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동물의 세계

매의 활동

淸潭 2019. 2. 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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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내 구역” 뒷짐진 매가 모래밭 가로막았다
▷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고성 해수욕장 터줏대감 다운 당당함과 여유로움 돋보여

◇ 매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매 하면 군산시 어청도에서 고생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 해변에 갑자기 나타난 매를 얼핏 보고 황조롱이라고 생각했다. 항구와 주택, 상가가 어우러져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매가 나타날 리 없기 때문이다. <△ 사진:>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모래 해변에서 만난 매. 큰 짐승이 앞을 가로막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황조롱이인 줄 알았던 매는 모래 해변을 선회하더니 훌쩍 사라진다. 며칠 지난 1월17일, 다시 찾은 아야진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해변에서 매를 다시 만났다.


△ 사진: 모래턱에 가려 상체만 보이는 매.

○··· 문득 ‘저 매가 이곳 해변을 지배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해변을 서너 번 돌더니 태연히 모래 해변에 내려앉는다. 가까이 앉아있지만 모래 턱이 있어 매의 상체만 보인다.


매가 모래를 박차고 날아간다.

○···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멀리 몰아 자리를 옮겼다. 매의 멋진 모습이 온전하게 드러났다. 사방을 살피는 기운찬 모습이다. 사람들이 있는 모래밭에 가까이 앉아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드문 일이다. 매는 사람의 간섭을 싫어하고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강하다.


바위로 자리를 옮긴 매.

○··· 성격도 날카롭고 까다로운 편이다.어쨌든 필자에게는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좋은 기회가 왔다. 그런데 매가 자리를 뜬다. 멀리 날아가는 것이 아닐까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다행히 근처 바위로 자리를 옮겼다.


해변가 바위에 앉은 매, 주변을 살핀다.

○··· 잠시 후 바위에 앉아 있던 매가 자리를 뜬다. 매가 날 때마다 다른 곳으로 멀리 갈까 마음이 불안하다. 그런데 다시 모래밭으로 날아든다. 모래 해변은 매의 차지가 되었다. 이리저리 성큼성큼 걷기도 하고 짧은 거리를 날아가 앉기도 한다.


스키점프 자세를 잡는다. 자리를 뜰 자세다.

○··· 재미나 즐거움을 찾는 행동이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매를 만나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날아갈까 봐 걱정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매가 마음껏 촬영하라는 느낌이 들었다.




몸을 내던지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 매가 낮게 나는 것은 멀리가지 않을 행동이다.




방향을 틀어 모래밭을 향해 보란 듯 앞으로 달려드는 매.

○··· 보란 듯 필자 앞으로 날아와 모래밭에 내려앉는 매.


발 아래에서 모래알이 튀어 오른다.

○··· 매를 관찰하거나 만나는 일은 매우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놓치기 일쑤다. 연출하지 않고 매와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필자를 빤히 쳐다보는 매. 아주 큰 짐승이 버티고 서 있는 것 같다.

○··· 매의 노련한 행동이 눈에 띈다. 이곳 아야진해수욕장과 청간해수욕장 일대를 손금 보듯이 훤히 꿰뚫고 있는 터줏대감임에 틀림없어 보인다.필자를 빤히 쳐다보고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는 대범함에서 세월의 흔적이 풍긴다. 매는 이곳 해변을 앞마당 삼아 노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가 사람 가까이에서 이토록 여유롭게 서슴없이 행동 할 리 없다.


하늘을 선회하는 매

○··· 청간 해변 뒤쪽 암벽 위에는 청간정이라는 정자가 아담하게 서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월출이 장엄하고 밀려오는 파도가 마치 뭉게구름이 일다가 안개로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여 관동팔경 중 손꼽히는 곳이다. 매는 그곳 처마 위에 앉아 있다 모래 해변으로 달려든 것이다.


◇ 모래 해변에 앉아있던 매가 날아올라 하늘을 선회하더니 다시 내려와 필자 가까이 날아와 앉는다. <△ 사진:>다시 모래밭으로 내려오는 매.

○··· 갑옷을 두른 듯 한 가로무늬 깃털과 노란 발가락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검은 발톱이 선명하게 눈에 띈다. 기세가 대단하다. 걷는 모습이 위엄 있고 당당하며, 절제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매가 오늘따라 더욱 커 보인다.


◇ 매가 늠름하게 걸어서 물가로 향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발걸음이 바쁘다. 설악산 골짜기에서 시작된 천진천 물줄기가 동해로 흘러드는 지점에 서서 매는 서둘지 않고 물 서너 모금으로 점잖게 목을 축인다.<△ 사진:> 모래밭 착지.

○··· 다급하게 물가로 다가가서 허겁지겁 물을 마실 줄 알았지만 품위를 유지한다. 청간정 해변의 제왕답다.돌아서더니 물가에서 모래밭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매가 향해 간 곳에는 먹이를 사냥해 먹었던 흔적이 보인다. 매가 모래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영역을 점검하는 행동을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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