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법정에서 재판장이 피고인의 가족들에게 5분 동안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는 일이 벌어졌다고 JTBC가 3일 보도했다.
지난 1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형사법정 303호에서는 피고인석이 텅 비어있는 재판이 열렸다. 40년 전 사망한 고 이석준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이었다. 갑자기 재판장이 유가족들에게 사과문을 읽기 시작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평범한 회사원 출신의 정당원이었던 34살 이씨는 "남북한이 단일팀을 구성해 올림픽에 출전하자"는 연설을 했다.
훗날 실현될 원대한 꿈이었지만 군사정권 하의 법원은 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는 출소 직후인 73년 사망했다. 평생 빨갱이 가족 딱지를 달고 살았던 유족들은 올초 재심을 청구했다. 그런데 재판장 김종호 판사가 선고 공판을 앞두고 "꼭 부인을 모시고 나와달라"고 당부했다.
사과의 말은 5분 정도 이어졌다. 평생 한을 품고 살았던 유족들은 변호사를 통해 재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윤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