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신상여허공(普賢身相如虛空: 보현보살님의 몸은 허공과 같아서)
의진이주비국토(依眞而住非國土: 국토에 매이지 않고 머무르시며)
수제중생심소욕(隨諸衆生心所欲: 모든 중생의 마음의 원을 따라서)
시현보신등일체(示現普身等一切: 널리 어느 곳이나 나투어 주신다)
오늘 맑고 풍요로운 가을 정취를 느끼며 이 곳에 오면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오직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왔습니다. 이 장엄한 화엄만다라세계(華嚴曼陀羅世界)를 가꾸어 주시는 끝없는 하늘 같으시고 깊이 모를 바다 같은 보현보살님의 덕상을 마음 깊이 그리며 또 고통 받는 중생을 찾아다니며 보현보살님의 행원을 실천하고자 오늘도 변함없이 노력하시는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을 생각하니 한 나절을 차를 타고 오면서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끔씩 봉사자 여러분들을 생각하게 되면 여러분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보현보살님의 진정한 행자이며 화엄동산의 꽃이며 빛이며 감로라고 느껴집니다. 그러므로 오늘 저는 인연된 시간을 통해 보현보살님의 행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우선 보현보살님의 명호부터 설명드리자면, 보현보살님의 체성(體性)이 두루하여 온 우주에 가득하고 한이 없으므로 보(普)라 하고 그 공덕이 인연을 따라 일체에 모두 응하여 주시므로 현(賢)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화엄경(華嚴經)에 보현행원을 닦는 사람은 “일체 죄업이 소멸하며 일체 병고가 없어지며 일체 마군이 물러가고, 선신이 수호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데 걸림이 없어 마치 달이 구름 밖으로 나온 것과 같다.”라고 말씀하셨으니 보현행원을 닦는 사람의 삶은 이 얼마나 숭고하며 복덕을 짓는 삶이 되겠습니까?
인간사에서 생기는 삼재(三災; 수재·화재·풍재)의 고통의 현장에서 병고로 시달리는 병원에서 가난과 외로움에 고통을 받는 어려운 이웃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시는 여러분의 삶이 바로 보현보살님의 원을 실천하는 삶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므로 앞서 말씀드린 공덕 또한 여러분들의 삶에 가피로 내려질 것입니다.
이왕 보현보살님의 행원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좀더 구체적으로 화엄경에 있는 십대행원(十大行願)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한없는 뜻을 지닌 행원을 낱낱이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예경원(禮敬願)으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원이요, 둘째는 찬양원(讚揚願)으로 모든 부처님을 찬탄하는 원이요, 셋째는, 공양원(供養願)으로 공양을 널리 베푸는 원이요, 넷째는 참회원(懺悔願)으로 모든 업장을 참회하는 원이요, 다섯째는 수희원(隨喜願)으로 남이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하는 원이요, 여섯째는 청법원(請法願)으로 설법하여 주시기를 청하는 원이요, 일곱째는 청주원(請住願)으로 부처님께서 항상 세상에 머무시길 청하는 원이요, 여덟째는 수학원(隨學願)으로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우려는 원이요, 아홉째는 수순원(隨順願)으로 항상 중생을 수순하려는 원이요, 열번째는 회향원(廻向願)으로 지은 바 모든 공덕을 널리 회향하는 원입니다.
보현보살님께서는 이 열 가지 원을 언제까지 실천하시기를 발원하셨는가 하면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하려니와 중생계 내지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원도 다함이 없어 생각 생각 상속하여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하셨습니다.
제가 왜 자꾸 보현보살님의 행원을 말씀드리는가 하면 봉사자의 길을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가정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주체자로서 그 자리를 비워야 할 때 가족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면 여러분들의 땀과 피가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한두 번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동참할 수도 있지만 여러분들처럼 몇 년씩 봉사활동을 해왔다거나 앞으로도 조직적으로 평생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은 진실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세상에는 백 가지 선한 일을 알면서도 한 가지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봉사자 여러분들은 한 가지만 알아도 꼭 실천을 하는 분들이니 참으로 진실한 수행자의 삶을 사는 것이요, 복덕의 열매가 맺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참다운 봉사자의 가치는 부처님과 성현의 가르침을 얼마나 배워서 알고 암송(暗誦)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른 신심과 원력으로 얼마나 믿고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예로 “일체 중생이 모두 부처님의 성품을 지니고 있다.”라는 가르침을 배웠으면 상불경(常不輕) 보살님처럼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나는 그대들을 깊이 공경하나니 그대들은 모두가 마땅히 성불할 사람이다.”라고 찬탄하며, 상대방이 혹 화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나뭇가지나 돌로 때려도 멀리 달아나면서도 상대를 원망하지 않고 찬탄의 말씀을 반복하였으니 이보다 투철한 실천행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상대가 나를 박대하여도 상대를 찬탄하는 상불경보살님의 그 마음처럼 봉사자들이 상대를 위하여 봉사하는 그 마음 또한 거룩하며 상대를 끝없이 찬탄하여 내세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신 것처럼 봉사자 여러분들도 내세에는 오늘의 공덕으로 꼭 부처님이 되실 것입니다. 부처님이 되는 길이 이론과 학습에 있지 않고 오직 실천수행에 있기에 그 인연의 열매는 더욱 일찍 영글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봉사활동을 하시면서도 항상 보현보살님의 행원을 정성을 다해서 실천하면 여러분들 마음에 본래 가지고 있는 보현대보리심(普賢大菩提心; 보현보살님의 큰 지혜의 마음)이 빛을 발하여 스스로 덕을 갖추게 되고 또 보현보살님은 보현연명보살(普賢延命菩薩)이라고도 칭명하니까 보현행원을 실천하는 봉사자 여러분들의 수명도 점차 길어지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관보현보살행법경(觀普賢菩薩行法經)에 부처님께서 아난 스님 등 제자들에게 “내가 멸도 후 모든 중생은 관보현행을 닦아 법화삼매(法華三昧)를 증득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간곡히 이르신 말씀입니까? 여러분들이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의 뜻을 받들고 모여서 오늘까지 교계를 대표하는 봉사활동을 사회적으로 펼쳐오신 점을 재삼 찬탄드리며 회원 서로 서로를 보살피고 격려하며 더욱 발전되시길 바랍니다.
봉사를 목적으로 모였으니 이 세상에 이보다 훌륭한 인연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다 끝없는 과거 전생부터 좋은 도반으로 만나서 보현보살님의 품에서 만 중생의 생명을 키워낸 공덕으로 맺어진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이 복된 인연을 영원히 이어가기 위해서 함께 지어온 모든 공덕을 서로 서로에게 회향하며 모든 중생과 더불어 함께 해탈하고 대지혜를 성취하기를 보현보살님전에 맹세합시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가족 친지 친우 등 모든 분들이 봉사의 기쁨을 깨달을 수 있도록 교화하며 더욱 진솔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봉사활동을 하여서 여러분의 손끝 발끝에서 자비의 연꽃이 활짝 피어 세상을 편안하고 향기롭게 가꾸어 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고 확신합니다. 자원봉사자의 삶! 아무리 칭찬하여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 불교자원봉사자 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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