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살님의 가피 세 종류 (현증가피, 몽중가피, 명훈가피)
부처님의 가피(加被)
불가에서는 가피(加被)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가피는 부처님이나 여러 불보살들이 자비를 베풀어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는 힘을 말합니다.
기도나 원력을 이루도록 해 주는 부처님의 위신력이라고 하면 쉽게 알 수 있겠지요.
가피는 가비(加備), 가우(加祐), 가위(加威)라고도 하는데,
그 사전적 의미는 불보살에게 위신력을 받는 것,
불보살이 중생에게 불가사의한 힘을 부여해서 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가피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불교용어 중에는 가지(加持)라는 것이 있는데,
이 것은 불보살님의 대자대비한 힘이 중생에게 미쳐서 중생의 신심이 부처님께 감응되어 서로 어울리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가호(加護)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요.
가피의 종류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몽중(夢中)가피와 현전(現前)가피, 그리고 명훈(冥勳)가피가 그것입니다.
먼저 몽중가피는 꿈속에서 부처님이나 보살 등을 만나 그 위신력에 힘입어 기도성취를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자주 만나는 한 할머니의 경우인데,
이 할머니는 지난 1990년 10월 28일 삼천불을 모실 때 몽중가피를 성취한 분입니다.
당시 이 할머니는 복장물을 모실 때 큰법당 앞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꿈속에서 부처님이 다가오시더니 약을 한 사발 주시어 그것을 마신 이후로는 지금까지
몸이 날아갈 듯 가볍고 아픈 곳도 없으며 현재까지도 아주 건강하게 살고 계십니다.
두 번째 현전가피는 불보살님이 바로 눈앞에 나타나서 구제를 해주시는 경우를 말합니다.
저 유명한 조선조 세조대왕이 고름이 줄줄 흐르는 등창병을 고치기 위해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에서 기도를 하던 중 문수동자를 만나서 계곡에서 목욕을 한 후
마침내 병을 치료한 이야기는 바로 현전가피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명훈가피입니다.
명훈가피란 꿈속에도 나타나지 않고 눈앞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그저 생각만 하면 그대로 다 이루어지는 가피로
세 가지의 가피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에 해당합니다.
성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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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스님 - 삼종 가피 속에서
기도는 맹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소원이 있으므로 기도를 하는 것이고, 기도를 하는 이상 반드시 불보살의 가피를 입어 소원을 성취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불보살은 어떻게 가피를 보여주는 것일까?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한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여 가피를 입은 사례들을 유형별로 나누면 크게 세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현실에서 바로 가피를 입어 소원이 성취되는 현증가피(顯證加被), 꿈을 통하여 소원이 이루어질 것을 예시하는 몽중가피(夢中加被), 언제나 은근하게 보호를 받는 명훈가피(冥勳加被)가 그것이다.
이들 삼종가피(三種加被) 중, 다급한 일을 당한 사람이 기도를 할 때는 현증가피 또는 몽중가피를 입는 경우가 많고, 평소에 안락과 행복을 원하는 사람은 명훈가피를 입어 평안한 삶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가피에 대해 실제로 있었던 예를 들면서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1) 현증가피 (顯證加被),
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 가지 다급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다급한 일이 발생했지만 내 마음대로도 할 수 없고 남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면 그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다급한 생각에 음식 맛은커녕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게 된다. 바로 이러한 때에 지극히 기도를 하면 느닷없이 좋은 일이 찾아 들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현증가피, 불보살께서 현실에서 바로 자비를 나타내어 가피력을 증명해 보이는 현증가피인 것이다.
나에게 자주 찾아오는 신도 중 일명 '부장판사 보살'이라는 분이 있다. 지금은 나이 70세가 다 되었지만, 약 20년 전 남편이 부장판사를 지낼 무렵에 처음 인연을 맺었으므로 아직까지 '부장판사 보살'이라 부르고 있다.
그녀에게는 경기 여고 동창생인 반야행(般若行)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반야행은 매우 불심이 깊었으며, 동창생인 그녀에게 불교를 믿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나에게 데리고 온 것이다. 평생 어려움을 모르며 살았고 남편이 부장판사에 올라 있는 그녀였으므로 처음부터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스님, 불교를 믿을까요? 다른 종교를 믿을까요?"
"마음대로 하시오."
이렇게 까불까불하면서 몇 차례 찾아오더니, 하루는 힘이 쭉 빠진 모습으로 나타나 다급한 일을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저에게는 육군 소령으로 제대한 남동생이 있습니다. 우리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지요. 그 동생이 제대후 '사업을 시작하려는데 밑천이 모자란다며 돈을 빌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집안의 기둥인데 어떻게 됐든지 성공해야지'하는 마음에서 있는 돈을 탈탈 긁어 빌려주었고, 그 뒤에도 여러 차례 요구를 하여 남의 돈을 빌려서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업이란 게 애초부터 사기꾼의 꾐에 빠진 것이어서, 돈을 몽땅 날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빌려서 준 돈이 얼마나 됩니까?"
"제가 모아 놓은 돈은 고사하고 남에게 돌려쓴 돈과 이자만 하여도 5백만 원이나 됩니다."
그 당시로는 5백만 원이라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으므로 남편과 상의하여 해결할 것을 권하였다. 판사 부인은 펄쩍 뛰었다.
"아이구, 스님. 우리 남편은 다른 일에는 관대하지만 돈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엄합니다. 우리 남편이 알면 저는 쫓겨납니다. 얼마나 답답하던지 성당에 찾아가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드리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하나님의 뜻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씀만 일러 주셨습니다. 스님,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내 마음대로도 안되고 남의 도움도 구할 수 없을 때는 부처님이나 하나님한테 '이 빚을 갚아 달라'고 매달릴 수밖에..."
"스님, 방법을 일러주십시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보살님이 사는 대구 삼덕동에는 관음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주지스님을 찾아가서 '법당에서 3일 동안 절을 하겠습니다'는 말씀을 드리고, 법당 한쪽에서 부처님께 절을 하십시오. 적어도 3천배를 해야 합니다.
3천배는 과거, 현재, 미래의 삼대겁(三大劫) 동안 이 세상에 출현하는 3천 부처님께 한 번씩 절을 하는 것입니다. 시방 삼세 3천 부처님께 한 번씩 지성껏 절하면서 소원을 빌어 보십시오. 지극 정성을 다해 절하십시오. 그렇게 하기를 3일만 하면 부처님 중 적어도 한 분은 가피를 내려 틀림없이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오."
부처님께 매달리기로 결심한 그녀는 이튿날 아침 관음사로 가서 절을 시작했다. 3천배가 힘들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참 더운 여름이었으므로 더욱 힘이 들었다. 3백배도 하지 않았는데 웃옷이 몸에 붙었고, 천번 정도 하니 아랫도리까지 흠뻑 젖어 버렸다. 2천배 정도 하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고, 3천배가 가까워지자 엎드리면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판사 부인은 이를 악물고 할 수 있는 한 정성껏 3천배를 올렸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끌고 집으로 돌아와 쓰러져서 자고 있는데, 퇴근한 남편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이 사람이 왜 이러지? 어디가 아픈가?"
대답은 않고 끙끙 앓기만 하는 아내가 애처로워 남편은 의사의 왕진을 청하였다.
"사모님이 요즘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병은 없는데요."
의사가 가고 난 후에도 그녀가 끙끙 앓자 남편은 밤새도록 얼음찜질도 해주고 팔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이튿날 남편이 출근하자 그녀는 또 관음사를 찾아가서 3천배를 하였고, 그 다음날도 그렇게 하였다.
남편 몰래 사흘 동안의 도둑 기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 다음 막 자리에 누우려는데 법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부장판사 님께서 방금 졸도를 하여 대학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엎친 데 덮친다더니......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는가?"
그녀는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산소 마스크를 쓰고 병상에 누워 있는 남편을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과로로 인한 졸도입니다. 입원하여 사흘 정도만 푹 쉬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밤에는 끙끙 앓는 아내를 돌보랴, 낮에는 또 법원에서 격무에 시달렸으니 과로하여 쓰러질 만도 하였던 것이다.
그 며칠 동안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병문안을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평소 같으면 꽃을 들고 오거나 과일, 통조림 등을 가지고 올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원 비에 보태어 쓰라'며 부조금을 주고 가는 것이었다. 남편이 퇴원한 다음 그녀가 그 돈들을 세어 보았더니, 묘하게도 한 푼이 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5백만 원이었다.
이에 용기를 얻은 그녀는 남편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고 불호령을 내릴 줄 알았던 남편은 의외로 순순히 허락을 하였다.
"부처님께서 가피를 내리신 것이 틀림없구먼, 그 돈으로 빚을 갚도록 하구려."
그녀는 동생 때문에 진 모든 빚을 갚았고, 그날 이후 지금까지 아침마다 108배를 하는 것을 일과로 삼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행하는 철저한 불자가 되었다.
이 부장판사 부인이 입은 가피가 바로 현증가피로서, 이러한 사례는 너무나 많다. 만약 다급한 일이 있다면 어찌 용맹스런 기도 없이 해결을 보려고 할 것인가? 마땅히 다급한 일이 닥치면 힘있는 기도, 간절한 기도, 믿음이 깃든 기도로써 불보살의 품안으로 뛰어들어야 하리라.
2) 몽중가피 (夢中加被),
꿈은 우리 생활의 그림자요 마음의 그림자이다. 그러므로 불보살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면 낮에 먹은 마음이 그대로 연장되어 밤의 꿈 가운데 나타난다. 이것이 몽중가피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소망이 꼭 이룩되게 해주십사' 하고 지극하게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그 사람의 소망에 부응하는 편지 한 장을 주거나, 약을 주거나, 차를 한 잔 주는 꿈을 꾸게 된다. 이와 같은 꿈을 꾸면 자기의 소망은 그대로 성취되는데, 이를 일러 관세음보살의 몽중가피라고 한다.
곧 꿈속에서 받는 통지서는 합격 통지서요, 차를 한 잔 받아 마시거나 청심환 한 알을 얻어먹으면 몸이 좋아진다는 징조이다. 꿈 가운데 열쇠를 하나 받으면 이튿날 생각지도 않던 돈이 들어오게 된다.
불가(佛家)에 전해지고 있는 기도 영험담 중에는 삼종가피 중 이 몽중가피가 가장 많이 전해지고 있다. 그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약 10여 년 전의 이야기이다. 서울 미아리에 40대의 보살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전생에 닦은 복이 많아서인지 어려서부터 유복하게 자랐고, 돈도 잘 벌고 가정도 잘 돌보는 남편을 만났으며, 아이들도 착실하게 공부를 잘하여 근심 없이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입안이 허는 병이 생겼다. 한두 군데도 아니고 온 입안이 헐어서 음식은커녕 물조차 먹기 힘든 지경이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고, 한의원을 찾아가니 '입안이 허는 병은 위장에서 온다'고 하며 위장약을 지어 주었으나 역시 효험이 없었다.
설상가상이라 더니, 마침내는 혀를 움직일 때마다 입안이 아파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그녀의 몰골은 여위어만 갔고,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신경만 날카로워지게 되었다. 남편의 자상한 보살핌, 아이들의 재롱도 귀찮게 느껴질 뿐 아니라. 죽음의 그림자가 그녀를 덮고 있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집 가까이에 있는 절을 찾아갔다. 부처님께 절을 하면서 살려 달라고 매달리고 싶었으나, 엎드리면 이빨이 다 쏟아지는 것 같아 절도 할 수 없었다. 입안이 퉁퉁 붓고 헐어서 관세음보살을 부를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가만히 앉아 부처님을 쳐다보면서 속으로 빌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제 입병 좀 낫게 해주십시오."
온 종일 부처님만 쳐다보면서 이렇게 한마음으로 빌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하기를 며칠, 그녀는 꿈을 꾸었다. 그녀가 열심히 부처님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는데, 부처님께서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불단을 내려 오셨다. 그리고는 다기(茶器)에 담겨 있는 물을 찻잔에 가득 따라 주셨다. 엉겁결에 그것을 받아 마시려는데 부처님께서 일러주셨다.
"그냥 삼키지 말고 입안에서 우물우물하다 넘겨라."
그녀는 시키는 대로하고 꿈에서 깨어났는데, 거짓 말처럼 입병이 말끔히 나아 있었다. 매운 음식, 짠 음식, 그 어떠한 것을 먹어도 입안이 아프지 않았다.
'세상에 어찌 이토록 신기한 일이 있단 말인가?'
그녀는 감격하여 불교 신문에 이 사실을 투고하였다. 글솜씨는 서툴지만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가피력을 알리고자 투고하였던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다급한 일을 당한 불자라면 몽중가피를 입을 때까지 일심으로 기도해야 한다. 꼭 소리를 내어 염불을 해야만 기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생각 念'자 염불(念佛). 꼭 입으로 부르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부처님을 열심히 생각하면 그것이 참된 염불이요, 생각하고 매달리는 마음이 간절하면 부처님과 하나가 되어 저절로 가피를 입게 되는 것이다.
3) 명훈가피 (冥勳加被)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외우는 예불문 끝 부분에는 "유원 무진삼보 대자대비 수아정례 명훈가피력(唯願無盡三寶 大慈大悲 受我頂禮 冥勳加被力)....."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 뜻은 "오직 원하옵건대 다함없는 삼보께서는 대자대비로써 저의 정성스런 절을 받아들여 은근히 가피력을 내려 주옵소서" 하는 것이다.
옛 말씀에 '노는 입에 염불하랬다'고, 가거나 오거나 빨래를 하거나 무슨 일을 하든지 관세음보살을 불러서 염염관세음(念念觀世音), 생각 생각에 관세음보살이 함께 하게 되면 가는 곳마다 머무르는 곳마다 편안한 세상, 곧 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으로 바뀌어 버린다.
바로 이것이 명훈가피이다. 언제나 불보살의 보호를 받고 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난이 저절로 피해 가고 항상 기쁘고 편안하고 즐거움이 가득하게 되며, 입가에는 미소를, 가슴에는 태양을 안고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명훈가피에 대해서는 나의 큰 제자인 혜인(慧印)스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혜인스님이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5.16 직후라서 군대가 요즘처럼 편안하지 못하고 아주 고될 때였다. 기합도 심하여 걸핏하면 '군기가 빠졌다'고 하면서 방망이나 곡괭이로 자루가 부러질 때까지 엉덩이를 맞았다. 사소한 실수라도 용납하지 않고 인정 사정없이 두들겨 팼던 것이다.
혜인 스님은 군복무를 하면서 늘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훈련을 받을 때에도 '하나-둘-셋-넷' 할 때에 '관-세음-보-살' 하면서 구령을 붙였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곧바로 관세음보살보문품을 한 번씩 외웠다. 어느 날 혜인스님은 그 당시의 군대에서 볼 때 크게 군기가 빠진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연탄불을 갈기 위해 이글이글 타오르는 연탄을 내무반밖에 둔 채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그만 잊어버리고 갖다 넣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을 중대장이 발견한 것이다.
"어떤 놈이 불붙은 연탄을 이곳에 두었어?"
'나 때문에 우리 소대원 전체가 기합을 받겠구나.'
혜인스님이 조바심에 떨며 자백을 하려고 하는데, 때마침 대대장이 그 중대장을 찾았다. 정말 뜻하지 않게 기합을 모면한 것이다.
또 한 번은 난폭하기로 이름난 하사에게 소대 전체가 기합을 받게 되었다. 그 하사는 '손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잘 되었다'고 하더니, 야구 방망이를 들고 한 명씩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백정같이 생긴 하사가 힘을 다해 때리니 맞은 사람들은 모두 쓰러지고 뒹굴고 난리가 났다. 쭉 차례대로 맞아 오다가 혜인스님의 차례가 되었다. 혜인스님의 눈에는 그가 염라대왕의 사자처럼 보였다. 바로 그때, 내무반 문이 활짝 열리더니 장교가 나타났다.
"너 이 자식! 또 아이들 패는구나." 하더니만 그 하사를 혼내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쓰러진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면서 '안 맞았다'고 우물우물 넘어가는 바람에 기합이 중단되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혜인스님 앞까지 와서 기합이 중단되는 일이 생기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관세음보살과 화엄성중을 부르다가 잠이 든 혜인스님은 꿈을 꾸었다. 자기가 수백 명의 병사와 함께 연병장에 서 있었고, 주위에서는 총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런데 장교 한 사람이 나타나 자기를 불러내더니 어디론가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 이튿날 아침, 부대 전체가 연병장에 모여 서 있는데, 어디서 지프차가 하나 오더니 혜인스님을 불러내는 것이었다.
'어쩐 일인가'하여 가 보았더니, 육군본부에 가서 상장 쓰는 일을 맡아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에 오십 장씩, 백 장씩 글씨 쓰는 연습을 하였다. 사실 그전까지는 붓글씨를 잘 쓰지 못했는데, 그때 붓글씨 연습을 실컷 하여 한글 글씨가 크게 향상되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혜인스님은 그 힘든 시절에 붓글씨를 쓰면서 편안하게 군복무를 마쳤으니, 항상 기도하면 불보살의 은근한 가피가 언제나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명훈가피를 입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종일 기도하지 않아도 좋다. 하루에 108배 또는 10분 동안의 관세음보살 염불 기도라도 꾸준히 해보라. 틀림없이 명훈가피를 입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평화로움이 깃들게 된다. 하물며 언제나 불보살을 생각하고 기도한다면, 어찌 마음이 태양처럼 밝아지지 않으리.
거듭 강조하건대 기도성취의 비결은 '간절 (切)'에 있고, '간절 切'은 삼매로 통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간절히 기도하여 잠깐이라도 삼매를 이루게 되면 불보살의 가피는 저절로 찾아 들게 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불자들이여, 형편 따라 능력 따라 내 마음을 내가 모으는 기도를 하자. 흩어진 정신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서 불보살과 한 몸을 이루는 기도를 하자.
이렇게만 하면 불보살께서 은근히, 그리고 현실 속에서 우리를 보호함은 물론, '나'에게 갖추어져 있는 영원 생명, 무한 능력이 개발되고, '내'가 서 있는 이곳 또한 사바세계가 아닌 불국토로 바뀌게 된다. 부디 올바른 기도법에 의해 참된 기도를 하는 불자가 되기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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