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영물(詠物) 43수 / 서거정(徐居正)

淸潭 2020. 3. 6. 12:40

영물(詠物) 43 / 서거정(徐居正)

매화(梅花)

맑고 고운 빛 볼수록 기이하기만 하여라 / 淸艶看看抵死奇
곧은 마음은 달만이 알아주길 허락하네 / 貞心只許月相知
창을 임해선 비낀 그림자를 묘사해내고 / 臨窓描出橫斜影
눈을 띠고는 청수한 자태를 맞이하나니 / 帶雪招邀淡瘦姿
은은한 향기는 콧구멍에 맡기도 좋거니와 / 好借暗香通鼻觀
맑은 기운은 시 생각에 넣기도 넉넉하여라 / 剩分淸氣入詩脾
무단히 나부산의 꿈이나 이루지만 말고 / 等閑莫作羅浮夢
옥젓대 가져다 때로 실컷 불어나 보잔다 / 玉笛時拈滿意吹

행화(杏花)

살구꽃 소식이 다시 한 번 새로워졌어라 / 杏花消息一番新
가지에 붙은 꽃망울 날 다습자 활짝 피누나 / 蓓蕾黏枝暖始繁
널리 펼쳐진 붉은 송이는 햇빛에 연달으고 / 漠漠紅雲連白日
곱고 향기론 흰 꽃잎은 봄기운을 일으키네 / 鮮鮮香雪起靑春
남은 추위는 뼈에 사무쳐 소름이 이는데 / 餘寒砭骨膚生粟
이슬비는 뺨에 젖어 눈물 자국을 띠었네 / 細雨霑
淚帶痕
다시 달 밝고 성긴 그림자 가득할 때 기다려 / 更待月明疎影滿
좋은 자리에서 실컷 취해 부축하게 하련다 / 勝筵扶醉倩傍人

장미(薔薇)

한 해의 봄놀이가 장미꽃 계절에 이르니 / 一年春事到薔薇
시렁 가득 활짝 피어 스스로 지탱을 못하네 / 滿架離披不自持
몇 번이나 맑은 향기는 나비를 번거롭혔나 / 幾陣淸香煩蝶使
너무나 요염한 빛은 거위 새끼를 능가하는군 / 十分濃艶妬鵝兒
물가에 비친 그림자에 맘이 먼저 설레지만 / 水邊照影心先惱
빗속에 활짝 핀 자태는 완상키 점점 좋아라 / 雨裏繁開賞漸宜
무르녹은 동녘 바람이 끝없이 불어올 제 /
東風吹不盡
한쪽 뜰에 말없이 서서 시를 재촉하는구나 / 半庭無語要催詩

작약(芍藥)

양주의 진기한 품으로 광릉의 여린 싹을 / 揚州奇品廣陵芽
뜰 가에 두루 심어 화려함을 다투게 하네 / 遍種庭除鬪麗華
아주 좋은 맛은 정녕스레 나비와 통하고 / 至味丁寧通蝶使
강렬한 향기는 진중히 벌을 끌어오누나 / 狂香珍重接蜂衙
바람 앞과 비 온 뒤엔 둘도 없이 요염해라 / 風前雨後無雙艶
천상과 인간 통틀어 제일가는 꽃이고말고 / 天上人間第一花
고금 사신들의 끼친 풍류가 남아 있으니 / 今古詞臣餘韻在
머물러 취하여 읊조리는 것도 무방하겠네 / 不妨留醉費吟哦

모란(牧丹)

동풍의 꽃 소식은 차츰 시들어가는데 / 東風花信欲闌珊
차례로 완상하여 모란꽃에 이르렀네 / 次第尋探到牧丹
깊이 자다가 차례로 깨나는 경국지색 / 熟睡第酲傾國色
풍류 높은 저택에서 선반을 주관하는데 / 風流甲觀領仙班
좋은 명성은 요위의 집에 대대로 전하지만 / 芳名姚魏傳家有
명화인 황서도 핍진하게 묘사하긴 어렵지 / 妙筆黃徐換骨難
우물이 사람에게 애석한 맘 들게 하여라 / 尤物坐令人愛惜
난교로 곧장 가는 봄을 더 잇고만 싶구나 / 鸞膠直欲續春殘

이화(梨花)

배꽃은 하도 담담하여 요화에 가까워서 / 梨花淡淡襯瑤華
쌓인 눈과 빛 겨루매 등차가 거의 없어라 / 晴雪爭暉强等差
달빛과 섞여서는 온통 은세계를 만들고 / 渾月摠成銀色界
구름을 타고는 곧장 옥황 집에 이르렀네 / 乘雲直到玉皇家
청춘은 한이 많아 미인 넋이 수척해지고 / 靑春有恨瓊魂瘦
깊은 집엔 사람 없이 흰 소매만 비꼈도다 / 深院無人縞袂斜
다시 침수향 찧어서 한 심지 사르노라니 / 更搗水沈薰一炷
뛰어난 향기가 멀리 소아거를 엄습하누나 / 天香遠襲素娥車

해당(海棠)

하룻밤 갠 바람에 해당나무 간들거리더니 / 一夜光風嫋海棠
꽃 활짝 피어 묵묵히 궁장을 기대 서 있네 / 花開脈脈倚宮墻
햇볕 날 땐 기력 시들어 봄잠에 빠졌다가 / 日烘氣力饒春睡
비 오자 정신 차려 일어나 늦단장을 하누나 / 雨借精神起晩粧
화려함에 관심 둠은 도시 흥미일 뿐이요 / 濃艶關心都是味
풍류만을 즐기거니 향기는 바랄 것 없네 / 風流適意不須香
두릉은 참으로 해당에 대한 정회가 없어 / 杜陵可是無情思
소선에게 남겨주어 발양하게 했던 것일까 / 留與蘇仙爲發揚

산다화(山茶花)

추운 겨울에 화기 넘쳐 홀로 꽃망울 맺어 / 歲寒和氣獨胚胎
뭇 꽃보다 뒤늦게야 꼭 절반을 피웠는데 / 却殿群芳恰半開
격조는 절로 높아 서리 온 뒤에 나타나고 / 調格自高霜始見
풍류는 짝할 자 없어 눈과 함께 어울리네 / 風流無伴雪同來
꽃 자태에 몹시 끌려 천 바퀴나 순행하고 / 苦牽花惱巡千

향기 시들까 두려워 꿈은 얼마나 깼던고 / 生怕香殘夢幾廻
화당의 병풍에서 본 것이 몹시 생각난다 / 苦憶畫堂屛上看
두어 가지 비낀 그림자 홍매와 나란했었지 / 數枝斜影竝紅梅

자미(紫薇)

사신의 읊조림은 시호에게 의지하련만 / 詞臣吟賞倚詩豪
귀공자 풍류라 가치가 갑절이나 높다오 / 公子風流價倍高
종자는 성원에서 나와 의젓함을 더하고 / 種出星垣增偃蹇
꽃은 궁양처럼 피어 요염함을 자랑하네 / 花開宮樣詫嬌嬈
꽃술은 터지기도 전에 향기 먼저 풍기고 / 檀心未吐香先聞
화려한 꽃 막 피자 그림자 점차 겹치누나 / 錦萼初繁影漸交
별도로 한 그루 있어 서액의 저물녘이면 / 別有一枝西掖暮
해마다 적막하게 우리들을 마주하는구나 / 年年寂寞對吾曹

도미(荼䕷) 국속(國俗)에 이것을 옥매(玉梅)라고 한다.

매화가 한번 가고 미처 초혼도 하기 전에 / 梅花一去未招魂
문득 도미를 보니 매화 골격이 남아 있네 / 忽見
荼䕷骨格存
은은한 향기 보내온 뜻은 알 만하거니와 / 遞送暗香知有意
만나 보니 담담한 자태는 수줍기만 해라 / 相逢淡質欲無言
긴 가지는 달 진 뒤의 황혼 그림자 이루고 / 長條月落黃昏影
높은 시렁엔 늦은 봄 흰 눈 흔적이 보이네 / 高架春殘白雪痕
한하지 마소 동성에 비바람 얄궂게 몰아쳐 / 莫恨東城風雨惡
술잔에 꽃잎 팔랑팔랑 날아들어 오는 걸 / 飛來片片入芳樽

동백(冬白)

화신이 다사하여 조물주 권한을 훔쳐다가 / 花神多事竊洪鈞
특별히 세밑에 꽃을 새로이 피우는구려 / 別遣花開歲暮新
꽃망울은 오로지 찬 기운 좋아라 의지하고 / 妙萼全憑寒氣好
고상한 자태는 뭇 꽃들의 추종을 불허하네 / 高標不許衆芳鄰
푸른 새는 가지 위의 눈을 다 털어버리고 / 翠禽拂盡枝邊雪
갈고는 세밑의 봄을 마지막 재촉하여라 / 羯鼓催殘臘底春
천지의 중간에 풍류 운치가 워낙 하찮아 / 天地中間少風韻
그림에 옮겨 놓으니 생기가 절로 감도누나 / 移來畫上欲精神

규화(葵花)

맑고 화창한 좋은 시절 작은 담장 동쪽에 / 淸和佳節小墻東
흰 꽃 붉은 꽃에 자주색 홍색도 섞였는데 / 白白朱朱間紫紅
남은 봄을 내기하여라 사람 술잔이 있고 / 孤注餘春人盞在
나비가 오래 머물러라 꽃 방은 텅 비었네 / 留連戲蝶錦房空
외론 충성은 절로 해를 향하는 뜻 있거니 / 孤忠自有傾陽意
어찌 발 보호하는 공 한 기능만 논할쏜가 / 一技寧論衛足功
불변의 성정은 사물 따라 변하지 않나니 / 恒性不曾隨物變
구구한 도리 따위는 겉만 꾸밀 뿐이고말고 / 區區桃李謾嬌容

국화(菊花)

백로 내리고 국화 핀 또 한 해의 가을이라 / 白露黃花又一秋
동쪽 울타리 고상한 흥취를 걷잡기 어렵네 / 東籬雅興浩難收
아침 내내 따 보았자 한 움큼도 안 차지만 / 終朝採得不盈掬
구일에 꽂고 돌아올 땐 머리에 가득하겠지 / 九日揷歸須滿頭
삼경의 맑은 바람은 이제는 아득하지만 / 三徑淸風今渺渺
남산의 좋은 기운은 석양에 유유하여라 / 南山佳氣晩悠悠
꽃 먹고 이슬 마심은 다 부질없는 일이니 / 飧英飯水渾閑事
국화꽃 딸 땐 큰 술잔 가득함도 겸해야지 / 掇取時兼太白浮

사계화(四季花)

천박하고 화려한 꽃 별안간 피고지고 하여라 / 浪蘂浮英瞥眼催
네가 사계절을 차지하여 피는 게 가련하구나 / 怜渠占得四時開
모란꽃은 봄 한 철의 약속만 있을 뿐이요 / 牧丹謾有三春約
무궁화는 단 하루만 화려할 뿐이로다 / 木槿空爲一日媒
절서는 유유한데 꽃이 그 몇 번이나 피던고 / 節序悠悠花幾度
풍류는 끊임없어 백번 천번을 완상하나니 / 風流袞袞賞千回
문장 반마의 향기를 훈자하는 솜씨로써 / 文章班馬薰香手
서로 마주해 시 읊어 탈태를 하고 싶어라 / 相對吟詩欲奪胎

백일홍(百日紅)

후원에다 진중히 백일홍을 심어 가꾸어 / 後園珍重爲栽培
무수한 꽃들이 자유자재로 활짝 피었네 / 無數繁英自在開
나비는 수시로 향기를 마시고 떠나는데 / 粉蝶有時香

난새는 어느 날 밤에 씨를 물고 왔던고 / 靑鸞何夕子銜來
빨간 빛깔은 백 일을 내내 지탱하거니와 / 猩紅百日垂垂盡
갈고는 두세 가지를 자꾸만 재촉하누나 / 羯鼓三枝故故催
거센 바람에 당부하노니 열심히 보호하여 / 說與狂風勤護惜
이끼 사이에 거꾸러져 떨어지게 말지어다 / 休敎顚倒落莓苔

삼색도(三色桃)

사물 이치란 끝내 가지런히 할 수 없거니와 / 物理參差竟莫齊
한 가지에 세 빛깔은 누가 단서를 만들었나 / 一枝三色孰端倪
앞뒤에서 서로 피어 깊고 얕음이 있는데 / 開因前後有深淺
꽃은 절로 희고 붉어 높낮이를 겨루누나 / 花自白紅爭仰低
화려한 꽃잎 떨어져라 용 비늘이 부서진 듯 / 錦萼擺殘龍碎甲
뛰어난 향기 불어대라 사향 배꼽을 태운 듯 / 天香吹盡麝然臍
해마다 춘풍의 면목을 여전히 갖추는지라 / 年年依舊春風面
은자의 옛길 찾고픈 맘을 불러일으키네 / 喚起幽人訪故蹊

금전화(金錢花)

천지의 용광로가 새로운 걸 주조해 내니 / 天地洪爐鑄出新
미인에게 던져주어 기이함을 팔게도 하네 / 擲來花步衒奇珍
손의 웃음 얻으려거니 어찌 값을 논하랴 / 賭將客笑何論直
봄 경치를 사자면 꿰미도 안 따지고말고 / 買取春光不計緡
궁항에서 필 땐 빈민 구제를 생각게 하지만 / 窮巷開時思濟乏
금문에서 흩는 곳엔 바로 신명과 통한다오 / 金門排處是通神
사물이 유용한 게 되레 무용하게 된다면 / 物如有用還無用
세상에 온통 거짓과 진실이 혼동되리라 / 世上滔滔混

옥잠화(玉簪花)

고야 선인의 부드러운 골격 빙설 같아라 / 姑射仙人雪骨柔
우뚝한 쪽머리에 옥소두를 비껴 꽂았네 / 雲鬟斜揷玉搔頭
서풍이 살살 불어와 가을 풍광은 하 좋고 / 金風剪剪秋光好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밤 기운은 경쾌한데 / 璧月輝輝夜氣浮
백화향 반혼향은 꿈속에 은은히 들어오고 / 百和返魂香入夢
자리 가득 석 줄 행렬은 모두가 우물일세 / 三行滿坐物皆尤
꿈속에 나비를 따라 꽃 사이를 헤쳐가면 / 夢隨蝴蝶穿花去
한량없는 풍류를 끝없이 즐겨도 보련만 / 無限風流未罷休

연화(蓮花)

맑고 얕은 작은 못엔 찬 물이 담겼는데 / 盆池淸淺貯寒塘
연꽃 송이송이마다 유달리도 향기로워라 / 柄柄荷花到死香
맑게 선 푸른 줄기는 석양풍에 흔들리고 / 濃綠晩風搖淨植
붉은 꽃은 갠 날에 맑은 광채 물에 잠겼네 / 膩紅晴日
澄光
넋은 낙포로 돌아가라 물결 타는 버선인 듯 / 魂歸洛浦凌波襪
목욕 끝낸 양 귀비 화장 모습 물에 비친 듯 / 浴罷楊妃照水粧
후일에 열 길이나 크게 피기를 기다려서 / 待得他年開十丈
차고 단 맛을 손과 함께 나누어 맛보련다 / 冷甛分與客同嘗

척촉화(躑躅花)

철쭉꽃은 하 빨갛게 피눈물 흔적 있어라 / 躑躅紅酣血淚痕
학림사에 응당 예전의 넋이 돌아왔으리 / 鶴林應復舊時魂
산 남쪽 산 북쪽은 서로 마주해 비치고 / 山南山北映相似
봄비 봄바람 속엔 꽃들이 한창 피는데 / 春雨春風開正繁
꽃 소식 지기 전에 푸른 절벽이 연달아라 / 香信未銷連翠壁
무수한 봄의 풍광은 붉은 꽃과 막히었네 / 韶光無數隔紅雲
해마다 두견화 피면 서글프기 그지없어라 / 年年花發堪惆悵
촉제의 일천 소리가 원통함을 호소함일세 / 蜀魄千聲政訴寃

거상화(拒霜花)

서풍이 기러기를 불어 새벽에 날아갈 제 / 西風吹鴈曉來過
붉은 먹으로 한 점 찍은 듯 빨갛게 피었네 / 滴露硏朱點一窠
서자가 가슴 우두고 요염한 취태 부린 듯 / 西子捧心矜醉艶
미녀가 서리 능가한 꽃으로 탈바꿈한 듯 / 靑娥換骨傲霜華
맑고 찬 그림자는 가을 계수나무와 나누고 / 影分淸冷三秋桂
향기는 요염한 국화의 계절까지 이르나니 / 香到嬌嬈九日花
부용꽃을 가지고 애써 구별하지 말지어다 / 莫把芙蓉强分別
참신한 붉은 꽃이 절로 일가를 이뤘고말고 / 斬新紅蘂自成家

치자화(梔子花)

담복이 어느 해에 옛 가지를 떠나왔던고 / 薝蔔何年辭故枝
딴 집에 옮겨 놓으니 그대로 무성하구나 / 移來別院故依依
육판으로 형성된 꽃 종류는 흔치 않거니와 / 花開六出無多種
천층으로 겹친 잎은 또 하나의 기이함일세 / 葉鬪千層又一奇
향내는 선승의 참선 석상에 실컷 풍기고 / 香鼻飽參禪老味
좋은 명성은 두릉의 시에 몽땅 들어갔네 / 芳名都入杜陵詩
완상하는 마음이 동풍과 서로 막히어서 / 賞心正與東風隔
꽃 피고 열매 맺은 때에야 보게 되었구나 / 看到初開結子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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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 푸른 옥 일만 장대가 길기도 해라 / 一軒蒼玉萬竿脩
갑옷과 칼날 창창하게 형세 서로 빽빽하네 / 甲刃
摐摐勢自稠
붉은 죽순은 반쯤 자라 안개비에 묻히고 / 紫籜半均霏細霧
높은 대 끝은 간들간들 가을을 움직이네 / 粉梢危拂動高秋
봉률이 궁상에 조화됨을 한가로이 듣고 / 閑聞鳳律宮商合
깊은 골짝의 용 울음도 시험 삼아 듣노라 / 試聽龍吟洞壑幽
굳은 절개 곧은 맘은 덕에 짝해야거니와 / 勁節貞心宜配德
종유한 이는 더구나 양구가 있었음에랴 / 同遊況復有羊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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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내내 유정한 자태 지킴을 존경하노니 / 崇宗終歲守幽貞
눈길에 수레 돌려라 덕의 향기를 알겠네 / 雪徑回輿認德香
훈도됨이 방에 듦과 같음을 알아야 하련만 / 要識薰陶同入室
좋은 경사 전하여 일찍이 뜰에도 자랐었지 / 爲傳嘉慶早生庭
거문고 잡은 당일엔 공자가 상심했거니와 / 操琴當日傷尼聖
꿰어 찬 건 그 어느 때 초경에 들어갔던고 /
佩何年入楚經
빛과 향이 되레 궁벽함을 몹시 사랑하노니 / 酷愛色香還是僻
외물로 그 심령을 거리끼게 하지 말지어다 / 休敎外物累心靈

파초(芭蕉)

신령한 싹 길러 내니 부채 그림자 길어라 / 養得靈苗扇影長
푸른 잎에 바람 부니 향기가 살살 풍기네 / 風吹微綠細生香
잎은 능히 말고 펴라 어찌 막힌 적 있던가 / 葉能舒卷何曾礙
더구나 속은 절로 텅 비어 상도가 있음에랴 / 心自通靈況有常
뚝뚝 밤비 소리 들림은 이미 기뻐했지만 / 已喜丁東留夜雨
가을 서리에 떨어지는 건 견디기 어려워라 / 不堪零落顫秋霜
십 년 동안 맘속의 무한한 강남의 흥취를 / 十年無限江南興
서창의 한 가지 서늘한 자미에 부치노라 / 寄與西窓一味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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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북쪽에서 생장한 지 그 몇 해이던고 / 生從堂北幾春秋
비와 이슬에 젖어 자유자재로 자라누나 / 雨露霑濡得自由
약보에선 예전에 성정 기른다고 들었는데 / 藥譜舊聞能養性
풀이름은 지금 망우초라 한 게 기쁘구려 / 草名今喜是忘憂
영맥에 물 후북이 주면 꽃이 일찍 피고요 / 水澆靈脈花開早
떨기를 잘 보호하면 잎도 촘촘히 나오네 / 欄護幽叢葉出稠
합환초 얻자마자 공효 이미 신묘하여라 / 纔得合歡功已妙
나군 서대 따위는 다 부끄러워할 뿐이리 / 羅裙書帶摠含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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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연무 속에 옥처럼 영롱한 것이 / 細煙蒼霧玉玲瓏
지절도 당당하여라 기가 절로 웅장한데 / 志節堂堂氣自雄
뿌리는 용사처럼 땅속 깊이 서려 있고 / 根作龍蛇盤厚地
넋은 천둥을 따라 창공에 높이 솟았네 / 魂隨霹靂上靑空
둥근 일산은 뜨락의 달빛 아래 드리우고 / 圓幢自偃空庭月
맑은 소리는 때로 한밤중 바람에 들리네 / 虛籟時聞半夜風
높은 재목이 세상에 많이 쓰임을 믿겠어라 / 自信高材多世用
추운 겨울에 고고하게 홀로 우뚝 서 있누나 / 高孤獨立歲寒中

만년송(萬年松)

한 난간 푸르름을 우뚝한 솔에 의지하여라 / 一軒蒼翠倚
몸과 맘이 눈서리 견딘 게 그 몇 해이던고 / 霜雪心顔閱幾齡
용의 몸통 같은 줄기는 육척을 부지하였고 / 斡露龍身扶六尺
봉의 꼬리 같은 가지는 천층을 우뚝 솟았네 / 枝掀鳳尾矗千層
은하를 능가할 장한 뜻 스스로 과시하거니 / 自多壯志凌高漢
뜨락에 섰는 기이한 자태를 누가 굽힐쏜가 / 誰屈奇姿在半庭
깊은 땅에 뿌리박고 우로를 흠뻑 입어서 / 得地深根承雨露
변함없이 고고하게 사시사철을 푸르구나 / 高孤不改四時靑

오동(梧桐)

어느 해에 역산 남쪽에서 옮겨왔던고 / 何年移自嶧山陽
새로운 가지가 나서 백척이나 자랐네 / 生長孫枝百尺長
낙엽은 바람에 날려 옥 섬돌을 두드리고 / 落葉隨風敲玉砌
그림자는 달 아래 우물 난간을 지나누나 / 濃陰得月度銀牀
정원에 첫 서리 내려 가을은 저물어가고 / 新霜院落秋光老
기나긴 밤 창 앞엔 비 올 기미가 서늘하네 / 永夜軒窓雨氣涼
긴 장대로 흔들어 다 떨어뜨리지 말라 / 莫遣琅玕搖落盡
남겨두어 난봉이 모이기를 기다리련다 / 會須留與集鸞鳳

양류(楊柳)

궁중의 흰 매화 지고 눈이 점점 녹을 제 / 玉謝宮梅雪漸澌
동풍이 버들에 불어 금실 꼬아 드리우네 / 東風吹柳撚金垂
푸른 그늘은 꾀꼬리 소리를 막지 않지만 / 綠陰不礙流

푸른 실은 늘 준마의 울음을 재촉하누나 / 碧縷頻催駿馬嘶
못가에 해 길어라 버들개지는 날아 다하고 / 池館日長飛絮盡
동산에 비 개자 가지는 졸다 더디 일어나네 / 園林雨歇起眠遲
해마다 고상한 풍류를 챙기는 마당에 / 年年管領風流地
사람이 꺾어 증별했단 건 못 믿겠도다 / 未信人間贈別離

단풍(丹楓)

하룻밤 새에 서원의 찬 이슬 맞고 시들어 / 一夜西園玉露彫
가을 경치 가져와 숲 끝이 빨갛게 물들어라 / 紅扶秋色上林梢
맑게 아침 햇살 받으면 비단보다 더 붉고 / 淨兼朝日紅於錦
시름겨이 저녁놀 대하면 빨갛게 타오르네 / 愁對殘霞爛欲燒
돌길에 수레 멈추면 시가 정히 이뤄지건만 / 石逕停車詩正就
옥산이 지팡이 짚은 건 그려내기 어려워라 / 玉山扶杖畫難消
생각난다 일찍이 강 머리서 손 보낼 적에 / 憶曾送客江頭路
무단한 서릿바람에 기러기 높이 날던 것이 / 剗地霜風雁正高

포도(葡萄)

무성한 넝쿨에 무너진 시렁 다시 붙들어주니 / 枝蔓離披倒復扶
검은 구름 땅에 내려라 용 수염이 어둑하네 / 黑雲垂地暗龍鬚
청풍은 시렁에 가득해 가을은 저물어가는데 / 淸風滿架秋將晩
처마의 나직한 햇볕엔 그늘이 이미 펼쳐졌네 / 白日低簷蔭已敷
잎새 밑에는 마유가 주렁주렁 드리워졌고 / 葉底纍纍垂馬乳
쟁반 안에는 여주가 하나하나 굴러다니네 / 盤中一一走驪珠
언제나 강호의 포도를 두루 얻어 모아서 / 何時乞遍江湖種
술 빚어 일천 잔으로 낙노를 압도해볼꼬 / 釀酒千鍾倒酪奴

석류(石榴)

분재한 석류 오월에 핀 꽃 보기도 좋아라 / 喜見磁盆五月花
가을이면 좋은 열매가 번화를 독차지하네 / 秋來佳實擅繁華
쭈글쭈글한 꽃잎은 불이 훨훨 타듯 환하고 / 金房皺盡明如燒
촘촘히 박힌 씨알은 불에 달군 모래 같아라 / 玉粒排殘火點砂
쪼개노라니 손톱엔 서리 가득함이 놀랍고 / 劈破忽驚霜滿爪
씹어 먹으니 치아엔 눈이 번득임을 알겠네 / 嚼來猶認雪翻牙
그대에 의해 문원의 소갈병도 풀겠거니와 / 憑君頓解文園渴
당년에 한의 떼 타고 온 것도 기억나누나 / 記憶當年逐漢査

정자(棖子)

정원의 정자 나무는 손으로 붙잡을 만하고 / 刺樹中庭手可攀
청색 황색 반반의 열매는 막 동실동실한데 / 靑黃一半子初圓
열매의 향기 압도할 제 향 연기 자욱하고 / 金丸香壓煙初重
껍질엔 찬 기운 생겨라 이슬이 덜 말랐네 / 玉殼寒生露未乾
괜히 물성을 말하면서 형회를 구별하지만 / 謾言物性荊淮別
응당 좋은 명성은 귤과 유자의 중간이라오 / 應有芳名橘柚間
인간엔 예로부터 맛을 겸한 게 없거니와 / 人間自古無兼味
너는 끝내 신맛 하나만 가진 게 우습구나 / 笑汝生來只一酸

시자()

가을이라 서리 맞은 감 반쯤 불그레한데 / 秋來霜半傳紅
일만 덩이가 똑같이 둥근 게 의아스럽네 / 却訝勻圓萬顆同
주조가 쫀 나머지에 붉은 알은 익어가고 / 朱鳥啄餘
卵熟
촉룡이 촛불 비추어 화주는 타는 듯하네 / 燭龍銜照火珠烘
새벽 별 반짝일 때 밝은 빛은 막 동하고 / 曙星垂耀明初動
벌꿀과 단맛 나뉘어 맛은 정히 조화롭네 / 崖蜜分甛味正融
소반 가운데 온갖 과실들이 무안할레라 / 百果盤中少顔色
칠절을 겸하여 신의 공력 독차지했으니 / 能兼七絶擅神功

화합(鴿)

수놓은 비단 휘장은 구슬 창에 비치는데 / 圍羅幕映珠
촘촘한 우리에서 비노를 풀어 내놓았네 / 閑放飛奴出細籠
화려한 등은 꽃처럼 밝아 햇빛에 번득이고 / 錦背花明翻晝景
방울 소리는 거센 바람에 창공을 울리누나 / 金鈴風緊響雲空
친구에게 서신 전함은 은정이 참 좋은데 / 傳書故舊恩情好
뜰에서 먹이 주워 먹는 본성은 똑같구나 / 得食庭除意趣同
집닭과 같은 부류로 간주하지 말지어다 / 莫把家鷄一樣看
특이한 색채가 분명히 무리에 뛰어나거니 / 分明異彩出群中

금계(錦鷄)

연못에 봄이 와서 푸른 물결이 출렁거리면 / 春入芳塘漾綠漪
수많은 금계들이 화창한 햇볕을 즐기어라 / 錦鷄無數弄晴暉
맑은 물결 위에선 둘둘이 서로 날아 비치고 / 波明兩兩飛相照
다스운 모래톱에선 쌍쌍이 물가를 따르네 / 沙暖雙雙水政依
연꽃을 건드릴 땐 하얀 부리가 향긋해지고 / 戲動小荷香玉觜
떨어진 꽃잎은 화려한 날개를 시샘도 하지 / 吹來落蘂妬花衣
날개의 화려한 문채를 스스로 과시하건만 / 自多羽翼文章異
거위 오리 틈새에선 봐주는 이가 드물구나 / 鵝鴨池邊省見稀

여학(唳鶴)

부구공의 흰 학은 눈이 번쩍 뜨이는데 / 浮丘霜鶴眼增明
정원의 솔에 평온히 부쳐 있길 허락하였네 / 許寄庭松穩不驚
달 밝은 솔 가지에선 찬 그림자 번득이고 / 月在高枝翻冷影
이슬 맺힌 솔잎에선 울음소리 급하여라 / 露團疎葉警寒聲
화표주에 돌아와선 천년의 말을 남겼고 / 歸來華表千年語
구지산에 올라서는 한밤중에 울어댔었지 / 去上
山半夜鳴
높이 날고픈 마음은 끝내 다하지 않는지라 / 霄漢高心終不盡
뜰 가득한 닭 오리는 시샘만 부릴 뿐이로다 / 滿庭鷄鶩浪猜情

면사(眠麝)

미친 듯 닫는 성질 쉬 길들길 어찌 뜻했으랴 / 何意奔狂性易馴
푸른 초원 몽땅 차지해 잠자리로 삼았구나 / 碧蕪占斷睡成茵
꿈이면 문소의 편안하고 한가한 곳을 찾고 / 夢尋文沼安閑地
먹는 건 화창한 봄 주 나라 쑥에 의탁하네 / 食托周苹自在春
포수가 산에 가득해도 화 당할 염려 없어라 / 强弩遍山非買禍
훈향이 배에 가득해 짐짓 사람 의지하누나 / 薰香滿肚故依人
옛날 나귀에서 떨어져 신선 된 이 있었으니 / 他時騎倒尋仙去
이게 바로 오백 년 이후 그의 화신이로구나 / 五百年來一化身

가산(假山)

혼돈 상태가 어느 해에 또 개벽을 했던고 / 混沌何年又闢開
뜰 가득 높은 산이 문득 무더기를 이뤘는데 / 滿庭喬岳忽成堆
총각 머리 모양 만 점은 층층으로 보이고 / 鴉鬟萬點層層見
거북 등의 뭇 산들은 은은히 눈에 들오네 / 鰲背群山隱隱來
남기는 윤택한 푸른 절벽에 연하려 하고 / 嵐氣欲連靑壁潤
햇빛은 둘러친 옥병풍을 나직이 비추누나 / 日光低傍玉屛回
이 사이에 응당 버려진 전지가 있으리니 / 此間應有閑田地
여기에 띳집 지어 낚시터를 굽어보고파라 / 擬結茅廬俯釣臺

괴석(怪石)

바위 덩이 가팔라서 형세 절로 완고하여라 / 雲骨巉巖勢自頑
천년에 생장한 건 얼룩얼룩한 이끼뿐일세 / 千年生長蘚痕班
용 비늘은 밤에 무젖어 비를 이룰 듯하고 / 龍鱗夜濕將成雨
거북 등엔 가을 깊어 문득 산이 보이누나 / 鰲背秋高忽見山
향 이슬은 움직이는 선장에 생기려 하고 / 香霧欲生仙掌動
푸른 연기는 멀금한 칼끝에 끊이질 않네 / 靑煙不斷劍

기괴한 돌이 청주의 공물 중에 들었으니 / 怪奇曾入靑州貢
쪼개낼 적엔 귀신의 아낀 마음 놀래켰으리 / 劈取應驚鬼物慳

유리석(瑠璃石)

천연의 고아한 바탕은 조물주의 작품이라 / 古質天然造化工
인공으로 연마 없이도 견고하고 윤택하네 / 堅溫曾不費磨礱
깨끗한 빛은 윤택한 대에 비유되거니와 / 淸光自比琅玕潤
기묘한 품질은 두툼한 호박과 똑같으리 / 妙品應同琥珀濃
달빛 아랜 선장의 이슬이 차갑게 어리고 / 夜月寒凝金沆瀣
봄볕엔 투명한 그림자 옥처럼 영롱해라 / 春光影透玉玲瓏
본바탕이 한 점 하자 없음을 자신하는데 / 生來自信無瑕玷
때로는 집안 가득 무지개를 뱉기도 하네 / 滿院時時氣吐虹

차거분(?)

자개로 수놓은 향 그릇 새긴 채색 산뜻해라 / 繡甲香盆鈿綵新
강비가 끝내 진기한 걸 아끼지 않았구려 / 江妃終不惜奇珍
좋은 구슬 울어 다하여 뱃속은 텅 비었고 / 美珠泣盡曾虛腹
몰래 던진 명월주는 사람에게 가까워졌네 / 明月潛投已近人
한 물은 용백국에서 근원이 나누어졌고 / 一水分源龍伯國
온갖 꽃들은 학림의 봄에 매몰되었도다 / 百花埋沒鶴林春
옥난간에 두고 잠시 완상이나 할 뿐이요 / 玉欄暫爾供淸翫
선생이 참으로 보배를 아껴서가 아니라네 / 不是先生愛寶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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