擬古詩十九首體(고시십구수) 를 의작하다
어우집 제2권 / 시(詩)○서호록(西湖錄) / 유몽인(柳夢寅)
〈가고 또 가니〉를 의작하다〔擬行行重行行〕
가고 또 가니 / 去去復去去
자유로운 무하유지향이라네 / 無何曠浪鄕
산천은 참으로 울창하고 / 山川信紆鬱
천지는 어찌 그리 아득한가 / 天地何杳茫
손 내젓고 이제 떠나니 / 揮手自此逝
한양에서 그대와 헤어지네 / 別君於漢陽
어찌 길이 그리워하지 않으리오 / 豈不長顧念
이 이별 참으로 바쁘구나 / 此別苦悤悤
짝 잃은 새는 오래된 버들에 앉고 / 孤雌依古柳
끊어진 덩굴이 긴 소나무에 늘어졌네 / 斷葛垂長松
밝은 해가 흐려져 저물려 하고 / 白日曖欲暮
가는 말은 밤중에 놀라네 / 征馬中夜驚
배회하며 어디로 가려 하는가 / 徘徊欲安適
그대를 생각하니 백발이 돋네 / 思君霜毛生
푸른 빛 무성한 아름다운 숲 / 蔥靑瓊樹林
골짜기 가득 향기가 날리네 / 溢谷揚芳氣
캐어서 내 품에 가득 담으니 / 采之盈我懷
어떻게 그대의 주린 배 채울까 / 何以充君餼
〈푸르른 강가의 풀〉을 의작하다〔擬靑靑河畔草〕
푸르른 하늘 위의 새 / 靑靑天上鳥
난만한 공중의 구름 / 爛爛空中雲
아름다운 서왕모는 / 皎皎西王母
아득한 요지의 물가에 있네 / 迢迢瑤池濆
드높은 푸른 봉우리는 얹은머리 같고 / 峩峩碧峯䯻
찬란한 붉은 노을은 치마 같네 / 灼灼丹霞裙
옛적 나와 맹세하였는데 / 昔與我成誓
지금은 가을 낙엽처럼 헤어지네 / 今爲秋葉分
술잔을 누구에게 권하리오 / 瓊觴向誰勸
눈물이 옷을 잔뜩 적시네 / 淚濕衣氤氳
〈푸르른 언덕 위의 잣나무〉를 의작하다〔擬靑靑陵上柏〕
바람 앞의 등불은 반짝반짝 / 爍爍風前燈
시내 위의 얼음은 둥실둥실 / 輕輕川上氷
푸른 하늘에 밝은 해 지는데 / 靑天飄白日
긴 줄이 없어 서글피 바라보네 / 悵望無長繩
좋은 날 큰 잔치 벌이고 / 佳辰設高宴
민수처럼 맑은 술을 두네 / 置酒淸如澠
술에 취하여 어디로 가려는가 / 酒酣欲焉如
수레 메어 오릉으로 가네 / 命駕遊五陵
구름은 깊숙한 산가에서 묵고 / 雲師宿邃闥
해는 처마 모서리 돌아가네 / 日馭回觚稜
이곳에 협객이 많으니 / 此間多遊俠
수레와 말이 뛰어다니네 / 車馬相奔騰
아리따운 여인이 자리 가까이 있어 / 妖姬昵席次
향기가 자욱하여 하늘까지 닿네 / 薰靄薄霄層
이렇게 남은 인생 즐기리니 / 以玆樂餘歲
길게 읍하고 연릉을 하직하네 / 高揖謝延陵
〈오늘의 좋은 연회〉를 의작하다〔擬今日良宴會〕
주인이 귀한 손님 공경하여 / 主人敬佳客
길일에 화려한 집을 열었네 / 吉日開金堂
높은 일산이 뜰을 덮고 / 高蓋蔭庭戶
패옥이 쟁그랑 울리네 / 環珮鳴璫琅
마음에 황하와 제수의 구별이 없고 / 心無河濟別
담론은 향풀처럼 향기롭네 / 論若茝蘭香
풍성한 안주 그냥 돌아가지 않고 / 豐肴不虛返
푸른 미주를 자주 술잔으로 들이키네 / 綠醑頻覆觴
인생은 참으로 빠르니 / 人生亮草草
붉은 무궁화는 서리를 기다리지 않네 / 紅槿不待霜
노력하여 날개를 떨쳐 / 努力振六翮
바람 타고 높이 날아야지 / 排風高翶翔
어찌하여 초췌한 모습으로 / 胡爲多憔悴
고개 숙인 채 외진 고을에서 늙어가나 / 低首老窮鄕
〈서북에 높은 누각 있네〉를 의작하다〔擬西北有高樓〕
아름다운 누각 높고도 높아 / 玉樓高復高
푸른 구름 속에 날개 펼친 듯하네 / 翬翥靑雲裏
맑은 하늘에 오색이 찬란하니 / 五彩絢晴空
희화가 섬돌을 따라가네 / 羲和循階戺
가운데 아리따운 여인 있으니 / 中有窈窕娘
눈썹 내리깔고 흰 이를 드러내네 / 低眉發皓齒
맑은 소리로 백설곡 부르고 / 淸唱白雪詞
배회하며 연로의 시를 읊네 / 徘徊延露詩
고기와 용은 차가운 물에서 움직이고 / 魚龍動寒水
회오리바람 불자 바람소리에 놀라네 / 颯颯驚飈吹
가락 높고 가사는 더욱 어려운데 / 調高辭更苦
귀를 막았으니 누가 알리오 / 掩耳誰能知
알아주는 사람 없다고 한스러워 않고 / 莫恨知者無
단지 굳은 옥과 같은 지조 지키네 / 但保貞玉操
바라건대 한 쌍의 누런 고니 되어 / 願爲雙黃鵠
푸른 하늘로 멀리 날아갔으면 / 遐擧入蒼昊
〈강을 건너며 연꽃을 따다〉를 의작하다〔擬涉江采芙蓉〕
바다에 들어가 진주를 찾으니 / 入海探明珠
깊은 골짜기에 귀한 나무 빽빽하네 / 濬壑森瑤樹
꺾어서 누구에게 주려는가 / 折來贈何人
미인은 물길 너머 떨어져 있네 / 予美阻川路
고향은 아득히 멀기만 한데 / 鄕關敻悠悠
서글피 바라보니 해가 지는구나 / 悵望馳暉暮
동쪽의 삼성과 서쪽의 상성처럼 / 東參而西商
오래도록 그리워할 따름이라네 / 相思以終古
〈밝은 달이 밤에 빛나네〉를 의작하다〔擬明月皎夜光〕
한겨울은 참으로 살벌한 절기인데 / 窮陰正殺節
찬바람 불어 뜰의 나무를 흔드네 / 寒吹振庭柯
희미한 은하수 사라지고 / 微微星漢沒
밝디밝은 달빛이 환하네 / 皎皎月華多
까마귀와 까치는 놀라서 울고 / 烏鵲驚相叫
숲 그림자는 이리저리 너울거리네 / 林影互婆娑
눈이 쌓여 뭇 골짜기 평평해지고 / 積雪平衆壑
용비늘 같은 얼음이 강을 가로질렀네 / 龍鱗氷橫河
옛날 내가 어릴 적 / 昔余童丱舊
두각이 어찌 그리 드높았나 / 頭角何峩峩
화려한 옷 스스로 자랑했으니 / 炫服自矜耀
불우한 나를 누가 가련히 여기랴 / 誰憐我蹉跎
북두성 자루로는 술 따르기 어렵고 / 北斗難斟酒
자갈밭에 어떻게 벼를 심으랴 / 石田焉藝禾
영락한 채 한 해가 이미 저물었으니 / 坎坷歲已晏
길이 탄식하지만 장차 어찌하리오 / 長歎將如何
〈하늘거리는 외로이 자란 대나무〉를 의작하다〔擬冉冉孤生竹〕
선명한 자줏빛 연꽃이 / 灼灼紫芙蓉
더러운 못에서 꽃을 피웠네 / 開花黃汚池
아리따운 연경의 미인이 / 皎皎燕京姬
유주 병주의 사내와 혼인하였네 / 托婚幽幷兒
한창 젊은 시절 맞이했을 때 / 方當艶陽歲
아내 버리고 멀리 종군하였네 / 棄妾遠從戎
드넓은 산천은 아득히 멀어 / 山川浩漫漫
꿈에서도 가기 어렵네 / 魂夢亦難通
봄밤에 빈 휘장만 지키자니 / 春宵守空帷
거울에 비친 얼굴 흙빛이 되었네 / 玉鏡花顔緇
손으로 푸른 옥같은 대나무 잡고 / 手挽綠玉蕤
낭군을 위해 두 줄기 눈물 흘리네 / 爲君雙涕滋
진흙 먼지 속에 버려졌으니 / 萎絶塵沙裏
고운 향기 누가 다시 알아주랴 / 芳香誰復知
〈뜰에 기이한 나무 있어〉를 의작하다〔擬庭中有奇樹〕
뜰 앞의 한 그루 매화나무 / 階前一樹梅
추위에도 선명한 꽃을 피웠네 / 粲粲寒葩開
눈과 달이 밤에 번갈아 비추니 / 雪月夜交映
깨끗하기가 옥돌과 같구나 / 皎潔如瓊瑰
이것을 가져다 누구에게 주려는가 / 持此欲誰贈
미인은 끝내 오지 않는구나 / 佳人竟不來
이 꽃을 어디에 비할까 / 此花何所比
이것은 사람 중의 군자로구나 / 此人君子哉
홀로 부드러운 향기 품었는데 / 獨抱冉冉香
그리워하여도 길이 멀구나 / 思之路脩回
〈아득히 먼 견우성〉을 의작하다〔擬迢迢牽牛星〕
은하수 동쪽에는 직녀가 있고 / 河東有織女
은하수 서쪽에는 견우가 있네 / 河西有牽牛
해마다 은하수 가에서 / 年年河水上
바라보며 그저 그리워할 뿐 / 望望徒離憂
섬섬옥수로 베틀북 잡으니 / 纖手把玉杼
베틀 머리에서 시름 간절하네 / 愁絶璇機頭
오작교 만들었다고 헛되이 전하고 / 虛傳鵲橋成
용을 타고 건너는 모습 보지 못했네 / 不見龍馭渡
어젯밤 칠석에 흘린 눈물이 / 昨夜七夕淚
부질없이 그리워하는 비가 되었네 / 空成相思雨
어찌하여 비단에 글을 짜서 / 何不織錦書
옥황상제 찾아가 호소하지 않는가 / 去向玉皇訴
〈수레 돌려 멀리 떠나네〉를 의작하다〔擬回車駕言邁〕
오늘 아침 날씨가 좋아 / 今朝風日好
말을 타고 교외로 갔네 / 騎馬適郊墟
밭두렁의 눈은 다 녹으려 하고 / 陌頭雪欲盡
개울가 버들은 누런 빛 올랐네 / 溪柳黃氣舒
풍경은 이미 전과 달라졌는데 / 物色已非昔
세월이 어찌 나만 사사로이 하랴 / 流光豈私余
어느덧 백 년 인생 반이나 지났는데 / 忽忽百歲半
공명은 여전히 멀기만 하네 / 勳名猶邈如
인생은 바람에 날리는 먼지 같고 / 人生風吹塵
이 집은 내 살 곳 아니라네 / 此室非我廬
누구를 위해 계획을 세우느라 / 欲爲何人計
생전의 즐거움 다하지 못하나 / 不盡生前娛
〈동쪽 성은 높고도 길구나〉를 의작하다〔擬東城高且長〕
남산은 어찌 그리 높은가 / 南嶽何岹嶢
층층 봉우리 높아졌다 낮아지네 / 層巒互起伏
북풍이 구름에 불어오니 / 玄風吹朔雲
싸락눈이 숲의 나무를 덮었네 / 凝霰籠林木
계절 풍경 저절로 바뀌니 / 時物坐彫換
세월은 눈앞을 스치는 새와 같네 / 年華鳥過目
북라에는 무덤이 길에 가득하고 / 北羅冢滿阡
우산에서 한 움큼 눈물 흘렸네 / 牛山淚盈掬
마땅히 때맞추어 즐겨야 하니 / 作樂當及辰
어찌하여 늘 지체하는가 / 胡爲長瑟縮
도성에는 미인이 많으니 / 東華饒美姬
긴 눈썹이 먼 산처럼 푸르네 / 脩眉遠山綠
화장하고 푸른 창가에 앉아 / 濃粧倚碧窓
고운 손가락으로 축을 타네 / 葱指調淸筑
처량하게 슬픈 소리 진동하니 / 激楚動哀音
빈 골짜기에 맑은 바람 일어나네 / 淸風生虛谷
귀 기울여 〈아양곡〉 들으니 / 傾耳聽峩洋
내 정신 숙연해지네 / 使我神魂肅
바라건대 한 쌍의 난새가 되어 날아가 / 願爲雙飛鸞
함께 오색 구름으로 들어가 자고 싶네 / 偕入五雲宿
〈수레를 몰아 동문을 오르다〉를 의작하다〔擬驅車上東門〕
아침에 숭산에 올라 / 朝上崇山岡
고개 돌려 북망산을 바라보네 / 回首望北邙
소나무 삼나무 푸르게 우거지고 / 松杉鬱蒼翠
언덕은 서로 들쑥날쑥하네 / 丘壠相低昂
묵은 풀은 혼백을 거두고 / 宿草斂魂魄
사당 문에 소와 양이 오네 / 祠門來牛羊
물어보세 누구의 무덤인가 / 借問何人墓
옛적 제후와 왕이라네 / 伊昔侯與王
무덤이 닫히니 밤이 길어 / 佳城閉脩夜
천 년 넘도록 날이 밝지 않네 / 千載永不暘
인생살이는 뿌리가 없으니 / 人生無根柢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바삐 떠도네 / 飄忽風花忙
슬기로운 이가 죽음을 피할 줄 안다면 / 聖智若逃死
요순은 지금도 죽지 않았으리라 / 堯舜今不亡
삼생은 참으로 거짓말이고 / 三生眞謾談
구단은 어찌 그리 황당한가 / 九丹何荒唐
어떠한가 사만 일 동안 / 何如四萬日
술 취해 노래하며 즐겁고 편안한 것과 / 酣歌樂且康
〈떠난 이는 날로 멀어지네〉를 의작하다〔擬去者日以疏〕
살아서는 천지 사이에 더부살이하다 / 生時贅兩間
죽은 뒤에는 만고의 세월 영원하네 / 死後浩萬古
수많은 땅 위의 사람들 / 林林地上人
결국 어느 산의 흙이 되었나 / 竟是何山土
백양나무는 부질없이 바람에 울고 / 白楊空吟風
묵은 풀에 덧없이 이슬이 떨어지네 / 宿草徒垂露
친구들아 함부로 울지 마라 / 親友莫浪啼
황천이 괴로운지 어찌 알리오 / 泉壤知何苦
떠나서 저승에 노닐면 / 去去冥漠遊
다시는 고향 생각 하지 않으리 / 不曾懷故宇
〈인생은 백 년도 채우지 못하네〉를 의작하다〔擬生年不滿百〕
인생은 조균과 같고 / 人生如朝菌
세상사는 소털처럼 많네 / 世事多牛毛
천금을 결국 어디에 쓰겠는가 / 千金竟焉用
막걸리 한 병 값어치도 못 되네 / 不直一簞醪
좋은 집에 친한 벗을 불러 / 華堂命懽友
밤새도록 난초 기름 태우네 / 竟夜焚蘭膏
소인은 쓸데없이 애태우며 / 宵人浪煎慮
천명을 피할 수 있다 여기네 / 天命謂可逃
봉래산에서 누가 학을 타겠는가 / 蓬山誰駕鶴
흐르는 물 그저 도도하구나 / 逝水空滔滔
〈싸늘히 한 해가 저무네〉를 의작하다〔擬凛凛歲云暮〕
남쪽 동산에 봄바람 불고 / 南園來春風
누런 꾀꼬리는 높은 나무에서 우네 / 黃鸝鳴高樹
푸른 난초는 꽃이 지려 하는데 / 靑蘭花欲殘
탕아는 어찌 그리 늦게 오는가 / 宕子來何暮
아침 구름이 초나라 양대를 떠나니 / 朝雲辭楚臺
하늘 저 멀리서 소식은 오지 않네 / 天末音徽阻
겨울밤 다 가도록 홀로 이불 덮고 / 孤衾寒夜闌
꿈에서 정인과 만나네 / 夢與情人遇
신을 거꾸로 신고 나가 소매를 잡으니 / 倒屣却引裾
아리따운 자태는 예전 그대로였네 / 丰姿宛如故
나에게 소합향을 주었는데 / 貽我蘇合香
아름다운 향기가 영원할 듯하였네 / 芳馨擬終古
잠깐 왔다 도로 다시 떠나니 / 乍來還復去
빠르기가 비바람 같구나 / 飄忽如風雨
어떻게 하면 바람을 타고 / 安得凌飈翰
함께 푸른 구름 길로 날아갈까 / 共翔靑霞路
유성처럼 달려도 닿을 수 없으니 / 星馳不可及
휘장을 나와 공연히 놀라 둘러보네 / 披幔空驚顧
머뭇거리며 섬돌을 내려오니 / 躕躇下玉階
눈물이 떨어져 비단옷을 적시네 / 淚下沾紈素
〈초겨울에 한기가 이르네〉를 의작하다〔擬孟冬寒氣至〕
때는 밤인데 찬 기운 오더니 / 時夜金氣來
홀연 가을바람 불어오네 / 商飈忽飉戾
이불 두른 채 잠 못 이루니 / 擁衾不成眠
밤은 맑고 은하수 환하네 / 夜淸天漢霽
밝은 달이 광채를 뿌리니 / 素月正流輝
뜰이 씻은 듯 깨끗하네 / 周除淨如洗
어떤 나그네 유유히 와서 / 有客悠悠至
새로 지은 시를 나에게 주네 / 新詩爲我惠
위에는 계절의 느낌을 말하고 / 上言感節物
아래에는 시대를 슬퍼하였네 / 下言悲時世
손 씻고 두 번 세 번 읊으니 / 盥手再三唱
서글퍼 눈물이 흐르네 / 愴然以雪涕
비단주머니에 간직하고서 / 藏之錦囊中
아끼며 읽은 지 이미 삼 년이라네 / 珍玩已三歲
〈손님이 먼 곳에서 오다〉를 의작하다〔擬客從遠方來〕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 仙人自天來
나에게 흰 구름 조각을 주었네 / 贈我白雲片
광채가 눈과 서리를 능가하니 / 光晶凌雪霜
찬란한 빛에 두 눈이 아찔하네 / 皎皎雙眸眩
아름다운 백옥경 / 綉繪白玉京
은하수가 누각과 전각에 비치네 / 銀河映樓殿
여덟 마리 용이 나란히 수레를 끌고 / 八龍神馭駢
두 봉황이 깃발처럼 날개를 폈네 / 兩鳳風旗展
범과 표범이 중문을 지키니 / 虎豹守重扄
옥황상제를 언제 만날 수 있으랴 / 玉皇何時見
〈밝은 달은 어찌 그리 환한가〉를 의작하다〔擬明月何皎皎〕
고요한 밤 창문을 여니 / 靜夜開山窓
밝은 달이 와서 비추네 / 明月來相照
희기가 요대의 눈과 같아 / 皓若瑤臺雪
찬 숲에서 자던 새 놀라네 / 寒叢驚宿鳥
지팡이 짚고 맑은 빛을 밟으니 / 扶杖踏淸光
계곡 바람이 나무 끝에서 우네 / 谿飈鳴林杪
미인은 머지 않은 곳에 있는데 / 美人居不遐
중간에 가파른 절벽이 가로막았네 / 中間隔奔峭
나 떠나서 장차 어디에 살리오 / 我去將安棲
산수에 낚싯대 드리울 만하네 / 雲泉堪垂釣
[주-D001]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
본디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말로 아무 것도 없는 곳을 가리키나, 환상의 세계나 꿈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D002] 긴 …… 바라보네 :
지는 해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진(晉)나라 부현(傅玄)이 지은 〈구곡가(九曲歌)〉의 “어찌하면 긴 줄을 얻어 밝은 해를 맬 수 있을까.[安得長繩繫白日]”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주-D003] 민수처럼 …… 두네 :
민수는 하남성(河南省)에 있는 강 이름인데, 춘추 시대 제후(齊侯)가 연회를 베풀고서 “술은 민수처럼 많고 고기는 산처럼 쌓였다.[有酒如澠, 有肉如陵.]”라고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春秋左氏傳 昭公 20年》
[주-D004] 오릉(五陵) :
함양(咸陽) 인근에 있는 한(漢)나라 고조(高祖)의 장릉(長陵), 혜제(惠帝)의 안릉(安陵), 경제(景帝)의 양릉(陽陵), 무제(武帝)의 무릉(茂陵), 소제(昭帝)의 평릉(平陵)을 말한다.
[주-D005] 연릉(延陵) :
한(漢)나라 성제(成帝)의 능으로 오릉의 하나이다.
[주-D006] 황하와 제수 :
제수는 황하에서 갈라져 나오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07] 희화가 섬돌을 따라가네 :
희화는 태양을 의미하므로 햇빛이 섬돌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주-D008] 연로(延露) :
고대의 민간 가요이다.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 “채릉(采菱)과 양아(陽阿)를 노래하면 비천한 사람이 듣기에는 연로와 양국(陽局)만 못하다.” 하였는데, 채릉과 양아는 고아한 노래이고 연로와 양국은 속된 노래이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D009] 동쪽의 …… 상성처럼 :
동쪽 하늘의 삼성(參星)과 서쪽 하늘의 상성(商星)은 뜨고 지는 시각이 달라 만날 수 없다.
[주-D010] 북라(北羅) :
나풍산(羅酆山)을 말한다. 도교에서 사람이 죽으면 간다고 하는 산이다.
[주-D011] 우산(牛山)에서 …… 흘렸네 :
춘추 시대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우산에서 노닐다가 도성을 바라보고는 우산에 올라가서 노닐다가 북쪽으로 도성을 굽어보고는 “어찌 이렇게 넓은 나라를 버리고 죽을 수 있겠는가.” 하고 눈물을 흘렸다. 《晏子春秋 內篇 諫上》 인생무상을 의미한다.
[주-D012] 삼생(三生) :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前生), 금생(今生), 내생(來生)이다.
[주-D013] 구단(九丹) :
도교에서 복용하면 장생불사한다는 아홉 가지 단약이다.
[주-D014] 사만 일 :
사람의 평생을 말한다. 황정견(黃庭堅)의 〈송장림옹부진첨(送張林翁赴秦簽)〉에 “장수하나 단명하나 사만 일을 넘지 않고, 지혜로운 이와 어리석은 이의 거리는 삼십 리라네.[短長不登四萬日, 智愚相去三十里.]”라고 하였다.
[주-D015] 조균(朝菌) :
아침나절에만 사는 버섯으로, 태양을 보면 죽으므로 짧은 인생을 비유한다. 《莊子 逍遙遊》
[주-D016] 아침 …… 떠나니 :
파랑새는 서왕모(西王母) 사자로 서왕모가 하강할 때면 먼저 파랑새가 날아온다고 한다. 《한무고사(漢武故事)》에 의하면, 7월 7일에 갑자기 파랑새가 서방(西方)에서 날아와 승화전(承華殿) 앞에 내려앉으므로, 무제(武帝)가 그 연유를 동방삭(東方朔)에게 묻자, 동방삭이 말하기를 “서왕모가 오려는 것입니다.” 하였는데, 한참 뒤에 과연 서왕모가 오자, 파랑새 두 마리가 서왕모의 양쪽에서 시립(侍立)했다고 한다.
[주-D017] 나에게 소합향을 주었는데 :
소합향은 향의 이름이다. 진(晉)나라 부현(傅玄)의 〈의사수시(擬四愁詩)〉에 나오는 “미인이 나에게 소합향을 주었네.[佳人贈我蘇合香]”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주-D018] 백옥경(白玉京) :
천제(天帝)가 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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