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극기 선생 시 김희정
서예는 문자라는 매체의 특성을 가지고 빈 공간을 적적히 나누어 감상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공간의 예술(시각예술)인 동시에 음악이나 시의 특성과 유사한 시간의 예술이다. 즉 조형적으로 말하면 글자를 쓰는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순서가 정해져 있으며, 장법으로 말하면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는 의미를 가지며, 형이상학적으로 말하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서사된 필선에 작가의 감정과 살아있는 여러 가지 상태가 드러나게 된다. 본 작품은 서예에 대한 이러한 의식을 작품에 대입시켜보고자 시도된 것이다. 서예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작가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먹의 농담과 윤갈 즉 먹의 번짐과 비백의 대비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대개 시간의 흐름이나 운율을 표현하기는 행서나 초서가 적절하고 예서나 해서와 같은 정지된 서체에서는 구현하기가 어려우나, 본 작품에서는 먹의 농담을 시의 내용에 따라 운율감 있게 배치하여 시의 내용과 서예의 형식을 일치시켜 본다. 소재는 고려시대에 시로 유명한 김극기 선생이 여름날 시골의 전경을 읊은 시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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