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불법 수집한 정보 언론보도, 유죄"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도청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언론을 통해 보도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7일 '안기부 X파일' 내용을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위반)로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불법 도청을 통해 입수한 개인대화 내용을 언론을 통해 보도하려면 공공이익 및 공중의 정당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박시환, 전수안, 김지형, 이인복, 이홍훈 대법관 등 5명의 대법관은 "정경유착 등을 폭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했다"며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은 1997년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떡값'을 줄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 등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불법 도청한 사건이다.
이를 주도한 안기부 도청 조직 '미림' 팀장은 면직 후 X파일을 외부로 유출했다. 이를 건네 받은 재미사업가 박모씨는 이를 다시 이 기자에게 넘겼고, X파일은 2005년 7월 언론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X파일 공개 직후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팀을 꾸렸고, 같은 해 12월 이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X파일에서 거론된 '떡값 검사'들과, 대화 대상자인 이 전 회장과 홍 회장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이후 이 기자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녹취록 전문을 보도한 김 편집장은 공익상 필요성이 없는 부분까지 보도한 책임을 물어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심은 "언론이 위법 수집 증거에 접근해 본연의 사명을 달성했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은 정보의 불법수집과 공개누설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유죄로 판단, 이 기자에게도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앞서 대법원은 사건 접수 4년여 만인 작년 12월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당시 변호인과 검찰은 불법도청을 통해 수집된 X파일 내용을 보도한 것이 위법한 것인지 여부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한편 검찰이 X파일의 유출 및 보도 경위에 대해서만 수사하자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2005년 8월 당시까지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떡값검사' 7명의 이름을 언론에 폭로했다.
검찰은 2007년 노 대표를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노 전 대표는 1심에선 유죄,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kim941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