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심상찮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2003년 이후 비아그라(한국화이자)-시알리스(한국릴리)-레비트라(한국바이엘) 간 삼국지 양상을 보여 왔던 이 시장은 8월부터 토종 신약 자이데나(동아제약)가 가세하면서 뜨거운 쟁탈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시장 점유율 10% 선으로 가장 약체인 레비트라의 공세적 행보는 업계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숨죽여 왔던 레비트라가 과연 고개를 한껏 쳐들 수 있을까.
“레비트라는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처음부터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었습니다.
일반 소비재도 아닌 전문 의약품인데 전문가들로부터 먼저 검증 받는 게 순서라는 판단이었죠. 그래서 실제 처방을 하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효능을 알리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지금껏 레비트라가 잠잠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바이엘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마케팅 전략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접촉 강화가 변화의 핵심이다.
최근 서울서 열린 국제남성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미 펜실베이니아대 남성성생활연구소 소장인 액실로드 박사는 레비트라에게 아주 고무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레비트라의 주성분인 바데나필이 PDE-5(남성 음경 조직에서 발견되는 발기 저해 효소) 억제 효력이 매우 강력한 물질이며, 그 효력은 다른 두 경쟁 제품의 주성분인 실데나필(비아그라)과 타다라필(시알리스)보다 약 10배 가량 더 강력하다는 것.
액실로드 박사는 “가장 강력한 PDE-5 억제제라는 것은 가장 강력한 효능을 의미한다”며 “미국서 실데나필에 반응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89%가 개선 효과를 보인 바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강력한 효능을 지닌 레비트라가 다른 치료제와 차별화되는 장점으로 주저없이 ‘강직도’와 ‘빠른
발현력’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레비트라는 복용한 지 10분 후부터 발기가 가능한데, 다른 제품들은 발현 시간이 25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인용했다.
‘강직도’는 대부분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발기부전 치료제의 첫 번째 요건으로 꼽았다.
국제발기부전연구학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의 발기부전 환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레비트라는 42%의 지지도로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2004년 전국 비뇨기과 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바이엘 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52%가 ‘강직도’가 우수한 제품으로 레비트라를 선택하기도 했다.
발기부전은 중년 남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당뇨병, 고혈압, 심근경색, 우울증 등의 질병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64%, 고혈압 환자의 52%, 심근경색 환자의 86%, 우울증 환자의 90%가 발기부전을 동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레비트라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당뇨병 환자에 대한 뛰어난 효능이다. 미국 당뇨학회의 한 연구는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발기부전 치료에서 레비트라를 복용한 환자의 58%가 위약 복용 환자와 비교해 발기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바이엘 측은 레비트라의 효능이 웬만큼 입증된 만큼 향후 마케팅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환자들을 상대로 펼치는 전 세계적 캠페인 활동은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먼저 말을 꺼내보세요(Strike up a conversation)’라는 캠페인 프로그램이 가동됐고, 올 6월부터는 구체적인 실행 방법의 하나로 ‘엄지 손가락 캠페인(Thumbs Campaign)’이 진행되고 있다.
발기부전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아래로 가리켜 의사에게 증세를 알리고 치료도 받자는 취지의 행사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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