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종자(讀書種子)
[요약] (讀: 읽을 독. 書: 책 서. 種: 씨 종. 子: 아들 자)
독서의 씨앗이라는 뜻으로, 독서인(士大夫) 집안은 마치 밭에 씨앗을 뿌리듯 대대로 끊기지 않고 학문을 해야 한다는 의미.
[출전] 《황산곡(黃山谷)의 산곡집(山谷集) 별집(別集) 권6 계독서(戒讀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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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송나라 말기 제남(濟南) 사람인 주밀(周密; 1232년 ~ 1308년)이 쓴 제동야언(齊東野語) 卷20 서종문종(書種文種) 단락에 이런 말이 있다.
당(唐)나라 사람 배도(裴度)는 늘 후손에게 “우리 같은 사람은 문장의 씨앗이 끊기지 않게 해야 한다. 하지만 문장으로 성공해 재상이 되느냐, 아니냐는 천명에 달린 것이다”라고 훈계했다.
裴度常訓其子云;凡吾輩但可令文種無絶. 然其間有成功能致萬乘之相則天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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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의 씨앗(文種)이 송(宋)나라 대시인인 황정견(黃庭堅;1045년 ~ 1105년;호는 山谷)의 산곡집(山谷集) 별집(別集) 권6 계독서(戒讀書)에 ‘讀書種子’로 표현했다.
“네 계층(士農工商)의 사람은 모두 대대로 가업을 계승하니, 사대부 계층의 자제는 충효와 우신(友信)에 대하여 알아야, 이에 옳다. 그러나 사대부는 ‘讀書種子’가 끊기지 않도록 하여 재기(才氣)가 있는 사람이 나오면 세상에 명성을 드러낼 것이다.” (四民皆當世業, 士大夫家子弟, 能知忠信孝友, 斯可矣. 然不可令讀書種子斷絶, 有才氣者出, 便當名世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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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기술자, 상인이 각자의 업을 전수하듯 사대부는 책 읽는 업을 전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속셈이었을까. 황정견은 변변치 않은 집안 출신으로 이렇다 할 출세도 하지 못했다. 讀書人의 삶이 암울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독서종자’를 보존하는 것이 독서인의 소명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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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조선일보 [정민의 世說新語] 독서종자(讀書種子)의 글.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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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곡(文谷) 김수항(金壽恒·1629~1689)이 남인의 탄핵을 받아 유배지에서 사사되기 전 자식들에게 ‘유계(遺戒)’를 남겼다.
“옛사람은 독서하는 종자(種子)가 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너희는 자식들을 부지런히 가르쳐서 끝내 충효와 문헌의 전함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古人云不可使讀書種子斷絶, 汝輩果能勤誨諸兒, 終不失忠孝文獻之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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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아들 김창집(金昌集·1648~1722) 또한 왕세제의 대리청정 문제로 소론과 대립 끝에 신임사화 때 사약을 받았다. 세상을 뜨기 직전 자손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오직 바라기는 너희가 화변(禍變)으로 제풀에 기운이 꺾이지 말고, 학업에 더욱 부지런히 힘써 독서종자가 끊어지는 근심이 없게 해야만 할 것이다.(惟望汝等勿以禍變而自沮, 益勤學業, 俾無讀書種子仍絶之患, 至可至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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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유언 속에 독서종자(讀書種子)란 말이 똑같이 들어 있다. 나는 부끄럼 없이 죽는다. 너희가 독서종자가 되어 가문의 명예를 지켜다오. 할아버지의 유언을 아버지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 손자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비원(悲願)처럼 죽음 앞에서 되뇐 독서종자의 의미가 감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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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도 귀양지 강진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절대로 과거시험을 보지 못함으로 기죽지 말고 마음으로 경전 공부에 힘을 쏟아 독서종자가 끊어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썼다. 폐족의 처지를 비관해 자식들이 자포자기할까 봐 마음 졸이는 아버지의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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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종자가 끊어지면 어찌 되는가? 정조(正祖)는 ‘일득록(日得錄)’에서
“근래 뼈대 있고 훌륭한 집안에 독서종자가 있단 말을 못 들었다. 이러니 명예와 검속이 날로 천해지고, 세상의 도리가 날로 무너져, 의리를 우습게 알고 권세와 이익만을 좋아한다(近日故家華閥, 未聞有讀書種子, 於是乎名檢日賤而世道日壞, 弁髦義理, 芻豢勢利)”고 통탄했다.
독서종자는 책 읽는 종자다. 종자는 씨앗이다. 독서의 씨앗마저 끊어지면 그 집안도 나라도 그것으로 끝이다. 공부만이 나를 지켜주고 내 집안, 내 나라를 지켜준다. 독서의 씨앗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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