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법률상식

[사설] 大法, "강제 징용 日기업, 한국인 피해자에게 배상하라"

淸潭 2012. 5. 25. 13:07

 

[사설] 大法, "강제 징용 日기업, 한국인 피해자에게 배상하라"

입력 : 2012.05.24 23:12 | 수정 : 2012.05.25 04:30

 

대법원은 24일 일제시대 때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옛 일본제철)에 강제 징용됐던 한국인 피해자와 유족 10여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두 일본 기업은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에게 패소 판결한 일본 법원 판결은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본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해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손해배상 청구 시효(時效) 문제에 대해선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한국에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있었다고 해서 국가권력이 개입한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데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한국법인의 재산을 압류하는 방식으로 손해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89세 동갑인 이병목씨와 여운택씨는 1944년 각각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노무자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했다. 이들은 1995년 일본 법원에 불법 노역에 따른 위자료 1억원과 받지 못한 임금 100만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냈지만, 일본 법원은 손해 배상 청구 시효가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이들은 2000년 부산지법과 서울지법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한국 법원 역시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지났고, 우리 민사소송법에 따라 일본 법원의 판결 효력을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패소 판결을 내렸다. 민사소송법에는 한국과 협정을 맺은 나라 법원의 판결이 우리 사회질서나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지 않으면 그 효력을 인정하도록 돼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5억달러의 차관을 받는 대신 개인들의 청구권은 포기한다'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해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한국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일제시대 위안부 피해자와 원폭 피해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헌재 결정과 정신을 같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