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지나고 나면 다 맞는데 꼭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게 문제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도 그렇다. 여름철에 덥다고 찬 음식을 많이 먹다 보면 탈나기 십상이다. 여름이 되면 속의 양기가 겉으로 나오기 때문에 속은 차가워진다. 그래서 소화기능은 물론 더위를 이기는 저항력도 점점 더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삼복더위에 삼계탕이나 보신탕, 오리고기를 먹는 것은 차가워진 속을 보하고 기력을 회복하는 의미가 있다. 이번 주에는 더운 음식을 찾아갔다. 땀은 흘렸지만 몸은 좋아진 것 같다.맛있고 양 많은 '전포양곱창'부산에는 곱창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집들이 있다. 곱창 좋아하는 어떤 분이 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홍순덕 전포양곱창'에 가 봐라고 추천을 했다. 맛도 있고 양도 많이 주는 곳이란다. 주택가에 위치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 참 용케도 알고 먹으러 다닌다. 창업자 홍순덕씨의 아들인 이윤(47)씨가 직접 고기를 구워 주었다. 이날 곱창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먹으면 되는 줄 알았던 곱창. 인터넷에는 곱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는 '곱창동맹(www.lyocell.com)' 사이트까지 생겼단다. 두 사람이 가서 양곱창 3인분을 시켰다. 빨간 양념이 먹음직하고 양곱창의 양이 상당히 많다. 3인분이 다른 집 5인분은 되어 보인다. 넉넉하게 주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가족과 함께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곱창에는 양, 곱창, 대창, 염통, 콩팥이 골고루 들었다. 대창이 참 부드럽다. 대창 안에 도대체 뭘 넣느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단다. 뭘 넣어서 그런게 아니고 뭐가 빠져서 그렇다. 고기가 부드러운 이유는 거세우이기 때문이다. 대창은 100%가 거세우이다.
사람은 참 잔인하다는 생각과 고기가 참 맛있다는 모순적 생각이 동시에 든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먹자. 딴 집에 비해서 고기의 양념 맛이 진하다. 연기가 빠지는 후드가 없는 게 이 집의 특징이다. 후드가 있으면 겉은 타고 속은 안 익어 맛이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고기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우리집은 고기를 비스듬하게 사선으로 써는 게 다르다. 다른 집에서는 고기를 굽다 대창을 터 주는데 우리는 절대 터 주지 않는다. 딴 곳에서는 안 좋은 기름이 나와 제거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좀 이름난 집에 가 보면 온통 유명인사가 다녀간 사인을 걸어 놓았다. 여기서는 사인을 걸어 놓는 대신 사인 책자를 보여주었다. 휘갈긴 사인은 누가 썼는지 잘 모르겠다. 연예인 여러분, 정자로 또박또박 이름을 쓰고 가면 고맙겠다. 일반 손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곱창 먹은 다음에 시켜 먹은 국수가 인상적이다. 무청을 넣은 된장국수, 시원한 열무국수가 맛이 있다. 일반 국수는 색깔이 진하고 맛있는 우동 같다.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집으로 추천. 양곱창 1만8천원, 순양 및 백양(각 180g) 2만원, 국수 2천∼3천원. 지하철 망미역 2번 출구에서 고가교 밑 150m, 일방통행로 2번째집. 051-756-0543.
회와 복국을 한자리에 '남포식당'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을 오랜만에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 그래서인지 공동어시장 주변에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당을 쉽게 만날 수 있다.'남포식당'도 공동어시장 관계자들을 통해 알게 된 집이다. 수산업과 관계없는 분이 추천한걸 보면 입소문도 꽤 난 모양이다. 몇 년 전에 자주 드나들던 생각이 났다.
부산이 물에 잠기던 날, 이 집을 찾았다. 낯이 익은 주인장인데 취재는 안 된단다. 비도 오고 갈 곳은 없고 야단났다. 무턱대고 들어가 회부터 시켰다. 이 집은 막 썰어주는 회로 유명하다. 무채와 미나리, 미역이 먼저 나왔다. 다른 집과 나오는 방식이 다르다.
보통 회 밑에 깔린 무채는 장식이어서 손도 대지 않는다. 이렇게 따로 나오니 더 신선하고 아삭해 맛이 있다. 손님들이 제발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 개발한 방식이다. 초장은 아주 새콤달콤하다. 이렇게 먹다 보면 소주 한 병은 후딱 없어진다. 명지산 웅어와 한치회가 일인당 5천원이다. 회도 마음에 들고 가격은 더 마음에 든다. 가을이 되면 학공치가 올라온다.
회를 먹었으면 이제는 속을 데워 주어야 할 차례이다. 밀복국이 나왔다. 부산의 대표적인 음식인 복국. 부산의 유명한 한 복국집은 얼마 전 서울에 이어 북경에도 진출했다. 유명하다고 해서 다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집은 조미료를 많이 넣기로 악명이 높다. 복어는 자주복(참복), 황복, 검자주복, 까치복, 밀복, 졸복 순으로 가격이 비싸다. 이렇게 밀복이 가격에서 밀린다고 얕보지 마라.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먹는 복국이 억수로 진하다. 자연산 밀복이 자연스럽게 내는 맛이다. 어제의 숙취가 비에 씻겨 동동 떠내려간다. 복국 가격은 15년째 1만원. 예전에는 참복이나 까치복만을 쓰다 가격을 올리는 대신 복어 종류를 바꿨단다. 복국만 먹다 보면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회를 먼저 먹고 복국을 뒤에 먹으니 그게 좋다.
그제야 사장님이 와서 말을 거든다. "이 집 꼬라지를 봐라. 이 작은 가게에서 벌면 얼마를 벌겠는가.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나 추운 겨울철에 공연히 밖에 손님들 기다리게 하기 미안해서 방송 출연 다 거절했다." 그래도 싱싱한 재료를 써서 이 자리에서 27년째를 하다 보니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찾아온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다니는 사람 치고 이 집 모르면 간첩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9시. 일요일에는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 부산공동어시장 맞은편에서 송도 아랫길쪽 100m. 051-254-8029.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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