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ii. 가사
[ 歌詞 ]
요약
가사체의 긴 사설을 일정한 틀에 담은 우리나라의 전통 성악곡이다.
o 상사별곡
[ 相思別曲 ]
요약
「상사별곡」은 12가사의 하나이다. 생이별한 남녀 간의 사랑의 정을 노래한다.
노랫말
인간이별(人間離別) 만사(萬事) 중에 독숙공방(獨宿空房)이 더욱 설다
상사불견(相思不見) 이내 진정을 제 뉘라서 알 리 맺힌 시름
이렁저렁이라 흐트러진 근심 다 후루쳐 던져 두고
자나깨나 깨나자나 임을 못 보니 가삼이 답답
어린 양자(樣姿) 고운 소래 눈에 암암(暗暗)하고 귀에 쟁쟁(錚錚)
보고지고 임의 얼굴 듣고지고 임의 소래
비나이다 하느님께 임 생기라고 비나이다
전생차생(前生此生)이라 무슨 죄로 우리 둘이 삼겨나서 잊지 마자 하고 백년기약(百年期約)
만첩청산(萬疊靑山)을 들어간들 어느 우리 낭군이 날 찾으리
산은 첩첩(疊疊)하여 고개 되고 물은 충충 흘러 소(沼)이로다
오동추야(梧桐秋夜) 밝은 달에 임 생각이 새로워라
한번 이별하고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풀이
인간이별(人間離別) 만사(萬事) 중에 독숙공방(獨宿空房)이 더욱 설다: 사람의 이별 모든 것 중에 혼자서 자는 것이 가장 슬프다
상사불견(相思不見): 그리워하면서 못 보는 것
어린 양자(樣姿) 고운 소래 눈에 암암(暗暗)하고 귀에 쟁쟁(錚錚): 님의 모습과 고운 목소리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듯한데. ‘어린 양자’는 눈에 어리는 님의 모습. ‘양자’는 겉으로 나타난 모양이나 모습을 말한다.
전생차생(前生此生)이라 무슨 죄로 우리 둘이 삼겨나서 잊지 마자 하고 백년기약(百年期約): 전생과 지금의 생에 무슨 죄로 우리 둘이 생겨서 서로 잊지 말자하고 백년기약을 맺었던고. ‘백년기약’은 부부가 되기로 한 약속.
만첩청산(萬疊靑山)을 들어간들 어느 우리 낭군이 날 찾으리: 깊은 산속을 들어간들 우리 낭군이 날 찾을 리 없다
산은 첩첩(疊疊)하여: 산은 쌓이고 쌓여 깊고
오동추야(梧桐秋夜): 오동잎이 하나둘 떨어지는 가을 밤
해설
「상사별곡」은 12가사의 하나이다. 생이별한 남녀 간의 상사(사랑)의 정을 노래한 내용으로, 노랫말은 출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원래 이보다 훨씬 노랫말이 긴 「상사별곡」이 있었고, 이것을 축약한 것이 현재의 「상사별곡」이다. 구분하기 위해서 원래의 「상사별곡」을 「고상사별곡」(古相思別曲)이라 한다. 이창배의 『가창대계』에 의하면 기생이 기생 노릇을 그만두고 살림살이하러 들어가게 되면 으레 스승과 친구들을 초대해 이별의 노래로 이 노래를 불렀는데, 여러 가지 감회로 몇 차례나 끊겼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이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o 춘면곡
[ 春眠曲 ]
요약 「
춘면곡」은 12가사의 하나이다. 노랫말은 봄의 흥취에 끌려 술을 몇 잔 하고 기루에 찾아갔다가 기녀와 하룻밤 인연을 맺는다는 내용이다.
노랫말
춘면(春眠)을 느짓 깨어 죽창(竹窓)을 반개(半開)하니
정화(庭花)는 작작(灼灼)한데 가는 나비를 머무는 듯
안류(岸柳)는 의의(依依)하여 성긴 내를 띄웠세라
창전(窓前)에 덜 괸 술을 이삼배(二三盃) 먹은 후에 호탕(豪蕩)하여 미친 흥을
부질없이 자아내어 백마금편(白馬金鞭)으로 야류원(冶遊園)을 찾아가니 화향(花香)은 습의(襲衣)하고
월색(月色)은 만정(滿庭)한데 광객(狂客)인듯 취객(醉客)인 듯
흥을 겨워 머무는 듯 배회고면(徘徊顧眄)하여 유정(有情)히 섰노라니 취와주란(翠瓦朱欄) 높은 집에 녹의홍상일미인(綠衣紅裳一美人)이
사창(紗窓)을 반개하고 옥안(玉顔)을 잠깐 들어 웃는 듯 반기는 듯
풀이
춘면(春眠)을 느짓 깨어 죽창(竹窓)을 반개(半開)하니: 봄날 낮잠에서 느지막이 깨어 대나무 창을 반쯤 여니
정화(庭花)난 작작(灼灼)한데 가는 나비를 머무는 듯: 꽃밭의 꽃들은 반짝거리면서 날아가는 나비를 붙잡으려는 듯하고
안류(岸柳)는 의의(依依)하여 성긴 내를 띄웠세라: 강 언덕의 버드나무는 부드럽게 흔들리며 풋풋한 잎 내음을 띄우는구나
창전(窓前)에 덜 괸 술을 이삼배(二三盃) 먹은 후에 호탕(豪蕩)하여 미친 흥을: 창 앞에 둔 술잔에 반쯤 채워진 술을 두세 잔 먹은 후 호탕한 흥을
부질없이 자아내어 백마금편(白馬金鞭)으로 야류원(冶遊園)을 찾어가니 화향(花香)은 습의(濕衣)하고: 부질없이 자아내어 백마를 타고 금 채찍을 휘둘러 술 마시고 진탕 노는 정원에 찾아가니 꽃향기는 옷에 배고. ‘백마금편’은 호화로운 차림을 뜻함.
월색(月色)은 만정(萬庭)헌데 광객(狂客)인 듯 취객(醉客)인 듯: 달빛은 정원에 가득한데 나는 미친 사람인 듯 취한 사람인 듯
흥을 겨워 머무는 듯 배회고면(徘徊顧眄)하야 유정(有情)이 섰노라니 취와주란(翠瓦朱欄) 높은 집에 녹의홍상(綠衣紅裳) 일미인(一美人)이: 흥에 겨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문득 연모의 정이 생겼으니 푸른 기와에 붉은 난간 높은 집에 초록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은 한 미인이
사창(紗窓)을 반개(半開)하고 옥안(玉顔)을 잠간 들어 웃는 듯 반기는 듯: 얇은 창을 반만 열고 옥처럼 고운 얼굴을 잠깐 들어 웃는 듯 반기는 듯 하더라. ‘사창’은 깁(고운 견직물)으로 바른 창.
해설
「춘면곡」의 노랫말은 『고금가곡(古今歌曲)』, 『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 『청구영언(靑丘永言)』 등에 전하는데 원래의 노랫말은 훨씬 길어 전체 64구이다.
o 백구사
[ 白鷗詞 ]
요약
「백구사」는 12가사의 하나이다.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백구가 날아다니는 곳에서 자연의 봄 경치를 즐기는 내용이다.
노랫말
(백구야 펄펄) 나지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 성상(聖上)이 버리시니 너를 좆아 예 왔노라
오류춘광(五柳春光) 경(景) 좋은데 백마금편화류(白馬金鞭花遊) 가자
운침벽계화홍유록(雲枕碧溪花紅柳綠)한데 만학천봉비천사(萬壑千峯飛泉瀉)라
호중천지별건곤(壺中天地別乾坤)이 여기로다
고봉만장청기울(高峯萬丈淸氣鬱)한데 녹죽창송(綠竹蒼松)은 높이를 다퉈
명사십리(明沙十里)에 해당화만 다 피어서
모진 광풍을 견디지 못하여 뚝뚝 떨어져서 아주 펄펄 날아나니
긘들 아니 경일러냐
바위 암상(岩上)에 다람이 기고 시내 계변(溪邊)에 금자라 긴다
조팝 남게 피죽새 소리며 함박꽃에 벌이 나서
몸은 둥굴고 발은 작으니 제 몸을 못 이겨 동풍 건듯 불 제마다
이리로 접두적 저리로 접두적 너훌너훌 춤을 추니 긘들 아니 경일러냐
황금 같은 꾀꼬리는 버들 사이로 왕래를 하고
백설 같은 흰 나비는 꽃을 보고 반기어서
날아든다 두 나래 펼치고 날아든다 떠든다
까맣게 별같이 높다랗게 달같이 아주 펄펄 날아드니 긘들 아니 경일러냐
풀이
오류춘광(五柳春光) 경(景) 좋은데 백마금편화류(白馬金鞭花遊) 가자: 버드나무 봄빛이 좋으니 잘 차려입고 꽃놀이 가자. ‘백마금편’은 흰색 말과 금으로 만든 채찍.
운침벽계화홍유록(雲枕碧溪花紅柳綠)한데 만학천봉비천사(萬壑千峯飛泉瀉)라 호중천지별건곤(壺中天地別乾坤)이 여기로다: 구름은 푸른 시내를 베개로 삼고 꽃 붉고 버들 푸른데, 온갖 골짜기와 봉오리 폭포 흘러 이 속에 세상 경치 다 있으니 여기가 바로 속세와는 다른 별천지네
고봉만장청기울(高峯萬丈淸氣鬱)한데 녹죽창송(綠竹蒼松)은 높이를 다퉈: 봉우리는 높고 나무는 청청한 기운으로 울창한데 푸른 대나무와 푸른 소나무는 높기를 타투고
바위 암상(岩上)에 다람이 기고 시내 계변(溪邊)에 금자라 긴다: 바위 위에는 다람쥐가 기고 시냇가에는 금자라가 긴다
조팝 남게 피죽새 소리며: 조팝 나무에 피죽새 소리며. 피죽새는 직박구리의 옛 이름.
몸은 둥굴고 발은 작으니 제 몸을 못 이겨 동풍(東風) 건듯 불 제마다 이리로 접두적 저리로 접두적 너훌너훌 춤을 추니: 벌이 몸은 둥굴고 다리가 짧아 동풍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너훌거리니. 벌의 몸을 형상화하고 있는 노랫말.
해설
「백구사」는 작가 연대 미상의 12가사의 하나이다.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백구가 날아다니는 곳에서 자연의 봄 경치를 즐기는 내용으로 『청구영언』과 『남훈태평가』에 실려 전한다. 노랫말에서는 ‘백구야 펄펄’이라는 첫 구를 생략하고 부른다. 단가로 부르는 같은 이름의 「백구가」 는 도입부의 첫 두 문장만 유사한 내용이고, 나머지 노랫말과 선율은 전혀 다른 노래다.
o 황계사
[ 黃鷄詞 ]
요약
「황계사」는 12가사의 하나이다. 임을 간절히 기다리는 내용의 노랫말이다.
노랫말
일조낭군(一朝郎君) 이별 후에 소식조차 돈절(頓絶)하다 지화자 좋을시고
좋을 좋을 좋은 경(景)에 얼씨고 좋다 경이로다 지화자 좋을시고
한 곳을 들어가니 육관대사(六觀大師) 성진(性眞)이는 팔선녀(八仙女) 데리고 희롱한다 얼시고 좋다 경(景)이로다 지화자 좋을시고
황혼 저문 날 기약(期約) 두고 어디를 가고서 날 아니 찾나 지화자 좋을시고
병풍에 그린 황계(黃鷄) 두 나래를 둥덩 치며 사오경 일점(一點)에 날새이라고 고기요 울거든 오랴시나 지화자 좋을시고
달은 밝고 조요(照耀)한데 임 생각이 새로워라 지화자 좋을시고
너는 죽어 황하수(黃河水) 되고 나는 죽어 돛대 선(船) 되여 광풍이 건듯 불 제마다 어화나 둥덩실 떠놀아 보자 지화자 좋을시고
저 달아 보느냐 임 계신데 명기(明氣)를 빌리렴 나도 보자 지화자 좋을시고
풀이
일조낭군(一朝郎君) 이별 후에 소식조차 돈절(頓絶)하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낭군과 이별한 후에 소식이 끊겼다
육관대사(六觀大師) 성진(性眞)이는 팔선녀(八仙女) 다리고 희롱(戱弄)한다: ‘성진’은 김만중의 『구운몽』의 주인공. 소설 속에서 주인공 성진은 팔선녀와 함께 살게 된다.
병풍(屛風)에 그린 황계(黃鷄) 두 나래를 둥덩 치며 사오경(四五更) 일점(一點)에 날새이라고 고기요 울거든 오랴시나: 병풍에 그린 누런 닭이 두 날개를 치며 새벽에 날이 새라고 “꼬끼오”하고 울거든 그 때 임이 오시려나. 임이 오지 않는 것의 역설적인 표현.
조요(照耀)한데: 밝게 비치어 빛나는데
너는 죽어 황하수(黃河水) 되고 나는 죽어 돛대 선(船) 되여 광풍(狂風)이 건듯 불 제마다 어화나 둥덩실 떠놀아 보자: 임은 죽어서 황하의 물이 되고 나는 죽어서 돛단배가 되어 바람이 거세게 불 때마다 흔들거리며 떠서 놀아 보자. 죽어서라도 이별 없이 살고 싶다는 말.
저 달아 보느냐 임 계신데 명기(明氣)를 빌리렴 나도 보자: 저 달아, 임 계신 데 달빛을 비추어라, 나도 볼 수 있게. 임을 보고 싶다는 말. ‘명기’는 밝은 기운. ‘빌리렴’의 원래 노랫말은 ‘비치렴’이다.
해설
「황계사」의 제목은 병풍 속의 누런 닭을 노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노랫말은 일관성이 있다. 이별한 낭군과 만나자고 약조를 했건만 님은 오지 않는다. 상상을 해 보니 소설 『구운몽』의 주인공 성진이처럼 여러 여자와 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병풍 속의 닭이 새벽이 되어 울 때면 오느냐고 되묻는다. 병풍 속의 닭이 울 까닭이 없으니 임도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때문에 죽어서라도 한 몸이 되어 같이 놀기를 염원한다. 마지막으로 달에게 기원한다. 임이 계신 곳을 비추라고. 임을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매우 슬픈 노랫말인데도 불구하고 ‘지화자 좋을시고’라는 신명나는 후렴구를 달아서 오히려 더욱 슬픈 비장미를 드러내는 노랫말이다.
o 길군악
요약
「길군악」은 12가사의 하나이다. 길에서 부르는 행군곡이라는 뜻이다. 행군악(行軍樂) · 노요곡(路謠曲)이라고도 한다. 노랫말의 내용은 남녀 간의 애정 다툼이 주를 이룬다.
노랫말
오늘도 하 심심하니 길군악이나 하여 보자
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노나느니 나루 노나니루 느니 로느닌니루나니 나를니루 히히
나니나루 노나니나니나루 노오오 나니나루 우우노나
가소가소 자네 가소 자네 가다서 내 못 살랴
정방산성(正方山城) 북문 밖에 해 떨어지고 저 달이 돋아온다
눈비 찬비 찬이슬 맞고 홀로 섯는 노송 남기 짝을 잃고서 홀로 섰냐
내 각씨는 이리로 허다서 내 못 살랴
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조고마한 상좌 중이 부도(斧刀)채를 두루쳐 메고
만첩청산(萬疊靑山) 들어를 가서 크다라헌 고양남글 이리로 찍고 저리로 찍어서
제 홀로 찍어 내랴
내 각씨는 이리로 허다서 내 못 살랴
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어이없다 이년아 말 듣거라
네라 한들 한궁녀(漢宮女)며 내라 한들 비군자(非君子)랴
남의 딸이 너뿐이며 남의 아들이 나뿐이랴
죽기 살기는 오늘날로만 결단을 하자
(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풀이
자네 가다서 내 못 살랴: 자네가 간다고 해서 내가 못 살 리 없다
정방산성: 조선시대에 축조된 석축 산성으로, 북한 황해도 봉산군 정방리 정방산에 있다
노송(老松) 남기: 늙은 소나무
내 각씨는 이리로 허다서 내 못 살랴: 내 각시가 이리 한다 해서 내가 못 살 리 없다
부도(斧刀)채: 도끼 자루
고양남글: 고양나무를. 고양나무는 회양목.
네라 한들 한궁녀(漢宮女)며 내라 한들 비군자(非君子)랴: 네가 한궁녀, 즉 왕소군(王昭君)과 같은 미인일 것이며, 내가 어찌 군자가 아니겠는가. 왕소군은 한나라 원제(元帝) 때의 궁녀였다. 당시는 화공(畵工)이 궁녀의 그림을 그리고 이를 보고 황제가 후궁을 간택하였으니, 궁녀들이 예쁘게 그려달라고 화공에게 뇌물을 주곤 했다. 왕소군은 뇌물을 쓰지 않아 추하게 그려졌고, 황제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궁녀 중에서 왕소군이 뽑혀 흉노족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이때 왕소군을 발견한 황제는 그녀의 미모를 보고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남의 딸이 너뿐이며 남의 아들이 나뿐이랴: 세상에 여자가 너뿐이며 남자가 나뿐이겠느냐. 즉 여자도 많고 남자도 많으니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
해설
「길군악」의 노랫말은 일관성이 없고 여러 민요 등에서 차용한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형식의 노랫말은 서도 입창 「놀량사거리」와 흡사한데, 남녀 간의 애정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노랫말은 『청구영언』, 『해동가요』에 전한다.
o 어부사(가사)
[ 漁父詞 ]
요약
「어부사」는 12가사의 하나이다. 전체 8장으로 농암 이현보가 지은 「어부사」를 바탕으로 한다. 노랫말은 물가에 살며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이의 하루를 담고 있다. 홀수 절, 짝수 절이 각각 동일한 가락으로 부른다.
노랫말
설빈어옹(雪鬢漁翁)이 주포간(住浦間)하여 자언거수승거산(自言居水勝居山)을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조조재락만조래(早潮纔落晩潮來)라
지국총지국총어사와(至菊叢至菊叢於斯臥)허니 의선어부일견고(依船漁父一肩高)라
청고엽상량풍기(靑菰葉上凉風起)하고 홍요화변백로한(紅蓼花邊白鷺閑)을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동정호리가귀풍(洞庭湖裏駕歸風)을
지국총지국총어사와허니 범급전산홀후산(帆急前山忽後山)을
진일범주연리거(盡日泛舟烟裏去)하여 유시요도월중환(有時搖棹月中還)을
어워라 어워라허니 아심수처자망기(我心隨處自忘機)라
지국총지국총어사와허니 고예승류무정거(叩枻乘流無定去)를
만사무심일간죽(萬事無心一竿竹)이요 삼공불환차강산(三公不換此江山)을
돛 지여라 돛 지여라 산우계풍(山雨溪風) 권조사(捲釣絲)를
지국총지국총어사와허니 일생종적재창랑(一生蹤跡在滄浪)을
동풍서일초강심(東風西日楚江深)하니 격안어촌양삼가(隔岸漁村兩三家)를
배 저어라 배 저러라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를
지국총지국총어사와허니 와구봉저독짐시(瓦甌蓬底獨斟時)를
취래수착무인환(醉來睡着無人喚)허니 유하전탄야부지(流下前灘也不知)를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도화유수궐어비(桃花流水鱖魚肥)를
지국총지국총어사와허니 만강풍월속어선(滿江風月屬漁船)을
야정수한어불식(夜靜水寒魚不食)하니 만선공재월명귀(滿船空載月明歸)를
닻 지여라 닻 지여라 파조귀래계단봉(罷釣歸來繫短蓬)을
지국총지국총어사와허니 풍류미필재서시(風流未必載西施)를
일자지간상조주(一自指竿上釣舟)로 세간명리진유유(世間名利盡悠悠)를
배 부처라 배 부처라 계주유유거년흔(繫舟猶有去年痕)을
지국총지국총어사와허니 애내일성산수록(欸乃一聲山水綠)을
풀이
설빈어옹(雪鬢漁翁)이 주포간(住浦間)하여 자언거수승거산(自言居水勝居山)을: 흰머리 늙은 어부가 갯가에 살며 말하기를 “물에 사는 것이 산에 사는 것보다 낫다네”
조조재락만조래(早潮纔落晩潮來)라: 아침에 바닷물이 나가고 저녁에 바닷물이 들어오네
지국총지국총어사와(至菊叢至菊叢於斯臥)하니: 찌거덕 찌거덕 어사와. ‘지국총지국총’은 배젓은 소리를 한자(漢字)로 표현한 것이다. 의성어에 해당한다.
의선어부일견고(依船漁父一肩高)라: 뱃전에 기댄 어부는 한쪽 어깨가 높아지네
청고엽상량풍기(靑菰葉上凉風起)하고 홍요화변백로한(紅蓼花邊白鷺閑)을: 푸른 수초 잎 위에는 서늘한 바람 불고 붉은 여뀌꽃 가에는 해오라기 한가롭네. ‘여뀌’는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잎과 줄기는 짓이겨 물에 풀어서 고기를 잡는 데 쓴다.
동정호리가귀풍(洞庭湖裏駕歸風)을: 동정호에는 배가 바람타고 돌아가네
범급전산홀후산(帆急前山忽後山)을: 돛이 앞산을 급히 지나니 벌써 뒷산이로구나
진일범주연리거(盡日泛舟烟裏去)하여 유시요도월중환(有時搖棹月中還)을: 종일 배 띄워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가 저물면 노 저어 달빛 아래 돌아오네
아심수처자망기(我心隨處自忘機)라: 내 맘 가는 곳 따라 스스로 모든 일을 잊었노라
고예승류무정거(叩枻乘流無定去): 돛대를 두드리며 물결 타고 정처 없이 가는구나
만사무심일간죽(萬事無心一竿竹)이요 삼공불환차강산(三公不換此江山)을: 만사에 마음을 담지 않고 오직 낚시를 드리우니 삼공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가 없구나
산우계풍(山雨溪風) 권조사(捲釣絲)를: 산의 비와 계곡의 바람이 낚시줄을 거두네
일생종적재창랑(一生蹤跡在滄浪)을: 일생의 자취가 푸른 파도에 있구나
동풍서일초강심(東風西日楚江深)하니 격안어촌양삼가(隔岸漁村兩三家)를: 봄바람 석양에 초강(楚江)이 깊고 언덕 너머 어촌에는 두 세집이 보이네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를: 밤 되어 포구에 정박하니 술집이 가깝구나
와구봉저독짐시(瓦甌蓬箸獨斟時)를: 사발과 쑥대젓가락으로 홀로 술잔 기울일 제
취래수착무인환(醉來睡着無人喚)하니 유하전탄야부지(流下前灘也不知)를: 취해서 잠들어 부르는 이 없으면 앞 여울로 흘러내려가도 알지 못하리
도화유수궐어비(桃花流水鱖魚肥)를: 복사꽃 떠서 흐르는 물에 쏘가리 살찌고
만강풍월속어선(滿江風月屬漁船)을: 강 가득한 달과 바람이 고깃배에 들어오고
야정수한어불식(夜靜水寒魚不食)허니 만선공재월명귀(滿船空載月明歸)를: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찬데 고기 물지 아니하니 배에는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누나
파조귀래계단봉(罷釣歸來繫短蓬)을: 낚시 마치고 돌아와 배를 묶으니
풍류미필재서시(風流未必載西施)를: 풍류에는 꼭 서시와 같은 미인을 태우지 않아도 좋으니
일자지간상조주(一自指竿上釣舟)로 세간명리진유유(世間名利盡悠悠)를: 낚싯대 하나 들고 낚싯배에 오르면 세간의 명리는 신경 쓸 것 없이 유유하네
계주유유거년흔(繫舟猶有去年痕)을: 배를 매고 보니 지난해의 흔적이 남아 있구나
애내일성산수록(欸乃一聲山水綠)을: 어부들의 노랫소리에 산수가 푸르구나
해설
「어부사」는 유일하게 작자가 알려진 가사로, 조선 중종 때의 문신 농암 이현보(李賢輔, 1467~1555)가 지었다고 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어부(漁夫)」라는 시를 바탕으로 고려 시대에 12장의 「어부사」가 지어졌고, 농암 이현보가 이를 9장으로 축약, 개작하였고, 이를 다시 8장으로 축약한 것이 오늘날의 12가사 「어부사」다. 「어부사」는 물가에 살며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이의 하루를 담고 있다.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는 이현보의 「어부사」에서 힌트를 얻어 한글 노랫말로 새롭게 창작한 것이어서, 이현보의 「어부사」와는 전혀 다르다. 백거이의 「어부(漁夫)」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설빈어옹주포간 雪鬢漁翁住浦間 흰머리 늙은 어부가 갯가에 살며 말하기를
자언거수승거산 自言居水勝居山 물에 사는 것이 산에 사는 것보다 낫다네
청고엽상량풍기 靑菰葉上涼風起 푸른 수초 잎 위에는 서늘한 바람 불고
홍요화변백로한 紅蓼花邊白鷺閒 붉은 여뀌꽃 가에는 해오라기 한가롭네
진일범주연리거 盡日泛舟煙裏去 종일 배 띄워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가
유시요도월중환 有時搖棹月中還 저물면 노 저어 달빛 아래 돌아오네
탁영가파정주정 濯纓歌罷汀洲靜 탁영가는 그치고 물가는 고요한데
죽경시문유미관 竹逕柴門猶未關 대숲 길에 사립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네
o 죽지사
[ 竹枝詞 ]
요약
「죽지사」는 12가사의 하나로, 건곤가(乾坤歌)라고도 한다. 도암 이재의 「대이태백혼송전죽지사(代李太白魂誦傳竹枝詞)」에서 일부분을 따 가사 형태로 만든 노래이다.
노랫말
건곤(乾坤)에 불로월장재(不老月長在)허니 적막강산(寂寞江山)이 금백년(今百年)이로구나
책 보다가 창 퉁탕 열치니 강호 둥덩실 백구 둥 떴다
하날이 높아 구진 비 오니 산과 물과는 만계(萬溪)로 돈다
낙동강상(洛東江上) 선주범(仙舟泛)하니 취적가성(吹笛歌聲)이 낙원풍(落遠風)이로구나
[어히요 이히요 이히야 어- 일심정념(一心精念)은 극락나무아미상(極樂南無阿彌像)이로구나 야루나]
[ ] 부분은 후렴
풀이
건곤(乾坤)에 불로월장재(不老月長在)하니 적막강산(寂寞江山)이 금백년(今百年)이로구나: 하늘과 땅은 늙지 않고 달은 늘 떠오르니 쓸쓸한 강산 이제 백 년이 되었네
하날이 높아 구진 비 오니 산과 물과는 만계(萬溪)로 돈다: 하늘이 높아 궂은 비가 오니 산과 물이 모두 시냇물이 된 듯하다
낙동강상(洛東江上) 선주범(仙舟泛)하니 취적가성(吹笛歌聲)이 낙원풍(落遠風)이로구나: 낙동강에 놀이배가 떠서 피리와 노래 소리가 바람에 실려 멀리까지 퍼져가네. 이 구절은 도암의 「죽지사」와는 관계없고 선조 때의 선비 노인(魯認)의 『금계일기』에 있는 구절이다. 하지만 이 구절이 노인의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과거 선비들이 시로 화답할 때 과거의 다양한 시에서 차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마도 이 구절은 더 오래된 누군가의 시에서 차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심정념(一心精念)은 극락나무아미상(極樂南無阿彌像)이로구나: 마음의 지극한 정성으로 극락세계의 아미타불에 귀의하는 도다. 불교적인 후렴구로 도암의 「죽지사」와는 상관이 없다.
해설
중국의 악부(樂府)에 「죽지사」가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를 본떠 향토의 경치와 인정과 풍속 등을 노래하여 「죽지사」라 하였다. 현재 가사의 노랫말로 불리는 「죽지사」는 조선 숙종, 영조 때의 문신인 도암(陶菴) 이재(李縡, 1680~1746)의 「대이태백혼송전죽지사(代李太白魂誦傳竹枝詞)」에서 일부분을 따 가사 형태로 만든 노래이다.
현재 4절로 불리고 있는데, 노랫말 중에서 “하날이 높아 구진 비 오니 산(山)과 물과는 만계(萬溪)로 돈다”는 구절은 1910년대 출판된 『정선조선가곡』에도 보이지 않는 구절이며, 「죽지사」 전체 내용과도 상관이 없다. 따라서 이 구절은 누군가의 착각으로 다른 내용이 삽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현행 「죽지사」 노랫말 중 이 부분은 수정됨이 바람직함 것으로 보인다. “기경선자낭음과(騎鯨仙子朗吟過)하니 망양추색(茫洋秋色)이 미장천(迷長天)이라(고래 탄 신선, 즉 이태백이 낭랑하게 읊조리며 지나가니 처연한 가을 색이 하늘에 아득하여라)”는 구절이 『정선조선가곡』에도 나와 있으므로 이 구절로 대체함이 바람직하다. 「죽지사」는 가사로서는 특이하게 후렴구가 반복된다.
o 권주가
[ 勸酒歌 ]
요약
「권주가」는 12가사의 하나이다. 연회 등에서 만수무강을 빌며 술을 권하는 내용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랫말
불로초로 술을 빚어 만년배(萬年盃)에 가득 부어 비나이다 남산수(南山壽)를
약산동대(藥山東臺) 어즈러진 바위 꽃을 꺾어 주(籌)를 노며 무궁무진 잡으시오
권군종일명정취(勸君終日酩酊醉)하자 주부도유령분상토(酒不到劉伶墳上土)니 아니 취코 무엇 하리
백년을 가사인인수(可使人人壽)라도 우락중분미백년(憂樂中分未百年)을 살았을 때 잘 놉시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설워마라 명년삼월 봄이 오면 너는 다시 피려니와 가련하다 우리 인생
오동추야(梧桐秋夜) 밝은 달에 임 생각이 새로워라 임도 나를 생각는지 나만 홀로 이러한지 임도 또한 이러한지
새벽 서리 찬 바람에 울고 가는 기러기야 임의 소식 바랐더니 창망(蒼茫)한 구름 속에 비인 소래뿐이로다
왕상(王祥)의 이어(鯉魚) 잡고 맹종(孟宗)의 죽순 꺾어 검든 머리 희도록 노래자(老萊子)의 옷을 입고 양지성효(養志誠孝)를 증자(曾子)같이 하오리다
이 술 한 잔 잡으시오 이 술을랑 반도연(蟠桃宴)의 천일주(千日酒)니 쓰나 다나 잡으시면 만수무강하오리라
인간오복수위선(人間五福壽爲先)은 예로부터 이른 배라 비나이다 비는 바는 산하(山河) 같은 수부귀(壽富貴)를 천년만년누리소서
풀이
남산수(南山壽)를: 남산이 오래도록 이 세상에 있듯이 그처럼 오래 사는 수명(壽命). 오래 살기를 빌 때에 쓴다.
약산동대(藥山東臺): 평안북도 영변군 약산에 있는 천연의 대(臺). 관서 팔경의 하나이다.
주(籌)를 노며: 숫자를 계산하며. 이를테면 꽃 하나 술 한 잔. 이런 식으로 꽃잎으로 수를 계산하며 술을 마신다는 것.
권군종일명정취(勸君終日酩酊醉)하자 주부도유령분상토(酒不到劉伶墳上土)니: 당나라 시인 이하(李賀)의 「장진주(將進酒)」에서 따온 구절. 원문은 다음과 같다.
유리종 호박농 琉璃鍾 琥珀濃 유리 술잔에 호박이 무르녹고
소준주적진주홍 小樽酒滴眞珠紅 작은 술통의 술방울은 진주가 붉다 –진주처럼 붉구나
팽룡포봉옥지읍 烹龍炮鳳玉脂泣 용을 삶고 봉을 구으면 구슬같은 기름이 우는데 -우는듯하고
나병수막위향풍 羅屛繡幕圍香風 비단병풍과 수놓은 장막은 향기로운 바람을 감싼다 –바람이 감싸네
취룡적 격타고 吹龍笛 擊鼉鼓 용피리를 불고 악어가죽의 북을 치면
호치가 세요무 皓齒歌 細腰舞 하얀 이가 노래하고 가는 허리는 춤을 춘다
황시청춘일장모 况是靑春日將暮 하물며 이 봄도 해가 저물려 하고
도화란락여홍우 桃花亂落如紅雨 복사꽃은 어지러이 떨어져 붉은 비와 같구나
권군종일명정취 勸君終日酩酊醉 권하노니 그대여 종일토록 마시고 한껏 취하자
주불도유령분상토 酒不到劉伶墳上土 유령의 무덤에까지 술은 가지 않으니.
유령은 서진(西晉)의 사상가로 죽림칠현의 한 사람. 술을 몹시 즐겨 주덕송(酒德頌)이라는 글을 남겼다.
백년(百年)을 가사인인수(可使人人壽)라도 우락중분미백년(憂樂中分未百年)을 살았을 때: 사람들이 모두 백 년을 살 수 있더라도 근심과 즐거움이 그 반이라 백 년이 못되니
왕상(王祥)의 이어(鯉魚) 잡고 맹종(孟宗)의 죽순 꺾어 검든 머리 희도록 노래자(老萊子)의 옷을 입고 양지성효(養志誠孝)를 증자(曾子)같이 하오리다: 한 겨울에 얼음을 깨어 어머니께 잉어를 드렸다는 효자가 바로 왕상이다. 맹종은 한 겨울에 죽순을 구해 어버이께 드렸다는 사람. 노래자는 늙은 부모를 위해 나이 칠십에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양지성효는 부모 뜻을 받들어 효성을 다한다는 것. 한마디로 효성을 다 한다는 뜻이다.
반도연(蟠桃宴): 서왕모의 잔칫상. 복숭아밭에서 딴 복숭아(반도)를 먹으면 장수한다고 한다.
인간오복수위선(人間五福壽爲先)은 예로부터 이른 배라: 인간의 오복 중에 목숨이 으뜸이라고 예로부터 하는 바라
해설
「권주가」는 장단 없이 부른다. 사설의 내용은 여러 곳에서 따와 조합한 것이다. 『청구영언』이나 『가곡원류』에 실려 있는 「권주가」는 현행의 「권주가」와 노랫말이 일부분 다르다. 원래의 「권주가」를 토대로 시대가 변하면서 조금씩 노랫말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o 처사가
[ 處士歌 ]
요약
「처사가」는 12가사의 하나이다. 벼슬을 그만두고 한갓 처사가 되어 자연에 묻혀 사는 운둔 생활의 정서를 표현한 노랫말이다.
노랫말
천생아재(天生我才) 쓸데없어 세상공명(世上功名)을 하직하고
양한수명(養閑守命)하여 운림처사(雲林處士) 되오리라 구승갈포(九繩葛布) 몸에 걸고
삼절죽장(三節竹杖) 손에 들고 낙조강호경(落照江湖景) 좋은데 망혜완보(芒鞋緩步)로 나려가니
적적송관(寂寂松關) 닫았는데 요요행원(寥寥杏園) 개 짖는다 경개무궁(景慨無窮) 좋을시고
산림초목(山林草木) 푸르렀다 창암병풍(蒼岩屛風) 둘렀는데 백운심처(白雲深處) 집을 삼고
강호어부(江湖漁夫) 같이 하여 죽관사립(竹冠簑笠)을 둘러메고 십리사정(十里沙汀) 나려가니
백구비거(白鷗飛去)뿐이로다 일위편범(一葦片帆) 높이 달고 만경창파(萬頃蒼波)로 흘리저어
수척은린(數尺銀鱗) 낚아내니 송강노어(松江鑪魚) 비길소냐 일모창강(日暮蒼江) 저물었다 박주포저(泊舟蒲渚) 돌아드니 남북고촌(南北孤村) 두세 집이
낙하모연(落霞暮煙) 잠겼에라 기산영수(箕山潁水) 예 아닌가
별유천지(別有天地) 여기로다 연명오류(淵明五柳) 심은 곳에
천조세류(千條細柳) 늘어졌다 자릉택반(子陵澤畔) 낚은 데가
백두금린(百頭金鱗) 뛰놀은다 일개가동(一個家僮) 벗을 삼아
반향(班鄕) 기와 바라보니 우배목동(牛背牧童) 한가(閑暇)하다
수천사(數賤事)도 일삼노라 동림자규(東林子規) 슬피 우니
취중회포(醉中懷抱) 도도(陶陶)는 듯 주성부(酒醒否)아 일어나니
일흥풍경(逸興風景) 그지없다 홍안미록(鴻雁麋鹿) 벗이 되어
만학천봉(萬壑千峯) 오며가며 석로창태(石路蒼苔) 막혔으니
진세소식(塵世消息) 끊겼에라 아마도 이 강산(江山) 임자는 나뿐인가 하노라
풀이
천생아재(天生我才) 쓸데없어 세상공명(世上功名)을 하직(下直)하고: 타고난 나의 재주 쓸데없어 세상 부귀공명을 하직하고
양한수명(養閑守命)하여 운림처사(雲林處士) 되오리라: 한가로이 지내며 목숨을 부지하여 숨어사는 선비가 되오리라
구승갈포(三繩葛布) 몸에 걸고 삼절죽장(三節竹杖) 손에 들고: 칡으로 짠 굵은 베를 몸에 걸치고 대나무 지팡이를 손에 들고. 『청구영언』 등에 실린 노랫말에는 ‘삼승갈포’와 ‘구절죽장’이다.
낙조강호경(落照江湖景) 좋은데 망혜완보(芒鞋緩步)로 나려가니: 강과 호수의 낙조가 좋은 곳으로 짚신 신고 천천히 걸어 내려가니
적적송관(寂寂松館) 닫았는데 요요행원(寥寥杏園) 개짓는다: 적적한 소나무 관사에 다다랐는데 고요한 살구나무 동산에 개가 짖는구나
경개무궁(景槪無窮) 좋을시고 산림초목(山林草木) 푸르렀다: 경치가 무궁무진하게 좋을시고, 산림 초목이 모두 푸르렀다
창암병풍(蒼岩屛風) 둘렀는데 백운심처(白雲深處) 집을 삼고: 푸른 바위가 병풍처럼 둘렀는데 흰 구름 자욱한 곳을 집으로 삼고
강호어부(江湖漁父) 같이 하여 죽관사립(竹冠蓑笠)을 둘러메고: 강호의 어부처럼 대나무 모자에 도롱이를 젖혀 쓰고
십리사정(十里沙汀) 내려가니 백구비거(白鷗飛去) 뿐이로다: 십 리 펼쳐진 모래밭에 내려가니 흰 갈매기만 날아갈 뿐이로다
일위편범(一葦片帆) 높이 달고 만리창파(萬里滄波) 흘리저어: 갈대로 만든 조각배에 돛을 높이 달고 만리 푸른 파도에 흐르게 저어
수척은린(數尺銀鱗) 낚아내니 송강로어(松江鑪魚) 비길러라: 큰 잉어를 낚아내니 맛 좋기로 유명한 송강의 농어에 비할소냐
일모창강(日暮蒼江) 저물었다 박주포저(泊舟蒲渚) 돌아드니: 맑은 강에 날이 저물어 배를 대고 물가를 돌아드니
남북고촌(南北孤村) 두세 집이 낙하모연(落霞暮烟) 잠겼에라: 앞뒤의 외로운 마을 두세 집이 저녁 놀에 잠겼구나
기산영수(箕山潁水) 예 아닌가 별유천지(別有天地) 여기로다: 소부와 허유가 은거한 곳이 여기가 아닌가, 별 천지가 여기로다
연명오류(淵明五柳) 심은 곳에 천조세류(千條細柳) 늘어졌다: 도연명이 심은 버들 천 갈래로 늘어졌다
자릉택반(子陵澤畔) 낚는 데가 백두금린(白頭金鱗) 뛰놀은다: 엄자릉이 놀던 못가 고기를 낚는 곳에 하얀 금빛 물고기가 뛰어 논다
일개가동(一個家童) 벗을 삼아 반향(班鄕) 기와 바라보니: 아이 하나 벗 삼아 양반들이 사는 고을(속세) 바라보니
우배목동(牛背牧童) 한가하다 수천사(數賤事)도 일삼노라: 소를 키우는 목동은 한가하구나, 수많은 천한 일도 일로 삼노라
동림자규(東林子規) 슬피우니 취중회포(醉中懷抱) 도도(陶陶)는 듯: 동쪽 숲속에서 접동새가 슬피 우니 취중에 품은 생각 돋우는 듯
주성부(酒醒否)아 일어나니 일흥풍경(逸興風景) 그지없다: 술이 깨었는가 하고 일어나니 잃어버린 흥이 끝이 없다
홍안미록(鴻雁麋鹿) 벗이 되어 만학천봉(萬壑千峰) 오며가며: 온갖 새와 짐승 벗이 되어 많은 골짜기와 봉우리를 오가며. <청구영언> 등에 실린 노랫말에는 ‘홍안(鴻雁)’은 ‘회환(回還)’으로 되어 있다. ‘回還麋鹿’은 ‘다시 돌아온 사슴과 고라니’라는 뜻이다.
석로창태(石路蒼苔) 막혔으니 진세소식(塵世消息) 끊겼에라: 푸른 이끼 낀 돌길이 막혔으니 세상의 소식이 다 끊어졌구나
해설
「처사가」는 작자 · 연대 미상의 가사이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연상하게 할 만큼 그 시풍이 매우 자연 관조적이며 탈속적 향취가 그윽하다. 비록 누추한 옷과 소박한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지만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며 사는 자신의 은둔 생활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다. 현행 「처사가」는 8절까지 부른다. 뒷부분은 참고로 수록했다. 『청구영언(靑丘永言)』, 『교주가곡집(校註歌曲集)』, 『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 등에 수록되어 전한다.
o 양양가
[ 襄陽歌 ]
요약
「양양가」는 12가사의 하나이다. 노랫말은 이백의 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노랫말
낙일(落日)이 욕몰현산서(欲沒峴山西)하니 도착접리화하미(倒着接imagefont花下迷)라
양양소아제박수(襄陽小兒齊拍手)하니 난가쟁창백동제(攔街爭唱白銅鞮)라 방인(傍人)이 차문소하사(借問笑何事)오
소쇄산옹취사니(笑殺山翁醉似泥)라 노자작앵무배(鸕鷓酌鸚鵡杯)로 백 년 삼만 육천 일에
일일수경삼백배(一日須傾三百盃)에 요간한수압두록(遙看漢水鴨頭綠)하니 흡사포도초발배(恰似葡萄初醱醅)라
차강(此江)이 약변작춘주(若變作春酒)면 누국(壘麴)을 편축조구대(便築糟丘臺)라 천금준마(千金駿馬)로 환소첩(換少妾)하여
소좌조안가락매(笑坐雕鞍歌落梅)라 거방(車傍)에 측괘일호주(側掛一壺酒)하고 봉생용관(鳳笙龍管)이 행상최(行相催)라
함양시상탄황견(咸陽市上嘆黃犬)이 하여월하(何如月下)에 경금뢰(傾金罍)요 군불견진조양공일편석(君不見晋朝羊公一片石)한다
구두박락생매태(龜頭剝落生苺苔)라 누역불능위지타(淚亦不能爲之墮)요 심역불능위지애(心亦不能爲之哀)라
청풍명월(淸風明月)을 불용일전매(不用一錢買)하니 옥산(玉山)이 자도비인퇴(自倒非人頹)라 서주작역사당(舒州酌力士鐺)으로
이백(李白)이 여이동사생(與爾同死生)을 양왕운우금안재(襄王雲雨今安在)오 강수동류원야성(江水東流猿夜聲)을
풀이
가사 「양양가」는 이백의 원시에 토만 달았다. 9절의 ‘자도비인퇴(自倒非人頹)’는 ‘자도비인추(自倒非人推)’의 오류다. 이백의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낙일욕몰현산서 (落日欲沒峴山西) 지는 해는 현산 서쪽으로 넘어 가려는데
도저접리화하미 (倒著接imagefont花下迷) 흰 모자 거꾸로 쓰고 꽃 아래 방황하네
양양소아제박수 (襄陽小兒齊拍手) 양양의 어린이들 나란히 손뼉치고
난가쟁창백동제 (攔街爭唱白銅鞮) 거리를 막고 백동제란 동요를 다투어 노래하네
방인차문소하사 (傍人借問笑何事) 옆 사람에게 무슨 일로 웃는가 물어보니
소쇄산공취여니 (笑殺山公醉如泥) 산노인이 질펀하게 취한 모습이 생각나 웃겨 죽겠다네
노자작 앵무배 (鸕鷓酌 鸚鵡杯) 가마우지모양의 술국자, 앵무조개로 만든 술잔
백년삼만육천일 (百年三萬六千日) 백년은 삼만육천일
일일수경삼백배 (一日須傾三百杯) 하루에 모름지기 삼백 잔을 마셔야지
요간한수압두록 (遙看漢水鴨頭綠) 멀리 보이는 한수(漢水)는 청동오리의 머리처럼 푸른데
흡사포도초발배 (恰似葡萄初醱醅) 마치 포도주가 막 익을 때와 같구나
차강약변작춘주 (此江若變作春酒) 이 강물이 변해서 봄술이 된다면
누국편축조구대 (壘麴便築糟丘臺) 누룩이 쌓여서 술지게미 누대가 되리라
천금준마환소첩 (千金駿馬換小妾) 천금의 준마를 소첩과 바꾸고
소좌조안가락매 (笑坐雕鞍歌落梅) 안장에 미소 띄고 앉아서 ‘낙매’를 노래하리
거방측괘일호주 (車傍側掛一壺酒) 수레 옆에는 술 한 병 매달고
봉생용관행상최 (鳳笙龍管行相催) 봉황을 새긴 생황과 용을 새긴 피리로 서로 재촉하네
함양시중탄황견 (咸陽市中歎黃犬) 함양의 저자거리에서 누런 개를 탄식하는 것이
하여월하경금뢰 (何如月下傾金罍) 달 아래서 황금 술잔을 기우는 것과 어찌 같겠는가
군불견 (君不見)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진조양공일편석 (晋朝羊公一片石) 진나라 양공의 비석은
구두박락생매태 (龜頭剥落生莓苔) 거북머리는 떨어져 나가고 이끼가 낀 것을
누역불능위지타 (淚亦不能爲之堕) 눈물 역시 양공을 위해 흘릴 수 없고
심역불능위지애 (心亦不能爲之哀) 마음 역시 양공을 위해 슬퍼할 수 없다
청풍명월 (清風明月) 맑은 바람 밝은 달을 사는 데는
불용일전매 (不用一錢買) 한 푼의 돈도 들지 않고
옥산자도비인추 (玉山自倒非人推) 옥산이 저절로 무너지는 것은 사람이 밀어서가 아니리라
서주표 역사당 (舒州杓 力士鐺) 서주의 술국자, 장사가 겨우 들던 무거운 술그릇
이백여이동사생 (李白與爾同死生) 이백은 그대들과 생사를 함께 하리라
양왕운우금안재 (襄王雲雨今安在) 양왕이 함께 노닐던 운우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강수동류원야성 (江水東流猿夜聲) 장강물이 동쪽으로 흐르니 원숭이가 밤중에 우는구나
해설
가사 「양양가」는 이백의 시 「양양가(襄陽歌)」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백(701~762)은 중국 당나라 시인으로, 자(字)가 태백(太白)이다.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되며 시선(詩仙)으로 불린다. 이백이 양양 땅을 지나면서 갖은 소회를 적은 시이다. 주로 정치와 부귀공명이 허무한 것이며 호방하게 술을 마시며 자연을 즐기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o 매화가
[ 梅花歌 ]
요약
매화가」는 12가사의 하나이다.
노랫말
매화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를 온다
옛 피었던 가지마다 피염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하 분분(紛紛)하니 필지말지 하다마는
북경사신(北京使臣) 역관(譯官)들아 당사(唐絲)실을 붙임을 하자
맺세 맺세 그물을 맺세 오색당사(五色唐絲)로 그물을 맺세
치세 치세 그물을 치세 부벽루하(浮碧樓下)에 그물을 치세
걸리소서 걸리소서 정든 사랑만 걸리소서
물 아래 그림자 졌다 다리 위에 중이 지나를 간다
중아 중아 거기 잠깐 섰거라 네 가는 인편(人便)에 말 물어를 보자
그 중놈이 백운(白雲)을 가르치며 돈담무심(頓淡無心)만 하는구나
성천(成天)이라 통의주(通義州)를 이리로 접첨 저리로 접첨
접첨접첨 개어 놓고 한 손에는 방추 들고
또 한 손에 물박 들고 흐르는 청수(淸水)를 드립더 덤석 이리로 솰솰 저리로 솰솰 출렁
출척
안 남산에 밖 남산에 개암을 심거라 심어라 못 다 먹는 저 다람의 안과
풀이
춘설(春雪)이 하 분분(紛紛)하니 필지말지 하다마는: 이 부분까지의 노랫말은 독립된 시조에서 왔다. 이 시조는 ‘매화’라는 기생이 ‘춘설’이란 기생을 질투하여 생겨났다는 설도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매화’는 황해도 곡산 기생이라는 설과 평양 기생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봄눈에 매화가 필지 말지 확실하지 않다는 내용.
북경사신(北京使臣) 역관(譯官)들아 당사(唐絲)실을 붙임을 하자: 북경 가는 사신들을 수행하는 역관들아, 북경 가는 길에 중국실을 부탁하자
백운(白雲)을 가르치며 돈담무심(頓淡無心)만 하는구나: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구름을 가리키는구나
성천(成天)이라 통의주(通義州)를 이리로 접첨 저리로 접첨: 성천은 지명 이름. 통의주는 지명일 수도 있으나 내용으로 보아 통의주(通義紬)일 가능성이 많다. ‘통의주(通義紬)’는 옷감의 일종인 듯. 접첨은 접어서 포갠다는 말. 방추는 실이나 천을 짤 때 사용하는 도구.
물박: 물바가지의 준말
다람: 다람쥐
해설
「매화가」의 노랫말은 민요풍이며 통속적이라 하며 격이 낮은 가사로 취급했지만, 대중적으로는 더 잘 알려져 「매화타령」이라고도 했다. 경기잡가 「매화타령」과는 전혀 다른 노래이다. 앞 세 구절 즉 '필지 말지 하다마는'까지는 매화라는 이름의 기생이 지었다는 시조이다. 봄에 눈이 오니 매화가 필지 말지 모르겠다는 것. 무엇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이 가사는 매화라는 기생이 춘설이란 기생을 질투하여 생겨났다는 설도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이 이후의 노랫말은 기생과 역관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조선시대 역관은 북경 가는 사신을 수행해 여러 역할을 했다. 일종의 중계무역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큰 이문을 남긴다. 예를 들면 청나라의 벼루 같은 귀중품을 수입해 조선에 팔고 조선의 모피와 같은 특산물을 중국에 팔면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역관들은 자연스럽게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사대부들보다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부자인 역관도 많았다.
이들이 북경을 오갈 때 지나는 고을이 성천, 평양, 선천, 의주 같은 곳이다. 이곳에는 관아와 기생이 있다. 사신 일행의 수발을 들고 음식을 내놓는 것도 기생이다. 그래서 기생이 역관에게 ‘당사실’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기생 처지에서 역관 하나를 요즘 말로 ‘잡기만’ 하면 팔자를 고칠 수가 있다. 그러니 오색당사로 역관을 묶고 그물을 쳐서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이 당면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돌아서면 무심한 것이 남자의 마음이다. 여자는 속이 탄다. 마침 지나가는 스님이 있어 물어본다. 그 사람 언제 오겠느냐고. 무심한 스님은 뜬구름만 가리킨다. ‘인생은 뜬구름 같다’는 뜻일 수도 있고,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마라’의 표현일 수도 있다. 여자는 더욱 애가 타서 안절부절못한다. 초조해서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노랫말의 마지막을 보면 이 남산, 저 남산에 개암을 심어도 못다 먹는 다람쥐 이야기가 나온다. 복이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매화가」의 노랫말은 신분상 천민이었던 기생들의 염원과 자기 한탄을 표현하고 있다.
o 수양산가
[ 首陽山歌 ]
요약
「수양산가」는 12가사의 하나이다. ‘수양산의 고사리를 꺾어’로 시작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랫말
수양산(首陽山)의 고사리를 꺾어 위수빈(渭水濱)의 고기를 낚아
의적(儀狄)의 빚은 술 이태백(李太白) 밝은 달이
등왕각(騰王閣) 높은 집에 장건(張騫)이 승사(乘槎)하고
달구경 가는 말명을 청하자
바람 불고 눈비 오랴는가 동녘을 둘러보니
자미봉(紫薇峯) 자각봉(紫閣峯) 청청(淸淸) 밝은 달이
벽소백운(碧霄白雲)이 층층방곡(層層坊谷)에 절로 감을 휜들휘힌들
네로니 네로노느니 나네헤루허고
나루니루허고 네로나니
느니나노느흐나니나 노느나노노느나노 노느니나
목왕(穆王)은 천자(天子)로되 요지(瑤池)에 연락(宴樂)하고
항우(項羽)는 장사(壯士)로되 만영추월(滿營秋月)에 비가강개(悲歌慷慨)하고
명황(明皇)은 영주(英主)로되 양귀비(楊貴妃) 이별 후 마외역(馬嵬驛)에 울었느니
한벽당(寒碧堂) 청풍월(淸風月)에 만고천하영웅준걸(萬古天下英雄俊傑)이 앉아
오늘같이 좋고 좋은 날 만나 아니 놀고 무엇 일을 하자느니
풀이
수양산(首陽山)의 고사리를 꺾어: 중국 산서성 남쪽에 있는 산으로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치자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 숨어들어 고사리를 캐서 연명하다가 굶어 죽었다고 함
위수빈(渭水濱): 위수의 가. 강태공이 낚시하던 곳.
의적(儀狄)의 빚은 술: 의적은 하(夏) 나라 때 최초로 술을 제조하였다는 전설상의 인물
등왕각(騰王閣): 중국 강서성에 있는 누각의 이름
장건(張騫)이 승사(乘槎)하고: 장건이 뗏목을 타고. 장건(?~B.C.114)은 전한 시대의 외교가이면서 장군. 장건이 뗏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중국의 전설이 있다.
말명을 청하자: 말미, 휴가를 청하자
청청(淸淸) 밝은 달이 벽소백운(碧霄白雲)이 층층방곡(層層坊谷)에 절로 감을: 밝은 달이 높은 하늘에 흰 구름과 함께 층층 여러 골짜기에 저절로 가는 것을. 경치 좋은 산속에서 쳐다본 하늘에 달과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묘사한 표현. 현행 ‘절로 검어’는 잘못된 말.
목왕(穆王)은 천자(天子)로되 요지(瑤池)에 연락(宴樂)하고(위와 통일): 주나라 목왕은 천자였지만 요지라는 곳에서 서왕모를 만나 즐겼다는 전설에서 온 말. 즉 요지에서 연회를 즐겼다는 말.
항우(項羽)는 장사(壯士)로되 만영추월(滿營秋月)에 비가강개(悲歌慷慨)하고: 항우는 장사였으나 한나라의 군사에게 몰려 가을 달 밝은 밤에 비장한 노래로 스스로 탄식함을 이르는 말
명황(明皇)은 영주(英主)로되 양귀비(楊貴妃) 이별(離別) 후 마외역(馬嵬驛)에 울었느니: 당나라의 현종은 밝은 군주였지만 안록산의 난 때 양귀비와 이별하고 마외역에서 울었느니
한벽당(寒碧堂) 청풍월(淸風月)에: 경치 좋은 누각에 앉아 맑은 바람과 달 아래서
해설
「수양산가」 노랫말의 내용은 백이숙제의 고사를 먼저 말하고 그다음에 이런저런 중국 고사를 말한 다음 놀자고 끝맺는다. 노랫말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여음이 있다. 다른 12가사에 비해 비교적 후대에 가사에 편입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수양산가 [首陽山歌] (창악집성, 2011. 07. 04.,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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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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