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스포츠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

淸潭 2010. 6. 19. 10:15

죽을 각오로 뛰자” 사자성어 쓰며 결연한 출사표

 

나이지리아전 필승 결의

박지성, 선수들 일일이 찾아 “실망말고 최선” 마음 추스려
차두리 “배터리 충전 완료”



18일 허정무 감독이 선수들 회복 훈련장에서 공을 다루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17일 아르헨티나전 대패의 충격이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패배의 아픔을 잊고 다시 전선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18일 남아공 루스텐버그 올림피아파크에서 열린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은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풀타임을 뛴 선수들은 가볍게 조깅과 스트레칭 체조를 반복했고 벤치를 지켰거나 잠시 교체 투입된 선수들은 라이몬트 페르헤이연 피지컬트레이너의 주도 아래 체력훈련과 미니게임을 했다. 분위기는 다소 침울했지만 23일 오전 3시 반 더반 경기장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꼭 이기겠다고 입을 모았다.

○ (박)주영아 힘내

본의 아니게 자책골을 기록한 박주영(AS 모나코)은 덤덤했다. 경기 당일 믹스트존에서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던 박주영은 훈련장에서도 줄곧 말없이 훈련에 집중했다. 숙소에서도 차분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말이다. 박주영은 이날 회복훈련 뒤 국내 취재진에게 “내가 실수해서 우리 팀이 어려운 경기를 한 것이 안타깝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허정무 감독은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하나하나의 플레이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며 박주영의 기운을 북돋고 있다.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선수 하나하나와 얘기하며 “나이지리아를 잡으면 16강에 오르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며 분위기 반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경기장과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추슬렀던 박지성은 18일 오전 가장 먼저 식당에 나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선수들과 얘기하고 맨 나중에 식당을 나설 정도로 선수들의 기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했다.

○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

허 감독은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으로 싸우겠다는 각오’의 뜻을 가진 ‘파부침주’란 사자성어를 나이지리아전의 출사표로 냈다.

“16강을 쉽게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봤다. 나이지리아도 쉬운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이겨야 한다. 파부침주의 심정으로 나이지리아전을 대비하겠다.”

허 감독은 “그리스전에서 나이지리아 선수가 퇴장당해 역전패했지만 나이지리아는 공격과 수비 선수가 모두 뛰어나다. 경기의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02년의 기억을 떠올리자

차두리(프라이부르크)는 2차전에 오범석(울산)이 출전한 것에 대해 “선수는 경기에 뛰고 싶지만 모든 것은 감독님이 결정한다. 감독님은 아르헨티나 경기에 오범석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나도 그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1-4 패배 후 국내 분위기가 좋지 않게 돌아가는 것에 대해 “지금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선수들과 국민들이 하나가 돼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성적에 대한 심판은 대회가 끝난 뒤 해도 된다”며 비판론을 경계했다. 차두리는 국내에서 ‘로봇 차두리’ 등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오르고 있다고 하자 “배터리가 떨어져 충전했으니 다음 경기에 기회가 오면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팀은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더반으로 20일 이동한다.

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