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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사실대로 / 김동길

淸潭 2019. 7. 1. 10:06

사실은 사실대로

레오폴트 폰 랑케는 엄밀한 사료 비판에 기초를 둔 근대 사학을 확립한 독일의 역사가이다. 그의 일관된 주장은 역사가가 과거에 대한 심판관이 되는 것은 아니고 무슨 일이 정녕 일어났는가를 사실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역사가는 사실들에 대해서 심판관의 입장에 서려고 함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고약한 권력자가 탄생하면 으레 과거에 있었던 일들 중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일들을 뜯어 고치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한 시대, 때로는 한 나라를 멸망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않된다. 그것이 사실에 관한 과거의 있었던 일들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생긴 문제들도 마찬가지이다.

 

잘못된 지도자들은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려 하지 않고 오직 그것을 정당화하려고 온갖 애를 쓴다. 그런 지도자 자체는 한심한 인간일 뿐이고, 인기를 얻어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하여 거짓말도 개의치 않는 이른바 포퓰리스트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하자면 이들은 모두가 거짓말쟁이들이다.

 

언제나 주장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속일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런 지도자들은 스스로 사람 구실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링컨이 오늘도 존경받는 지도자라고 모두 생각하는 까닭은 무슨 일이든, 어느 때이거나 그는 거짓말을 안 하는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