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선사의 무애의 삶
‘…분명한 나의 마음, 어떻게 생겼난고, 의심하고 의심하되 고양이가
쥐 잡듯이,주린 사람 밥 찾듯이, 육칠십 늙은 과부 자식을 잃은 후에
자식 생각 간절하듯…
생각 생각 잊지 말고 깊이 궁구하여 가되, 일념만년(一念萬年)되게 하야,
폐침망찬(廢寢忘餐)할 지경에 대오(大悟)하기 가깝도다…'
경허 스님의 참선곡(參禪曲)의 일부분이다. <경허선사>(민족사)는
근대 한국 선 불교의 중흥조로서 무애(無碍)한 삶을 살았던 경허 성우
(鏡虛 惺牛 1849~1912) 스님의 일대기를 독특한 형식으로 엮어 보여
준다. 알기 쉬운 한글 문장으로 인생무상과 그 무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 공부의 필요성과 방법을 일러주며, 인간의 타성에 대해 채찍질
함으로써 공부하고 또 공부할 것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
경허라는 한 근대 고승에게 접근하면서 옛날 여러 시대 조사의 말과
일화들을 아울러 되새기고 있는 이 책은 저자 이흥우시인의 선시에
대한 관심이 선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졌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16년 전인 1980년 12월 처음 간행됐다. 당시 제목은 불교신서4
〈공성(空性)의 피안길-경허선사 평전>(동화문화사)이었다. 한동안
절판돼 몇몇 서점에서만 간신히 찾아볼 수 있던 것을 민족사 윤창화
사장이 발견, 작년 10월 수정 증보판 으로 재출간하면서 제목을
<경허선사>로 바꾸었다.
“요즘 책들은 줄거리가 없이 그저 읽기 편하고 쉽게만 만들어지고
있지만 <경허선사>는 이흥우 시인이 직접 발로 쫓아다니면서 당시
스님이 살던 곳과 스님과 같이 생활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
생생하고 진국 맛이 나는 책"이라고 민족사 이상옥 편집장은 말한다.
근대 한국 선불교의 기이한 고승인 경허선사의 행적과 연고지에 대한
추적을 시도했던 저자는 1971년 말 충남 수덕사, 정혜사, 천장암 일대와
동학사, 그리고 경기도 시흥의 청계사 등을 여행하면서 1972년 초부터
25회에 걸쳐 <주간조선>에‘현대한국고승전-경허대선사편'을 연재했다.
이 책은 연재를 마친 후 저자가 시간이 나는 대로 새로운 증인도 만나고,
미처 가 보지 못한 연고지를 찾기도 하여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따라서 글 속의 시점은 연재될 무렵인 1972년이 된다.
첫판이 나온 후 16년 동안 경허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던
변설호, 마벽초,김탄허, 배운기 스님 등은 이미 고인이 되었고,
이흥우 시인은 그때 그 스님들의 나이가 되었다. 수정증보판의 원고를
정리하며 저자는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쓰자면 거의 그
사람이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경허 선사에 대한 책으로는 그동안 경허 선사의 시문일화를 모은
〈경허집>과 그 영인본 <경허당 법어집>, <경허 법어> 등 대여섯 권이
선보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빛이 나는 책이 한편의 휴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탄탄한 문장으로 이뤄진 바로 이
<경허선사>가 아닌가 싶다.
조계종 게시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