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각오가 된 사람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 태어나는 본인의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사주팔자도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형제나 일가친척도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모든 태어난 사람들은 반드시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중국에서 가장 장수한 사람이 3천 년을 살았다는 허황한 얘기가 있는데, 어찌하여 그런 일이 생긴 것인가. 진한 시대에 문인 동방삭이라는 사람이 언젠가 염라대왕의 수첩을 몰래 훔쳐봤더니 그 수첩에는 동방삭이 30세를 살게 되어있었다고 한다. 꽤가 많은 동방삭이 붓을 들어 열十자 위에 ⼃한 획을 삐쳐서 넣었더니 三十이 그만 三千이 되었다니 환갑을 살기도 어렵던 그 시절에 얼마나 힘들게 살았겠는가.
그런 농담을 빼고,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죽음은 인간에게 있어서 볼가피한 과정이다. 죽음 앞에는 천재도 수재도 어쩔 도리가 없고, 영웅호걸도 방법이 없다. “오라!”고 부르면 “네” 한마디 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의 신앙, 자기의 신념, 자기의 조국, 그리고 자기의 주의와 사상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릴 수도 있다.
일찍이 이순신이 이렇게 일러 주었다. “살겠다고 발버둥 치면 반드시 죽고, 죽을 각오로 임하면 반드시 산다.” 소중한 가르침이다. 우리들의 조국은 오늘 조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위하여 죽을 각오를 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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