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주의’ 원칙 그동안 이어져와 “재산 분할 도입 등 시대 상황 변화 파경 부부 억지로 묶을 필요 없다” 15년 별거 혼외자 둔 남편 소송건 대법, 판례 바꿀지 26일 공개변론 가정의 평화와 남녀의 본질적 평등을 무시하고 축첩(蓄妾) 행위를 한 데다 내연의 처에 대한 애정에만 사로잡혀 아내를 돌보지 않고 냉대한 결과 파탄을 초래했으므로 청구인의 이혼 청구를 배척한다.” 1965년 9월 대법원이 공무원 김모씨가 아내 유모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청구를 기각하며 밝힌 사유다. 결혼 생활이 깨지게 된 근본 원인은 아내가 불임이라는 이유로 첩을 들인 김씨가 제공했으므로 유씨가 원하지 않는 한 김씨의 뜻대로 이혼을 허용해줄 수 없다는 취지다. 이 판결은 ‘유책주의’ 입장을 채택한 최초의 판결로 이후 진행된 숱한 이혼소송에서 ‘바람피운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5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면서 원칙에 점차 균열이 생겼다. 하급심 위주로 유책주의에 반대되는 입장인 ‘파탄주의’를 채택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파탄주의는 부부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났으면 이혼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은 지난해 말 이모씨가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이혼을 허가했다. 이씨는 결혼 초부터 외도로 얻은 성병을 아내에게 옮겼으며 상의 없이 주식 투자를 했다 재산을 탕진하기도 했다. 다툼이 잦아진 두 사람은 2004년 말부터 별거했다. 이씨의 잘못이 명백했지만 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별거 기간이 10년 가까이 됐고 그간 연락이 없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외형상의 법률혼 관계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법원 가사4단독은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아이가 있는 방에서 음란물을 보는 등의 잘못이 있는 유책배우자 서모씨가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을 받아들였다. 형식적 혼인 생활을 강요하는 것이 아내에게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관은 “주로 별거 기간이 길고 그간 연락이 끊어진 상태로 상대방이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확고하지 않은 경우에 하급심에서 파탄주의 판례가 종종 나왔다”고 했다. 대법원에서도 파탄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판결이 몇 차례 나왔다. 대법원은 2009년 12월 11년간 집을 나가 산 유책배우자 이모씨가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남편도 잦은 외박과 음주로 잘못이 있는 점을 감안해 이혼을 인정했다. 엄격한 유책주의 입장이라면 이혼을 허가해서는 안 되지만 상대적으로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파탄주의적 입장을 담은 판례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시대 상황이 변한 점을 들었다. 임채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과거와 달리 한쪽이 일방적으로 내쫓기는 축출혼이 줄었고 재산 분할 제도의 도입으로 경제적 불평등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이미 갈 데까지 간 부부를 묶어둬 봐야 소용없다는 인식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변화를 감안해 파탄주의를 이혼소송의 원칙으로 채택할지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을 오는 26일 연다고 17일 밝혔다. 76년 결혼해 2000년부터 15년간 별거 중인 백모(68)씨 부부의 이혼 사건이 대상이다. 백씨는 다른 여성과 동거해 혼외자를 둔 유책배우자로 하급심은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국민 생활에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해 법원 홈페이지와 네이버 등 인터넷으로 생중계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현곤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만약 파탄주의로 판례가 바뀐다면 그간 상대방의 잘못 여부를 주로 따져 진흙탕 싸움이 되기 십상이었던 이혼 소송의 양상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싸움에 집중하기보단 자녀 양육 문제 등 이혼 후의 삶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게 되는 등 긍정적 측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상업적 게시판 등)] ▒☞[출처]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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