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28 09:02 | 수정 : 2011.12.28 16:36
대법, 정신분열증 유발 5천여만원 배상 판결
“가해학생 부모는 보호·감독의무 소홀 과실”
최근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학생들 간 집단 괴롭힘 및 폭행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괴롭힌 학생뿐만 아니라 그 부모와 학교 운영자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집단 괴롭힘을 당한 김모(22)씨와 가족이 강모(21)씨 등 가해 학생 7명과 이들의 부모, 학교 운영자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연대해 5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놀리고 때리는 것을 남학생들의 장난으로 볼 수도 있지만, 1년여간 지속되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장난이 아닌 집단 따돌림으로 느낄 수 있다”면서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김씨에게 정신분열증이 생겼으므로, 강씨 등 7명에게 치료비, 위자료 등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자녀가 친구를 괴롭히지 않도록 보호·감독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면서 이들 부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김씨의 담임교사가 김씨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를 운영하는 지자체도 교사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를 소홀히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 부모가 김씨를 일반학교에 진학시키고, 김씨가 괴롭힘을 당한 이후에도 특수학교에 전학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김씨 부모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신지체 2급인 김씨는 2006년 강원도 강릉의 한 공립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같은 반 학생이었던 강씨 등은 김씨를 바보라고 놀리며 교실에서 뺨을 때렸다. 이들은 가을 소풍 때 물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김씨를 바다에 빠뜨릴 것처럼 장난을 쳤고, 겨울에는 난로에 데워진 동전을 줍게 해 손가락에 화상을 입게 했다. 계속되는 괴롭힘에 김씨는 2007년 12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았다.
강씨 등 7명은 2008년 폭행·상해 혐의로 입건됐으나, 소년법 적용을 받아 보호자 감호 위탁 처분을 받았다. 김씨와 가족은 이들의 괴롭힘으로 환청, 환각, 대인공포증 등이 생겼다며 학생과 학부모, 지자체를 상대로 7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