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인곡당(법장스님)

德崇禪學 2집 발간사

淸潭 2008. 2. 21. 18:10

제2집 발간사

 

(한국불교선학연구원장 이은윤)

  ‘사이버 대륙’이라는 新天地가 도래했다. 네티즌이라는 인터넷 시민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상징하는 이 사이버 공간은 전세계 60억 인구가 인터넷을 통해 이념과 인종․국경을 초월한 토론도 하고 필요로 하는 갖가지 정보를 섭취한다.
  이제 비즈니스도 인터넷을 통해 수백만명이 光速으로 쌍방형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文明이다. 전자정보통신 매체의 급속한 발달로 전통적인 對面敎育도 교실의 벽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가르치고 배울수 있는 ‘假想학교 체제’로 재구성될 교육의 빅뱅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오늘의 정보혁명은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대표하고 있는 상징이다. 가상학교(Cyber school)는 지역과 대상, 내용과 시간을 초월하는 無制度․無形式의 학습자중심 원격교육이다. 이처럼 기존의 공간개념과 시간개념이 뒤바뀌는 엄청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가상공간, 가상학교는 지금까지는 문자 그대로 ‘가짜’였다. 그러나 그 가짜가 오히려 진짜가 되고 지금까지 ‘진짜’로 떠받들던 인류문며의 패러다임들은 퇴조하고 있다.
  21세기는 지식기반 사회다. 저 고대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 민주주의로 再現되고 있다. 근․현대 代議 민주주의가 노출한 虛構와 갈등이 치유될 수 있는 뉴 밀레니엄의 기쁜 소식이다.
  흔히들 이러한 오늘의 새로운 문명현상을 단순한 기술의 발달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문명 패러다임의 변혁을 이해하고  읽어내려는 사상적 천착이 없이는 인간이 문명의 노예가 되고 마는 어리석음을 면할 수가 없다.
  사이버 공간의 사상적 이해는 진짜와 가짜가 근원으로 돌아가면 하나이고 같은 것이라는 禪理의 ‘眞妄和合構造’에 대입시켜 이해하면 이분법적인 진짜와 가짜 분별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 한국불교선학연구원은 訓古學的인 禪宗史 연구나 禪語錄 주석을 되풀이하는 데 머물지 않고 혁명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오늘의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들을 선리를 통해 조명해 보는 노력을 하려는 게 그 본래의 설립 취지다.
  따라서 본 연구원의 이번 제2차 덕숭선학 학술회의가 주제를 「21세기와 韓國禪」으로 정한 것도 이같은 설립 취지에 충실하고자 하는 원력에서였다. 아직은 선에 대한 기초 연구 부터가 척박한 현실이기 때문에 감히 오늘의 문명현상과 선리를 연결시켜 천착하는 일이 과욕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을 믿고 만용을 부려본 것이다. 부디 개척자적인 만용을 널리 감싸 안아주면서 발표 논문들에 대한 지도 편달과 격려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