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얻은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남이 얻은 것을 부러워하지도 말라.
남이 얻은 것을 부러워하는 수행자는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한다.
- 『법구경』
|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
위의 게송은 『법구경』 제25장의 수행자 곧 ‘비구의 장’에 수록되어 있다. 위의 게송은 부처님께서 제바달다의 사건을 계기로 특별히 제자들을 가르치신 것이다. 부처님 말년에 교단사에서 볼 때, 가장 큰 사건은 교단의 분열이었다고 본다. 결국 부처님 열반 후 1백년 경에는 20개의 부파로 분열되었지만, 부처님 당시에 제바달다에 의한 배신행위는 곧 교단 분열의 전초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제바달다는 타고난 비범함과 아사세왕의 지지를 받으면서 자신의 추종자들을 모아서 부처님의 화합승가에 도전한 인물이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체험하신 것을 토대로 지나친 향락에도 흐르지 말고 그 반대로 도에 넘치는 고행주의도 배격하셨다. 맹목적인 고행주의는 진리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행을 자처한 전시효과에 흐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인도에서는 오래도록 이어져 온 고행에 대한 전통과 관습이 진정한 수행자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관습에도 불구하고 성도 직전에 스스로 고행을 던져버린 용기를 보이신 분이다. 또한 제자들에게도 지나친 고행이나 쾌락주의를 벗어나서 중도의 삶으로 승가를 이끄신 것이 불교교단의 특징이었다.
추종자 내세워 승단 분열 조장
제바달다는 자기를 따르는 무리들과 새로운 교단을 세우려는 의도로 어느 포살일에 수행자에게 보다 엄격한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여 선포하였다. 이는 당시 고행을 훌륭한 수행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었던 일반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함이었다. 제바달다가 주장한 엄격한 생활규칙은 첫째 소금을 먹지 말 것, 둘째 우유를 먹지 말 것, 셋째 물고기를 먹지 말 것, 넷째 오직 걸식만 하고 신도들이 청하는 공양에 참석하지 말 것, 다섯째 항상 밖의 나무아래에서만 생활할 것, 등이다.
제바달다는 이렇게 선포를 하고 추종자를 제비뽑기로 뽑아서 5백 명을 데리고 부처님께 반역을 하였다고 한다. 초기 교단에 있어서는 참으로 큰 사건이 이날 수 없었다. 제바달다는 아사세왕의 귀의를 받았고 엄격한 고행주의에 현혹된 많은 사람들이 제바달다를 칭송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사리불과 목련을 보내어 제바달다를 추종하고 있는 5백 명의 어리석은 제자들을 데리고 오라고 분부하셨다. 사리불과 목련의 노력에 의하여 잘못을 깨달은 5백 제자들은 다시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되돌아옴으로서 이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위의 게송은 남의 것을 부러워하여 제바달다에게 동요되었던 제자들을 향하여 설하신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대중을 향해 말씀하셨다. “사람의 근성이란 각각 비슷하여 착한 사람은 착한 사람과 어울리기 쉽고, 악한 사람은 악한 사람들과 사귀기를 좋아한다. 물과 기름이 엉기지 못하는 것과 같다.” 고 경책하셨다. 그리고 제바달다가 엄격한 계법을 정한 것에 대해서 “비구들아, 자기들의 이익을 바라고 규칙을 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하시면서, 그들의 어리석은 짓은 마치 기둥감을 베러 산 속에 들어갔다가 나무 가지만을 가지고 오는 꼴이라고 대중을 깨우치셨다.
우리는 세상을 향하여 허세를 부리는 수행자는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 보아야한다. 제바달다와 같이 지키지도 못할 엄격한 고행을 선포하여 젊은 수행자를 현혹시키고 재가불자에게 헛된 공양을 받으려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초지일관 연기로서 세상을 관찰하고 어느 한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삶을 권하셨던 것이다. 매일 밥을 먹는 일은 화려한 일도 아니고 때로는 귀찮은 일이기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밥을 먹어야하고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음식이 자신의 몸속에 들어가서 나의 생명을 연장해 주는 거룩한 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삿된 이익 바라며 엄한 계율로 허세
이와 같이 부처님의 계법도 외형적으로 특별나지는 않지만, 일생을 지켜갈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가르침이 되어야 한다. 생명과 삶을 담보로 해가면서 허세를 부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제바달다는 허세를 부린 수행자로서 기록에 남을 것이다. 우선 듣기에는 거룩하게 들리더라도 지속시킬 수 없는 수행은 망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한 동안 제바달다를 피하셨다고 한다. 이러한 부처님께 아난존자는 제바달다를 멀리 보내버리자고 제안을 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제바달다를 두려워서 피하는 것도 아니며 설사 제바달다를 멀리 보내버린다고 하더라도 제바달다의 악행은 제바달다에게 있는 것이지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니 보낸다고 하여 악행을 그치겠느냐고 반문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에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과 만나지 말라. 어리석은 사람과 일을 상의하지 말라. 어리석은 사람과 말로서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라. 어리석은 사람의 법답지 못한 일에 참여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마침내 제바달다는 오역죄를 범한 까닭으로 아비지옥에 떨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제바달다의 이야기를 통하여 참다운 수행자는 자신이 택한 수행의 길에서 옳고 그른 것을 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허세에도 동요됨이 없는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수행임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1014호 [2009년 10월 19일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