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종찰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이 최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해인사에 팔아 거액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부동산은 농협에 20여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 돼 있는 등 빚더미에 올라 있어 “선각 스님의 개인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해인사가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해인사는 1월 26일 선각 스님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조주연수원의 건물과 토지 5934㎡(1795평)를 16억 250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해인사는 1월 14일 해인총림의 의결기구인 임회를 개최하고 사중 예산 25여억 원을 들여 주지 선각 스님 소유의 조주연수원을 매입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인사가 무슨 용도로 이 부동산을 매입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그 동안 해인사가 사중의 예산이 부족하다며 해인사 승가대학 등에 지원되던 교육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알려져 매입 대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된 조주연수원은 지난 2000년대 초 조계종 전 문화부장이었던 모 스님이 운영하던 ‘해인사 실버타운’으로 2004년 경 부도로 경매에 넘어가자 선각 스님이 2006년 10월, 10억 6000여만 원에 낙찰 받아 고시원 등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선각 스님은 2008년 송정 농협에 20억 8000여만 원의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 조주연수원을 운영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이 때문에 조주연수원의 부채 탕감에 많은 고심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까닭에 선각 스님이 최근 2011년 예정된 ‘대장경 천년 엑스포’를 이유로 가야면 일대의 토지 3만 6820㎡(1만 1100평)에 대해 매각승인을 요청한 것과 해인사 말사로 등록된 경기도 남양주의 모 사찰에 대해 매각승인을 잇따라 신청한 것도 조주연수원에 대한 개인부채 탕감 목적이 아니냐 하는 의혹이 종단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이 같은 의혹으로 종단 안팎에서 해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부담을 느낀 조계종 총무원도 해인사토지매각 승인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조주연수원 운영에 어려움을 느낀 선각 스님이 해인사 주지라는 직권을 이용, 사중의 예산으로 개인 소유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으로 개인부채를 탕감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과적으로 선각 스님은 2006년 10억 6000여만 원에 낙찰 받은 조주연수원을 16억 2500만원에 해인사에 되팔아 3년 만에 6억여 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기게 됐다. 따라서 종단 안팎에서는 선각 스님에 대한 도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중앙종회 무량회 소속 한 종회의원 스님은 “선각 스님이 해인사 땅을 왜 그렇게 팔려고 했는지 이번 사건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며 “개인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삼보정재를 함부로 소진한 선각 스님은 종도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무차회 소속 한 종회의원 스님도 “3월 종회를 앞두고 중앙종회 차원에서 해인사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해인사 주지가 개인재산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 재산에 대한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해인사에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해인사의 조주연수원 매입과 관련, 주지 선각 스님에게 수차례에 걸쳐 해명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036호 [2010년 02월 09일 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