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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방식'의 붕장어 회 먹기=붕장어를 이렇게 회를 쳐서 먹을 수 있다니 새로웠다. 지난 3일 '다솜횟집'(부산 수영구 민락동)에서였다. 광어나 돔처럼 비껴썰기나 막썰기를 한 것이다. 써는 방식의 새로움처럼 맛도 새로웠다. 이른바 '기장 방식'(기장군의 횟집들에서 즐겨하는 방식)으로 붕장어 회를 친 것과는 아주 다르다. 주방에서 '기장 방식'의 시범을 보여줬다. 껍질을 벗겨낸 붕장어를 파쇄하는 기계에 2~3번 반복해서 내리는 것이다. 반복해서 내리자 붕장어의 굵직한 몸통이 자잘하게 부서졌다. 상전벽해 같은 변화다. 그리고 자잘하게 부서진 붕장어를 마른 수건에 싸서 몇 차례 반복하여 힘껏 물을 짜낸다. 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이 과정을 탈수기에 넣어 처리하는 집도 있다는 것은 저잣거리에 꽤 알려진 내막이다. 물을 질끈 짜내는 것은 붕장어 지방을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붕장어에 대한 큰 오해다. "실제로는 붕장어 피 속의 독소(이크티오헤모톡신) 때문에 탈이 나는 것"이라고 동행한 회박사 조영제 부경대 교수가 설명했다. 부산과 경상도 말로 '아나고 먹고 아다리되는 것'은 붕장어 피의 독소 때문인데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오해가 온전한 맛을 버리다=중요한 것은 '붕장어의 지방 때문에 탈이 난다'는 오해가 붕장어 회 먹는 방식을 편협화시켰다는 점이다. '기장 방식'은 하나의 방식이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붕장어의 지방에는 온갖 영양소가 다 들어 있다. 생선의 지방은, 육고기의 지방과 달리 생선을 먹는 이유다. 생선 지방 속에 각종 비타민과 DHA, EPA가 들어 있다. 그러니까 붕장어를 자잘하게 썰어 물을 쫙 뺀 채로 먹는 것은 온갖 영양분을 다 빼 버리고 빈 껍질만 먹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단다. "붕장어는 큰놈보다 지방이 별로 없는 작은놈이 더 맛있다"는 시중의 통설은 오해가 오해를 낳은 대표적인 예다. 당연히 큰놈이 지방이 많으니까 맛있고 좋은 것이다. 붕장어 큰놈은 구이용으로 구워서 먹는데 이 놈을 구울 때 지방의 30% 이상이 빠져 버린다고 한다는 게 또한 조영제 교수의 설명이었다. 붕장어 큰놈을 구워 먹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그 나름의 풍미가 분명 있다. 하나의 음식을 먹는 것은 그 풍미를 먹는 것이다. 다만 '영양'을 따질 때 다소의 손실이 있다는 말이겠다. △붕장어, 갯장어보다 영양분 더 많다=요즘 붕장어 회는 잘 먹지 않는다. 값싸고 고급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남 따라 강남 가는' 오해가 있다. 일본에서는 갯장어는 회로 먹지만 붕장어는 먹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도 그걸 따라서 갯장어를 귀하게 치고 붕장어는 헐값으로 치는 것이다. 더불어 갯장어는 일본으로 수출되고 덩달아 국내의 값도 뛴다. 갯장어는 여름 한 철에만 반짝하고 붕장어는 사철 잡히는 저간의 사정도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조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붕장어가 갯장어보다 영양분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붕장어가 갯장어보다 지방함량이 2배 더 많다. 인체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인 DHA, EPA도 붕장어가 더 많다. 생식기능을 돕는 비타민A는 5.5배,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E는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표 참고).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고급횟감으로 알려진 갯장어보다 붕장어가 지방함량을 비롯하여 기능성 성분인 DHA, EPA, 비타민A, 비타민E 함량이 훨씬 많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붕장어 회 조리법을 바꿔야 한다=붕장어를 갯장어처럼 썰어 냈다. 비껴썰기 막썰기의 방식으로, 시중에서 포를 떠서 먹는다고 통칭하는 방식이다. 색깔을 보니 약간 붉직한 것이 갯장어 회이고, 더 희게 보이는 것이 붕장어 회이다. 이렇게 포를 뜨는 것은 길이 1m 이상의 붕장어 큰놈이라야 한다. 그래야 영양분이 뭉쳐 있다. 처음에는 갯장어 회가 더 고소했고, 나중에는 붕장어 회가 더 고소했다. 제철을 제대로 맞은 갯장어는 살점에서는 불그레하면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호사가들이 '이 맛'이라고 엄지를 치켜드는 그 맛이었다. 그러나 붕장어가 그에 뒤지지 않았다. 붕장어 회는 입속에서 처음에는 약간 질긴 듯 씹혔다. 아직 그 맛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으려는 미지의 씹힘이었다. 어금니가 붕장어 회의 살점을 계속 터뜨렸다. 그 맛 속에서 주워 들은 DHA, EPA, 비타민A, 비타민E 들이 뒹굴고 있었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우러났다. 대기만성의 맛이라고 해야 하나. 미식의 섬세한 취향에 따라 흔쾌히 즐길 수 있는 맛으로 충분하다. 이 맛이다. 자족했다. 다솜횟집의 남상애 사장은 "모듬회 접시에 붕장어 회를 섞어 내놓으면 손님들이 맛있다면서 처음 먹어보는 이 회가 무엇이냐라고들 물어보며 궁금해한다"고 했다. 부산 사람들이 소싯적에 회 먹는 것을 처음 배울 때 먹었던 붕장어 회의 고급한 맛이 따로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접시 위의 붕장어 회가 묻는다. "나보다 영양분도 적은 갯장어야, 나보다 2배 비싸게 팔리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 그래도 되나?" 여름철 보양식 ▶다솜횟집=이 집에서는 여름 보양식이라는 이름을 붙여 '붕장어 회'를 추천 메뉴로 올려놓았다. 선별된 대형 붕장어를 쓰는데 굵기가 아이 팔뚝 이상이다. 붕장어 회를 먹고 뒤이어 먹는 붕장어 매운탕도 맛이 좋다. 대 12만원(4~5명분), 중 8만원. 민락수변공원에 있는 바다산책회센터의 7층에 있다. 부산의 바다와 광안대로가 시원하게 전망된다. 오전 10시~밤 12시 영업(피서철은 새벽 2시까지). 051-755-4466. ▶이런저런 장어=갯장어(하모)는 이빨이 날카로운 것이 특징이다. 붕장어와 비교할 때 머리가 조금 뾰족한 느낌이다. 길이 2m까지 자라는데 그 정도 큰놈은 일본에 수출되어 시중에서는 보기 어렵다. 붕장어(아나고)는 얼핏 보면 갯장어와 비슷하다. 그러나 배를 따라 38~43개의 흰 반점이 찍혀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갯장어가 여름 한철에 반짝한다면 붕장어는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여름이 제철로 알려져 있다. 붕장어와 갯장어는 회로 먹을 수 있는 장어. 뱀장어(우나기)는 민물에 살아 '민물장어'라고 부르는 것으로 구이로 먹는 보양식의 왕자이며 값도 비싸다. 일식집에서 나오는 장어구이가 뱀장어이며, 장어덮밥 장어구이 등으로 요리해서 먹는다. 이 장어구이가 헷갈리게 만든다. 기장군에서는 붕장어를 '장어구이'로 먹기 때문이다. 먹장어(누타우나기)는 부산에서 '꼼장어'라고 부르는 것으로 포장마차의 소주 안주다. 기장군에서 '짚불구이'로 먹는 것이 이 먹장어이다. 글=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 지역의 빛으로 독자의 희망으로 - - Copyrights ⓒ 부산일보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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