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수사모

겁외가 / 경허선사

淸潭 2019. 1. 23. 10:29

이미 고인이 된 최인호 작가는 독실한 가톨릭신자이다. 수많은 작품중 경허선사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길 없는 길"을 읽어보면 불교에 대한 심오한 경지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자는 한동안 현실을 탈피하기 위하여 백양사 방장을 찾아 법을 구하고자 하였는데 이를 들은 스님이 써준 글을 평생 서재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본 글귀는 경허선사의 게송으로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현실에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있다. 봄이오면 사방천지가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백화만발한 이 현실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긍정적 요소들을 담고 있기에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함축된 그 의미를 느껴보고자 행서체로 자서해보았다.

 

- 경허선사(鏡虛禪師) 게송(偈頌)

 

世與靑山何者是(세여청산하자시) 세속과 청산(현실과 이상) 어느것이 옳습니까?

春光無處不開花(춘광무처불개화) 봄볕들지 않은 곳에도 꽃피지 않는 곳 없나니..

傍人若問惺牛事 (방인약문성우사) 만약 누군가 성우(경허선사 호)일 물어본다면

石女心中劫外歌 (석녀심중겁외가) 석녀 마음속 영원한 노래라고 대답해주리.. 

 

어쩌면 이상과 현실은 마음의 문제이다. 봄이오면 음지건 양지건 꽃들이 만발한다.

정작 우리가 현실을 모르고 이상만 쫒는게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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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與靑山何者是    속세와 청산 어느 것이 옳은가            
春城無處不開花    봄이 오매 어느 곳이건 꽃이 피는 것을
傍人若問惺牛事    누가 나의 경지를 묻는다면                
石女心中劫外歌    돌계집 마음속 겁외가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