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법률상식

'사법致死'

淸潭 2015. 5. 14. 09:38


 

☞ ['사법致死' 고리 끊자] [中] '윗선 뜻' 따른 표적 수사,
이려 먼지털기式 악습 되풀이


▲... [정권 코드 맞추기 수사]

충분한 내사 거쳐야 하지만 빨리 성과 내기에 급급… 증거 못찾으면 자백 압박

기업 수사서 결과 안 나오면 경영주가 임의로 쓴 돈과 분식회계 처벌하는 게 공식

이 과정에서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비극이 이어졌다. 검찰은 이때마다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검찰의 '코드 맞추기' 수사가 '짜맞추기 수사' '강압 수사' '표적 수사' '먼지떨이식 수사' '별건 수사' 등 갖가지 무리수를 낳고 있다. 충분한 내사를 거쳐 차근차근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윗선의 뜻에 맞춘 수사는 빠른 성과를 요구하고, 수사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무리한 수사 기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고질적 병폐인 민관 유착을 뿌리 뽑겠다"며 공기업 개혁을 공언했다. 전국 검찰청이 일제히 나섰다. 첫 대상은 '철피아(철도+마피아)'. 그러나 수사 개시 한 달여 만에 대전지검에서 납품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철도시설공단 간부 이모씨가 자살했다. 그는 유서에 "이미 자백을 했는데 검찰이 윗선 연관성을 찾겠다고 해 힘들다. '큰 건'을 잡아야 출세하나 보다"라고 썼다. 7월엔 김광재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재직 시절 부하 직원들이 뇌물 수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받자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은 "조그마한 비리 하나가 군(軍)의 핵심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국방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방위산업 비리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 달 뒤 정부합동수사단이 꾸려졌다. 한 달 뒤인 올 1월 합수단에서 2차례 조사를 받은 예비역 해군 소장 함모씨가 한강에 투신했다.

검찰 관계자는 "MB 정부 시절에도 공기업 비리 수사 지시가 떨어졌는데, 검사별로 공기업 3~4개씩을 할당받아 '무조건 찾아내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며 "그럴 때는 실적을 채워야 하는 부담과 더 큰 건을 만들려는 욕심 때문에 100% 무리한 수사를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가 밝힌 무리한 수사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무리한 수사는 특수부 등에서 진행하는 인지(認知) 수사 부서에서 주로 일어난다. 인지 수사는 장시간 꼼꼼한 내사를 거쳐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을 때 수사 개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하명(下命) 수사의 경우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감사원·국세청 등에서 제보·신고·첩보 자료 등을 제공받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설익은 자료로 수사하다 보면 증거보다는 자백에 의존하게 되고, 자백받기가 쉽지 않으면 광범위한 압수수색, 가족 등 주변인들 조사, 별건 수사 등으로 이어진다. 이 관계자는 "검사들 사이에 '인지 수사=구속'이라는 인식이 있어 불구속한 사건은 실패로 본다"며 "기업 수사는 당초 예상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분식회계를 밝혀 사기로, 경영주의 가지급금을 문제 삼아 업무상 횡령과 배임으로 처벌하는 게 공식(公式)"이라고 털어놨다.

코드 맞추기에 의한 무리한 수사의 대표적 사례가 이석채 전 KT 회장 사건이다. 당시 검찰 내부에선 'MB맨'인 이 회장은 꼭 구속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2013년 10월부터 3차례에 걸쳐 KT 사옥과 임직원 집 등 40여곳을 압수수색했고, KT 임직원 70여명을 소환해 200차례 이상 조사했다. 이 전 회장도 4차례나 소환 조사했다. 이 회장 주변을 탈탈 턴 검찰은 작년 1월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석달 뒤 불구속 기소했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검찰의 인사권은 정부에 있고, 그 정부는 검찰을 통치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며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교육을 시행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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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致死' 고리 끊자] [中] '정권 코드 맞추기'가 무리한 수사로

 

▲... 검사들, 인사권자인 윗선 눈치… 기한 내에 성과내려 무리수 둬

"나는 MB맨이 결코 아닙니다."

지난달 8일 오후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취재진 수십명 앞에서 울먹이면서 외친 말이다. 해외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튿날 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그는 왜 MB맨이 아니라고 그렇게 호소했을까. 성 전 회장은 다음 날 실질심사장에 나타나지 않은 채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검찰은) 자원 (비리)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둬야지, 제 마누라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해봐도 또 없으니 1조원 분식(회계) 얘기를 했다"며 "내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되는 데 얼마나 노력했는데…"라고 했다. 수사도 구속영장 청구도 검찰이 사법 절차에 따라 진행한 일인데,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그의 마지막 외침은 대통령을 향하고 있었다. 경남기업 수사는 3월 12일 이완구 전 총리가 첫 대국민 담화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사실상 MB 정권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의 신호탄이었다.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전(前)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반복됐다. 당대 정권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검찰력을 동원하기도 했고, 검찰이 '알아서' 정권 코드에 맞추기도 했다.

노태우 정부 초기엔 '5공(전두환 정권) 비리'를 수사했고, 김영삼 정부에선 '역사 바로 세우기'란 명분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선 경쟁자였던 이회창 후보의 대선 자금 수사로 제1 야당을 겨냥했고, 노무현 대통령 때엔 DJ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을, 이명박 정부에선 박연차 회장 비리를 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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