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의 진실/황우석사건

황우석 트라우마'에 갇혀… 복제 배아줄기세포 손놓은 한국

淸潭 2013. 5. 17. 12:35

황우석 트라우마'에 갇혀… 복제 배아줄기세포 손놓은 한국

 

이영완 기자

 

입력 : 2013.05.17 01:48

[미국서 첫 성공에 세계 과학계 요동… 한국이 갈 길은]

- 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장점
환자와 유전자 100% 일치, 면역 거부반응 없어
日 주도 유도만능줄기세포는 癌세포로 바뀔 가능성도

- 한국, 한쪽만 치우치면 안돼
임상시험서 우리가 앞서 있는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응용땐
'복제 방식' 연구도 빨라져… 난자 윤리논쟁 푸는 게 관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 연구진이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얻었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줄기세포 연구 과학자와 연구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본지 2013년 5월 16일 A1~3면 참조〉.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줄기세포 상용화에서 일본이 주도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와 대결하는 양강(兩强) 체제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한때 줄기세포 강자였던 우리나라는 '황우석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해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아예 접은 상태이고, iPSc는 선진국을 쫓아가기에 급급한 처지다. 전문가들은 "세계를 주도할 줄기세포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투자, 복제 줄기세포는 '0'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줄기세포 기술 개발 투자 전력(안)'에 따르면 국내 줄기세포 연구 투자는 2008년 387억원에서 2012년 1004억원으로 연평균 27% 성장을 보였다. 투자의 65%가 골수나 지방, 탯줄 혈액 등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에 몰려 있다.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투자는 아예 없다. 정부 스스로 치료 효능이 다른 줄기세포보다 낮다고 평가한 성체줄기세포에 연구비를 몰아준 모순에 빠진 것이다.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만든 복제 배아. 세포 수가 150개 정도로 늘어난 배반포 배아로, 이 단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만든 복제 배아. 세포 수가 150개 정도로 늘어난 배반포 배아로, 이 단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미 오리건보건과학대 제공

질병으로 손상된 세포를 줄기세포로 대체, 치료하려면 원하는 세포로 쉽게 자라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분화 능력은 배아줄기세포가 가장 좋다.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만 분화한다. 특히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환자와 유전자가 100% 일치해 면역 거부반응이 없다.

요즘 줄기세포 연구에서 대세인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비해서도 장점이 있다. 김동욱 연세대 교수(의대)는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없던 유전자를 집어넣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그보다 훨씬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번 연구 성과를 분석한 자료에서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iPSc의 단점인 암(癌)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윤리 논란이 장애물

하지만 국내엔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할 기반이 없다. 과거 황우석 박사는 건강한 난자 수백 개를 쓰고도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단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종교계 등에서 생명 파괴 행위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는 불임 치료 과정에서 남아 폐기할 난자만 복제 연구에 쓸 수 있게 법을 강화했다. 차병원 정형민 교수는 "배아 복제를 시도했으나 난자 상태가 나빠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의 종류와 장단점 비교표

미국에서는 난자 기증이 비교적 자유롭다. 돈을 받고 난자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탈리포프 연구진도 젊은 여성 3명에게서 건강한 난자를 기증받았다. 그 덕분에 기증받은 난자 절반에서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해 난자 남용 논란에서 비켜 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정범 울산과기대 교수는 "iPSc 상용화를 위해서도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줄기세포를 비교하면 iPSc의 문제점을 해결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미탈리포프 교수팀도 복제 배아줄기세포와 iPSc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후속 논문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차병원 통합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부소장은 "임상시험에서 우리가 앞서 있는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활용하면 같은 계열인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훨씬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다. 종교계는 "아무리 난자를 적게 썼다고 해도 배아 복제는 난자를 파괴하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과학계는 "어디까지나 건강한 난자 공급이 가능한 조건에서 연구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줄기세포(stem cell)

다양한 인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일종의 원시(原始)세포. 성인의 골수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것을 '성체줄기세포', 불임 치료 후 남은 수정란에서 얻은 것을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다 자란 세포와 난자를 융합해 만든 복제 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는 '복제 배아줄기세포'라고 한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는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어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