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스님들 소식

경허스님 1

淸潭 2006. 12. 11. 09:45
 

경허선사 성우(鏡虛禪師 惺牛) (1849∼1912)

 


선종(禪宗)을 중흥시킨 대선사(大禪師). 성은 송씨. 속명은 동욱(東旭),

법호는 경허(鏡虛). 전주출신. 아버지는 두옥(斗玉).

 

태어난 해에 아버지가 죽었으며, 9세 때 과천의 청계사(淸溪寺)로

출가하였다. 계허(桂虛)의 밑에서 물긷고 나무하는 일로 5년을 보냈다.

그뒤 계룡산 동학사의 만화강백(萬化講伯) 밑에서 불교경론을

배웠으며, 9년 동안 그는 불교의 일대시교(一代時敎)뿐 아니라

<논어>·<맹자>·<시경>·<서경> 등의 유서(儒書)와 노장(老莊)

등의 제자백가를 모두 섭렵하였다.

 

1879년에 옛스승인 계허를 찾아 한양으로 향하던 중, 심한 폭풍우를

만나 가까운 인가에서 비를 피하려고 하였지만, 마을에 돌림병이

유행하여 집집마다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비를 피하지 못하고

마을 밖 큰 나무 밑에 낮아 밤새도록 죽음이 위협에 시달리다가

이제까지 생사불이(生死不二)의 이치를 문자 속에서만 터득하였음을

깨닫고 새로운 발심(發心)을 하였다. 이튿날, 동학사로 돌아와 학인

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조실방(祖室房)에 들어가 용맹정진을 시작하였다.

창문 밑으로 주먹밥이 들어올 만큼의 구멍을 뚫어놓고, 한 손에는

칼을 쥐고,목 밑에는 송곳을 꽂은 널판자를 놓아 졸음이 오면 송곳에

다치게 장치하여 잠을 자지않고 정진하였다.

 

석달째 되던 날, 제자 원규(元奎)가 동학사 밑에 살고 있던 이처사

(李處士)로부터"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야지."

라는 말을 듣고 의심이 생겨 그 뜻을 물어왔다.

그 말을 듣자 모든 의심이 풀리면서 오도(悟道)하였다.

그뒤 천장암(天藏庵)으로 옮겨 깨달은 뒤에 수행인 보임(保任)을 하였다.

그때에도 얼굴에 탈을 만들어 쓰고, 송곳을 턱 밑에 받쳐놓고

오후수행(悟後修行)의 좌선을 계속하였다.

1886년 6년 동안의 보임공부(保任工夫)를 끝내고 옷과 탈바가지,

주장자 등을 모두 불태운 뒤 무애행(無碍行)에 나섰다.

 

그 당시 일상적인 안목에서 보면 파계승이요

괴이하게 여겨질 정도의 일화를 많이 남겼다.

문둥병에 걸린 여자와 몇 달을 동침하였고,

여인을 희롱한 뒤 몰매를 맞기도 하였으며 술에 만취해서

법당에 오르는 등 낡은 윤리의 틀로서는 파악할 수 없는 행적들을

남겼다.

 

그는 생애를 통하여 선(禪)의 생활화·일상화를 모색하였다.

산중에서 은거하는 독각선(獨覺禪)이 아니라 대중 속에서

선의 이념을 실현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 선의 혁명가로 평가받고 있다.

법상(法床)에서 행한 설법뿐만 아니라 대화나 문답을 통해서도

언제나 선을 선양하였고, 문자의 표현이나 특이한 행동까지도 선으로

겨냥된 방편이요, 작용이었다. 그의 이와같은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선풍은 새로이 일어났고, 문하에도 많은 선사들이

배출되어 새로운 선원들이 많이 생겨났다.

 

오늘날 불교계의 선승(禪僧)들 중 대부분은 그의 문풍(門風)을 계승하는

문손(門孫)이거나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는 근대불교사에서 큰 공헌을 남긴 중흥조이다.

승려들이 선을 사기(私記)의 형식으로 기술하거나

구두로만 일러오던 시대에 선을 생활화하고 실천화한 선의 혁명가였으며,

불조(佛祖)의 경지를 현실에서 보여준 선의 대성자이기도 하였다.

근대 선의 물결이 그를 통하여 다시 일어나고 진작되었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의 마조(馬祖)로 평가된다.

 

만년에 천장암에서 최후의 법문을 한 뒤 사찰을 떠나

갑산(甲山)·강계(江界) 등지에서 머리를 기르고

유관(儒冠)을 쓴 모습으로 살았으며, 박난주(朴蘭州) 라고 개명하였다.

그곳에서 서당의 훈장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1912년 4월 25일 새벽에 임종게를 남긴 뒤 입적하였다.

나이 64세, 법랍 56세이다. 저서에는 <경허집>이 있다.

 

[참고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큰스님> (법보신문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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