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결국 내 마음 치유하는 것” |
혜민 스님, 조계사 법문서 ‘이해-용서-화해’ 메카니즘 강조 |
“뒷담화는 받은 만큼은 주라고 그와 인연 있는 사람들이 언어적으로 가하는 압박입니다. 누군가 나를 뒷담화한다면 내가 너무 받으려고만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봅시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읍시다.”
‘국민 멘토’로 불리는 혜민 스님(美 햄프셔대 교수)은 27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힐링멘토 초청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스님은 조계사 대웅전과 앞마당을 가득 메운 1,000여 청중에게 쉬운 용어, 정감 있는 말투로 이해-용서-화해의 힐링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스님은 “뒷담화, 영어로는 가십(gossip)에 대해 미국의 한 교수가 연구했다”며 “뒷담화는 주로 내가 (남에게) 준 것보다 많은 것을 (남으로부터) 받으려는 사람을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스님이 언급한 교수는 세상 사람을 ▷내가 받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베풀려고 하는 사람 ▷내가 받은 만큼만 맞춰서 주려고 하는 사람 ▷내가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으로 나눴다.
스님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공하는 사람들은 많이 베푸는 사람들”이라며 “단기간으로는 받기만 원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예전에 자신을 ‘미제 중’이라며 싫어하던 사람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미국 비자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생활하는) 나를 싫어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다보면 나를 근거 없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며 “내가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듯 이 세상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상처 받지 말라. 이것은 내 문제 아닌 그 사람의 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7년째 미국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스님은 학생 추천서를 예로 들었다.
예의 바르게 추천서를 위한 서류를 갖춰 미리 부탁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마감에 촉박해 추천서를 써달라며 이메일로만 연락하는 학생도 있다는 것. 스님은 무례한 학생에게는 추천서를 못써주겠다며 이메일로 자세히 이유를 적고 거절한 적도 있었지만 추천서를 써주지 않고 나니 내 마음이 어지러워지더라고 말했다.
스님은 “요즘은 추천서를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냥 써주려고 한다. 해주고 나면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베푸는 삶을 살자”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내 시간·에너지 등을 지키려 나와 남을 단절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소외되는 것이고,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교수로서) 학생들이 취업, 진학됐다는 소식 들으면 기쁘다. (나는) 그런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신? 지금 당한 것이 다행 아닌가”
혜민 스님은 “이메일로 오는 상담 내용 중에는 취업·연애 문제가 많다”며 한 젊은 여인의 사연을 소개했다. 남자친구가 군 전역 후 자신을 배반했다는 것.
스님은 “우리는 연인 관계가 아니어도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우리는 아프다”며 “그럴 때면 이렇게 반문해 보자. ‘그 남자 친구에게 지금 배신 당한 것이 낫냐? 아니면 나중에 애 둘 낳고 배신 당하는게 낫겠냐?’”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생각하면 지금 배신당하는 것이 훨씬 낫게 여겨진다.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이란 학교는 주변 사람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고 정리했다.
“부모에게 자식 모를 아픔 있다는 것 헤아려야”
혜민 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가족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을 스님이 되고서 알았다”며 “부모가 자녀에게 무관심하거나 집착하거나 둘 중에 하나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님은 우선 부모가 무관심한 경우에 대해 설명했다. 스님은 이럴 경우 이메일 제목은 ‘스님께서도 저 무시하시면 저 죽어요’라며 “원인을 살펴보면 부모님의 무관심 때문에 서운했다는 경우가 많다”고
스님은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어떤 일을 하고 왔을 때 거울이 돼서 비춰주는 것”이라며 “엄마가 무관심하다면 거울이 없는 것과 같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나는 사랑받을 만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어른이 돼서는 살아야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심해지면 우울증까지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한 50대 여성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녀는 암투병 중인 80대 모친을 병간호해야 했다. 그러나 모친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녀에게 어머니에 대한 최초의 기억을 물으니 “5살 때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니 엄마가 욕조에 물 받았다며 씻으라고 했다. 물을 보니 식어 있었다. 욕조에 들어가 엄마를 기다렸지만 엄마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대충 씻고 나왔다. 그때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엄마는 자기 밖에 모른다’라고 생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기억에 대한 상처를 누르고 따뜻한 물을 받아 어머니를 정성스럽게 목욕시켜드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어머니가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딸아, 지금까지 태어나서 누가 내 몸을 씻어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말에 그녀는 어머니를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용서하게 됐고 화해하게 됐다.
스님은 “여러분이 성인이 돼서도 어머니, 아버지의 무관심 때문에 상처를 갖고 산다면. 어머니·아버지에게 내가 모르는 아픔이 있었는지 이해해보려고 해보자. 이해를 했을 때 우리는 상대를 용서할 수 있고 화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녀 통한 대리만족? 스스로 하고 말아야지”
스님은 상담 가운데 “스님, 저 우리 엄마가 너무 짜증나요. 방학인데 엄마가 내게 묻지도 않고 학원을 다 신청해 놨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어 “이는 부모가 과도하게 아이에게 집착하는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대학 진학까지 하게 아이가 대학 2학년쯤 되면 아이 스스로 묻기를 ‘나는 무엇을 해야 행복하지?’ 묻게 되고 그 답을 구하지 못한다”고 했다.
스님은 “서울대 대학원생 60% 정도가 우울증 증세가 있다고 들었다”며 “자기 공부에 행복을 느끼기보다 부모가, 사회가 공부하면 좋다니까 하는 경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고, 남들이 하니까 따라가는 경우이다”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아이들 가운데 엄마에게 ‘내가 지금까지 엄마 삶 살아줬잖아’ 하며 증오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도 왜 부모가 내게 집착했는지 아이가 부모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부모가 자식에 집착하는 이유를 어머니가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못해서.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하는 경우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럴 경우 엄마가 직접 하지 않을 경우 웬만해선 해결할 수 없다. 피아노를 못쳤다면 엄마가 직접 피아노 학원을 끊어라. 대학을 못간 것이 이유라면 엄마가 직접 대학에 진학하라. 아이를 통해 내 삶을 살려고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맛있는 것을 먹으면 아이 먼저 줄 것이 아니라, 부모 먼저 먹어야 한다”고 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이유이다. 그러면서 “맛있는 것이 있다면 먼저 먹고, 그 다음엔 자식이 아니라 남편을 줘야한다. 그 다음이 시부모이다. 마지막이 자식”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자식은 부모의 행동을 따라한다. 부모가 효도하는 모습 보여주지 않으면, 자식이 절대 내게 효도할 리 없다”며 “아이들에게 약간의 무관심은 약이 된다. 자식이 문제가 있거든 남편이, 아내가 불행한 경우가 많다. 남편에게 아내에게 잘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남의 말만 들어줘도 힐링 돕는 것”
스님은 아버지가 자수성가한 케이스를 예로 들며, 이 경우 아버지가 자식을 인정하는데 박하기 때문에 자식들이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이어 ‘파더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은 아버지로부터 독립해서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정욕구가 강한 아버지에게 아내는 ‘우리 남편 양말도 잘 벗는다’ 등 계속해서 칭찬하고 추켜 세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님은 “아내는 육아로, 남편은 직장생활로 부부가 함께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며 “상대가 힘든 것을 토로하면 서로 자기가 힘들다고 경쟁을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주로 남편이 아내의 말에 맞짱구를 쳐주고 공감하면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공감만 해주면 되는데 (남편이 아내가 겪는 고통의) 원인을 분석해주려고 하다보니 갈등이 깊어진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그저 이야기 들어주고 공감만 해주면 된다. 이것이 힐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안에 고통이 많은 경우에는 남의 고통을 받아들일 수 없다. 먼저 내 안의 아픔에 귀 기울여라. 관심을 가져주면 응어리 진 내 상처에 햇살이 다가와 녹아버리듯 풀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은 내 안의 상처를 푸는 방법으로 친구에게 말하기, 기도로 승화시키기, 운동을 통해 풀기를 권했다. 이어 “자기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하루 30분이어도 좋으니 스스로 아껴주는 시간을 가져야 고통이 풀어지고 남의 아픔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혜민 스님은 “귀중한 인연을 잘 이어가려면 내 스스로 나의 고통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며 대중에게 마음치유 명상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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