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음악실

3.iii. 시조

淸潭 2022. 11. 21. 10:18

·       3.
iii.
 시조
 

 [ 時調 ]

 

요약

시조(時調)는 시조시를 시조창에 얹어 부르는 노래다.

시조(時調)는 시조시를 시조창에 얹어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때문에 시조는 문학으로 볼 때는 시조 시()를 말하며 전통 음악으로 볼 때는 시조 창()을 말한다. 문학으로서의 시조는 가곡, 경기민요의 노랫가락 등 국악의 여러 성악의 노랫말로도 사용되기에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시조란 시조창을 의미한다.

 

시조는 평시조가 원형이며 여기에서 파생 발전하면서 지름시조와 사설시조가 탄생하였다. 「관산융마」를 지은 조선 영조 때의 문신 석북 신광수(申光洙)의 『관서악부(關西樂府)』에는일반적으로 시조는 장단을 배제한 노래로서 장안의 이세춘으로부터 전래된다고 하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을 근거로 하여 이세춘으로부터 시조창이 시작되었다고들 하나 이세춘 이전에 시조창이 있었고, 그 형식의 완성자가 이세춘이었을 가능성이 많다. 이세춘은 숙종 · 영조 때의 가인(歌人)이다. 시조도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서울지방의 경제(京制), 전라도지방을 중심으로 한 완제(完制), 충청도지방의 내포제(內浦制), 경상도지방의 영제(嶺制)로 구분한다. 노랫말의 마지막 부분은 생략하여 부른다. 여기에 실린 시조의 노랫말은 현재 명인들이 많이 부르는 시조창 위주로 노랫말을 등재했다.

 

o    가노라 삼각산아

 

지은이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은 조선 중기의 문신. 호는 청음(淸陰). 병자호란 때 끝가지 싸울 것을 주장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후에 청나라에 끌려가 6년간의 포로 생활을 했다.

 

노랫말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다시 보자 한강수(漢江水)

고국산천(故國山川)을 떠나고쟈 하랴마난

시절이 하 수상(殊常)하니 올동말동하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고국을 떠나는 슬픔과 나라를 걱정하는 충심을 절절하게 담고 있다. 병자호란 때 죽는 한이 있어도 청나라와 끝까지 싸우자던척화파(斥和派)’의 한 사람인 김상헌이 지은 것이다. 조선이 끝내 항복을 하고, 후에 청나라가 명나라와 싸울 때 조선에 파병을 요청하자 이에 반대하다가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가게 된다.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다시 보자 한강수(漢江水): 나는 이제 떠나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 물아.

 

고국산천(故國山川)을 떠나고쟈 하랴마난: 고국의 산천을 떠나고자 하지만. ‘하랴마난하겠는가마는’, ‘하지만으로 읽을 수 있다.

 

시절(時節)이 하 수상(殊常)하니 올동말동하여라: 시절이 하도 어수선해 다시 올지 말지 모르겠구나. ‘매우’, ‘하도라는 뜻의 우리말. 기본형은하다많다’, ‘크다는 의미.

 

o    가마귀가 가마귀를 좇아

 

작자 미상

 

노랫말

가마귀가 가마귀를 좇아 석양사로(夕陽斜路)에 날아든다 떠든다

임의 집 송정(松亭) 뒤로 나리며 갈곡 오르며 갈곡 갈곡 갈곡 지저귀는 가마귀 중에 어느 가마귀 수가마귄가

그 중에 먼저 날아 앉고 나중 날아가는 가마기 긘가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임을 연모하는 화자가 임의 집 소나무 숲 정자에 내려앉은 까마귀에 자신을 투영시켜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하고픈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가마귀가 가마귀를 좇아 석양사로에 날아든다 떠든다: 까마귀가 까마귀를 따라 석양이 비치는 길에 날아들어 떠든다. ‘석양사로(夕陽斜路)’는 석양이 비치는 길.

 

임의 집 송정(松亭) 뒤로 나리며 갈곡 오르며 갈곡 갈곡 갈곡 지저귀는 가마귀 중에 어느 가마귀 수마가귄가: 님의 집 소나무 숲 정자 뒤로 내려앉으며 까악 날아오르며 까악 까악 까악 지저귀는 까마귀 중에 어느 까마귀가 수까마귀인가. ‘송정(松亭)’은 소나무 숲에 지은 정자. ‘갈곡은 까마귀 우는 소리의 의성어.

 

그 중에 먼저 날아 앉고 나중 날아가는 가마기 긘가: 그중에 제일 먼저 날아와 앉고 맨 나중에 날아가는 까마귀가 수까마귀인가. ‘긘가그것인가를 의미.

 

o    각설이라 현덕이

 

지은이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은 조선 중기의 문신. 호는 청음(淸陰). 병자호란 때 끝가지 싸울 것을 주장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후에 청나라에 끌려가 6년간의 포로 생활을 했다.

노랫말

각설(却說)이라 현덕(玄德)이 단계(檀溪) 건너갈 제 적노마(的顱馬)야 날 살려라

앞에는 긴 강이요 뒤에 따르나니 채모(蔡瑁)로다

어디서 상산 조자룡은 날 못찾아 하느니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삼국지연의』의 한 장면을 노래하고 있다.

 

각설(却說)이라 현덕(玄德)이 단계(檀溪) 건너갈 제 적노마(的顱馬)야 날 살려라: 각설하고 유비가 쫒겨 단계라는 시내 앞에서 타고 다니던 적노마라는 말이 머뭇거리자 날 살려라

 

앞에는 긴 강이요 뒤에 따르나니 채모(蔡瑁)로다: 앞에는 강이고 뒤에는 채모라는 장수가 쫒아 오는구나

 

어디서 상산 조자룡은 날 못찾아 하느니: 조자룡은 어디 있어 나를 못 찾느냐

 

o    간밤에 부던 바람에

 

지은이

선우협(鮮于浹, 1588~1653)은 조선 중기 인조 연간의 문인. 평안도 출신이다. 벼슬을 마다하고 평생 학업에 정진하였다.

 

노랫말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滿庭桃花) 다지거다

아희는 비를 들고 쓸으려 허는고나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 허리요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젊음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노년의 삶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은근히 노래한다.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滿庭桃花) 다 지거다: 지난 밤 불던 바람으로 인해 복숭아꽃이 다 졌구나

 

아희는 비를 들고 쓸으려 허는고나: 아이는 빗자루를 들고 떨어진 꽃잎을 쓸려고 하는구나

 

낙환(落花)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 허리요: 떨어진 꽃이라고 꽃이 아니랴, 구태여 쓸 이유가 있느냐. ‘낙환(落花)낙화인들의 준말. 종장 첫 구라 세 음절로 줄여 불렀다.

 

o    강호에 버린 몸이

 

지은이

김성기(金聖器, 1649~1725)는 조선 후기의 가객(歌客)이다. 본래 활을 만드는 상방궁인(尙房弓人)이었으나 숙종 때의 거문고 대가 왕세기(王世基)에게 거문고를 전수받은 후 이름난 가인(歌人)이 되었다. 퉁소와 비파에도 뛰어났던 그는 당대의 수많은 명연주가와 명창들을 키워냈다.

 

노랫말

강호에 버린 몸이 백구와 벗이 되어

어정(漁艇)을 흘리놓고 옥소(玉簫)를 높이 부니

아마도 세상 흥미는 이뿐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자연과 어우러져 풍류를 즐기는 삶의 즐거움을 노래한다.

 

강호에 버린 몸이 백구(白鷗)와 벗이 되어: 강과 호수에 젖은 몸이 갈매기와 친구가 되어

 

어정(漁艇)을 흘리놓고 옥소(玉簫)를 높이 부니: 작은 고깃배 흘러가는 대로 띄워놓고 옥퉁소를 높이 부니

 

아마도 세상 흥미는 이뿐인가 하노라: 아마도 세상의 즐거움은 이것뿐인가 하노라

 

o    강호에 비갠 후니

 

지은이

백도 김우규(金友奎, 1691~?)는 영조 때의 가객(歌客)이다. 『해동가요』와 『한국시가사강』에 따르면, 그의 자는 성백(聖伯)이고, 호는 백도(伯道). 숙종 때 서리(書吏)로 다닌 적이 있고, 김수장과 교분이 두터워서 노가재(老歌齋)에 자주 드나들었다. 김수장은 『청구가요(靑邱歌謠)』 발문에 쓰기를김우규는 나와 아주 친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가곡에 재능이 있어 박상건(朴尙健)에게 노래를 배웠는데 채 일 년이 안 되어 능히 스승을 흉내 내고 거기에 수식을 더하여 세상에 이름이 났다. 그의 시조는 뜻이 절실하다.”고 했다.

 

노랫말

강호에 비갠 후니 수천(水天)이 한빛인제

소정(小艇)에 술을 싣고 낚대메고 내려가니

노화(蘆花)에 나니는 백구는 나를 보고 반겨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자연과 함께 하면서 사는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강호(江湖)에 비갠 후니 수천(水天)이 한빛인제: 강과 호수에 비가 그치고 수면과 하늘이 같은 빛깔일 때

 

소정(小艇)에 술을 싣고 낚대메고 내려가니: 작은 배에 술을 싣고 낚싯대 메고 내려가니

 

노화(蘆花)에 나니는 백구(白鷗)는 나를 보고 반겨라: 갈대꽃 위를 나는 갈매기는 나를 보고 반겨라. 노화(蘆花)는 갈대꽃, 백구(白鷗)는 갈매깃과의 물새를 뜻한다.

 

o    경성출경운흥하니

 

지은이

김유기(金裕器, 생몰년 미상)는 조선 숙종 때의 가인(歌人)으로 남원 출신이다. 자는 대재(大哉). 당대의 명창으로 알려져 있다.

 

노랫말

경성출경운흥(景星出慶雲興)하니 일월(日月)이 광화(光華)로다

삼황예악(三皇禮樂)이요 오제(五帝)의 문물(文物)이라

사해(四海)로 태평주(太平酒) 빚어내어 만성동취(萬姓同趣)하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임금의 덕을 칭송하고 태평성대를 노래한다.

 

경성출경운흥(景星出慶雲興)하니 일월(日月)이 광화(光華)로다: ‘경성은 상서로운 시대를 알리는 별, ‘경운은 상서로운 징조를 나타내는 구름. ‘일월은 임금을 상징하는 말. ‘광화는 빛이 아름답다는 뜻. 합하여 태평성대에 덕이 있는 임금이 나라를 다스린다는 뜻.

 

삼황예악(三皇禮樂)이요 오제(五帝)의 문물(文物)이라: 덕이 있는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니 나라가 태평성대라는 뜻. ‘삼황예악은 삼황 시절의 예법과 음악. ‘오제의 문물은 오제 때의 문물. ‘삼황오제는 설화 속 중국 고대의 제왕들이다.

 

사해(四海)로 태평주(太平酒) 빚어 내어 만성동취(萬姓同趣)하리라: 온 나라에서 좋은 술을 빚어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마신다는 뜻. ‘사해는 온 세상을 뜻함. ‘만성동취는 온 백성과 함께 취한다는 뜻.

 

o    국화야 너는 어이

 

지은이

이정보(李鼎輔, 1693~1766)는 조선 후기의 문신(文臣)이다. 예조판서 등을 역임했다. 글씨와 한시에 능했고 많은 시조를 남겼다. 은퇴 후 10여 명의 가기(歌妓)를 양성하기도 했다.

 

노랫말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너만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사군자(四君子) 중의 하나인 국화의 절개를 노래하고 있다.

 

국화(菊花)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보내고: 국화야 너는 어찌하여 봄바람 다 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너만 홀로 피었느냐: 나뭇잎 지고 하늘은 찬 계절에 너만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하노라): 아마도 차가운 서리에도 굴하지 않는 높은 절개는 너뿐인가 하노라

 

낙목한천: 나뭇잎이 떨어진 추운 계절, 즉 가을

 

오상고절: 서리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절개를 지킨다는 뜻

 

o    귀또리 귀또리

 

작자 미상

 

노랫말

귀또리 저 귀또리 어여뿔사 저 귀또리

지는 달 새는 밤에 절절이 슬피울어 사창에 여윈 잠을 살뜨리도 다 깨운다

네 비록 미물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기는 너뿐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혼자 보내는 쓸쓸한 밤의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귀또리 저 귀또리 어여뿔사 저 귀또리: 귀뚜라미 귀뚜라미 가엾은 저 귀뚜라미. ‘어여뿌다는 가련하다는 뜻.

 

지는 달 새는 밤에 절절이 슬피울어 사창에 여윈 잠을 살뜨리도 다 깨운다: 달이 저무는 깊은 밤에 절절이 슬프게 울어 얇은 창 너머 풋잠을 빈틈없이 다 깨운다

 

네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뜻알기는 너뿐인가: 너는 비록 미물이나 님 없는 외로운 빈 방에 내 마음 아는 건 너뿐인가 하노라

 

o    기러기 떼떼 많이 앉은 곳에

 

작자 미상

 

노랫말

기러기 떼떼 많이 앉은 곳에 포수야 총을 함부로 놓지를 마라

새북강남(塞北江南) 오고가는 길에 그리든 임의 소식을 뉘 전하리

우리도 강성오월(江城五月)에 낙매곡(落梅曲) 듣든 사람이매로 아니놓고 삼가오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기러기를 그리운 임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으로 여겨, 총을 쏘지 말라고 부탁한다. 님의 소식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기러기 떼떼 많이 앉은 곳에 포수(砲手)야 총을 함부로 놓지를 마라: 기러기 떼 많이 앉은 곳에 포수야 총을 함부로 쏘지 마라

 

새북강남(塞北江南) 오고가는 길에 그리든 임의 소식(消息)을 뉘 전하리: 북쪽에서 저 먼 남쪽까지 오가는 길에 그리운 임의 소식 누가 전하리. ‘새북(塞北)’은 중국 북쪽 변방, ‘강남(江南)’은 양자강 이남으로 아주 멀리 떨어진 사이를 뜻함.

 

우리도 강성오월(江城五月)에 낙매곡(落梅曲) 듣든 사람이매로 아니놓고 삼가오: 우리도 이백이 고향을 그리며 지은강성오월에 낙매곡을 듣던 사람들이므로 임 향한 그리움 잘 알아 총 쏘는 것을 삼가오. ‘강성(江城, 장청)’은 중국 광동성 양장에 있는 구로 장강(長江)이 시작되는 곳. 이백(李白)의 시에황학루(黃鶴樓)에서 옥피리 부니 오월(五月) 강성(江城)에 매화(梅花)가 떨어지네라는 구절이 있다.

 

o    기러기 산이로 잡아

 

작자 미상

 

노랫말

기러기 산이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임의 집 가는 길을 역력히 가르쳐두고

밤중만 임 생각날 제면 소식 전케 하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기러기를 훈육시켜 님에게 내 마음을 전하겠다는 바람을 담은 노래다.

 

기러기 산이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기러기 산 채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임의 집 가는 길을 역력(歷歷)히 가르쳐두고: 님의 집 가는 길을 똑똑히 가르쳐두고

 

밤중만 임 생각날 제면 소식(消息) ()케 하리라: 밤중에 님 생각날 때면 님에게 소식 전하게 하리라

 

o    한양팔경가

 

지은이

김월하(金月荷, 1918~1996) 명인의 시조창 「한양팔경가」는 예로부터 내려온 시조가 아니라 누군가가 정도전의 「팔경시(八景詩)」를 보고 새롭게 요약해서 노랫말을 만들고, 그것을 김월하가 시조창으로 만들어 부른 것이다.

 

노랫말

기전산하(畿甸山河) 으뜸이요 도성궁원(都城宮苑)도 진경(珍景)이라

열서성공(列署星拱)은 제방기포(諸坊碁布)요 동문교장(東門敎場)에 서강조박(西江漕泊)도 한성팔경(漢城八景)에 꼽히노라

남도행인(南渡行人) 그 모습도 북교목마(北郊牧馬)도 진경이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창은 시조 형식을 빌려와 정도전의 「팔경시(八景詩)」를 노래한 것이다. 정도전의 「팔경시(八景詩)」는 1398년 한양 도성과 궁궐 등이 완비됨에 따라 그 기념으로 지은 한시(漢詩)이다.

 

기전산하(畿甸山河) 으뜸이요 도성궁원(都城宮苑)도 진경(珍景)이라: 서울 근방의 산과 물 으뜸이요 도성의 궁전과 정원도 진귀한 풍경이라. ‘기전(畿甸)’은 수도 한양을 중심으로 사방 오백 리 이내의 지역을 뜻하는 말로 경기도 일원을 부르던 칭호다.

 

열서성공(列署星拱)은 제방기포(諸坊碁布)요 동문교장(東門敎場)에 서강조박(西江漕泊)도 한성팔경(漢城八景)에 꼽히노라: 여러 관청들이 별처럼 늘어서 있고, 백성의 살림집은 바둑판 위의 바둑돌처럼 나란하다. 동대문 밖 군사 훈련장의 위엄은 물론이고 마포나루에 곡식 실어 나르는 배들의 풍요로움도 서울 팔경(八景)에 꼽히노라.

 

남도행인(南渡行人) 그 모습도 북교목마(北郊牧馬)도 진경이라: 남쪽 노량진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북쪽 말 목장에 노니는 말들도 진경이라

 

o    꿈에 다니는 길이

 

지은이

이명한(李明漢, 1596~1645)은 광해군 및 인조 시대의 문신이다. 도승지, 대제학 등을 역임했고,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항복을 반대한척화파의 한 사람이다.

 

노랫말

꿈에 다니는 길이 자취 곧 나량이면

임의 집 창밖에 석로(石路)라도 달으련마는

꿈길이 자취 없으니 그를 슬워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꿈속에서도 임을 생각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드러난다. 여기서의 임은 선조 임금일 가능성이 크다.

 

꿈에 다니는 길이 자취 곧 나량이면: 꿈에 다니는 길이 자취라도 남는다면

 

임의 집 창()밖에 석로(石路)라도 달으련마는: 님의 집으로 난 길이 돌길이라도 닳을 텐데

 

꿈길이 자취 없으니 그를 슬워 하노라: 꿈길에는 자취가 남지 않으니 슬퍼하노라

 

o    꿈은 고향 가건마는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꿈은 고향 가건마는 나는 어이 못 가는고

꿈아 너는 어느 사이 고향만리 먼먼길을 지척(咫尺)같이 다녀왔뇨 당상학발양친(堂上鶴髮兩親) 기체후(氣體候) 일향만강(一向萬康)하옵시며 규중(閨中)에 홍안유부(紅顔幼婦) 어린 동생들과 가택제절(家宅諸節)이 무양(無恙)턴가

편키야 편타마는 고향만리 그대의 소식 몰라 글로 장탄수심(長歎愁心)인가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먼 곳에서 고향을 그리며 지은 노래이다.

 

꿈은 고향 가건마는 나는 어이 못 가는고: 꿈은 고향을 가건만 나는 어찌 못 가는가

 

꿈아 너는 어느 사이 고향만리(故鄕萬里) 먼먼길을 지척(咫尺)같이 다녀왔뇨 당상학발양친(堂上鶴髮兩親) 기체후(氣體候) 일향만강(一向萬康)하옵시며 규중(閨中)에 홍안유부(紅顔幼婦) 어린 동생들과 가택제절(家宅諸節)이 무양(無恙)턴가: 꿈아 너는 어느 사이 고향으로 가는 먼 길을 가까운 곳처럼 다녀왔느냐. 학처럼 머리가 흰 부모님은 건강하시며 안방에 있는 뺨 붉은 아내와 어린 동생들과 집안의 여러 사정들에게 아무 탈도 없더냐.

 

편키야 편타마는 고향만리 그대의 소식 몰라 글로 장탄수심(長歎愁心)인가: 편하기는 하지만 고향의 소식을 몰라 글로 탄식하며 근심하노라

 

o    나무도 돌도 바위도 없는 뫼에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나무도 돌도 바위도 없는 뫼에 매에게 쫓긴 까투리 안과

대천(大川) 바다 한가운데 일천석(一千石)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끊고 용총(龍驄)도 걷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남고 사면이 검어 어둑저뭇 천지적막 가치노을 떴는데 수적(水賊) 만난 도사공(都沙工)의 안과

엊그제 임 여흰 나의 안이야 엇다가 가을하리요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임을 잃은 아픔과 비교할 수 있는 절망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나무도 돌도 바위도 없는 뫼에 매에게 쫓긴 까투리 안과: 무방비 상태에서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꿩의 암컷)의 마음과

 

대천(大川) 바다 한가운데 일천석(一千石)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끊고 용총(龍驄)도 걷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千里萬里) 남고 사면(四面)이 검어 어둑저뭇 천지적막(天地寂寞) 가치노을 떴는데 수적(水賊) 만난 도사공(都沙工)의 안과: 대천 앞바다에 곡식 천석을 실은 배가 노도 잃고 닻도 잃고 용총도 끊어지고 키도 없는 와중에 바람 불고 안개 자욱하며 갈 길은 먼데 바다는 어두워지고 거센 파도마저 치는 상황에서 해적을 만난 선장의 마음과. ‘가치노을은 거센 파도가 이는 바다.

 

엊그제 임 여흰 나의 안이야 엇다가 가을하리요: 엊그제 임을 잃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비교하리요. ‘가을하리요는 비교하다는 뜻.

 

o    나비야 청산가자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나비야 청산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 날 저물면은 꽃 속에서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커든 잎에서라도 자고 가자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속세를 벗어나 거짓과 온갖 죄악, 다툼, 고통이 없는 이상적 세계로 함께 가자는 내용으로 읽히기도 하고, 꽃과 나비를 등장시킨 것으로 보아 여색을 즐기는 한량의 음풍농월로 읽히기도 한다. 어려운 한자어 없이 쉬운 우리말로 잘 자여져 있는 시조다.

 

나비야 청산(靑山)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야, 호랑나비야, 함께 청산(자연)으로 가자

 

가다가 날 저물면은 꽃 속에서 자고 가자: 가다가 날이 저물면 꽃 속에서라도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커든 잎에서라도 자고 가자: 꽃이 푸대접하면 잎에서라도 자고 가자

 

o    낙양삼월시에

 

지은이

임의직(任義直, 생몰년 미상)은 조선 후기의 가객(歌客)으로 노래로 이름이 났고 거문고에도 뛰어났다.

 

노랫말

낙양삼월시(洛陽三月時)에 궁류(宮柳)는 황금지(黃金枝)로다

춘복(春服)이 기성(旣成)커늘 소거(小車)에 술을 싣고 도리원(桃李園) 찾아들어 동풍으로 쇄소(灑掃)하고 방초(芳草)로 자리 삼아 노자작앵무배(鸕酌鸚鵡杯)로 일배일배(一盃一盃) 취케 먹고 취생고황(吹笙鼓篁)하며 영가무도(咏歌舞蹈)할 제 일이서(日已西)하고 월부동(月復東)이라

아희야 춘풍이 몇 날이냐 임간(林間)에 숙불귀(宿不歸)를 하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봄날 풍류를 즐기는 가객의 하루를 그려냈다.

 

낙양삼월시(洛陽三月時)에 궁류(宮柳)는 황금지(黃金枝)로다: 낙양의 3월에 궁궐 버드나무는 황금빛이로다. 이백의 시에서 따왔다.

 

춘복(春服)이 기성(旣成)커늘: 봄옷이 새로 마련되거늘. 『논어』에서 나온 말.

 

소거(小車)에 술을 싣고 도리원(桃李園) 찾아들어 동풍(東風)으로 쇄소(灑掃)하고 방초(芳草)로 자리 삼아: 작은 수레에 술을 싣고 복숭아와 오얏꽃이 핀 정원에 가 동풍으로 쓸고 닦아 깨끗이 하고 향기로운 풀 위에 앉아

 

노자작앵무배(鸕鶿酌鸚鵡杯): 가마우지 술병의 술을 앵무새 부리처럼 생긴 술잔에 따르고. 이백의 『양양가(襄陽歌)』에서 따온 말.

 

일배일배(一盃一盃) 취케 먹고 취생고황(吹笙鼓篁)하며 영가무도(咏歌舞蹈)할 제 일이서(日已西)하고 월부동(月復東)이라: 한잔 또 한잔 취하게 마시면서 생황을 불고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때 해는 이미 지고 달은 다시 뜨는구나

 

아희야 춘풍(春風)이 몇 날이냐 임간(林間)에 숙불귀(宿不歸)를 하리라: 아이야 봄날이 얼마나 되겠느냐, 오늘은 숲속에서 자고 돌아가지 않겠다

 

o    남훈전 순제금을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남훈전(南薰殿) 순제금(舜帝琴)을 하은주(夏殷周)에 전하오서

진한당(秦漢唐) 자패간과(自覇干戈)와 송제량(宋齊梁) 풍우건곤(風雨乾坤)에 왕풍(王風)이 위지(委地)하여 정성(正聲)이 끊어졌더니

동방에 성인(聖人)이 나오셔 탄오현가남풍(彈五絃歌南風)을 이어볼까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남훈전(南薰殿) 순제금(舜帝琴)을 하은주(夏殷周)에 전()하오서: 순임금이 남풍가를 짓고 오현금을 타던 태평성대가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로 이어졌는데

 

진한당(秦漢唐) 잡패간과(雜覇干戈)와 송제량(宋齊梁) 풍우건곤(風雨乾坤)에 왕풍(王風)이 위지(委地)하여 정성(正聲)이 끊어졌더니: 진나라, 한나라, 당나라에 이르러서는 여러 패왕들이 다투고 송나라, 제나라, 양나라에 이르러서는 여러 전쟁으로 말미암아 왕의 위엄이 땅에 떨어졌더라

 

동방(東方)에 성인(聖人)이 나오셔 탄오현가남풍(彈五絃歌南風)을 이어볼까 하노라: 우리나라에 성인이 나와 순임금 때와 같은 태평성대를 이어볼까 하노라. ‘탄오현가남풍은 순임금이 오현금을 타고 남풍가를 노래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

 

o    벗이 몇이나 하니

 

지은이

윤선도(尹善道, 1587~1671)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문인이다. 호는 고산(孤山). 전남 보길도를 배경으로 「어부사시사」를 짓는 등 많은 시조 작품을 남겼다.

 

노랫말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이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자연과 함께 사는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내 벗이 몇이나 되겠나. 물과 돌 그리고 소나무와 대나무뿐이다.

 

동산에 달이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동산에 달이 뜨면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무엇을 더하랴, 이 다섯만 있으면 그만이다

 

o    집을 찾으랴면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내 집을 찾으랴면 아니 묻고 못찾느니 촌명(村名)은 오류촌(五柳村)이요 당호(堂號)는 이르기를 백화당(百花堂)이라

송단(松檀)에 학이 울고 시비(柴扉)에 청삽사리 짖어있고 원장전(垣墻前) 화계상(花階上)에 백붕(白鷳)이 잠든 곁에 앵무게 물으면 답하나니

동자야 문전(門前)에 날 찾는 벗님 오시거든 후원별당(後園別堂)으로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산골 마을의 집 풍경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면서 친구 사이의 돈독한 정에 대해 노래한다.

 

내 집을 찾으랴면 아니 묻고 못찾느니 촌명(村名)은 오류촌(五柳村)이요 당호(堂號)는 이르기를 백화당(百花堂)이라: 내 집을 찾으려면 안 묻고는 못찾는데 마을 이름은 오류촌이고 집 이름은 백화당이라

 

송단(松檀)에 학이 울고 시비(柴扉)에 청삽사리 짖어있고 원장전(垣墻前) 화계상(花階上)에 백붕(白鷳)이 잠든 곁에 앵무게 물으면 답하나니: 소나무 위에 학이 울고 사립문에 청삽살개가 짖고 울타리 앞 꽃밭에 흰 꿩이 잠든 옆에 앵무새에게 물으면 답하나니

 

동자야 문전(門前)에 날 찾는 벗님 오시거든 후원별당(後園別堂): 아이야 문 앞에 날 찾는 벗이 오거든 후원별당으로 모시거라

 

o    녹수청산 깊은 골에

 

지은이

이의현(李宜顯, 1669~1745)은 조선 영조 때의 문신이다. 영의정을 지냈고 글씨에도 능했다.

 

노랫말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 골에 청려완보(靑藜緩步) 들어가니

천봉(千峯)에 백운이요 만학(萬壑)에 연무(烟霧)로다

이곳이 경개 좋으니 예 와 늙자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자연과 합일하는 삶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다.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 골에 청려완보(靑藜緩步) 들어가니: 녹수청산 깊은 골에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걸어가니

 

천봉(千峯)에 백운(白雲)이요 만학(萬壑)에 연무(烟霧)로다: 수많은 봉오리에는 흰 구름이요, 골짜기마다 안개로다

 

이곳이 경개(景槪) 좋으니 예 와 늙자(하노라): 이곳이 경치가 좋으니 여기 와서 늙을 때까지 살자

 

o    녹양이 천만산들

 

지은이

이원익(李元翼, 1547~1634)은 조선 선조 때 문신이다. 영의정을 지냈고, 문장에도 능하였다.

 

노랫말

녹양(綠楊)이 천만산(千萬絲)들 가는 춘풍 매어두며

탐화봉접(探花蜂蝶)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리

아무리 사랑이 중한들 가는 님을 어이하리

 

풀이 및 해설

이원익의 이 시조는 떠나는 님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데, 이겨서 님은 사랑하는 남녀일 수도 있고 임금일 수도 있다.

 

녹양(綠楊)이 천만산(千萬絲)들 가는 춘풍(春風) 매어두며: 푸른 버드나무가 천만 가지로 늘어져 있지만 봄바람은 잡을 수 없으며

 

탐화봉접(探花蜂蝶)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리: 꽃을 찾아다니는 벌과 나비인들 지는 꽃은 어찌할 것인가

 

아무리 사랑이 중한들 가는 님을 어이하리: 아무리 사랑이 깊고 무거워도 떠나는 님을 어찌하리. 즉 내 의지대로 님을 붙잡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o    누구 자는 창밖에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누구 나 자는 창밖에 벽오동을 심으돗던고

월명정반(月明庭畔)에 영파사(影婆娑)도 조커니와

밤중만 굴근 빗소리에 애긋는 듯 하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벽오동이 심어진 뜰의 정한(情恨)을 노래한다.

 

누구 나 자는 창()밖에 벽오동(碧梧桐)을 심으돗던고: 누가 내가 자는 창밖에 벽오동 나무를 심어 두었느냐

 

월명정반(月明庭畔)에 영파사(影婆娑)도 좋거니와: 달빛 밝은 뜰에 벽오동 그림자가 너울대는 것도 좋지만

 

밤중만 굴근 빗소리에 애긋는 듯 하여라: 밤중에 굵은 빗소리가 오동잎을 두드리는 소리는 차마 견디기 힘들구나

 

o    눈맞아 휘어진 대를

 

지은이

원천석(元天錫, 1330~?)은 고려 말 충신이었다. 조선 왕조가 개국하자 치악산에 들어가 은둔생활을 하였다 한다.

 

노랫말

눈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 굽다던고

굽을 절()이면 눈 속에 푸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高節)은 대뿐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원천석이 태종 이방원을 가르친 바가 있어 태종이 즉위한 다음 여러 차례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대나무와 같은 절개를 노래한 시조이다.

 

눈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 굽다던고: 눈을 맞아 대나무가 휘어진 것을 누가 굽었다 하느냐

 

굽을 절()이면 눈 속에 푸를소냐: 대나무가 굽을 것 같으면 눈 속에서 푸르겠느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高節)은 대뿐인가 하노라: 아마도 찬 겨울에도 높은 절개를 지키는 것은 대나무뿐인가 하노라

 

o    단풍은 반만 붉고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단풍은 반만 붉고 시냇물은 맑았는데

여울에 그물 치고 바위 우희 누웠으니

아마도 무사(無事) 한신(閑身)은 나 뿐인가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자연을 벗 삼아 속세 번민을 잊는 한량의 여유로움을 노래한다.

 

단풍(丹楓)은 반()만 붉고 시냇물은 맑았는데: 단풍은 반만 물들고 시냇물은 맑은데. 가을 초입임을 의미한다.

 

여울에 그물 치고 바위 우희 누웠으니: 여울에 그물 치고 바위 위에 누우니

 

아마도 무사(無事) 한신(閑身)은 나 뿐인가: 아마도 아무 일없이 몸이 한가한 사람은 나 뿐인가

 

o    밝고 서리친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달 밝고 서리친 밤 울고가는 저 기러기아

소상동정(瀟湘洞庭) 어데 두고 여관한등(旅館寒燈) 잠든 나를 깨우느니

밤중만 네 울음 한 소리에 잠 못 이뤄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기러기 울음소리에 고향 생각이 도져 잠 못 이루는 나그네의 설움을 노래한다.

 

달 밝고 서리친 밤 울고가는 저 기러기아: 달 밝고 서리 내린 밤, 즉 겨울밤에 울고가는 기러기야

 

소상동정(瀟湘洞庭) 어데 두고 여관한등(旅館寒燈) 잠든 나를 깨우느니: 소수(瀟水) 상강(湘江)과 동정호(洞庭湖)는 어디 두고 여관 차가운 불빛 아래 잠든 나를 깨우느냐. ‘소상동정은 중국 호남성 동정호와 그 남쪽 소수와 상강을 아울러 이르는 말.

 

밤중만 네 울음 한 소리에 잠 못 이뤄 하노라: 이 밤 네 울음소리에 잠 못 이루는구나

 

o    담안에 섯는 꽃이

 

지은이

신헌조(申獻朝, 1752~1807)는 정조, 순조 때의 문신이다. 여러 시조가 전한다.

 

노랫말

담안에 섯는 꽃이 모란인가 해당화인가

해뜩발긋 피어 있어 남의 눈을 놀래는다

두어라 임자 있으랴 나도 꺾어 보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중의적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장난삼아 기생에 대한 욕구를 표현했다. ‘해뜩발긋은 꽃이 발그레하게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을 형용하는 말.

 

담안에 섯는 꽃이 모란(牧丹)인가 해당화(海棠花)인가: 울타리에 핀 꽃이 모란인가 해당화인가

 

해뜩발긋 피어 있어 남의 눈을 놀래는다: 울긋불긋 피어 있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두어라 임자 있으랴 나도 꺾어 보리라: 꽃에 주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도 꺾어봐야겠다.

 

o    도화 이화 행화 방초들아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도화 이화 행화 방초(芳草)들아 일년춘광(一年春光)을 한치 마라

너희는 그리하여도 여천지무궁(與天地無窮)이라

우리는 백세뿐이니 그를 설워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봄꽃은 한 철 은 잠시 피지만, 한 해가 가면 또 피어남을 노래한다. 하지만 인간은 백 년도 못 사니, 자연에 비해 삶의 유한성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도화(桃花) 이화(梨花) 행화(杏花) 방초(芳草)들아 일년춘광(一年春光)을 한()치 마라: 복숭아꽃, 배꽃, 살구꽃, 그리고 풀들아, 일 년 봄빛을 아쉬워 마라

 

너희는 그리하여도 여천지무궁(與天地無窮)이라: 꽃들은 봄에 피고 지지만 천지와 함께 끝이 없으라

 

우리는 백세(百歲)뿐이니 그를 설워하노라: 인간은 백 년 살기 어려우니 그를 슬피하노라

 

o    동지달 기나긴 밤을

 

지은이

황진이(黃眞伊,

생몰년 미상)는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이다. 여러 한시와 시조가 전한다.

 

노랫말

동지(冬至)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풀이 및 해설

황진이의 이 시조는 동짓달 긴긴밤을 홀로 보내는 심정이 잘 드러나 있는 노래다.

 

동지(冬至)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허리를 베듯이 뚝 잘라 베여 내어, 즉 기다림의 세월과 마음속의 한을 베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그 베어낸 한을)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서리서리는 노끈이나 새끼 등을 서리어 놓는 모양

 

어룬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어룬님은 어른, 통정(通情)한 사람, 즉 정인(情人)이다. 정인이 오면 이불 속에 묻어두었던 그 기다림의 한을 펴서 보여주겠다.

 

o    동창이 밝았느냐

 

지은이

남구만(南九萬, 1629~1711)은 숙종 때의 문신. 영의정을 지냈다.

 

노랫말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희놈은 상긔 아니 일었느냐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풀이 및 해설

근면성실함의 미덕을 강조한 시조이다.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노고지리가 우는 것을 보니 이미 동쪽 창에 해가 떠서 밝았다

 

소 치는 아희놈은 상긔 아니 일었느냐: 소치는 아이는 아직도 아니 일어났느냐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사래는 이랑이다. 재 너머에 있는 이랑 긴 밭을 언제 갈겠느냐는 뜻.

 

o    두견아 우지마라

 

지은이

이정보(李鼎輔, 1693~1766)는 조선 후기의 문신(文臣)이다. 예조판서 등을 역임했다. 글씨와 한시에 능했고 많은 시조를 남겼다. 은퇴 후 10여 명의 가기(歌妓)를 양성하기도 했다.

 

노랫말

두견아 우지마라 이제야 내 왔도다

이화도 피어있고 새달도 돋아있다

강산에 백구 있으니 맹세 풀이 하리라

 

풀이 및 해설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겠다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시조이다.

 

두견아 우지마라 이제야 내 왔도다: 두견새야 울지마라 이제야 내가 왔다

 

이화(梨花)도 피어있고 새달도 돋아있다: 배나무꽃도 피어있고 달도 환히 떴단다

 

강산(江山)에 백구(白鷗) 있으니 맹세(盟誓) 풀이 하리라: 강산에 흰 갈매기 훨훨 날고 있으니, 자연 속에서 한가로이 살겠다던 맹세를 마음껏 풀어보려 한다

 

o    등왕고각이 임강저하여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등왕고각(滕王高閣)이 임강저(臨江渚)하여 패옥명란파가무(佩玉鳴鑾罷歌舞)

화동조비남포운(畵棟朝飛南浦雲)이요 주렴모권서산우(珠簾暮捲西山雨)라 한운담영일유유(閑雲潭影日悠悠)하니 물환성이도기추(物換星移度幾秋)

각중제자금하재(閣中帝子今何在)오 함외장강공자류(檻外長江空自流)로다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왕발의 「등왕각서(滕王閣序)」 마지막 부분을 노래했다.

 

등왕고각(滕王高閣)이 임강저(臨江渚)하여: 당나라 시인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이다.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등왕고각임강저 滕王高閣臨江渚  등왕의 높은 누각은 강가에 있는데

패옥명란파가무 佩玉鳴鑾罷歌舞  패옥소리 방울소리 울리던 가무도 끝이 났구나

화동조비남포운 畵棟朝飛南浦雲  아름다운 누각 용마루 위로 남포의 아침 흰 구름 흐르고

주렴모권서산우 朱簾暮捲西山雨  붉은 발 저녁 때 걷으면 서산에 비가 내리네

한운담영일유유 閑雲潭影日悠悠  한가로운 구름 연못 속에 잠기고 해는 유유히 지나가는데

물환성이도기추 物換星移度幾秋  만물은 바뀌고 별자리 옮겨가니 몇 해나 지났는고

각중제자금하재 閣中帝子今何在  누각의 황자는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함외장강공자류 檻外長江空自流  난간 밖의 장강은 저렇게 흐르는데

 

o    땅은 천하제일강산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땅은 천하제일강산(天下第一江山) 강남풍월한다년(江南風月閑多年)에 시절은 삼월동풍 구추단풍 금수강산이 여기로다

벗님은 이팔청춘 문무겸전(文武兼全) 호기(豪氣)한 가곡(歌曲) 소리 명필명화(名筆名畵) 호변객(好辯客) 기남자(寄男子)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簞瓢子)

이중에 태도 좋고 능가능무(能歌能舞) 문필(文筆) 겸한 기생 불가무재(不可無哉)인저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풍월과 예술의 낭만이 오히려 사라진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듯하다. 비록 가난하나 재주 많은 쾌남아인 자신의 벗과 교류할 만한 수준 높은 기생이 없음을 탄식하는 노래이다.

 

땅은 천하제일강산(天下第一江山) 강남풍월한다년(江南風月閑多年): 세상에서 가장 비옥한 강산에 강남의 풍월은 여러 해 한산하고

 

시절(時節)은 삼월동풍(三月東風) 구추단풍(九秋丹楓) 금수강산(錦繡江山)이 여기로다: 봄에는 봄바람 불고 가을에는 단풍 드는 금수강산이 여기로다

 

벗님은 이팔청춘(二八靑春) 문무겸전(文武兼全) 호기(豪氣)한 가곡(歌曲) 소리: 열여섯 청춘에 문무를 다 갖춘 친구는 씩씩한 노랫소리를 지녔으며

 

명필명화(名筆名畵) 호변객(好辯客) 기남자(寄男子)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簞瓢子): 글씨와 그림에도 뛰어나고 말솜씨도 훌륭한 팔방미인인데 긴 지팡이와 짚신 한 켤레, 그리고 표주박 하나밖에 가진 것 없구나

 

이중에 태도(態度) 좋고 능가능무(能歌能舞) 문필(文筆) 겸한 기생 불가무재(不可無哉)인저: 이 중에 성품 바르며 노래와 춤에 능하고 문필을 겸해 내 친구와 어울릴 기생은 과연 없단 말인가

 

o    마음이 지척이면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라도 지척이오

마음이 천리오면 지척도 천리로다

우리는 각재천리(各在千里)오나 지척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남녀의 연정에 대하여 노래한다. 은근히 상대방을 유혹하는 노래다.

 

마음이 지척(咫尺)이면 천리(千里)라도 지척(咫尺)이오: 마음이 가까우면 아무리 멀어도 곁에 있는 듯하고

 

마음이 천리(千里)오면 지척(咫尺)도 천리(千里)로다: 마음이 멀면 아무리 가까워도 멀리 있는 듯하다

 

우리는 각재천리(各在千里)오나 지척(咫尺)인가 하노라: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곁에 있는 것만 같다

·       만수산 만수동에

 

지은이

노진(, 1518~1578)은 조선 중기의 청백리이자 문신이다.

 

노랫말

만수산(萬壽山) 만수동(萬壽洞)에 만수천(萬水泉)이 있더이다

이 물로 술을 빚어 만수주(萬壽酒)이라 하더이다

진실로 이 잔 잡으시면 만수무강하리이다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연회에서 주인공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권배가(勸杯歌).

 

만수산(萬壽山) 만수동(萬壽洞)에 만수천(萬水泉)이 있더이다: 만수산이라는 산에 만수동이라는 계곡이 있고 거기 만수천이라는 냇가가 있더라

 

이 물로 술을 빚어 만수주(萬壽酒)이라 하더이다: 그 냇물로 술을 빚은 것을 만수주라고 하는데

 

진실로 이 잔 잡으시면 만수무강(萬壽無疆)하리이다: 정말로 그 술을 마시면 만수무강할 것이다

 

o    매암이 맵다 울고

 

지은이

이정신(李廷藎, 생몰년 미상)은 조선 영조 때의 가인(歌人). 호는 백회재(百悔齋). 여러 가집에 시조 10여 수가 전한다.

 

노랫말

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우니

산채를 맵다는가 박주(薄酒)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해 산나물과 맛없는 술도 달게 먹는 선비의 겸허한 마음을 노래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고, 속세의 일들에 관심이 없는 세속 초월의 태도로도 볼 수 있다.

 

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우니: 매미가 맵다고 울고 쓰르라미는 쓰다고 우니

 

산채(山菜)를 맵다는가 박주(薄酒)를 쓰다는가: 산나물을 맵다고 하는가 맛없는 술을 쓰다고 하는가

 

우리는 초야(草野)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우리는 궁벽한 시골 땅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o    산에 황혼이 드니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먼산에 황혼이 드니 강촌에 연기 인다

종일토록 낚은 고기 주염주염 꿰어 들고 징검다리 건너가 오두막 술집으로 돌아드는 저 늙은이

아마도 영욕(榮辱)이 무관(無關)이라 그를 부러워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세상 영욕을 초월한 한 평범한 노인의 일상을 부러워하는 벼슬아치의 심정을 노래한다.

 

먼산에 황혼이 드니 강촌에 연기 인다: 먼 산에 노을 질 때 강가 마을에는 밥 짓는 연기가 인다

 

종일토록 낚은 고기 주염주염 꿰어 들고 징검다리 건너가 오두막 술집으로 돌아드는 저 늙은이: 종일토록 낚은 물고기 주렁주렁 들고 징검다리 건너 오두막 술집에 드는 저 노인

 

아마도 영욕(榮辱)이 무관(無關)이라 그를 부러워하노라: 아마도 부귀영화나 치욕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테니 부러울 수밖에 없다

 

o    명년 삼월에 오시마더니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명년 삼월에 오시마더니 명년이 한()이 없고 삼월도 무궁(無窮)하다

양류청(楊柳靑) 양류황(楊柳黃)은 청황변색(靑黃變色)이 몇 번이며 옥창앵도(玉窓櫻桃) 붉었으니 화개화락(花開花落)이 얼마인고

한단침(邯鄲枕) 빌어다가 장주호접(莊周胡蝶)이 잠간되어 몽중상봉(夢中相逢) 하잤더니

장장춘일(長長春日) 단단야(短短夜)에 전전반측(輾轉反側) 잠 못 일워 몽불성(夢不成)을 어이하리

가지어(加之於) 양안원성(兩岸猿聲) 제부진()(啼不盡)()허고 야월공산(夜月空山) 두견성(杜鵑聲)에 겨우 든 잠 다 깨는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임 향한 애절한 그리움을 노래한다.

 

명년(明年) 삼월(三月)에 오시마더니 명년이 한()이 없고 삼월도 무궁(無窮)하다: 내년 삼월에 오신다더니 내년이 수없이 지나가고 삼월도 끝없이 가버렸다

 

양류청(楊柳靑) 양류황(楊柳黃)은 청황변색(靑黃變色)이 몇 번이며 옥창앵도(玉窓櫻桃) 붉었으니 화개화락(花開花落)이 얼마인고: 푸른 버들잎 누렇게 색이 변한 게 몇 번이며 옥으로 만든 창에 앵두 붉게 피었다가 꽃 떨어진 세월이 얼마인가

 

감단침(邯鄲枕) 빌어다가 장주호접(莊周胡蝶)이 잠간되어 몽중상봉(夢中相逢) 하잤더니: 감단침(베개 이름) 빌려다가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처럼 꿈속에서 만나자고 하려 했건만

 

장장춘일(長長春日) 단단야(短短夜)에 전전반측(輾轉反側) 잠 못 일워 몽불성(夢不成)을 어이하리: 길디긴 봄날 짧디짧은 밤에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뤄 꿈을 꾸지 못하니 어찌할까

 

가지어(加之於) 양안원성(兩岸猿聲) 제부진(啼不盡)허고 야월공산(夜月空山) 두견성(杜鵑聲)에 겨우 든 잠 다 깨는가 하노라: 게다가 언덕의 구슬픈 원숭이 울음소리 멈출 줄 모르고 달 밝은 밤 깊은 산중 두견새 소리도 들리니 겨우 들려던 잠도 다 깨고 마는구나

 

o    모란은 이요

 

지은이

김수장(金壽長, 1690~?)은 조선 숙종, 영조 연간의 가인(歌人). 『해동가요(海東歌謠)』를 편찬했다. 130수 정도의 시조 작품을 남겼다.

 

노랫말

모란은 화중왕(花中王)이요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는 소인(小人)이라 국화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는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이라 규화(葵花)는 무당이요 해당화는 창녀(娼女)로다

이 중에 이화(李花)는 시객(詩客)이요 홍도벽도(紅桃碧桃) 삼색도(三色桃)는 풍류랑(風流郞)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향일화는 해바라기, 행화는 살구꽃, 석죽화는 패랭이꽃, 규화는 접시꽃. 홍도벽도 삼색도는 세 가지 빛깔이 나는 복숭아꽃을 가리킨다.

 

모란은 화중왕(花中王)이요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모란은 꽃 중의 왕이고 해바라기는 충직한 신하로다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는 소인(小人)이라 국화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는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이라 규화(葵花)는 무당이요 해당화는 창녀(娼女)로다: 연꽃은 군자이고 살구꽃은 소인배이며 국화는 은둔하는 선비이고 매화는 가난한 선비로다 박꽃은 노인이고 패랭이꽃은 소년이로다 또 접시꽃은 무당이고 해당화는 창녀로다

 

이 중에 이화(李花)는 시객(詩客)이요 홍도벽도(紅桃碧桃) 삼색도(三色桃)는 풍류랑(風流郞)인가 하노라: 이 중에 자두꽃은 시인이고 삼색 복숭아꽃은 풍류를 즐기는 젊은이인가 하노라

 

o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두루삼아 감삼다가

가다가 한가운데 뚝 끊쳐지옵거든 호치단순(晧齒丹脣)으로 홈빨며 감빨아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두끝 마조 잡아 배 부쳐 이으리라 저 모시를

우리도 사랑 그쳐갈 제 저 모시 같이 이으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모시 길쌈을 할 때 중간에 끊어지면 다시 실을 잇듯이 사랑도 이어가자는 염원을 담고 있다.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두루삼아 감삼다가: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두루 삼아 감치고 삼아. 삼는다는 것은 모시를 비벼 꼬아 잇는 행위.

 

가다가 한가운데 뚝 끊쳐지옵거든 호치단순(晧齒丹脣)으로 홈빨며 감빨아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두끝 마조 잡아 배 부쳐 이으리라 저 모시를: 모시가 끊어지면 이와 입술로 이리저리 빨아서 손으로 두 끝을 마주 잡고 모시를 이어리라

 

o    바람도 쉬어 넘는 고개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바람도 쉬어 넘는 고개 구름이라도 쉬어 넘는 고개

산진(山陣)이 수진(水陳)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라도 다 쉬어 넘는 고봉장성령(高峯長城嶺) 고개

그 너머 임 왔다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어 넘어 가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나는 새도 쉬어 넘는 높은 고개라 할지라도 그 너머에 임이 있다면 한 번도 쉬지 않고 넘어가겠다는 뜨거운 연모의 마음을 노래한다.

 

산진(山陣)이 수진(手陳)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라도 다 쉬어 넘는 고봉장성령(高峯長城嶺) 고개: 산진이, 수진이, 해동청 보라매는 모두 매의 종류. 산진이는 산에서 자란 매이며 수진이는 사람 손에서 길러진 매다. ‘고봉장성령은 높고 높은 고개를 뜻한다.

 

o    바람아 부지를 마라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바람아 부지를 마라 휘어진 정자나무 잎이 다 떨어진다

세월아 가지 마라 장안 호걸(豪傑)이 다 늙는다

백발이 네 짐작하여 더디 늙게 하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세월의 흐름을 붙잡으려는 애처로운 소망을 담고 있다.

 

바람아 부지를 마라 휘어진 정자나무 잎이 다 떨어진다: 바람아 불지 마라 휘어진 정자나무 잎 다 떨어진다

 

세월아 가지 마라 장안(長安) 호걸(豪傑)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 마라 서울의 호걸들이 다 늙는다

 

백발이 네 짐작하여 더디 늙게 하여라: 바람아 호걸들의 흰머리를 짐작해서 천천히 늙게 하여라

 

o    바람은 지동치듯 불고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바람은 지동(地動)치듯 불고 궂인 비는 붓듯이 온다

눈 정()에 거룬님을 오늘 밤 서로 만나자 허고 판첩쳐서 맹서 받았더니 이 풍우 중에 제 어이오리

진실로 오기곳 오량이면 연분(緣分)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폭우가 쏟아지는 밤, 만나기를 약속한 임이 궂은 비바람을 뚫고라도 와주기를 기대하는 순정을 노래한다.

 

바람은 지동(地動)치듯 불고 궂인 비는 붓듯이 온다: 바람은 벼락치듯 불고 궂은 비는 퍼붓듯이 내린다

 

눈 정()에 거룬님을 오늘 밤 서로 만나자 허고 판첩쳐서 맹서 받았더니 이 풍우 중에 제 어이오리: 눈짓으로 맞춘 임을 오늘 밤 만나자 하고 판을 쳐서 맹세를 받았지만 이 비바람 속에 어이 오리

 

진실로 오기곳 오량이면 연분(緣分)인가 하노라: 진실로 오기만 하면 그것이 바로 연분인가 하노라

 

o    밤은 깊어 삼경이오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밤은 깊어 삼경이오 구진비는 휘뿌릴제 이리궁굴 저리궁굴 궁굴궁굴 궁굴다가 잠 못 이뤄 원수로다

아서라 생각을 마자허고 벽을 안고 돌아누니 그 벽이 거울되어 내 눈앞에 어늘어늘 야속하고 무정한 님아 정이나 주지말지 내 가슴에 불붙인다

뉘라서 이 모양 그려다가 우리 님께 전허여줄까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느라 잠 못 이루는 심정을 담고 있다.

 

밤은 깊어 삼경(三更)이오 구진비는 휘뿌릴제 이리궁굴 저리궁굴 궁굴궁굴 궁굴다가 잠 못 이뤄 원수로다: 밤은 깊어지고 궂은 비 휘뿌릴 때 이리저리 뒹굴다가 잠 못 이루니 생각이 원수로다

 

아서라 생각을 마자허고 벽을 안고 돌아누니 그 벽이 거울되어 내 눈앞에 어늘어늘 야속하고 무정한 님아 정이나 주지말지 내 가슴에 불붙인다: 생각을 말자며 벽 쪽으로 돌아누우니 벽이 거울 되어 내 눈앞에 야속하고 무정한 임의 모습 보여주어 내 가슴에 불붙인다

 

뉘라서 이 모양 그려다가 우리 님께 전허여줄까: 누가 이 애타는 마음 우리 님께 전하여줄 수 있을까

 

o    백구는 편편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백구는 편편(翩翩) 대동강상비(大同江上飛)요 장송(長松)은 낙락(落落) 청류벽상취(淸流上翠)

대야동두점점산(大野東頭點點山)에 석양은 비꼈는데 장성일면용용수(長城一面溶溶水)에 일엽어정(一葉漁艇)을 흘리저어

대취고 재기수파(載妓隨波)하여 능라도 백운탄으로 임거래(任去來)를 하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고려시대 김황원(金黃元, 1045~1117)의 미완성 한시(漢詩)를 차용했다. 김황원은 평양 부벽루에 올라긴 성벽 한편으로는 넘쳐넘쳐 흐르는 물이요(長城一面溶溶水), 넓은 들 동쪽에는 한점한점 산이로다(大野東頭點鮎山)”라는 두 구절을 짓고는 나머지 두 구절을 끝내 짓지 못하고 해가 져서 부벽루를 내려왔다는 일화가 전한다. 국악 노랫말에 김황원의 이 두 구절은 자주 등장한다.

 

백구(白鷗)는 편편(翩翩) 대동강상비(大同江上飛)요 장송(長松)은 낙락(落落) 청류벽상취(淸流壁上翠): 갈매기 훨훨 대동강 위를 날고, 낙낙장송은 청류벽 위에 푸르도다

 

대야동두점점산(大野東頭點點山)에 석양은 비꼈는데 장성일면용용수(長城一面溶溶水)에 일엽어정(一葉漁艇)을 흘리저어: 넓은 들판 점점 산은 석양에 비끼고, 긴 성벽 한편 흐르는 물에 배 한 척 띄워 흘리저어

 

대취고 재기수파(載妓隨波)하여 능라도 백운탄으로 임거래(任去來)를 하리라: 크게 취해 기생을 실은 채로 물결 따라 흘러가니 능라도 백운탄으로 흘러 들어가네

 

o    백년을 가사인인수라도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백년을 가사인인수(可使人人壽)라도 우락(憂樂)이 중분미백년(中分未百年)

황시백년(況是百年)을 난가필(難可必)이니 불여장취백년전(不如長醉百年前)이로다

두어라 백년전(百年前)까지란 취코 놀러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덧없고 쏜살같이 흘러 백 년도 채 못 사는 인생이니 술이나 마시며 즐겁게 살 것을 권유한다.

 

백년을 가사인인수(可使人人壽)라도 우락(憂樂)이 중분미백년(中分未百年): 백 년을 사람마다 각기 산다 해도 근심과 즐거움을 나누면 백 년이 못되거늘,

 

황시백년(況是百年)을 난가필(難可必)이니 불여장취백년전(不如長醉百年前)이로다: 하물며 백 년도 채우기 어려우니 백 년 동안 오래 취하는 것만 못하다

 

두어라 백년전(百年前)까지란 취()코 놀러 하노라: 두어라 백 년 살기 전까지 취해서 놀고자 하노라

 

o    백초를 심은 뜰에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백초(百草)를 심은 뜰에 솔 대 먼저 옮긴 것은

창송(蒼松)은 군자절(君子節)이요 녹죽(綠竹)은 열사조(烈士操)로다

아마도 세한불변용(歲寒不變容)은 너뿐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한 겨울에도 푸른 소나무와 대나무의 절개와 지조를 칭송한다.

 

백초(百草)를 심은 뜰에 솔 대 먼저 옮긴 것은: 갖가지 풀을 심은 뜰에 소나무와 대나무 먼저 옮겨 심은 것은

 

창송(蒼松)은 군자절(君子節)이요 녹죽(綠竹)은 열사조(烈士操)로다: 푸른 소나무는 군자의 절개를 상징하고 녹색 대나무는 열사의 지조를 뜻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세한불변용(歲寒不變容)은 너뿐인가 하노라: 아마도 세찬 추위에도 그 모습이 변치 않는 것은 그 둘 뿐인가 하노라

 

o    버들은 실이 되고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구십삼춘(九十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누구서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풀이 및 해설

봄 세 달 동안 꾀꼬리는 마치 실을 짜듯이 부지런히 버드나무 아래를 오가며 푸르름을 마치 옷감처럼 짜 나가는데, 그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몹시 힘들었다. 온통 시름이었던 것이다(봄날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기다리느라 힘들게 보냈다). 그렇게 어렵게 지켜본 결과 녹음방초가 왔는데, 그것을 남들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녹음방초란 바로 봄날 온통 힘들게 보낸 자신의 시름의 결과물인 것을. 녹음방초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픔이란 것을 표현하고 있는 매우 세련된 시조다.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봄날 늘어진 버들을 실이라 하면, 꾀꼬리는 부지런히 실 사이를 오가며 옷감을 짜고 있는데. ‘은 옷감을 짜는 도구.

 

구십삼춘(九十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봄 세달 동안 나의 시름을 짜내는구나

 

누구서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누가 푸른 풀과 잎들이 꽃보다 아름다운 때라 하는고. 녹음방초는 푸른 나뭇잎과 풀.

 

o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갈제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범피중류(泛彼中流) 둥덩실 떠나갈제 망망(茫茫)한 창해(滄海)이며 탕탕(蕩蕩)한 물결이라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요안(紅寥岸)에 날아든다

삼상(三湘)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 날고 료량(嘹喨)한 남은 소리 어적(漁笛)이언마는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 수봉(數峰)만 푸르렀다 애내성중(欸乃聲中) 만곡수(萬斛愁)는 이내 흉금(胸襟)을 자아낸다

연파강상(煙波江上) 사인수(使人愁)라 묻노라니 멱라수야 굴삼려(屈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 그 무양(無恙)턴가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심청가』의 한 대목이다.

 

범피중류(泛彼中流) 둥덩실 떠나갈제 망망(茫茫)한 창해(滄海)이며 탕탕(蕩蕩)한 물결이라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요안(紅寥岸)에 날아든다: 배는 망망대해 거센 물살 위를 떠다니고 흰 마름꽃 피어있는 모래섬의 갈매기는 붉은 여뀌 가득 핀 언덕으로 날아든다

 

삼상(三湘)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 날고 료량(嘹喨)한 남은 소리 어적(漁笛)이언마는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 수봉(數峰)만 푸르렀다 애내성중(欸乃聲中) 만곡수(萬斛愁)는 이내 흉금(胸襟)을 자아낸다: 기러기는 중국 동정호로 흐르는 세 호수에서 한수를 향해 날고, 멀리서 들려오는 맑은 소리는 어부가 부는 피리 연주건마는 곡이 끝나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산봉우리만 푸르구나. 노질하는 소리에 온갖 근심이 들어있어 마음속 깊은 생각을 자아낸다.

 

연파강상(煙波江上) 사인수(使人愁)라 묻노라니 멱라수(汨羅水)야 굴삼려(屈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 그 무양(無恙)턴가: 강 위에 자욱한 안개가 사람을 근심케 하기에 묻노라, 멱라수1),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 뱃속에서 장사 지내고 싶다는 시 어부사(漁父詞)를 짓고 물에 뛰어든 굴삼려(굴원의 다른 이름)의 혼은 평온하더냐?

 

o    보리밥 풋나물을

 

지은이

윤선도(尹善道, 1587~1671)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문인이다. 호는 고산(孤山). 전남 보길도를 배경으로어부사시사를 짓는 등 많은 시조 작품을 남겼다.

 

노랫말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추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슬카지 노니노라

그 남은 여남은 일이야 부럴 줄 있으랴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보리밥에 나물 반찬을 적당하게 먹고 물가에서 노는 즐거운 삶을 노래한다. 그러한 삶이 다른 일(벼슬)보다 더 즐겁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추 먹은 후에: 보리밥에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슬카지 노니노라: 바위 끝 물가에서 실컷 노니노라

 

그 남은 여남은 일이야 부럴 줄 있으랴: 그 밖에 다른 일(벼슬)을 부러워할 까닭이 있으랴

 

o    봉황대상봉황유러니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봉황대상봉황유(鳳凰臺上鳳凰遊)러니 봉대거공강자류(鳳去臺空江自流)로다

오궁화초매유경(吳宮花草埋幽逕)이요 진대의관성고구(晋代衣冠成古丘)

삼산반락청천외(三山半落靑天外)어늘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로다

총위부운능폐일(總爲浮雲能蔽日)하니 장안(長安)을 불견사인수(不見使人愁)하더라

 

풀이 및 해설

이 노랫말은 이백의 시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 금릉 봉황대에 올라)」다. 이백(701~762)은 중국 당나라 시인.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되며 시선(詩仙)으로 불린다. ()가 태백(太白).

 

시조 노랫말처럼 부르기 위해 마지막 구절장안에는 조사을 붙여 3음절을 만들어 부른다. 원문(原文)과 해석은 다음과 같다.

 

봉황대상봉황유 鳳凰臺上鳳凰遊  봉황대 위에 봉황이 노닐었다더니

봉거대공강자류 鳳去臺空江自流  봉황 떠나니 누대도 비고 강물만 흐르네

오궁화초매유경 吳宮花草埋幽徑  오나라 궁궐의 화초는 황폐해진 길을 뒤덮고

진대의관성고구 晉代衣冠成古丘  진나라 고관들은 언덕의 무덤이 되었구나

삼산반락청천외 三山般落靑天外  삼산의 봉우리 푸른 하늘로 반쯤 솟아 있고

이수중분백로주 二水中分白露州  이수는 나뉘어 백로주로 흐르네

총위부운능폐일 總爲浮雲能蔽日  하늘에 떠도는 구름 해를 가리어

장안불견사인수 長安不見使人愁  장안 보이지 않으니 마음에 근심이네

 

o    부소산 느짓올라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부소산 느짓올라 백제 고도(古都) 굽어보니 백마강 흐르는 물은 천추유한(千秋遺恨) 서려 있고 반월성 저믄 구름 원객수회(遠客愁懷)를 자아낸다

낙화암(洛花岩) 천인절벽(千仞絶壁) 강두(江頭)에 우뚝섰고 조룡대(釣龍坮) 일편석(一片石)은 벽파(碧波)에 잠겼세라 고란사(皐蘭寺) 느진 종성 고국사(故國事)를 아뢰는 듯

다시금 일호주(一壺酒)로 수북정(水北亭) 등림(登臨)허니 자온대(自溫臺)하 편범부(片帆浮)요 평제탑(平濟塔)도 석양홍을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부소산에 올라 옛 백제의 역사를 회상하는 이의 탄식 어린 심정이 담겨 있다. 고시조는 아니고, 현대의 누군가가 고시조풍으로 새로 시조창으로 편입시킨 듯하다.

 

부소산 느짓올라 백제 고도(古都) 굽어보니 백마강 흐르는 물은 천추유한(千秋遺恨) 서려 있고 반월성 저믄 구름 원객수회(遠客愁懷)를 자아낸다: 부소산에 느즈막히 올라 백제 고도 굽어보니 백마강 흐르는 물은 긴 세월 전해 온 한이 서려 있고. 부소산은 충남 부여에 있는 산. 반월성 저녁노을은 멀리서 온 나그네의 근심과 회포를 자아낸다. 반월성은 부소산성의 다른 이름.

 

낙화암(洛花岩) 천인절벽(千仞絶壁) 강두(江頭)에 우뚝섰고 조룡대(釣龍坮) 일편석(一片石)은 벽파(碧波)에 잠겼세라 고란사(皐蘭寺) 느진 종성 고국사(故國事)를 아뢰는 듯: 낙화암 천 길 낭떠러지 강 머리에 우뚝 섰고 옛 임금이 낚시로 용을 잡아 올린 바위 일부는 푸른 파도에 잠겼더라. 고란사의 저녁 종소리 백제의 지난 역사를 알리는 듯하다. 고란사는 부여읍 부소산 북쪽 백마강변에 있는 절.

 

다시금 일호주(一壺酒)로 수북정(水北亭) 등림(登臨)허니 자온대(自溫臺)하 편범부(片帆浮)요 평제탑(平濟塔)도 석양홍을: 다시금 한 병의 술을 들고 수북정에 오르니 자온대 아래엔 돛단배가 떠 있고 평제탑도 석양에 붉게 물들어 간다. 수북정은 백제 때의 누각, 자온대는 백마강가의 바위이다. 평제탑은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이다.

 

o    북두칠성 하나 서이 너이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북두칠성 하나 둘 서이 너이 다섯 여섯 일곱 분께 민망한 발괄(白活) 소지(所持) 한 장 아뢰이다

그리던 임을 만나 정옛말쌈 채 못허여 날이 쉬 새니 그로 민망

밤중만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노아 샛별없이 하소서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임과 함께 보내는 밤이 너무 짧아 아쉬우니 부디 새벽이 오지 않게 해달라며 북두칠성에게 기도하는 여인의 간절함을 담고 있다.

 

북두칠성 하나 둘 서이 너이 다섯 여섯 일곱 분께 민망한 발괄 소지(所持) 한 장 아뢰나이다: 북두칠성 일곱 별에게 민망한 소원을 빌어 봅니다. ‘발괄은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문서. ‘소지도 같은 뜻이다.

 

그리던 임을 만나 정옛말쌈 채 못허여 날이 쉬 새니 그로 민망: 그리던 임을 만나 정()의 이야기를 채 나누지도 못했는데 날이 바로 새니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밤중만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노아 샛별없이 하소서: 밤중만이라도 삼태성(자미성을 지키는 삼형제 별)을 파견 보내 새벽별 없게 해주시옵소서

 

o    아니 땔지라도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불 아니 땔지라도 절로 익는 솥과

여무죽 아니 먹여도 크고 살져한 걷는 말과 길삼 잘하는 여기첩(女妓妾)과 술샘는 주전자와 양부(眻部)로 낳은 감은 암소

평생에 이 다섯 가지만 둘 양이면 부러울 것이 없에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불가능한 것을 소망하는 인간의 욕심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불 아니 땔지라도 절로 익는 솥과: 불을 아니 때어도 음식()이 저절로 익은 솥과

 

여무죽 아니 먹여도 크고 살져한 걷는 말과 길삼 잘하는 여기첩(女妓妾)과 술샘는 주전자와 양부(眻部)로 낳은 감은 암소: 여무죽은 여물죽, 곧 소나 말의 먹이. 즉 먹이를 주지 않아도 잘 걷는 말과, 길쌈을 잘 하는 기생첩과, 술이 저절로 샘솟는 주전자와 소의 위장으로 낳는 검은 암소와. 소는 되새김질을 하니 만약 양부로 새끼를 낳으면 계속 송아지를 낳을 수 있다. 양부는 소의 위장. 이 구절은 불가능한 다섯 가지를 말하고 있다.

 

평생에 이 다섯 가지만 둘 양이면 부러울 것이 없에라: 평생에 이 다섯 가지만 있으면 부러울 것이 없어라

 

o    사랑을 찬찬 얽동혀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 걸머지고 태산준령(泰山峻嶺)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허여 버리고 가라 허건만은

가다가 자질려 죽을센정 나는 아니 버리고 갈까 허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세상이 아무리 어리석다 손가락질해도 목숨보다 중요한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우직함을 노래한다.

 

사랑을 찬찬 얽동혀 뒤걸머지고: 사랑을 찬찬 얽어매어 뒤에 걸머지고 큰 산 험한 고개를 부지런히 넘어가니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허여 버리고 가라 허건만은: 내 마음 모르는 친구들은 그만 버리고 가라 하건만

 

가다가 가다가 죽을센정 나는 아니 버리고 갈까 허노라: 가다가 눌려서 죽을망정 나는 끝까지 버리지 않고 갈까 하노라

 

o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지은이

김종서(金宗瑞, 1383~1453)는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북방의 6진 개척했다. 문무를 겸비하여 세종 때 북방 개척의 일등공신이 되었으며, 문종 때는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편찬을 주도하기도 했다.

 

노랫말

삭풍(朔風)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속에 찬데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一長劍) 짚고 서서

긴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에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혹한 속에서 변경을 방비하는 장수의 기상을 노래한다.

 

삭풍(朔風)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속에 찬데: 세찬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밝은 달은 눈 속에 차갑게 빛나는데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一長劍) 짚고 서서: 만리 밖 국경의 성에 긴 칼을 들고 서서

 

긴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에라: 길게 휘파람 불고 크게 소리 지르니 두려울 것이 없구나

 

o    청산아 물어 보자

 

지은이

김상옥(金相玉, 1683~1739)은 조선조 후기의 무신이다. 황해도 관찰사, 대사간을 지냈다.

 

노랫말

청산아 말 물어 보자 고금(古今) 일을 네 알리라

만고 영웅이 몇몇이나 지내었노

이 후에 묻는 이 있거든 나도 함께 일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무인(武人)의 기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청산(靑山)아 말 물어 보자 고금(古今) 일을 네 알리라: 푸른 산아 하나만 물어보자 옛 일과 지금의 일을 너는 알 것이다

 

만고(萬古) 영웅(英雄)이 몇몇이나 지내었노: 오랜 세월 영웅이 몇몇이나 있었느냐

 

이 후()에 묻는 이 있거든 나도 함께 일러라: 이후에 똑같이 묻는 사람이 있거든 나도 함께 영웅이라 이르거라

 

o    산은 옛산이로되

 

지은이

황진이(黃眞伊, 생몰년 미상)는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이다. 여러 한시와 시조가 전한다.

 

노랫말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니 옛물이 있을쏘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아여 가고 아니 오도다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사람이 늙어 사라져 감을 아쉬워하는 내용이다.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 아니로다: 산은 늘 극소에 있으니 옛 산이 지금 산과 같으나 물은 아니고나

 

주야(晝夜)에 흐르니 옛물이 있을쏘냐: 밤낮으로 물이 흘러가니 같은 물이 있을쏘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아여 가고 아니 오도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옛사람은 가고 오니 않는다

 

o    산촌에 밤이드니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산촌(山村)에 밤이드니 먼데 개 지저온다

시비(柴扉)를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저 개야 공산(空山)잠든 달을 지저 무삼하리오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고적한 산촌의 밤, 누구를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 개가 짖어 혹시 누가 왔을까 하고 사립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다. 그래서 개에게 짖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내용이다.

 

산촌(山村)에 밤이드니 먼데 개 지저온다: 산촌에 밤이 되니 먼 데서 개가 짖는구나

 

시비(柴扉)를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사립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고 하늘이 차고 달만 비치네

 

저 개야 공산(空山)잠든 달을 지저 무삼하리오: 저 개야 빈 산에 잠든 달을 보고 짖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o    삼산은 반락청천외요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삼산(三山)은 반락청천외(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라 호호혜(浩浩兮) 창랑가(滄浪歌)로 돛대 치는 저 사공아 원포귀범(遠浦歸帆) 그 아니냐

추상강(秋上江) 배를 타고 강동(江東)으로 가는 이는 장한선생(張翰先生) 이 아니며 함외장강공자류(檻外長空自流)는 등왕각(滕王閣) 서문(序文)이요 왕발(王勃)의 만고시(萬古詩) 흥락(興樂)인가

낙하(落霞)는 여고목제비(與孤鶩齊飛)하고 추수(秋水)는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인데 천외무산십이봉(天外巫山十二峰)은 구름 속에 솟아 있다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벼슬을 그만두고 자연과 어우러져 지내는 삶의 기쁨을 노래한다.

 

삼산(三山)은 반락청천외(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 삼산의 봉우리 푸른 산 밖으로 반쯤 솟아있고, 이수는 나뉘어 백로주로 흐른다. 이백의 시에서 나온 구절.

 

호호혜(浩浩兮) 창랑가(滄浪歌)로 돛대 치는 저 사공아 원포귀범(遠浦歸帆) 그 아니냐: 넓고 넓구나, 뱃노래를 부르며 돛대 치는 저 사공아, 먼 포구로 배를 몰고 돌아감이 아니더냐

 

추상강(秋上江) 배를 타고 강동(江東)으로 가는 이는 장한선생(張翰先生) 이 아니며: 장한은 진나라 사람으로 높은 벼슬을 하고 있었으나, 가을바람이 불자 추상강의 순나물과 농어회가 생각나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 구절은 이를 형상화했다.

 

함외장강공자류(檻外長空自流)는 등왕각(滕王閣) 서문(序文)이요 왕발(王勃)의 만고시흥락(萬古詩興樂)이라: 왕발의 시 『등왕각서』에는함외장강공자류(檻外長空自流)’라는 구절이 있다. 뜻은난간 밖의 장강은 저렇게 흐르는데이다. 이 구절은 예로부터 시 읽는 즐거움을 주는 뛰어난 구절이다.

 

낙하(落霞)는 여고목제비(與孤鶩齊飛)하고 추수(秋水)는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인데: 모두 『등왕각서』의 일부분이다. 스러져 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더불어 가지런히 날고 가을 물은 긴 하늘과 함께 한빛이라는 뜻.

 

천외무산십이봉(天外巫山十二峰)은 구름 속에 솟아 있다: 하늘 밖의 무산 12봉은 구름 속에 솟아 있다

 

o    서성에 비치였다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서성(西城)에 달 비치였다 단장두(短墻頭)에 화용(花容)이라

엇그제 가는 임이 오늘 밤 오마기는 월상시(月上時)로 오마드니 금로(金爐)에 향진(香盡)허고 오경종(五更鍾)이 거위로되 삼오야(三五夜) 지새도록 독의란간(獨倚闌干)하여 임보려 여태 앉았드라 전허여 주렴

아마도 유신(有信)허기는 명월인가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오신다는 님이 오지 않아 밤이 새도록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서성(西城)에 달 비치였다 단장두(短墻頭)에 화용(花容)이라: 서쪽 성에 달이 떴다. 낮은 담장머리에 꽃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보이는구나

 

엇그제 가는 임()이 오늘 밤 오마기는 월상시(月上時)로 오마드니 금로(金爐)에 향진(香盡)허고 오경종(五更鍾)이 거위로되 삼오야(三五夜) 지새도록 독의난간(獨倚闌干)하여 임보려 여태 앉았드라 전()허여 주렴: 엊그제 떠난 임이 오늘밤 오면 달이 떠 있을 때 온다고 하시기에 금으로 장식한 향로에 향이 다 타고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가까워지는데 보름밤 지새도록 나 홀로 난간에 기대어 임을 보려 여태 앉아있다고 전해주렴

 

아마도 유신(有信)허기는 명월(明月)인가: 아마도 믿을 수 있는 것은 저 밝은 달뿐인가

 

o    석인이 이승황학거하니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석인(昔人)이 이승황학거(已乘黃鶴去)하니 차지(此地)에 공여황학루(空餘黃鶴樓)로다

황학(黃鶴)이 일거불부반(一去不復返)하니 백운천재공유유(白雲千載空悠悠)라 청천(晴川)은 역력한양수(歷歷漢陽樹)어늘 방초처처앵무주(芳草萋萋鸚鵡洲)로다

일모향관하처시(日暮鄕關何處是)런고 연파강상사인수(烟波江上使人愁)

 

풀이 및 해설

“석인(昔人)이 이승황학거(已乘黃鶴去)하니로 시작하는 이 시조는 당나라 시인 최호(崔顥, 704~754)의 「황학루(黃鶴樓)」라는 시이다.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석인이승황학거 昔人已乘黃鶴去  옛 사람 황학 타고 이미 가버려

차지공여황학루 此地空餘黃鶴樓  땅에는 쓸쓸히 황학루만 남았네

황학일거불복반 黃鶴一去不復返  한번 간 황학은 다시 오지 않고

백운천재공유유 白雲千載空悠悠  흰구름 천 년을 유유히 떠 있네

청천력력한양수 晴川歷歷漢陽樹  개인 날 강에 뚜렷한 나무 그늘

방초처처앵무주 芳草萋萋鸚鵡洲  앵무주에는 봄 풀들만 무성하네

일모향관하처시 日暮鄕關何處是  해는 저무는데 고향은 어디인가

연파강상사인수 煙波江上使人愁  강의 물안개에 시름만 깊어지네

 

황학루는 중국(中國) 호북성(湖北省) 안 황곡산(黃鵠山)에 있는 높은 누각(樓閣)이다. 우리 시조에 많이 등장하는 중국의 유명한 누각.

 

o    설월이 만정한데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설월(雪月)이 만정(滿庭)한데 바람아 부지 마라

예리성(曳履聲) 아닌 줄은 판연히 알건마는

그립고 아쉬운 적이면 행여 긘가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눈 내리는 밤 작은 바람 소리에도 임이 오신 줄 착각하는 애틋한 기다림을 노래한다.

 

설월(雪月)이 만정(滿庭)한데 바람아 부지 마라: 눈 내린 뜰에 달빛이 가득한데 바람아 불지 마라

 

예리성(曳履聲) 아닌 줄은 판연(判然)히 알건마는: 신발 끄는 소리 아닌 줄은 뚜렷이 알건만

 

그립고 아쉬운 적이면 행여 긘가: 그립고 아쉬울 때면 행여나 그이인가 하노라

 

o    세상공명 부운이라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세상공명(世上功名) 부운(浮雲)이라 강호어부(江湖漁夫) 될 지어다

일엽소정(一葉小艇) 흘리저어 순류(順流)로 나려가니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세상의 명예들은 뜬구름이구나

은린옥척(銀鱗玉尺) 펄펄뛰고 백구편편(白鷗翩翩) 날아든다 양안전촌(陽岸前村) 양삼가(楊三家)에 저녁 연기 일어나고 반조입강(半照入江) 반석벽(半石壁)은 새 거울을 걸었는 듯

창랑가(滄浪歌) 반겨듣고 칠리탄(七里灘) 나려가서 고기주고 술을 사서 취()토록 마신 후에

애내곡(欸乃曲) 부르면서 달 띄고 돌아오니 강호지락(江湖之樂)이 이뿐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속세를 벗어나 자연과 어울려 사는 어부의 즐거움을 노래한다.

 

세상공명(世上功名) 부운(浮雲)이라 강호어부(江湖漁夫) 될 지어다: 세상의 성공은 뜬구름과 같노라 나는 그저 강과 호수의 어부가 될 지어다

 

일엽소정(一葉小艇) 흘리저어 순류(順流)로 나려가니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세상의 명예들은 뜬구름이구나: 작은 조각배 노 저어 물 흐르는 대로 내려가니 맑은 바람 천천히 불고 물결은 들뜨지 않는구나 세상의 명예들 부질없다

 

은린옥척(銀鱗玉尺) 펄펄뛰고 백구편편(白鷗翩翩) 날아든다 양안전촌(陽岸前村) 양삼가(楊三家)에 저녁 연기 일어나고 반조입강(半照入江) 반석벽(半石壁)은 새 거울을 걸었는 듯: 은빛 큰 물고기 펄펄 뛰고 갈매기 훨훨 날아든다 양지바른 마을 버드나무 세 그루 심은 집에 밥 짓는 연기 일어나고 석양이 비친 강과 절벽은 새 거울을 걸어놓은 듯하다

 

창랑가(滄浪歌) 반겨듣고 칠리탄(七里灘) 나려가서 고기주고 술을 사서 취()토록 마신 후에: 굴원의 시 어부사(漁父詞)를 즐겁게 들으며 일곱 리 여울을 내려가 잡은 물고기로 술을 바꿔 취하도록 마신 후에

 

애내곡(欸乃曲) 부르면서 달 띄고 돌아오니 강호지락(江湖之樂)이 이뿐인가 하노라: 뱃노래 부르면서 달빛과 함께 돌아오니 이보다 더한 세상 즐거움이 또 있을까

 

o    세사는 금삼척이요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세사(世事)는 금삼척(琴三尺)이요 생애(生涯)는 주일배(酒一盃)

서정강상월(西亭江上月)이 두렷이 밝았으니

동각(東閣)의 설중매(雪中梅) 다리고 완월장취(翫月長醉)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세상사와 인생의 덧없음을 탄식하며 술과 풍류나 즐기는 한량의 마음을 담고 있다.

 

세사(世事)는 금삼척(琴三尺)이요 생애(生涯)는 주일배(酒一盃): 세상사는 한갓 거문고 삼척 길이요, 인생은 술 한 잔이라

 

서정강상월(西亭江上月)이 두렷이 밝았으니: 서쪽 정자 강 위에 달이 밝았으니

 

동각(東閣)의 설중매(雪中梅) 다리고 완월장취(翫月長醉): 동각에 있는 설중매(기생 이름) 데리고 달 보면서 깊이 취하리라

 

o    세월이 유수로다

 

지은이

박효관(朴孝寬, 1834~1907)은 조선 말 고종 때의 가객이다. 시조 여러 수가 『가곡원류』에 전한다.

 

노랫말

세월이 유수로다 어느덧 또 봄일세

구포(舊圃)에 신채(新菜)나고 고목(古木)에 명화(名花)로다

아이야 새술많이 두었으라 새봄놀이 하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세월의 흐름을 탄식하면서도 새봄을 기쁘게 맞이하는 심정을 노래한다.

 

세월(歲月)이 유수(流水)로다 어느덧 또 봄일세: 세월이 흐르는 물처럼 빠르다. 어느덧 또 봄이다.

 

구포(舊圃)에 신채(新菜)나고 고목(古木)에 명화(名花)로다: 묵은 채마밭에 새 나물 나고 늙은 나무에 진귀한 꽃들 만발했구나

 

아이야 새술많이 두었으라 새봄놀이 하리라: 아이야, 새로 빚은 술을 많이 준비해두었느냐. 새봄놀이 해야겠다

.

o    소년행락이 진커든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소년행락(少年行樂)이 다 진()커든 와류강산(臥遊江山)하오리라

인호상이(引壺觴而) 자작(自酌)으로 명정(酩酊)케 취()한 후 한단침(邯鄲枕) 도두 베고 장주호접(莊周蝴蝶)이 잠간 되어 방춘화류(芳春花柳) 찾아가니 이화(李花) 도화(桃花) 영산홍(映山紅) 자산홍(紫山紅) 왜철쭉(倭躑躅) 진달화(杜鵑花) 가운데 풍류랑(風流郞) 되어 춤추며 노니다 세류영(細柳營) 넘어가니 황조편편환우성(黃鳥翩翩喚友聲)이라

도시행락(都是行樂)이 인생귀불귀(人生歸不歸) 아닐진댄 꿈인지 생신지 몰라 갱소년(更少年)하오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인생의 고락을 마친 후에 자연으로, 다시 소년의 시절로 회귀하고 싶은 소망을 담고 있다.

 

소년행락(少年行樂)이 다 진()커든 와류강산(臥遊江山)하오리라: 젊은 날의 즐거움이 다 하거든 자연 속에 누워 한가롭게 지내리라

 

인호상이(引壺觴而) 자작(自酌)으로 명정(酩酊)케 취()한 후: 술상을 끌어당겨 자작하여 몹시 취하게 마신 뒤에

 

세류영(細柳營) 넘어가니 황조편편환우성(黃鳥翩翩喚友聲)이라: 가는 버들 가득한 곳 넘어가니 꾀꼬리 짝을 찾아 지저귀고

 

도시행락(都是行樂)이 인생귀불귀(人生歸不歸) 아닐진댄 꿈인지 생신(生時)지 몰라 갱소년(更少年)하오리라: 도무지 즐거움도 인생처럼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것이니,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다시 소년으로 태어날 것이네

 

o    송하에 문동자하니

 

작자 미상

 

노랫말

송하(松下)에 문동자(問童子)하니 스승은 영주 방장 봉래 삼신산(三神山)으로 채약(採藥)하러 가셨나이다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이언만 운심(雲深)하여 부지처(不知處)

동자야 선생이 오시거든 적송자(赤松子) 왔더라고 여쭈어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신들의 산인 삼신산, 신선 중 하나인 적송자 등 신화적 요소를 등장시켜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송하(松下)에 문동자(問童子)하니 스승은 영주 방장 봉래 삼신산(三神山)으로 채약(採藥)하러 가셨나이다: 소나무 아래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은 영주, 방장, 봉래 그 삼신산으로 약초 캐러 가셨나이다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이언만 운심(雲深)하여 부지처(不知處): 다만 이 산중에 계시기는 계신데 구름이 깊어 어디 계신지 알지는 못하나이다

 

동자야 선생이 오시거든 적송자(赤松子) 왔더라고 여쭈어라: 동자야 네 스승이 오시거든 적송자(비를 다스리는 신선의 이름)가 왔었더라고 여쭈거라

 

o    솔아래 동자다려 물으니

 

작자 미상

 

노랫말

솔아래 동자다려 물으니 이르기를 선생이 약을 캐러 갔너이다

다만 이 산중 있건마는 구름이 깊어 간곳을 아지 못게라

동자야 네 선생 오셨드란 날 왔더라 살와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 779~843)의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를 시조로 재편한 것이다. 해석은 아래와 같다.

 

송하문동자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언사채약거 言師採藥去  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다고

지재차산중 只在此山中  이 산에 계심은 분명한데

운심부지처 雲深不知處  구름이 깊어 계신 곳을 모른다네

 

솔아래 동자(童子)다려 물으니 이르기를 선생이 약을 캐러 갔너이다: 솔 아래 동자에게 네 선생 어디 갔느냐 하고 물으니 약초 캐러 갔나이다

 

다만 이 산중(山中) 있건마는 구름이 깊어 간곳을 아지 못게라: 이 산중 어디에 있긴 있지만 구름이 깊어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동자야 네 선생 오셨드란 날 왔더라 살와라: 동자야 너의 선생 오시거든 내가 왔다고 전해 주어라

 

o    시내 흐르난 골에

 

작자 미상

 

노랫말

시내 흐르난 골에 바위 지혀 초당(草堂)짓고

달 아래 밭을 갈고 구름 속에 누웠으니

건곤(乾坤)이 날 불러 이르기를 함께 늙자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자연과 동화하여 사는 일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시내 흐르난 골에 바위 지혀 초당(草堂)짓고: 시냇물 흐르는 계곡에 바위를 의지하여 작은 집 짓고

 

달 아래 밭을 갈고 구름 속에 누웠으니: 달빛 아래 밭을 갈고 구름 속에 누우니

 

건곤(乾坤)이 날 불러 이르기를 함께 늙자: 하늘과 땅이 날 불러 말하기를 함께 늙자고 하더라

 

참고로 이 시조를 아래 시조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요한다.

 

논밭 갈아 기음 매고 돌통대 기사미 피워 물고

콧노래 부르면서 팔뚝 춤이 제격이라

아이는 지어자 하니 후후(詡詡) 웃고 놀리라(지은이 신희문)

 

o    십재경영옥수연허니

 

작자 미상

 

노랫말

십재경영옥수연(十載經營屋數椽)허니 금강지상(錦江之上)이요 월봉전(月峰前)이로다

도화읍로홍부수(桃花浥露紅浮水)요 유서표풍백만선(柳絮飄風白滿船)

석경귀승산영외(石逕歸僧山影外)어늘 연사면로우성변(烟砂眠露雨聲邊)이로다

약령마힐(若令摩詰)로 유어차(遊於此)런들 불필당년(不必當年)에 화망천(畵輞川)헐랐다

 

풀이 및 해설

원시(原詩)와 해석은 다음과 같다.

 

십재경영옥수연 十載經營屋數椽  십 년을 경영하여 집 한 칸 마련하니

금강지상월봉전 錦江之上月峰前  금강의 윗쪽이요 월봉의 앞이로다

도화읍로홍부수 桃花浥露紅浮水  이슬 젖은 붉은 복사꽃잎 물 위에 흘러가고

유서표풍백만선 柳絮飄風白滿船  버들꽃 바람에 날려 배 안에 하얗게 쌓였네

석경귀승산영외 石逕歸僧山影外  산 그림자가 내린 돌길로 스님은 돌아가고

연사면로우성변 烟砂眠露雨聲邊  빗소리 안개 낀 모래톱 백로는 졸고

약령마힐유어차 若令摩詰遊於此  만약 마힐이 이곳을 유람하였다면

불필당년화망천 不必當年畵輞川  망천을 그리느라 수고하지 않았을 걸

 

o    앞내나 뒷내나

 

작자 미상

 

노랫말

앞내나 뒷내나 중에 소 먹이는 아희 놈들아

앞내 옛 고기와 뒷내 옛 고기를 다 물속 잡아 네 다라끼에 넣어 주어드란 네 타고 가는 소 등에 걸쳐다가 주렴

우리도 바삐 가는 길이오매 전할동말동 하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정겨운 시골 자연 속 어른과 아이들의 실랑이를 유쾌하게 묘사하고 있다.

 

앞내나 뒷내나 중()에 소 먹이는 아희 놈들아: 앞내와 뒷내에서 소에게 풀 먹이는 아이들아

 

앞내 옛 고기와 뒷내 옛 고기를 다 물속 잡아 네 다라끼에 넣어 주어드란 네 타고 가는 소 등에 걸쳐다가 주렴: 앞내와 뒷내의 고기를 잡아서 다라끼1)에 넣어 너희들이 타고 가는 소에 실어 줄테니 우리 집에 좀 갖다 주렴, 했더니

 

우리도 바삐 가는 길이오매 전할동말동 하여라: 아이들이 우리도 바삐 가는 길이라 전해 줄지 말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o    약산동대 여지러진 바위 꽃을

 

작자 미상

 

노랫말

약산동대(藥山東臺) 여지러진 바위 꽃을 꺾어 주()를 놓며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사이다

인생 한 번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권할 적에 잡으시오 백년가사인인수(百年可使人人壽)라도 우락(憂樂)을 중분미백년(中分未百年)을 권할 적에 잡으시오 우왈장사(羽曰壯士) 홍문번쾌(鴻門樊噲) 두치주(斗巵酒)를 능음(能飮)하되 이 술 한 잔 못 먹었네 권할 적에 잡으시오

권군갱진일배주(勸君更進一盃酒)하니 서출양관무고인(西出陽關無故人)을 권할 적에 잡으시오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인생은 짧고 무상하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는 내용이다.

 

약산동대(藥山東臺) 여지러진 바위 꽃을 꺾어 주()를 놓며: 약산동대는 평북 영변군에 있다. 관서팔경의 하나. 약산동대의 이지러진 바위 꽃을 꺾어 셈을 하며 무진무진 먹자.

 

백년가사인인수(百年可使人人壽)라도 우락(憂樂)을 중분미백년(中分未百年): 설사 사람이 백 년을 살더라도 근심과 즐거움이 반이니까 백 년이 못 되니

 

우왈장사(羽曰壯士) 홍문번쾌(鴻門樊噲) 두치주(斗巵酒)를 능음(能飮)하되: 항우가 홍문에서 연회를 열 때 번쾌를 보고장사로다하면서 두치주를 주었다는 것에서 나온 말

 

권군갱진일배주(勸君更進一盃酒)하니 서출양관무고인(西出陽關無故人):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에 나오는 구절이다

 

위성조우읍경진 渭城朝雨浥輕塵  위성에 아침 비 내려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객사청청류색신 客舍靑靑柳色新  객사에 푸르고 푸른 버들 빛 새롭도다

권군갱진일배주 勸君更盡一杯酒  그대에게 다시 한 번 한 잔의 술을 권하노니

서출양관무고인 西出陽關無故人  서쪽 양관으로 가게 되면 아무런 친구도 없을 테니

 

o    약수삼천리 거지둥 떠가는 배야

 

작자 미상

 

노랫말

약수삼천리(弱水三千里) 거지둥 떠가는 배야 거기 잠깐 닻주어라 말 물어보자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인으로 영주 봉래 방장산에 불사약을 구하러가는 서시등(徐市等)의 배이올런가

우리도 사구평대(沙丘平臺) 위중(危重)하기로 바삐 바삐 가옵네.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진시황의 명령에 따라 불사의 약을 구하러 가는 서시(서불) 무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약수삼천리(弱水三千里) 거지둥 떠가는 배야 거기 잠깐 닻주어라 말 물어보자: 약수1) 삼천리를 둥둥 떠가는 배야 거기 잠깐 닻을 내려 멈추어라 하나만 물어보자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인으로 영주 봉래 방장산에 불사약을 구하러가는 서시등(徐市等)의 배이올런가: 소년 소녀 오백 명을 태우고 영주 봉래 방장산에 불사의 약을 구하러 가는 서시2) 무리의 배인가

 

우리도 사구평대(沙丘平臺) 위중(危重)하기로 바삐 바삐 가옵네: (배에 탄 무리가 답하기를) 진시황이 사구의 평대에서 병이 들어 위독하므로 우리도 바쁘게 가야만 하네. 사구(沙丘)의 평대(平臺, 하북성 평향현)에서 진시황 37(기원전 210) 7월에 병으로 사망했다.

 

o    어와 세상 벗님네야

 

작자 미상

 

노랫말

어와 세상 벗님네야 부귀공명(富貴功名) 탐치마소 부귀는 부운(浮雲)이요 공명(功名)은 풍진(風塵)이라

비백세지인생(非百歲之人生)으로 구약(求藥)하던 진시황도 여산(廬山)에 일배(一杯) 청총(靑塚) 되어 있고 구선(求仙)하던 한무제(漢武帝)도 분수추풍(汾水秋風) 상낙두(霜落頭)에 백발(白髮)만 휘날렸네

공도(公道)라니 백발이요 못 면할손 죽엄이라 초로(草露)같은 우리 인생 그 아니 애닯은가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진시황과 한무제 같은 권력자들도 피하지 못한 늙음과 죽음이야말로 만인에게 공평한 도리라며 인생의 무상함을 탄식하고 있다.

 

어와 세상 벗님네야 부귀공명(富貴功名) ()치마소 부귀는 부운(浮雲)이요 공명(功名)은 풍진(風塵)이라: 세상 친구들아 부귀공명 탐하지 마시오. 부귀는 뜬구름이요 공명은 먼지에 불과하오. ‘어와는 노래의 추임새.

 

비백세지인생(非百歲之人生)으로 구약(求藥)하던 진시황도 여산(廬山)에 일배(一杯) 청총(靑塚) 되어 있고 구선(求仙)하던 한무제(漢武帝)도 분수추풍(汾水秋風) 상낙두(霜落頭)에 백발(白髮)만 휘날렸네: 기껏 살아도 채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이오. 불사약 구하던 진시황도 여산에 한 잔 술 부어놓은 무덤이 되어 있고, 불로장생하려고 신선을 찾아다니던 한무제도 분수(펀수이 강) 가을바람에 서리 내려앉은 머리 위로 백발만 휘날렸다오. 한무제는 분수에 배를 띄워 놀며 추풍사(秋風辭)라는 시를 지은 바 있다.

 

공도(公道)라니 백발이요 못 면할손 죽엄이라 초로(草露)같은 우리 인생 그 아니 애닯은가: 공평한 도리는 오직 흰머리와 피할 수 없는 죽음뿐이오. 풀잎 위 이슬 같은 우리 인생 어찌 슬프지 않겠소.

 

o    어와 청춘 소년들

 

작자 미상

 

노랫말

어와 청춘 소년들 이내 말을 들어보소 허송세월 하지 말고 밭 갈고 글을 읽어 수신제가(修身齊家)할 지어다

만고성인(萬古聖人) 순임금도 역산(歷山)에 밭을 갈아 부모봉양 하옵시고 천하문장(天下文章) 이적선(李謫仙)도 광산(匡山)에 글을 읽어 명전천추(名傳千秋) 하였으니

하물며 우리 인생이야 시호시호 부재래(時乎時乎 不再來)라 성현문장(聖賢文章) 본을 받아 주경야독(晝耕夜讀)하오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어린 소년들에게 근면성실함을 권면하는 내용이다.

 

어와 청춘(靑春) 소년(小年)들 이내 말을 들어보소 허송세월(虛送歲月) 하지 말고 밭 갈고 글을 읽어 수신제가(修身齊家)할 지어다: 젊은 소년들아 내 말을 들어보라. 세월을 허무하게 보내지 말고 일하고 공부해 몸과 마음을 닦고 수양하며 집안을 돌보아라. ‘어와는 노래의 추임새.

 

만고성인(萬古聖人) 순임금도 역산(歷山)에 밭을 갈아 부모봉양 하옵시고 천하문장(天下文章) 이적선(李謫仙)도 광산(匡山)에 글을 읽어 명전천추(名傳千秋) 하였으니: 역사의 성인인 순임금도 역산(산 이름)에 밭을 갈아 부모를 봉양했고, 천하의 문장가 이적선(이태백을 가리킴)도 광산(산 이름)에서 글을 읽어 천년 후까지 이름을 전했으니

 

하물며 우리 인생이야 시호시호 부재래(時乎時乎 不再來)라 성현문장(聖賢文章) 본을 받아 주경야독(晝耕夜讀)하오리라: 우리 인생에서 한 번 지난 좋은 때는 다시 오지 않으니 성현들의 문장을 본받아 주경야독하여라

 

o    어이하여 오더냐

 

작자 미상

 

노랫말

어이하여 못 오더냐 무슨 일로 못 오더냐

너 오는 길에 약수삼천리(弱手三千里)와 만리장성이 둘렀드냐 잠총급어부(imagefont及魚鳧)의 촉도지난(蜀道之難)이 가리웠드냐 네어이 그리 아니 오드냐

지금에 장상사(長相思)하고 루여우(淚如雨)터니 이제사 오는고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이백의 시를 인용하여 오지 않는 임을 향한 애타는 그리움을 노래한다.

 

너 오는 길에 약수삼천리(弱手三千里)와 만리장성이 둘렀드냐 잠총급어부(蠶총及魚鳧)의 촉도지난(蜀道之難)이 가리웠드냐 네어이 그리 아니 오드냐: 너 오는 길에 약수1) 삼천리가 있고 만리장성이 둘렀더냐 잠총과 어부가 촉나라 세우던 험난한 길이 가리웠드냐 너 어찌하여 그토록 아니 오느냐. 잠총과 어부는 촉나라 개국 때의 왕 이름.

 

지금에 장상사(長相思)하고 누여우(淚如雨)터니 이제사 오는고: 끝없는 그리움에 사무치고 눈물이 빗물처럼 흐르는데 이제야 오는고. 누여우(淚如雨)는 「오야제(烏夜啼)」라는 이백 시에 나오는 구절. 「장상사(長相思)」는 이백의 시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상사, 재장안 長相思, 在長安  늘 그리운 사람이 서울에 있네

낙위추제금정란 絡緯秋啼金井闌  가을 귀뚜라미 우물가에서 울고

미상처처단색한 微霜凄凄簞色寒  서리 내려 쓸쓸한데 대자리 차갑네

고등불명사욕절 孤燈不明思欲絶  외로운 등불 희미한데 그리움 솟구치거늘

권유망월공장탄 卷帷望月空長嘆  휘장을 걷고 달을 보며 공연히 긴 탄식을 하네

미인여화격운단 美人如花隔雲端  꽃 같은 내 임은 먼 구름 끝에 있어라

상유청명지고천 上有靑冥之高天  위로는 까마득히 푸르고 높은 하늘

하유녹수지파란 下有淥水之波瀾  아래로는 맑은 강 넘실대는 파란 물결

천장로원혼비고 天長路遠魂飛苦  하늘 높고 길은 멀어 마음은 헤메이고

몽혼부도관산난 夢魂不到關山難  꿈에서도 끝내 저 험한 관산 넘지 못하는구나

장상사, 최심간 長相思, 摧心肝  그리운 그대여, 나는 애간장이 끊어진다

 

o    어촌에 낙조하고

 

작자 미상

 

노랫말

어촌에 낙조(落照)하고 수천(水天)이 한 빛인제

소정(小艇)에 그물 싣고 십리사정(十里沙汀) 나려가니 만강노적(滿江蘆荻)에 하목(霞鶩)은 섞어 날고 도화유수(桃花流水)에 궐어()는 살젓는데 유고변(柳稿邊)에 배를 매고 고기 주고 술을 사서 명정(酩酊)케 취한 후에 애내성(欸乃聲) 부르면서 달띄여 도라오니

아마도 강호지락(江湖至樂)은 이 뿐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어촌에 사는 어부의 평화롭고 즐거운 일상을 그리고 있다.

 

어촌(漁村)에 낙조(落照)하고 수천(水天)이 한 빛인제: 어촌에 노을 져 물과 하늘이 한 빛일 때

 

소정(小艇)에 그물 싣고 십리사정(十里沙汀) 나려가니 만강노적(滿江蘆荻)에 하목(霞鶩)은 섞어 날고 도화유수(桃花流水)에 궐어()는 살젓는데 유고변(柳稿邊)에 배를 매고 고기 주고 술을 사서 명정(酩酊)케 취()한 후()에 애내성(欸乃聲) 부르면서 달띄여 도라오니: 작은 배에 그물 싣고 십 리 모래강변 내려가니 강물 넘실대는 갈대밭에 따오기가 날고 복숭아꽃 떨어져 흐르는 물에 쏘가리는 살이 쪘는데 버드나무 늘어선 물가에 배를 묶어두고 잡은 물고기 판 돈으로 술을 사서 맑게 취한 후 뱃노래 부르면서 들떠 돌아오니

 

아마도 강호지락(江湖至樂)은 이 뿐인가 하노라: 아마도 세상 즐거움은 이 뿐인가 하노라

 

o    오동에 우적하니

 

작자 미상

 

노랫말

오동(梧桐)에 우적(雨滴)하니 순금(舜琴)을 잉애난 듯

죽엽(竹葉)에 풍동(風動)하니 초한(楚漢)이 셧도난 듯

금준(金樽)에 월광명(月光明)하니 이백(李白) 본 듯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비와 바람, 달빛 등 자연의 조화를 중국 고사에 비유하고 있다.

 

오동(梧桐)에 우적(雨滴)하니 순금(舜琴)을 잉애난 듯: 오동나무에 빗방울이 떨어지니 거문고 소리가 들리는 듯. 순금은 순임금이 다스리던 태평성대의 거문고 소리.

 

죽엽(竹葉)에 풍동(風動)하니 초한(楚漢)이 셧도난 듯: 대나무 잎에 바람이 이니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서로 다투는 듯

 

금준(金樽)에 월광명(月光明)하니 이백(李白) 본 듯: 금빛 술통에 달빛이 환히 비추니 이백을 본 듯 하여라

 

o    오호로 돌아드니

 

작자 미상

 

노랫말

오호(五湖)로 돌아드니 범려(范蠡)는 간 곳 없고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요(紅蓼)로 날아들 제 삼상(三湘)의 기러기 한수(漢水) 내려 심양강(潯陽江) 당도(當到)하니 백락천(白樂天) 일거후(一去後)에 비파성(琵琶聲)도 끊어졌다 적벽강(赤壁江) 돌아드니 소동파(蘇東坡) 놀던 풍월(風月) 의구(依舊)하여 있다마는 조맹덕(曹孟德) 일세지웅(一世之雄)의 이금(而今)의 안재재(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啼) 깊은 밤에 고소성외(姑蘇城外)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쇠북 소래 객선(客船)의 둥둥 드리웠다

진회(秦淮水)를 도라보니 연롱한수월롱사(烟籠寒水月籠沙)에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라 상녀(商女)는 부지망국한(不知亡國恨)하고 격강유창후정화(隔江猶唱後庭花)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찬란한 옛 왕국의 영화도,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도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에 휩쓸려 다 사라짐을 탄식하는 내용이다.

 

오호(五湖)로 돌아드니 범려(范蠡)는 간 곳 없고: 오호는 월나라 왕 구천의 신하인 범려가 오나라 부차를 치고 난 뒤에 놀았다는 호수

 

백락천(白樂天) 일거후(一去後)에 비파성(琵琶聲)도 끊어졌다: 백락천이 간 후에는 비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백락천은 당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

 

의구(依舊)하여 있다마는: 옛날처럼 여전하건만

 

일세지웅(一世之雄)의 이금(而今)의 안재재(安在哉): 조조는 일세의 영웅이건만 지금은 어디에 있느뇨

 

월락오제(月落烏啼): 달은 지고 까마귀는 우는데

 

진회(秦淮水)를 도라보니 연롱한수월롱사(烟籠寒水月籠沙)에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라 상녀(商女)는 부지망국한(不知亡國恨)하고 격강유창후정화(隔江猶唱後庭花): 이 부분은 당나라 시인 두목의 『박진회(泊秦淮)』에서 따온 구절이다

 

연롱한수월롱사 煙籠寒水月籠沙  안개는 찬 강물 뒤덮고 달빛은 모래위에 그득하네

야박진회근주가 夜泊秦淮近酒家  어둠속 진회강가 배를 대니 술집이 가깝구나

상녀부지망국한 商女不知亡國恨  기생은 망국의 아픔을 몰라

격강유창후정화 隔江猶唱后庭花  강 건너 저쪽에서 후정화를 부르네

 

o    옥분에 심근 매화

 

지은이

김성기(金聖器, 1649~1725)는 조선 후기의 가객(歌客)이다. 본래 활을 만드는 상방궁인(尙房弓人)이었으나 숙종 때의 거문고 대가 왕세기(王世基)에게 거문고를 전수받은 후 이름난 가인(歌人)이 되었다. 퉁소와 비파에도 뛰어났던 그는 당대의 수많은 명연주가와 명창들을 키워냈다.

 

노랫말

옥분(玉盆)에 심근 매화 한 가지 꺾어내니

꽃도 좋거니와 암향(暗香)이 더욱 좋다

두어라 꺾은 꽃이니 바릴 줄이 있으랴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매화의 아름다움과 은은한 향기에 대해 노래이면서 여인에 대한 약속의 이중적 의미로 해석된다.

 

옥분(玉盆)에 심근 매화(梅花) 한 가지 꺾어내니: 옥으로 된 화분에 심은 매화 한 가지 꺾으니

 

꽃도 좋거니와 암향(暗香)이 더욱 좋다: 꽃도 좋거니와 은은한 향기가 더욱 좋다

 

두어라 꺾은 꽃이니 바릴 줄이 있으랴: 두어라 꺾은 꽃이니 버릴 리가 있으랴

o    요지에 봄이 드니

 

작자 미상

 

노랫말

요지(瑤池)에 봄이 드니 벽도화(碧桃花) 다 피겄다

삼천년 맺힌 열매 옥반(玉盤)에 담았으니

진실로 이 반()곳 받으시면 만수무강(萬壽無疆)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요지의 복숭아전설을 인용해 임금 또는 부모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잔치 때 상을 올리며 부른 시조이다.

 

요지(瑤池)에 봄이 드니 벽도화(碧桃花) 다 피겄다: 요지에 봄이 드니 푸른 복숭아꽃 다 피겠다. ‘요지는 전설상의 서왕모가 살았다는 곳. 이곳에는 삼천 년에 한 번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 복숭아가 있었다 한다.

 

삼천년(三千年) 맺힌 열매 옥반(玉盤)에 담았으니: 삼천 년에 한번 맺힌 열매 옥쟁반에 담았으니

 

진실(眞實)로 이 반()곳 받으시면 만수무강(萬壽無疆): 정말로 이 쟁반 받아 복숭아 잡수시면 만수무강하리라

 

o    월정명 월정명커늘

 

작자 미상

 

노랫말

월정명(月正明) 월정명커늘 배를 타고 추강(秋江)에 드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우에 달이로다

아희야 저 달을 건져스랴 완월장취(翫月長醉)허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밝은 달 아래서 이루어지는 뱃놀이의 흥취를 노래한다.

 

월정명(月正明) 월정명커늘 배를 타고 추강(秋江)에 드니: 달이 하늘 한가운데 뜰 때 배를 타고 가을 강에 드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우에 달이로다: 물 아래 하늘이 비치고 하늘 위에는 달이로다

 

아희야 저 달을 건져스랴 완월장취(翫月長醉)허리라: 아이야 저 달을 건져라, 달을 보며 오래 술을 마셔보자

 

o    몸이 죽어 가서

 

지은이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은 조선 전기의 문신.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이다.

 

노랫말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第一峰)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오로지 단종 임금만을 모신다는 절개의 마음을 나타내는 시로 알려져 있다.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이 몸이 죽어서 무엇이 될 것인가

 

봉래산(蓬萊山)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어 있어: 봉래산 가장 높은 봉우리에 큰 소나무가 되어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온 천지 흰 눈이 가득할 때 혼자 늘 푸르리라

 

o    몸이 죽고죽어

 

지은이

정몽주(鄭夢周, 1337~1392)는 고려 말기의 문신이며 충신(忠臣)이다. 호는 포은(圃隱)이다.

 

노랫말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一百番) 고쳐 죽어

백골(白骨)이 진토(塵土)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풀이 및 해설

‘단심가(丹心歌)’로 잘 알려진 이 시조는 이방원의하여가(何如歌)’에 대한 답가로 고려에 대한 정몽주의 충절을 담고 있다.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一百番) 고쳐 죽어: 이 몸이 죽고 또 죽고 백 번을 더 죽어

 

백골(白骨)이 진토(塵土)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백골이 먼지와 흙이 되어 넋이 있든 없든 간에

 

임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임 향한 일편단심 변할 리가 있으랴

 

o    이화에 월백하고

 

지은이

이조년(李兆年, 1269~1343)은 고려 후기의 학자이자 문신이다. 호는 매운당(梅雲堂).

 

노랫말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데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봄밤 잠 못 이루는 다정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인데: 배나무꽃에 하얀 달빛이 내리고 은하수 가득한 깊은 밤에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나뭇가지에 어린 봄 같은 내 마음을 소쩍새야 네가 알겠냐마는

 

다정(多情)도 병()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정이 많은 마음도 병인 모양인지 잠들 수가 없구나

 

o    이화우 흩날릴

 

지은이

매창(梅窓, 1573~1610)은 조선 시대의 기생으로 부안 출신이다. 이귀, 허균 등 당대의 선비들과 교류하였으며 황진이와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명기(名妓)로 꼽힌다. 문집에 『매창집(梅窓集)』이 있고 여러 편의 시를 남겼다.

 

노랫말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더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이별한 정인(情人)을 향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잡고 이별(離別)한 님: 배나무꽃 비처럼 흩날릴 때 울며 붙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가을바람에 낙엽 질 때 그분도 나를 생각할까

 

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더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외로운 꿈

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o    인생천지백년간에

 

지은이

이정보(李鼎輔, 1693~1766)는 조선 후기의 문신(文臣)이다. 예조판서 등을 역임했다. 글씨와 한시에 능했고 많은 시조를 남겼다. 은퇴 후 10여 명의 가기(歌妓)를 양성하기도 했다.

 

노랫말

인생천지백년간(人生天地百年間)에 부귀공명총부운(富貴功名摠浮雲)

차라리 다 떨치고 용문(龍門)에 장유(壯游)하야 제주구점연(齊州九點烟)에 산하원기(山河元氣)와 동정호(洞庭湖) 운몽택(雲夢澤)을 흉금(胸襟)에 삼킨 후에 낙안봉(落雁峯)에 고쳐 올라 사조(謝眺)의 경인구(驚人句)를 청천(靑天)에 낭음(朗吟)하고 장건(張騫)의 장건사(八月槎)를 은하(銀河)에 흘러놓아 월궁(月宮)에 높이 올라가서 옥비(玉妃)를 만나보고 그제야 봉래산(蓬萊山)에 안기생(安期生) 선문자(羨門子)와 장년도세술(長年度世術)을 실컷 의논하니

세상에 취사몽생(醉死夢生)하여 영영록록지배(永永綠綠之輩)야 일러 무삼 하리오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인생은 짧고 부귀와 공명도 헛된 것이니 차라리 꿈을 꾸듯 온갖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거침없이 살아보자는 권면을 담고 있다.

 

인생천지백년간(人生天地百年間)에 부귀공명총부운(富貴功名摠浮雲): 인생살이 일백년인데 부귀와 공명은 다 뜬 구름과 같다

 

차라리 다 떨치고 용문(龍門)에 장유(壯游)하야: 차라리 다 떨치고 큰마음을 품고 크게 한 번 놀아

 

제주구점연(齊州九點烟)에 산하원기(山河元氣)와 동정호(洞庭湖) 운몽택(雲夢澤)을 흉금(胸襟)에 삼킨 후에: ‘제주구점연은 당나라 시인 이하(李賀)의 시 『몽천(夢天)』에 나오는 구절이다

 

요망제주구점연(遙望齊州九點煙) 일홍해수배중사(一泓海水杯中瀉): 아득히 보이는 저 세상은 아홉 점의 연기이고, 저 넓은 바다도 쏟아 놓은 한 잔의 물이로다. 즉 이 구절은세상 산하의 큰 기운과 동정호와 같은 넓은 호수를 가슴에 담고라는 뜻이 된다.

 

낙안봉(落雁峯)에 고쳐 올라 사조(謝眺)의 경인구(驚人句)를 청천(靑天)에 낭음(朗吟)하고: 낙안봉에 올라서 제나라 사람인 사조의 명문을 하늘이 울리도록 크게 읽고

 

장건(張騫)의 장건사(八月槎)를 은하(銀河)에 흘러놓아 월궁(月宮)에 높이 올라가서 옥비(玉妃)를 만나보고: 장건의 수레를 타고 하늘에 올라 월궁에서 양귀비의 영혼도 만나보고

 

그제야 봉래산(蓬萊山)에 안기생(安期生) 선문자(羨門子)와 장년도세술(長年度世術)을 실컷 의논(議論)하니: 그제야 봉래산에 있는 안기생과 선문자를 만나 가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실컷 하니

 

세상에 취사몽생(醉死夢生)하여 영영록록지배(永永綠綠之輩)야 일러 무삼 하리오: 세상이 취한 듯 꿈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니 소인배들이야 그 뜻을 일러 알 수 있으리오

 

o    일각이 삼추라 허니

 

작자 미상

 

노랫말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허니 열흘이면 몇 삼추요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생각허랴

천리에 임 이별허고 잠못이뤄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일각도 삼 년처럼 길게 느껴지는데 열흘 동안이나 임을 보지 못했다는 것. 그런데 임은 어디서 노는지 즐겁게 있고, 기다리는 사람은 애가 타들어가 잠을 이루지 못함을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허니 열흘이면 몇 삼추(三秋): ‘일각은 시간의 단위. 15. 잠깐을 뜻함. 15분이 3년 같이 길게 느껴지니 열흘이면 도대체 년 몇인가.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생각허랴: 자기의 마음은 즐거우니 기다리는 남의 마음을 생각이나 하겠는가

 

천리에 임 이별허고 잠못이뤄 하노라: 멀리 임을 이별하고 잠을 못 이루고 있노라

 

o    일년 삼백 육십일은

 

작자 미상

 

노랫말

일년 삼백 육십일은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절(四時節)이라

꽃 피고 버들 잎 푸르면 화조월석(花朝月夕) 춘절(春節)이요 사월남풍대맥황(四月南風大麥黃)은 녹음방초(綠陰芳草) 하절(夏節)이라 추풍(秋風)이 소슬(蕭瑟)한데 동방(洞房)에 벌레 울면 황국단풍(黃菊丹楓) 추절(秋節)이요 백설(白雪)이 분분(紛紛)하여 천산(千山)에 조비절(鳥飛絶)하고 만경(萬頃)에 인종멸(人踪滅)하니 창송녹죽(蒼松綠竹) 동절(冬節)이라

인간칠십고래희(人間七十古來稀)라 사시가경(四時佳景)과 무정세월(無情歲月)이 덧없이 가니 그를 슬워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한편 세월의 덧없음을 탄식하는 내용이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절(四時節)이라: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라

 

화조월석(花朝月夕) 춘절(春節)이요: 꽃 피는 아침과 달 뜨는 저녁, 즉 경치가 좋을 때. 이때는 봄이요.

 

사월남풍대맥황(四月南風大麥黃)은 녹음방초(綠陰芳草) 하절(夏節)이라: 사월에 남풍이 불어 보리가 익을 때면 푸른 풀이 우거진 여름이라

 

추풍(秋風)이 소슬(蕭瑟)한데 동방(洞房)에 벌레 울면 황국단풍(黃菊丹楓) 추절(秋節)이요: 바람이 서늘한데 침실에 풀벌레 소리 들리면 국화가 노랗게 물들고 단풍이 드는 가을이요

 

천산(千山)에 조비절(鳥飛絶)하고 만경(萬頃)에 인종멸(人踪滅)하니: 당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에서 따온 말이다

 

천산조비절 千山鳥飛絶  산에는 새들도 날지 아니하고

만경인종멸 萬徑人蹤滅  길에는 사람 자취도 없네

고주사립옹 孤舟蓑笠翁  외로운 배의 도롱이와 삿갓 쓴 노인

독조한강설 獨釣寒江雪  홀로 추운 눈 내리는 강에서 낚시를 하누나

 

창송녹죽(蒼松綠竹) 동절(冬節)이라: 창창한 소나무와 푸른 소나무가 돋보이면 겨울이라

 

인간칠십고래희(人間七十古來稀): ‘인생칩십고래희는 인간의 삶이 70세를 사는 것은 드물다는 뜻으로 두보의 시 「곡강(曲江)」에서 연유한다

 

조회일일전춘의 朝回日日典春衣  조정에서 돌아올 때 날마다 봄옷을 잡혀

매일강두진취귀 每日江頭盡醉歸  매일 강두에서 취하여 돌아오네

주채심상행처유 酒債尋常行處有  술빚이야 가는 곳마다 흔히 있지만

인생칠십고래희 人生七十古來稀  인생 칠십은 고래로 드물도다

 

사시가경(四時佳景)과 무정세월(無情歲月)이 덧없이 가니 그를 슬워: 사계절 아름다운 경치와 무정한 세월이 덧없이 가니 그를 슬퍼하노라

 

o    일년이 열두달인데

 

작자 미상

 

노랫말

일년이 열두달인데 윤삭(閏朔)들면 열석달도 일년이라

한달은 서른날인데 그 달이 작으면 스므아흐레가 한 달이라

두어라 해가고 달가고 날가고 임가고 봄가는데 옥창앵도(玉窓櫻桃) 다 붉었으니 원정부지가(怨征夫之歌) 이 아니냐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도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애달픈 마음을 노래한다.

 

일년(一年)이 열두달인데 윤삭(閏朔)들면 열석달도 일년(一年)이라: 일 년이 열두 달인데 윤달이 끼면 열세 달도 일 년이라

 

한달은 서른날인데 그 달이 작으면 스므아흐레가 한 달이라: 한 달은 삼심 일인데 그 달이 작은 달이면 이십구 일도 한 달이라

 

두어라 해가고 달가고 날가고 임()가고 봄가는데 옥창앵도(玉窓櫻桃) 다 붉었으니 원정부지가(怨征夫之歌) 이 아니냐: 해 가고 달 가고 날 가고 임 가고 봄 가는데 옥으로 된 창밖의 앵두 다 익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전쟁터에 나간 사내를 원망하는 노래가 아니냐

 

o    일소백미생이

 

작자 미상

 

노랫말

일소백미생(一笑百媚生)이 태진(太眞)이 여질(麗質)이라

명황(明皇)도 이러므로 만리행촉(萬里行蜀)하였느니

지금에 마외방초(馬嵬芳草)를 못내 설워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아무리 어여쁜 여인이라도 세월이 흘러가면 어쩔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내용.

 

일소백미생(一笑百媚生)이 태진(太眞)이 여질(麗質)이라: 한 번 웃으면 백 가지 교태가 생기는 양귀비는 아름다운 자질을 가지고 있어. ‘태진은 양귀비.

 

명황(明皇)도 이러므로 만리행촉(萬里行蜀)하였느니: 당나라의 현종(명황)도 그래서 만 리를 이동하여 촉 땅까지 갔지만

 

지금에 마외방초(馬嵬芳草)를 못내 설워 하노라: 지금은 양귀비가 죽은 마외 땅의 풀도 몹시 슬프구나

 

o    임그린 상사몽이

 

지은이

박효관(朴孝寬, 1834~1907)은 조선 말 고종 때의 가객이다. 시조 여러 수가 『가곡원류』에 전한다.

 

노랫말

임그린 상사몽(相思夢)이 실솔(蟋蟀)이의 넋이 되어

추야장(秋夜長) 긴긴 밤에 임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볼까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임을 향한 그리움이 사무쳐 귀뚜라미가 되어서라도 임의 방에 들어가 함께 하고 싶다는 천진한 소망을 담고 있다.

 

임그린 상사몽(相思夢)이 실솔(蟋蟀)이의 넋이 되어: 임을 그리워하는 꿈이 귀뚜라미의 넋이 되어

 

추야장(秋夜長) 긴긴 밤에 임의 방에 들었다가: 가을밤 긴긴밤에 임의 방에 들어갔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볼까: 나를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볼까 하노라

 

o    젓소리 반겨듣고

 

작자 미상

 

노랫말

젓소리 반겨듣고 죽창을 바삐 여니

세우장제(細雨長堤)에 쇠등에 아해로다

저 아해 찾을 이 없거든 날과 놀면 어떠리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가랑비 내리는 날, 피리 부는 어린 목동과 어울려 놀고 싶어 하는 선비의 동심을 노래한다.

 

젓소리 반겨듣고 죽창(竹窓)을 바삐 여니: 피리소리 반겨 들으며 대나무 창을 바삐 여니. ‘죽창은 남자가 거처하는 방을 가리킨다.

 

세우장제(細雨長堤)에 쇠등에 아해로다: 가랑비 내리는 긴 둑에 소 등에 올라탄 아이가 있구나

 

저 아해 찾을 이 없거든 날과 놀면 어떠리: 저 아이랑 같이 놀 사람 없거든 나랑 놀면 어떨까

 

o    제갈량은 칠종칠금하고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제갈량(諸葛亮)은 칠종칠금(七縱七擒)하고 장익덕(張翼德)은 의석엄안(義釋嚴顔)하였느니

성겁다 화용도(華容道) 좁은 길로 조맹덕(曺孟德)이 살아가단말가

천고(千古)에 늠늠한 대장부는 한수정후(漢壽亭侯)신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삼국지연의』의 여러 장면들을 인용하며 유비를 치켜세우는 내용이다.

 

제갈량(諸葛亮)은 칠종칠금(七縱七擒)하고 장익덕(張翼德)은 의석엄안(義釋嚴顔)하였느니: 제갈 공명은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고 일곱 번 풀어주고, 장비는 엄안이라는 장수를 의리로 풀어주었느니

 

성겁다 화용도(華容道) 좁은 길로 조맹덕(曺孟德)이 살아가단말가: 싱겁다 조조는 적벽대전에 패하고 화용도 좁은 길로 살아 도망갔단 말인가

 

천고(千古)에 늠늠한 대장부(大丈夫)는 한수정후(漢壽亭侯)신가 하노라: 예로부터 늠름한 대장부는 유비인가 허노라

 

o    졸다가 낚싯대를 잃고

 

작자 미상

 

노랫말

졸다가 낚싯대를 잃고 춤추다가 도롱이를 잃었네

늙은이 망령(妄靈)으란 백구(白鷗)야 웃지 마라

십리(十里)에 도화발(桃花發)하니 춘흥(春興) 겨워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봄날 자연을 즐기는 흥취를 담고 있다.

 

졸다가 낚싯대를 잃고 춤추다가 도롱이를 잃었네: 낚시를 하다가 잠깐 조는 바람에 낚싯대를 잃어버리고 비 오는 데 춤을 추다가 도롱이1)을 잃어 버렸네

 

늙은이 망령(妄靈)으란 백구(白鷗)야 웃지 마라: 늙은이 망령이 났다고 갈매기야, 비웃지 말아라

 

십리(十里)에 도화발(桃花發)하니 춘흥(春興) 겨워하노라: 온통 복숭아꽃이 만발하니 봄날 흥에 겨워 즐거워하노라

 

o    주렴에 비치었다

 

작자 미상

 

노랫말

주렴(珠簾)에 달 비치었다 멀리서 나는 옥저(玉笛) 소래 들리는구나

벗님네 오자 해금 저 피리 생황 양금 죽장고 거문고 가지고

동자야 달빛만 살피어라 하마 올 때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갖가지 악기를 연주하며 방문하는 친구들을 맞는 집 주인의 설렘을 표현하고 있다.

 

주렴(珠簾)에 달 비치었다 멀리서 나는 옥저(玉笛) 소래 들리는구나: 구슬발에 달빛이 비치었다 멀리서 나는 옥피리 소리 들리는구나

 

벗님네 오자 해금 저 피리 생황 양금 죽장고 거문고 가지고: 친구들이 오는구나. 해금 저 피리 생황 양금 죽장고 거문고 가지고. 해금, , 생황, 양금, 죽장고 등은 모두 악기들이다.

 

동자(童子)야 달빛만 살피어라 하마 올 때: 동자야 달빛만 살피어라 벌써 올 때가 되었다

 

o    죽장망혜단표자로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簞瓢子)로 강산천리(江山千里) 들어가니

그곳에 산은 높고 골은 깊었는데 두견 접동이 난잡히 운다 구름은 뭉게뭉게 봉두(峰頭)에 나려 낙낙장송(落落長松) 어려 있고 바람은 살살 불어 시내 암상(岩上)에 꽃송이만 흔들흔들 춤을 춘다

아마도 경개는 절승(絶勝)하야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니 아니 노진 못하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속세와 떨어진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계속 머물기를 원하는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簞瓢子)로 강산천리(江山千里) 들어가니: 대나무 지팡이에 짚신을 신고 조롱박 바가지 하나로, 즉 단촐한 차림으로 속세와 떨어진 자연에 들어가니

 

그곳에 산은 높고 골은 깊었는데 두견(杜鵑) 접동이 난잡(亂雜)히 운다 구름은 뭉게뭉게 봉두(峰頭)에 나려 낙락장송(落落長松) 어려 있고 바람은 살살 불어 시내 암상(岩上)에 꽃송이만 흔들흔들 춤을 춘다: 산은 높고 계곡은 깊은데 두견새 시끄럽게 운다 구름은 뭉게뭉게 산봉우리에 내려 가지가 축축 늘어진 소나무에 어려 있고 바람은 살살 불어 시냇가 바위 위에 핀 꽃송이 흔들흔들 춤을 춘다

 

아마도 경개(景槪)는 절승(絶勝)하야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니 아니 노진 못하리라: 아마도 경치가 너무 좋아 마치 인간의 세상이 아닌듯하니 여기서 아니 놀지 못하리라

 

o    증경은 쌍쌍 녹담중이요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증경((+) )은 쌍쌍(雙雙) 녹담중(綠潭中)이요 호월(皓月)은 단단(團團) 영창롱(映窓)이라

처량(凄凉)한 나유(羅帷) 안에 실솔(蟋蟀)은 슬피 울고 인적적야심(人寂寂夜深)한데 옥루(玉漏) 잔잔(潺潺) 금로(金爐)에 향진(香盡) 삼횡(參橫) 월락(月落)토록 유미고인(有美故人)은 뉘게 잡혀 못 오던고

임이야 날 생각하랴마는 나는 임뿐이매 구회간장(九回肝腸)을 촌촌(村村)이 태우다가 사라져 죽을망정 나는 잊지 못하네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임을 향한 애타는 그리움을 노래한다.

 

증경((+) )은 쌍쌍(雙雙) 녹담중(綠潭中)이요 호월(皓月)은 단단(團團) 영창롱(映窓)이라: 원앙새는 쌍쌍이 푸른 강에서 놀고 밝고 둥근 달은 환하게 영창을 비추는데

 

처량(凄凉)한 나유(羅帷) 안에 실솔(蟋蟀)은 슬피 울고 인적적야심(人寂寂夜深)한데: 처량한 비단 휘장 안에서 귀뚜라미는 슬피 울고

 

옥루(玉漏) 잔잔(潺潺) 금로(金爐)에 향진(香盡): 옥으로 만든 물시계 소리는 가냘프게 흐르고 금로에 향이 다 타도록

 

삼횡월락(參橫月落)토록 유미고인(有美故人)은 뉘게 잡혀 못 오던고: 별이 지고 달이 이울도록 아름다운 님은 누구에게 잡혀서 못 오는고

 

임이야 날 생각하랴마는 나는 임뿐이매 구회간장(九回肝腸)을 촌촌(村村)이 태우다가 사라져 죽을망정 나는 잊지 못하네: 임이야 날 생각하겠냐마는 나는 임 생각 뿐이네. 아홉 구절 간장이 마디마디 다 타다가 죽을망정 나는 임을 잊지 못하네.

 

o    진국명산만장봉이요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진국명산만장봉(鎭國名山萬丈峰)이요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이라 거벽(巨擘)은 흘립(屹立)하여 북주삼각(北主三角)이요 기암(奇巖)은 두기(陡起)하여 남안잠두(南案蠶頭)로다

좌룡락산(左龍駱山) 우호인왕(右虎仁旺) 서색(瑞色)은 반공응상궐(蟠空凝象闕)이요 숙기(淑氣)는 종영(鐘英) 출인걸(出人傑)하니 미재(美哉)라 아동산하지고(我東山河之固)여 성대태평(聖代太平) 의관문물(衣冠文物)이 만만세지금탕(萬萬世之金湯)이로다

연풍(年豊)코 국태민안(國泰民安)하여 구추황국단풍절(九秋黃菊丹楓節)에 인유이봉무(麟遊而鳳舞)커늘 면악등림(面嶽登臨)하여 취포반환(醉飽盤桓)하오면서 감격군은(感激君恩)이샷다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태평성대를 이룬 임금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국명산만장봉(鎭國名山萬丈峰)이요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이라: 서울 경복궁(景福宮)의 대궐 터를 찬양하고 산세와 지령(地靈)이 좋아서 인걸(人傑)이 난다고 하는 노래이다. 단가로도 불린다. 태평성대를 찬양하고 우리 임금을 칭송하는 노래이다. ‘진국명산만장봉은 북한산 만장봉을 이름. ‘청천삭출금부용은 하늘 높이 우뚝 솟아올라 금빛의 연꽃 봉우리 같다는 말. 이백의 「망오로봉(望五老峰)」에서 그대로 인용한 말이다.

 

거벽(巨擘)은 흘립(屹立)하여 북주삼각(北主三角)이요 기암(奇巖)은 두기(陡起)하여 남안잠두(南案蠶頭)로다: 거대한 산벽이 우뚝 서서 북쪽 주봉은 삼각산이요, 그 산세가 남쪽으로 흘러 (경복궁은) 남쪽 누에머리(남산을 이름)를 대하는구나.

 

좌룡락산(左龍駱山) 우호인왕(右虎仁旺) 서색(瑞色)은 반공응상궐(蟠空凝象闕)이요 숙기(淑氣)는 종영(鐘英) 출인걸(出人傑)하니 미재(美哉): 좌측 용인 낙산과 우측 호랑이인 인왕산(좌청룡우백호)은 공중에 서리어 대궐문을 마주하고, 그 상스러운 기운(숙기)는 영기를 모아 인걸을 나게 하니 이 아니 아름다운가

 

아동산하지고(我東山河之固)여 성대태평(聖代太平) 의관문물(衣冠文物)이 만만세지금탕(萬萬世之金湯)이로다: 우리나라 산하의 견고함이여, 태평성대이며 의관문물이 만세를 가도 견고하도다. ‘금탕은 금성탄지(金城湯池)의 준말. 쇠 같은 성()과 끓인 물과 같은 못. 즉 방어가 견고함을 말한다.

 

연풍(年豊)코 국태민안(國泰民安)하여 구추황국단풍절(九秋黃菊丹楓節)에 인유이봉무(麟遊而鳳舞)커늘: 매년 풍년이 들어 국가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여 가을철(추석)에는 기린이 놀고 봉황이 춤추거늘, 즉 매년 풍년이 들어 백성들이 모두 기뻐 놀거늘

 

면악등림(面嶽登臨)하여 취포반환(醉飽盤桓)하오면서 감격군은(感激君恩)이샷다: 산을 보고 산에 올라 느릿느릿 취하고 배부르니 이것이 임금의 은혜로구나

 

o    창외삼경세우시에

 

작자 미상

 

노랫말

창외삼경세우시(窓外三更細雨時)에 양인심사양인지(兩人心思兩人知)

신정(新情)이 미흡(未洽)하여 날이 장차 밝아오니

다시금 나삼(羅衫)을 부여잡고 후기약(後期約)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선조 때 정승을 지낸 김명원의 『월하정인(月下情人)』이라는 한시를 시조 형태로 변화시킨 것이다. 원시(原詩)는 다음과 같다.

 

창외삼경세우시 窓外三更細雨時  창 밖은 야삼경 보슬비 내리는데

양인심사양인지 兩人心事兩人知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만 알리라

환정미흡천장효 歡情未洽天將曉  나눈 정 미흡한데 날 먼저 새려 하니

경파라삼문후기 更把羅衫問後期  다시 나삼(羅衫)자락 부여잡고 언제 만날까를 묻네

 

이 시는 후에 신윤복이 이 시를 모티브로 한 그림을 그려 더욱 유명해졌다. 그 그림은 국보 제135호이다.

 

창외삼경세우시(窓外三更細雨時)에 양인심사양인지(兩人心思兩人知): 창밖은 새벽인데 가는 비 내리고,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알리라

 

o    창외삼경세우시에 양인심사

 

지은이

임중환(林重桓, 생몰년 미상)

 

노랫말

창외삼경세우시(窓外三庚細雨時)에 양인심사(兩人心事) 깊은 정과 야반무인사어시(夜半無人私語時)에 백년동락(百年同樂) 굳은 언약 이별될 줄 몰랐더니

동작(銅雀) 춘풍은 주랑(周郞)의 미소요 장신(長信) 추월(秋月)은 한궁인(漢宮人)의 회포(懷抱)로다 지척 천리 은하(銀河)를 사이하고 어안(魚雁)이 돈절(頓絶)커늘 소식인들 뉘 전하리 못 보아 병이 되고 못 잊어 한이로다

가득히 썩은 간장 이 밤 새우기 어려워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소식 끊어진 임을 향한 애타는 그리움을 노래한다.

 

창외삼경세우시(窓外三庚細雨時)에 양인심사(兩人心事) 깊은 정()과 야반무인사어시(夜半無人私語時)에 백년동락(百年同樂) 굳은 언약(言約) 이별될 줄 몰랐더니: 창밖은 새벽인데 가는 비 내리고, 두 사람의 마음 깊은 정과 밤중 사람 없는 곳에 두 사람이 귓속말로 나눈 백 년간 함께 하자는 굳은 언약 이별될 줄 몰랐더니

 

동작(銅雀) 춘풍(春風)은 주랑(周郞)의 미소요 장신(長信) 추월(秋月)은 한궁인(漢宮人)의 회포(懷抱)로다 지척(咫尺) 천리(千里) 은하(銀河)를 사이하고 어안(魚雁)이 돈절(頓絶)커늘 소식인들 뉘 전()하리 못 보아 병()이 되고 못 잊어 한()이로다: 동작(조조가 지은 누대)의 봄바람은 주유(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인물)의 미소요, 장신(중국 창신 지방)의 가을 달빛은 한나라 궁인의 회포로다 가깝고도 먼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편지가 아주 끊어졌거늘 소식을 누가 전하리. 못 보아 병이 되고 못 잊어 한이로다. ‘어안은 물고기와 기러기인데, 편지나 통신을 이르는 말.

 

가득히 썩은 간장(肝臟) 이 밤 새우기 어려워라: 가득히 썩은 속으로 이 밤 새우기 어려워라

 

o    내고자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창 내고자 창 내고자 이 내 가삼에 창 내고자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에 암돌저귀 수돌저귀 배목 걸쇠 크나큰 장도리로 뚝닥 박아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잇다감 하 답답할 제면 여다져 볼까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답답한 가슴에 창을 내면 괴로움이 덜어질까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창 내고자 창 내고자 이 내 가삼에 창 내고자: 창을 내자 창을 내자 이 내 가슴에 창을 내자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에 암돌저귀 수돌저귀 배목 걸쇠 크나큰 장도리로 뚝닥 박아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고모장지는 방에 칸을 막아 끼운 미닫이문, 세살장지는 문살이 가는 장지문, 들장지는 들창문, 열장지는 열창문, 돌더귀는 문설주에 박는 구멍난 부분. 모두 창문과 관계가 있다.

 

잇다감 하 답답할 제면 여다져 볼까 하노라: 이따금 많이 답답할 때면 열고 닫아볼까 하노라

 

o    밖에 국화를 심어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창 밖에 국화를 심어 국화 밑에 술 빚어 두고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아 온다

아희야 거문고 내여라 벗님 대접하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가을이 와서 국화가 피면 빚은 술을 벗과 함께 마시며 달빛 아래서 풍류를 즐기자는 내용이다.

 

창 밖에 국화를 심어 국화 밑에 술 빚어 두고: 창밖 뜰에 국화를 심고, 그 밑에 술독에 술을 빚어 두고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아 온다: 가을이 되니 술이 익고, 국화 피고, 친구가 오자, 마침 달도 뜨네

 

아희야 거문고 내여라 벗님 대접하리라: 거문고도 내어라, 친구와 술 마시며 풍류를 즐겨보자

 

o    천지는 만물지역려요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천지는 만물지역려(萬物之逆旅)요 광음(光陰)은 백대지과객(百代之過客)이라

인생을 헤아리니 묘창해지일속(渺滄海之一粟)이라

두어라 약몽부생(若夢浮生)이니 아니 놀고 어이리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다.

 

천지(天地)는 만물지역려(萬物之逆旅): 천지의 만물은 여행길과 같아, 밤에 맞고 아침에 떠나는 것을,

 

광음(光陰)은 백대지과객(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은 백대에 지나가는 과객과 같아 덧없고

 

인생(人生)을 헤아리니 묘창해지일속(渺滄海之一粟)이라: 인생을 헤아려보니 인간이 세상에 있음은 한 톨의 좁쌀이 넓은 바다에 떠 있는 것과 같다

 

두어라 약몽부생(若夢浮生)이니 아니 놀고 어이리: 꿈과 같이 덧없는 삶인 것을 아니 놀고 어찌하리

 

o    청려장 짚고 단발령 넘어가니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청려장(靑黎杖) 짚고 단발령(斷髮令) 넘어가니 장안사(長安寺) 내외협(內外峽) 전나무 수천주(數千株) 십리정(十里程)에 어려 있고 홍문(虹門) 안 남천교(南川橋) 건너 상수문(湘水門) 바라보니 범종각(泛鐘閣) 주층각(主層閣)은 진여문(眞如門)에 닿아 있다

대웅전(大雄殿) 이층집은 반공(半空)에 솟았는데 삼세여래(三世如來) 육관보살(六觀菩薩) 영산전(靈山殿) 명부전(冥府殿)과 사성전(四聖殿) 비로전(毘盧殿)을 차례(次例)로 구경할 제 공산(空山) 청풍(淸風) 경쇠 소리 인도성(引導聲)이 구슬푸다

천봉(千峰) 산수(山水)간 들어가니 청천(淸川) 벽계(碧溪) 잔잔(潺潺)하고 송백(松柏) 잡목(雜木) 울울(鬱鬱)한데

청산조(靑山鳥) 불여귀(不如歸)며 두견화(杜鵑花)도 난만하다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금강산 기행시이다.

 

청려장(靑黎杖) 짚고 단발령(斷髮令) 넘어가니: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 짚고 단발령을 넘어 금강산으로 들어가니

 

장안사(長安寺) 내외협(內外峽) 전나무 수천주(數千株) 십리정(十里程)에 어려 있고 홍문(虹門) 안 남천교(南川橋) 건너 상수문(湘水門) 바라보니 범종각(泛鐘閣) 주층각(主層閣)은 진여문(眞如門)에 닿아 있다: 장안사 안팎의 빽빽한 전나무 수천 그루 십 리 길에 늘어서 있고 홍문 안 남천교 건너 상수문 바라보니 범종각 주층각은 진여문에 닿아 있다

 

대웅전(大雄殿) 이층(二層)집은 반공(半空)에 솟았는데 삼세여래(三世如來) 육관보살(六觀菩薩) 영산전(靈山殿) 명부전(冥府殿)과 사성전(四聖殿) 비로전(毘盧殿)을 차례(次例)로 구경할 제 공산(空山) 청풍(淸風) 경쇠 소리 인도성(引導聲)이 구슬푸다: 대웅전 이층집은 반쯤 공중에 솟았는데 삼세여래 육관보살 영산전 명부전과 사성전 비로전을 차례로 구경할 때 산에 부는 바람 소리와 절의 경쇠소리와 스님이 죽은 자를 위해 혼령을 인도하는 염불 소리가 구슬프다

 

천봉(千峰) 산수(山水)() 들어가니 청천(淸川) 벽계(碧溪) 잔잔(潺潺)하고 송백(松柏) 잡목(雜木) 울울(鬱鬱)한데: 천 개의 봉우리 산과 계곡으로 들어가니 맑은 물 푸른 시내 졸 졸 흐르고 소나무와 잣나무, 잡목들 울창한데

 

청산조(靑山鳥) 불여귀(不如歸)며 두견화(杜鵑花)도 난만하다: ‘청산조는 두견새. 두견새 울고 진달래꽃도 난만하게 피었다.

 

o    청산리 벽계수야

 

지은이

황진이(黃眞伊, 생몰년 미상)는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이다. 여러 한시와 시조가 전한다.

 

노랫말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 허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 허니 쉬어간들 어떠리

 

풀이 및 해설

황진이의 대표작인 이 시조는 이중적 의미로 유명하다. 표면적으로는 흐르는 시냇물이 바다에 닿으면 다시 못 오니 쉬어 가라는 것이지만, 벽계수라는 사람을 유혹하는 속뜻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럴 때 명월은 황진이 자신이다.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청산에 흐르는 벽계수야 쉽게 흐름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一到 滄海) 허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한 번 바다에 닿으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 허니 쉬어간들 어떠리: 달빛이 가득할 때 쉬어감이 어떠하겠는가

 

o    청산은 어찌하여

 

지은이

이황(李滉, 1501~1570): 조선 초기의 성리학자. 수많은 제자를 길러 조선 유학의 태두(泰斗)로 일컬어진다.

 

노랫말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萬古)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萬古常靑)하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이황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중 11번째 수다. 늘 변함없는 자세로 학문을 연마하자는 속뜻이 담겨 있다.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萬古)에 푸르르며: 푸른 산(자연)은 오랫동안 푸르고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그치지 아니는고: 흐르는 물은 어찌하여 밤낮으로 흐르는가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萬古常靑)하리라: 우리도 산이나 물처럼 그치지 말고 오래도록 늘 푸르리다

 

o    청산이 불로하니

 

지은이

임의직(任義直, 생몰년 미상)은 조선 후기의 가객(歌客)으로 노래로 이름이 났고 거문고에도 뛰어났다.

 

노랫말

청산이 불로(不老)하니 미록(麋鹿)이 장생(長生)하고

강한(江漢)이 무궁하니 백구의 부귀로다

우리도 이 강산 풍경에 분별(分別)없이 늙으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청산이 불로(不老)하니 미록(麋鹿)이 장생(長生)하고: 푸른 산(자연)이 늙지 않으니 사슴과 고라니도 오래 살고

 

강한(江漢)이 무궁(無窮)하니 백구(白鷗)의 부귀(富貴)로다: 큰 강이 끝없으니 갈매기의 부귀로다

 

우리도 이 강산(江山) 풍경(風景)에 분별(分別)없이 늙으리라: 우리도 이 강산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서로 구별 없이 오래 오래 살리라

 

o    청석령 지나거다

 

지은이

봉림대군(鳳林大君, 1619~1659)은 인조의 둘째 아들로 형인 소현세자가 갑자기 죽자, 인조를 이어 조선 제17대 왕, 효종(孝宗)이 되었다.

 

노랫말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다 초하구(草河衢) 어듸메뇨

호풍(胡風)도 차도 찰사 궂은 비는 무엄일고

뉘라서 내 행색(行色) 그려 내어 임 계신 데 드리리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봉림대군이 1636년의 병자호란으로 이듬해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갈 때 지은 시조다. 봉림대군은 8년간 청나라 심양에 볼모로 잡혀 있었다.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다 초하구(草河衢) 어듸메뇨: 청석령과 초하구는 모두 만주의 지명

 

호풍(胡風)도 차도 찰사 궂은 비는 무엄일고: 오랑캐 땅의 바람은 차기도 차고 궂은 비는 무슨 일로 또 내리는고

 

뉘라서 내 행색(行色) 그려 내어 임 계신 데 드리리: 누가 왕자인 내 행색을 말해 고국의 아버지 인조에게 전해주리

 

o    청조야 오도고야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청조(靑鳥)야 오도고야 반갑다 님의 소식

약수삼천리(弱水三千里)를 네 어이 건너온다

우리님 만단정회(萬端情懷)를 네 다 알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멀리서부터 온 임의 소식을 크게 반기며 기뻐하는 내용이다.

 

청조(靑鳥)야 오도고야 반갑다 임의 소식: 청조는 새를 뜻하지만편지의 뜻도 있다. 반가운 님의 편지가 왔다는 것.

 

약수삼천리(弱水三千里)를 네 어이 건너온다: 그 먼 거리를 어떻게 건너왔느냐. 약수삼천리는 아주 먼 거리.

 

우리 임 만단정회(萬端情懷)를 네 다 알까 하노라: 우리 님의 만 가지 정과 회포를 어떻게 다 알겠느냐

 

o    청천에 떠셔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청천(靑天)에 떠셔 울고 가난 외기럭이 나지 말고 내 말 드러

한양성내(漢陽城內)에 잠구간(暫口間) 들너 부듸 내말 닛지 말고 웨웨텨 불너 니르기를 월황혼(月黃昏) 계워 갈 제 적막공규(寂寞空閨)에 더진 듯 홀로 안져 님 글여 참아 못 살네라 하고 부대 한 말을 전하여 쥬렴

우리도 님 보라 밧비 가옵난 길이오매 전할똥 말똥 하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임 향한 그리움을 기러기에게라도 부탁해 전하고픈 간절함을 담고 있다.

 

청천(靑天)에 떠셔 울고 가난 외기럭이 나지 말고 내 말 드러: 맑은 하늘에 떠서 울고 가는 외기러기야 날아가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다오

 

한양성내(漢陽城內)에 잠구간(暫口間) 들너 부듸 내말 닛지 말고 웨웨텨 불너 니르기를 월황혼(月黃昏) 계워 갈 제 적막공규(寂寞空閨)에 더진 듯 홀로 안져 님 글여 참아 못 살네라 하고 부대 한 말을 전()하여 쥬렴: 서울 안에 잠깐만 들러 부디 내 말 잊지 말고 외쳐 불러 이르기를달 뜬 저녁 깊어갈 때 쓸쓸한 빈 규방(여성들이 기거하는 방)에 던져진 듯 홀로 앉아 님 그리며 차마 못 살겠노라라고 부디 내 말을 전해주렴

 

우리도 님 보라 밧비 가옵난 길이오매 전()할똥 말똥 하여라: (기러기들이 이르기를) 우리도 임 보러 바삐 가는 길이라 전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소이다

 

o    초당에 곤히

 

지은이

임의직(任義直, 생몰년 미상)은 조선 후기의 가객(歌客)으로 노래로 이름이 났고 거문고에도 뛰어났다.

 

노랫말

초당(草堂)에 곤히 든 잠 학의 소리 놀라 깨니

학은 적적(寂寂) 간 곳 없고 들리나니 물소리라

아희야 긴 낚싯줄 설설 풀어 연당(蓮塘)에 던지어라 고기낚기 하리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학이 길조를 상징하는 동물인 점을 감안할 때, 귀인이 좋은 소식을 들고 오는 줄 알고 깼으나 학도 인기척도 온데간데없어 쓸쓸한 마음으로 연못에서 낚시나 하는, 은자(隱者)의 외로운 생활을 노래하는 것으로 읽힌다.

 

초당(草堂)에 곤히 든 잠 학의 소리 놀라 깨니: 초당에서 곤히 잠들었다가 학 울음소리에 놀라 깨니

 

학은 적적(寂寂) 간 곳 없고 들리나니 물소리라: 학은 온데간데없고 들리는 것은 오직 물소리라

 

아희야 긴 낚싯줄 설설 풀어 연당(蓮塘)에 던지어라 고기낚기 하리라: 아이야 긴 낚싯줄 설설 풀어 연못에 던져라. 낚시를 하리라.

 

o    추강에 밤이드니


지은이

월산대군(月山大君, 1454~1488)은 조선 전기의 종실(宗室, 임금의 친족)이다. 조선 제9대 임금인 성종(成宗)의 형이다. 당대의 빼어난 문장가로 꼽히며, 『풍월정집(風月亭集)』을 남겼다.

 

노랫말

추강(秋江)에 밤이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오니 고기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가노매라

 

풀이 및 해설

월산대군은 조선 제7대 임금인 세조의 맏손자다. 아버지가 일찍 승하하여, 삼촌(8대 임금 예종)이 왕이 되었지만 삼촌인 예종도 14개월 만에 죽고 말았다. 이에 당시의 권력자였던 한명회의 딸과 결혼하였던 월산대군의 동생 성종(9)이 왕이 되었고, 월산대군은 왕의 형이 되었다. 이에 월산대군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자연과 시문(詩文)과 더불어 살아야만 했다.

 

추강(秋江)에 밤이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가을 강에 밤이 오니 물결이 차갑구나

 

낚시 드리오니 고기아니 무노매라: 낚싯대를 드리워도 고기가 물지 않는다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가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돌아간다

 

o    춘광구십일인데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춘광구십일(春光九十日)인데 꽃 볼 날이 몇 날이며

인생이 백년인데 소년행락(少年行樂)이 몇 해던고

아마도 화장춘인장수(花長春人長壽)는 도양난(都兩難)인가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우리네 인생을 짧은 봄에 비유하고 있다.

 

춘광구십일(春光九十日)인데 꽃 볼 날이 몇 날이며: 봄날이 석 달인데 꽃 볼 날이 몇 날이나 될 것이며

 

인생이 백년인데 소년행락(少年行樂)이 몇 해던고: 인생이 길어야 백 년인데 젊어 즐겁게 노는 것이 몇 해나 될꼬

 

아마도 화장춘인장수(花長春人長壽)는 도양난(都兩難)인가: 아마도 꽃이 길게 피는 봄과 오래 사는 인생은 모두 어려운 일인가 하노라

 

o    춘면을 느짓 깨어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춘면(春眠)을 느짓 깨어 죽창(竹窓)을 반개(半開)하니

정화(庭花)난 작작(灼灼)한데 가는 나비를 머무는 듯

안류(岸柳)는 의의(依依)하여 성긴 내를 띄웠세라

창전(窓前)에 덜 괸 술을 이삼배 먹은 후에 호탕(豪蕩)하여 미친 흥을

부질없이 자아내어 백마금편(白馬金鞭)으로 야류원(冶遊園)을 찾어가니 화향(花香)은 습의(濕衣)하고

월색(月色)은 만정(萬庭)헌데 광객(狂客)인 듯 취객(醉客)인 듯

흥을 겨워 머무는 듯 배회고면(徘徊顧眄)하야 유정(有情)이 섰노라니 취와주란(翠瓦朱欄) 높은 집에 녹의홍상(綠衣紅裳) 일미인(一美人)

사창(紗窓)을 반개하고 옥안(玉顔)을 잠간 들어 웃는 듯 반기는 듯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춘면곡(春眠曲)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봄날 낮잠에서 깨 술과 가무를 즐기다 한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한량의 하루를 담고 있다. 12가사의 한 곡이기도 하다.

 

춘면(春眠)을 느짓 깨어 죽창(竹窓)을 반개(半開)하니: 봄날 낮잠에서 느지막이 깨어 대나무 창을 반쯤 여니

 

정화(庭花)난 작작(灼灼)한데 가는 나비를 머무는 듯: 꽃밭의 꽃들은 반짝거리면서 날아가는 나비를 붙잡으려는 듯하고

 

안류(岸柳)는 의의(依依)하여 성긴 내를 띄웠세라: 강 언덕의 버드나무는 부드럽게 흔들리며 풋풋한 잎 내음을 띄우는구나

 

창전(窓前)에 덜 괸 술을 이삼배(二三盃) 먹은 후에 호탕(豪蕩)하여 미친 흥을: 창 앞에 둔 술잔에 반쯤 채워진 술을 두세 잔 먹은 후 호탕한 흥을

 

부질없이 자아내어 백마금편(白馬金鞭)으로 야류원(冶遊園)을 찾어가니 화향(花香)은 습의(濕衣)하고: 부질없이 자아내어 백마를 타고 금 채찍을 휘둘러 술 마시고 진탕 노는 정원에 찾아가니 꽃향기는 옷에 배고. ‘백마금편은 호화로운 차림을 뜻함.

 

월색(月色)은 만정(萬庭)헌데 광객(狂客)인 듯 취객(醉客)인 듯: 달빛은 정원에 가득한데 나는 미친 사람인 듯 취한 사람인 듯

 

흥을 겨워 머무는 듯 배회고면(徘徊顧眄)하야 유정(有情)이 섰노라니 취와주란(翠瓦朱欄) 높은 집에 녹의홍상(綠衣紅裳) 일미인(一美人): 흥에 겨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문득 연모의 정이 생겼으니 푸른 기와에 붉은 난간 높은 집에 초록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은 한 미인이

 

사창(紗窓)을 반개(半開)하고 옥안(玉顔)을 잠간 들어 웃는 듯 반기는 듯: 얇은 창을 반만 열고 옥처럼 고운 얼굴을 잠깐 들어 웃는 듯 반기는 듯하더라. ‘사창은 깁(고운 견직물)으로 바른 창.

 

o    춘산에 녹인 바람

 

지은이

우탁(禹倬, 1262~1342)은 고려 후기의 학자이자 문신이다. 역학(易學)에 통달한 역학자로서 역동선생(易東先生)이라고도 불렸다.

 

노랫말

춘산(春山)에 눈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데 없다

저근듯 빌어다가 머리 위에 불리고저

귀 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까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눈을 녹인 봄바람을 머리 위로 빌려와 눈처럼 흰머리를 없애겠다는 빼어난 상상력이 돋보인다.

 

춘산(春山)에 눈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데 없다: 봄 산에 쌓인 눈 녹인 바람 얼핏 불더니 간데없다

 

저근듯 빌어다가 머리 위에 불리고저: 잠깐 동안 그 바람 빌려다가 머리 위에 불게 하면 어떨까

 

귀 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까 하노라: 귀 밑에 오래 묵은 서리를 좀 녹여볼까 하노라

 

o    친구가 남이언만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친구가 남이언만 어이 그리 다정한가

만나면 정담(情談)이요, 못 만나면 그리도다

아마도 유정무정(有情無情)키는 사귈 탓인가 하노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친구 사이의 정에 대해 노래한다.

 

친구가 남이언만 어이 그리 다정한가: 친구는 남이건만 어찌 그리 다정한가

 

만나면 정담(情談)이요, 못 만나면 그리도다: 만나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못 만나면 그리워하도다

 

아마도 유정무정(有情無情)키는 사귈 탓인가 하노라: 아마도 정이 있고 없음은 친구를 사귀거나 사귀지 못한 탓인가 하노라

 

o    태백이 실러 가더니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태백(太白)이 술 실러 가더니 달이 떠도 아니 오네

강상(江上)에 뜬 배 그 밴줄 알았더니 고기잡는 어선이라

동자야 월하(月下)를 살피어라 하마 올 듯 하여라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애주가로 알려진 이태백을 등장시켜 술의 낭만과 정취를 노래한다.

 

태백(太白)이 술 실러 가더니 달이 떠도 아니 오네: 이태백이 술 실으러 가더니 달이 떠도 아니 오네

 

강상(江上)에 뜬 배 그 밴줄 알았더니 고기잡는 어선이라: 강 위에 뜬 배 이태백이 타고 간 배인 줄 알았더니 고기잡이 배더라

 

동자야 월하(月下)를 살피어라 하마 올 듯 하여라: 아이야 저 달 아래를 살펴봐라 벌써 다 왔는지도 모르니라

 

o    태백산하 에굽은 길로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태백산하(太白山下) 에굽은 길로 중 서넛 가는 중에 그중에 말째 중아 게 잠간 말 물어보자

인간이별(人間離別) 만사중(萬事中)에 독숙공방(獨宿空房) 마련하던 부처님이 어느 절 법당안의 감중련(坎中連)하고 앉은 모양 너는 분명 보았느냐

그 중이 대답하되 소승(小僧)도 천종(千種) 창송(蒼松)이 우금십위(于今十圍)로되 아무런 줄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질문과 답이다. 인간사 중에 독수공방을 만든 부처를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스님은 보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임이 떠나가서 홀로 있는 애타는 심정에 부처에게 화풀이를 하자고 하니, 스님이 모르는 척한다는 이야기다.

 

태백산하(太白山下) 에굽은 길로 중 서넛 가는 중()에 그중에 말째 중아 게 잠간 말 물어보자: 태백산 아래 굽은 길로 가는 서너 명의 스님 중 막내 스님아 잠깐 말 좀 물어보자

 

인간이별(人間離別) 만사중(萬事中)에 독숙공방(獨宿空房) 마련하던 부처님이 어느 절 법당(法堂)안의 감중련(坎中連)하고 앉은 모양 너는 분명 보았느냐: 인간이 이별하는 온갖 일들 중에 독수공방 만들어 낸 부처님이 어느 절 법당 안에서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둥글게 모으고 앉아 계신 모습을 너는 분명 보았느냐

 

그 중이 대답하되 소승(小僧)도 천종(千種) 창송(蒼松)이 우금십위(于今十圍)로되 아무런 줄: 그 스님이 대답하되 소승도 수많은 푸른 소나무들이 지금까지 그 둘레가 십위1)나 되도록 자라는 동안에도 전혀 보지 못했나이다

 

o    태산에 올라앉아

 

지은이

김유기(金裕器, 생몰년 미상)는 조선 숙종 때의 가인(歌人)으로 남원 출신이다. 자는 대재(大哉). 당대의 명창으로 알려져 있다.

 

노랫말

태산(泰山)에 올라앉아 사해(四海)를 굽어보니

천지 사방이 헌출도 한저이고

장부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오늘이야 알쾌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높은 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사나이의 호연지기를 다지는 내용이다.

 

태산(泰山)에 올라앉아 사해(四海)를 굽어보니: 큰 산에 올라앉아 동서남북 바다를 굽어보니

 

천지 사방이 헌출도 한저이고: 천지 사방이 훤칠하기도 하구나

 

장부(丈夫)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오늘이야 알쾌라: 장부의 호연지기가 무엇인지 오늘에서야 알겠다

 

o    태산이 높다하되

 

지은이

양사언(梁士彦, 1517~1584)은 조선 명종, 선조 때의 문신이다. 문장과 서예로 이름이 높다.

 

노랫말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사람의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널리 애송되고 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태산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하늘 아래 다 같은 산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사람이 올라보지도 않고서 산만 높다고 하더라

 

o    팔만대장 부처님께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팔만대장(八萬大藏) 부처님께 비나이다 나와 임을 다시 보게 하옵소서

여래보살(如來菩薩) 지장보살(地藏菩薩) 문수보살(文殊菩薩) 보현보살(普賢菩薩) 오백나한(五百羅漢) 팔만가람(八萬伽藍)

서방정토(西方淨土) 극락세계(極樂世界)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남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후세(後世)에 환토상봉(還土相逢)하여 방연(芳緣)을 잇게 되면

보살(菩薩)님 은혜(恩惠)를 사신보시(捨身報施)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다음 세상에 임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내용이다.

 

팔만대장(八萬大藏) 부처님께 비나이다 나와 임을 다시 보게 하옵소서: 팔만대장경 말씀 속에 계신 부처님께 비나이다 나와 임을 다시 보게 하옵소서

 

여래보살(如來菩薩) 지장보살(地藏菩薩) 문수보살(文殊菩薩) 보현보살(普賢菩薩) 오백나한(五百羅漢) 팔만가람(八萬伽藍): 여래보살 지장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오백나한 팔만가람이시여

 

서방정토(西方淨土) 극락세계(極樂世界)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남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서방정토(불교의 이상세계) 극락세계를 다스리시는 관세음보살이시여 나무아미타불이시여

 

후세(後世)에 환토상봉(還土相逢)하여 방연(芳緣)을 잇게 되면: 다음 세상에 흙으로 돌아가 다시 임과 만나 인연을 잇게 되면

 

보살(菩薩)님 은혜(恩惠)를 사신보시(捨身報施): 보살님 은혜를 목숨 걸고 갚으리라

 

o    푸른 산중 백발옹이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푸른 산중(山中) 백발옹(白髮翁)이 고요 독좌(獨坐) 향남봉(向南峯)이라

바람 부니 송생슬(松生瑟)이요 안개 이니 학성홍(壑成虹)이라 주걱 제금(啼禽)은 천고한(千古恨)이요 적다 정조(鼎鳥)는 일년풍(一年豊)이로다

누구서 산이 적막(寂寞)타던고 나는 낙무궁(樂無窮)인가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산속의 다양한 풍경과 소리들을 묘사하며 이상향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푸른 산중(山中) 백발옹(白髮翁)이 고요 독좌(獨坐) 향남봉(向南峯)이라: 푸른 산중에 백발의 노인이 고요히 홀로 남쪽 봉우리를 향해 앉아있더라

 

바람 부니 송생슬(松生瑟)이요 안개 이니 학성홍(壑成虹)이라 주걱 제금(啼禽)은 천고한(千古恨)이요 적다 정조(鼎鳥)는 일년풍(一年豊)이로다: 바람 부니 소나무는 살아 있는 거문고요 안개가 이니 골짜기에 무지개가 뜨더라 주걱새 우는 소리는 천고의 한을 노래하고 소쩍새 우니 이 해에도 풍년이 들겠구나

 

누구서 산이 적막(寂寞)타던고 나는 낙무궁(樂無窮)인가(하노라): 누가 산이 적막하다고 하던고? 나는 이곳이 즐거움이 끝이 없는 세계인가 하노라.

 

o    푸른 산중하에 조총대 둘러메고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푸른 산중하에 조총대 둘러메고 솔랑솔랑 나려오는 저 포수야

네 조총대로 길짐승 날버러지 날짐승 길버러지 너시 징경이 두루미 황새 촉새 장끼 까투리 노루 사슴 토끼 이리 승냥이 범 네 조총대로 함부로 다 놔 잡을지라도 새벽달 서리치고 지새는 날 밤에 동녘 동다히로 홀로 짝을 잃고 께울 께울 울고 가는 저 외기러기 행여나 네 놓을세라

우리도 아무리 무지하여 사냥포술 망정 아니 놓습네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아무리 미물이라도 짝 잃은 슬픔은 인간이나 마찬가지임을 강조한다.

 

푸른 산중하(山中下)에 조총(鳥銃)대 둘러메고 솔랑솔랑 나려오는 저 포수(捕手): 푸른 산속에 총대 둘러매고 살랑살랑 내려오는 사냥꾼아

 

네 조총(鳥銃)대로 길짐승 날버러지 날짐승 길버러지 너시 징경이 두루미 황새 촉새 장끼 까투리 노루 사슴 토끼 이리 승냥이 범 네 조총대로 함부로 다 놔 잡을지라도 새벽달 서리치고 지새는 날 밤에 동녘 동다히로 홀로 짝을 잃고 께울 께울 울고 가는 저 외기러기 행여나 네 놓을세라: 네 총으로 길짐승 날벌레 날짐승 길벌레 독수리 원앙새 두루미 황새 촉새 장끼 까투리 노루 사슴 토끼 이리 승냥이 호랑이 네 총으로 함부로 다 쏴 잡을지라도 새벽달 아래 서리 내리는 날 밤 동쪽으로 홀로 짝을 잃고 께울 께울 울고가닌 저 외기러기는 행여나 쏘지 마라

 

우리도 아무리 무지(無知)하여 사냥포술 망정 아니 놓습네: (사냥꾼이 이르기를) 우리도 아무리 무식하여 사냥질이나 할망정 외기러기에겐 총을 아니 쏩니다

 

o    풍동죽엽은 십만장부지훤화요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풍동죽엽(風動竹葉)은 십만장부지훤화(十萬丈夫之喧嘩)요 우쇄연화(雨灑蓮花)는 삼천궁녀지목(三千宮女之沐浴)이라

오경루하(五更樓下)에 석양홍(夕陽紅)이요 구월산중(九月山中)에 춘초록(春草綠)이로다

아마도 이 글 지은 자는 양국(兩國) 재사(才士)신가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말이 안 되는 구절을 나열하여, 누군가를 비꼬고 있다. 아마도 이 시조는 당대에 시를 지은 누구를 글 전체를 비꼬고 있다.

 

풍동죽엽(風動竹葉)은 십만장부지훤화(十萬丈夫之喧嘩)요 우쇄연화(雨灑蓮花)는 삼천궁녀지목욕(三千宮女之沐浴)이라: 대나무 잎에 나는 바람 소리는 십만 장부들의 떠드는 소리요, 비 맞는 연꽃은 삼천궁녀의 목욕이로다. 과장하는 것을 빗대어 조롱하는 말.

 

오경루하(五更樓下)에 석양홍(夕陽紅)이요 구월산중(九月山中)에 춘초록(春草綠)이로다: 새벽 누하에 석양빛 물들고 가을 산중에 봄빛이 푸르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을 조롱하고 있는 말.

 

아마도 이 글 지은 자()는 양국(兩國) 재사(才士)신가: 아마도 이 글을 지은 사람은 두 나라의 재사이신가. 한 나라도 아닌 두 나라에서나 유명한 재사인가라며 비꼬고 있다.

 

o    타고 불고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학 타고 저() 불고 호로병(胡蘆甁) 차고 불로초 메고

쌍상투 짷고 색등거리 입고 가는 아희 게 좀 섰거라 네 어디로 가느냐 말 물어 보자 요지연(瑤池宴) 선관(仙官)들이 누구누구 모여 계시더냐

그 곳에 이적선(李謫仙) 소동파(蘇東坡) 두목지(杜牧之) 장건(長蹇)이 다 모여 계시더냐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중국 역사의 위인들을 신화화하여 등장시키는데 학을 타고 피리를 불며 불로초를 메고 가는 동자를 묘사하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타고 저() 불고 호로병(胡蘆甁) 차고 불로초(不老草) 메고: 학 타고 피리 불고 호리병 차고 불로초 메고

 

()상투 짷고 색()등거리 입고 가는 아희 게 좀 섰거라 네 어디로 가느냐 말 물어 보자 요지연(瑤池宴) 선관(仙官)들이 누구누구 모여 계시더냐: 쌍 상투를 올리고 색동마고자 입고 가는 아이야 거기 좀 섰거라 너 어디 가느냐 말 좀 물어보자 술자리에 신선들이 누구누구 모여 계시더냐. 요지연(瑤池宴)은 요지라는 곳에서 주나라 목왕(穆王)이 서왕모(西王母)의 생일에 벌인 잔치를 뜻함. 술자리의 뜻.

 

그곳에 이적선(李謫仙) 소동파(蘇東坡) 두목지(杜牧之) 장건(長蹇)이 다 모여 계시더냐: 이태백과 소동파와 두목지1)와 장건2)이 다 모여 계시더냐

 

o    한산섬 달밝은 밤에

 

지은이

이순신(李舜臣, 1545~1598)은 조선 중기의 장수(將帥). 임진왜란을 극복한 한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노랫말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홀로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나의 애를 끊나니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에 경남 통영 한산도 제승당에 주둔하면서 지은 것으로 나라를 근심하는 마음을 통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홀로앉아: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성 위 누각에 홀로 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차에: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할 때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나의 애를 끊나니: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곡조 피리소리는 나의 슬픔을 차오르게 하나니

 

o    행궁견월상심색에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행궁견월상심색(行宮見月傷心色)에 달이 밝아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단장성(夜雨聞鈴斷腸聲) 소리 들어도 임의 생각

원앙와랭(鴛鴦瓦冷) 상화중(霜華重)에 비취금한수여공(翡翠衾寒誰與共)고 경경성하욕서천(耿耿星河欲曙天)에 고등도진(孤燈挑盡)하고 미성면(未成眠)이로구나

진실로 천장지구유시진(天長地久有時盡)이로되 차한(此限)은 면면무절기(綿綿無絶期)

 

풀이 및 해설

「장한가(長恨歌)」는 백거이가 젊은 시절에 지은 서사적인 긴 시다. 당나라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비극적 사랑에 대한 관한 시다.

 

행궁견월상심색(行宮見月傷心色)에 달이 밝아도 임의 생각: 이 시조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장한가」는 양귀비를 그리워하는 현종(玄宗)의 심정을 읊은 시. 행궁에서 보는 달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야우문령단장성(夜雨聞鈴斷腸聲): 밤비에 울리는 풍경소리는 간장을 도려내는 듯하네

 

앙와랭(鴛鴦瓦冷) 상화중(霜華重)에 비취금한수여공(翡翠衾寒誰與共): 원앙같이 금슬 좋은 기와는 차고 서리꽃이 심해지나 함께 덮을 이 없는 싸늘한 비취금침

 

경경성하욕서천(耿耿星河欲曙天)에 고등도진(孤燈挑盡)하고 미성면(未成眠)이로구나: 은하수 반짝이며 새벽은 다가오고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외로이 잠 못 드니

 

천장지구유시진(天長地久有時盡)이로되 차한(此限)은 면면무절기(綿綿無絶期):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

 

o    홀문창외풍동죽하니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홀문창외풍동죽(忽聞窓外風動竹)하니 의시낭군예리성(疑是郎君曳履聲)

하마 백년 못 볼 임은 단장회(斷腸懷)를 모르시나

동자야 후원 초당 삼간(草堂三間)에 달 비치었다 하마 올 때

 

풀이 및 해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작은 바람에 대나무 흔들리는 소리마저도 임의 기척으로 들리는 애달픈 그리움을 담고 있다.

 

홀문창외풍동죽(忽聞窓外風動竹)하니 의시낭군예리성(疑是郎君曳履聲): 갑자기 창밖 바람에 대나무 흔들리는 소리 들리니 이는 낭군님의 신발 끄는 소리인가

 

하마 백년 못 볼 임은 단장회(斷腸懷)를 모르시나: 벌써 백 년 못 볼 임은 창자를 끊는 듯한 심정을 모르시나

 

동자(童子)야 후원 초당 삼간(草堂三間)에 달 비치었다 하마 올 때: 후원 초당 삼간에 달 비치었으니 님이 올 때가 아닌가

 

o    휘황월 야삼경의

 

지은이

작자 미상

 

노랫말

휘황월(輝煌月) 야삼경(夜三更)의 전전반측(輾轉反側) 꿈을 이루어 태고편(太古便)의 오는 님 만나 적년회포(積年懷抱)를 반()이나 남아 이루쟀더니

침두(枕頭)의 저 실솔(蟋蟀) 불승실려지탄(不勝失侶之嘆)하야 귀똘귀똘 우는 소리 놀래 깨니 곁에 임 간 곳 없고 임 잡았던 손이 귀똘이만 때릴 듯이 쥐였구나

야속타 저 귀똘 너도 짝을 잃고 양이면 남의 애통(哀痛)한 사정(私情)을 이다지 모르느냐

 

풀이 및 해설

이 시조는 꿈에서나마 임을 만나 회포를 풀려 했으나 귀뚜라미 울음에 잠 깬 화자가 귀뚜라미를 원망하는 내용이다.

 

휘황월(輝煌月) 야삼경(夜三更)의 전전반측(輾轉反側) 꿈을 이루어 태고편(太古便)의 오는 님 만나 적년회포(積年懷抱)를 반()이나 남아 이루쟀더니: 휘황하게 달이 밝은 깊은 밤 이리저리 뒤척이다 꿈을 꾸어 먼 옛날에서부터 오는 님 만나 여러 해 동안 쌓인 회포를 반이라도 풀고자 했더니

 

침두(枕頭)의 저 실솔(蟋蟀) 불승실려지탄(不勝失侶之嘆)하야 귀똘귀똘 우는 소리 놀래 깨니 곁에 임 간 곳 없고 임 잡았던 손이 귀똘이만 때릴 듯이 쥐였구나: 머리맡의 저 귀뚜라미 짝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귀뚤귀뚤 우는 소리에 놀래 깨니 곁에 임은 없고 임 잡았던 손이 귀뚜라미만 때릴 듯이 쥐었구나

 

o    흰구름 푸른 내는

 

지은이

김천택(金天澤, 생몰년 미상)은 숙종과 영조 때의 가객(歌客)이다. 빼어난 노래 실력과 더불어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많은 시조가 전한다.

 

노랫말

흰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잠겼는듸

추상(秋霜)에 물든 단풍 봄꽃도곤 더 좋아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하야 뫼빛을 꾸며 내도다

 

풀이 및 해설

김천택의 이 시조는 흰 구름 떠가는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가을 산 단풍이 아름다운 것을 표현하고 있다.

 

흰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잠겼는듸: 흰 구름과 푸른 냇물은 골짜기마다 잠겨 있는데

 

추상(秋霜)에 물든 단풍 봄꽃도곤 더 좋아라: 가을 서리에 물든 단풍이 봄꽃보다 더 좋아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하야 뫼빛을 꾸며 내도다: 하늘이 나를 위해 산의 빛을 꾸며주었구나

…………………………………………………….

3.시조 끝.

'문화,예술 > 음악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5.v. 경기소리  (1) 2022.11.21
4.iv. 서도소리  (1) 2022.11.21
· 2.ii. 가사  (2) 2022.11.21
i. 가곡 [ 歌曲 ]  (0) 2022.11.21
국악(唱樂集成-목록)  (1) 202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