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禪수행 '금강선원'
<동아일보 2004/08/13/금 문화 A18>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멋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참선할 때는 물론이고 일상의 행동과 생각에도 항상
마음을 실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혜거스님
10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5단지 아파트 맞은편에 자리 잡은 삼우빌딩 4층 금강선원.
대법당에 모인 신도 40여명이 선원장 혜거(慧炬·60) 스님의 참선법 강의를 듣고 있다.
도심 속에서 불교 조계종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법)을
가르치는 금강선원은 30일까지 매주 목금토 오후 2∼6시 일반 신도들을 위한 하안거
수행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또 강원 홍천군의 폐교를 개조해 만든 ‘선문장(禪門莊)’에서
3박4일간 집중 수련을 갖기도 한다.
1998년부터 금강선원의 참선 수행을 이끌어온 혜거 스님은 ‘깨어있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참선 수행에선 망상을 끊고 화두에 집중해야 한다고 하는데 막상 자리 잡고 앉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릅니다. 망상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계속 망상
속에서 헤매게 되지요. 망상을 가라앉히려면 우선 망상에 빠졌다는 것부터 알아차려야 합니다.”
육체도 훈련을 통해 단련되듯 ‘망상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통해 마음도
망상에서 점차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
금강선원에서는 ‘이 뭣꼬’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부모로부터 태어나기 전에
어디 있었는가)과 같은 전통적 화두를 주지 않는다.
“초보 수행자들에게 ‘이 뭣꼬’ 같은 화두를 준다고 해도 절실하게 의문을 갖지 않으면
참선이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먼저 자신이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를 화두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수행이 깊어지면 저절로 ‘이 뭣꼬’를 찾아갑니다.”
스님은 초보 수행자들에게 참선 가운데 떠오르는 망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공책에 기록하도록 권한다. 생각이나 감정을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한달만 적어가면
자신이 주로 떠올리는 망상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것.
그것이 곧 자신의 업이자 화두라는 얘기다.
스님은 간화선 수행의 궁극적 목표를 ‘성불(成佛)’이라고 볼 때
1만 명에 1명이 성공할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려운 수행법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참선 수행의 목표를 삼매(三昧)에 드는 수준으로 낮추면
일반인도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대단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평소 ‘화를 내지 말자, 욕심내지 말자’고 다짐해도 어떤 상황이 닥치면
다짐을 까맣게 잊고 화를 냅니다. 참선을 통해 집중력을 기르고 마음이
고요해지면 ‘외부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의 내면을 반조(反照)하는 힘을 갖게 되지요.”
금강선원의 참선 모임 정수회 회원인 신화순씨는 6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번 참선을 시작하면 6시간을 앉아 있는 베테랑. 그는 “수행 전에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참선을 하다보니 ‘내 잘못,
내 탓’을 하게 되고 화가 나더라도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스님은 수행의 출발점으로 ‘발심(發心·마음을 냄)’할 것을 주문한다.
“이 세상에 인간의 몸으로 한번 오기가 얼마나 힘든데 생각 없이 함부로 살아갑니까.
사람값을 해야죠. 세상의 밝은 등불이 되겠다는 각오로 수행하길 바랍니다.”
스님의 강의가 끝나자 신도들은 죽비 소리에 맞춰 참선에 빠져든다.
도심의 소음도 사라진 듯 선원에는 산사(山寺) 못지않은 적막이 감돌았다.
나를 찾는 여행은 도심에서도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02-445-8484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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