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인 욕구를 떨쳐버리고 깨달음에 다가서고자 하는 불교 수행자들의 바랑에는 정진할 때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도구인 승물(僧物) 18가지가 들어 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18가지 승물은 세 종류의 옷을 말하는 삼의(三衣), 스님들이 사용하는 밥그릇인 발우(鉢盂), 오늘날의 칫솔을 말하는 양치용 나뭇가지인 양지(楊枝), 자리에 깔고 앉거나 절을 할 때 펴는 천인 좌구(座具), 머리나 손톱 등을 깎을 때 쓰는 작은 칼인 도자(刀子) 등이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발우는 탁발에 의지하고 무소유로 구도정진하는 수행자를 표상하는 승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발우는 단순히 스님들의 밥그릇만이 아니라 깨달음의 상징인 불(佛)과 부처의 가르침인 법(法)을 담는 그릇이요, 음식을 공양할 수 있도록 해준 모든 생명과 인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한없는 하심(下心)의 자세도 담겨 있다.
또한 발우는 석가모니 이래 불법이 전래되는 과정에서 전법제자에게 법을 전하는 상징물로도 쓰였다. 중국 선종의 초조 달마에서 육조 혜능에 이르기까지 법을 전하는 증표는 스승의 가사와 발우였다.
백령도 몽운사 주지인 지명(智明)스님이 펴낸 '깨달음의 벗 천하일발'(이른아침펴냄)은 불교의 모든 사상이 담겨 있는 발우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발우의 유래, 재질과 구성, 전법도구로서 의미, 발우 공양, 탁발에 얽힌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조선시대 서산대사를 비롯해 근현대 한국불교의 고승들인 만공스님, 경봉스님, 일엽스님 등의 발우를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철발우 등 외국 스님들의 발우도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304쪽.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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