디 이이 이 이 이 이이--- 에라디여 어어 어야 이얼 네로구나
에-----여어-- 어디 이 이 이이-
얼시구나 절시구나 아무려도 네로구나
에 어디 이 이히 이 어디 이 이히디이----
이 이이 이 이이 이 이어---에 나하아 아 아하 아어 이얼 네로구나
에----- 말들어도 봐라 녹양(綠楊) 벋은 길로 평양감영 쑥 들어간다
에 에헤 에에이 어--- 이얼 네에로구나
춘수(春樹)는 낙락 기러기는 훨-훨-낙-락-
장송이 와자지끈도 다 부러져 마른가지 남아
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얼씨구나 좋---다 말들어도 봐라
에 에헤 에에 이어-- 이얼 네에얼 에에헤 에에
이 어--- 에 나하 아 아 아 하 아 어 이얼 네로구나
종일가도 안성은 청룡이로구나
몽림 일월이 송사리나 삼월이며
육구함도 대사중로 얼씨구나 절씨구나 아무려도 네
녹양방초 사랑초 다 저저문날 이로구나
에----아하 이얼 네로구나
풀이
녹양(綠楊): 푸른 잎이 우거진 버들, 푸른 버들. ‘楊’을 ‘陽’으로 표기한 곳도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춘수(春樹): 봄철의 나무. 춘수(春水)라는 표기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마른가지: ‘마들가지’라는 표현도 보이나 이 경우 ‘마들가리’가 맞는 말이다. 마들가리란 ‘토막으로 된 땔나무’인데, 어려운 말이기 때문에 마른가지로 두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안성(安城)은 청룡(靑龍)이로구나: 안성 청룡사를 말한다. 안성 청룡사는 사당패의 본거지였다.
몽림 일월이 송사리나 삼월이며: 정확한 뜻은 알 수 없다. ‘몽림 일월 송사리’는 와음1)인 것으로 보인다.
육구함도 대사중로: 『조선잡가집(1916)』, 『조선속곡집(1916)』에는 “육구암사(六九庵寺) 대사뭉구리 얼시구나 절시구나”로 되어 있다. 육구암사는 절 이름이고 대사는 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 뭉구리는 스님(중)을 놀림조로 부르는 말이다. 즉 ‘육구암사 대사 뭉구리’가 구전되어 오면서 ‘육구함도 대사중로’라는 말로 와음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육구함도를 ‘육구함도(六衢咸道)’로 풀이하여 중국 진나라 수도 함양의 네거리로 설명함은 잘못이다. 사당패의 노래에 진나라 수도 네거리가 등장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해설
「놀량(경기)」은 ‘경기산타령’에서 제일 먼저 부르는 노래다. 봄이 되어 근거지를 나와 사당패가 산천경계를 유람삼아 떠도는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발림과 함께 소고를 들고 서서 노래하는 것이 특징이며 경쾌하고 발랄하다. 놀량 계열의 노래는 서도놀량과 경기놀량 두 종류가 있는데, ‘놀량사거리’란 말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중 서도놀량 계열의 노래는 ‘놀량사거리’란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경기놀량의 경우 산천경계를 노래한다고 해서 ‘산타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서도산타령과 경기산타령으로 부르지만 전통적인 호칭은 둘 다 ‘놀량’이다. 한동안 국악계에서는 경기산타령에서 서도산타령이 파생된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o 앞산타령
노랫말
[나 너- 니나노 에- 에허에허 에헤야아 에- 어허어 어허 이여 허루 산이로구나 에-]
과천(果川) 관악산(冠岳山) 염불암(念佛庵)은 연주대(戀主臺)요 도봉(道峰) 불성(佛性) 삼막(三幕)으로 돌아든다
[에- 어디히 이에 어허에헤야 에-허 에헤이여 어루 산이로구나]
단산봉황(丹山鳳凰)은 죽실(竹實)을 물고 벽오동(碧梧桐) 속으로 넘나든다
[경상도 태백산은 상주 낙동강이 둘러 있고 전라도 지리산은 하동(河東)이라 섬진강수로만 다 둘러있다]
동불암(東佛岩) 서진관(西津寬) 남삼막(南三幕)은 북승가(北僧家)요 도봉 망월(望月) 천축사(天竺寺)라
[해외소상강(海外瀟湘江) 일천리 너른 물에 굽이 출렁 동정호(洞庭湖)로만 다 둘러 있다]
성절 덕절 학림암(鶴林庵)을 구경하고 화계사(華溪寺)로만 돌아든다
[탁자 앞에 앉은 노승 팔대장삼(長衫)을 떨쳐입고 고부랑 곱빡 염불만 한다]
저 달아 보느냐 임 계신 데 명기(明氣)를 빌려라 나도 보자
[너 오는 길에 약수삼천리(弱手三千里)와 만리장성이 둘렀더냐 잠총어부후(蠶叢魚鳧後)에 촉도지난(蜀途之難)이 가리웠더냐]
팔도로 돌아 유산객(遊山客)이요 여덟 도 명산(名山)이 경기 삼각산(三角山)이라
[삼각산 제일봉에 봉황이 춤을 추고 한강수 깊은 물에 용마하도(龍馬河圖) 낳단 말가]
남산 북악(北岳)은 천년산이요 한수오강은 만년수라
[강원도 금강산은 해동절승(海東絶勝)을 자랑하고 설악오대 맑은 경(景)은 승지강산(勝地江山)이 이 아니냐]
팔도 명산 오악중에 계룡산이 명산이라
[충청도 계룡산은 공주 금강이 둘러있고 부여팔경 돌아드니 부소산이 진산이라]
수로천리 육로천리 썩 건너니 탐라 삼도가 분명하다
[제주의 탐진벌은 사면 대해가 둘러있고 영주산의 맑은 정기 삼성혈에 어리었다]
백두산 장한 기상 삼남으로 내려와서 금오산에 어리었다
[태백산 내린 줄기 추풍황악(秋風黃嶽)이 굽이쳐서 구미 선산 돌아드니 낙동강이 둘러있다]
지리산 천왕봉은 서악의 영봉인데 천외십이 솟은 봉이 장관이라
[방장산 높은 기상은 오악중에 제일이요 내장 덕유 맑은 기운 문장 재사(才士) 낳단 말가]
[ ] 부분은 후렴
풀이
과천(果川) 관악산(冠岳山) 염불암(念佛庵)은 연주대(戀主臺)요 도봉(道峰) 불성(佛性) 삼막(三幕)으로 돌아든다: 염불암, 연주대, 불성사, 삼막사는 모두 관악산 줄기에 있는 사찰
단산봉황(丹山鳳凰)은 죽실(竹實)을 물고 벽오동(碧梧桐) 속으로 넘나든다: 단산의 봉황이 대나무 열매를 물고 오동나무 속으로 넘나든다. 「경복궁타령」에도 나오는 노랫말이다.
해설
「앞산타령」은 ‘경기산타령’의 두 번째 노래다. 서울 지방의 명산과 사찰을 소개하고 이어 전국 명산의 진경을 노래한다. 앞산을 노래하는 타령이 아니라 앞에 있는, 즉 먼저 부른다는 의미의 ‘앞 산타령’이다. 놀량 계열의 노래에는 서도놀량과 경기놀량 두 종류가 있는데, 모두 ‘놀량사거리’란 말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중 서도놀량 계열의 노래는 ‘놀량사거리’란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경기놀량의 경우 산천경계를 노래한다고 해서 ‘산타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서도산타령과 경기산타령으로 부르지만 전통적인 호칭은 둘 다 ‘놀량’이다. 한동안 국악계에서는 경기산타령에서 서도산타령이 파생된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o 뒷산타령
노랫말
[나지나 산이로구나 에- 두견아 에- 나- 나 지루에 에도 산이구나]
강원도 금강산에 유점사 법당 안에 느릅나무 뿌리마다 서천서역국(西天西域國)서 나온 부처 오십삼불이 분명하다
[동소문 밖 썩 내달아 무네미 얼른 지나 다락원서 돌쳐 보니 도봉망월이 천축사(天竺寺)라]
계명산(鷄鳴山) 추야월(秋夜月)에 장자방(張子房)의 통소소래 월하(月下)에 슬피 부니 팔천제자(八千弟子)가 흩어진다
[오서산(烏棲山) 십이봉(十二峯)은 은자봉(銀子峯)이 둘러 있고 보령청라(保寧靑蘿) 금자봉(金子峰)은 옥계수(玉溪水)로만 둘러 있다]
삼각산 나린 줄기 학의 등에 터를 닦고 근정전(勤政殿)을 지어 놓으니 만조백관(滿朝百官)이 조회(朝會)를 한다
[삼각산이 뚝 떨어져 어정주춤 나려가서 한양터가 분명한데 종남산(終南山)이 안산(案山)이라]
수락산 가는 길에 개운사(開運寺) 중을 만나 중더러 묻는 말이 네 절 인품이 어떻느냐
[수락산 폭포수요 둥구재 만리재며 약잠재 누에머리 용산 삼개로 둘러 있다]
백두산 천왕봉에 용왕담(龍王潭) 맑은 물은 금수강산 우리 나라 만년서기(萬年端氣)가 어리었다
[압록강 굽이쳐서 후창(厚昌) 강계(江界) 얼른 지나 벽동(碧潼) 창성(昌城) 감돌아서 의주(義州) 통군정(統軍亭)으로만 돌아든다]
동두천 소요산(逍遙散)에 의상대(義湘臺) 올라 보니 고봉만장(高峯萬丈) 높은 산은 절세풍경(絶世風景)을 자랑한다
[원효대(元曉臺) 의상대(義湘臺)는 소요산의 자랑이요 내리쏟는 폭포수는 청량폭포(淸凉瀑布)의 장관이라]
수양산 청 물풀은 장안 소동(小童)을 경계하고 순대명 왕대뿌리는 소고채로만 다 나간다
[숭례문 밖 썩 내달아 김포통진 얼른 지나 문수산성 올라보니 갑곶지 나루가 분명하다]
남산에 봉황이 날고 북악에 기린이 노니 만장봉에 어린 서기 억만장안에 비치었다
[홍인문 밖에 썩 내달아 광나루를 얼른 지나 남한산성 올라보니 용문산이 분명하다]
인왕산 잠든 범이 바람 따라 거동하고 운학에 잠긴 용이 반공중에 서려있다
[돈의문 밖 썩 내달아 무악재를 얼른 넘어 반구정에 올라보니 개성 송악이 분명하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계명산(鷄鳴山) 추야월(秋夜月)에 장자방(張子房)의 통소소래 월하(月下)에 슬피 부니 팔천제자(八千弟子)가 흩어진다: 초나라와 한나라의 싸움에서 장자방이 피리를 불어 초나라 항우의 군사 사기를 꺾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노랫말
종남산(終南山)이 안산(案山)이라: 풍수지리에서 나온 말로, 한양의 주산인 삼각산 앞 작은 산이 남산인데, 이를 안산으로 본다. 안산은 집터나 묏자리에서 맞은편에 있는 산을 말한다. 안산이 있어야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궁궐터다.
수락산 가는 길에 개운사(開運寺) 중을 만나 중더러 묻는 말이 네 절 인품이 어떻느냐: 수락산 가는 길에 개운사1) 중을 만나 개운사의 절 인심이 어떠하냐고 묻는 말이다. 이 노랫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묻는 사람은 전국을 떠돌다 마침 서울로 와서 수락산으로 가는 사당패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당패는 혹시 개운사에서 밥은 먹을 수 있는지 잠은 잘 수 있는지 이런 것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개운사 스님에게 개운사 절 인심을 물었던 것이다. 놀량사거리나 경기산타령에 절 이름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들 사당패가 주로 숙식을 해결하던 곳이 전국의 사찰이었기 때문이다.
수양산 청 물풀은 장안 소동을 경계하고 순대명 왕대뿌리는 소고채로만 다 나간다: 느닷없이 끼어들어 정확한 해석이 불가능하나 아마도 수양산의 백이 숙제의 고사를 미루어볼 때 “충절의 정신은 장안의 여러 소동을 경계하고, 순창의 대명죽 왕대뿌리는 소고채, 즉 작은 곳에만 쓰인다”는 내용일 것이다. ‘물풀’은 물푸레나무를 말하는 듯하다.
해설
「뒷산타령」은 「앞산타령」 뒤에 부르는 노래이다. 서울 지방의 지리에 대한 것과 전국에 흩어진 명승 일부와 추상적인 중국의 고사(故事)에서 온 내용 등이 혼재되어 있다. 여러 가사가 전승되면서 서로 혼합되어 정착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사당패는 전국을 순회하는 집단이었기에 그 특성상 여러 지방의 여러 노래를 접하며, 이렇게 접한 노래를 자신들의 레퍼토리에 흡수한 경우도 많아 보인다. 노랫말이 잡다하면서도 여러 지방의 문물이나 풍속이 들어있는 것도 사당패의 유랑적 특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뒷산타령」에 나오는 노랫말 중 ‘수락산 가는 길에 개운사(開運寺) 중을 만나 중더러 묻는 말이 네 절 인품이 어떻느냐’라는 구절은 사당패 집단의 유랑 생활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사당패가 전국을 순회유랑하면서 숙식을 해결했던 곳이 주로 사찰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찰에 대한 정보는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항목이었을 것이다.
놀량 계열의 노래에는 서도놀량과 경기놀량 두 종류가 있는데, 모두 ‘놀량사거리’란 말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중 서도놀량 계열의 노래는 ‘놀량사거리’란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경기놀량의 경우 산천경계를 노래한다고 해서 ‘산타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서도산타령과 경기산타령으로 부르지만 전통적인 호칭은 둘 다 ‘놀량’이다. 한동안 국악계에서는 경기산타령에서 서도산타령이 파생된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o 자진산타령
노랫말
청산(靑山)의 저 노송(老松)은 너는 어이 누웠느냐
풍설(風雪)을 못 이겨서 꺾어져서 누웠느냐
[바람이 불려는지 그지간 사단(事端)을 뉘 안단 말이오
나무 중동은 거드럭거리고 억수장마 지려는지 만수산(萬壽山)에 구름만 모여든다]
산천경개(山川景槪) 유산(遊山) 가자 관동팔경(關東八景) 구경하고 영동구읍(嶺東九邑) 돌아드니 금강산(金剛山) 유점사(楡岾寺)가 분명하다
[어디가 경갤(景槪)러냐 어디가 경(景) 좋더냐 우도(右道)로 서산(瑞山) 좌도(左道)로 청안(淸安) 강릉 경포대(鏡浦臺) 간성 청간정(淸澗亭) 울진 망양정(望洋亭) 평해 월송정(越松亭) 삼척은 죽서루(竹西樓) 통천 총석정(叢石亭) 양양의 낙산사(洛山寺)로다 고성은 삼일포(三日浦) 설악산 신흥사(神興寺)로구나 고성 영랑호(永郞湖) 여기 놀기 좋다]
홍문연(鴻門宴) 설연시(設宴時)에 좌객(坐客)이 누굴러냐 한패공(漢沛公) 초패왕(楚覇王)과 장량(張良) 진평(陳平) 범아부(范亞父)라
[요지연(瑤池宴) 진연시(進宴時)에 누구누구 모였더냐 이적선(李謫仙) 소동파(蘇東坡)며 두목지(杜牧之) 장건(張騫)이며 영양공주(英陽公主) 난양공주(蘭陽公主) 진채봉(秦彩鳳) 심요연(沈嬝烟) 가춘운(賈春雲)과 계섬월(桂蟾月) 백능파(白凌波)며 적경홍(狄驚鴻)이 다 모였더라]
임당수(臨塘水) 깊은 물에 어선도 끊어지고 띠끌도 가라앉는데 심청이가 살았느냐
[심봉사 거동보소 굴건제복(屈巾祭服)을 정의(整衣)하고 상여 뒤채를 덤벅 잡고 여보 부인 듣주시오 앞 못 보는 나를 두고 어린 심청이 어찌나 하오 북망산천(北邙山川)이 이다지 야속한가]
초당(草堂)에 곤히 든 잠 학의 소리 놀라 깨니 그 학은 간 곳 없고 들리느니 물소리라
[좌우산천 바라보니 청산은 만첩(萬疊)이요 녹수는 구곡(九谷)이라 미록(麋鹿)은 쌍유(雙遊) 송죽간(松竹間)이요 일출동방(日出東方) 불로초라 그곳에 운학(雲鶴)이 장유(長遊)하니 선경(仙境)일시 분명하다]
사명산(四明山) 방석위에 사시좌선(四時坐禪) 도를 닦아 삼계(三戒)육도(六道) 해득(解得)하면
사종열반(四種涅槃)을 이루리라
[명구승지(名區勝地)가 어딜더냐 창의문을 썩 내달아 세검정에 다리 쉬어
벽제관을 얼른지나 덕파령을 넘어가니 고령산의 보광사며
소령원이 분명하다]
마니산 참성단은 단군(檀君)국조(國祖)의 제천지(祭天地)요 정족산 삼랑성은
고대(古代)성왕(聖王)의 유적이라
[만수천산 구경가자 정족산성의 전등사며 상봉산 보문사라 진강산
삼릉 두루돌아 강화구읍 돌아드니 옛 궁터만 남았는데 들리느니
물소리라 청련사 백련사가 분명하다]
명승고적 유람가자 일출영산 석굴암과 반월성 돌아드니
천년고도가 예로구나
[태백 청량산 내린 줄기 주왕산 보현산이며 어림산 구미산과
단석 토함산 금별산이 전후 좌우로 둘렀으니 반만년의 장한 유적
천추만세(千秋萬歲)에 빛나리라]
항쇄족쇄(項鎖足鎖) 벗겨주면 걸음이나 걸어 보지 옥문(獄門) 밖을 내놔 주면 세상 구경이나 하여 볼까
[구곡간장(九曲肝腸) 애태우며 일구월심(日久月深) 그리던 임 만단정회(萬端情懷) 채 못하여 어대메로 가랴시오 간들 아주 가며 아주 간다고 잊을소냐 오냐 춘향이 잘 있거라 명년 춘삼월에 다시 만나 볼까]
만물초(萬物肖) 구경하고 개잿령 올라 보니 금강산(金剛山) 일만이천봉(一萬二千峯)이 분명하다
[일락서산(日落西山) 해는 뚝 떨어지고 황혼이 되었는데 동령(東嶺) 구름 속에 달이 뭉게 두렷이 저기 솟아 온다]
공명(孔明)이 갈건야복(葛巾野服)으로 남병산(南屛山) 상상봉(上上峯)에 칠성단(七星壇) 뫃고 동남풍 빈 연후에 단하(壇下)로 내려가니 기다리는 장수가 자룡(子龍)이라
[자룡이 그 말 듣고 철궁(鐵弓)에 왜전(矮箭) 먹여 좌궁(左弓)으로 쏘자 하니 우궁(右弓)이 낮아지고 우궁으로 쏘자 하지 좌궁이 낮아진다 각지 손 눌러 떼니 번개같이 빠른 살이 수로(水路)로 천리 푸르르 거건너 닫더니 정봉(丁峯)의 닫는 배 백호자(白虎子) 탕 맞으니 용총마 배 닻줄이 일시에 쾅쾅 끊어지고 중동이 질끈 부러져 강상(江上)에 둥둥 떠나려 가는 걸 자룡이 집어 꽂고 와룡(臥龍)선생 모시고 선주(先主) 뵈려 하고 신야(新野)로 평안히 거기 돌아간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청안(淸安): 청주와 안성을 이름
홍문연(鴻門宴) 설연시(設宴時)에 좌객(坐客)이 누굴러냐: 홍문연 잔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누구냐. 진나라의 수도를 점령하고 한나라의 유방과 초나라의 항우의 만남을 ‘홍문연’이라 한다. 이때 항우의 참모인 범아부는 유방을 죽이려 했으나, 장량의 기지로 유방이 살아난다.
요지연(瑤池宴) 진연시(進宴時)에 누구누구 모였더냐: 요지연은 서왕모와 주나라 목왕이 만나 놀았다는 전설 속의 장소. 신선이 살았던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 여기에서 명문장가들과 미인들이 놀았다는 것. 상상 속의 이야기다.
만물초 구경하고 개잿령 올라 보니: 금강산 만물상을 구경하고 개잿령(狗嶺) 올라보니
해설
경기산타령의 네 번째 소리로 「뒷산타령」에 이러 부른다. 노랫말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 「홍문연가」, 『심청가』, 『춘향가』, 「공명가」 등 서도와 남도의 여러 노랫말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아 서울 지방의 전문 노래꾼들이 재미삼아 팔도의 소리를 압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명산, 마니산, 명승고적 구절은 중요무형문화재 경기산타령의 보유자였던 이창배의 제자 황용주가 새로 첨가한 구절이다.
놀량 계열의 노래에는 서도놀량과 경기놀량 두 종류가 있는데, 모두 ‘놀량사거리’란 말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중 서도놀량 계열의 노래는 ‘놀량사거리’란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경기놀량의 경우 산천경계를 노래한다고 해서 ‘산타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서도산타령과 경기산타령으로 부르지만 전통적인 호칭은 둘 다 ‘놀량’이다. 한동안 국악계에서는 경기산타령에서 서도산타령이 파생된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노랫말
에- 개고리타령 하여 보자
[에헤 에헤야 야하 에허야 아무리나 하여 보자]
에- 개골개골 청개고리라
[에헤 에헤야 야하 에허야 아무리나 하여 보자 성은 청가래도 뛰는 멋으로 댕긴다]
에- 개천에 빠져서 허덕지덕 한다
[에헤 에헤야 야하 에허야 아무리나 하여 보자 수렁에 빠져서 만석당혜 잃었네]
에- 개고리 집을 찾으려면 미나리 밭으로 가거라
[에헤 에헤야 야하 에허야 아무리나 하여 보자 두꺼비 집을 찾으려면 장독대로 돌아라]
에- 은장도 차려다 작두 바탕을 찼네
[에헤 에헤야 야하 에허야 아무리나 하여 보자 족두리를 쓰려다가 질요강을 썼네]
에- 서산 울대 단나무 장사
[에헤 에헤야 야하 에허야 아무리나 하여 보자 네 나무 팔아서 골동댕이나 하자]
에- 죽망장혜 단표자로
[에헤 에헤야 야하 에허야 아무리나 하여 보자 천리강산 쑥 들어간다]
[ ] 부분은 후렴
풀이
만석당혜: 비단으로 감싼 가죽신의 일종
은장도 차려다 작두 바탕을 찼네: 작두 바탕은 작두의 틀이 되는 나무. 좋은 것을 가지려다 엉뚱하게 나쁜 것을 가지게 된 것을 풍자하는 말.
족두리를 쓰려다가 질요강을 썼네: 질요강은 질그릇으로 된 요강. 마찬가지로 좋은 것을 차지하려다 바가지를 쓰게 된 경우를 말한다.
울대 단나무: ‘울대’는 울타리를 만드는 대나무, ‘단나무’는 단으로 만든 땔나무. ‘골동댕이’는 골패 노름.
해설
「개고리타령」은 경기산타령에서 관습적으로 다섯 번째로 부르는 노래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공연 시간을 고려해서 붙인 것으로 꼭 「개고리타령」을 불렀던 것은 아니다. 노랫말이나 음악적 구성으로 볼 때 앞의 경기산타령과 필연적인 관련은 없다. 노랫말 내용은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다.
o 장대장타령
노랫말
장지영(張志暎) 대장(大將)의 아버지가 어디서 사느냐 하면 저- 농(櫳) 속에서 살겠다
「응 장안(長安) 말이지?」
「그래 장안이란 말이야」
그런데 이 양반 이름은 장(張) 보령(保齡)이었다
벼슬은 육조판서(六曹判書)를 거쳐 정승 지위를 갔으나
슬하에 일점혈육이 없어 매양(每樣) 슬퍼하겠다
하루는 궁중에 입궐하여 국사(國事)를 마치고 일찌감치 귀가하여
집에 있으니 심심도 하고 그래서 부인과 같이 뒤 후원을 거닐 때였겠다
때는 마침 어느 때냐 하면 동삼(冬三) 석달을 다 지내고 춘삼월 호시절이라
먼 산에 아지랑이 끼고 두꺼비 외손자 보고 강남 갔던 제비 옛집을 찾아들고
초목군생지물(草木群生之物)이 개유이자락(皆唯而自樂)이라
「만물들이 씨가 있고 가지가 있건만 우리 두 사람은 전생에 무슨 죄로
싹이 없으니 조상을 후세에 어찌 뵙겠소」하니
부인(夫人)이 추파(秋波)를 흘리며 하는 말이
「너그러운 대감께서는 이 못난 첩만 믿지 마시고
오늘이라도 취처(娶妻)를 하시와 소생(所生)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까
대감이 부인을 위로하는 말이
「아예 그런 말을 마오 내가 무자(無子)하므로 부인까지 괴로움을 끼치어 미안하오이다」 하니
부인이 하는 말이
「대감께 청을 드릴 말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예로부터 이르기를
무자한 사람들이 명산대찰을 찾아가 발원(發願)을 하면
혹 아이를 얻을 수 있다 하니까……」
대감이 듣고 「그도 좋을 듯하다」 하고 둘이서 명산대찰을 찾아가
불공을 하되 석달 열흘을 하였겠다
그때부터 태기가 있어 부인이 아이를 낳되
열흘만에 일개 옥동자를 낳았겠다
「에이 여보 그런 말 마소 세상에 열흘만에 낳는 것이 어디 있소」
「아- 참 대감에겐 급하니까 그랬지 열흘만에 낳았단 말이야」
그런데 이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유달리 늦겠다
한두 살에는 모르지만 서너 살 먹으면서 말이 청산유수(靑山流水)였다
대감이 기특히 여겨 심심한 대로 글자를 가르치니
문일지십(聞一知十)이라 한 자를 가르치면 열 자를 통하니
남들이 말하기를 신동(神童)이라 청했겠다
대감이 생각하기를 내가 늦게서야 낳은 자식이 이리 영특하다가
잘못하면 그릇될까 염려하여 자식의 속을 틔어 줄까 하여
장안에서도 일등 가는 별감(別監)을 불러
「우리 아들을 그대에게 부탁하니 속을 틔어 주겠나」
하고 장지문(障紙門)에다 엽전을 그들먹하게 채워 주었겠다
그래서 그날부터 돈을 쓰되 어디다가 쓰느냐 하면
지금 같으면 주사청루(酒肆靑樓)가 있겠지만 그때는 삼패(三牌)나 기생집이라
장안 기생집을 빼지 않고 돌아다니며 외입(外入)을 하겠다
그때 장대장 나이 열 살 남짓했겠다
부모들이 좋은 혼처(婚處)를 구하여 성례(成禮)를 이루었나니라
세월이 이삼년 지난 후에 부친상을 당해 애통을 하다가
모친마저 별세하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때는 양반이 망하면 흔히 남산골로 살림을 옮기었겠다
장대장네 집을 짓되 밑에서 올라가자면 맨 끝집이요 위에서 내려오자면 맨 첫집이었다
그런데 이 집은 유달리 지었겠다 다른 집은 한 간에 기둥이 네 개씩인데 이 집은 여덟 개씩이겠다
「이층을 짓는 것이겠지」
「그런 게 아닐세 풍우(風雨)가 심하면 쓰러질까 염려하여 예비(豫備) 기둥이지」
그 집을 짓고 장대장은 상투를 풀어 봇장에다 매고
공자왈 맹자왈 하고 되풀이 공부를 하겠다
그런데 살림이 세궁력진(勢窮力盡)하여 먹기보다 못 먹을 때가 많겠다
수입이라는 것은 부인이 남의 집 바느질 품으로 지내는 것이었따
하루는 부인이 바느질을 하고 있으려니까 날마다 생쥐란 놈이
밥풀 토막이라도 얻어 먹을까 하여 다니다 못하여 얻었다는 것이 가래톳밖에 못 얻었겠다 할 수 없어 생쥐란 놈이 나 잡아 잡수하고 쓰러졌겠다
이것을 본 장대장 부인이 슬며시 심사(心思)가 나서 장대장을 보고 조롱(嘲弄)을 했겠다
「영감 양반이다 하고 문벌만 생각지 말고 성인(聖人)도 시속(時俗)을 따른다고 남과 같이 등짐이라도 져서 구명도생(救命塗生)이나 합시다」 하였겠다
양반으로서 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체면이 아니라 생각하고
풀었던 상투를 짷고 집을 나서
그 길로 그전 살던 다방골 어느 재상집 사랑을 찾아가
같이 놀던 친구들더러 하는 말이
「여보게들 내가 살기가 군색(窘塞)하여 의지할 길이 없네
그래서 등짐이라도 질까 하는데 내가 그렇게 되면
내 망신보다 여러분이 더 망신이오니
당신네들하고 남은 초시(初試)라도 한자리 하여 봅시다그려」
여러 선비들이 그럴 듯하여 한자리를 주는데 만포첨사(滿浦僉使)를 보내겄다
이때에 장대장이 떠날 준비를 하겠다
마부(馬夫)놈 불러서 하는 말이
「이놈 네 말 좋다 자랑 말고 바삐바삐 말 등에 부담지어
양단에 채를 놓아 등대(等待)하여라」
「네- 등대하였소」
장대장 마상(馬上)에 올라앉아 채질하여 서대문 밖 얼른 지나
무악재 슬쩍 지나 홍제원(弘濟院)을 당도하니
앞에 물동이 이고 가는 여자를 보니 갈매치마에 진분홍 저고리를 입고 가는
엉덩이가 죽산마(竹散馬) 엉덩이 같겠다
그 여자가 들어가는 집이 바로 떡집이었다
「옳다 됐다」
한 번 수작이나 하려고 말을 멈추고 마부더러 하는 말이
「내 목이 말라 물을 한 그릇 먹고 올 터이니 말을 멈추어라」
마부놈 생각하되 목이 마르면 나를 시키든지 하지 않고
여자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수상하겠다
장대장이 떡집으로 들어가서 「여보 떡 한 그릇만 주시오」 하니까
물동이를 얼른 내려놓고 떡 목판을 들고 돌아선 여자 얼굴이 어찌나 얽었던지
얽은 구멍에 물을 한 종지를 부으면 모자랄 정도였다
떡 먹을 맛이 없어 임시변통(臨時變通)을 하겠다
「여보 홍제원 인절미가 눅기가 사발로 퍼먹고 가게 눅다더니
이렇게 단단하여 못먹겠으니 내가 다녀올 때까지 푹 물렸다가 주게나」
하고 그 길로 나서 마상(馬上)에 올라 종일 가니
서산일모시(西山日暮時)라 장단일경(長端一境)을 당도하였겠다
장단(張端)은 한양(漢陽)서 하룻길 주막거리였다
그 곳에서 하룰 쉬는데 때는 가을이라 추강월색(秋江月色) 달 밝은데
벌레 소리는 자자(藉藉)한데 어디선지 풍악 소리가 들려오거늘
장대장은 곧 주인더러 물으니까 주인 대답이
「서울서는 시월 상달이라 하여 대감놀이 성주받이를 하지만
시골서는 온 일년내 『소가 애를 썼다』 하여 소굿이라 하나이다」
장대장이 생각하기를
(내가 서울서도 굿구경을 빼지 않고 하였거늘
어디 시골 무당 구경이나 하자하고 굿집을 찾아가 보니
시골 무당일망정 양화도(楊花渡) 곡식이거든 음 수수하단 말이지 그래)
「여보 만신(萬神) 노랫가락 한 마디 청합시다」 하였겠다
한참 정신없이 굿을 하다가 별안간에 노랫가락 청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생각하기를 (시골 구석에는 노랫가락을 다 모르는데 내가 서울 큰 굿에 불려 가면 서울서나 들었는데 웬일이야)
하고 마당을 바라보니 인모망건(人毛網巾) 앞이 탁 터질 듯하게 쓴 양반네가 서서 청하는 것이었다
무당이 장대장을 보더니 일만(一萬) 시름이 저절로 나 신세자탄(身勢自嘆)을 하겠다
「어떤 사람은 팔자가 좋아 저런 영감을 품에다 품고 거드럭거리고 지내는데
나도 남부럽지 않게 생긴 여자로서 시골 구석에서 무지랭이하고 한평생을 지낸단 말이냐」 하고
(이 기회를 잃지 않고 수작하여 보리라)
하고 노랫가락을 하겠다
「들으니 농부라더니 창녀(倡女)의 집이 무삼 일고
오시긴 오셨지만 주무시고는 못 가리다
아희야 신 돌려 놓아라 열사흘 내세」
장대장이 듣고 기가 막혀 짝을 하나 채워서 불렀겠다
「뉘라서 농부라더냐 만경창파(萬頃蒼波)의 사공일다
광풍(狂風)에 배를 잃고 오는 바이 네 집이라
들으매 네 배가 논다기에 네 배 타러 예 왔노라」
무당 생각하되 노랫가락으로 하다가 시간이 길 듯하여 제석(帝釋)거리 막불겹이로 하겠다
「아하 제석(帝釋) 제불제석(諸佛帝釋) 정제석이요」
무 「어디 사오?」
장 「한양 삽네」
무 「뉘 댁이시오?」
장 「장 서방일세」
무 「첩이나 있소?」
장 「홀아비일세」
무 「나고나 살까?」
장 「작히나 좋지」
무 「어디를 가오?」
장 「만포첨사」
무 「주인이 어디오?」
장 「건넛말일세」
무 「어디쯤 되오?」
장 「주막집일세」
무 「이따나 갈까?」
장 「고대나 하지」
이런 수작을 하였겠다
남들은 속을 모르고 오늘은 신나게 굿을 잘한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속담에 「염불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격으로 열 두 거리 굿을 건정건정해 버리고 주막집을 찾아가 하루 저녁을 장대장하고 보내 떨어질 수가 없어 같이 만포첨사를 쫓아가서 사는데 이 사이에 둘이 좋고 나머지가 생겼겄다
「아들인가 딸인가」
「예이 이 사람 그런 말 말게」
「이왕이면 아들을 낳지」
그런데 내직(內職) 명령이 내려 한양으로 올라오게 되었겠다
장대장이 부인 보고 신신당부를 하겠다
「만약에 한양 가서 무당의 행색이 나타나면
우리 가문의 망신이니 그리 알고
만약에 행색이 들어나면 너하고는 초록(草綠)이 되느니라」
「초록이라니?」
「남(藍)이 된단 말이다」라 하고 한양에 올라와서 살림을 하되
어디냐 하면 다방골에다가 차리겠다
그런데 한참 재미있게 지내는데 좋고 나머지가 앓기 시작을 하는데
이 병은 모두 질병이겠다 임질 치질 안질 학질 이런 병이겠다
병원 약국으로 돌아다녀도 약효가 없겠다
할 수 없이 뒷골 사는 허봉사 집에 가서 문복(問卜)을 하겠다
장님 허 봉사가 문복하는 척하고 허튼 수작을 하겠다
그리하여 툭 쏘아붙이고 나와서 아랫골 사는 곱단이라는 무당을 찾아가 물어 보니까
「이 아희는 신의 몸에서 난 아희가 돼서 저 할미당에 가 큰 굿을 하지 않으면 누르 황(黃) 샘 천(泉) 돌아갈 귀(歸) 하겠소」
「그게 무슨 말이오?」
「그게 꼭 죽는단 말이오」
그래서 굿을 차리되 할미당에다 차리겠다
그런데 그때 윗당에선 장님들이 안택경(安宅經)을 읽는 경판(經板)이 벌어졌고
아랫당에는 장대장네 굿이 들었겠다
굿을 한참 하는 판인데 그때만 하여도 굿 구경이라면
좋아하는 판이라 우발량 죄발량 모여들어서 구경을 하는데 한 사람이 나서서
「여보 만신 노랫가락 한 마디 합시다」 하면서 조롱을 하겠다
무당이 참다 못하여 말막음으로 늙은 무당이 나아가 한 마디 하겠다
(늙은 무당의 노랫가락)
이왕이면 젊은 만신이 나와 한 마디 하라고 졸라대니까
노들 사는 꾀새라는 만신이 나와 임시 수단을 쓰겠다
「여러분께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 굿은 좋은 굿이 아니고
못된 전염병 퇴(退)해 가라는 것이니까
여러분 중에 재수가 없으면 옮아 갈까 염려올시다」
하니까 슬금슬금 다들 가 버리고 굿을 오붓하게 할 판이었다
이때에 장대장 부인이 한쪽 구석에 앉았다가 별안간 신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면서 춤을 추다가 푸념을 하면서 나서겠다
푸념을 하되 이러하겠다
「어허쿠사 장씨의 대주야 너의 불이 어떠하신 불이시리
대추나무 옹두라지 같고 엄나무 곁가지 같은 불이 아니시리
마누라 수이에서 요것만 도와 주고 요것만 섬겨 주었느냐
괘씸하구나 엎어 놓고 목을 베고 제쳐 놓고 배를 가르랴
아하도 제길할 것 괘씸하구나 장씨의 대주야 어찌 하리
정월에는 정을 앓아 은뽕을 박아 줄 것을 십분 용서하여
땅 속에서 다 걷게 하여 주마」
「터줏대감님 미련한 백성이 무엇을 압니까 잘못을 물리치시고 다 거두어 주시오」
「아하도 제길할 것 그래도 마누라 수이에서 다 거두어 주마 그래서야 쓰겠느냐
정월에는 정든 임 만나 보고 이월에는 이(利)한 일 보게 하고
삼월에는 삼(蔘)바리 많이 들어오게 해 주고
사월에는 참외덩쿨 오이덩쿨 가지가지 번성하고
눈눈이 꽃피고 열매 많이 열게 하여 주거든
이 마누라 수이에서 한 줄 알아라 어허쿠사 쳐라」
이리 한참 뛰고 놀 적에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아마 무당인가 보다 춤도 잘 추고 푸념도 잘 한다」
하고 쑤군거리겠다
「옳다 이년이 지난번에 제가 나를 망신 주고 간 년이로구나」
하고 무턱대고 일어나서 그 소리를 본뜨겠다 그래서 허 봉사가 경(經)은 집어치우고 이른다고 어르겠다
「이를 테야 이를 테야 장대장 보거든 이르겠다」
장대장 부인이 이 소리를 듣고 가슴이 덜컥 떨어져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저 장님을 만났구나) 하고 달래 보자 하고 달래겠다
「이르지 마오 이르지 마오 이 굿이라고 하고 남은 것은 다 드릴게 이르지 마오」 했겠다
장님이 듣고
「허- 이년이 나를 재 묻은 떡에 미친 줄 아느냐」
하고 한 번 더 하겠다
「나는 일러 나는 일러 장대장 보거든 이르겠다」
이것이 적어서 그러는구나 하고 조금 두둑하게 주겠다
「이르지 마오 이르지 마오 이 굿이라고 다하고 남은 것과
은자보물(銀子寶物) 금자보물(金子寶物)에 개똥밭 사흘갈이에다
돈 천 냥을 더 얹어 줄게 장대장 보거든 이르지 마오」
「이년이 나를 불한당으로 아나」 하고 더 한번 뛰겠다
「나는 싫어 나는 싫어 아무것도 나는 싫어
어느 제미 붙고 발개갈 놈이 재물에 탐을 내면
동설령 고개나 부어터 고개에 서서 식칼 자루를 거꾸로 잡고
오고가는 행인의 보따리를 털고 돈을 빼앗지 장대장 보거든 이르겠다」
이 소리를 듣고 할 수 없다 하고 달래 보겠다
「사장네 아주머니 사장네 아저씨 이르지 마오 이르지 마오
이때는 어느 때오 구시월 단풍에 울밑에 국화 피고
방방곡곡에 단풍들면 우리 댁 주리때 외방(外方) 가면 우리 집이 비었으니
족자 병풍 둘러치고 원앙금침 둘이서 베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
새끼 장님을 낳더라도 원대로 해 줄게 장대장 보거든 이르지 마오」
장님놈 이말 듣고 어찌도 좋은지 흥타령이 절로 나겠다
「옳다 옳다 장구만 잘 쳐라 하구역 저문 날에 화수재로 울고 가던 송 낭자를 얻은 듯
당명황의 양귀비며 여포의 초선이는 이에서 더할소냐
장구만도 잘 쳐라 지화자자 좋을씨고 장대장 보거든 시치미 뗌세 지화자자 좋을씨고
진작이나 그러할 일이지 얼씨구나 지화자 좋다 지화자 지화자 좋을씨고」
「 」 부분은 대사
풀이
초목군생지물(草木群生之物)이 개유이자락(皆唯而自樂)이라: 초목과 같이 여러 생물들이 모도다 스스로 즐겁구나. 봄이 왔음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유식한 척 하기 위해 삽입된 말.
오늘이라도 취처(娶妻)를 하시와 소생(所生)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첩이라도 얻어 아들을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뜻
살림이 세궁력진(勢窮力盡)하여: 살림살이가 날로 가난해져서
서산일모시(西山日暮時)라 장단일경(長端一境)을 당도하였겠다: 해가 질 때 장단에 도착하였다
시골 무당일망정 양화도(楊花渡) 곡식이거든 음 수수하단 말이지 그래: 시골 무당이라도 앵화도 곡식이 맛이 있는 것처럼, 수수하게 미인이다
제석(帝釋)거리 막불겹이로 하겠다: 굿의 절차 중 제석풀이에서 주고받는 일문일식의 막불겹이로 하겠다는 말
문복(問卜)을 하겠다: 복을 비는 경을 읽는 것
장님 허 봉사가 문복하는 척하고 허튼 수작을 하겠다: 문목을 하는 척 하며 성적인 희롱을 한다는 말
해설
「장대장타령」은 경기 재담소리이다. 「장대장타령」의 내용은 장보령의 아들 장지영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만포첨사에 임명되어 서울을 떠나 부임지로 가면서 굿을 하는 여인(무녀)과 바람이 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장지영은 무녀와 살림을 차리고 그 둘 사이에는 아들이 태어난다. 후에 장지영이 서울로 발령이 나자 무녀와 함께 서울로 돌아오는데 마침 아들이 병이 들어 굿을 하게 되며, 굿판에서 그녀의 본색을 알아차린 허봉사가 그녀를 협박하며 동참을 요구한다는 스토리다.
이러한 내용은 상당히 비도덕적이지만, 재담소리 자체가 공연에서 재미를 위한 코미디 양식이었기에 도덕성을 따질 수는 없다. 또한 「장대장타령」은 구한말 굿의 구성요소나 절차가 노랫말에 일부 드러나 있고, 「노랫가락」과 같은 경기 민요의 지역적 분포를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연구 가치가 있다.
「장대장타령」의 연행방식이나 노랫말의 내용은 서도의 「배뱅이굿」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장대장타령」은 구한말 박춘재에 의해 그 구성이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박춘재(1881~1948)는 경기 · 서도 소리의 명창이다. 어려서 한문을 배웠으나 자라면서 소리를 좋아하여 처음 홍필원(洪弼元) · 홍필광(洪弼光) 형제를 사사(師事)하여 잡가와 선소리를 배웠고, 뒤에 박춘경(朴春景)으로부터 시조와 잡가를, 조기준(曺基俊)으로부터 가사(歌詞) 등을 배워 시조와 잡가 및 선소리로 대성하였다. 재담의 제1인자였다고 한다.
1900년 궁내부가무별감에 임명되어 어전연주의 특전을 얻었다. 원각사 · 광무대 시절에는 문영수(文泳洙)와 더불어 재담으로 이름을 떨쳤다. 또한 맹인재담 · 장대장타령 · 개넋두리 등 재담으로도 이름이 높았지만 가사 · 시조 · 잡가 · 선소리에 두루 능하였고 발탈로도 이름이 높았다. 박춘재는 최경식 · 김홍패(金紅濬, 1877~1950) · 보패(寶貝, 1860~1945)와 함께 잡가 민요를 많이 공연하였다고 한다.
「장대장타령」은 2008년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극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어 앞으로도 변신 가능성이 많은 소리라 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대장타령 (창악집성, 2011. 07. 04.,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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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경기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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