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13.05.17 03:02
[佛紀 2557년 부처님 오신 날… '세계적 명상 지도자' 틱낫한 스님이 우리에게]
-부처는 말씀하셨죠 "내면을 보라"
그때나 지금이나 사는 건 '고통' 내면 直視해야 그 고통 치유돼… 구체적 수행법이 '마음챙김 걷기'
-21세기 불교가 가야 할 길
火 등 감정적 독소 해소법 몰라 자살·폭력으로 표출하는 현대인… 僧伽 스스로 본보기돼 가르쳐야"부처님은 '과거는 지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에게 가능한 삶은 이 순간뿐이다. 많은 사람은 행복이 미래에 있다고 착각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마음을 챙겨 깨어 있는 걸음을 걷는다면 발 딛는 곳마다 정토(淨土)가 된다."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 명상 지도자 틱낫한(87) 스님이 보름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5일 출국했다. BTN불교TV 주관으로 진행된 방한 일정 동안 서울 잠실체육관엔 2만여명이 스님 법문을 들으러 모였다. 오대산 월정사, 중앙승가대, 부산 범어사, 서울 목동 국제선센터 등에서 법문과 수행 지도를 했고, 미 햄프셔대 교수 혜민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옥스퍼드대 박사)과 대담도 진행했다. 17일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틱낫한 스님의 방한 기간 법문·대담을 인터뷰 형식으로 요약했다.-
- /BTN 불교TV 제공
"2500년 전에도, 지금도 누구나 고통을 겪고 있다. 부처님은 '우리 내면의 자비는 우리의 모든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근원'이라고 가르쳤다. 우리 내면의 자비를 일으키기 위해 '무엇을 보고, 듣고, 받아들이는지 자신의 내면을 면밀히 관찰하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면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고통을 직시하면 그 고통에 압도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고통에 압도되지 않고 직시할 방법이 있나.
"어머니는 아무리 아기가 울고 떼를 써도 아기와 싸우지 않는다. 보살필 뿐이다. 고통의 에너지도 그렇게 감싸 안아야 한다. 그저 고통에서 벗어나거나 가리려고 물질·소비·향락 같은 외적인 것에 마음을 뺏기면 치유할 기회를 잃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마음 챙김(mindfulness·正念) 걷기다. 걷는 동안 어떤 말도, 생각도 끊고 오직 마음 챙김, 기쁨, 행복에만 집중하라. 그렇게 걸을 수 있을 때 삶의 모든 경이로움을 만나게 된다. 마침내 '내가 지금 여기 이르러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호흡, 염불, 명상도 모두 그 수단이다.
―그런 여유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하지 말라. 신체와 정신을 충분히 이완시켜 고통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고, 그 힘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보다 급한 일이 뭔가. 플럼빌리지(프랑스에 있는 스님의 사찰)에서는 한 달에 몇 번 '게으른 날(Lazy Day)'을 정한다. 그날은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충분히 게으르신가요?' 하고 묻는다. 쉼을 통해 기쁨과 행복을 일으켜 스스로의 자양분으로 삼게 하기 위해서다."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그런 가르침을 따분하게 여긴다.
"가르치려 들지 말라. 먼저 그들의 고통을 경청하라. 먼저 들어야 그들의 언어로 얘기할 수 있다. 고통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상대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해결된다. 부부, 부모와 자식, 정치가와 국민, 남한과 북한 등 모든 관계가 그렇다."
―젊은이들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사회의 우려를 많이 들었다. 안타깝다. 화, 두려움 같은 내 안의 부정적 감정에 굴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공격적인 대화, TV나 잡지 등을 통해 감정적 독소들을 빨아들인다. 이런 감정적 독소들이 내재화돼 있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 자살이나 폭력 형태로 뛰쳐나온다. 그래서 불교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부정적 감정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불교다."
―지금의 불교는 그런 요구에 잘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은 끊임없이 새롭게 변한다. 불교도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하고 사회와 세상을 좀 더 잘 섬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개인, 가족, 학교, 사회에 폭력이 만연하고 고통이 가득 찰 때 불교가 대응하고 해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행자를 교육하는 교재도, 외우는 염불도 수백년 전 것 그대로여서는 불교도 살아남을 수 없다."
―불교가 새로워지려면 스님들의 노력도 무척 중요하겠다.
"출가 수행자는 삶 속에서 자애로움이 배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스님의 미소와 말하는 방식, 걷는 모습에서 가르침을 얻는다. 승가(僧伽)의 모습에서 부처님 가르침이 느껴질 수 있도록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틱낫한(釋一行·87) 스님은
베트남 출신의 스님, 시인, 평화운동가이며 달라이 라마와 함께 지구촌의 ‘영적 스승’. 16세에 출가, 미국 프린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했다. 베트남전 때는 세계를 돌며 반전평화운동을 벌였고,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한 뒤 목숨을 건 보트피플 구조 활동도 벌였다. 1982년 프랑스 남부에 명상수행 공동체 플럼빌리지를 세웠다. ‘스승’을 뜻하는 베트남어 ‘태이(Thay)’는 그의 별칭이다. -
'불교이야기 > 禪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학 스님 등 12명 천일 무문관 수행 돌입 (0) | 2013.05.27 |
---|---|
"하루 10분 참선, 안 하면 자기 손해" (0) | 2013.05.17 |
“눈을 떠야만 꿈속 방랑을 그친다” (0) | 2013.05.03 |
'나'가 있으면 곧 죄가 생기고 (0) | 2013.04.02 |
] `왜 사느냐?` 묻는다면.. (0) | 2013.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