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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QS 행진, MLB서도 보기 드문 대기록!

淸潭 2010. 7. 17. 09:27

류현진의 QS 행진, MLB서도 보기 드문 대기록!

야구타임즈 | 야구타임스 | 입력 2010.07.17 07:02

 

[야구타임스 | 김홍석]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투수는 단연 류현진이다. 데뷔 시즌이던 2006년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으로 개인 통산 2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노리고 있다. 모든 면에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12승 4패 방어율 1.67을 기록 중이다. 총 140⅓이닝을 소화해 경기당 평균 7.8이닝을 책임지고 있으며, 13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Whip(1.00) 역시 데뷔 이후 최고 기록이며, 이 페이스라면 개인 통산 3번째 200이닝-200탈삼진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미 규정이닝을 넘긴 류현진이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친다면 1998년의 정명원(1.86)과 임창용(1.89) 이후 12년 만의 기록이 된다. 또한, 200이닝과 1점대 방어율을 동시에 달성하게 된다면, 그건 1986년 이후 24년 만에 탄생하게 되는 대기록으로 역대 8번째 달성자가 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주목받는 기록은 따로 있다. 바로 류현진의 '연속 퀄리티스타트'다. 퀄리티스타트(Quality Start, 이하 QS)란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3자책점 이하로 막는 것을 뜻한다. 80년대 중반 미국의 한 야구 기자가 처음 그러한 개념을 도입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90년대 후반부터는 선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

QS의 기준이 되는 6이닝과 3자책은 '선발 투수로서의 평균치'를 그 마지노선으로 하고 있다. QS 횟수가 중요한 건, '평균 수준 이상의 피칭'을 얼마나 해주었느냐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선발 등판 대비 70% 이상만 QS를 달성하면, 그 선수에게 '에이스'란 칭호를 붙여도 무방하다.

헌데 류현진은 올 시즌 등판한 18경기에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두 QS를 달성했다. 점점 그의 연속 QS 기록에 관심이 모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올 시즌 류현진 다음으로 많은 QS를 기록한 선수는 18경기에서 13번 달성한 LG 봉중근(72.2%)이며 3위는 17번 중 12번 기록한 롯데 사도스키(70.6%)다. 70% 이상의 QS%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이들 3명이 전부다.

류현진은 작년에도 마지막 6번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모두 QS를 기록했다. 해를 넘어 무려 24경기 연속 QS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마지막 등판이었던 작년 9월 23일, 은퇴경기를 가진 송진우의 뒤를 이어 1회 무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해 8⅓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바있다. 구원 등판이라 QS 기록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25경기 연속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류현진의 기록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대 신기록이다. 단일 시즌 기록으로든 연도를 뛰어넘는 통산 기록으로든 류현진의 기록을 넘어서는 투수는 과거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에 선발과 구원의 확실한 분업이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0경기 이상 연속으로 QS를 이어간 투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록이 확실히 정리되어 있는 최근 50년 동안 류현진보다 오랜 기간 동안 연속해서 QS를 달성한 선수는 단 한 명,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고타저' 시즌이었던 1968년에 최고의 투수로 군립한 밥 깁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다.

당시 깁슨은 시즌 개막전부터 22경기 연속 QS를 기록했다. 23번째 등판 경기에서 기록이 중단되고 말았는데, 그 경기에서 깁슨은 무려 11회까지 던지며 5실점(4자책)했었다. 11이닝 4자책이면 내용 면에서 QS의 기준인 6이닝 3자책보다 훨씬 더 좋은 피칭이다. 그 해 깁슨은 34경기에 선발 등판해 32번(94.1%) QS를 기록했는데, 나머지 한 번의 실패도 QS의 기준을 상회하는 9이닝 4실점 완투승이었다.

그 해 깁슨은 1.12라는 라이브볼 시대(1920년 이후) 최저 방어율로 22승 9패, 268탈삼진을 기록, 리그 사이영상과 MVP를 독식했다. 깁슨은 1967년의 마지막 4경기에서 QS를 기록했는데, 그걸 합친 26경기 연속 QS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후 드와이트 구든(84~85년 21)과 그렉 매덕스(93~94년 20경기)가 20경기 이상 연속 QS를 달성했고, 최근에는 크리스 카펜터(2005년 22경기)와 요한 산타나(2004년 21경기)가 역대 2,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우며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비록 리그는 다르지만 류현진의 업적은 역사가 훨씬 오래되고 4배 가까이 많은 팀이 존재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올해처럼 '타고투저'가 극심한 시즌에 리그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그의 기량은 놀랍기만 하다.

우선 당장은 류현진이 깁슨의 26경기 연속 QS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그 때는 올 시즌의 전 경기 QS가 가능한가로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직까지 한 시즌 전체를 100%의 확률로 QS를 달성한 선수는 없었다. 단축시즌이었던 1994년에 25경기에 등판해 24번을 기록한 그렉 매덕스(96%)가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68년의 밥 깁슨이 역대 2위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나온다면 그건 리그의 수준 차이를 떠나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게다가 깁슨이 활약하던 1968년은 내셔널리그 전체의 평균 방어율이 2.99였을 정도로 '투고타저'가 극대화된 시기였다.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압도적인 위압감'의 측면에서는 류현진의 그것이 더욱 무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상 최대의 괴물' 류현진. 그 질주의 끝이 어디일지가 궁금하다.

// 야구타임스 김홍석(블로그 : 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