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하루만에 8.3도 뚝↓…불쑥 찾아온 가을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홍모 씨(40)는 “20일 에어컨을 틀고 잤는데 다음 날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깜짝 놀랐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1일 오전 비가 잠시 그쳐 산책을 나왔다가 쌀쌀해진 날씨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고도 했다. 21일 용산구의 아침 최저기온은 17.3도로 전날(25.6도)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8.3도나 떨어졌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주말 내린 비로 9월 늦더위가 한 풀 가시며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사라졌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21일 아침 최저기온은 25도를 넘지 않았다. 제주의 경우 21일 밤~22일 새벽 최저기온이 23.4도를 기록하며 75일 동안 이어졌던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끝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늦더위가 사라지면서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 11~19도, 최고 23~26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전망”이라며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면서 일교차가 큰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을이 불쑥 찾아온 것은 한반도 상공의 기압 배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상공을 뒤덮고 있던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되며 올 여름 기록적 더위와 9월 늦더위의 원인이 됐던 ‘이중 열 커튼’이 사라졌다. 티베트고기압은 서쪽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은 동쪽으로 수축하면서 생긴 사잇길로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중부지방 중심으로 당분간 머물면서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며 “찬공기가 아직 닿지 않는 제주와 일부 남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23, 24일에도 아침 최저기온이 중부지방과 남부내륙에서 15도 내외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낮 최고기온은 22~29도로 예상된다. 다만 기상청은 “30도를 넘는 무더위를 보이는 지역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상청에서 공식 인정하는 ‘가을의 시작’은 다음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하루 평균 기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 날을 가을의 시작으로 간주한다. 일 평균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졌더라도 다음 날 다시 20도를 넘으면 가을이 시작됐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최근 평균(2011~2020년)을 보면 서울의 경우 9월 29일에 가을이 시작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가을의 시작이 예년보다 늦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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